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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居酒屋ふじ] 이자카야 ‘후지’ 파란만장 인생 이야기 | 일본원서 2022-02-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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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일서]居酒屋ふじ

栗山 圭介 저
講談社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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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이자카야 ‘후지’의 가정요리. 위세 좋게 손님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저씨의 인생이야기에 울고 웃고 분노하며 어느덧 인생이 변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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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자카야 후지居酒屋ふじ>의 홍보 영상을 본 직후 원작소설을 발견하게 되어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니까 분명 재미있을 거야.” 생색이라도 내듯이 엄마한테 사드렸는데, 기대와는 달리 영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것이었다. “재미도 없다”를 연발하시기에 정말인지 확인해 보리라 마음먹고 서툰 일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책에 도전했다. 그런데... ‘미안해 엄마. 의심해서...’ 좀처럼 속도가 나가지 않는 페이지에 몇 번이나 중도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재미가 없는 건 또 아니라서 끈기와 인내로 완독에 성공했다. 사람들의 후기가 좋았던 건 역시 남자들의 평이었던 걸까. “작은 선술집을 배경으로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와는 전혀 방향이 다른, “이자까야를 운영하는 아저씨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분명 남자들의 로망과는 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도쿄 나카메구로에 실제로 있는 ‘이자카야 후지’를 배경으로 저자 쿠리야마 케이스케栗山圭介는 주인아저씨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소설을 썼다고 한다. 드라마와의 공통점이라면 후지두부, 고래꼬리살, 멸치양배추볶음, 판파라야키 같은 음식점의 메뉴와 그곳의 단골이 된 배우 니시오 에이지의 성장통 정도려나. ‘후지ふじ’라는 이름은 가게를 마련해준 딸 후지코의 이름을 딴 것이기도 하고 후지산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되기를 염원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단 배우의 길에 들어서기는 했으나 어려운 현실에 회의감을 느끼던 니시오 에이지는 우연히 발견한 이자카야 ‘후지’의 가정요리라는 문구에 이끌려 들어선다. 자그마한 선술집 안에서는 주인아저씨가 손님들 상대로 음담패설을 떠들썩하게 늘어놓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카운터 자리에 앉을 때만 해도 자신이 골수단골이 되어 아저씨의 인생이야기에 울고 웃고 분노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후지’의 주인아저씨는 80세에 접어든 나이에 암환자임에도 에너지 넘치는 호색한으로 위세 좋게 손님들과 이야기꽃을 피운다.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시宇都宮市 출신으로 게타下馱 전문점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란 다카하시 도시오. 영화배우처럼 뚜렷한 이목구비에 각진 얼굴이 인상적인 그는 외모처럼 굴곡지고 호쾌한 인생을 살아왔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매사에 호기심이 왕성한 나머지 불량 학생과 사기극을 벌이다 수배자 신세가 되어 야쿠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마약 중독에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다시 인생 역전에 성공하기도 하는 등 마치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평범하게 살아온 니시오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일화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어렴풋이 동경의 마음을 품고 있던 니시오를 배신이라도 하듯 도시오는 행복의 절정에 선 순간 다시 어긋난 길로 접어들어 가정을 버리고 형무소에 수감되고 만다. 아저씨에게 애정과 증오를 동시에 갖게 된 니시오지만 묘하게도 ‘후지’에 발걸음하게 된 이후로 그의 인생 또한 변하기 시작한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그러자 번번이 고배를 마시던 오디션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어찌 보면 한심하기도 한 삶이지만 아저씨가 전하고자 했던 건 자신을 반면교사 삼아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마주보라는 격려가 아니었을까.

 

この店と出逢ったことで僕がどう變われたかはともかく、僕は昔よりも僕が好きになった。相變わらず夢と希望の境はみえないけれど、僕らしく生きていればいつかどんな夢よりも素晴らしい現實に出逢えるかもしれない。そう思わせてくれたのが、この小さな居酒屋とおやじである。
이 가게와 만난 것으로 내가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가를 떠나, 나는 옛날보다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다. 여전히 꿈과 희망의 이정표는 보이지 않지만, 나답게 살다보면 언젠가 어떤 꿈보다도 멋진 현실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게 해 준 것이, 이 작은 선술집과 주인아저씨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나가야마 켄토와 오모리 나오가 맡았는데, 배우인 니시오 에이치 역의 나가야마 켄토는 적역이라 해도 좋겠지만 소설 속 중요한 인물인 주인아저씨는 어디로 사라지고 단골손님 오모리 나오가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당연히 스토리의 방향성이 달라지겠지만 책을 읽은 소감으로는 드라마로서는 원작을 그대로 했다면 망했을 거라 예상되니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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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죽이다] 추리의 미학, 그 진수를 보여주다 | 장르소설 2022-02-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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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꺼이 죽이다

