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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8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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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에 굶주린... | 나의 리뷰 2005-12-2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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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강명순 역
열린책들 | 200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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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누이는 사람들의 정과 사랑에 굶주린 절대고독에 빠진 존재이다.

그루누이는 외롭지는 않았다. 냄새라는 특별한 재능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끼리 누리던 정과 사랑이 그닥 필요치도 않았고, 그리 원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냄새를 피해 홀로 있다는 것에 만족을 느꼈고, 온갖 냄새를 자신의 상상속에서 신하로 부릴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만족을 느꼈으나, 정작 자기 자신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공포를 느낀 뒤엔 뚜렷한 목적의식이 생긴다.

<나, 냄새의 신. 그루누이가 너희를 지배하리라.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드리라.>

나는 이걸 자아실현이라고 보았는데, 자기가 얻고 싶은걸 얻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루누이는 인간세상으로의 재림을 통해서 냄새의 신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더럽고 지저분한 인간의 냄새까지 자기 몸에 뿌려대며 사람과 더 가깝게 지냈고, 최고의 향기를 얻기 위해 살인마저 저지른다. 그리고 만들어낸 최고의 유혹의 향기. 자신을 신의 경지로 끌어올린 그 향기.

하지만 그루누이는 그 절정의 순간에, 모든이의 환호 속에서 또다시 혼자임을 느낀다. 그루누이가 원했던 것은 나약한, 한갖 냄새 따위에 현혹되는, 존재의 지배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숨쉬며 살 수 있는 평범함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최고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 죽였던 소녀에게선 냄새만이 아닌 사랑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그루누이는 자신의 온몸에 그 향수를 모두 뿌려 죽음에 이르게 한다.

너희가 진정 원하던 것은 이 <향수>가 아니라, 나 그루누이였다는 걸 그들의 뱃속에서 느끼게 하고팠던 건 아닐까? 포만감이라는 나른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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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학문의 문턱을 기웃거리는 이에게... | 2005년에 쓴 리뷰들 2005-12-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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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

정운찬, 김용준 등저
아카넷 | 2005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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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책소개부터 하자면, (분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들이 자신이 선택한 혹은 전공한 학과를 재조명하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살필 수 있는 안내서다. 대학은 청춘을 불사를 공간이며 담론의 전당이므로 학문을 탐구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이란 제목은 이 책에 딱 어울린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안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문에서도 밝히듯 학문에 뜻을 둔 이상 학문에 매진하길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도대체 학문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공부를 하고 있는가...이런 당연한 질문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적어도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만큼은 제대로 배우고 익히고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늦은 나이에 학문의 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는 참 유익한 책이다. 더구나 하나의 과목을 전공하기보다 모든 학문을 섭렵하고픈 내 욕심에 딱 맞는 책이다. 고등학교부터 이과(화학, 지학)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난 그 쪽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성적이 형편없어 듣도 못한 산업안전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나마 화공이란 과목이 담겨 있어 그런대로 재미있게 강의를 들었지만, 다른 과목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결과는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20대 초중반을 방황으로 보냈다.

과학(화학, 지질학, 천문학) 이외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난, 역사로 눈을 돌렸다. 그 곳에서 내 길을 찾았던 것이다. 역사는 내가 관심 많던 과학도 언급하면서 더욱 폭넓은 세계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른바 학문으로서 첫 걸음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내 나이 하나 모자른 서른. 대한민국의 삼십대에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리 넓지 않다. 그러나 2002년은 나에게 기폭제가 되었다.

나도 할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항상 머리속에서 되뇌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독서이력은 해가 거듭될 수록 늘어가기 시작했다. 첫 해 80권, 둘 째번 해 120권, 올해 목표 150권을 넘어 172권째다. 그러면서 내가 평생을 업으로 삼을 만한 것도 찾았다. 독서지도가 그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배우는 학문의 길은 즐겁다.

