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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의 잿빛 미래를 그려낸 디스토피아 소설 | 새 리뷰모음 2021-12-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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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984

조지 오웰 저/한기찬 역
소담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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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는 조지오웰의 소설로 극단적인 전체주의 국가에서 행해지는 감시와 통제하에 살아가며 점차 개별적인 사고방식을 잃어가는 개인의 모습과 빅브라더가 권력을 독점,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담은 책입니다.

 

1984의 등장인물 윈스턴 스미스는 당의 통제에 처음에는 일기를 쓰는 것으로 은밀히 저항하다가 마침내 형제단에 가입하여 체제 전복을 꿈꾸게 됩니다. 사랑이 허용되지 않은 세계에서 줄리아를 사랑하게 되지만, 사상경찰에게 체포되어 호된 고문 끝에 결국은 서로를 배신합니다. 모진 고문과 세뇌의 결과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 윈스턴은 빅브라더를 사랑한다는 말로 투쟁의 끝을 맺게 됩니다.

 

텔레스크린으로 24시간 내내 영상과 음성 송수신이 가능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고, 모든 것을 손으로 필기하는 대신 음성 입력기에 받아쓰는 현실이 2021년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섬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948년에 이 책을 썼다는 조지 오웰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에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이 정도면 거의 예언자 일보 아닌가요? 조지 오웰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다녀간 건 아닐까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책 속의 음울한 공기마저 들이마실 수 있을 듯한 기분과 함께 마치 독자 자신이 감시받고 있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 드는데요, 텔레스크린, 음성입력기 처럼 지칭하는 이름만 다를 뿐, 우리도 스마트폰과 각종 전자기기를 통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빅브라더를 매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자유와 편의성을 느끼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요즘 나의 인터넷 검색패턴과 구매 성향을 파악해서 바로바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걸 보면 소름이 끼칠 때도 많아요.

 

과거를 끊임없이 조작하고,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을 끊임없이 내면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1984 소설 속의 현실은 다만 가상의 현실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커졌습니다.

 

오세아니아 공식어인 신조어를 통해 언어를 극도로 단순화시키고, 당의 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요없는 단어는 없애 인간의 사고까지 제한하려는 모습은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1984를 통해 우리가 열린 의식으로 스스로 지켜야 할 것들에 사유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부디 우리 스스로 빅브라더를 사랑하고 찬양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늘 깨어있고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빅브라더는 어쩌면 악랄하고 혐오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사랑스럽고 편리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어느새 우리의 전부를 지배할지도 모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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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한글판+영문판의 영한대역문고 세트로 만나요 | 새 리뷰모음 2021-12-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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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대한 개츠비 SET (한글판+영문판)

스콧 피츠제럴드 저/이화승 역
반석출판사 | 200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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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이 되어 버렸지만 20여년전 서울의 한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어요. 지방에서 홀로 상경하여 어렵게 공부하던 시절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낡고 먼지 쌓인 영문판 문고들은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네요. 항상 생활비가 부족하던 자취생 시절 미처 손에 넣지 못했던 책들을 지금에서야 다시금 읽어보는 일은 저의 소소한 기쁨입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정말 좋은 반석출판사의 영한대역문고 세트는 클래식 문학 작품들을 한글판과 영문판 두 가지 버전으로 함께 만나볼 수 있어서 무척 매력적입니다.

 

영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문학적 교양을 쌓고자 하는 청소년과 대학생, 품격있는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정말 좋은 시리즈에요. 이번에는 영화로도 많은 분들에게 잘 알려진 위대한 개츠비를 반석 영한대역 시리즈 세트로 만나보게 되었는데요, 재미있고 새롭게 읽은 점이 있어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입니다. 클래식 문학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적인 시대 배경과 그리 멀리 있지 않고, 문체가 무척 세련되어 동시대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심리적 거리감이 없는 작품같습니다.

 

2013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원작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우며, 원작과 영화를 비교 감상하는 재미까지 있어서 읽어보면 후회없을 문학작품 같아요.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닉 캐러웨이라는 30세 증권회사 직원이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고, 닉의 주변 인물들로 대학동창인 톰 뷰캐넌, 톰의 부인이자 닉의 육촌동생 데이지, 그리고 이 책의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제이 개츠비가 등장합니다.