존 버든 저/이진 역
비채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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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만큼 고뇌에 찬 전직 형사 데이브 거니는 어려운 사건일수록 투지에 불타는 성격으로,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져온 연쇄살인범과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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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설계된 퍼즐을 하나하나 짜 맞추는 묘미를 자랑하는 ‘데이브 거니 시리즈’ 그 세 번째 이야기 [기꺼이 죽이다Let the Devil Sleep]. 저자 존 버든은 40대에 들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해 데뷔작 <658, 우연히>에 이어 후속작 <악녀를 위한 밤>까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생각이 많은 만큼 고뇌에 찬 전직 형사 데이브 거니는 어려운 사건일수록 투지에 불타는 성격으로,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져온 연쇄살인범과 맞선다. 10년 전 메르세데스를 탄 부자들만 골라 죽이고는 사회 정의를 위해 악의 근원을 처단한 ‘착한 양치기’라 스스로를 자처하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은 채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당시의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살인은 다시 시작되고 인터뷰의 자문을 떠맡게 된 데이브 거니 형사의 주위에 위험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데이브 거니는 지난 사건에서 입은 총상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목가적인 마을에서 조용한 은퇴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나 옛 지인의 부탁으로 ‘착한 양치기 살인사건' 관련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킴을 도와주기로 한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만나러 다니는 한편으로 10년 전 사건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들여다보던 데이브 거니는 뭔가 위화감을 느낀다. 그의 레이더에 포착된 건 범인의 사고방식과 스타일의 차이였다. 감정적인 살해 동기와는 달리 범행은 치밀하게 계획된 데다 후에 보내온 선언문 또한 극도로 냉정하게 문장을 다듬은 것으로 판단된다. 희생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혹시 그들 중 한 사람만이 진짜 목표는 아니었을까. 결국 프로파일에 문제는 없었는지 의심하는 그에게 적의를 표하는 FBI와도 등을 지게 된 데이브 거니는 외로운 싸움을 준비한다. 다큐멘터리 “살인의 고아들”의 방송과 함께 목숨을 잃는 사람들. 범인이 보내온 선전포고.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한다.

 

막바지에 다다라 데이브 거니가 취한 행동은 너무 무모하게 느껴지는데다 10년 전 사건으로 인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탓에 반미치광이처럼 변해버린 전직 경찰의 선택 또한 이해가 잘 안 된다는 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는 구도와 등장인물의 머리싸움이 기본 골자가 되는데도 시종 잃지 않는 긴장감은 탁월하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자극적이고 과장된 편집으로 범죄를 볼거리로 만드는 언론사의 행태, 방송의 인기에 편승해 자신을 과시하려는 지식인들, 아집에 차 진실을 외면하려 하는 공권력 등 사회문제를 녹여내는 한편으로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고찰을 빼놓지 않는다. 누군가가 어디선가 나를, 가족을, 보금자리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섬뜩함에도 불구하고 집념을 놓지 않는 고독한 형사 데이브 거니, 그런 그를 조용히 곁에서 지켜봐주는 현명한 아내의 모습에서 어떤 상황이든 희망의 빛은 비추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언제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여유는 없는 게 우리 삶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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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눈빛] 따뜻하지만 예리한 형사 나츠메의 수사일지 | 장르소설 2022-02-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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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형사의 눈빛

