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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약자들의 통쾌한 반격 | 일반도서 2018-01-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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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저/이영미 역
은행나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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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지금의 세상에서 이야기로나마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이기는 세상을 마음껏 누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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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이처럼 깔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요즘 픽션의 추세는 많건 적건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 재미는 있을지라도 시원하지 않은 뒷맛이 남는데, 요시다 슈이치의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상쾌한 느낌이다. 호스티스, 호스트, 바텐더, 야쿠자, 심부름꾼, 정치인 등의 등장인물로 봐서는 더럽고 추잡한 비리와 뒷거래가 예상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저 직업이고 시민일 뿐이다. 내 주위에 있는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그러고 보면 사회적 편견이 머릿속에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의 본성은 큰일을 겼었을 때 드러나는 법. 사실 실제상황에서 위급한 사람에게 힘을 주는 건 그런 ‘보통’ 사람들 아니던가. 무엇보다 빛이 나는 작가 특유의 섬세함은 등장인물들의 독백에 있다. 무슨 큰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안 좋은 행동을 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유쾌하고 흐뭇하게 다독여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상적인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한다.’ 이것도 소설을 쓰는 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시다 슈이치-

 

직업도, 나이도, 성격도 각양각색인 사람들. 인생에서 전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의외의 만남으로 엮이며 씨줄 날줄을 엮어간다. 나가사키 인근 섬 출신으로 아기를 키우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호스티스 미쓰키. 호스트 일을 하지만 인기도 없고 주변머리도 없는 인물인 남편 도모키. 술집 바텐더로 별 볼일 없는 청춘이지만 밝은 성격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 남자 준페이. 아닌 척해도 정에 약한 가부키초의 고급술집 마담 미키. 뺑소니 사건으로 전전긍긍하는 첼리스트 미나토 게이지. 정치가를 키우고 싶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매니저 소노 유코. 뺑소니 사건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미나토의 형과 그의 대학생 딸 도모카. 아키타현에서 살고 있는 미나토 형제의 할머니 사와.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천성이 착하다는 것 정도? 뺑소니 사건 목격으로 사소하게 시작한 협박이 의외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그렇게 맺은 인연은 ‘정치 신인 vs 5선 현역 의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대결 국면으로 접어든다. 승리한다고 해도 뭐가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는 건 알지만, 그동안 참아온 자잘한 인내 속에 찌들어있던 마음이 시원해질 것만 같은 작은 성취감을 위해 모두들 힘을 모은다.

 

“이 작품이 완성된다고 해서 뭐가 변하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이 작품을 완성시킨 나와 완성시키지 못한 나는 분명히 달라. 그래, 달라. 나는 작품 하나를 완성시켰어. 단지 그것뿐일지도 몰라. 그래도 역시 뭔가가 다를거야.”


일본 전래동화에 ‘원숭이와 게의 싸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영악한 원숭이가 순진한 게를 속여 그로 인해 부모가 죽자 게의 자식들이 힘을 합쳐 원숭이를 물리치고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는 내용으로 이 책의 근간이 되는 동화다. 그래서 원제는 ‘헤이세이, 원숭이와 게 교전도(平成猿蟹合戦図)’. 거대한 세력에 맞서는 소시민들의 한판 승부가 통쾌하기 그지없다.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지금의 세상에서 이야기로나마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이기는 세상을 마음껏 누려볼 수 있었다. 결과는 뒤로 하더라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그래도 이 세상엔 착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 변화를 추구하는 희망의 불씨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쉰다는 것. 세상 일이 마음대로 안 된다고 생각될 때, 기득권층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불행함을 느낄 때, 희망과 행복을 찾는 교본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도시에도 맴씨 좋은 사람은 있게 마련이라 울고 있는 여자에게 낯선 남자가 말을 걸었단다. 도시에 홀로 남아 어쩔 줄 모르고 불안에 떨던 여자는 기뻐서, 너무 기뻐서 주저앉아 있던 길바닥에서 가까스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게지....... 그려, 가까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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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베이컨시] 이 시대 사회에 대한 고발 | 장르소설 2018-01-1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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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캐주얼 베이컨시 세트

