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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다섯째주 제172호 | 다락편지 2002-09-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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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하나 샀습니다. 작은 병 속에 담겨 있는 것은 단지 먹지 못하는 액체뿐 아니라, 향기 나는 시간입니다. 300mg 병에는 향기 나는 시간이 두어 달쯤 들어있습니다. 향수는 아주 살짝 뿌리는 데 묘미가 있는 듯 합니다. 뿌린 듯 안 뿌린 듯, 살짝, 오랫동안 은은하게......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사고 싶어합니다. 재미있는 시간, 짜릿한 시간. 가끔은 이런 시간을 살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즐거운 시간도 질리도록 많이 사서 가지고 있다보면, 금방 싫증이 납니다. 마치 한 달치 향수를 한꺼번에 뒤집어쓴 것처럼 지겹죠. 즐거움, 기쁨, 좋아하는 것들도 향수처럼 쓰면 어떨까요? 쓴 듯 안 쓴 듯 살짝, 오랫동안 은은하게.......

그루누이는 순간 당황했다. 내가 소유하고자 하는 이 향기는 뭔가... 이 향기가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기억 속에서는 모든 향기가 영원한데, 현실의 향기는 소모되어 버린다. 세상에서 덧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그 향기가 소멸되어 버리면 내 향기의 샘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 파트리크 쥐스킨트, 『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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