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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떤 달걀 프라이를 좋아하세요? | 읽을거리 2014-08-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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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달걀 프라이를 좋아하세요?

 

 

여행을 떠나 보면 무거운 배낭에, 더운 날씨에, 덜컹거리는 버스에, 모르는 언어와 낯선 잠자리에, 때때로 호강보다는 고행에 가깝다. 그러한 여행 속에 호사스러운 일을 꼽으라면 나에게는 그것이 아침 식사이다. 일상에서의 나는 아침밥을 잠이란 녀석에서 내어준 오래이다. 5분만 .. 5분만 ..  하지만 여행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느긋하게 일어나 아직 몸은 침대에 누운 아침으로 무얼 먹을까를 생각한다. 여행자에겐 아침밥이야 말로 여행의 힘이 되어주니까. 그날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갈지는 일단 아침밥을 먹으면서 궁리한다. 머무는 숙소에 아침이 포함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식사 장소를 물색하는 즐거움도 크다. , 오늘의 베이스캠프를 골라볼까.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왠지 끌리는 장소가 있다. 말로는 자세하게 설명할 없지만 여행자의 본능을 자극시키는 끌어당김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들이 있다.  

그날의 상태나 기분에 따라 혹은 취향에 따라 메뉴는 다양해진다.  토스트에 오렌지 주스일 수도 있고, 크루와상에 진한 커피를 곁들일 수도 있고, 이국의 향이 물씬 풍기는 쌀국수일 수도 있고, 향긋한 과일 조각일 수도 있고, 진하게 끓여낸 짜이() 한잔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됐건 아침식사 한다는 일단 중요하다. 에너지가 칸씩 차곡차곡 충전된다. 시간을 마음 편히 즐길 있다는 사실이 여행자를 달뜨게 한다. 여행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 무한대로 마음껏 뻗어있는 자유로운 시간들. 어쩌면 아침식사보다 호사스러운 이런 시간들일지도 모르겠다      

 

 

 

달걀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프라이 개요! 써니 사이드 업으로! 어딜 가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침식사 메뉴는 바로 달걀 프라이.  달걀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하고 물어오면 취향이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티없이 하얗고 깨끗하게 구워진 위에 태양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개의 3D 입체 노른자. -하고 깨트려 흐르는 노른자에 빵을 찍어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옆에 앉은 여행자는 아마도 모를 것이다. 그의 접시엔 흰자와 노른자의 양면이 바싹 구워진 달걀 프라이가 놓여져 있다 "노른자를 익히지 말고 빵을 찍어서 한번 먹어봐. 얼마나 맛있는데!" 나는 어느새 취향을 남에게 고집하고 만다. 상대방의 취향을 폄하하려고 그러는 아니다. 단지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고 싶고 권해주고 싶어서라고 스스로 합리화를 해보지만 역으로 생각한다면 이거야말로 오만함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고 무엇이랴. 타인에게도 자신만의 오롯한 취향이 있다는 사실을 달걀 하나로 간단히 무시해버린 꼴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마다 달걀을 먹는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다. 노른자를 살짝 터트려 반만 익힌 프라이, 삶은 달걀, 스크램블 스타일, 끓는 물에 익힌 수란에서부터 베이컨과 치즈, 버섯 따위를 넣은 오믈렛까지. 달걀 먹는 방법 하나도 이렇게 다른데 하물며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다를까.

 

 

취향의 발견

 

  집에 내가 고른 물건 있어? 내가 좋아하는 하나쯤 놔두면 안돼? 핑크색에 온통 그림 벽지. 이상은 참아!”

