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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 제철소의 분홍 연기 | 인문사회 2021-02-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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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 저/오현아 역
마음산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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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Rust Belt" 

이름 그대로 녹슨 갈색 혹은 잿빛을 상상하게 하는데, 책 표지의 오묘한 분홍빛에 끌렸다. 3년 전에 읽은 [힐빌리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학력자본과 필력을 생존무기 삼아 일어난 러스트벨트 출신 저자가 썼다. 사진을 뒤져보아도,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표지 사진처럼 제철소 연기가 매혹적인 꽃분홍색인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저자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그 주황+분홍의 불꽃에 장엄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로서 나는 420쪽이나 되는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제철공장의 기계와 작업환경에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꼈는지, 죽음의 공포가 얼마나 지속적이었는지를 파악했다. 저자는 어려서 수녀되기를 꿈꾸다가 교수가 되는 꿈을 품고,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쥐가 출몰하는 아파트에 살아도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없자, 29세에 클리블랜드 제철소에 취직했다. 그 곳 보수가 넉넉했기 때문이었다. 

 

 

엘리스 골드바흐, 저자는 이미 고소공포증을 극복해가며 페인트공으로도 일해봤고 무엇보다 여자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러스트벨트 제철소 일은 쉽지 않았다. 신입 사원들에게 안전 교육만 수백시간을 시키고 "주황모자"임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켰다. 이유가 있었다. 상상하기에도 버거운 사고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곳에서 3년을 일하며 주황모자(신입)를 벗고, 노랑모자(경력자)를 썼지만 "사고사"에 대한 공포는 압도적이다(적어도 책 읽는 내내, 감정이입 잘하는 나는 공포를 느꼈다).  

 

  

 

 

불규칙한 교대 근무 시간과 육체적으로 극한 노동 때문에 저자는 지쳤다. 게다가 가문의 병력으로 내려오는 '조울증' 증상이 심해져서 교통사고를 내거나 스스로 정신병원을 찾기도 했다. 포기하고픈 상황에서도 저자는 제철소 동료들의 동료애 덕분에 힘을 얻는다. 아픈 이야기를 품고 있으나, 주저 앉지 않고 묵묵히 살아나가는 블루칼러 노동자들에게 인간적인 존경심을 품으며 일어날 힘을 얻는다. 저자 동영상 인터뷰를 보면 누구라도 느끼겠지만,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은 철강 노동자로 대변되는 미국의 블루컬러 노동자들에 대한 헌사이다(플러스, 그런 노동자들을 선동하는 트럼프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하는 글이기도 하다.)

 

 

    

 

Jean Beaufort/CC0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는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였고, 한국에서는 '사회학, 여성학'과 연관지어 홍보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사회과학적 분석의 비중은 극히 낮다. 페미니즘의 교점도 얼마간 찾을 수는 있지만, 이 책은 보다 정확히는 "자전적 치유수기"로 보인다. 일상생활이나 정규직 노동자 되기 어려운 큰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던 저자가 3년 간의 제철소 노동을 마치고, 다시 석사 학위를 따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담히 서술한. 

 

아팠던 사람들, 혹은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글쓰기로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한가 보다. [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에서도 저자 셰퍼드 박사가 자신의 정신병력을 오픈하는 마지막에 가서야 왜 이처럼 소소한 자기 이야기를 드러냈는지 이해가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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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타고 세계여행 | 꼬마들그림책 2021-02-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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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변기 타고 세계 여행

에리코 글/테라사키 아이 그림/사토 미쓰하루 감수/김윤수 역
푸른숲주니어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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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빠진 세계사]를 쓴 이영숙은 '똥, 오줌, 방귀, 입 냄새' 등 소위 지저분한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관심 보이는 데 착안해서 책을 썼다 합니다. 학생뿐일까요? 심지어 ㄱㄴㄷ 모르는 꼬마들도 "뿌웅~~"하는 의성어에 반응하고, 소프트 아이스크림 모양 똥 그림에 열광합니다. [변기 타고 세계 여행]은 그런 아이들 취향을 저격한 '책 장난감'입니다. '책 장난감? 어딜 봐서?' 궁금증이 드는 예비 독자에게 힌트를 드리자면, 이 책은 카툰, Q&A, 카드 뉴스, 사다리 타기, 스피드 퀴즈 등 다양한 형식으로 똥과 변기 이야기를 하거든요. 촘촘한 구성의 학습서가 아니라, 꼬마들 취향 저격하여 재미와 학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주는 기획입니다. 혼자 읽을 때보다 여러 명이 퀴즈 형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책 내용 소화하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변기 타고 세계 여행]의 부제를 달자면, "화장실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쯤 될 텐데요. 이 책에서는 생태적 환경과 기후 조건, 지역의 관습과 종교, 물질적 풍요도, 건축과 도시문화의 특성 등등 다양한 조건들이 상호 작용하여 얼마나 다양한 화장실 문화를 창조해내는지를 보여주는 게 핵심입니다. 그것도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요. 

