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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엔젤. | 기본 카테고리 2012-10-2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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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데미엔젤 1

주예은 저
황금가지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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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베룬이 되어가는 로이, 아니 일리노아르. 혈관 속의 피가 검은 빛이 되어 가는 그를 보면서 그제서야 준과 로이의 사랑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닫는다. 천사가 악마가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두 사람의 사랑에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냐고? 순수한 영혼 샤인스피림인 준과 베룬 일리노아르의 사랑이 가슴 절절한 사랑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쩐일인지 내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사랑이었다.  

 

영국으로 유학온 준의 앞에 갑자기 나타나 그녀를 사랑한다며 이름을 '로이'라고 밝힌 그는 자신이 천사라고 했다. 그녀가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사랑했다는 그를 보면서 나는 준 못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갑자기 차 사고가 나게 되고 로이는 준의 과거로 가게 된다. 로이는 왜 준의 과거로 간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은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알 수 있었지만 그때는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혼란스럽고 로이의 준을 향한 사랑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사랑이라고 해도 로이와 준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온 인연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둘의 사랑에 애절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일리노아르와 준의 인연은 천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데미엔젤들을 통해 그리고 준의 기억을 통해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이들과 처음부터 함께였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인간 세계에 내려와 로이가 준을 처음 만나는 그 때 나의 심장도 두근거렸을 것인데. 

 

평범한 학생인 준이 베룬이 되어 가는 일리노아르와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어떤식으로 알리게 될지, 준의 평범한 일상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그 어떤 이유도 타당하게 댈 수가 없을 것이다. 준의 일기장을 본 로이의 마음이라고 해도 등장인물들이 영어를 쓰는 것은 몰입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 중 하나였고 과거에서 온 준이 현재의 준의 삶으로 적절한 시기에 스며드는 건 또 뭔지. 현재에 있어야 할 준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과거에서 보면 미래였을 준은 그대로 없었던 듯이 사라진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저 판타지 장르니까 하고 생각하기엔 내가 너무 현실적인가 보다.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역시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데미엔젤'의 처음은 판타지 장르라는 요소와 로맨스 소설을 적절하게 버무리지 못하고 아주 멋진 남자 로이와 평범하고 초라한 여자 준의 로맨스, 아버지에게 학대 받아 상처뿐인 준의 곁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로이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자신에게 과분한 상대인 로이의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준의 모습은 샤인스피림으로 각성되었을 때 어떤 존재가 될지 예측할 수 있음에도 로이와 준의 사랑을 지켜보는 것에 가슴 두근거리는 감정을 갖게 하지 않았다. 준이 루시퍼와 대면하게 되면서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목숨을 바쳐 준을 지키려는 일리노아르와 사랑하는 이가 소멸되는 것을 막으려는 준의 사랑이 절절해지기 시작한다.  

 

'데미엔젤'의 저자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샤인스피림이지만 평범한 인간인 준이 악마가 되어 가는 일리노아르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떤 고통을 견디는지 그리고 학대받고 자란 준의 상처받은 영혼이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들의 사랑을 절대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킨다. 둘의 사랑이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될지,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서로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사랑할 것임은 분명하다. 선과 악이 충돌해 어느 쪽이 승리할지 알 수는 없으나 준과 일리노아르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서 싸울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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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기억 속으로. | 기본 카테고리 2012-10-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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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두운 기억 속으로