영화 <타인의 취향>에서 남편이 아내를 향해 내뱉은 말이다. 특별한 취미도 없고, 문화와는 거리가 삶을 살던 기업체 사장인 주인공은 아내가 그녀만의 취향에 따라 집을 꽃무늬와 핑크 톤으로 꾸며온 것을 묵묵히 참아왔다. 하지만 자신이 처음으로 직접 사서 벽에 걸어놓은 그림을 아내가 묻지도 않고 치워버리자 그만 폭발해버린 것이다. 부분에서 크게 공감할 밖에 없었는데 우리집으로 말할 같으면 나와 남편의 취향이 달라서 각자의 취향을 서로 배려해 꾸미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되었다. 벽은 그리스 , 커튼은 프로방스 , 소파는 스타일에 거실에 까는 러그는 멕시코 , 벽걸이용 장식은 발리 풍이다. 간혹 치킨이나 택배를 배달해주시는 분들의 눈빛에서 나는 그것을 읽을 있었다. 우리집은 인테리어가 요상하다는 . 어느 남편도 영화 주인공처럼 외칠지도 모를 일이다. 프로방스 풍의 커튼은 도저히 참아 주겠다고. 그렇다면야 나는 당장... 떼어내..... 치워줄....... 용의가............... 있고 말고

 

사진 출처: 영화 <타인의 취향>

 

 누구나 자기만의 취향을 가지고 있듯이 역시 그렇다. 좋아하는 작가, , 그림, 영화, 음악, 옷이나 액세서리 스타일에서부터 즐겨 마시는 커피와 음식에 이르기까지 순간 취향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고 보면 영화에서 주인공은 동안 취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자신 안의 취향을 새로이 발견하고 드러내게 되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또한 사랑하게 보였다. 처음으로 연극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사고, 자기의 취향이 무시되자 분노를 한다. 드디어 자신만의 욕망을 분출하고 그것을 지키고 싶어진 것이리라. 그러니 취향이란 욕망의 발현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해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있다

김경 작가가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에서 어떤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정말로 공감한다. 역시 모르는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을 묻는 질문은 대게 취향에 관한 것들이다. 취미는 무엇이며 즐겨보는 책이나 영화는 무엇인지,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런데 신기한 것은 돌아오는 대답에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속속들이 없지만 어느 정도는 파악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향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자 인간 자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일 밖에.

 

 

누가 뭐라고 하든 나에게 좋은 것들을 찾아서

 

언젠가 노트를 펼치고 내가 좋아하는 대상들의 리스트를 나열해 보았다. 계절, 날씨, 여행지, , 사람, 취미 등등. 시간을 들여 세부적으로 적어 보았다. 그것들은 명사에서 동사로 옮겨갔다. 예를 들면 나는 여행 좋아한다. 디테일 하게 이야기하자면, 장소 짐을 풀고 그곳에 단골 카페를 만들어 아침이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오후엔 느긋하게 동네 산책을 다니는 좋아한다. 그러니 1주일을 머물러도 가본 곳이 별로 없는 게으른 여행을 즐긴다. 촉이 빠른 사람들은 이것만 보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일지 조금은 있으리라. 그렇게 쌓인 목록들을 모아보니 나만의 색깔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속에 내가 보였다. 나는 이러이러한 것들을 좋아하는구나. 취향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살게해주는 것이로구나. 앞으로도 재미있게 살아가려면 취향을 하나 둘씩 발견하며 늘려가야겠구나. 누가 뭐라고 하든 나에게 좋은 것들을 찾아서 말이지.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친구와 서로의 취향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다 선택의 기준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입맛은 선천적인 것도 같고 취미는 성향이 반영된 듯도 하고 책이나 영화는 보고 자란 문화와 환경의 영향에 의해서 자연스레 형성된 같기도 하다. 분명한 오직 '경험'에 의해서 나만의 취향으로 자리잡을 있었다는 것이다. 경험한 후에야 정말로 좋아하는지 아닌지 있었다. 산다는 경험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듯이 기왕이면 신나는 경험을 많이 해야지 싶다. 나에게 있어 신나는 경험의 으뜸은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해보지 않은 것들이 주는 낯섦과 두려움을 아닌 것으로 곧잘 만들어 버리곤 했다. 모르는 길에 나를 떨어트리고, 피부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고, 처음 보는 생경한 음식을 먹게 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행에 너무나 알맞은 체질임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아무거나 먹는다는 . 현지 음식 적응률 100%! 여행을 하기 전에는 독특한 풀이나 향신료 랄지 특이한 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먹게 되리라곤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다. 이제는 여행할 때마다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현지의 요리를 배울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다. 세상 어디를 가든 취향만큼이나 다양한 음식들이 있고 그것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쿠킹클래스가 있었 

