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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ㅡ 김 행숙 시 | 어떤 날 2018-11-3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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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코의 초상

김행숙 저
문학과지성사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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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ㅡ 김행숙 시


    밤에  날카로운 것이  없다면  빛은 어디서 생길까 .
날카로운  것이 있어서  밤에  몸이 어두워지면  몇 개
의 못이  반짝거린다 . 나무 의자처럼  나는 못이 필요
했다 . 나는 밤에 내리는 눈처럼 앉아서 , 앉아서 기다
렸다 .

   나는 나를 , 나는 나를 , 나는 나를 , 또 덮었다 . 어둠
이 깊어 ...... 진다 .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가진  것이
밤이다 .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밤의 우물 ,  밤
의 끈적이는  캐러멜 , 밤의 진실 .   밤에 나는 네가 떠
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낮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낮의 스피커 , 낮의 트
럭 , 낮의 불가능성 , 낮의 진실 .  낮에 나는  네가 떠났
다고 결론 내렸다 .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옷은 호주머니가 없고 ,  계
절이 없고 , 낮과 밤이 없겠지 ......    그렇게 많은 것이
없다면  밤과  비슷할 것이다 .   밤에 우리는 서로 닮는
다 .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보이지 않는
것같이 , 밤하늘은 밤바다같이 ,

(본문 20 , 21 쪽 )

김행숙 시집 ㅡ에코의 초상 중 [ 밤에 ]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455

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 ㅡㅡㅡㅡㅡ ㅡㅡㅡ
오래 아프셨던 할아버지께서 엊그제 돌아가셨다 .
엄마의 전화를 받고 , 냉큼 서울에 올라왔다 .
첫날이던 어제는 장례식장이 조용했는데 오늘은 맞은편

9호실에 상주가 들었고 휴게실에 , 이 시간에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너댓살 쯤 되보이는 어린 여

자아이를 번갈아 엎어가며 재우려 하고 있다 .

하하하하 ! 웃음 소리가 넘치는 9호실인데 이 아이들 재워

줄 어른은 누구도 없는가 보다 .

책을 읽으며 밤을 지새려는데 어린 여자 아이들 눈빛이

자꾸 밟힌다 . 어쩌지 ... 어쩌나 , 엎어 줄까 , 물어야할까 ?

저들끼리 좋아 그런 듯도 보이고 , 안쓰럽기도 하고 ...

책 속에 묻던 눈길이 계속 9 호실의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 .

 

 


2018 , 11 ,18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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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집 ㅡ 김 행숙 시 | 어떤 날 2018-11-3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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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코의 초상

김행숙 저
문학과지성사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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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집

 

ㅡ                                      김행숙 시


그런 입 모양은 아직은 침묵하지 않은 침묵을
침묵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입구에서 조금만 더 ,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기다리고 , 끊어질 것 같
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을 뜻한다
그 사람이 얼음의 집에 들어와서 바닥을 쓸면 빗
자루에 묻는 물기 같고
물결이 사라지듯이 말수가 줄어든 사람이
아직은 침묵하지 않은 침묵을
침묵으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를
그런 입 모양은
표시했다
식사 시간에 그런 입 모양이 나타났을 때 숟가락
을 떨어뜨렸고 , 그 사람은 숟가락을 떨어뜨린 줄도
몰랐는데
그 숟가락은 무엇이든 조금씩 조금씩 덜어내기에
좋은 모양으로 패어 있고
구부러져 있다
숟가락의 크기를 키우면 삽이 되고 , 삽은 흙을 파
기에 좋다
물 , 불 , 공기 , 흙 중에서 흙에 가까워지는 시간에
이를테면 가을이 흙빛이고 노을이 흙빛이고 얼굴
이 흙빛일 때
그런 입 모양은 아직은 입을 떠나지 않은 입을
아직은 입으로 말하지 않은 말을
침묵의 귀퉁이를
아직까지도 울지 않은 어느 집 아기의 울음을

( 본문 12 , 13 쪽 )

김행숙 시집 ㅡ에코의 초상 중 [ 존재의 집 ]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455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죽은 이를 묶고 또 묶는 일 , 칠성판에 가장 가깝도록 습자지를 접어 일곱번을 동여매는

소렴 동안 , 우는 이는 엄마 하나였다 .

