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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두의 악마. | 기본 카테고리 2012-09-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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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쌍두의 악마 1

아리스가와 아리스 저/김선영 역
시공사 | 201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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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에게 이어진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가니 공교롭게도 기사라 마을과 나쓰모리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맞닥뜨린다. 지난 여름 가까운 사람들의 살인사건을 겪고 잠시 마음의 짐을 내려 놓기 위해 기사라 마을에 방문한 마리아가 또 이같은 살인사건을 겪게 되다니 현재 그녀의 심리상태가 어떠할지 걱정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주 끔찍한 사건을 겪었지만 피하고 도망치고 싶을수록 불행은 결코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리아는 이번 사건으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게 된다. 

 

기사라 마을과 나쓰모리 마을을 연결한 다리가 끊어짐으로써 기사라 마을은 고립되고 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마을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나쓰모리 마을에서는 마리아와 에가미를 기다리던 아리스와 모치즈키, 오다가 카메라맨 아이하라가 살해된 사건을 독자적으로 해결하여 범인이 누구인지까지 밝혀낸다. 지금까지 에가미에 의해 사건이 모두 해결되었던 것과 달리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했던 아리스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줘 잠시 놀라긴 했다. 서로 의견을 내며 이리저리 끼워 맞춰가던 추리가 어쩐일로 범인을 밝혀내는 것에 이르는 것이 더 놀랍긴 했지만 어쨌든 나쓰모리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들에 의해 해결이 된다.

 

기사라 마을과 나쓰모리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분명 어떤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것이라 짐작 가능하다. 오노와 아이하라가 기사라 마을을 예술의 디즈니랜드로 변화시키기 위해 의기투합한 것이 아닐까 하고 예측했었으나 이런 나의 생각과 달리 상황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로 소통이 되지 않던 두 마을에서 에가미와 아리스가 서로의 생각을 읽는 듯 퍼즐을 맞춰가는 모습은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사건의 긴장감을 높여 독자들을 이끌어 간다.

 

지금까지 작가가 아무리 에가미가 알고 있는 정보의 정도가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맞춰보라고 말해도 도대체가 범인이 누구인지, 범인의 살해 동기도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에가미가 설명해주는 것조차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이번 사건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두 마을을 연결하고 있던 다리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더이상의 살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폐쇄적으로 살아가던 기사라 마을이 다리가 무너지며 고립되어 버리고 스스로 나서서 범인을 밝혀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놓이게 된 것이 안타깝다.

 

범인은 끝까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그런 범인의 자백을 받기 위한 에가미의 설명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지금 이 상황이 참으로 답답하다. 에가미가 '악마'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살인범에게서는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가 없고 범인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 이유조차 공감하기 힘드니, 오롯이 작품을 즐기기가 힘이 든다. 아리스의 마리아를 향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것을 생각하는 것이 더 즐겁겠다. 기사라 마을을 지척에 두고 마리아를 만나지 못하는 아리스의 애틋함은 뭐라 표현해야 할까. 기사라 마을에서 고립되어 에가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던 마리아의 에가미를 향한 감정은 무엇일까. 그냥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었을까? 아리스보다 에가미와 더 잘 어울리는 마리아를 바라보면서 개인적인 가족사까지 말하며 속마음까지 보여줬던 에가미가 마리아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리스에 대한 배신은 아니겠지. 아주 아주 큰 욕심이겠지만 에가미가 해결할 다음 사건은 지금까지와 달리 범인이 누구인지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마리아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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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코에게 희망을 줄 수는 없었나. | 기본 카테고리 2012-09-1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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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저/김해용 역
북스토리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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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이 생기면 늘 이 행복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누가 시샘이라도 해서 행복을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 소소한 즐거움에도 감정 표현을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다. 행복 다음에는 불행이 찾아 오지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 결코 불행은 하나만 찾아오지 않는다.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휩쓸고 가 버린다. 교코의 가족이 그러했다. 처음 교코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작은 방화 사건으로 시작했으나 이 사건으로 점점 아이들이 웃음을 잃어버리고 내 집을 마련하여 화단을 가꾸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은 교코의 바람마저 산산조각 내어 버린다. 모든 것은 남편 시게노리 탓이다.

