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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지지 않는 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다 | 일반도서 2017-09-2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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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끊어지지 않는 실

사카키 쓰카사 저/인단비 역
노블마인 | 2008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동네 세탁소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니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 집 단골 세탁소를 다시 한 번 눈여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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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를 무대로 손님들이 맡긴 세탁물에 얽힌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내용을 담은 [끊어지지 않는 실]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준 소설이다. 저자 사카키 쓰카사는 얼굴도 성별도 공개하지 않는 복면작가라고 하는데 엄마를 닮아 작품의 저자 얼굴을 확인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나로서는 참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다루는 소재나 약간의 표현으로 인해 여자일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하긴 남자건 여자건 어떻게 생겼건 뭐 어떠랴, 재미있기만 한걸.

 

“세탁소는 참 대단하다. 왜, 몇백벌이나 되는 옷을 맡아서 빠는 동안 세탁소는 무서우리만치 개인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거잖아? 이 집은 식구가 몇 명인지, 뚱뚱한지 말랐는지, 애가 있는지 없는지, 주머니에서 미처 꺼내지 못한 영수증을 보면 어제 어디서 마셨는지까지 알 수 있어.”


동네 세탁소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니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 집 단골 세탁소를 다시 한 번 눈여겨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은 아주 오래전부터 ‘누구누구네’라고 하면서 접수증 없이도 곧잘 맡기곤 해왔다. 그저 말은 별로 없지만 친절한 아저씨 아줌마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사는 집이며 우리 식구를 모두 환히 알고 계시는 셈인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아라이 가즈야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가업인 ‘아라이 세탁소’에 합류한다. 처음에는 잠깐 아르바이트 삼아 가계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아버지가 담당하던 집하와 배달 일을 하면서 차츰 세탁소 일에 긍지를 갖게 된다. 집에서는 과묵하던 아버지가 길에서 손님을 만나면 왜 그렇게 명랑하게 행동하셨는지, 꼼꼼하게 메모를 적어놓은 견본집을 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그리고 싫었던 아버지의 행동과 마음을 헤아리게 된 가즈야는 사계절을 보내며 한층 성장해간다.

 

아라이 세탁소의 중심에는 시게 씨라고 불리는 다림질의 신이 있다. 어린 시절 가즈야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들어주고 가족처럼 지내고 있지만 과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리고 어머니 외에도 카운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송죽매 트리오’ 아주머니들. 연상의 직장 동료들로 둘러싸인 신참 가즈야가 숨 돌릴 틈을 갖는 곳은 대학친구 사와다 나오유키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 ‘로키’다. 사와다는 학교 때부터 남의 고민을 해결해주기로 유명한 친구로 가즈야가 털어놓는 세탁물에 얽힌 사연을 듣고 수수께끼를 풀이한다. 문제를 떠안은 자가 다가오는 가즈야, 그리고 문제를 떠안은 자에게 스스로 다가가는 사와다. 손님에게 벌어진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을 주는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무척 훈훈하다.

 

“언젠가는 어딘가로 돌아가고 싶을지도 몰라. 네가 그 어딘가라면 참 좋을 텐데.”
사와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뿌리가 생긴 덕분에 나도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어.”
방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트렁크, 지나치게 적은 짐. 사와다의 방을 떠올리고 나는 겨우 이해했다. 사와다는 끊어지지 않는 실과 이진 연이 되고 싶었던 거구나.

 

여러 가지 세탁에 관한 상식을 알게 되는 건 덤, 시게 아저씨가 즐겨 이야기하는 고전영화 또한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봄에는 <크레이머 크레이머>, 여름엔 <바그다드 카페>, 찬바람 부는 가을겨울엔 오드리 헵번의 <사브리나>나 <로마의 휴일> 같은 로맨틱한 영화가 꽤 어울릴 것 같다. 기분전환이 필요할 땐 순수한 가즈야의 취향처럼 서부극 <셰인>을 보며 ‘셰인, 컴백!(Shane, Come back!)’을 외치거나 이소룡의 <용쟁호투>를 보며 ‘생각하지 말고 느껴라(Don't think, feel.)’를 실천하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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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의 밤] 매그레 시리즈 6권 | 장르소설 2017-09-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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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교차로의 밤

