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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빚더미를 밟고 서 있는 기분 | 기본 카테고리 2021-03-3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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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의 대한민국

김주해 저
GDN BOOK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큰 빚더미를 밟고 서 있는 기분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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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와 세대 그리고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라고 해서 흥미가 갔다. 또한 작가가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했는데, 그런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썼을지 궁금했다.

 

 

벌써 설레였다. 머그잔을 옆 테이블에 내려놓은 보원은 노트북을 가지러 일어섰다. 한남동에서 최대한 멀리 떠날 작정이었다.

 역시 떠나려면 자본이 여유로워야 한다.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보원이 되게 부러웠다.

 

 

은실은 자신의 인생을 뒤흔드는 폭풍에 익숙했고 그런 은실에게 보원의 거짓말은 흩날리는 바람조차 되지 않았다.

 이 한 문장으로 은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티고 또 버텼는지가 이해됐다. 그렇게 버티다 결국 모든 것에 무뎌지게 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은실의 빈곤이 은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대가와 결과물일 수는 없었다.

 결과가 같다고 원인이 똑같진 않다. 이런 문제에 대해 원인을 찾으려고 할수록 나만 머리 아프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남편이 죽었는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보원이 LA에서 은실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불법 체류자셨어요."

"...그게 왜요?"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는 경찰에 신고하는 게 쉽지가 않죠. 잡혀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현재의 보원이 은실의 선택을 이해 못 했듯 과거의 은실도 미래의 자신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생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지금의 나도 미래의 내가 본다면 경악을 저지를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도련님 아니면 미국에 갈 이유도 없어요... 돈을 벌 이유도 없고요."

 인생을 살 때, 살아가는 의미를 나 자신에게 두어야 한다. 내가 나를 실망시키면 개선을 내가 직접 할 수 있지만, 타인이 나를 실망시켰을 때, 타인을 개선하는 건 불가능하다.

 

감상

 이승만, 김일성의 권력욕에 수많은 국민이 희생되었다. 역겹고 잔인하다. 아직 누군가는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갈 텐데 그 상처는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는 건지 되물어도 답을 쉽사리 낼 수 없었고, 보상받는다고 한들 그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게 자명해서 더 화가 났다.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만난다. 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 미래의 나에게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고르라고 했을 때, 고른 게 지금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생이 좀 살아갈 만 하지 않을까? 지금은 미래의 내가 고른 가장 돌아오고 싶었던 순간이야. "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내가 이 순간을 골랐다면 행복해서가 아닌 너무나 불행했던 순간이어서 바꾸고 싶어서 온 것일 거라고 했고, 그 친구는 자신은 아마 행복한 순간이라 지금을 꼽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 대화가 생각났다. 보원이 마주한 과거의 은실과 현재의 은실. 보원은 은실 대신 은실의 순간을 골라줬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당신들의 고생으로 뒤덮인 대한민국 땅을 감히 내가 밟고 서서 잘살아 보겠다고,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누군가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그 시대를 거쳐온 모두에게.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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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죽음의 소리 | 기본 카테고리 2021-03-30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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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로의 폭언

나도윤 저
연지출판사 | 201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다양한 죽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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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가는 새벽에 묻고 싶습니다

나는 밤이 슬픈 게 아니라

내가 슬픈 것입니까? 

-'검은 우편' 중 일부-

설렘, 고요, 우울, 공허. 저마다 새벽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심지어는 때에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새벽을 느낀다. 내가 슬프니까 밤이 슬픈 거겠지.

 

 

눈을 감으면 세상이

도무지 평온할 수 없이 밝아

증오하던 게 굴러다녀

안달 나도록 환해, 잠을 잘 수가 없어, 

-'흑백령' 중 일부-

눈을 감으면 평온할 줄 알았는데 기다렸다는 듯 오감이 생생히 살아난다. 기묘한 감각이다.

 

 

가만히 있기 위해 아니,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아서 이 시가 유독 참 와닿았다.

 

 

아비는 억지로 나를 토해낸다 

"사랑해.".라고 했는데

"우리 그냥 죽어버릴까."

로 뱉어졌다 

-'밤바다. 아니 눈물이다' 중 일부-

 상대가 한 말과 다른 뜻을 찾아 헤메는 일은 슬프고 외롭고 비참한 일이다.

