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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 기본 카테고리 2011-07-30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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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세트

조앤.K.롤링 저/최인자 역
문학수첩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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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라고 했지만 '혼혈왕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혼혈왕자'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 책 제목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비중있는 역할을 맡고 있지 않다. '혼혈왕자'는 해리 포터가 볼드모트와 대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도 아닌데 해리 포터는 '혼혈왕자'가 누구인지 계속 궁금해 한다. 혹시 아버지가 아닐까? 똑똑한 헤르미온느는 해리 포터의 아버지는 아닐 거라며 도서관을 오가며 '혼혈왕자'의 정체에 파고든다.

 

유난히 고요한 시간이 흘러가는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가 다른 시리즈들과 다르게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쯤 예상하지 못했던 이의 죽음으로 독자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볼드모트와 싸우기 위해 잠시 힘을 모으기 위해 숨을 고르던 중 발생한 일이다. 덤블도어는 볼드모트와 싸우기 위해서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해리 포터에게 가르쳐준다. 볼드모트와 싸우기 위해서는 그가 숨겨 놓은 영혼들을 찾아 파괴하는 일이 중요하다. 볼드모트가 등장하지 않고 그와 싸우기 위해 조용히 힘을 모으는 이런 시간들이 나에게는 무척 지루한 시간이었으나 해리 포터에게는 생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또 한 사람을 잃을 정도로 아주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해리 포터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나중에는 말포이에 의해 어떤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이며 그동안 해리 포터가 해온 모든 말들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대도 아무도 해리 포터를 믿어주지 않는다. 해리 포터는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 나간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각 시리즈마다 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어 시리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덤블도어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스네이프에 대해서 의심을 풀지 말았어야 했다. 무조건적으로 사람을 믿는 덤블도어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해리 포터 홀로 볼드모트와 맞서게 하기 위한 상황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리우스의 죽음도 아직 추스르지 못한 해리 포터는 지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론과 헤르미온느, 지니와 함께 하는 일상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다. '사랑'도 자신에게는 사치라고 생각될 정도다. 성장소설에 가까웠던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이 책을 읽는 동안 론과 헤르미온느, 해리 포터의 사랑에 가슴이 설레이고, 볼드모트가 등장하지 않아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폭풍 전의 고요함이라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 중 어느 한 사람은 죽어야 이 싸움이 끝난다는 예언을 듣고서도 너무 안일하게 보냈다. 해리 포터는 론과 헤르미온느, 지니를 잃게 될까 두렵다. 이젠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 더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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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미. | 기본 카테고리 2011-07-3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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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거미

티에리 종케 저/조동섭 역
마음산책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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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만든 거미줄 위에서 움찔움찔 거리는구나. 산채로 사로잡힌 녀석을 둘러싼 거미줄을 하나씩 벗겨내는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독기가 가득해. 거미줄이 다 벗겨지면 과연 무엇이 나올까. 물론 넌 알고 있겠지. 어떤 녀석인지 네 맘에 꼭 드는 녀석으로 잡았을 테니까. 거미줄을 벗겨내다 죽여 버리게 되면 어쩌나. 그러면 이 이야기가 끝을 맺지 못할텐데, '미갈' 너의 이야기가 세상에 풀려나오는 걸 상상해봐 멋지지 않아? 몸서리치지 않는 이가 없을 게야. 독거미가 등장하는 잔혹한 SF 장르를 상상한 독자라면 심장마비로 죽어 버릴지도 모르지. 가슴 속에 얼음이 들어찬 듯 아주, 아주 서늘할 거야. 이것이 네가 바라는 건가? 아니야, 넌 더 엄청난 것을 바랐을 게야. 하지만 어쩌지. 세상이 때론 공평할 때도 있거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사는게 삶이야. 그렇지?