 

시게노리가 자수를 하였다면 사건이 크게 번지지 않고 마무리 되었을 일을 경찰들은 이 사건에 기요카즈회를 수사한답시고 그들을 끌어들이고 시게노리가 방화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경찰들이 감시하고 시게노리가 방화범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면서 교코는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폭주하기 시작한다. 교코가 마트 직원의 인권을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내용은 별 필요가 없는 이야기였다. 교코가 앞으로 남편 시게노리의 잘못으로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사면초가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교코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기 위해 넣은 것이겠지만 이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밑바닥까지 내려간 교코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녀가 선택한 최악의 상황을 그려놓음으로써 평범한 가정이 얼마나 간단하게 부서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면 제대로 보여준 것이 맞지만 교코의 선택에 '희망'을 담아 놓았다면 달라진 결말에 안도하며 독자들은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불행, 불행 또 불행, 이것들만 담아 놓으면 독자들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는가. 소설이 현실과 같다면, 여기에서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작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구노 형사와 하나무라의 대립은 경찰들의 업무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개인적인 복수심까지 담겨 있다. 한 여자가 얽혀 있어 하나무라는 "구노만은 용서할 수가 없다"고 부르짖고 있지만 구도에 의해 감시를 당하며 경찰직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몰린 부정부패의 대표격인 하나무라가 구노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나무라의 복수심 덕분에 그가 가요카즈회가 손을 잡고 불량 학생들인 유스케와 요헤이까지 중요 인물로 등장시켰으니 주부인 교코, 형사 구노, 불량학생들 요헤이, 유스케, 히로키 조폭 가요카즈회까지 등장하여 작은 방화사건을 거대하게 만들어 꼭 등장할 필요가 없는 인물까지 등장시켜 교코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만들어 버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교코를 힘들게 하는 시게노리에 대한 구노의 감정은 범인의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서 교코를 죽은 아내와 동일시 하는 상황에 이르고 교코의 선택에 가장 안타까워 한다. 그가 교코의 잘못을 덮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역시 직업이 경찰인지라 공정하게 처리한다.

 

교코가 선택한 삶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녀는 가족을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교코가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을까. 아이와 함께 지금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순 없었을까. 시간을 조금만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고 후회하는 그녀를 보면서 행복은 조금의 틈만 생겨도 무너질 수 있지만 이대로 무너져 버릴 것인지,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아가겠지만 견디는 것을 선택할지는 오로지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노는 교코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그나마 살아갈 의지 정도는 남아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그것이 자신만을 위한 삶이든,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한 삶이든, 이 결정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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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 기본 카테고리 2012-09-1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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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저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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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기억만 나고 그래서 눈물나고 외롭고 쓸쓸하나요. 뭘 먹어도 맛이 없고 거리에서 손 꼭 잡고 다니는 연인들을 보는 것이 힘드나요. 이제는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들고 헤어진지 얼마쯤 되었는지 헤아리며 잠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실연' 당한 것이 맞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잠든 깊은 밤, 다른 사람들이 눈 뜨지 않은 이른 아침 인터넷 세상을 배회하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을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될지도 몰라요. '나 말고도 이 세상에 실연의 아픔을 가지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처음에는 이런 작은 위안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다 헤어진 사람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다는 글에 결심을 하게 되겠죠.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에 참석하자고. 그러다 깨닫게 되겠지요. 이런 과정이 없다면 새로운 삶을, 새로운 사랑을,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요.

 