 

 

눈이 녹으면

눈이 품었던

다정의 도시가 드러나요

지극히 다정해서 되려 쓸쓸한

-'눈 물' 중 일부-

 눈이 녹은 물을 눈 물이라고 표현한게 신선했다. 다정해서 쓸쓸하단 말이 와닿을 듯 말듯 와닿았다.

 

 

고혹스러운 미술관에 걸린 그림들

무심히 지나치듯 하루를 또 지나

-'오만함의 본질' 중 일부-

화가는 의도하고 그렸지만 나에겐 의미가 와닿지 않아 내가 그 그림을 무심히 지나쳤다면, 그 그림의 의미는 어떻게 되는 걸까. 분명 찾아보면 의미가 있을텐데 하루속에서 그걸 발견해내기가 버거워 그림을 지나치듯 슥슥 매일이 지나간다.

 

 

그런데요

이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져요

-'행복해요, 그런데요, 이제 나는 아무것도' 중 일부-

어떤 밤은 유난히 정신이 맑고 또 다른 밤은 이래도되나 싶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시인에게 이날의 밤은 후자였나보다.

 

 

감상

 우울. 시집 전체가 우울 그 자체다. 세상 모든 것이 우울과 연관될 수 있음을 알았다. 시인이 우울할 때 바라보는 세상을 잠깐 엿본 기분이었다. 특히 죽음을 다양한 언어로 표현했는데, 시인이 죽음에대해 많이 고민하고 자주 생각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별을 유심히 살펴보는 게 시집 곳곳에서 느껴졌다. 깨어있는 모두가 바라보는 새벽별도 대부분이 휙 지나치는 대낮의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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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하고 있을 법한 사랑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21-03-2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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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저
시공사 | 2016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누군가는 하고 있을 법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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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공감하는 것을 통해 위로받는 기분을 주는 책

 

 생동감 있고 몽글몽글한 문체를 가지고 싶었다. 필사할 책을 찾고 있었는데 이도우 작가 작품이 따뜻한 내용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문체가 내가 찾는 문체이지 않을까 싶어 읽어보았다.

 작가인 공진솔과 PD인 이건의 사랑 이야기다. <노래 실은 꽃마차>로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둘의 첫 미팅에서 이건은 진솔의 다이어리 앞장을 보게 된다. '연연하지 말자'라는 큰 문구 아래 매달 해야 할 일을 빼곡히 적은 아이러니한 종이를 보고 이건은 진솔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이건은 진솔에게 관심을 보이고 진솔은 이건의 관심에 흔들린다. 읽으면서 이건이 왜 진솔에게 빠지게 됐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하고 사소한 것이라는 말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진솔은 이건에게 점점 빠지게 되고 고백을 하지만 이건은 오랜 친구인 애리에 대한 마음 때문에 진솔의 고백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다. 이건, 애리, 선우는 오랜 친구사이고 애리와 선우는 연인이다. 선우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사람이었고 애리는 그런 선우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왔고 지켜가고 싶었지만, 점점 지쳐가는 자신과 부모님의 만류에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건, 애리, 선우, 진솔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선우와 애리는 싸우게 되고 건은 그런 애리를 보며 그럴 거면 차라리 자신에게 오라고 한다. 진솔은 말할 것도 없이 상처를 받았다. 후에 건은 진솔에게 이야기 할 것을 거듭 요청하지만, 진솔은 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절하고 여러 번 거절당한 건은 진솔에게 사랑의 무게를 운운하며 그렇게 쉽게 끝낼 거였으면 자신에게 왜 사랑을 언급했냐고 진솔을 다그친다. 보기 불편한 장면이었다. 저런 상황에서 사랑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건과의 대화를 거절하는 진솔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건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의 대사 중에 "힘든 감정이 남아 있다면 나 혼자 견디지 감히 당신을 데려오진 않아요. 같이 느끼게 하진 않는다고. 나 그렇게 정신 나가거나, 모자란 놈 아니오."가 건의 사랑을 정의하는 문장 같았다. 나는 사랑을 연인들 간 힘든 감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건은 진솔에게 항상 울타리를 친다고 말했지만 내가 봤을 때 본인은 울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울타리를 항상 친 것은 건이었다. '감히' 당신을 데려오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느껴지긴 했지만 힘든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 사랑은 어쩌면 불완전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정신 나가거나, 모자란 놈' 이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한 부분이 의아했는데 책을 읽을수록 이해가 되었다. 선우와의 연애를 힘들어하는 애리를 보며 건은 힘든 감정을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정의한 것 같았다.