 

 

 Licht-aus from Pixabay CC0

 

 

예를 들어, "화장실에 휴지가 없을 때 어떻게 해결할지" 미션을 주고 해결법을 유도합니다. 미션 페이지의 바로 뒷장에서, 이란의 (비데 대신) 샤워기 처리법을 소개하죠. 나아가, 이란의 지리적 문화적 특성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요. 이처럼 [변기 타고 세계 여행]은 지루할래야 지루하게 여길 수 없는 "똥"과 "변기"를 키워드로 세계의 다양한 지역과 인간의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는 책이랍니다. 

 

 

 

 

혹시 모릅니다. 이 책에서 시작한 궁금증들을 계속 이어나가다 보면, 독자 나름대로 변기의 문화사를 아카이빙 할 수 있을지도요. [변기타고 세계 여행]으로 입문한 독자에게 심화코스로 몇 권 소개드립니다. [변기에 빠진 세계사]의 참고 문헌 목록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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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좋은 질문부터 필요해! | 꼬마들익힘거리 2021-02-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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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

스테파니 뒤발,상드라 라부카리 글/파스칼 르메트르 그림/이세진 역
라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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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교과서와 애증관계인가 봅니다. "교과서=시험대비 수험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말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라는 제목에 긴장했거든요. 밑줄 긋고, 핵심정리노트 정리하는 교과서적 자세가 필요한 줄 착각하고요. 아니었습니다. "교과서"에 대한 제 고정관념을 질책하듯,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는 유쾌발랄했습니다. 어린이라면 '성평등'에 대해 궁금해할 내용들을 고루 다루면서, 전혀 딱딱하지도 훈계조도 아닙니다. '성평등'을 키워드인 책인 만큼, 글쓴이들과 독자의 관계도 "평등"해서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목차에는 총 28개의 생각 미끼가 던져져 있습니다. "자가 여자보다 정말 힘이 센가요아기를 갖는 일은 누가 결정하나요여자도 대머리가 될 수 있나요남자도 슬플 땐 울 권리가 있다고 질문만 읽어도 생각 발전소 엔진 가동되는 소리가 들리죠? 흥미롭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 독자는 28개 미끼 중 가장 탐나는 것부터 덥석 물어도 좋겠고, 목차 순서를 밟아가도 좋겠습니다. 어디서 시작하건 28개의 질문을 차근차근 곱씹다 보면 "성평등"을 왜 지향해야 하는지, 어떻게 가능할지 윤곽선이라도 그려질 테니까요.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 는 프랑스 및 벨기에, 즉 유럽 출신 작가들이 협업한 책입니다. 그렇다고 "성평등" 이슈와 사례를 유럽 중심으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공간적으로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넓은 세상에서 이야기를 끌어오고, 시간적으로도 아주 먼 과거부터 미래까지 성평등에 관한 흥미로운 이슈라면 잘 버무려 넣었습니다. 게다가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한 푸른숲 출판사 편집진이 독자를 배려해서,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친숙할 사례들이 중간중간 나옵니다. 예를 들어, 치마 입는 남성 사례로 90년대 가수 김원준의 패션을, 피부 가꾸는 남성 사례로 축구선수 안정환과 김재원의 남성용 화장품 광고를 끌어왔지요. 물론 MZ세대나 더 어린 세대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사례이겠지만, 적어도 성평등 이슈가 일상과 이렇게 밀접하다는 걸 체감하게 해주지 않겠어요?

