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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넷째주 제124호 | 다락편지 2001-10-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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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큰한 다방 커피를 한 잔 턱 들고서 문 앞에 섭니다. 문에는, '당기세요'라고 쓰여있군요. 전 착한 시민입니다. 그래서 당기라면 당기고, 밀라면 밀죠. 만약 책과 컵을 들고 있어서 손이 자유롭지 않다면 컵을 물고 책을 끼고서라도 당깁니다. 생각해보면 제 아침은 '당기고, 당기고, 열리고(자동문), 열리고(또 자동문), 밀고, 당기고, 밀고, 또 밀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끔 몇 가지 변용이 있기도 하죠. 이를테면, 반 바퀴 돌기(회전문), 옆으로 당기기(미닫이문), 몸으로 밀기(지하철 막대기 문) 같은 것 말이죠. 착한 시민 여러분을 위해서 카페를 하나 구상했습니다. 그 문에는 '미세요' 라거나 '당기세요' 따위는 쓰지 않겠습니다. '부수세요'라고 써두겠습니다. 손님 한 분에 문짝 하나씩 버려야 하기 때문에 창고에는 커피 자루 대신 각종 문짝이 쌓여있을 겁니다. 그 카페 개업 광고 문구는 이렇게 되겠죠. "착한 시민의 스트레스를 날려드립니다. 닫힌 문짝을 부수고 기분을 푸세요. 저희 카페로 오시려면 밀고, 밀고, 당기고, 또 밀었다가 당기시면 됩니다."

따지고 보면 그와 아내가 이 사회에 끼친 해악이란 엄밀히 말해, 없었다. 그들은 어차피 사회 체계 바깥의 존재인 것이다. 그런 존재는, 제 아무리 용을 써도 사회 체계 안의 내용물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괴물스런 위력이 얼마나 막강하든,바깥에 존재하는 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의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 백민석, 『목화밭 엽기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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