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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세계 | 기본 카테고리 2017-08-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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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저/최고은 역
살림출판사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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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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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문제작" 이란 문구는 종종 들어보았지만, 대놓고 하는 홍보 같아서 정작 나는 이 표현을 써본 적이 없다. 하지만 무라타 사야카의『소멸세계 消滅世界』를 읽으니, '충격의 문제작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출산'을 국가의 잠재적 재앙으로 담론화하는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일반인조차도 막연하게 해보는 상상을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너무도 담담하게, 동시에 대담하게 그려냈으니까.  작가의 대표작이자 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는 『편의점 인간』(2016)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무라타 사야카가 다소곳해 보일지라도 때가 오면 밥상이라도 뒤엎을  '도발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정상 / 비정상'이라는 낡은 공식으로 양념 된 통념을 올린 9첩반상을. 『소멸세계 消滅世界』에서 무라타 사야카가 도전하는 통념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 소멸한, 혹은 소멸 중이라는 예언일까? 작가는 답을 숨겨놓지 않았다. 도리어 불편할만큼 명확하게 보여준다. 바로 '낭만적 사랑을 필요조건으로 하는 결혼,' '출산,' '가족애'가 소멸한 '평행세계'를 통해서.
*
저자는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받는 여성들, S-less 부부들…… 이런 사람을 위해『소멸세계 消滅世界』 라는 '유토피아'를 만들었단다.  이 세계에서 S는 인간을 저차원에 머무르게 하는 불결하고 고리타분한 '교미'로 폄하된다. 특히 부부간의 S는 근친상간(incest taboo)이자 충분한 이혼 사유가 될 만큼 심각한 범죄로 간주한다.  리차드 도킨스가 듣는다면 웃고 가겠지만, 자식을 통하여 자기 유전자를 불멸하게 하려는 인간 종(種)의 욕망 역시 철저하게 제거되었다. 아이는 인공수정으로만 정해진 날짜, 정해진 난자 정자로 태어난다. 모든 이는 모든 아이의 '엄마'이고, 역으로 모든 아이는 모든 성인의 '아가'가 된다. 모성본능은 사회적 신화(motherhood ideology)라고 주장하는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 '평행세계'에서는 남성의 자궁선망(womb envy)조차 생명공학의 발달로 해결했는데, 주인공 '아마네(雨音)'의 둘째 남편 역시 인공자궁을 통해 수정체를 키워서 아이를 출산했다. '아마네'는 이름처럼 비(雨) 내리는 여름날 태어났는데, 엄마아빠의 교미를 통해 수정되었다. 이는 영화 (1997)에서 주인공 빈센트(Vincent)로 상징되는 '태양의 아이'를 연상시킨다. 인공수정 대신 '불결한' 방식으로 자신을 잉태한 엄마에게 애증을 품은 아마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저항한다. S가 소멸하는 세계에서 최후의 '아담과 이브'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S로 대변되는 '자연스러움'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몸의 감각, 본능을 따른다.   '가족 시스템'을 부정하고 '에덴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실험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남편과 합의하여 자신들만의 유전자로 낳은 아이를 갖기로 결의한다. 인공수정 중에 정자난자를 바꿔치기하는 모험도 강행했다. 그러나 막상 '에덴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아마네의 남편은 옛 개념의 가족주의나 모성, 성본능 등이 추잡하게 느끼는지, 전복을 포기한다. 그는 대신 출산과 육아를 철저히 국가가 통제하는 사회에서 인간 아닌 인간으로 길들기를 선택한다. 이를 두고 아마네는 "이제 다 틀렸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남편도, 이 세상을 너무 많이 먹었다. 그리고 이 세상의 정상적인 '인간'이 되어버렸다. 정상이라는 것만큼 소름 끼치는 광기는 없다. 이미 지쳐있는데도 이렇게 올바르다니." (256) 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아마네 역시 변해간다. 생명공학과 기반한 생명정치를 거부하며 옛 방식의 사랑, 옛 가족 개념을 고수하려는 자신의 친 엄마를 감금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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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초상화를 그리는 것으로 소설을 시작합니다. 머릿속에 하나의 신(scene)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조각’에서 인물의 전체적인 상이 태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신에서 인물이 내뱉는 말, 육체감각, 문득 떠올리는 표정 같은 것이 ‘조각’이죠. 거기에서부터 초상화를 그려서 인물을 선명하게 만들어갑니다."