 

 

 

 

띠링.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내일 아침 9 숙소 앞에서 봐요 와얀, <발리의 부엌>으로부터

처음 먹어본 발리의 음식에 반해 나시 짬뿌르 배워보기로 했다. 음식은 밥과 여러 가지 반찬을 같이 먹는 것으로 우리 식으로 번역하자면 백반, 영어로 말하자면 발리식 타파스 정도가 된다. 우붓의 아름다운 계단식 길을 내달려 와얀의 집에 도착하니 부인인 뿌스파가 요리 초보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MBA 때문에 와얀과 결혼했다는 그녀. MBA? 누군가 묻자, Yes! Married By Accident! 다들 한바탕 웃고는 요리를 위한 질문이 이어졌다. “혹시 채식주의자 있나요?” 호주에서 모녀가 손을 들었다. “오케이, 그럼 나머지는 노말 (Normal) 이군요.” 순간,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지는걸 느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여행자들은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며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호주에서 모녀 딸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나머지는 노말이라니! 그럼 우리가 비정상이란 소리야?” 그러자 그녀의 엄마가 타이르듯 말했다. "여기는 발리라는걸 명심해. 호주와는 음식 문화가 많이 다르기도 하고 표현의 차이일 수도 있어. 그저 일반적인이란 의미로 말한 같구나. 하기야 이곳의 문화권에서 채식만을 한다는 비정상이긴 하지 뭐."    

호주 모녀는 고기와 생선을 포함 달걀이나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완전채식인 비건이었다. 인도네시아 음식에서 야채만 넣어 볶은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음식에 고기가 들어갔다. 그러니 뿌스파는 수업 내내 그들을 위해 고기 대신 대체할만한 재료를 따로 준비해주고 혹시나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일일이 물으며 최대한 신경 주었다. 그녀들도 비정상 기분을 버리고 즐겁게 요리 배우기를 즐겼다. 그래도 궁금한지 뿌스파는 슬쩍 묻곤 했다. “그럼 도대체 평소엔 무얼 먹어요? 먹을게 있나요?”  

요리 수업이 끝나고 다같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각자 만든 음식들을 앞에 놓고 시식 타임을 가졌다. 호주 모녀가 만든 채식으로 재탄생한 발리식 요리를 먹으며 다들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뿌스파가 선포했. “앞으로 이걸 수업 메뉴에 넣어야 되겠어!” 우리는 서로의 다른 음식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즐거이 먹고 또 먹었. 미국에서 여행자는 자신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고기를 부러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배운 꼬치구이 요리인 사떼는 너무나 훌륭해서 감사히 즐겼노라고. 다들 끄덕이며 맛있는 요리의 비법을 전수해준 와얀과 뿌스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취향이란 누군가의 삶의 방식이고, 취향을 존중한다는 결국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임을. 여행을 통해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나와는 다른 취향들이 존재하기에 이렇듯 다양한 세상을 즐기고, 맛보고, 또한 그들과 다른 이렇게 존재할 있다는 아무래도 멋진 일임에 틀림없는 같다. 언젠가 세계의 쿠킹클래스를 통해 세상의 모든 낯선 음식들과 다양한 취향들을 만날 있길 기대한다. 혹시 아는가? 그렇게 배운 요리로 로망 리스트 하나인 바닷가 근처에서 국적불명의 요리를 내는 작은 카페를 있을지. 그러면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취향을 생각해서 달걀 프라이의 다양함에 힘쓰리라:)

 

달걀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아래 사항을 체크해주세요!)

요리 방법:
써니사이드업 / 양쪽 모두 익힘 / 스크램블 / 오믈렛  (*수란/삶은 달걀도 가능)

노른자 익힘 정도:
레어 / 미디엄 / 웰던

흰자 익힘 정도:
바싹 / 중간 정도 적당하게 / 몽글몽글

* 고르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오늘의 주방장 추천 달걀 프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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