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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넷째주 제188호 | 다락편지 2003-01-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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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심지어 순간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순과 간 사이의 그 짧은 틈에도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는 건, 참말이지 경이로운 일입니다. 언뜻, 모자 아래로 보이는 군고구마 파는 할아버지의 표정인지 눈빛인지... 신호등이 빨간 불에서 파란 불로 깜박 바뀌는, 깜과 박 사이에 끌려 그 따뜻한 연기 속에 한동안 서있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아직 한번도 탐색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방대한 공간이, 얼어붙은 지역들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 그러한 탐색은 정확성을 통해서가 아니라 유머로부터 순진함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공감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순간과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이에는 어느 한순간, 믿음이 뚜렷해지며 구체화되는 순간이 있다. 그러한 순간이야말로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을 본질적 요소로 지니게 되는 '효력이 강한' 소설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다. ... '아'하는 감탄사를 발하는 그러한 순간, 그렇게 감탄사를 발함으로써 그때까지 행간에 놓여 있던 공백을 메우게 되는 그런 순간에 말이다.
--- 르 클레지오 저, 『조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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