 책의 내용 중에 '결국 진솔의 눈에 눈물이 고여버렸다. 건의 마음이 마치 마른 땅처럼, 오랜 가뭄에 갈라진 흙바닥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먼지가 일어나는 건조한 슬픔. 그를 적셔줄 샘물 같은 사랑이 그녀에게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이 부분이 진솔의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부분이었고 진솔의 심정이 잘 이해가 되었다. 사랑은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 것인데 나만 줘야 하는, 그것도 언제까지 주어야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사랑을 시작할 자신이 없는 진솔이 공감되고 안타까웠다.

 건과의 관계가 정리되고 진솔은 방송국을 퇴사하고 남양주로 이사를 한다. 그곳을 찾아온 건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번에는 건이 진솔에게 고백하며 기다려주겠다고 한다. 진솔과 떨어져 있는 동안 건은 아마도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렸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작중 등장하는 궁, 인사동, 혜화동의 묘사가 생생해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책을 쓸 때 신경 써서 쓴 부분이라고 해서 놀랐다. 작가의 의도를 잘 파악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야간개장하는 궁과 인사동 거리는 꼭 한 번쯤 걸어보고 싶다.

 처음 시작 부분이 '새 연필 끝에서 가늘게 밀려 나간 톱밥 들이 하얀 이면지에 떨어져 내렸다. 끄트머리를 드러낸 연필심을 진솔이 커터로 사각사각 갈기 시작하자, 고운 흑연 가루가 부슬거리며 묻어나왔다.'였다. 새 연필을 칼로 깎아서 종이에 연필 부스러기와 흑연이 떨어지는 모습을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이 인상 깊어 내가 찾는 문체인가 싶었지만, 책을 끝까지 다 읽은 결론은 아니었다. 책의 중간 간혹 내가 찾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담담한 묘사가 대부분이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왜 제목인지는 책을 다 읽고도 한참을 생각했다. 사서함 110호는 <노래 실은 꽃마차>의 사연이 오는 곳인데 그곳의 우편물에는 별별 사람들의 별별 이야기가 다 적혀있다. 작가는 아마도 사서함 110호에 오는 하나의 우편물처럼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완벽하게 공감은 못 하겠지만 어렴풋이 사람들이 왜 이 책을 '따뜻한 책'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나만 이런 아픈 사랑을 하는 건 아니라고, 사랑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버거운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을 통해 다수의 사람이 위로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혼자 겪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겪고 있다고 느껴지면 고통이 그래도 조금은 줄어드는 느낌이 드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시간이 흘러 많은 경험이 쌓이고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 다르게 느껴질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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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장마 같네요 | 기본 카테고리 2021-03-2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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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흐린 날도 있었다

조한선 저
메이킹북스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어떤 날이든 날에 구애받지 않는 초연한 내가 되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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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서 무뎌지고 둔해지는 서슬 퍼렇던 가윗날처럼 그렇게 마음도 감정도 둔해진다 

-'세미나장에서' 중 일부-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이 메말라간다. 모든 것에 무뎌진다는 건 양날의 검이다.

 

 

 

 난 앞으로도 이렇게 따지지 않고 계산 안 하고 살 예정이다

알아서 해 주세요 하고 손바닥을 온전히 내보이고 

-'계산' 중 일부-

 이렇게 살다간 손모가지 잘릴 것 같다.

 

 

 

멈추고 가만히 있는 게

내 숨통을 틔우는 길이라고

-'파란 하늘이' 중 일부-

 이쯤에서 숨 한 번 고르고 가야 하는 걸 아는데,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는 쉼 없이 어디론가 움직인다. 덩그러니 서 있는 게 뒤처지는 것 같아 선뜻 멈추고 가만히 있기가 어렵다.

 

 

 

그러니 지금 투정할 것이 아니라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기라고 

-'국화차 한 잔에' 중 일부-

 이런 얘기는 그 힘든 시간이 다 지나가고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치열의 중심 서 있었던 과거의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그 쉼표가 나를 다시 살려

지금의 나로 살게 하였다 

-'쉼표' 중 일부-

쉼표를 찍는 위치가 참 중요한데 어디에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잘못 찍으면 마침표가 될까 봐. 지금의 내가 영영 살아질까 봐.

 

 

 

이 힘들고 고단한

앞으로도 험준한 가시밭일지도 모르는 그 길을

피하지도 않고 스스로 선택한 젊고 어린 그녀들

 -'꽃무늬 마스크' 중 일부-

스스로 선택했다기엔 사회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 임신 중단에 대한 개정이 절실히 느껴지는 시였다.

