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전작으로는 도의 취미와 갑의 조건을 괜찮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 <배꽃, 연시>를 구입해봤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가상 시대물이었다.
여주인공 이화는 저주를 받고 태어났기에 출생 시 탯줄을 독으로 물들여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고 산파의 시력도 점차 잃게 만들었다. 이후 산파에 의해 양육되다가 미색이 눈에 띄어 각주 심홍에게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았으나 재주가 없어 글조차 깨우치지 못하였다. 심홍은 이화에게 독을 알아보고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으나 이것을 감추며 살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을 황제로 만들려는 귀비로 인해 황태자 제영은 독이 퍼져 죽을 지경에 처하였으나 이화가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둘은 헤어지게 되는데...
여주가 출생하는 부분의 묘사가 상당히 극적이었는데 반해 그 이후의 내용들은 예측 가능한 범주로 진행되어 아쉬움이 조금 남았던 글이다. 특히 아름다운 외모에 독까지 다루는 이화가 재주가 없어 배움에 어려움이 있다니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먼치킨을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똑똑하게 묘사되었더라면 글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을 것 같다.
이러저러한 난관을 거쳐 결국 제영이 황제가 되고 이화와 연이 이어지게 되니 다행이었지만, 나에게는 조금 아쉬웠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