 

 

"혼자서 천 명을 능히 상대한다"는 말이 돌 정도의 무예를 자랑했다는 여성 사무라이 도모에 고젠, 잔인하기로 은메달 받으면 서러워했을 여자 해적들, 1941년 세상에 나온 만화계의 헤로인 원더우먼, 시인 바이런의 딸로도 알려진 수학자 에이다 레브레이스, 테니스 대회에서 여자도 남자 선수들과 동일한 수준의 상금을 받는 데 기여한 윌리엄스 자매 등. 흥미를 끌면서도 영감을 주는 이들이 책 곳곳에서 등장한답니다.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를 다 읽고 나면, 차별은 폭력이요, 성평등은 갈등조장의 운동이 아니라 편견 없이 서로 존중하고 좋은 세상 만들자는 가치임을 깨닫게 될 거예요. 물론, 깨달음과 함께 행동의 변화, 즉 실천도 따르게 될 거고요!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를 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2월의 추천도서로 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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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작가의 책 곳간은 언제 열릴까? | 기본 카테고리 2021-02-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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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저
소명출판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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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 뽑아 들기 가장 쉬운 높이에 '조르르' 진열된 책들이다. 설 연휴가 끼어 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바빠진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들은 "꼭 읽고 반납한다"라는 (거의 완수하기 어려운) 임무를 계속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공공도서관 시스템을 최대 활용하는 수혜자이다. 상호대차, 도서예약, 희망도서 신청 등등. 사서도 아니건만, 여러 도서관 거의 매일 순회하는 이유이다(도서관별로 최대 대출권수를 채워 대출하면 2-30권도 빌릴 수 있다!). 처음부터 책을 이렇게 빌려서 읽지는 않았다. 적어도 관심 분야인 사회과학, 인문학 신간은 대부분 샀다. 색열필로 칠하고, 메모하고 줄 그어가며 읽었다. 그러면 내용이 훨씬 잘 기억나기 때문에 다음번 참고할 때 필요한 페이지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우고 또 비우기' 미니멀 강박은 책들을 몰아냈다. 있는 책도 부담스러운데, 더 들이기 조심스러워졌다. 전략 수정. 도서관에서 빌려서 깨끗하게 읽고 반납한다. 일회성 만남이니, 잠시 빌어온 책 내용을 가급적 최대한 머릿속에 찍어두려한다. 리뷰를 이렇게 열심히 올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두가 길었다. 박균호 작가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소개하려는 리뷰였는데 샛길부터 다녀왔다. 설레하며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의 첫 장을 펼쳤고, 중간엔 다른 책에 손 대지 않았을 정도로 한 호흡에 주욱 읽었다. 재미 있었으니까! 소명출판사의 정성 담뿍 담은 북디자인에 감탄하며, 그에 합당한 예의를 갖춰 소중히 책장 넘기며 읽었다. 책 곳간만 3곳에 나눠 채우고 있다는 저자의 독서 취향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만는 만큼이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역시 틀에 매이지 않은 버라이어티 쇼의 재미를 준다. 책 덕후, 특히 책 사모으는 재미에서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책 수집가로서의 고백기, 출판사와 출판인들의 무대 뒤 이야기, 책 좋아하는 이들끼리는 통할 '덕질' 노하우 공유, 그리고 본격적 서평까지 다양하게 버무린 즐거운 책이다. 

 

 

 

무엇보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의 큰 소득은, "책덕후"의 범주를 생각하게 한 점이다. 나는 휘발하려는 활자를 어떻게 해서든 물컹거릴 뇌 안쪽으로 붙들어 매려고 노력하는 범주의 덕후일 뿐 책 수집하는 데 취미가 없다. 위 주머니는 작은데, 진수성찬을 차려 놓은들 아까워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내 소화력 수준의 서가만 유지한다. "비우자"  미니멀리스트이다. 반면, "책덕후" 범주의 한 축은 책의 물질성에 환희를 느끼고, 그 물질과 물질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들을 재구성하는 고고학자들이다. 박균호가 그렇다고 느꼈다. 물질로서의 책에서 그것을 쓰고 만들고 읽는 사람들의 비물질적 관계를 찾아낸다. 또 자신이 책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느끼는 환희를 기꺼이 다른 책덕후들과 나누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아내의 눈을 피해 책을 사들이고, 이미 소장한 책인 줄을 까맣게 잊고 같은 책을 사기도 한다. 심지어는 주문하자마자, 자신의 서가 어딘가에 그 책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한다. 솔직한 저자의 실수담(?)에 인간적인 매력도 느낀다. 솔직하게, 담담하게 그러나 읽고 나면 묵직한 알갱이들이 가라앉는 박균호의 화법. 그래서 중고등학교에서 오래 재직해온 직장인이자 생활인이면서도 벌써 열 손가락에 가까운 숫자의 책을 펴낸 게 아닐까? 1쇄가 아닌 2쇄, 2판, 3판 가는 책을 펴낸 게 아닐까?