 

티에리 종케의 '독거미'에 등장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리샤르, 이브, 알렉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 굳이 이름을 밝히자면 또 한 명의 남자 '뱅상', 나는 이 뱅상이라는 이를 맹세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알렉스의 독백으로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어느날 사라졌다는 것 밖에 알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그가 자신의 이름을 뱅상이라고 밝혔을 때의 충격이란, 오랜시간 함께 한 벗이 납치당한 듯 했다. 알렉스와 뱅상 그리고 리샤르와 이브의 연결점은 어디일까. 이들이 운명적으로 만나지게 될 때가 있기는 할까. 계속 나아가고 싶었다. 아니,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영문을 모른 채 끌려 간 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어느 이름 모를 무인도는 아니었다. 우리들처럼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안정된 삶을 누리는 것 처럼 보이는 리샤르, 그가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다.

 

리샤르의 처음 감정은 '복수'였을 것이다. 가장 잔인한 복수. 그러나 삶은 뜻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잔혹하다. 이브의 고통을 즐기는 리샤르의 모습은 이해할 수도, 이해되지도 않았다. 정신병원에 있는 비비안에게 애정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조차 비비안의 고통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 뱅상이 리샤르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 주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리샤르의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뱅상의 모든 것이었다.

 

운명이라는 것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알렉스가 등장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뱅상이 철저하게 지켜냈던 알렉스가 리샤르의 곁에 오게 된 것은 순전히 운명이라는 고약한 녀석 때문일 것이다. 한 곳에서 만나질 수 밖에 없었던 이들에겐 과거에 일어났던 일의 끔찍함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공포심이 더 크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이며, 무엇을 덮을 수 있을까. 티에리 종케의 '독거미'가 가지는 큰 매력은 '복수'라는 이름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냥 잊혀질 수도 있는 단 한 편의 글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며 나를 휘감은 거미줄처럼 숨막히는 공포와 전율을 선사한다. 진실에 가까워질 수록 벗어나려 버둥거려 보지만 진실에 가까워질 수 밖에 없는 공포, 이것이 '독거미'의 매력인 것이다. 책을 덮고도 한동안 이브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녀가 옭아맨 거미줄을 끊어낼 수가 없다. 아니, 끊어내고 싶지 않다. 이미 강한 '독'에 중독 되었으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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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정말 멋져. | 기본 카테고리 2011-07-3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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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넌 정말 멋져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허경실 역
달리 | 201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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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어마어마하게 큰 공룡이잖아. 앗, 그런데 이 공룡을 보고 스티라코사우루스들이 외친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나타났다". "모두 도망쳐" 아, 티라노사우루스였구나. 육지에서 난폭한 공룡이라고 소문난 녀석, 나도 빨리 도망쳐야겠다. 공룡들아, 어서 도망쳐. 티라노사우루스가 나타났어. 그런데 이녀석 왜이리 악동이지? "도망쳐라 도망쳐.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뿔을 부러뜨리고, 꼬리를 물어버릴 테다!"라며 눈을 번뜩이며 소리치는데 나까지 무서워서 벌벌 떨게 만든다.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스티라코사우루스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느릿느릿 도망치면 나한테 잡힌다"고 위협을 가한다. 그런데 잡아 먹으려고 쫓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스티라코사우루스를 잡으려고 필사적일까. 이녀석 설마 이런 장난을 즐기는 건가. 티라노사우루스, 이렇게 장난을 치면 안돼. 작은 스티라코사우루스에겐 생명이 달린 문제잖아.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스티라코사우루스를 벼랑 끝까지 쫓아간 티라노사우루스가 바닷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뭐가 다행이란 거야? 당연히 다행스런일이지. 넌 분명 배가 고파서 쫓는 것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 어푸, 어푸, 어푸 티라노사우루스가 이대로 죽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덩치가 큰데 벌떡 일어나면 괜찮지 않을까. 엇, 그런데 금방 가라앉아 죽을 것 같아. 난 결코 네가 죽는 걸 원하진 않았어. 벼랑 끝에서 바닷속으로 떨어진 건 네 잘못이잖아. 제발 누가 와서 티라노사우루스 좀 구해줘. 나의 간절한 바람을 누군가 들은 걸까. 아니, 티라노사우루스의 간절한 외침을 들은 바다 공룡 엘라스모사우루스가 나타나 티라노사우루스를 구해줬어. 아, 정말 다행이다. 엘라스모사우루스는 이 공룡이 어떤 공룡일 것이라는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구해달라는 다급한 외침만을 듣고 구해준 거야.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야. 티라노사우루스는 난폭한 녀석이잖아. 엘라스모사우루스를 잡아 먹겠다고 덤비면 어떡해?
 