고인이 시아버님이 되는 관계인데 , 자식들은 아무도 울지 않았다 . 장손조차 들지 않고

한발 떨어진 , 나와 형은 입관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

그러나 나도 , 엄마를 위해서였다 . 엄마의 울음은 ,,, 어쩌면 너무나 다른 장례의 풍경

과 겹겹이 싸는 정성과 너무나 간단했던 이모의 장례를 되새김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는 슬픈 예감 속에서 .

재작년 할머니 장례때와는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 그때는 모두 애통해했는

데 , 워낙 생전에 할머니를 고생시킨 할아버진 , 싸늘한 분위기 속에 보내지는데 , 이상

하게 재작년 할머니 장례 때보다 겹겹의 정성을 쏟는것이 나는 이상했다 .

 

입관이 끝나고 , 모두 입과 손을 물로 행구러 뿔뿔이 화장실로 흩어졌을 때 . 나는 못됐

게도 고모를 기어이 울렸다 . 아닌가 ? 어쩌면 누구에게라도 털어 놓고 싶어 고모님은

내게 울음을 털어 낸 것이었을까 ? 장례가 끝나고 우리는 더욱더 가까워졌다 . 할아버진

돌아가신 후에 더 멋져 지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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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죄인 ㅡ 좋았던 7년 / 발췌글 | 기본 카테고리 2018-11-3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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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저/이나경 역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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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F 좋았던 7년 ㅡ 에트가르 케레트 에세이 , 이나경 옮김 ,이봄 ,


" 또 한 명의 죄인 "


얼마 전 , 나는 뉴햄프셔 예술가 마을에서 열린 낭독회에 참석했다 . 세 명의 작가가 돌아가면서 십오 분 동안 자신의 글을 읽는 시간이었다 . 나머지 두 명은 막 글을 쓰기 시작해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 나는 아량인지 , 잘난 체였는지 마지막으로 읽겠다고 했다 . 처음 읽는 작가는 브루클린 출신의 남자였고 상당히 재능이 있었다 . 그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글을 읽었다 . 강렬한 내용이었다 . 두번째 작가는 로스엔젤레스에서 온 여성이었는데 , 글을 읽기 시작하자 내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 예술가 마을의 난방을 지나치게 한 도서관 시청각실에서 불편한 나무의자에 앉아 , 나는 나의 두려움 , 나의 욕망 , 그리고 영원한 불길처럼 내 속에서 타오르고 있지만 스스로를 너무나 잘 감추어 그것과 나 말고는 존재를 알지 못하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 이십 분뒤 낭독이 끝났다 . 그녀는 연단에서 내려왔고 , 내가 힘없이 걸어나가다 그녀를 지나쳤을 때 , 그녀는 동정하는 얼굴로 나를 흘깃 쳐다보았다 . 정글의 당당한 사자가 서커스단의 사자를 쳐다보는 눈빛 같았다 .