조르주 심농 저/이상해 역
열린책들 | 201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사건 이면에 숨은 진실을 찾고자 인간 심리를 파헤치고 타인의 입장에서 본질을 생각해보는 한 남자의 포스가 시종일관 분위기를 압도한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조르주 심농이 쓴 인기 시리즈의 주인공인 매그레 반장은 인간적인 면모가 물씬 풍기는 인물이다. 프랑스의 추리문학은 영미문학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다. 좀 더 예술적인 감각을 도입하려 한다고나 할까? 파리의 밤은 안개에 싸여있고 불빛 아래 그림자를 드리운 보도는 촉촉이 젖어 애수, 두려움, 고독함, 그리움, 신비함 등등의 감각이 곳곳에 감춰져 있는 것만 같다. ‘매그레 시리즈’의 6권 [교차로의 밤]은 빛과 어둠의 현란한 묘사가 특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파리 근교의 국도변 ‘세 과부 교차로’를 무대로 서로 마주한 단 세 채밖에 없는 집들을 둘러싼 미묘한 공기 속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매그레 반장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국도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 행렬의 불빛과 어둠에 싸인 세 과부 집이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과 복합적인 심리를 절묘하게 다루고 있다.

 

교차로의 세 인가 중 한 집에 사는 미쇼네는 차고에 새로 뽑은 자신의 차가 사라지고, 대신 이웃집의 고물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웃집 차고에 세워져 있던 미쇼네의 차 운전석에는 한 남자가 죽어있고, 파리 오르세 역에서 기차를 타려 하던 집주인 안데르센이 용의자로 붙잡히는데 그에게서는 동기도 증거도 찾을 수가 없다. 수사를 위해 팀원들과 함께 사건 발생지로 향한 매그레 반장은 교차로에 위치한 세 채의 집에 사는 개성 강한 사람들을 상대하며 미심쩍은 분위기를 감지하는 한편으로 안데르센이 누이라고 소개한 미모의 여성이 발산하는 묘한 분위기에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수상한 행적을 벌이는 안데르센이 정말 범인인걸까? 죽은 남자는 보석상으로 밝혀지며 마을에서는 또 다른 총격 사건이 발생하는데, 각자가 감추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매그레 반장의 추리는 파이프 담배 연기와 함께 결말을 향한다.

 

매그레 시리즈는 뛰어난 추리력이나 남다른 눈썰미를 지닌 탐정의 활약상도 아니고 짜릿한 긴장감이나 박력 넘치는 액션이 전개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건 이면에 숨은 진실을 찾고자 인간 심리를 파헤치고 타인의 입장에서 본질을 생각해보는 한 남자의 포스가 시종일관 분위기를 압도한다. 그것이 바로 매그레 반장의 매력인 것이다. 인간적인 고뇌와 관계가 뒤얽힘에 따라 결말 또한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또한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퉁명스럽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덩치 큰 남자 매그레 반장의 모습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조르주 심농의 작품이 갖는 특징은 과장된 수사가 없는 간결한 문체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전개로 빨리 읽힌다는 점인데 그가 한 인터뷰 기사를 보니 저자가 추구하는 방향임을 알 수가 있다. 추상적이고 수사적인 비유로 그럴 듯하게 포장한 문장이나 지식을 자랑하는 듯한 표현들, 가르침을 마구 주려고 하는 설교 스타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내가 즐겁게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비극의 등장인물이다. 내 소설은 하룻저녁에 읽도록 쓰였다. 비극이 하룻저녁에 관람되도록 쓰였으니까. ― 모리스 피롱, 로베르 사크레와의 대담, 1982년

 

나는 열여덟 살 때부터 가능한 한 간결한 문체를 추구해 왔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나는 언젠가 프랑스 인구의 절반 이상이 6백 단어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통계를 읽었다. 그러니 내가 추상적인 단어들을 써서 무엇하겠는가? - 장 루이즈 에진과의 인터뷰, 19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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