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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풍부한 상상력으로 엮은 블랙코미디 | 장르소설 2018-06-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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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로알드 달 저/정영목 역
강 | 2005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인간의 탐욕과 질투, 허세, 위선 등을 유쾌하게 꼬집은 블랙코미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최고의 이야기꾼 로알드 달의 단편 10편을 실은 소설집 [맛]의 맛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감칠맛 나지만 뒷맛은 씁쓸하고, 톡 쏘는 맛 한편으로는 고소함 또한 느껴지는 맛이랄까. 소설집에는 <맛>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편에 그런 공통된 ‘맛’이 흐르고 있다. 입맛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로알드 달이 풀어내는 절묘한 이야기들에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작가 로알드 달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로 유명한데 그의 짓궂은 유머와 풍부한 상상력은 동화의 세상뿐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에도 마음껏 발휘되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질투, 허세, 위선 등을 유쾌하게 꼬집은 블랙코미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목사의 기쁨 Parson's Pleasure
  시골 사람들의 순박함을 이용하려다 골동품 거래상에게 닥친 황망한 결과
*손님 The Visitor
  바람둥이 남자에게 내려진 철퇴
*맛 Taste
  와인 이름 맞추기 내기로 드러난 허세와 위선
*항해 거리 Dip in the Pool
  배 안에서의 내기로 인한 잘못된 선택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Mrs Bixby and the Colonel's Coat
  스스로의 잔꾀에 오히려 당하고 만 바람난 부인
*남쪽 남자 Man from the South
  남쪽에서 온 노인과 젊은 해군 사이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인 내기
*정복왕 에드워드 Edward the Conqueror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를 보는 부부의 엇갈린 시선
*하늘로 가는 길 The Way Up to Heaven
  딸과 손자들을 만나러 파리로 가는 길, 기로에 선 아내의 결정
*피부 Skin
  가진 것 없는 노인의 유일한 재산을 탐내는 사람들의 욕망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Lamb to the Slaughter
  남편의 배신에 임하는 지고지순한 부인의 자세

 

읽다보니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단편집 [마지막 에이스No Comebacks]가 떠올랐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목격자>와 <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가.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마땅한 결과라고는 하나 왠지 모를 찜찜함이 계속 뒤를 따라다니는 기분을 선사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의 단편집인 것 같다. 솔직히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두 작가의 소설집이 지닌 작품성만큼은 인정한다. 인생에는 ‘예기치 못한 변수’라는 존재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좋은 반전이 있는 반면 나쁜 반전도 있을 수밖에. 그러니 꼼수부리지 말고 순리대로 살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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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기록] 인간에 대한 일침 | 일반도서 2018-06-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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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리석은 자의 기록

누쿠이 도쿠로 저/이기웅 역
비채 | 2017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결국 우리 인간들은 크고 작은 차이는 있어도 온갖 인생사에 있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것이다. 역시 어리석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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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쿠이 도쿠로의 [愚行錄우행록]은 색다른 미스터리이다.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파고드는 작가답다고 해야할까. 일가족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르포 형식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화자들의 이야기로 인해 밝고 가벼운 분위기를 띄고 있지만 그 내용에 담긴 인간 마음속 깊은 곳의 본성은 역겨울 정도로 어리석다.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는 엘리트 남편, 미인이며 곱게 자란 아내, 그리고 귀엽기만 한 두 자녀.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이들 가족이 모두 식칼에 난자당해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일 년이 지난 후 소설은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로 전개된다.