야쿠마루 가쿠 저/최재호 역
북플라자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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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절규하는 사람들, 형사 나츠메는 그들을 꾸짖고 보듬으면서 사건을 해결해간다. 수록된 7편의 에피소드가 마지막에 하나로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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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는 알고 있었지만 일본의 인기 추리작가 ‘야쿠마루 가쿠?丸岳’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다. 본격추리나 소년범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데, 특히 사회파 소년범죄사건과 관련된 이야기의 경우 찜찜해지는 기분이 쉽게 떨쳐지지가 않아서 이런 소재를 주로 다루는 작가의 작품은 자연히 멀리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형사의 눈빛刑事のまなざし]은 단편소설인데다 예전에 드라마로 한두 편 본 기억이 있어 도전해보기로 했으나, 역시 개인적인 취향과는 조금 맞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무엇보다 본격추리 특유의 문장은 늘 뭔가 미흡한 기분이 든다. 마치 르포기사나 라이트노벨을 읽는 듯한 단조롭고 간결한 문장 때문인지 작품의 주제가 갖는 무게에 반해 사건 자체가 가벼워져 버린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수록된 7편의 에피소드는 처음 한 편을 보고나니 다음 편부터는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이 가는 대로 사건이 흘러가는 것이었다. 그나마 주인공 형사 나츠메 노부히토의 인간미 가득한 모습에 기대어 완주할 수 있었다.

 

주인공 나츠메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소년원으로 보낼지 아니면 가족의 품으로 되돌려 보낼지 결정하는 법무부 직원이었다. 그러나 그의 어린 딸이 괴한에게 테러를 당해 십 년째 식물인간 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되자 형사가 되었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결코 행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짐승만도 못한 남편이나 삼촌을 둔 사람, 한창 나이에 노숙자가 된 사람, 아내와 사별 후 엇나간 중2 아들과 외롭게 사는 사람, 교도소를 들락거리다가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과거에 발목을 잡힌 사람 등…. 그들은 아무리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절규한다. 나츠메는 때로 그들을 꾸짖고 때로 그들을 보듬으며 미스터리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 나간다.
-출판사 소개글 중

 

ep1. 오므라이스
한밤중에 일어난 화재로 한 남자가 사망했다. 부엌에는 저녁으로 준비한 오므라이스가 남아있었다. 폭력적인 동거남의 죽음. 여자는 남자를 원했고, 아들은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과연 방화범은 누구일까.

 

ep2. 빨간 줄
한 남자가 둔기에 맞아 사망했다. 강도가 노린 건 무엇이었을까. 딸아이는 학대를 당한 정황이 있고, 소녀의 친구 집으로 형사가 찾아온다. 전과자라는 빨간 줄 때문에 불안해하는 엄마와 삼촌. 과연 진상은?

 

ep3. 잃어버린 심장
공원에서 한 노숙자가 죽었다. 전날 밤 시비가 붙었던 탓일까. 다른 사람들은 터전을 옮겼지만 쇠약한 노인과 마음 약한 중년남만이 남았다. 그곳을 찾은 나츠메 형사는 흉기로 사용된 술병을 발견한다.

 

ep4. 자존심
젊은 여성이 자택에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교살 당했다. 전 남친은 스토커, 가끔 만나는 남자는 불륜, 새로 사귀는 애인도 있다. 복잡한 애정관계가 원인이었을까. 자존감만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ep5. 아버지의 휴일
아내가 죽고 사춘기 아들을 홀로 키우는 남자. 그러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를 방치해 두었다. 어느 날밤 수상한 젊은이들에게서 돈을 받는 모습을 보고 놀란 아빠는 휴일에 아들의 뒤를 좇는다.

 

ep6. 흉터
등교거부를 일삼으며 반복적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여고생. 그녀가 그토록 괴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던 중 한 남자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탐문수사 결과 어떤 교복 차림의 여고생이 목격되었다. 

 

ep7. 형사의 눈빛
모처럼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한 부부. 학창시절 왕따였던 아이가 아니나 다를까 개업한 술집까지 찾아와 협박을 한다. 그런데 얼마 후 살해당한 그의 방에서 나츠메의 딸이 습격당한 흉기가 발견된다!

 

2011년 출간된 첫 번째 소설 [형사의 눈빛]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나츠메 형사 시리즈’는 일본 TBS 방송국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기파 배우 시이나 깃페이가 연기하는 나츠메 형사는 책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며 고뇌하는 형사의 인간적인 면을 잘 살려냈다. 식물인간 상태로 10년을 누워만 있는 딸을 보는 심경은 어떨지 헤아릴 수조차 없다. 더구나 딸을 그렇게 만든 범인을 눈앞에 두고 이성을 찾을 수 있을는지도. 그런 의미에서 나츠메 형사는 대단하다 칭송받아 마땅할 것이다. 주인공의 인내와 고통에도 불구하고 너무 박한 점수를 줬는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영상으로 보는 것이 더 감동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편이지만 각 에피소드에 흩어져 있는 단서들이 마지막에 하나로 모아진다는 점이 이 작품의 묘미인데, 영상에서는 긴박하고 처절한 클라이막스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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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年の奇跡] 청춘 야구 폭소소설 ‘1985년의 기적’ | 일본원서 2022-02-0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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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일서]1985年の奇跡 新裝版