 

 

 

무효야 무효

지금껏 살아온 내 삶에도 외쳐본다

 

지금까지는 다 무효야

이제부터 진짜야 

-'첫눈, 이거 무효야' 중 일부-

이게 되면 좋겠지만 인간은 또렷한 과거를 질질 끌고 어딘지도 모를 현재를 지나 어렴풋이 보이는 미래를 향해 가는 존재다.

 

 

 

 시인의 시에는 흐린 날도 있었고 맑은 날도 있었다. 인생도 흐린 날과 맑은 날의 연속인 걸 아는데, 참 간사한 게 흐린 날은 오감으로 느껴지고 맑은 날은 잠깐 아주 잠깐 느끼고 만다. 어떤 날이든 날에 구애받지 않는 초연한 내가 되었으면 한다.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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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합법화가 나랑 무슨 상관임? | 기본 카테고리 2021-03-2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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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신박진영 저
봄알람 | 202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성매매 합법화는 나와 매우매우 상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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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학 강의를 들으면서 성매매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모든 부정.부패를 다 모아둔 이 산업이 왜 도대체 없어지지않고 아직까지 버젓이 한국땅에 자리하는지 여러 자료를 접할 수록 화가 났다. 상식의 블랙홀이란 이 책의 제목이 참 와닿았다. 성매매에 한해서만 사람들이 상식을 잃고 보호하기 바쁘다. 미친 인간들 같다.

 

 

 

부패와 부정은 목격한 자에게 분노를 일으키고 단죄하고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만들지만, 가해자에 대한 주변의 동조와 지지는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성매매는 구조 자체가 글러 먹었다. 그런데 왜 저리들 편을 못 들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공범이라는 답 밖에 나오지 않는다.

 

 

 

처녀와 창녀, 남성의 판타지 속에서 수천 년간 끊임없이 재생산된 동정녀 마리아와 창녀 마리아의 변주다.

 개역겹다. 자기들 마음에 들면 처녀, 안 들면 창녀. 더 짜증 나는 건 저 프레임을 피하고자 행동을 검열하는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이다.

 

 

 

만약 법으로 금지했는데도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난다면 그건 법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네. 법이 생겼는데도 범죄가 계속되면 법을 고칠 생각을 해야지 왜 법을 없애자고 말하지? 세상에 양지에서 행해지는 범죄는 없다.

 

 

 

현재 한국의 성매매 규모와 형태를 결정지은 그 원본이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다. 대한제국 시기부터 유곽과 요정 등 일본식 성매매 업소가 들어왔고,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성 산업은 그대로 한국에 정착되었다.

 ...아... 이 섬나라는 진짜 알수록 짜증 나고 꼴 보기 싫다. 우리나라에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근데 이 나라는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지매, 성매매 같은 비상식적인 현상들이 생겨난 걸까? 참 별로다.

 

 

 

수많은 개인과 전문직 종사자들이 포주와 공모하고 조직 폭력 단체부터 현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성매매로 기꺼이 이득을 취한다.

 별의별 사람이 다 포주가 될 수 있구나... 돈 벌자고 인간이길 포기한 것들과 같은 세상에 사는 게 환멸 난다. 성매매에서 얻어지는 불법 수익 단속이 급하다는 저자 말에 동의한다. 돈이 되니까 너도나도 하는 거면, 돈이 안 되게 만들면 된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에는 유흥종사자를 둘 수 있는 시설로 '유흥주점'을 규정하고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제22조)

 네...? 이게 도대체 왜 대한민국 법에 직업으로 적혀있는 거죠...? 이 법을 보고 그럼 아이돌도 직업으로 인정 안 할 거냐고 반박할 치들이 떠오르는데, 아이돌은 노래랑 춤에서 일이 끝난다. 하지만 유흥종사자는 거기서 끝이 안 나는 게 문제다. 법이 잘못됐으면 고쳐야 하는데, 고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 나는 있는 줄도 몰랐다.

 

 

 

질문할 것은 그들이 왜 성매매를 하는가가 아니다. 취약한 계층의 여성이 절박한 상황에서 성매매로 유입되고 이 시장은 너무나 손쉽게 그들의 취약점을 이용한다.