 

흔히 있는 동네 모든 일에 관심 많은 이웃집 아주머니, 부인과 요리를 배우던 학부모, 남편이 다니던 부동산 회사의 대학동기, 아내가 다니던 대학의 여자동창, 남편의 대학동아리 후배, 아내의 대학시절을 알고 있는 남성 등 주변 인물들이 이야기하는 피해자의 모습은 얼핏 듣기엔 좋은 평가인 듯해도 실상은 오만하고 이기적이었음을 고발하는 듯하다. 그들과 관련된 자신의 본모습 또한 그럴듯하게 포장을 하곤 있지만 역시 우월한 사람들로 인해 느낀 콤플렉스를 숨길 수 없다. 인터뷰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미지의 여성이 하는 이야기가 사건의 진상을 향해 다가가는 포인트. 결말은 씁쓸하고 덧없고 허무하다. 결국 우리 인간들은 크고 작은 차이는 있어도 온갖 인생사에 있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알면서도 같은 전철을 밟아가는 어리석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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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질주하는 열차 안의 위험한 사람들 | 일반도서 2018-06-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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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리아비틀 Mariabeetle

이사카 고타로 저/이영미 역
21세기북스 | 201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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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신칸센에 모여드는 위험한 사람들. 각자 다른 칸에서 출발했으나 배달 중이던 검은색 가방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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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신칸센에 모여드는 위험한 사람들. 각자 다른 칸에서 출발했으나 배달 중이던 검은색 가방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진다. <그래스호퍼>의 속편 격이 되겠으나 연결된 이야기는 아니다. 전작에 등장한 인물들은 그저 업계에 떠도는 유명한 전설 정도로 언급되는데, 무시무시한 킬러들의 세계에도 참 다양한 인간이 존재하는구나 싶도록 인간군상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그야말로 이사카 코타로의 매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등장인물의 시각을 따라 각장이 바뀌는 형태로 전개된다. 생사를 헤매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열차에 오른 ‘기무라’, 천진만만한 아이의 얼굴 뒤에 냉혹한 악의를 지닌 소년 ‘왕자’,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으나 쌍둥이처럼 닮은 외모의 2인조 킬러 ‘밀감’과 ‘레몬’, 그리고 평범해 보이지만 지독한 불운이 따라다니는 남자 ‘무당벌레’ 나나오. 독특하기로는 당할 자가 없을 만큼 개성 넘치는 소유자들이 같은 열차에 타게 된 건 우연만은 아니다. 알코올중독에 오래 일을 쉬어 무뎌진 기무라는 왕자가 놓은 덫에 걸린 것이고, 과일 콤비 킬러와 무당벌레가 맡은 일에는 가방이 얽혀있다. 처음에는 서로의 존재를 몰랐으나 사소한 사건이 겹치고 한명씩 부딪치게 되면서 열차는 종점을 앞두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 아닌 승부. 이젠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명확한 주인공은 없지만 ‘악의’라는 점에서 확실히 분류되는 인물은 있다. 위험한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임무 수행과 생존을 위해서라는 자기합리화라도 할 수 있겠으나, 남을 지배하고 타인의 슬픔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악마의 화신만큼은 용서할 수가 없다.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인물에게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흐름일터. 자꾸만 나나오에게 응원을 하게 된다. 제목이 <마리아비틀>인 것도 그런 암시인지도 모르겠다. 치열한 경쟁, 은근한 악의, 온갖 불합리함이 도사리고 있는 세상이지만 불운과 행운이 종이 한 장 차이인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언젠가 날아오를 순간은 찾아올 것이라 믿고 살자.

 

레이디버그ladybird, 레이디비틀ladybeetles, 무당벌레는 영어로 그렇게 불린다. 그 레이디는 마리아 님을 가리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마리아 님은 일곱 가지 슬픔을 등에 지고 날아간다. 그래서 무당벌레는 레이디비틀이라고 불린다. p.554


