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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계참 금붕어] 따스한 인간애가 오가는 곳 | 일반도서 2017-12-3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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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층계참 금붕어

노나카 도모소 저/윤혜원 역
마야(권순남) | 200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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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 메종 엘미타쥬. 이곳 층계참의 만남은 마치 행복을 불러오는 유럽의 동화 같은 일들이 이루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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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아파트, 그 곳 층계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전하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층계참 금붕어」. 아파트의 이름은 메종 엘미타쥬. 스위스 로잔에 있는 엘미타쥬 미술관에서 따온 이름인 것 같다. 로잔 전경이 보이는 언덕 꼭대기 엘미타쥬(Hermitage)라 불리는 땅에 지은 아름다운 19세기의 레지던스 안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수목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원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저택이라고 한다. 이 오래된 아파트 건물주의 딸인 요리코는 이름도 촌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이곳 층계참의 만남은 마치 행복을 불러오는 유럽의 동화 같은 일들이 이루어지게 한다. 얼어있던 마음의 문을 녹이고, 꼬인 매듭을 풀고, 화해의 장을 만들고, 인연의 끈을 엮는 공간이 된 층계참. 푸른빛을 띤 형광등 불빛 아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바다위에 무지개다리가 걸린다.

 

풀의 백성
요리코가 층계참에서 만난 여자. 타미 씨는 의상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점점 더 층계참에 제대로 자리를 잡아 버린다. 먹을 것, 마실 것, 무릎 덮개, 파시미나를 준비하고는 책을 읽기도 하고 어떨 땐 일도 층계참에서 한다.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타미 씨와 가까워진 요리코는 정작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기분이 든다. 타미 씨가 깔아놓은 융단 ‘가베’ 속에 수놓인 풀밭 위 어딘가에서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더스트 슈트의 별
아파트의 관리인 오오타 씨가 가장 사랑하는 왕국 쓰레기 집적소에 불청객이 날마다 찾아온다. 1층에 사는 다케노쓰카 씨. 신문에 끼어있는 쿠폰을 모으기 위함인데 어느 날 투입구를 막아버린 더스트 슈트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우연히 영화잡지에서 여장을 한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오래전 연을 끊어버린 아들을 생각하는 오오타 씨. 지금이라면 그의 목소리가 들릴 것도 같아 저도 모르게 더스트 슈트를 바라본다.


작은 도깨비의 내일
자하드 씨가 층계참에서 만난 작은 도깨비. 어느 새 그의 집에 눌러 앉아버렸다. 이란에서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고 타국에서 텅 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에게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친구도 가족도 없던 자하드 씨에게 작은 도깨비와의 일상은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긴 이제는 행복을 원하는 마음이 생긴 자하드 씨에게 작은 도깨비의 요술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개와 호랑나비
타미 씨의 딸 후짱이 기다리는 사람은 예전에 엄마의 남자친구였던 기타자와 군. 그의 신선하고 독특한 기운에 흠뻑 빠져있던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이다. 기적처럼 갑자기 층계참에 나타난 기타자와 군. 언젠가 산에서 캐어와 베란다 화분에 옮겨 심었던 산초나무가 걱정이 되어 왔다고 한다. 비록 가짜인 개산초나무지만 호랑나비가 날아드는 걸 보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마음이란 전해지지 않는다 해도 그곳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보다.


타일을 깨다
요리코의 엄마 구사요 씨는 타일 기술자의 딸이었다. 사위로 하여금 대를 잇게 하고 싶었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아 부동산 회사의 후계자이자 저돌적인 성격의 고조 씨와 결혼을 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타일에 애착을 갖고 있던 요리코는 타일을 모으는 취미를 갖고 있었지만 결혼 후 일상생활에 젖어든다. 아내 집안의 가업에 무심해 보였던 남편이지만 딸이 살고 있는 아파트 층계참에 장식된 타일에서 고조 씨의 깊은 애정을 발견한다.


모래언덕 관리인
아파트에 틀어박혀 할 수 있는 웹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독신남 리쿠지 씨에게 누나가 고양이 ‘미아’를 맡아달라며 데리고 온다. 어린 시절 태어나 자란 곳 일본해에 접한 사구지대를 떠올리는 리쿠지 씨. 그 때 키웠던 고양이는 사구 언덕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그들 남매를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길잡이처럼 집으로 인도해 ‘모래언덕 관리인’이라 불렀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그 고양이처럼 ‘미아’는 어디선가 모래를 묻히고 돌아온다. 따스한 모래의 촉감은 허전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하다.