그런데 이런 걱정은 그저 노파심인 모양이다. 티라노사우루스와 엘라스모사우루스는 금세 친구가 되었으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구? 그동안 티라노사우루스가 외로웠는지 자신을 구해준 엘라스모사우루스에게 따뜻함을 느껴. 엘라스모사우루스에게 자신은 고기가 아닌 빨간 열매를 먹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거기다 자신은 난폭한 티라노사우루스는 모른다는 거짓말까지 해. 둘은 친구가 되기로 하지. 그렇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엘라스모사우루스에게 거짓말은 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려.
 
육지 공룡과 바다 공룡이 만나 친구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줄게. 티라노사우루스는 엘라스모사우루스의 꼬리를 잡고 얕은 바다를 산책하고, 티라노사우루스가 엘라스모사우루스를 업고 육지 구경을 시켜주며 둘은 우정을 키워 나간단다. 빨간 열매까지 따와 엘라스모사우루스를 기다리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마음은 정말 진심인 것 같아. 티라노사우루스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진심으로 엘라스모사우루스를 친구라고 생각해.
 
티라노사우루스는 "넌, 친절하고 상냥한 내 단 하나뿐인 친구야. 넌 정말 멋져"라고 엘라스모사우루스에게 최고의 찬사를 들어. 육지에서 난폭하다고 소문난 이녀석이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위험에 처한 친구를 구해주며 친구와 함께 먹기 위해 빨간 열매를 가득 따오기까지 하다니 정말 놀랍지? 우정이란, 낯선 곳에서 살아가던 둘을 이렇게 하나로 묶어 준단다. 두 공룡의 우정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어. 우리들도 하기 힘든 멋진 우정을 나누고 있잖아. 티라노사우루스, 넌 정말 멋진 녀석이야.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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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모집] 물의 무게 | 이벤트 스크랩 2011-07-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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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클럽
  
[물의 무게]
 
 저자 : 애니타 슈리브 저
 출판사 : 북캐슬
신청기간 : 7월 20일~ 7월 26일
 모집인원 : 15
 리뷰어발표 :  7월 27(수)

100년 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살인사건을 작가가 재구성한 것이다. 따라서 ‘메인 주의 루이스 H. F. 와그너 재판’ 기록에서 인용한 법정증언들이 사용되었다. 기록된 증언들이 인용되고 사건의 큰 틀은 유지되지만, 사건의 전개 및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장소 명칭 등은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소설화한 것이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곳곳에서의 아름다움과 매력적인 문체를 뽐내며 진과 마렌의 내면적인 분노와 갈등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출간 당시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며, 숀 펜이 주연을 맡은 영화 「웨이트 오브 워터」로 제작되어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다. 출간하는 책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극단적인 감정을 경험하도록 하는 잊지 못할 여행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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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벼c 입니다.


바야흐로 여름, 미스터리의 계절을 맞이하여 리뷰어분들께 매혹적인 소설을 소개합니다! <물의 무게>는 백 년 전,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긴 시간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비극적인 스토리가 교차되는 이 소설은 불륜, 질투, 치정살인, 근친, 상실 등 긴장감있는 소재로 여러분을 즐겁게 해 드립니다. 잠이 오지 않는 여름 밤, 시원한 <물의 무게> 어떠신가요? 리뷰어 15분 모십니다^^

공지사항을 잘 숙지 하신 후, 신청해 주세요. 항상 저희 리뷰어클럽에 관심과 사랑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기존 클럽과 운영진 아이디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꼭 블로그 방명록을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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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악도. | 기본 카테고리 2011-07-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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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삼악도