五十嵐 貴久 저
雙葉社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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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다카히사의 청춘소설 3부작 1편.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야구에 대해 잘 몰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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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다카히사五十嵐貴久라고 하면 <교섭인>이나 <리카> 등의 서스펜스 스릴러 뿐 아니라 <아빠와 딸의 7일간>과 같은 코믹 터치의 휴먼판타지로도 유명한 작가다. 호러 서스펜스는 한없이 무시무시하고 유머소설은 배꼽을 부여잡을 정도로 웃긴다는 점에서 같은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장르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다. 위의 작품들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국내 출간으로도 이어졌지만, 극과 극으로 튀는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저자의 소설이 국내에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워낙 다루는 장르가 다양한 만큼 학원물도 빠질 수 없을 터. 인기 청춘소설 3부작이 있다. <1985년의 기적1985年の奇跡>, <2005년의 로켓보이즈2005年のロケットボ?イズ>, <1995년의 스모크온더워터1995年のスモ?ク?オン?ザ?ウォ?タ?>. “실패 없는 인생은 재미없다.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게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매일을 살아갈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청춘의 기록이다. 그 첫 번째 작품 [1985년의 기적]은 고교 야구부의 이야기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야구에 대해 잘 몰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온다.

 

도쿄 도립 고가네이고엔小金井公園고등학교 야구부에는 9명의 부원이 있다. 단 한명만 빠져도 시합이 안 되는 그야말로 딱 정원이 모여 겨우 동아리가 유지되는 형국으로, 실력 또한 지역에서 최하위권인데도 노력은커녕 연습조차 하지 않는다. 야구는 좋아하지만 그냥 놀이 수준으로 시합에서 지는 건 별일도 아니다. 부활동은 적당히 때우고 인근 식당에서 배를 채우거나 TV프로그램을 화제로 다투기도 하는 등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 그런 나날 중, 6월의 어느 날 전교생이 오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중학교 때부터 기량을 인정받아온 야구 에이스가 나타난 것. 부상으로 쉬는 중이라고 했지만 어쨌든 야구부에 입부시켰는데, 실은 팔은 건재했고 무서울 정도의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리고 곧 고시엔 예선전이 시작된다. 전천후 투수의 놀라운 활약에 빌붙어 승리의 기쁨을 맛보며 승승장구하던 것이 준결승에서 급추락하고 만 야구부. 도대체 우리의 투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충격적인 사실이나 배신감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비겁한 수를 쓴 상대 고교다. 리벤지다! 여름방학 동안 전에 없던 연습에 매진하는 야구부원들. 하루아침에 실력이 월등해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향상되는 기량에 새로운 기쁨과 보람을 알게 된다.

 

전형적인 스포츠 학원 성장스토리라 할 수 있겠으나, 이런 종류의 소설은 바로 그래서 재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승리를 거듭하다 패배를 맛보고 실의를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죽을 만큼 노력한 후 다시금 일어선다는 전개 말이다. 결국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깨달음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학원소설의 전형을 따르는 이 작품은 귀엽고 유쾌하며 시원하기까지 하다. 물론 풋풋한 로맨스도, 진한 우정도, 가슴 벅찬 감동도 있다. 다만 일본 TV프로그램이나 노래, 연예인에 대한 언급이라든가 일본식 개그나 만담 같은 대사가 많기 때문에 번역본으로 만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1985년은 극성팬이 많은 반면 성적이 시원치 않던 한신 타이거즈 팀이 21년 만의 리그 우승과 사상 첫 일본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해다. 휴대폰도 인터넷도 없던 옛날. 그러나 그 시절엔 낭만이 있었고, 가끔씩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어가며 읽은 책이다.

