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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달의 뒷면과도 같은 삶의 단편들 | 일반도서 2017-09-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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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달

무코다 구니코 저/김윤수 역
마음산책 | 200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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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기억 하나쯤은 묻어두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사회의 모습인 듯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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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에 단 1%의 의심도 없이 100% 순수하게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분노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양심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스스로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인간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무코다 구니코의 단편집 <수달>에 수록된 13편의 소설은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얼굴을 조명하고 있다. 삶에는 여러 가지 장애가 있기 마련이고 갑자기 닥친 어둠은 마음 깊숙한 곳에 그늘을 하나씩 만든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불쑥 튀어나오는 기억들은 아픔을 동반하지만 똑바로 마주봐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인생이니까.

 

- 활달하지만 수달 같은 잔인함을 지닌 아내,「수달」
- 면접 보러 온 여자를 정부로 삼는 중소기업 사장,「비탈길」
- 어머니에 대한 애증을 딸에게 투사하는 가장,「붙박이창」
- 불륜 상대였던 여직원의 결혼식에 아내와 함께 참석하는 남자,「우삼겹」
- 아내에게마저 버림받고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실직자,「맨해튼」
- 자신을 짝사랑했던 사내를 우연히 전차에서 본 임산부,「개집」
- 눈썹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남편에게 구박받는 아내,「남자 눈썹」
- 우연한 사고로 아이의 손가락을 잘라버린 엄마,「무달」
- 애인과의 한때를 남동생에게 들키고만 이혼녀,「사과 껍질」
- 떨쳐버리고 싶은 옛 기억에 시달리는 중년 남자,「시큼한 가족」
- 기묘한 욕망 때문에 남동생을 중이염에 걸리게 한 남자,「귀」
- 어느덧 훌쩍 변해버린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내,「꽃 이름」
- 인생의 오점을 합리화하는 회사 중역,「다우트」

 

요즘 같은 뒤숭숭한 시기에 찜찜한 이야기는 듣기도 읽기도 싫은 기분이라서 처음에 1980년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는 <수달>을 먼저 읽고 계속 읽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커버 뒷면에 적힌 위의 짧은 소개글을 본 것 또한 역효과를 가져온 탓에 한참을 밀어 두었던 책이다. 그래도 읽던 책은 끝을 봐야 하는 성격 상 다시 잡고 읽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현실에 있을만한 이야기들이라 더 섬뜩한 기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기에 감춰졌던 내면이 드러나는 순간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엄마, 아내, 남편, 가장, 사장, 중역, 사원, 실직자, 세상의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들. 고단한 기억 하나쯤은 묻어두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사회의 모습인 듯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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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데이트] 어떤 만남이 준 특별한 하루 | 일반도서 2017-09-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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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국의 데이트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 저/이수현 역
문학동네 | 2008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데이트’는 유쾌하고 따뜻한 만남에서 다소 섬뜩한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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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의 저자 알렉산더 맥콜 스미스가 쓴 색다른 단편소설집이다.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데이트’는 유쾌하고 따뜻한 만남에서 다소 섬뜩한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펼쳐진다. ‘뛰어난 이야기꾼’ ‘이야기의 마술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를 증명하듯 어디에나 있을 법한 우리 이웃 같은 인물들이 겪는 하루를 특별하게 조명하고 있다. 스위스, 포르투갈,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아프리카 남로디지아를 여행하며 온갖 부류의 사람들과 수다를 나눈 기분이다.


원더풀 데이트
취리히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저택에 사는 헤어 블루글리와 마담 데르맛의 어느 화창한 봄날의 데이트. 여느 날이나 다름없는 평범한 코스로 발걸음을 옮기다 커피 향기에 이끌려 새로운 카페에 들어선다. 다양한 젊은이들 속에서 활기를 찾는 두 사람,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기분으로 멋진 하루를 보낸다.

 

작고 예쁜 데이트
포르투갈의 호텔에서 매년 휴가를 보내는 남자. 도시의 혼란스러움과 아름다움, 잘생긴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밤 산책을 나선다. 리스본 광장에서 만난 남자가 소개해준 어린 소녀를 데리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소박한 데이트를 한 뒤 호텔로 돌아오지만 소녀인줄 알았던 아이는 소년이었다.