조앤 K. 롤링 저 /김선형 역
문학수첩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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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어긋나는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대한 차이에서 인생의 길은 갈라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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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 번도 더 읽은 ‘해리 포터 시리즈’ 때문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솔직히 언론 출판계의 극찬은 ‘조앤 K. 롤링’이라는 이름으로 인한 거품인 것 같다. 새로운 도전임은 인정하겠지만 ‘해리 포터’에서의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빼고 나니 문장도 긴장감도 스토리 전개도 미흡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개성을 살리다보니 1권의 대부분이 지루하게 늘어져 버렸다. 이 시대에 만연해 있는 사회적 부조리, 점잖은 가면을 쓴 어른들이 지닌 탐욕, 빈부와 인종에 대한 편견과 지역 갈등, 전통과 방식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 십대 청소년들의 불안정한 심리와 일탈, 약물과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피폐해지는 사람들. 이 모든 요소들을 표리부동한 어른들과 반항적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그려가고자 하는 의도는 좋으나 사건이 약하고 표현이 너무 길다. 그래도 결말을 향하면서 점차 인물들은 생동감을 띠고 자신만의 색채가 더해짐에 따라 작품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전형적인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패그포드. 은행원이자 지역구의회 의원인 배리 페어브라더가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돌연사한다. 공석이 된 구의회 자리를 두고 마을 주민들의 욕망과 이기심은 서서히 표면으로 떠오르는데, 모두들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는 한편 감추고 싶은 비밀 또한 간직하고 있다. 지역구의회 회장으로 권위주의자인 식료품점 사장 하워드 몰리슨, 경쟁적으로 가십을 즐기는 아내 셜리와 동업자 모린 로, 거드름을 피우는 변호사 아들 마일스와 권태로움으로 삐딱해진 그의 아내 서맨사, 소심하고 강박증이 있는 교장 콜린 월과 중립의 위치에서 어쩔 줄 모르는 아내 테사, 서툰 반항으로 소모전을 벌이는 아들 팻츠, 가부장적이고 편협한 사이먼 프라이스과 수동적인 아내 루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아들 앤드루, 인도 출신의 의사 비크람과 파민다 부부,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딸 수크빈더, 우유부단한 변호사 사무실의 개빈, 사회복지사 케이와 미모의 딸 가이아, 빈민주택가의 마약중독자 테리와 거칠고 당당한 딸 크리스털과 어린 아들 로비. 표면상으로는 이웃 마을과의 경계에 있는 빈민가 ‘필즈’의 지역권과 ‘벨채플 중독 클리닉’의 폐쇄를 쟁점으로 하고 있지만 본질의 핵심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은 오히려 외지에서 온 케이밖에 없다. 의원 선거를 앞두고 드러나는 어두운 비밀들. 선거는 폭로전의 양상을 띤다.

 

털어도 먼지 한 톨 떨어지지 않는 사람, 요즘 같은 세상에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리라. 죽은 배리 페어브라더만큼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밝고 깨끗한 인물이었지만, 사회활동이 많은 사람일수록 가정엔 오히려 소홀하기 쉬운 법. 그의 아내 메리 입장에서 본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남편은 아니었던 것처럼. 살다보면 어긋나는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대한 차이에서 인생의 길은 갈라지는 게 아닐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옳은 길이든 그른 길이든. 좋아하는 것도,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저마다 다른 법이니까. 결국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신경함으로 인해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야 마는데, 어차피 변할 사람은 변하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람은 또 어쩔 수가 없다. 인간 사회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도 희망이라는 존재는 어딘가에는 남아있다는 점에 위안을 가져본다. 우리는 어려움이 닥쳐야 알게 된다. 해리 포터의 네빌 롱바텀 같은, 패그포드 마을의 수크빈더 같은 친구들은 존재감은 없을지 몰라도 우리에게 힘을 나누어 주는 인물은 그들과 같은 평범한 이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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