 

<도립고가네이고엔고교 야구부>
· 오카무라 고지: 캡틴. 유격수(7번 타자)
별명 바보 오카. 2학년. 우유부단하고 게임에서 눈치보다 끝까지 남는 스타일. 가위바위보에 져서 주장이 되었다.
· 사와타리 슌이치: 투수(4번 타자).
전학생. 2학년. 키도 크고 스포츠 만능에 성적 우수, 외모는 준수한데다 잘난 척하지도 않으며 성격 또한 온화한 만찢남.
· 신보 도오루: 포수(6번 타자)
별명 간사이. 2학년. 중학교까지 오사카에서 살았다. 성질이 급하고 불같은 강경파. 
· 안도 유타카: 1루수(5번 타자)
별명 안드레. 2학년. 키 180cm, 몸무게 120kg의 거구. 힘은 좋지만 지구력이 약하다. 
· 이케다 가즈요시: 2루수(2번 타자)
별명 가즈. 2학년. 교내 남학생인기랭킹 9위. 자칭 에이스 투수지만 볼이 느리다. 
· 이이즈카 히로시: 3루수(3번 타자)
별명 이튼. 2학년. 안경을 쓴 정치가 스타일. 머리회전이 빠르고 손재주가 좋다. 그나마 야구를 제일 잘한다.
· 오다 삼형제: 외야수 3인방. 큰형 유이치로(8번 타자), 작은형 유지로(9번 타자), 막내 사토시(1번 타자)
1학년. 쌍둥이 형제와 11개월 차이 나는 3남까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쏙 빼어 닮았다. 
· 가모시타 죠지: 후보. 2루수
별명 가모. 1학년. 시건방진 구석이 있으며 잘 놀고 떠드는 스타일. 부잣집 아들.

 

<사이온지 여학교>
· 가나자와 마미: 고가네이고엔고교 야구부 매니저 
1학년. 팀의 정신적 지주. 천사 같은 외모에 단호하고 착실한 성격.
· 다카노 세이코: 소프트볼부 캡틴
2학년.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 스타일. 무뚝뚝하지만 의리가 있다.
고지마 요시에: 소프트볼부 부원
1학년. 별명 쿠요. ‘바보 야구부’ 부원들에 친절한 미소녀.

 

<2학년 F반>
· 가토 마사후미: 학급위원. 방송부 부장. 얼굴이 희고 무지 크다.
· 가와하라 마키: 학급부위원. 가토와 커플.
· 후나츠: 경음악부. 응원단 브라스밴드를 지휘한다.

 

<교사>
· 다카무라 이타루: 2학년 F반 담임. 야구부 감독 겸 부장. 
미술교사. 열의도 배포도 없지만 선량해서 편하기는 하다.
· 나카가와 요시히코: 교장선생. 
160cm가 못되는 왜소한 체격. 악덕형사를 닮은 꼰대 중년남. 교칙제일주의. 성적우선주의. 반을 성적순으로 편성하고 체벌에 차별을 둔다. 운동부는 거의 증오한다.

 

<夕やけニャンニャン(유우야케냥냥)>
1985년 화제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일반 여고생들의 아이돌 오디션 코너가 특히 인기가 높았다. 전국에서 선발된 귀여운 여고생들의 출연으로 당시 청소년들의 단골 화제일 뿐아니라 팬이 나뉘어져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책에서도 야구부원들이 닛타 에리新田?利파와 고쿠쇼 사유리?生さゆり파로 나뉘어 언쟁을 벌이는 씬으로 시작된다. 이후 합격한 멤버는 ‘오냥코클럽おニャン子クラブ’라는 아이돌 그룹으로써 앨범 발표와 콘서트 등과 함께 데뷔해 크게 활약했다. 작품 속 응원가로 불리는 <세일러복을 벗기지 말아요セ?ラ?服を?がさないで>이 데뷔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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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황당한 인질극 소동의 전말 | 일반도서 2022-02-0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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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사건보다는 인간에 초점이 맞춰진, 밀실 수수께끼 미스터리 형식을 빌린 휴먼드라마.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을 듯한 바보들의 눈물겨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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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작가를 제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프레드릭 배크만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으련다. 세상에는 읽을 책이 무한히 있기에 평소에 신간을 그다지 고집하지 않는 편인데, 이 작가의 신간 소식이 들려오면 빨리 읽고 싶어져서 다른 책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겉절이보다는 신김치가 취향인 것처럼 오래 묻혀있던 도서를 발굴하는 걸 선호하는 내가 아직 덜 삭은 상태의 책을 손에 넣은 건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베어타운>과 <우리와 당신들>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불안한 사람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물질문명이 인간사회를 장악하고 빈익빈부익부의 사슬은 더욱 강력해진데다 정보의 홍수 속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현대인은 모두 불안함을 지닐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거대 조직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떨리던 몸은 안정을 찾고 조금쯤의 숨 쉴 공간은 생기지 않겠는가. 우연히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된 그들 또한 각자 마음속에 자신만의 불안을 품고 사는, 어쩌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건 은행 강도, 아파트 오픈하우스, 인질극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보다는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수도 있다.”
p.151