그러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 미도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순수함을 잃게 되면서 조금은 불쾌한 기분이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이든 그 '실연'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 모임을 통해 위로를 받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미도에게도 실연의 아픔은 있었다. 그녀에게 사그러진 사랑에 대해 들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에 나타나 밝게 인사하는 것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해 보인다. 결코 이곳에서 어울리지 않는 사람, 사강은 지훈이 실연 당한 사람이 아니여서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겐 미도가 그랬다. 사랑과 이별, 아픔 같은 것이 사치로 느껴질만큼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한다 해도 미도에게는 지훈과 사강이 앓고 있는 아픔은 없어 보였다. 미도에게는 사랑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아픔도 이용할 수 있는 냉정함이 어울린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으로 인해 지훈과 사강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다가서고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게 되지만 그 아픔과 상처는 오롯이 홀로 감내해야 할 몫이다. 이 모임으로 삶이 크게 변한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미도였다. 이 모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어떻게 삶을 바꿔줄 수 있을지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정과 지훈의 사랑이 이별을 맞은 이유는 그저 평범한 연인이 오랜시간을 함께 한 권태기 때문이었을까. 또 다른 이유가 있을테지만 어떤 이유가 있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지훈의 마음 속에 아픔이 되어 남아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 이것이 현정과의 사랑에도 관계가 있었지 않을까. 사강이 정수를 떠나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사강에게 사랑은 처음부터 잘못 끼워 넣은 단추처럼 불편해 보였고 두 사람이 꼭 닮아 있는 서로의 상처를 향해 다가선 것이 사랑의 시작이었으므로 그 사랑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사랑이 끝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핑크빛 사랑 이야기가 아닌 추억들과 아픔들 뿐이었다. 그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이야기들은 편린처럼 조각조각 나버려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조차 없었다. 그저 아픔과 슬픔만이 선명하게 보일 뿐 사랑은 추억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다. 모든 조각들을 이어 붙인다면 지훈과 현정, 사강과 정수의 이야기가 로맨스 소설로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추억속에 의존하여 내뱉어지는 이야기들이 멋진 사랑이야기로 만들어진다면 그들의 사랑도 빛나 보일 수 있을까. 로맨스 소설로 다시 만들어진다 하여도 지훈의 상처가, 사강의 상처가 낫지 않는다면 여전히 슬픈 이야기가 될 것이다. 가족의 상실을 느끼는 이들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면 과거와 같은 사랑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핑크빛 같은 사랑은 아니라도 서로 온전히 다가서고 서로에게 오롯이 몰두하며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이기를 바란다. '사강'이라는 이름을 쓸 때면 '사랑'으로 써 버릴 때가 많다. 사강 사랑과 닮아 있는 이름처럼 그녀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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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 기본 카테고리 2012-09-0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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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매스커레이드 호텔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현대문학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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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세계에서 진실한 모습을 가지고 살아간다. 잠시 머무르게 되는 호텔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없다. 호텔문을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게 되며 잠시 무거운 삶을 벗어놓을 수 있게 된다. 업무를 위해 이곳에 잠시 머무르든, 여행을 위해 이곳에 머무르든, 결혼식을 한 첫 날밤 행복한 꿈을 꾸며 이곳에 머무르든, 자신이 걸어가게 될 삶에서 잠깐 비켜나 일탈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가면을 썼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세 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증거물 분석과 탐문수사, 어느 정도의 용의자 색출과정을 거치고 현장에 남겨져 있었던 숫자 메시지까지 해독을 끝낸 후 네 번째로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될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에 잠입수사를 하면서 시작된다. 독자들이 앞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방해받는 것에 대해 충분히 양보해서 독자들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해도 역시 첫 번째 살인사건부터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특정한 장소의 성격을 지닌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지만 무수히 많은 이들이 드나드는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지금 고객 모두가 용의자가 될 수 있으며 호텔리어가 살인범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누구를 보호해야 할 것인지, 누구를 잡아야 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이 사건의 최대 걸림돌이 된다. 가장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이나가키와 관리관 오자키 등 닛타의 상사들은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져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살인범의 실체를 알 수 없기에 어떤식으로든 반드시 사건이 일어나야 하며 위험한 상황이 벌어져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 닛타는 프런트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여 불순한 의도를 가진 고객들을 찾아내는 역할에만 충실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닛타의 부탁이 있긴 했지만 호텔에 오신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 경찰들이 잠복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살인 사건이 벌어질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나오미의 의견이 옳은 것이 아닐까. 또 어딘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질 수 있음을 가정한다면 호텔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의견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나오미와 대화를 나누며 그녀가 무심결에 던지는 말들을 흘려 듣지 않고 이번 수사에 이용하여 살인범의 실체에 다가가기 시작하는 닛타, 네 번째 피해자가 될 사람이 고객이 될지, 호텔 직원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프런트를 지키며 호텔리어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일 뿐이지만 닛타의 능력을 알아본 노세와 나오미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살인범이 나타날 때까지 이렇다 할 긴박한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아 '닛타 형사의 완벽한 호텔리어 되기'의 휴먼 드라마를 보는 듯 했으나 조금씩 위험한 인물들이 나타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고객의 불만을 호텔리어인 야마기시 나오미가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보다 두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 염려될 정도로 투숙객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닛타가 형사의 감으로 명쾌하게 해결해 버리는 사건이 더 인상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오미가 가르치는대로 호텔리어답게 고객 한 사람마다 마음을 다해 대하기 시작하는 닛타를 보면서 어쩌면 그가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 잠입한 이유가 살인범을 잡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 무심코 저질렀던 일에 대하여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여겨질 정도였다.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것이 나에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되었으며 닛타가 호텔리어가 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뿌듯함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했다.    
 