김종일 저
황금가지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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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아까 오현정이 폐교 화장실 문 밑으로 본 사람의 발에 발톱이 없다고 했는데 혹시 그거 발톱이 빠진 것이 아니라 발가락이 잘린 거 아냐? 흠칫, 팔에 소름이 돋는다. 계속 읽을까, 말까 어두컴컴한 밖을 바라보다 기어코 책을 덮어 버렸다. 아직은 현정의 주위를 맴도는 실체를 오롯이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다음 날, 날이 밝고 나서야 [삼악도]를 펼칠 수 있었다. 이렇게 겁이 많으면서도 김종일의 [몸], [손톱], [삼악도] 등의 책들을 즐겨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름이면 어김없이 하던 "전설의 고향"도 어린 시절 이불을 뒤집어 쓰고 보질 않았던가. 더운 여름날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서? 아니다. 무서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끝까지 보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상상속에서 만들어진 괴물이 매일 밤마다 나를 찾아올 테니까. 무서움의 정체와 오롯이 마주하면 웃음이 피식 새어나올 정도로 아무 것도 아닐 수 있기에 한 걸음의 용기를 내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삼악도]는 끝까지 오현정이 만든 환상이라고 둘러대고 싶을 정도로 섬뜩했다. 이 섬의 내부에 깊숙히 발을 들이민 사람들에게 뒤로 물러설 곳은 없었다. 오현정 뿐 아니라 나도 이곳 삼악도에서 도망칠 곳은 없었다. 삼, 악, 도. 박광도 감독이 지 아무리 좋은 말로 꾸며서 이 섬을 표현해도 현정의 표현대로 이 곳은 아귀도, 축생도, 지옥도를 총망라 한 곳이다. 박광도 감독, 김 씨, 주희에 의해 '악' 소리가 세 번 나는 곳이라 생각해도 될 정도로 삼악도는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고 피비린내가 가시질 않는다.

 

김종일의 [삼악도]는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닭의 목을 잘라 그 피를 받아 마시는 김 씨의 모습은 '전설의 고향'을, 감독이 "흡혈귀"의 3막을 서글프면서도 서늘한 결말을 창조해 내길 원하며 오현정을 묶어 놓고 고문하는 장면은 시대의 뒤처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현대물의 생생한 공포를 선사한다. 여기에 옛날 삼악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함께 어우러져 단발마의 비명도 지를 수 없도록 처절하고도 완전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이 모든 공포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면 오현정이 삼악도에서 희생된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섬을 탈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때 뿐이다. 가위에 눌리며 꾼 거머리 꿈들이 그저 환상이라고 여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그녀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자유로운 몸이 되어 탈출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이 섬에서 구조대에 의해 치료를 받았던 장면은 유일하게 그녀가 이 섬을 탈출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왜, 그 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오현정에게 삽을 휘두른 김 씨의 행위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 갔으며, 그녀가 다시 삼악도로 끌려 갔을까. 딸 같다며 현정에게 감독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김 씨의 이야기에 띄엄띄엄 헛점이 많은 것처럼 오현정이 겪은 이 일도 나에게는 이해 할 수 없는 환상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삼악도]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서글프면서도 서늘한 공포를 느끼게 했던 완전한 공포물이 민간신앙에 의존해 살고 있는 한 마을에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을 보여주며 점점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돈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계약을 하고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간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피 혈(血)자를 떠올리게 하는 삼악도는 시나리오 "흡혈귀"를 창조해내는 고통을 엄마의 자궁을 통해 아기가 탄생하는 숭고한 장면으로 승화시킨다. 삼악도는 더이상 거머리에서 나는 피비린내의 비릿함이 아닌 엄마의 자궁에서 나온 아기의 울음소리, 고통을 감내하며 아기를 세상에 내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여인의 호흡소리만이 들린다.

 

이제 오현정, 그녀가 새 육신을 얻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이 있다면 옛 것의 소멸뿐이다. 삼악도에서만이 창작의 고통을 느낄 수 있으며 완전한 소설을 얻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녀에게는 이것이 가장 무서운 일일테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단 한 편의 소설을 창조해내기 위해서는 이곳에 갈 수 밖에 없다. 서글프면서도 서늘한 공포를 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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