 

톰은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건장한 체구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입니다. 자동차 정비소 주인의 아내인 머틀 윌슨과 내연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겉으로는 데이지와 행복한 결혼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데이지는 톰과 결혼하기 전 개츠비와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오랜 기다림 끝에 돈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개츠비를 버리고 부와 사회적 지위가 자신을 빛내줄 수 있는 톰을 선택하여 결혼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개츠비는 오로지 데이지만을 되찾을 목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매일밤 저택에서 화려한 파티를 열며 데이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데이지가 일으킨 끔찍한 교통사고로 개츠비의 위대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마는데요... 아! 탄식을 내뱉게 하는 비극적인 일들이 연달아 벌어집니다. 닉은 이 모든 이야기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우유부단한 화자로 남아 있지만, 결국 개츠비에게 확신에 차 소리치게 됩니다. "그것들은 썩어빠진 인간들이오. 당신 한 사람이 그들을 모두 합해놓은 것보다 낫습니다."

 

개츠비의 화려한 파티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 들었지만, 결국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개츠비가 그렇게 사랑했고, 그녀의 잘못을 감싸주고 지켜주려 했던 데이지까지도... 개츠비의 성공을 도와준 인물이며 사업적인 관계가 탄탄했던 마이어 울프샤임까지도 그의 장례식을 찾지 않습니다. 닉은 개츠비를 위해 누군가를 꼭 데려오고 싶었으나 결국 좌절하게 됩니다. 닉은 이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며, 미동부를 떠나 자신의 고향인 중서부로 돌아갑니다.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사랑의 갈구를 당시 시대 상황과 아메리칸 드림과 결부지어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인 평론이나, 저는 그렇게 재미없게 문학작품을 읽고 싶지는 않네요. 그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집착 그리고 비극으로 읽어도 아주 재미있고, 스콧 피츠제럴드의 섬세하고 독보적인 인물 및 감정 묘사가 참 탁월한 작품이에요.

 

개츠비가 믿었던 모든 것이 동전 소리처럼 경박하고 허상인 아름다움이었을지 모르나 그의 이루지 못한 꿈은 참 소중했어요. 1925년 작품이지만 지금의 시대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면이 있어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책 중반부까지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루한 감이 있으나, 중반 이후부터는 숨가쁜 전개와 반전이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영문판과 중간중간 함께 하면 더 좋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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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궁중비사 | 새 리뷰모음 2021-12-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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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중록

혜경궁 홍씨 저/신동운 역
스타북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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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의 아들 세도세자의 빈이자 정조의 생모,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읽게 되었습니다. 열 살의 나이로 사도세자의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입궁했으나, 남편인 사도세자는 영조의 노여움을 사 삼복더위에 뒤주에 갇혀 죽는 비운(임오화변)을 겪게 됩니다. 한중록은 혜경궁 홍씨가 회갑을 맞아 임오년에 돌아가신 사도세자를 추모하고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회고하며 쓴 글로 우리나라 궁중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요즘 혜경궁 홍씨가 살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정조와 궁녀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드라마가 역사적 배경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고 로맨스와 궁중비사에 초점이 맞춰져 다소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시대상황과 함께 영조, 사도세자, 정조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중록을 찾아 읽으시는 분들도 많으신 듯 합니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 방송을 통해서도 한중록이 소개되었는데, 고전문학을 어렵고 난해한 것으로만 여기던 사람들에게 고전이 지혜의 보고이자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스타북스에서 나온 한중록은 누구나 고전문학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롭고 번역, 편집되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한중록은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혜경궁 홍씨가 세자빈이 되어 궁궐에 들어간 이야기부터 시작해 영조와 사도세자의 불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이야기, 역적의 집안이 된 친정, 그리고 정조와 순조의 이야기까지 자신의 한많은 일생을 회고하며 쓴 책입니다.

 

사도세자를 그저 성질이 포악하고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이로 알았으나, 한중록을 통해 바라본 사도세자는 아버지에게 일체의 거짓을 고하지 못하는 순수함, 부왕의 사랑과 은혜를 구하는 연약한 면모도 가지고 있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혜경궁 홍씨가 직접 목격했던 상황을 바탕으로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해볼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한중록을 몰락한 자신의 친정 집안을 변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하였다는 의견이 있으며, 조선왕조실록과도 다르게 기록된 부분도 많아 모든 내용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이 책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들이 있으나, 역사를 보는 하나의 시각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요즘 최고의 궁중 로맨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주인공 정조의 효행과 의리에 대해서도 언급된 부분이 있어 흥미를 더합니다. 자신의 한많은 일생을 유려한 문체로 담아낸 궁중문학으로 여류문학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읽기 어렵지 않아서 우리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을 더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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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와 함께한 세상 내 인생을 구하러 온 고양이 | 새 리뷰모음 2021-12-2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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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날라와 함께한 세상

딘 니컬슨,게리 젠킨스 저/신소희 역
시공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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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떠난 자전거 세계 여행이라니,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이야기야? 궁금해하면서 읽어보게 된 책 <날라와 함께한 세상>입니다. 자전거 여행자 겸 고양이 집사 딘 니컬슨과 그의 고양이 날라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라고 하더군요. SNS와 별로 친하지 않은 저는 책을 통해 이들을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어요.