형사가 아닌 호텔리어가 되어 타인의 삶을 바라봐야 했던 닛타와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나오미 이 두 사람이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것이 많을 것이다. 고객의 신뢰를 얻으면 고객들은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게 될 것이며 더이상 가면을 쓰지 않게 될 것이다. 고객 뿐 아니라 호텔리어들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호텔이 현실 속 진짜 삶 속에서 함께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그 해답은 없으나 고객들이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만으로도 호텔이 현실이 아닌 꿈의 세계에 있다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호텔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만은 모두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가와 교수, 가가 형사는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조금은 친숙해졌으나 닛타 고스케 형사와는 처음 대면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아직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그가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와 노세 형사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능력만을 내세워 출세를 위해 달려가는 인물이 아니라서 안심이 된다. 이번 사건을 유가와 교수와 가가 형사라면 어떤식으로 풀어갔을지 궁금하다. 유가와 교수의 전문적인 지식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사건이니 가가 형사와 닛타 형사가 함께 사건을 풀어갔다면 좋았을 것이다. 노세의 역할을 가가 형사가 맡았다면 정말 멋진 콤비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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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 기본 카테고리 2012-09-06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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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저
파란 (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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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달을 품고 달이 해를 품는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린가. 그렇지만 임금 훤이 월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 월이 훤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 알게 되면 이 말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액받이 무녀 '월'과 임금 '훤'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하늘과 땅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우나 월에게 임금 훤의 자리는 자신의 손이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나 절절하나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처음 훤이 연우를 마음에 담았을 때 연우의 오빠 염을 마음에 담은 훤의 여동생 민화공주를 보면서 훤과 연우의 사랑이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지만 연우가 세자빈에 간택되고 바로 죽음을 맞게 될 줄은 몰랐다. 철 없어 보이는 민화공주와 염이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 의외이긴 했으나 염이 집안을 살리기 위해 민화공주와 혼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려니 했다. 그러나 연우가 죽고 마음의 문을 닫은 염을 향한 사랑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는 민화공주의 모습에 웃음짓게 되어도 훤과 연우를 생각하여 크게 웃을 수가 없었다.

 

훤이 월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운검인 제운조차 월이 누구인지 아는데 훤만은 가장 가까이에 있음에도 월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훤과 월의 사랑이 안타까워 제운에게 야속했지만 월을 사랑하는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하는 제운도 가여웠다. 양명군, 훤, 제운은 월을 마음에 담는다. 세 남자가 모두 월을 사랑하다니, 비록 순정만화와 같은 상황이지만 이 소설이 꽤 괜찮은 소설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훤과 월의 가슴아픈 사랑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훤이 월을 곁에 두기 위해 외척세력을 몰아내고 왕권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고 거기에 허염과 민화공주의 사랑, 염을 바라보는 '설', 왕이 되지 못한 양명군의 고뇌를 잘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훤과 월이 주고받는 말에 닭살이 돋아 차마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긴 해도, 그 시대에는 으레 그랬을터라 못참을 것도 없다. 후에 양명군에게, 제운에게, 월에게 '어머니'란 말이 어떤 의미가 되는지 알게 되면 나의 이런 마음조차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리지만.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결말까지 달려가는 '해를 품은 달'. 가상의 왕을 내세워 한 편의 멋진 로맨스 소설이 탄생했으나 소설속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였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이렇게 명쾌한 결말을 내기는 힘들다. 외척세력을 일거에 몰아내고 왕권을 회복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훤과 월의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훤과 양면군의 사이 또한 임금과 신하로, 형과 아우로 이렇게 마음을 다해 함께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형제가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독자들을 눈물 짓게 하고 가슴을 울리게 하는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임금인 훤이 월 앞에서만은 평범한 사내가 되어 여느 남녀처럼 그렇게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도 이 소설이 결코 가벼운 로맨스 소설일 뿐이라고 말하진 않겠다. 그러나 훤과 월의 사랑을 중심에 놓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면 다른 느낌의 소설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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