무당벌레는 더 이상 높이 올라갈 수 없다고 느끼는 데까지 올라가면, 각오를 다지려는지 동작을 멈춘다. 호흡을 한 번 멈춘 후, 빨간 겉날개를 활짝 펼치고, 곧게 뻗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은, 그 검은 반점만큼 작기는 하지만 자신의 슬픔을 그 벌레가 덜어줬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p.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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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멈출 수 없는 심리 스릴러 | 장르소설 2018-06-1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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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저/이수영 역
arte(아르테)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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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학대는 악의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더욱 끔찍한 범죄인 것 같다. 멀쩡했던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기까지 얼마나 짧은 시간이 걸리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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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간다. 주인공에 동화되어 버리는 기분에 그만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듯하다. 때문에 중도에서 덮을 수가 없다. 다채로운 스토리나 치밀한 트릭, 놀라운 반전, 이런 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는 심리로 가득 차는 것이다.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용의자는 초반부터 좁혀져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더 독자를 미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색다른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점점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게 되는 여주인공의 상태를 보며 영화 [가스등]을 떠올렸는데, 이 작품으로 ‘가스라이팅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소개가 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그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영국 연극 <가스등Gaslight, 1938>에서 유래한 것으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살해당한 이모의 집을 물려받게 되어 신혼생활을 시작한 폴라. 그러나 행복할 줄만 알았던 생활에 점차 이상신호가 오기 시작하고 남편은 아내의 신경쇠약을 걱정하며 외출까지도 금지해 버린다. 점점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여자는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한다. 밤마다 방 안의 가스등이 희미해지고 다락방에서 소음이 들리는 건 무슨 이유일까, 그마저도 상상에서 비롯된 현상일까. 영화 <가스등Gaslight, 1944>은 조지 쿠커 감독의 연출도 인상적이지만 여주인공 폴라 역을 맡은 잉그리드 버그만과 남편 샤를르 보와이에의 명연기도 한몫 단단히 한 심리 스릴러의 고전 걸작이다.

 

정신적 학대는 악의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더욱 끔찍한 범죄인 것 같다. 멀쩡했던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기까지 얼마나 짧은 시간이 걸리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작중 화자인 ‘캐시’에게 닥친 악몽은 여름방학과 함께 시작되어 가을 학기를 맞이할 때쯤에는 교사로 복직하기 힘들 만큼 최악의 상태에 이른다. 폭풍우가 심하게 불던 날밤 숲길에서 정차된 차를 목격하지만 무서워서 그냥 지나쳐버린 캐시는 다음날 바로 그 차안에서 살해당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심한 자책에 시달린다. 얼핏 본 운전석의 여자는 살아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설상가상으로 피해자가 얼마 전 새로 친구가 되었던 제인이라고 한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까봐 솔직하게 말을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말없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고 불안감과 죄책감에 조기 치매라는 두려움까지 더해져 정신적으로 피폐해져만 간다. 사랑하는 지인들까지 믿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그녀에게 희망의 길은 있는 것인지 초조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온다.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해! 어느새 캐시가 되어버린 나에게 채찍질이라도 하듯이 책장을 넘기다보니 새벽 3시가 넘었다. 그야말로 한번 잡으면 끝장을 봐야하는 책이라는 걸 증명한 셈이다.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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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아내에게] 굴곡진 인생에 대한 위로 | 일반도서 2018-06-1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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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낯선 아내에게

아사다 지로 저/박수정 역
문학동네 | 200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청소년 문제, 결손 가정, 이지메, 독거노인, 야쿠자, 경마, 불법 체류자들의 삶 등을 소재로 한 8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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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녹아있는 이야기들을 감성적으로 그려내는 작가 아사다 지로. 유명한 작품 ‘철도원’을 비롯해 그의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들은 재미 또한 상당하다.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을 이토록 맛깔스럽게 엮어내다니... 믿고 보는 작가 중의 하나다. 청소년 문제, 결손 가정, 이지메, 독거노인, 야쿠자, 경마, 불법 체류자들의 삶 등을 소재로 한 8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낯선 아내에게」는 그 중 한편의 제목으로 ‘파이란’으로 영화화된 단편소설 「러브레터」의 기틀이 되는 작품인 듯하다. 삼류 인생 사나이와 팔려온 중국인 여성 사이에 오가는 마음의 교류. 최민식의 명연기 탓에 지독하게 머리에 각인 되어버린 영화 ‘파이란’이 아사다 지로의 소설이 원작이었음은 이 소설집을 읽고서야 알았다.