엘리자베스 헤인스 저/김지원 역
은행나무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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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발코니 문과 그 너머의 정원을 내다보았다. 숨을 죽이며 리의 흔적을 찾는 그녀의 곁에서 나도 숨조차 크게 쉴 수가 없다. 과거 리와 함께 한 캐서린과 현재의 캐서린을 지켜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문단속을 하고 리의 흔적이 있지는 않은지 집 안을 확인하는 캐서린을 보며 과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그 곁으로 다가가는 것은 두려울 정도로 나를 긴장시킨다. 리가 처음 캐서린을 만난 날,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캐서린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녀에게 접근했는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 그녀에게 다가왔는지, 리의 시선으로 캐서린을 바라보지 않아도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리의 숨결 만으로도 긴장이 될 정도로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조심스러워진다. 이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2001년 6월 21일 목요일 나오미 베넷이 살해당한다. 살인범은 그녀의 신원을 알 수 없게 시체를 잔인하게 처리한다. 연쇄살인사건을 이야기의 축으로 끌고 나갈 수도 있었으나 '어두운 기억속으로'의 저자 엘리자베스 헤인스는 사랑한다는 말을 내세워 폭력을 일삼는 리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캐서린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흔들어 놓았다. 사랑이라 이름 붙였지만 잔인한 폭력 뿐이었던 리와 캐서린의 관계는 누구 하나 죽어 나가야만 두 사람의 관계가 끝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끔찍하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 리의 캐서린을 향한 사랑이 폭력으로 변했을까. 아니 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기나 했었는지 의문이 드니 언제부터 캐서린에게 폭력을 휘둘렀는가 묻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육체관계 도중 리가 캐서린의 머리채를 잡았을 때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때 캐서린이 그와의 관계를 끝냈었더라면, 아니 리와의 이별 후 다시 그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삶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한 번 헤어졌던 것이 리의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녀가 사라진다해도 그 누구도 찾지 않게 철저하게 고립시켰던 리가 아니었던가. 처음부터 리는 캐서린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캐서린을 소유하기 위해 대체 언제부터 계획한 것인지 알게 되는 것조차 무섭다. 첫 만남부터였겠지. 캐서린과 리가 처음 만난 날, 그녀가 입고 있던 새빨간 드레스에 시선을 뒀던 리, 캐서린은 그때 그 옷을 입지 않았더라면 하고 수천 번을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했던 이 생각들을 캐서린은 얼마나 절규하며 떠올렸을까.   

 

현재도 미래도 과거의 '리'로 인해 캐서린의 삶은 무너져 간다. 스튜어트가 없었다면 리와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심으로 질식하고 말았을 것이다.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지만 캐서린은 리의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누구도 믿지 않겠지만 창문이 잠겼는지, 문은 잠겨 있는지 몇 번이나 점검을 하고 집 안의 물건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캐서린의 행동이 강박증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보이진 않지만 느낄 수 있다. 리가 다녀갔다는 것을, 언제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이제 캐서린은 리와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캐서린이 스튜어트의 뒤에 숨어 리와의 만남을 회피하거나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스튜어트에 의해 해결이 되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온 흔한 책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카서린은 리가 죽지 않는 한, 리가 죽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공포심과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가 주문처럼 허공에 뱉어낸 단어 "나오미". "캐서린, 너는 절대로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주문과 같았던 이 말을 평생 떨쳐내기 위해 싸워야하겠지만 이제 캐서린은 강하다. 친구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 스튜어트를 지키기 위해 그녀가 하지 못할 것은 없다. 필요하다면 리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강해졌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한 그녀는 끝까지 싸워 이길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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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 | 기본 카테고리 2012-10-1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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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프