 

딘 니컬슨은 서른 살을 맞이해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던바를 떠나 자전거 세계 일주를 시작합니다. 그는 원래 파티광이자 자유로운 영혼으로 친구 리키와 함께 대마초를 피우고 술을 마셔댔지만, 목숨을 잃을 뻔했던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는 하루를 더 이상 낭비하지 말자고 마음먹게 됩니다.

 

무의미하고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 과거의 나 자신에게서 멀어지자 생각하게 되죠. 그것이 그가 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원래는 친구 리키와 동행한 여행이었지만, 리키는 도중에 여정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둘은 서로에게 악영향만 미쳤고, 서로 다른 것을 원한다는 게 확실해졌거든요.

 

혼자서 여행을 계속하던 딘 니컬슨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어느 산기슭에서 길을 잃은 듯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납니다. 처음엔 고양이를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은 온통 험준한 바위 투성이에 곧 눈이 쌓일 듯한 날씨에 연약한 고양이를 버려두고 갈 순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죠.

 

이때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이들의 동행은 시작됩니다. 그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속담대로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이들의 운명이 되었죠.

 

아기 고양이 날라와 자유로운 영혼 딘 니컬슨의 세계 일주는 순조롭게 흘러갈 수 있을지, 그들의 여행은 과연 어떤 의미로 남았을지 궁금하다면 <날라와 함께한 세상>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연약하다고만 생각했던 털복숭이 아기 고양이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길고양이 한 마리를 돌보고 있는데, 그저 주는 밥만 먹고 난롯가에서 낮잠만 자는 고양이가 얼마나 사람에게 심적 안정과 평화로움을 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를 따라오며 야옹~하고 한 번만 울어도 얼굴엔 미소가 번지지요. 동물을 돌보는 것은 곧 나를 키우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는 일이어서 이 책을 읽어보는 시간도 꾀나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고양이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해보고 싶네요. 코로나로 인해 세계 일주라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요즘, 고양이와 동행한 자전거 세계 여행 이야기가 마음을 탁 트이게 해줍니다. 희대의 전염병으로 인해 좁게 갇혀버린 세상에서 자유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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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소설 | 새 리뷰모음 2021-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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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강소정 역
성림원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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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신문 기사에 다자이 오사무의 삶에 대한 글이 실린 적이 있었는데, 이후로 왠지 계속 생각나는 작가였습니다.

인간실격이라는 제목이 주는 강렬함 때문인지 각인되는 효과가 컸고, 많은 분들이 얼마전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원작 정도로 생각하시는 듯 하나 두 작품은 서로 관계가 없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격실격>에는 인간에 대한 공포와 불신에 사로잡혀 자신의 진심을 마음 속 깊이 감추고 다른 사람들을 실없이 웃기면서 살아가는 요조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요조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지만 도무지 인간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개그를 통해 사람들과 겨우 연결되어 살아갑니다.

요조를 그저 예민하고 음울한 사람으로 낙인찍을 수도 있겠지만, 요조의 모습은 사실 우리들이 가진 수많은 모습 중의 하나를 크게 확대해놓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진실로 드러내지 못하고 그저 아등바등 사람들과 어울리는 척을 하며,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하면서 내가 삶의 음지쪽에 서 있다는 것을 눈치 못 채도록 애쓰는 모습이 제겐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일상 속 크고 작은 불행과 불안을 숨기고 SNS에서 가짜 행복을 자랑하는 사람들보다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 직전에 완성하여 사후에 출간된 이 소설은 그저 음울한 겁쟁이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절망하고, 불안해하고, 인간을 믿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한 한낱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요조의 모습이 왠지 나 자신과 겹쳐져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1940년대 작품이지만 요즘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요즘 청춘들의 자화상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꾀나 오래된 작품인데 MZ세대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시간이 흘러도 공감할 수 있고 세월이 흐를수록 새로운 의미가 더해지는 것은 고전 문학 작품이 가지는 힘인 것 같습니다.

 

대지주 집안 출신의 여섯째 아들이라는 배경과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세계를 연관지어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문학 해석 방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읽어본다면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뭔가가 있는 소설입니다. 누구든지 한번쯤은 읽어보게 될 것 같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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