 왜 성매매를 하는지가 아니라 왜 성매매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이상하다. 돈이 급한 상황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유혹하는 이 상황을 정말 한 개인의 선택으로 볼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국가들은 여성들이 업소에 고용되거나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서 건물을 가진 업소나 에이전시 등과 대등한 계약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본다.

 이게 잘도 되겠다. 가진 자본이 달라서 출발점이 다른데 여기서 어떻게 대등이란 단어를 논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성매매를 '자유'라는 말로 포장한 나라에서 그 시장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는 이미 독일과 네덜란드의 현재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을 제외한 관련된 주변 모든 사람이 돈을 버는 현실은 법 제정 전과 후가 똑같다. 달라지는 건 사람들의 인식인데, 성매매가 합법화되면 여성의 성은 사고팔아도 되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 감금, 납치, 살인을 더는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성매매 합법화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성매매 합법화 이후 성매매 여성의 처우를 위해 내놓은 유일한 개선책이 성매매 여성에게 모든 걸 책임지우는 이 법인 것이다.

 합법화 목적이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합법화를 해도 피해자는 여성인 게 똑같다. 이 법은 실패한 법이고 개정해야 하는 법인데, 이 망한 법을 왜 굳이 우리나라에 적용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성매매 여성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말로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고 시장의 논리에 그들을 던져 넣는 손쉬운 타협으로 인권은 지켜지지 않는다. 적절한 규제 없이 약자가 보호받는 시장이 역사상 존재했었는지 묻고 싶다.

 성매매 합법화는 여성 인권을 지킨다는 탈을 쓴 포주 배불리기, 성 착취행위 정당화다. 이걸 무슨 생각으로 합법화하자고 하는지, 합법화를 주장하는 본인은 그 법 아래서 성 노동자가 되고 싶은지 묻고 싶다.

 

 

 

그러니 성매매 시장이 성립하면 그다음은 원하는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강간도, 모든 착취적 판타지도, 소녀와의 연애 같은 정서적 착취부터 어느 구멍이든 삽입하는 신체적 착취까지, 어디까지가 성매매인지 경계를 정할 수 없다.

 유독 왜 성욕만 합법화해서 풀어줘야 하는 대상으로 볼까? 누군가 사람을 죽이고 싶은 살인 욕구가 있다고 해서 살인을 합법화하자고 한다면 모두 그 사람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성매매도 같은 논린데 왜 유독 여기서만 사고의 틀이 바뀔까? 성매매와 강간의 경계는 너무 흐릿해서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법 또한 이 경계를 그을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하다.

 

 

 

성매매를 '된다'고 말한 순간 이 나라들에서 모든 서비스가 성매매와 결합되었다.

 성매매 합법화는 단지 음지에 있는 것을 양지로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다. 양지에 있는 모든 사업에 성착취가 붙을 수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다.

 

 

 

현행 [성매매방지법]은 성매매 여성을 자발과 비자발로 구분하고,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증하도록 한다.

 나도 처음엔 자발, 비자발을 구분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들어갈 땐 자발과 비자발이 구분될 수 있지만 나올 땐 자발적으로 나올 수 없다. 그 안에서 행해지는 갖가지 불법 또한 비자발적으로 겪어야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성매매여성을 자발, 비자발로 구분할 수는 없다.

 

 

 

 

감상

착잡하다. 특히 유흥종사자를 법적으로 명명한 것을 보고 내가 21세기에 살고있는 게 맞나 싶었다.

성매매 합법화를 반대하는 입장이 이 책을 읽고 더 확고해졌다. 여성 인권이 높다고 자부하는 나라들도 실패를 인정하고 제정하려는 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보통의 경우 사람이 억울하게 죽으면 거들떠보거나 억울함을 들어주는 척이라도 하던데... 수많은 여성이 죽어 나갔음에도 바뀌는 게 거의 없다. 여기서 여성들을 인간 취급도 안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를 어떻게 노동으로 인정하자는 건지…

노르딕 모델이 빨리 정착했으면 좋겠다. 다 같이 가담한 범죄에 왜 성구매자와 포주만 처벌 받냐는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정말 그게 같아보이냐고 묻고 싶다. 성매매를 근절하기위해 성매매 여성들이 겪은 경험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탈성매매를 결심한 여성은 이미 폭력, 협박, 금전적 위기의 상황에 놓여있는데 여기에 법적으로 처벌까지 가해진다면 우리는 평생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수 없을것이고 그것은 이 땅에 뿌리내린 성매매가더 견고해짐을 의미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평등을 외치는 자는 적극적인 가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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