이종호 저
황금가지 | 200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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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인 도엽이 '자살'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으나 그가 자살하는 현장을 계속 목격하게 되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홍정희가 도엽의 눈 앞에서 자살한 후 죽기 전에 그녀가 받았다는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메일은 도엽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메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살한 사람들이 모두 받았다는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메일은 분명 죽음을 부르는 메일이었다. 홍정희가 건물에서 뛰어 내리기 전 뒤를 돌아봤었다. 그때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아니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혹 자살이 아닌 것은 아닐까. 머릿속이 터져나갈 정도로 많은 생각들이 들어찼으나 죽음 너머의 진실에 가 닿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소설가 선우와 홍정희가 전화로 대화하는 것을 듣게 된 도엽은 그때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의 대화를 들려주는 것일까. 이것이 아니었다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자살 사건에 대한 관련성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졌겠지만 이때부터 도엽은 자신의 눈 앞에서 홍정희가 계속 떨어지는 장면을 보게 되고 간신히 이어져 나가던 자신의 삶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엽이 바라보는 자신의 삶 또한 환상이나 망상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연쇄적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는 공포보다 도엽의 삶이 이그러지기 시작하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러나 호기심이 공포심을 몰아내 계속 벌어지는 죽음들, 그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서 도엽의 동선을 따라갔는데 도엽이 보게 된 홍정희의 일기를 보게 되면서 죽은 자들의 일상과 그들이 가지고 싶어했던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죽은 사람들이 선택한 죽음의 이면에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라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죽음에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도엽이 막을 수 있는 자살이 있을까. 꼭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 같은 자살자의 죽음을 그가 막을 수 있을까.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메일을 받은 자들은 모두 죽게 되는데 그들은 왜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하게 될까. 인해의 아버지가 트럭에 치어 죽었다는 말을 인해에게 직접 들었을 때 '이프'의 전개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예측할 수 있었지만 인해만은 그녀만은 정석과의 사랑이 환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간절한 바람은 결국 홍정희, 민경, 선우, 도엽이 보았던 환상으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지만 나는 지금도 인해의 엄마를 병원에 함께 모시고 가 준 정석의 마음이 인해에게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홀로 남겨진 인해의 엄마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 그것이 걱정이지만 인해의 엄마 역시 현실이 아닌 환상을 보고 있으니 인해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죽은 이들이 선택한 진실,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꼭 그 진실을 알아야 했느냐, 그 진실이 무엇이라고 고통을 선택하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어리석게도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진실을 쫓고 있을지도 모른다. 삶의 진실이든, 죽음의 진실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죽을 때만 보이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숨이 턱에 차도록 쫓아가고 있을지도. 이렇게 생각하니 삶이 슬프다. 죽은 자들의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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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 기본 카테고리 2012-10-1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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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저/신유희 역
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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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도쿄 타워의 모습도 청명한 날의 도쿄 타워의 모습도 내게는 모두 똑같게만 느껴질 것 같은데 토오루에겐 방 안에서 창문만 열면 마주할 수 있는 도쿄 타워는 늘 그리운 존재다. 토오루와 연상의 여인 시후미와의 관계는, 세상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토오루의 엄마와 같을 것이다. 잠깐 동안의 일탈일 것이라 여기고, 오랜 시간 내려놓지 못하는 관계가 아니기를 바란다. 토오루와 시후미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지도 않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열정적이지는 않으나 타인인 내가 편안하게 지켜보게 될 정도로 그 사랑의 모습에는 아련한 그리움 뿐이다. 토오루가 시후미의 전화를 늘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며 시후미를 향한 토오루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잘 어울린다는 발칙한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그 어떤 사랑의 모습이든 그건 사랑일 테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는 코우지와 토오루가 교차하여 자신의 일상을 들려준다. 왜 두 남성을 내세웠을까. 연상의 연인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여자를 만나고 있는 코우지와 토오루를 통해 내가 뭔가 알아야 할 것이 있는 것일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코우지와의 육체적인 관계에서 야성적이기까지 한 키미코와 코우지는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키미코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코우지는 마침내 그녀와 헤어질 결심까지 하게 된다. '버리는 쪽은 늘 자신'이라고 말하는 코우지의 이 몹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의아하다. 인생이 늘 그렇게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진데. 문제는 연상의 여인에게만 마음을 줘 버리는 코우지에게 키미코는 단지 연상의 여자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미래를 함께 할 사람으로 유리를 염두해 두고 있음에도 키미코를 향한 마음을 끊어내지 못하는 코우지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또 어떤 마음을 숨겨 두고 있을까.     

  

코우지와 토오루가 연상의 여인을 마음에 품고 있음에도 그 사랑을 대하는 모습은 다르다. 그 결말도 다를 수 밖에 없지만 토오루와 시후미의 감정이 점점 깊어져 가는 것에 대한 나의 시선은 토오루의 엄마가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지 않다. 미래까지 함께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이라니, 토오루에게 너무나 불리한 상황의 사랑이 아닌가. 시후미의 남편이 눈치채고 있음에도 두 사람의 관계를 묵인하는 사랑이란, 토오루의 사랑은 수동적인 사랑, 기다리기만 하는 사랑의 모습을 할 수 밖에 없다.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위로한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는 바뀌는 것이 전혀 없다. 이것이 토오루, 네가 원하는 사랑이야? 이렇게 묻고 싶을 정도로 그의 사랑은 답답하다. 시후미의 마음이 점점 토오루에게 다가서고 있음에 위로를 받는 그를 보면서 이것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지 망설여진다.

 

솔직히 이곳에 등장하는 그 누구의 사랑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은 없다. 코우지를 향한 요시다의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요시다를 향한 코우지의 마음은 죄책감일 것이고, 코우지를 향한 요시다의 마음은 피워보지도 못하고 져 버린 사랑에 대한 아픔? 엄마를 원망하고 있지만 자신의 사랑에 대한 가슴앓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우지와 요시다의 미래를 보진 못했지만 오랜 시간 뒤에도 함께 하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은 틀린 예감일까. 아아, 사랑이란 참으로 예측할 수 없는 존재다. 어떤 모습으로 나를 찾아올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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