 

 

 

교보문고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 중에서

http://news.kyobobook.co.kr/people/writerView.ink?sntn_id=12950


저출산 공포에 집단주의는 다시 고개를 든다. 출산을 미루는 커리어 기혼녀를 '이기주의자'로 포장하고, '싱글세 부과'라는 전무후무 아이디어를 내놓고는 '농담이었다'고 덮어버린다. 아무튼, 저출산 사회에서 결혼도, 출산도 거부하는 인간형은 '집단의 존속'이라는 의무를 저버린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늦어도 30대에는 결혼하고, 40전에는 아이를 낳고 사랑으로 키워라'가 인생 공식이자 정상성으로 통용되는 사회에도 '결혼하기 싫고, S는 더욱 싫고 출산으로 '내 자식' 낳고 키우기를 겁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무라타 사야카의 『소멸세계 消滅世界』는 그런 이들에게 '정상성'에의 압박에 굴하지 말고 유토피아를 꿈꿔보라고 부추긴다. 동시에 자신의 딸에게 감금된 아마네의 엄마를 통해서 작은 비명으로나마 '소멸'해가는 가치와 실천을 아쉬워한다. 이처럼 핫한 문제작을 이 정도 수준에서밖에 소개를 못하니 나 또한 아쉽다. 직접 읽어보시라. 그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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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기가 대단함 | 초등 단행본 2017-08-1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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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엉뚱하기가 천근만근

다니엘 네스켄스 글/에밀리오 우르베루아가 그림/김영주 역
분홍고래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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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기가 천근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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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서야  속뜻을 다시 깨우친 형용사가 둘 있습니다. "엉뚱한"과 "특이한"입니다. '기발, 발랄'과 동의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는데, 한국 사회에서 "엉뚱함"과 "특이함"은 "정丁  맞기 딱 좋은 모난 돌"의 습성을 경계하라는 속뜻을 품은 형용사이기도 하더군요. 『엉뚱하기가 천근만근』은 제목에서부터 "엉뚱함"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엉뚱해 봤자 거기서 거기겠지!' 라고 살짝 코웃음 치며, 7살 꼬마에게 『엉뚱하기가 천근만근』을 진지한 목소리로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총 18편의 짧은 단편이 등장하는데 한 6~7번째 단편에 가서는 '아! 엉뚱함의 급이 다르구나!' 하며 작가에게 항복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우디 앨런과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스페인 작가 다니엘 네스켄스 (Daniel Nesquens )는  사각형 상자에 갇힌 어른의 사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동서남북 다 열려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의 공을 책 속 가득 담아 두었습니다.
"기 - 승 - 전 - 결"의 안정적 구조나, 뚜렷한 주제의식을 이야기 속에서 찾길 기대했던 독자라면 『엉뚱하기가 천근만근』을 읽다가, 분명 '어허! 엥?' 할 것입니다. 그만큼 기존 통념에 따르지 않는 엉뚱함으로 독자를 멍하게 만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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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토끼는 사냥하는 거야? 낚는 거야?"라는 단편에서는 제목 그대로 토끼를 '낚는지, 사냥하는지'를 궁금해하는 꼬마가 등장합니다. 별명이 '척척박사'인  루카스에게도 물어보고, 옆을 지나던 모르는 아저씨에게도, 루카스 엄마에게도 물었어요. 과연 꼬마는 원하던 답을 얻었을까요? 글쎄요. '상식'이라는 닫힌 사고가 포용하기에는 상상력이 무한대로 크기에, "물에 사는 토끼라면 사냥하는 것일까? 낚는 걸까?"를 궁금해하는 꼬마에게 푸근한 눈빛을 보이는 어른은 많지 않겠죠? 자! 이런 식입니다. 『엉뚱하기가 천근만근』에 등장하는 18편, 단편작품의 전반적 분위기는. 뭔가 나올 듯 하다가 '에엥! 에게게' 하면서 이야기가 끝나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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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할까요? 『엉뚱하기가 천근만근』에는 시시한 이야기, 왠지 쓰다 만 것처럼 느껴지는 어정쩡한 이야기, 동문서답의 연속인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독자로서는 책을 읽으며 다음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어떻게 전개될까 하며 기대하는 바가 있게 마련인데, 『엉뚱하기가 천근만근』은 이런 기대를 쿨하게 무심하게도 무시합니다. 이것이 바로 역설적이게도 작가의 탁월한 전략이자,『엉뚱하기가 천근만근』만의 독창적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 평소 어린이 동화로서는 만나기 어려운 엉성하거나 시시한 이야기들을 나열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자신이 얼마나 얽메인 사고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하니까요. 학부모들 좋아하는 식으로 표현하자면, '어린이의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생각의 기존 틀을 흔들어서 창의적 인재로 자라게 해줄' 책이랍니다! 다니엘 네스켄스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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