 

불라와요에서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 남서부의 도시 불라와요(Bulawayo). 농장 출신의 어여쁜 앤은 그곳 학교에서 교직을 얻은 잘생긴 남자와 결혼한다. 그러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관계를 맺지 못하는 남편은 부부 생활을 외면하고 질투심을 유발하려던 학생과의 데이트는 과감한 탈출을 감행하는 도화선이 된다.

 

먼 북쪽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케언즈로 발령받은 여자. 어느 주말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남자와 드라이브를 하기로 하는데 맞는 곳이라곤 없는 사람과 최악의 데이트를 하던 중 악어농장에서 남자가 악어에게 끌려가는 사고를 당한다. 설상가상으로 남자를 밀었다는 혐의를 받는데, 그녀를 구해줄 변호사가 등장한다.


데이트의 병리에 대한 소고

데이트는 원래 구애의식이지만, 데이트를 구애의식으로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는 다른 문화에서 수행되는 구애의식들을 알고 있고, 다른 시대, 다른 종족의 구애의식들을 인정한다. 그러나 데이트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여길 뿐, 그것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지 못한다. 데이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 「데이트의 병리에 대한 소고」중에서


칼와라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북서쪽 칼와라의 외딴 농장에는 아버지와 딸 둘이 살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여의고 아버지가 지극정성으로 키운 착한 소녀는 그림에 소질이 있어 교사는 대학을 추천하지만 혼자 남을 아버지가 걱정이다. 인근 농장의 아들이 일을 도와주러 오고 자연스럽게 둘은 데이트를 하게 된다.


뚱뚱한 데이트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소개기관을 통해 데이트를 하게 된 두 사람. 공통취미인 오페라를 관람하고 근처의 유명한 이탈리안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던 중 서로 더 뚱뚱하다는 다툼으로 이어지고 만다. 벌떡 일어난 여자를 따라 일어서려는데 의자 팔걸이에 엉덩이가 끼어버린 남자. 오히려 비난의 화살은 식당 주인에게 향하고 두 사람은 자신들의 푸근함으로 다시 의기투합한다.


어머니의 영향력
시장이었던 남편을 휘어잡았던 어머니는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아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아들은 친구에게 파티를 열어달라고 부탁하고 그곳에서 매력적인 여성을 만난다. 하지만 데이트를 나누는 영화관으로 어머니가 불쑥 등장하자 독립을 선언한다.


천국의 데이트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교외 주택에 대학에 가기 전까지 머무르며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한 엠마. 어느 날 산책길에 늘 가던 버려진 교회 옆에서 아름다운 청년을 만난다. 함께 한 소풍에서 환한 빛 속에 서로 포옹을 한 뒤 임신을 하게 된 엠마는 그가 천사임을 깨닫고 아이를 낳아 천상으로 보낸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고 만남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생각해 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기적을 너무 소홀히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데이트 폭력 소식을 들을 때면 방황하는 욕망과 부질없는 집착이 안타깝다. 데이트를 하다보면 매번 비슷한 패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루해지기도 하고 이별로 이어지기도 하는 데이트지만 인간생활에 있어 지극히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만남의 의미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행복한 데이트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정석만 유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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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목가적인 전원 속 미스터리 | 장르소설 2017-09-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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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틸 라이프

루이즈 페니 저/박웅희 역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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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으로도 유명한 퀘백 지역의 작은 마을을 무대로 하는 미스터리 소설로 낙엽이 쌓여가는 늦가을의 정취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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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퀘백은 프랑스와 영국 간에 여러 번 쟁탈이 계속되었던 탓에 두 나라의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도시다. 아름다운 풍경으로도 유명한 이 지역의 작은 마을을 무대로 하는 미스터리 소설 [스틸 라이프]는 낙엽이 쌓여가는 늦가을의 정취와 잘 어울린다. 애거서 크리스티 상을 여러 번 받은 작가 루이즈 페니의 데뷔작품으로 미스 마플이 사는 영국의 세인트 메리미드 마을처럼 이곳 주민들은 자연을 벗 삼아 정을 나누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강력범죄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만 같은 이 스리 파인스 마을의 단풍나무 숲에서 노부인 제인 닐이 추수감사절 이른 아침 시체로 발견된다. 사슴 사냥철이라지만 화살이 심장을 관통했다는 건 우연한 사고라 하기엔 석연치가 않다. 퀘백 경찰청 아르망 가마슈 경감과 그의 반원들은 수사에 착수한다.