1. 춤추는 소녀
이혼한 부부가 각자 재혼가정을 꾸리며 어느 쪽에서도 반갑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아들. 덕분에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고 혼자 사는 고등학생으로 생활비나 용돈도 궁하지 않지만 소외감과 애정 결핍은 첫사랑에 대한 표현도 엇나가 버린다. 그래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때 그 춤추는 소녀.

 

2. 스타더스트 레뷰
재즈 바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남자. 한때는 전도유망한 첼리스트였지만 클래식의 음악 세계에서 가난은 통용될 수 없었다.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을 쌓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돈 앞에 무시당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여자를 동아줄이라 생각했던 자신에 대한 혐오로 악기를 손에서 놓았다. 생각해보면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각자가 자신의 시간을 연주하는 것 아닐까.

 

3. 숨바꼭질
어린 시절 동네에 혼혈아가 있었다. 어른들은 모두 그 아이와 놀지 말고 가까이 하지도 말라고 해서 놀이에 끼워주지 않았다. 그런 시절이었다. 어느 여름 야구가 하고 싶었지만 선수가 부족해 소년을 받아들였다. 함께 놀기는 해도 혼혈 소년은 왕따일 수밖에 없었다. 숨바꼭질을 하던 날 우리는 소년을 술래만 시키다 어두워질 때쯤 혼자 두고 산을 내려왔다. 그냥 장난이었을 뿐인데... 이젠 속죄하고 싶다.

 

4. 덧없음
덧없는 빛이 고요한 봄날에... 철거 예정인 아파트에 홀로 남아있던 할머니가 고독사했다. 미국 아들네 집으로 이사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아사한 것 같은 모습이다. 새 아파트에 꾸린 보금자리, 그때 가족이 함께 느꼈던 행복, 더 이상 바라면 안될 것만 같았다. 뉴욕에 자리 잡은 아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사는 딸, 모두 같이 살자고 했지만 할머니는 10년전 먼저 간 남편의 곁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5. 의심스러운 시체
쉽게 빠져 나올 수 없는 야쿠자 사무실의 양아치 인생. 소꿉친구 회사원 애인이 손 씻고 라면가게나 차리자고 하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어느 날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잡혀가 유치장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자 남자 시체가 누워있다. 야쿠자 싸움에 말려든 모양인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할지... 탈출구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련된다.

 

6. 금팔찌
잘나가는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싱글녀. 좋아하던 직장의 남자사원과 가장 친한 동료가 서로 사귀고 있었다니. 자신의 사랑을 가슴에 담은 채 봉인하고는 대학시절 남자친구에 대한 첫사랑의 미련이라는 징표의 금팔찌를 마련해 스스로에게 주입시키고 살아왔다. 친구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도 삼년. 이제는 그 봉인을 풀어도 좋지 않을까.

 

7. 마지막 행운
경마는 오랜 취미 생활로 아내도 어느 정도는 묵인해 주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늘 함께였던 친구가 횡령이라는 덫에 걸려 자살했다는 소식에 놀라면서도 우울해하며 찾은 경마장, 변하지 않은 뒷골목 풍경을 보고 향수에 젖는다. 그 옛날 친구와 함께 만났던 점쟁이 노인에게서 점괘를 받고 경마의 피날레 경기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러 간다.

 

8. 낯선 아내에게
회사가 도산하자 내연의 관계였던 여직원과 고향을 버리고 도쿄로 왔지만, 여자는 돌아가고 아내와는 이혼, 혼자 남은 서글픈 중년의 신세가 되어버렸다. 밤거리에서 삐끼 생활을 하다 그대로 직업으로 굳어버린 삼류인생. 슬슬 안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어느 날, 중국에서 팔려온 매춘여성과 위장 결혼을 하라는 제의를 받는다. 생각보다 순수하고 착한 그녀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는데 그에게 다가온 작은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현실은 안타깝지만 보잘 것 없는 삼류들의 인생살이에도 아름다운 기억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삶이지만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소중한 나날들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기에. 살아가면서 아픔과 눈물이 함께 하는 날이 더 많을지라도 따스했던 기억과 마음으로 나누는 정은 앞으로의 날들에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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