그날 저녁에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 다만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녀의 이야기가 메아리치고 있었다는 것만은 기억난다 . 그 단편 속에서 한 아버지가 여름방학 내내 동물들을 괴롭히며 보내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아버지는 벌레를 죽이는 것과 개구리를 죽이는 것을 구별하는 선이 있고 ,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그 선을 결코 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 작가는 그것을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 . 벌레를 죽이는 것과 개구리를 죽이는 것을 구별하는 선이 있다 . 그리고 작가는 살면서 그 선을 넘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지적해야만 한다 . 작가는 성자도 차디크*도 문 앞에 찾아온 선지자도 아니다 . 작가는 이 세상의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을 조금 더 예리하게 감지하고 조금 더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는 , 또하나의 죄인일 뿐이다 . 작가는 단 하나의 감정이나 사상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 그 모든 것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 작가는 독자들보다 조금도 더 낫지 않고 ㅡ 오히려 훨씬 못할 때도 있다 ㅡ 또 그래야만 한다 . 작가가 천사라면 작가와 우리 사이를 가르는 심연이 너무나 깊어서 그의 글은 우리에게 다가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 하지만 작가는 여기 , 우리 편에서 , 더러운 진흙탕에 목만 내놓고 파묻혀 있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마음속에 든 모든 것 , 환한 곳뿐만 아니라 어두운 그늘 속에 있는 것까지도 우리와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 작가는 우리를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 .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지도 , 병자를 낫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 하지만 작가가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낸다면 , 가상의 개구리 몇마리는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 이렇게 말하는 것이 유감이지만 , 벌레들은 나름대로 살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그 진리를 알고 있었다 . 그것을 , 확고하면서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 하지만 그 낭독회에서 , 뉴햄프셔 한복판 맥도웰 예술인 마을에서 진짜 사자와 대면하고 잠시 그 공포를 느꼈을 때 ,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가장 예리한 지식조차도 둔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지지와 지원 없이 창조하는 사람 , 그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여러 시간 노력한 후에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항상 그 진리를 기억할 것이다 . 주위 세상이 그로 하여금 그 진실을 잊지 못하게 할 테니까 . 그것을 잊을 수 있는 작가는 성공한 작가 , 삶의 흐름에 맞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따라 흘러가며 글을 쓰는 사람 , 펜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통찰이 글을 향상시키고 작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에이전트와 출판사에게도 기쁨을 주는 그런 작가뿐이다 . 젠장 , 나도 그것을 잊어버렸다 . 그러니까 , 어떤 것과 다른 것 사이에 선이 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다 . 그저 최근에 와서 어쩌다보니 그것이 성공과 실패 사이의 선 , 용납과 거부의 선 , 찬양과 경멸의 선으로 바뀌어버린 것뿐이다 .

그날 밤 , 낭독회가 끝나고 나는 방으로 돌아가 곧장 누웠다 . 창문을 통해 커다란 소나무와 맑은 밤하늘이 보였고 숲속에서 개굴거리는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 그곳에 도착한 이후로 개구리 소리를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 나는 눈을 감고 잠을 , 침묵을 기다렸다 . 하지만 개구리들은 멈추지 않았다 . 새벽 두시 , 나는 침대에세 일어나 컴퓨터로 가서 글을쓰기 시작했다 .

*유대교인들이 의롭다고 여기는 사람 .
[본문 143 , 144 , 145 , 146 , 147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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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을 로망으로만 두지 않기 ㅡ 모동섹 | 읽겠습니다 2018-11-3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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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저
문학테라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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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ㅡ 김나연 , 문학테라피 ,



# 시간이 기억하는 방식

한 침대에서 눈을 떴던 사람들은 섹스 자체보다 마지막 섹스 후 분위기나 태도로 기억되는 것 같다 . 어느 날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저주를 털어놓다 눈물이 터졌고 , 어느 날은 목소리가 잠길 때까지 지나간 가요 메들리를 나눠 불렀다 .

그 사람들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

_

추억이란 게 , 필요 없다고 어디 없던 시간이 되나요 ?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공기까지도 기억의 방바닥에 꾸덕꾸덕 눌어붙어 기어코 추억으로 변질되고 마는 것을요 . 잊히기 위해서라도 존재해야 하는 시간들 .

( 본문 164 )



# Enfant terrible

가끔 잔망스럽고 싶다 . 못된 장난을 치고 싶어서 오장육부가 다 간질거린다 . 그러고 나면 꼭 다정하고 엄격한 꾸지람을 들어야겠다 . 그게 반드시 필요하다 .
그래서 나는 못된 장난이 치고 싶은 건지 , 이런 장난 치면 안 된다고 엉덩이라도 맞으면서 혼나고 싶은 건지 , 아님 둘 다 좋은 건지 , 잘 모르겠다 .

그저 선이란 선은 다 밟고 싶다 .

( 본문 165 쪽 )



#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랑이 끝나는 저주에관해

어떨 때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랑이란 감정은 없어지고 책임감만 남는 것 같았어 . 사랑한다고 내뱉었으니 이젠 정말 사랑해야 한다 . 상대가 내 사랑을 느끼고 또 믿을 수 있게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 전언처럼 사랑을 선언했으니 어떻게든 내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랑 같은 건 다 집어치우고 책임감으로 관계를 이어갔지 .

