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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넷째주 제73호 | 다락편지 2000-10-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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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일찍 일어난다구요? 아, 그건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부인. 어찌된 일인가 하면, 사실은 제가 원래 늦잠을 자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죠' ... '그러니까 … 원래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까지는 없다고나 할까요. 양심이라는 것은 말입니다, 부인, 양심이라는 것은 고약한 것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저 같은 부류의 사람은 평생토록 양심과 실랑이를 벌인답니다. 이래저래 양심을 속이면서도, 약삭빠르게 약간은 만족시켜 줘야 하니까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요. ... 게다가 우리가 정신 생활을 영위하는 일체의 방식, 그러니까 우리의 세계관이나 작업 방식은 ... 끔찍스럽게 불건전하고 시간 관념을 없애는 소모적인 작용을 하는데, 그 때문에도 사태가 더 악화되지요. 그런데 약간의 진정제가 있긴 합니다. 우리들 가운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를테면 어느 정도 절도를 지키고 엄격하게 위생적인 생활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토마스 만, 「트리스탄」중에서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요즘은 이상하게도 잠이 일찍 깨는 편입니다. 그래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괜히 이불 안에서 몸을 굴리면서 누워있습니다. 눈도 감은 채로. 덕분에 집에서 나서는 시간은 예전과 같죠. 그래서 막히는 버스 안에서 후회를 하지요. 왜 일찍 일어나지 못했던가 하면서. 특별히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좀더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면서 몸을 뒤척입니다. 어찌보면 시간이 가기만을, 그래서 정말로 일어나지 않으면 안되는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누워있는 것 같습니다.
  집을 나서는 버스 안에서 후회를 할 때마다 저는 위의 구절을 떠올립니다. 저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맥락의 말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말하는 그 '절제'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주인공의 말대로 조금 넓게 생각해 본다면 일찍 일어나서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는 것이 더 큰 만족감을 줄 것입니다. 사실 그 '절제'라는 말 자체는 만족감이나 쾌락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끊임없이 '시간 관념을 없애는 소모적인 생활' 속에 안주하려는 자신을 추스리고 다스린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이 한 순간의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른 새벽의 공기 속에서 입김을 내뿜으면서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는 약간의 우쭐함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마침 시기도 알맞은 가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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