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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더 , | 외딴 방에서 2018-08-3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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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선잠에서 든잠으로 오락가락 하고 있는데 엄마가 방 앞에서 나를 불렀다 .

이모가 분당 차병원에 말기 암으로 입원한지 6개월 . 이제 가망이 없다는 최종 진단을 받고 , 모든 치료를 중단한 채 호스피스 병원을 알아보던 중 , 얼마 전 모 방송에 나온 용인시 소재의 샘물 호스피스 정보를 보곤 그때부터 아버지와 나와 엄마가 머릴 맞대고 이모를 그쪽으로 모시기로 했었는데 , 지난 주말 병원 소견서를 호스피스에 보내 놓곤 대기 인원이 많아 보름에서 한달 정도 걸린다던 이송건이 오늘 이른 아침에 온 연락으로 급변했다 .

엄마는 내게 오늘의 일을 맡기고 서둘러 이모를 새 거처로 옮기러 나가셨다 . 엄마나 이모에겐 잘된 일이었지만 , 이십 년을 함께 살았다는 이모부는 술에 취해 그 자리에 오지도 않으셨단다 . 더 기막힌 건 무려 20년을 이모가 일한 돈으로 먹고 살면서 ,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 자신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했다는 점였고 우린 모두 그 말에 분개를 했다 .

엄마는 주말마다 겨우 쉴 날 하루 인데도 분당을 오갔다 .
이모에게 조금만 , 힘내서 세상을 붙들어 보라고 애원해 왔고 , 모든 걸 포기한 듯한 이모는 그런 엄마의 정성에 기운을 내 이젠 조금씩 음식을 받아 드신다고 한다.

아주 어릴 적에 , 내가 여섯 살도 전이었지 싶은데 , 우리 외가엔 워낙 손이 귀해 딸만 줄줄이( 엄마와 이모들) 였고 , 그 덕에 외할머니란 분이 세 분이나 되셨었다 . 그러다보니 이모들이 모두 엄마와 어머니가 다른 상황 . 지금에서야 엄마는 그런 상황들에 기막혀 하지만 그래봐야 외할머니, 외할아버진 이미 고인이다 . 일찍들 돌아가서선 엄미는 물론이고 이모들은 가족이란 울타리 없이 각자 살아왔던 모양이다 . 정말 파란만장한 가족이다 싶다 . 막냇이모는 내가 어려서도 계집애란 이유로 외가에 가면 찬밥이던 때 유일하게 나를 예뻐해 준 이모였었다 . 그때는 엄마도 오빠만 귀애해 나는 늘 외로웠던 걸 기억한다 . 아마 엄마도 뭔가 잔뜩 서럽던 시절여서 더 그랬지 생각한다.

지난 달 이모를 수십년 만에 보러 갔었는데 , 이모는 내 이름만 겨우 알 뿐 내 기억 속 추억은 , 잘 모르겠다고 , 기억이 안난다고 하셨다 . 그래도 괜찮다고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ㅡ 하고 이모의 깡마른 손을 잡았었었다 .

엄마는 아주 아주 늦은 귀가를 했다 . 아마 새 거처에서 발이 안 떨어졌을 게다 . 모두 어머니가 다른 이모들인데 엄마는 나이 들어 생활이 안정되자 뿔뿔이 흩어져 연락 닿지 않던 이모들을 찾아나섰고 , 이제 맏언니로 , 유일한 부모 노릇을 하다시피 하고 있다 .

지쳐 돌아온 엄마가 안쓰러웠는데 , 나는 오늘 너무나 너무나 바빴다 . 하필 월말이라 , 단체며 일반 손님들이 몰렸고 , 아버진 매년 기록을 바탕으로 매일 음식 장만을 하시는데 예측을 넘어선 손들의 방문에 땀을 뻘뻘 흘리셨다 . 하도 바쁘다보니 손님들이 오늘 복날이냐고 물어오기까지 했다. 엊저녁 나는 아버지께 오늘 , 내일은 월말이라 음식 준비를 좀 더 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했었는데 내 말이 씨가 되었는지 정말 숨 쉴 틈이 없을 지경이었고 , 엄마도 없이 둘이 그 바쁜 틈을 메꿔내느라 파김치가 되었다 . 저녁 참에 드디어 준비된 재료가 떨어졌고 , 그 때 엄마도 집에 오셨다 . 나는 엄마가 이처럼 반가웠던 적이 있나 싶게 ! 반겼다 . ㅎㅎㅎ

엄마도 힘든데 오자마자 내 퉁퉁 부은 다리를 보더니 얼른 들어가라고 하신다 . 나는 림프절이 없다보니 조금만 무리를 해도 엄청나게 몸이 붓는다 . 집에서 유유자적 할 때는 멀쩡해뵈는데 일을 하면 안되는 체질이 되버렸다 .
부은 다리가 엄청나게 아파서 식은 땀을 흘려가며 일을 하자니 손들이 외려 농담을 걸어주고 , 응원해주신다 .

이상한 가게이다 . 늘 느끼지만 ... 이제 내일 하루만 , 더 일하면 8월도 끝나고 나는 내 일상으로 돌아갈 참이다 .
이모도 , 나완 다른 하루만 더 ㅡ 그리고 나도 하루만 더 ,
그런 오늘 하루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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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N. E. W. | 스치듯이 2018-08-3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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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발견하고 예뻐라 했는데 꽃잎뒤에 무수한 진드기를 본 듯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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