왜였을까 ? 사랑을 고백하자마자 아득하고 막연해졌던 게 .

그래서 사랑이란 게 정말 지속되는 감정일까 싶어 . 하루짜리 연인만 찾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게 그 무책임함 때문은 아닐까 싶어 .

(본문 174 쪽)



# 정이 든다는 건

할머니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남의 살이 달지 ? 하고 웃으셨는데 , 남의 살은 왜 달까 ?
좀 쓰지 , 좀 .

_

누굴 자꾸 만난다고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
뭘 자꾸 먹는다고 허기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

_

누군가를 알게 되는 계기는 단순한데
모르게 되는 과정은 늘 복잡하다 .
_

정이 든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
없이도 잘 살았는데
만나버렸더니 그리워진다 .

(본문 175 , 176 쪽 )



# Happily Ever After

나는 너무 행복하면 그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삶이 버거울 땐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정말 눈물 나도록 행복한 순간엔 그대로 숨을 거두고 싶었다 . 더 행복한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여기서 이대로 그만 . 낙담도 아니고 , 지금보다 더 행복하기 힘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아니고 , 삶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감도 아니다 . 삶을 종료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순간 종료 버튼을 누르고 싶다는 기분인데 . 너무 재미있는 게임이었고 가장 만족스러운 엔딩을 봤으니 인제 그만 , 이 정도면 충분했어 , 라고 생각하는 순간의 만족감 .
물론 그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아직 살아 있다 . 종종 D와 함께 갔던 클로이스터가 떠오르는 날엔 그날 죽었으면 어땠을까 , 싶어진다 . 가장 행복한 순간이 채 기억으로 새겨지기도 전에 나의 의식은 종료되겠지 .
나는 그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 죽어야 완성되는 해피 엔딩 .
_
지은이는 선유도를 다 돌고 나서 대뜸 " 언니 . 언니가 죽으면 진짜 많이 슬플 것 같아요 ." 한다 . 나는 그 말이 좋아서 " 그래 . 그럼 내 장례식장 와서 많이 울어 ." 하고 철딱서니 없는 소릴 한다 . 결혼식은 소박하고 장례식은 시끌벅적했으면 좋겠다 .

(본문 219 , 220 쪽 )


## 리뷰를 대신한 일기 .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계 자체에 습관이 되는 것이 무서운 ,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다 . 사랑을 받아들이기 전에 내 뇌 어딘가엔 파충류의 눈처럼 , 다가올 공포와 두려움을 먼저 감지해내려는 방어 기제가 풀가동이 된다 . 그건 그것대로 오랜 습관이 되어 견고한 (?) 나를 만들어 놓는다 . 오기만 해봐 , 딱 잘라 줄테니까 ...... 감히 , 날 휘두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거야 . 어리석고 슬픈 짐승이 된다 .

욕망은 그렇게 오래 묻힌 철처럼 부식된다 . 알지 마라 , 느끼지 마라 , 철가루 날리듯 내 감정도 흩날릴테니 ...... 그렇게 철벽녀가 된다 . 그게 지금의 나 .
관계가 진전 없을 , 안전한 대상만으로 사랑(?)을 만든다 . 결코 나를 , 이 현실에선 흔들지 못하는 대상들에게만 하염없는 애정을 보낸다 .
느낀다는 것 자체가 수치심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 뭐가 더 큰 수치인지 , 이젠 셈조차 하지 않는 채 ...

이 책을 읽었다고 , 단번에 내 껍질을 깨고 사랑하는 인간이 되지는 못하겠지 . 그렇지만 , 어느 밤엔 누군가를 떠올리며 가만가만 좋았고 , 내 맘 같던 문장을 읽어주고 싶다 . 그것이 지나간 추억의 누군가라해도 .

