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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쓰왕 시리즈의 첫 권 | 초등 단행본 2018-01-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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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빤쓰왕과 사악한 황제

앤디 라일리 글그림/보탬 역
파랑새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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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스왕과 사악한 황제 (원제: King Flashpants and the Evil Empe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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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분명하게 배운 게 있어요. 우리를 이 모든 혼란에 빠뜨린 건 바로 나의 잘못된 용돈 관리 ˖문임을 깨달았어요." (본문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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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토끼" 시리즈, 제목은 들어보았지만 '자살'이란 금기어가 들어간 책이라니, 일부러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유명하다는 작가, 앤디 라일리 (Andy Riley)를 "자살토끼" 시리즈가 아닌, "빤쓰왕과 사악한 황제"시리즈로 처음 만나보았어요. 제목과 표지 그림만으로 짐작되지만, 이 책은 어린이를 겨냥해 쓴 책이라네요. 논리 따지고, 현실성 중시하는 어른의 팍팍한 시선에서 읽으면 좀 황당한 내용일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 황당한 줄거리와 캐릭터 이면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품고 있기에 "빤쓰왕" 시리즈는 영미권 학교 리더쉽 수업 교재로 활용되고 있답니다. 놀랍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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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빤스왕"은 아니었어요. 멋진 왕관을 가진 "에드윈 왕"이라 불렸죠. 왕관만큼이나 백성을 챙기는 마음도 훌륭해서 매주 금요일마다 온백성에게 초콜릿 선물세례를 내렸답니다. 퍼줄수록 백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거라 생각했는지 어린 왕은 감당할 수준 이상으로 초콜릿 선물을 퍼부었어요. 물론 백성들은 환호했지요. 그러다가, 국고가 텅 비었다는 중대 사건을 인지하게 된 에드윈 왕과 질 장관은 대책을 논의합니다. 그 와중에, 이웃에 사는 사악한 왕, "너비슨 황제"가 에드윈 왕의 왕국을 침입했어요. 초콜릿 선물 세례가 멈춘 것은 왕의 마음이 변해서때문이라며 순진한 백성들을 미혹시켰지요.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백성들은 자신의 착한 왕인 에드윈 왕을 공격하고 성에서 ̫아냈어요. 그 대가는? "너비슨 황제"의 암흑 정치 아래 납죽 엎드리게 되었지요. 너비슨 황제는 "음악도 금지한다. 춤도 금지한다. 놀이도 금지한다" 등 암흑의 계율을 걸어놓고 지키기를 강요했어요. 에드윈 왕의 백성은 어리석은 봉기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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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라일리의 탁월함은 캐릭터의 성격을 간략한 일러스트레인만으로도 잘 드러나도록 표현한다는 데 있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너비슨 황제"가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들의 에너지를 빼앗고 자신의 편의를 위해 복종시키는 성향임은 위의 그림 한장에도 잘 드러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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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스왕" 시리즈를 읽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어린이라면 그 자신이 어린이가 가진 무한한 상상의 힘을 간과하며 화석화되어가는 게 아닌가 반성해봐야 할 거예요. "빤쓰왕" 시리즈는 황당한 유머 가운데 민주주의와 권력의 본질, 리더의 자질과 책임감 등등 심오한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거든요. 그 이면을 살펴볼 수 있어야겠지요?^^ "빤쓰왕" 시리즈의 다음권 "빤쓰왕과 크롱의 괴물," 그리고 "빤쓰왕과 공포의 장난감"도 어떤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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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이 알렙에게 | 초등 단행본 2018-01-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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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알렙이 알렙에게

최영희 글/PJ.KIM 그림
해와나무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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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이 알렙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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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과학소설가의 길을 열어 주셨고, 이제는 하늘에서 따뜻한 미소를 보내 주시는 故 김이구 선생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학소설가 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선생님. (191“쪽)

 

어린이용 SF동화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 '최영희 작가'가 몹시 궁금해졌다. 마침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간 종명에 대해 회의적 물음을 던집니다. "원주민을 학살해도 되는가? 생태계의 일부인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포획해도 되는가? 인간이 정말로 이 세계의 주인인가?"