 

박균호 작가가 소개한 책수집가, 애서가 중에서는 유난히도, 그 책들을 사회에 환원한 대인배들이 많이 등장한다. '성문종합영어'의 저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에 어마어마한 고서들을 기증한 송성문 선생이나, "임화 문화예술전집" 출간에 소명의식을 가진 박성모 사장 등이 그렇다. 나는 박균호 작가도 언젠가는 자신의 책 곳간을 열어 사회를 밝히는 데 쓰려는 (무의식적? 의식적?) 지향이 그런 선택을 하게 했다고 믿는다. 박균호의 책 곳간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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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일본 빈곤 저널리즘 특별상 수상작 | 기본 카테고리 2021-01-1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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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네가 속한 세계

야스다 카나 저/고향옥 역
푸른숲주니어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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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속단했더니 어긋났네요. [네가 속한 세계]는 10대들의 밀당 로맨스가 아니었습니다. 이해하는 데, 상상력이 크게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드라마나 블로그 일상 포스팅에서 많이 접해 본 소재와 캐릭터가 등장하기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거든요. 양극화가 심화되는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일본 중학생들입니다. 부모에 조부모까지 눌러대는 명문대 압박에 의기소침해진 "부잣집 도련님"과 "기초생활수급자"라는 라벨로 자신의 정체성을 덮어 칠할 수 밖에 없는 "가난한 소녀"가 등장합니다. 

"부잣집 도련님." 

이쓰키는 명문중고를 거쳐 명문대 진학을 인생 목표로 생각하는 부모님에게 휘둘려 삽니다. 특히 이쓰키의 아버지는 겉만 어른일 뿐 덜 성장한 학벌지상주의자입니다. 고작 중3짜리 아들에게 생활비와 핸드폰 요금 자신이 내주는 것이라며 핸드폰을 뺏습니다. 그는 지독히 가부장적이기도 합니다. 아내에게도 '누구 덕에 먹고 사냐'며 생활비공급자로서의 우월감을 언어폭력으로 퍼붓습니다. 할머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손주 성적이 잘 안 오르고 행실이 성에 차지 않으면 며느리의 '엄마노릇' 수행도를 평가절하하거든요.

"부잣집 도련님." 

이렇게 불리기 싫어하는 이쓰키 역시 실은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았습니다. 의사 아버지를 둔 넉넉한 집안 출신이라며 '다른' 취급 받길 거부하면서도, 정작 자신보다 문화자본 및 학력자본이 높은 친구 앞에 서면 서열 사다리 칸을  낮춰 조정하고 기 죽어 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가난한 건 자기 책임이야...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내는 세금으로 그런 자를 부양하는데, 그게 더 부조리한 거지 (157)."라고 말합니다. 이쓰키의 엄마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쓰키 친구를 "우리하고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166)"이라고 타자화합니다. 이쯔키 역시, "나는 죽을 때까지 그런 세계를 모른 채 살아갈 줄 알았다(167)."하죠. 차이가 있다면, 이쯔키는 이 셋 중 가장 어린 나이이지만 적어도 스스로 오만한 속물근성을 성찰하고 억누릅니다. 

이쓰키는, 아빠를 여의고 우울증으로 노동능력이 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과 동생돌보기까지 다하는 같은 반 친구를 통해서 "다른 세계"에 접근합니다.이쯔키는 친구에서  "다른 세계"에서 "이 세계(대학 졸업장 있고,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사람들의 세계"로 넘어 올 수 있는 다리를 찾아주려고 애씁니다. 친구 역시, 스스로 그 다리를 찾는다는 내용으로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제 부족한 리뷰에서는 일부만 부각시켰을 뿐이지만, [네가 속한 세계]에는 끌어낼 더 많은 화두가 있습니다. "가난"을 증명해냄으로써 "가난"의 자격을 획득하게 되는 아이러니,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예민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 소리(반항)없는 돌봄 제공자로서의 엄마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이름 짓기와 범주 만들기로써 강화되는 차별 등등. 소설 줄거리는 끝이 났지만, 뭔가 독자로서 이야기를 더 이어가야할 듯한 긴장감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이 리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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