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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사사로운 책꽂이 2007-08-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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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에밀 아자르 저 | 문학동네 | 2001년 11월


 

내게는 인디언같은 친구가 있었다. 그 녀석의 하숙방은 먼지와 쓰레기가 뒤덮여 동기들은 차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한번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아서 내가 우산을 쓰라고 재촉하면, 샤워하는 중이니 괜찮다고 대답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황하고 있던 그 시절, 어느 책도 나를 당기지 않을 때, 그 애에게 무심코 문자를 보내어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아무렇지 않게 그 애가 내게 보내온 책의 제목이 바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였다.

 

책을 들고 몇 편의 단편소설을 읽어 내려 갔을 때, 나는 아주 이상한 기분을 갖게 되었다. 안개로 뒤 덮인 낯선 곳에 서 있는 느낌. 그리고 그 느낌 뒤에 나를 찾아온 것은 작가와 내가 마치 두뇌 싸움을 하는 듯한 즐거움. 책을 읽을 때 나는 항상 읽을 때 문장이 입에 착착- 붙는 느낌보다는 다 읽고 난 뒤, 시간이 흐른 후에 여운처럼 밀려오는 후폭풍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나에게 생각하기를 요구했다.

 

필름처럼 전개되는 그의 이야기를 예측하며 읽어내려가노라면, 보란 듯이 작가는 나에게 전혀 생각지 못한 다른 결말을 보여주곤 했었다. 그 재미에 한편 한편이 끝날 때마다 소리를 질러가며, 그의 재능에 탄복하고는 했었다. 그리고 책을 다 덮었을 때, 안개로 뒤 덮인 낯선 곳 같은 그 느낌 속에서 나는 그가 말하고자 했던 사람을 발견하고 작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누가 그를 염세주의자라고 했던가? 사람에 대한 애정 없이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는 나 혼자만의 읊조림이 아닌 타인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컨텐츠팀 김수연(http://blog.yes24.com/kimsoo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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