'최영희 작가'는 반성하지 않는 호모 사피엔스는 타 종의 생명을 빼앗거나 타 종에게 해악을 끼치는 과오를 반복하리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 『알렙이 알렙에게』를 썼나봅니다. 불과 180여 페이지의 중편인데도 장대한 SF 영화 한편을 감상한 듯한 느낌을 주는 잘 짜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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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PJ. Kim의 독특하고 서사적인 삽화 덕분에, 인간 종이 다 멸종하고 200명의 복제 인간만이 인공지능 '마마'의 통제(혹은 관리) 하에 생존한다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데 도움을 얻습니다. PJ. Kim은 '춘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단편 부분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감독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앞으로 더 기대해볼 수 밖에 없는 인재 같습니다. 최영희 작가는 제목 『알렙이 알렙에게』에 복선을 깔아 놓았습니다. 한 때 쌍둥이었던 두 자매의 복제인간들이 우여곡절 끝에 조우하면서, 끊겼던 호모 사피엔스 역사의 흐름, 파괴자가 아닌 공존자로서의 인간의 미래상을 보여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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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이퀼리브리엄" 등 많은 SF영화에서 주인공이 체제의 모순을 깨닫게 된 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존재일 수 없어 스스로도 변화하는 동시에 속한 사회에 큰 변혁을 가져온다는 큰 틀을 이 소설, 『알렙이 알렙에게』도 보여줍니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인간계를 통제하는 인공지능의 명칭이 '마마'이며, 그 세계 역시 '마마돔'이라 불린다는 점, '마마돔'의 200인은 인공지능에게 '모성'같은 보살핌을 상상하며 기꺼이 복종하나 알고보면 '마마'란 인공지능은 파괴가 프로그램화된 무서운 파괴자라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최근 읽은 많은 청소년 소설에 '엄마'라는 존재는 '보살핌'의 미명하게 삶을 통제하거나 방해하는 훼방꾼처럼 부정적으로 묘사되던데, 일맥하는 이유가 우연의 설정이었을지라도 궁금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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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인간 세계의 구원을 이끄는 존재가 소녀와 소녀임도 어떤 상징성을 내포한 듯 보입니다. 『알렙이 알렙에게』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닌 이상, 타 종에게 정복자처럼 굴 수 없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혀 고루하지 않게 멋지게 그려낸 선구적 작품 같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스마트폰 비주얼에 정신이 마비되는 SF게임 하지 말고, 이렇게 좋은 책을 서로 추천해가며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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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저수지를 찾아라 | 초등 단행본 2018-01-22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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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주진우 저
푸른숲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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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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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스는 누구꺼?”

 

 

 

 

 

 박근혜 정부 당시, 댓글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메르스 공포"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다.  국민에게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공포와 분노의 목소리는 댓글부대의 끼익끼익하는 소음으로 막을 길이 없었나보다. "국정원의 지휘 하"에 댓글부대가 일사분란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음을  전혀 몰랐던 당시에도, 참 이상하다 생각했다. 메르스 사태 때, 댓글은 분명 이전과 다른 자연스러운 흐름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분명 같은 기사였는데, 조금 후에 확인해보니 댓글 수백개가 무더기로 사라져 댓글 수가 줄어 있던 기현상의 원인은 아직도 모르겠으나.

*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를 단숨에 읽었다. 그가 수년간 밤 잠 못자고 자료를 분석하고, 가족과의 따뜻한 일상은 커녕 일상의 안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취재원을 만나고, 다시 수년 간 계속될지도 모르는 소송의 불쾌감을 감내하며 쓴 책인데, 단숨에 읽기가 미안하기는 했다. 

얼마나 많은 실패와 헛수고를 거치고 거쳐 이만큼 건져서 목숨 걸고 이야기하는 건데, 어떻게 쉽게 읽나 하는 미안함. 

*

게다가 2011년이라면 어른의 나이였을 텐데, 농협 전상망 마비 이면에 "북한의 소행이 추정"된다는 뉴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였음은 또 어찌 미안해야 할 것인지. 농협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210억 원을 대출 사기 당하고도 그 돈을 찾겠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농협에서 해외 대출을 담당했던 직원이 출근한다고 집을 나섰는데 저수지에서 발견된다. 

*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는 유난히 "저수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많이들 저수지에서 죽었다. 혹은 라면 먹다가도 죽었다.  활자로만 접해도 섬뜩하다. 실제 주진우 기자와 함께 진실을 추구하자며 목소리를 내려던 제보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저수지'에의 공포 때문이기도 하다. '저수지'로 은유되는 피의 보복. 동시에 "저수지"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추정되는 부정축적한 국민의 돈을 숨겨놓은 진실 너머를 상징한다. 그래서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의 부제가 "저수지를 찾아라"이다.

가카를 오래 추적해와 살냄새(물론 구린 돈냄새에 가려 살냄새가 흐려있겠지만)까지 근접한 주진우 기자의 평으로는 가카는 조폭의 전략을 쓴다고 한다. 이명박이 시장일 때 부시장으로서 개발 사업을 총괄하고 뇌물혐의로 구속되었던 양윤재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요청으로 사면받아 내고, 이후 장관급 대우를 해주는 조폭 스타일이라 한다.  뒤를 봐준다. 공범을 만들고 심어둔다. 극한 경우 '저수지'행으로의 초대를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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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육아의 마음챙김법 | 육아서 심리서 2018-01-2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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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가 인정한 전통육아의 기적

샬럿 피터슨 저/박윤정 역
율리시즈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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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소설 오직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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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는 누구꺼?”

나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를 열었다. 여태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소설을 위해 빈 워드 창을 띄웠다. 나는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내가 한 일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그런데 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 작은 뇌가 달린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쓴다, 는 말은 이런 때를 위해 예비된 말이었다. ("옥수수와 나,"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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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처럼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을 읽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다니......『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었던가? 왠지 친숙한데 지인들이 김영하의 소설을 읽고 이야기해주어서 인가. 그래서 일부러 찾아 읽은 단편소설집, 『오직 두 사람』.