금붕어 망토
타미 씨가 오랜만에 나선 층계참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린 시절 친구 케타로 군. 아니, 이제는 케이티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알고 보니 관리인 오오타 씨의 아들. ‘리틀 라이딩 후드’라는 가게를 경영하고 있다. 늘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던 그를 좋아했던 타미 씨. 어쩌면 층계참에서 기다린 사람은 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씩 찾아와 층계참에 머물다 가는 케이티를 위해 무대 의상을 만들기로 한 타미 씨.

 

스테이지 위에서 우스꽝스럽게 춤추고 떠드는 그들이 금붕어라면, 이 가게는 수조이다. 왁자하게 웃는 손님들은, 잠시 속세를 잊고 흔들흔들 유리 수조의 바닥에서 흔들거리는 수초 같은 것이겠지. 망토와 복면으로 각각의 마음을 감춘 금붕어들, 타미 씨는 그들이 불빛 아래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몹시 기다려져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세상 또한 커다란 수조인지도 모르겠다. 덧없이 흔들리는 수초로 만족할 것인지 아름다운 색깔로 반짝이는 금붕어가 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겠지. 출구는 없을지라도, 때로는 자신의 일부를 복면으로 감춰야할지 모르지만 세상을 향해 힘껏 헤엄을 쳐보자. 나를 응원해주는 또 다른 금붕어들이 분명히 존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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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총성] 유머와 결합된 뛰어난 심리 미스터리 | 장르소설 2017-12-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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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두 번째 총성

안소니 버클리 저/윤혜영 역
크롭써클 | 2009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193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고전 추리소설이지만 ‘심리 추리소설’의 원조다운 참신함과 혁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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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미스터리 장르에 눈을 뜨기 시작해 탐정 위주의 본격 추리소설에 식상해질 즈음 색다른 스타일로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이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였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만해도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라고 여겨지던 때였으니 ‘범죄자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흥미진진하기 이를 데 없었던 기억이다. 이후 <시행착오>라는 또 다른 충격적인 소설을 만났는데 이 책의 저자인 안소니 버클리가 프랜시스 아일즈와 동일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나의 존경심은 더없이 커졌다. 이 작가의 작품들이 갖고 있는 묘미는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와 추리 이외에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다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인해 마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재미를 더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보편화되어 있는 ‘심리 범죄소설’을 오래전 이미 예견했던 안소니 버클리는 많은 평론가로부터 추리소설의 가장 위대한 혁신자로 평가받고 있다.


“저는 탐정소설이 이미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 또는 범죄에 관한 소설로 발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믿고 있습니다. 추리보다는 심리적 묘사에 더 비중을 두어 독자를 묶어두는 것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욕실에서 그 노인을 죽였는가?’가 아니라 ‘도대체 왜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X가 그 노인을 욕실에서 죽인 이유가 무엇일까?’가 될 겁니다. 한마디로 탐정소설은 더 복잡해져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정말 평범한 살인 뒤에도 여러 감정과 극적인 상황, 미묘한 심리와 무모한 행동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이 추구하는 바가 되어야 하지만 진부한 탐정소설 속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면이지요.” -안소니 버클리