 

아주 작은 도시, 새해가 시작되기 이틀 전날, 한 은행에 강도가 들었다. 그러나 그곳은 현금이 없는 은행이었고, 경찰을 부른다는 직원의 말에 당황한 은행 강도가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달려 들어간 옆 건물 아파트에서는 오픈하우스가 열리고 있었다. 스키마스크에 권총을 든 은행강도가 느닷없이 나타나자 이제 상황은 인질극으로 전환되었다. 아파트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8명. 구경 온 잠재고객인 중년부부 로게르와 안나레나, 젊은 동성애자 부부 로와 율리아, 간부급 커리어우먼 사라, 노부인 에스텔. 그리고 토끼 탈을 쓴 수상한 남자 레나르트와 부동산중개인.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인질들이 모두 무사히 풀려난 후 스톡홀름에서 온 협상전문가가 혼자 남은 은행강도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안쪽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거실에는 핏자국만 가득할 뿐 사람 흔적 하나 없이 집안은 텅 비어 있다. 도대체 은행강도는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을까? 아버지 짐과 아들 야크가 나란히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조사가 시작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고, 시종 바보 취급을 당하는 야크는 부아가 치민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적어도 한 명은.

 

그렇다면 이건 범죄 수사극인가? 스톡홀름 신드롬에 관련된 심리 스릴러인가? 아니다. 사건보다는 인간에 초점이 맞춰진, 밀실 수수께끼 미스터리 형식을 빌린 휴먼드라마다.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을 듯한 바보들의 이야기다. 자신의 권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고, 현금 없는 은행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게다가 단돈 6천5백 크로나만을 요구하는 은행강도라니. 인질들 또한 얼빠진 반응을 보이며 얼토당토않은 대화를 주고받을 뿐이다. 결국 인질 아닌 인질극은 대통합 인간극장의 양상을 띤다. 요구 사항은 피자. 협상 조건은 불꽃놀이. 아버지 경찰은 아들 눈치를 보고 아들 경찰은 답답해하면서도 아버지를 위한다. 어쩌면 우연과 필연이 겹친 이 사건은 새해를 기념해 신이 선물한 한바탕 마당극인지도 모른다. 결국 만날 사람은 만나고 모든 이는 구원을 얻었으니 말이다. 현대판 셰익스피어를 읽는 기분이랄까. 복지국가인 스웨덴에도 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역시 인간사회의 시스템이란 지배층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만드는 자가 그쪽이니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씁쓸함이 차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어쨌거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내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해야 하려나.

 

“설날이 찾아오지만 달력 파는 사람이 아닌 이상 당연지사 기대했던 것만큼 엄청난 의미는 없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지금이 그때가 된다. 어머니가 가족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최선을 다하라는 것.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것.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라는 것. 오늘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거든, 오늘 하루가 끝나고 밤이 우리를 찾아오거든 심호흡을 한 번 하기 바란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지 않은가. 날이 밝으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 책 속 인용문구 by 에스텔(노부인)

죽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죽는 것도 정말 짜릿한 모험이 될 거야. /J. M. 배리

세상에서 폭소와 유쾌한 분위기만큼 불가항력으로 전염성이 강한 것은 없다. /찰스 디킨스

외로움은 굶주림과 같아서 뭘 먹기 시작한 다음에라야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알 수 있다. /조이스 캐럴 오츠

아이들은 당신의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의 간절한 바람이 빚은 아들과 딸들이다. /칼릴 지브란

우리 눈에 보이는 저 불빛이 나의 집 현관에서 이글거리고 있구나. 저 조그만 촛불이 얼마나 멀리까지 빛을 비추는가! 그러니 이 타락한 세상을 선행으로 비추자꾸나.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글픔으로 내가 바보 천치가 되어버렸어. /윌리엄 셰익스피어

우리는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는 잠들어 있는 셈이다. /레오 톨스토이

사랑은 당신이 존재하길 바란다. /보딜 말름스텐

그대에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온갖 일들이 그대에게 벌어질 테고
모두 멋진 일일 것이다!
/보딜 말름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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