 

평생 마을에서 독신으로 살았던 제인 닐은 교사 시절 아이들에게는 귀기울여주고 은퇴 후에는 다정한 이웃이 되어주던 온화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성격을 지녔던 인물로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그녀의 삶을 따라가 보니 사람 사는 곳은 모두 그렇듯이 이곳 마을 사람들에게도 갈등과 시기와 숨겨진 비밀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마추어 화가였던 제인이 그린 그림에는 마을의 주민들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 안에 답이 있는 건 아닐까. 가장 친하게 우애를 나누었던 이웃인 클라라는 슬픔 속에서도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사려 깊고 존경 받는 인물 아르망 가마슈 경감의 날카로운 눈에 포착된 진실은 무엇일까. 특별한 반전이나 짜릿한 긴장감은 덜하지만 인간 본연의 마음 속 감정이나 지역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교류 등의 이야기를 공감도 높게 그리고 있어 마을의 풍경 속에 한 걸음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아름다운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집집마다 하나둘 불이 켜지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감도는 작은 마을이 눈에 보이는 듯해 비극적인 살인사건을 마주하면서도 온기가 전해져온다.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골동품이나 불어권과 영어권 사이에 빚어지는 작은 마찰들에 대한 묘사 등이 섬세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재치 넘치는 유머와 함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고 있다. 깔끔한 전개와 자연스러운 엔딩 사이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견습 형사 니콜이다.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그녀를 도대체 어떻게 하나.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되는 후배를 보는 답답함이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단 말이다.

 

인생은 선택이야. 매일, 하루 종일, 누구와 대화할까, 어디에 앉을까, 무얼 말할까, 그걸 어떻게 말할까. 그리고 우리 인생은 그런 선택에 의해 규정되지. 그런 만큼 선택은 간단하고도 복잡해. 강력하기도 하고.
인생을 지혜로 이끄는 데는 네 가지 문장이 있다.

“‘모른다.’ ‘도움이 필요하다.’ ‘미안하다.’ 그리고 ‘내가 틀렸다.’”
또 시작이시군. 니콜은 생각했다. 구시렁구시렁. 잘 들어야 해.
“우리는 실수로부터 배우네, 니콜 형사.”
아무려나.

 

오늘 하루도 잘못된 선택을 하지는 않았는지 곰곰 되짚어 본다. 인격자인 가마슈 경감도 포기한 니콜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경감이 보여준 니콜 형사의 미래는 불평 많고 자기 합리화만 하려는 괴팍하고 심보 사나운 노파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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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태평한 인생도 좋아 | 일반도서 2017-09-0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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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저/김난주 역
민음사 | 201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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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두 살 남녀의 조금은 철없고 유쾌한 사랑을 그린 소설로 일단 적응하고부터는 특유의 매력을 꽤 즐기게 되는 묘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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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은 무전우아(無錢優雅). 아주 간단한 네 글자를 우리말로 하려면 길게 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아함’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사전적 의미로 풀어본다면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로 풀이되는데 확실히 돈과 직결되는 건 아닌 듯싶다. 돈 많은 졸부들이 화려하고 요란한 치장으로 묘사되곤 하는 경우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나도 돈 없어도 우아한 걸 택하련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이 우아하긴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허세나 허영, 가식 같은 면이 없다는 점에서 우아하다는 걸까? 작중에서 이야기하는 ‘우아함’과 ‘세련됨’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봤을 때 우아한 사람은 솔직한 성격이고 세련된 사람은 소위 된장녀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니 말이다. 그런 느낌으로 따진다면 ‘세련됨’은 억울한 건 아닌지. ‘세련됨’의 사전적 의미는 ‘1.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게 잘 다듬어져 있다. 2. 모습 따위가 말쑥하고 품위가 있다.’라고 하니 능숙함이라는 데서 오는 매끄러운 분위기 탓에 조금 손해 보는 쪽으로 갈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돈도 필요할 것 같고. 우아하기보다 어려운 길이기는 하다는 걸 인정하기로 하자.