<두 번째 총성> 또한 193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고전 추리소설이지만 ‘심리 추리소설’의 원조다운 참신함과 혁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국 교외의 어느 농장에 초대된 사람들. 연극으로 시작한 살인사건이 진짜가 되어버리는데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에겐 살해 동기가 있고 알리바이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캐릭터들의 성격과 특징이 그야말로 잘 살아있어 개개인의 심리와 인물 관계,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 그에 따른 각자의 행동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나이도 적지 않고 왜소한데다 별 볼일 없는 외모에 점잖은 지식인인양 하는 소심한 성격의 화자 ‘핀커튼 씨’의 매력에 어느새 흠뻑 빠져든다는 사실이다. 샬럿 암스트롱의 <작은 독약병> 이후 약간 부족한 주인공에게 이토록 힘찬 응원을 보내며 유쾌함에 젖어들었던 건 참 오랜만이었다.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울 만큼 재미있는 이 작품을 스포일러를 쓰지 않고는 제대로 감상을 전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마지막 장에서 느끼는 짜릿함은 단순히 반전의 개념이 아니라는 정도로 마무리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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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여인] 충분히 멋진 탐정, 필립 말로 | 장르소설 2017-12-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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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저/박현주 역
북하우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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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과 뒷골목을 전전하던 말로가 이번에는 도시와 산속의 호수를 오가며 인간이 지닌 면면을 마주하고 감춰진 진실을 밝혀냄으로 인해 이야기는 씁쓸한 결말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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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말로의 창조자 레이먼드 챈들러의 1943년작 『호수의 여인 The Lady in the Lake』은 다른 작품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사람을 찾는 의뢰를 받아 탐문을 시작하는데 가는 곳마다 살인사건과 마주하게 되면서 경찰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에게 미움을 당하는 고독한 탐정의 사건일지라는 점은 특별할 게 없으나 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있다. 부촌과 뒷골목을 전전하던 말로가 이번에는 도시와 산속의 호수를 오가며 인간이 지닌 면면을 마주하고 감춰진 진실을 밝혀냄으로 인해 이야기는 씁쓸한 결말로 향한다. 어차피 인간사는 삼류드라마와도 같을는지도 모르겠다. 사랑, 욕망, 오해, 갈등, 증오, 동정, 용서, 화해. 그런 인간의 감정이 얽히다보면 삼류드라마와도 같은 현실이 벌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사립탐정 필립 말로는 사업가 킹슬리에게서 실종된 아내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호숫가 산장에 머물다 바람난 남자 레이버리와 결혼하겠다는 편지만을 남긴 채 사라진 아내 크리스탈. 그러나 킹슬리가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레이버리는 크리스탈과 결혼한 적도 없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산장으로 향한 필립 말로는 호수에서 떠오른 한 여인의 시신을 발견한다. 같은 날 사라진 두 명의 금발 미녀. 우연일까? 필립 말로의 수사에는 한 부인의 죽음과 그에 관련되어 보이는 또 한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경찰의 부정한 거래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한다. 의뢰인의 스캔들을 피하면서 경찰의 명예에 오점을 남기지도 않도록 바람직한 결말로 안내하고자 애쓰는 말로의 길은 늘 그렇듯이 험난하고 피곤하다. 터프하고 무심한 척하지만 실상은 인간애 넘치는 필립 말로야말로 츤데레 원조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시체 발견 전담반, 말로.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부르지.’ 아니, 나는 ‘수습 전담반, 말로’라고 부르고 싶다.

 