최근, "실제 쓰는, 실제 출간하는 작가"의 창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면의 노력이 어떠할지 자꾸 상상하는지라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역시 감탄하며 읽었다. 다 읽고나서 "작가의 말"을 참고해보니 수록된 일곱 편의 단편이 집필 순이 아니었다. 작가가 칠 년 동안 쓴 일곱 편의 중단편을 (편집자 혹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순서 배열을 달리한것인데, 그 중 난 맨 앞에 실린 "오직 두 사람"이 인상깊었다. 아빠와의 관계가 독특한 40대 미혼 여성이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아버지의 죽음을, "산 사람은 살아야지!"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내용으로 이해했다. 순서상 두번 째 중편인 "아이를 찾습니다" 역시 가족 내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아이 실종 이후 파괴된 과정 아이를 되찾았어도 봉합되지 않는 가정을 그린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아이를 찾습니다"는 세월호 비극 이후 집필한 지라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이를 잃어버림으로써 지옥에서 살게 됩니다. 아이를 되찾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그 아이를 되찾는 순간부터라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됩니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269쪽).

그 외 5편의 단편 역시 흥미로우면서도 직업 작가로서의 작가의 인간관계의 폭과 경험의 틀거리를 짐작하게 해주는 소재가 많았다.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지인 혹은 '등장인물 1,2,3'으로 출판업계 종사자 및 작가가 참 많이도 나온다. 동시에 '신들린 듯, 글이 써지는 환상을 김영하처럼 유명하고 성공한 작가도 꿈꾸는 구나'하는 걸 알았다. 수록된 일곱 편 중 가장 먼저 쓴 작품이라는 "옥수수와 나"에는, 생면부지의 아름다운 여성과 묻지마 관계를 갇힌 공간에서 윤리의식 제로의 상태로 즐기면서도 미친 듯이 글을 뿜어내는 작가가 등장한다. ^^

그렇구나, 그런 환상, 가져봐도 괜찮은 거구나. 환상 너머 실제 손가락 움직인다면,가져봐도 게으른 거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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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 기본 카테고리 2018-01-2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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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직 두 사람

김영하 저
문학동네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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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소설 오직 두 사람 


20171025_184847_Burst01_resized.jpg
“다스는 누구꺼?”

나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를 열었다. 여태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소설을 위해 빈 워드 창을 띄웠다. 나는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내가 한 일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그런데 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 작은 뇌가 달린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쓴다, 는 말은 이런 때를 위해 예비된 말이었다. ("옥수수와 나,"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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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처럼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을 읽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다니......『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었던가? 왠지 친숙한데 지인들이 김영하의 소설을 읽고 이야기해주어서 인가. 그래서 일부러 찾아 읽은 단편소설집, 『오직 두 사람』.

최근, "실제 쓰는, 실제 출간하는 작가"의 창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면의 노력이 어떠할지 자꾸 상상하는지라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역시 감탄하며 읽었다. 다 읽고나서 "작가의 말"을 참고해보니 수록된 일곱 편의 단편이 집필 순이 아니었다. 작가가 칠 년 동안 쓴 일곱 편의 중단편을 (편집자 혹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순서 배열을 달리한것인데, 그 중 난 맨 앞에 실린 "오직 두 사람"이 인상깊었다. 아빠와의 관계가 독특한 40대 미혼 여성이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아버지의 죽음을, "산 사람은 살아야지!"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내용으로 이해했다. 순서상 두번 째 중편인 "아이를 찾습니다" 역시 가족 내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아이 실종 이후 파괴된 과정 아이를 되찾았어도 봉합되지 않는 가정을 그린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아이를 찾습니다"는 세월호 비극 이후 집필한 지라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이를 잃어버림으로써 지옥에서 살게 됩니다. 아이를 되찾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그 아이를 되찾는 순간부터라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됩니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269쪽).

그 외 5편의 단편 역시 흥미로우면서도 직업 작가로서의 작가의 인간관계의 폭과 경험의 틀거리를 짐작하게 해주는 소재가 많았다.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지인 혹은 '등장인물 1,2,3'으로 출판업계 종사자 및 작가가 참 많이도 나온다. 동시에 '신들린 듯, 글이 써지는 환상을 김영하처럼 유명하고 성공한 작가도 꿈꾸는 구나'하는 걸 알았다. 수록된 일곱 편 중 가장 먼저 쓴 작품이라는 "옥수수와 나"에는, 생면부지의 아름다운 여성과 묻지마 관계를 갇힌 공간에서 윤리의식 제로의 상태로 즐기면서도 미친 듯이 글을 뿜어내는 작가가 등장한다. ^^

그렇구나, 그런 환상, 가져봐도 괜찮은 거구나. 환상 너머 실제 손가락 움직인다면,가져봐도 게으른 거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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