 

마흔두 살 남녀의 조금은 철없고 유쾌한 사랑을 그린 소설로 ‘킬킬 웃음이 배어나는 새로운 연애 소설’이라는 서평에 근래 부쩍 무뎌진 감성을 되살려볼 수 있을까 싶어 집어든 책인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부분에서는 실망이다. 일단 문장이 너무 생소했다. 마치 내가 쓰는 신변잡기처럼 주인공의 감상이 괄호 안에 적혀있지 않나, ‘~라니까요.’ 같은 문장이 생뚱맞게 등장하는 것이다. 별다른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슴이 두근거릴 에피소드도 없어 좀처럼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에 몇 번이나 중도 포기할까 싶었지만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고야 만다.’는 평소의 소신으로 인내심을 발휘하니 중간쯤부터는 적응이 되었다. 일단 적응하고부터는 특유의 매력을 꽤 즐기게 되는 묘한 책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무슨 내용을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라서만은 아닌데. 아무래도 나의 소양이 부족한 탓인지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별로 없다.

 

후에 정보를 검색해 보니 “'문학적인 것'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일상어를 자유롭게 작품 속에 끌어들인 일본 신세대 문학의 선두 작가로 꼽히는 야마다 에이미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 냄으로써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에 필적하는 유일한 여성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역시 나는 문외한이었나 보다. 작품성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이 작가의 책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재미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공감 가는 문장은 있지만 주인공의 심리나 행동에는 괴리감이 느껴져서 전반에 걸친 유머 감각에도 불구하고 흥미롭지가 않다는 게 문제다. 죄송합니다. 야마다 에이미 씨. 저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다른 독자 분들이 사랑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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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리버] 강줄기를 따라 흐르는 욕망과 갈등 | 장르소설 2017-09-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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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운 리버

존 하트 저/나중길 역
노블마인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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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하트의 책은 기본적으로 페이지가 보장되는데다 문학성을 갖춘 미스터리라서 늘 만족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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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손에 드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기분이 든다. 괜스레 상하권으로 나누지 않고 이렇게 한권으로 출간되니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에 상권이나 하권만 달랑 남아있는 난감한 일도 만들지 않을 테고. 예전에 온라인서점에서 상하세트 두 권을 주문했는데 하권은 품절되었다며 상권만 보내온 적이 있었다. 그런 경우엔 어떻게 할지 고객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나중에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품절이라니, 상권만 보고 말라는 이야긴데 나는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 어째서 둘 중 한권만 품절이 되는 건지, 그것도 하권이. 상권만 보고 마는 경우는 있어도 하권이 모자라는 경우는 뭔 경우란 말인가. 그 짝 잃은 책을 바라보다 화가 나서 첫 장을 넘겨보지도 않고 처분해버렸다. 아, 사설이 길어져 버렸다. 오랜만에 긴 장편 소설을 독파한 뿌듯한 기분에 그만. 존 하트의 책은 기본적으로 페이지가 보장되는데다 문학성을 갖춘 미스터리라서 늘 만족감을 준다.

 

[다운 리버]는 로언 카운티(Rowan County)를 배경으로 드넓은 농장과 마을을 지나는 강물을 따라 사람들의 갈등과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이야기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사이를 흐르는 강줄기를 내려다보는 레드워터 농장은 로언 카운티에서 가장 부유한 체이스 가문이 200년 동안 일구어 온 곳이지만 불행한 사건에서 시작된 비극의 싹은 걷잡을 길 없이 커지고 만다.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새어머니와 의붓 남매, 마을사람들과의 관계는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해 충돌과 폭력을 불러오고, 살인사건에 얽혀 쫓기듯 마을을 떠난 지 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농장주 제이콥의 아들 애덤은 꼬여버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친구 대니의 죽음과 친동생처럼 아끼는 그레이스의 피격 사건을 추적하다보니 그의 과거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감지하는데, 복잡하게 얽힌 운명의 매듭은 쉽게 풀릴 일이 아니다.

 

붉은 진흙이 흘러내려 빨갛게 보이는 강물,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울창한 숲, 언덕 위의 구릉, 넓게 펼쳐진 포도밭, 위대한 자연의 품속에서 인간은 탐욕에 물들어 나락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낱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수록 어디선가 더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답답한 분위기가 흐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도는 점점 더 강해지는 이유는 작가의 필력 덕분이리라. 인간 내면의 나약함을 격조 높은 언어로 표현하는 문장 덕분에 막장의 요소를 상쇄해준다. 그런데 요즘 미스터리 소설들은 참 막장 스토리가 많다. 죄의 근간이 되는 원인으로는 사랑과 질투가 가장 크기 때문일까? 실수와 선택은 많은 후회를 가져오지만 그것 역시 인생을 이루는 부분이므로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커다란 시련을 겪어야했던 애덤이지만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애잔한 마음을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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