필립 말로 이야기를 읽노라면 세상만사가 덧없이 느껴지고 짙은 안개에 휩싸인 것 마냥 쓸쓸한 감상에 젖어드는 기분이 그리 개운치가 않다. 예전에는 특유의 분위기가 멋져 보였고 화려한 도시의 허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좇으며 문장을 곱씹어보곤 했었는데. 요즘 사회의 현실 때문인지 회색빛 이미지는 그만 떠올리고 싶은 마음이 커 비정한 하드보일드 작품에 몰입이 잘 안 된다. 당분간 따스한 이야기로 허전한 마음을 달랜 후에 하드보일드의 세계로 다시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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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하우스] 액션 스릴러 종합선물세트 | 장르소설 2017-12-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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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저/박산호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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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강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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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성을 갖춘 스릴러 작가로 인정받는 존 하트. <라스트 차일드>의 감동을 또다시 느끼고 싶어서 이번에는 <아이언 하우스>를 선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재미있었다. 그러나 전작만큼은 못하다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너무 많은 걸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스케일이 커진 반면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진부한 스토리가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과거를 버리고 전쟁을 벌이는 킬러, 심약한 동생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희생을 선택하는 형, 버림받은 아이들과 탐욕스런 어른들이 만드는 비정한 사회, 부정부패로 물든 정치인,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옥과 그들에게 내미는 구원의 손길 등등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작가의 문학성과 짜임새 있는 구성력, 긴장감 넘치는 액션과 섬세한 감정 묘사로 인해 장장 5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쉬지 않고 몰아간다. 평소보다 훨씬 긴 집필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 ‘아이언 하우스’에서 생활하는 마이클은 늘 괴롭힘을 당하는 동생 줄리앙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운다. 결국 살인을 저지른 동생을 대신해 아이언 하우스를 떠나고 거리의 킬러로 살아남는데,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여인 엘레나와 사랑에 빠지고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지만 갱단에서 빠져나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을 이해해주던 보스가 죽자 조직은 마이클을 위협하며 복수의 총구를 겨누고 그로 인해 위험에 빠진 엘레나와 줄리앙을 동시에 구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줄리앙은 상원의원에게 입양되어 좋은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불안한 정신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가 킬러라는 진실에 충격을 받은 엘레나를 설득하는 동시에 살인사건에 휘말린 동생을 위기에서 보호하고 조직의 추격에서도 벗어나야 하는 마이클. 줄리앙의 양어머니 캐서린이 유일하게 자신의 편에서 힘이 되어주지만 그녀 또한 비밀을 간직한 인물.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아래, 이 모든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정면 대결밖에 없다. 결전의 날은 다가오는데 승리의 여신은 마이클의 편이 되어줄지...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강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강인한 훈남 킬러, 아름다운 스페인계 여인, 심약한 미남 아티스트, 강단 있는 중년의 우아한 여인, 그를 사랑하는 전직경찰 경호원, 탐욕스러운 남편, 야성의 매력을 지닌 소녀,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 잔인하고 비열한 폭력배, 집요한 경찰, 쓰레기 같은 삶을 연명하는 인간들. 그들은 이렇게 소망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악이 근절되기를, 사회의 그늘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기를, 그 곳에서도 희망이 꽃을 피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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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일본판 하드보일드 | 장르소설 2017-12-2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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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저/권일영 역
비채 | 200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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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자키의 퉁명스러운 대꾸와 무뚝뚝한 태도 이면에는 고단하고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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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 오면서 심리나 모험, 코지 미스터리에 밀려 점점 줄어들던 본격 추리소설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추리소설의 제 맛은 고전적인 탐정물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잡식성인 나로서도 반가운 현실이다. 긴박함과 속도감으로 무장한 최근 소설들이 주는 짜릿한 감각에 빠져있다가도, 가끔 오래전 문고본을 다시 꺼내 깨알 같은 글자들을 읽다보면 역시 명작이 주는 묘미에 고전 미스터리 작가들의 출간되지 않은 다른 작품들도 더 읽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하드보일드도 마찬가지. 오히려 너무 폭력적인 최근작보다는 가슴을 파고드는 고독한 회색빛 분위기의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 같은 고전 하드보일드가 더 그립다.

 

일본에도 챈들러를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작가라는 건 그의 소설만큼이나 잘 알려진 사실이고, 챈들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하드보일드 작품을 쓰는 작가로 전향한 피아니스트도 있다. 제10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하라 료가 바로 그인데  ‘안녕, 긴 잠이여’라는 제목의 작품을 발표할 만큼 챈들러에 대한 동경심은 대단하다고 한다. 필립 말로의 계보를 잇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섬세하게 공을 들인 그의 소설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독한 중년 탐정 사와자키를 따라 비정한 도시의 이곳저곳을 누비노라면 그늘진 사회의 단면을, 비뚤어진 사람들의 이기심을, 가진 자의 비뚤어진 이기심과 약한 자의 자기 합리화된 비굴함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사와자키의 퉁명스러운 대꾸와 무뚝뚝한 태도 이면에는 고단하고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뭔가가 있다.

 

탐정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두 번째 작품인「내가 죽인 소녀」는 천재 소녀 바이올리니스트의 유괴 사건을 소재로 한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다. 전화로 사건 의뢰를 받고 방문한 집에서 영문도 모른 채 잠복 중이던 형사들에게 체포된 탐정 사와자키는 이로 인해 한 소녀의 유괴사건에 휘말린다. 몸값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 유괴범의 지시대로 장소를 옮겨 다니던 중 불의의 습격으로 돈이 든 가방을 잃어버리고 소녀는 증발해버린다. 자신이 소녀를 죽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건을 떨쳐버리지 못하던 사와자키에게 소녀의 외삼촌이라는 사람이 또 다른 의뢰를 맡기고, 경찰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꿋꿋하게 수사를 진행하며 소녀의 행방을 찾는다. 늘 그렇듯이 사건은 ‘그런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쪽으로 나아가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것이 여운을 길게 남기기는 하지만. 작가가 미술 공부를 해서인지 아름답고 스타일리시한 문체로 인해 더욱 감각적이면서도 짜임새 또한 탄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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