나의 소중한 윤 , 나의 딸 .
지금은 너를 생각해 . 이 책을 , 네게 줄 날이 언제면 좋을까 ? 하고 .
그러면서 속삭이듯 말해줘야지 . 윤아 , 엄마의 로망도 바로 이 부분이야 .
" 사는 거 너무 어려운 게 , 돈도 벌어야 하고 , 공부도 해야 하고 , 책도 봐야 하고 , 잠도 자야 하는데 그 틈틈이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날짜 맞춰 분리수거도 해야 돼 . ㅡ 그럼에도 , 침대에서 독서와 섹스를 함께 할 수 있는 남자 " 를 찾는 거 말야 .

윤은 , 윤의 로망은 뭐가 될까 ? 엄마인 나는 정작 겁쟁이라 감정을 켜켜이 쌓아 놓고 살지만 넌 , 뭐든 즐겁게 흡수하고 즐겁게 아프고 , 즐겁게 즐겁게 생생하게 행복하면 좋겠어 . 로망을 로망으로만 두고 살지는 말기를 ... 맹목적이고 두려움없이 사랑할 줄 알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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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 좋았던 7년 ㅡ 에트가르 케레트 에세이 | 이상한 나라의 소설가들 2018-11-2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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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7년
#에트가르케레트
#이나경옮김
#이봄
#북클럽문학동네모니터링
#뭉클_가제본
#이스라엘대표작가에세이




지난 주 , 그러니까 내가 이달에 최고로 집중하며 책을 미친 듯 읽은 시간은 하필 장례식장의 장례기간 중였다 .

이 책은 나를 자정에 도착하게 만든 그 책인 셈인데 , 일단 포장만 뜯고 집에 얌전히 두고 나갔다가 장례식 첫날밤엔 ebook으로 다른 책들을 마라톤 독서 하곤 더이상 쌓아 둔 ebook 이 없어 , 날이 밝자마자 인근의 책방을 검색해 서점 찾기 모험에 나섰었고 , 아주 아주 구석진 곳에서 오래 묵은 비디오 방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서점 하날 발견해 , 오래 묵은 분위기처럼 초판에 가까운 책들이 많은 , 그런 서점에서 , 벌써 두번이나 읽었었으면서 단 한줄의 미련을 못버려 피천득의 ' 인연 ' 이란 수필집을 또 냉큼 사와버렸었는데 , 사실 피천득님의 수필집은 , 그래 . 그냥 , 단 한 문장의 책이라고 나 혼자 이해하며 또 밤새 읽었었다 . 그렇게 삼독이 된 셈인가 ?

그 인연은 수필이고 , 이 책은 에세이라고 딱 책에도 쓰여 있는데 나는 아직도 수필과 에세이의 경계(에 대해) 를 ... 흠 ..? 흠 ...! 이런 상태 .

한 마디로 책만 읽었지 난 그런 똥 멍청이 . ( 갑자기 고백 ?)

두 책 다 소소한 일상 잡기를 편하게 쓴 것 같은데 어느 쪽이 내 취향이냐 ( 안 궁금하겠지만) 하면 딱 , ' 좋았던 7년 ' 이 내 취향이다 .

' 인연 ' 에선 그런 반복 읽기의 후에도 단 한 문장을 품게 되었지만 , 이 책은 에세이 한 부분을 옮기다 결국 통째로 다 옮겨 버린 꼭지들이 넘 많았다는 거 .

실컷 클클 대며 읽고 , 빈 집에서 혼자 소리내서 하하하 거린 책이 또 얼마만인지 ...

아 , 진짜 . 이 작가 책은 국내 번역되는 족족 다 읽어버리고 말아야지 작정하게 만든 , 그런 책였다 . 하하핫 !

그래서 , 장례식 도중에 내가 읽은 책은 무려 9권이다 .

낮에는 서서 , 방명록 (?) 앞에 있다가 ...어두워지면 날이 밝도록 읽고 또 읽고 , 가족들이 안 자냐고 , 제발 자야하지 않겠냐고 자꾸 물었다 .
아 , 5 일 정도 밤 샘은 , 일도 아닌지라 ....며 속엣말만 했다 .

할아버지 , 덕분에 초집중 독서 시간 , 감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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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저/이나경 역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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