만약 누가 나에게 성적올리기가 아닌 배움의 즐거움을 좀더 일찍 가르쳐 주었다면, 아니 내 스스로 학문의 길이 이토록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역사에서 '만약'은 금물이라지만, 이만큼 즐거운 상상이 어디있을까...난 이제 내 길을 찾았다. 난 이제 내가 찾은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을 찾아 새로운 길을 밝혀주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쭉 이 길을 밝히는 등대지기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꾸준히 나를 갈고 닦고, 내 지성의 예리함을 잃지 않게, 내 이성의 밝음이 흐려지지 않게 할 것이다. 그리고 <학문의 길>이 인도하는 그 곳을 바란다.

이 책이 모든 것을 다 밝혀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무 살..진정한 학문과 담론의 장을 엿보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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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학문의 문턱을 기웃거리는 이에게... | 나의 리뷰 2005-12-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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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

정운찬, 김용준 등저
아카넷 | 2005년 11월

구매하기

 간단하게 책소개부터 하자면, (분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들이 자신이 선택한 혹은 전공한 학과를 재조명하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살필 수 있는 안내서다. 대학은 청춘을 불사를 공간이며 담론의 전당이므로 학문을 탐구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이란 제목은 이 책에 딱 어울린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안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문에서도 밝히듯 학문에 뜻을 둔 이상 학문에 매진하길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도대체 학문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공부를 하고 있는가...이런 당연한 질문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적어도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만큼은 제대로 배우고 익히고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늦은 나이에 학문의 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는 참 유익한 책이다. 더구나 하나의 과목을 전공하기보다 모든 학문을 섭렵하고픈 내 욕심에 딱 맞는 책이다. 고등학교부터 이과(화학, 지학)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난 그 쪽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성적이 형편없어 듣도 못한 산업안전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나마 화공이란 과목이 담겨 있어 그런대로 재미있게 강의를 들었지만, 다른 과목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결과는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20대 초중반을 방황으로 보냈다.
 
 과학(화학, 지질학, 천문학) 이외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난, 역사로 눈을 돌렸다. 그 곳에서 내 길을 찾았던 것이다. 역사는 내가 관심 많던 과학도 언급하면서 더욱 폭넓은 세계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른바 학문으로서 첫 걸음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내 나이 하나 모자른 서른. 대한민국의 삼십대에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리 넓지 않다. 그러나 2002년은 나에게 기폭제가 되었다.
 
 나도 할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항상 머리속에서 되뇌었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독서이력은 해가 거듭될 수록 늘어가기 시작했다. 첫 해 80권, 둘 째번 해 120권, 올해 목표 150권을 넘어 172권째다. 그러면서 내가 평생을 업으로 삼을 만한 것도 찾았다. 독서지도가 그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배우는 학문의 길은 즐겁다.
 
 만약 누가 나에게 성적올리기가 아닌 배움의 즐거움을 좀더 일찍 가르쳐 주었다면, 아니 내 스스로 학문의 길이 이토록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역사에서 '만약'은 금물이라지만, 이만큼 즐거운 상상이 어디있을까...난 이제 내 길을 찾았다. 난 이제 내가 찾은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을 찾아 새로운 길을 밝혀주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쭉 이 길을 밝히는 등대지기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꾸준히 나를 갈고 닦고, 내 지성의 예리함을 잃지 않게, 내 이성의 밝음이 흐려지지 않게 할 것이다. 그리고 <학문의 길>이 인도하는 그 곳을 바란다.
 
 이 책이 모든 것을 다 밝혀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무 살..진정한 학문과 담론의 장을 엿보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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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순간 얼어버리는 책 | 나의 리뷰 2005-12-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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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빙점 세트

미우라 아야코 저/정난진 역
눈과마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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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오랜만이네"

"정말 그렇구나. 해가 바뀌고 나서는 처음이니..."

"그렇구나가 뭐야, 벌써 5월이라고 오.월....요즘 무슨 책읽어?"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속 빙점>...속편은 지금 읽고 있는 중이야."

"재미있어?"

"책은 술술 넘어간다만...글쎄, 재미있다고 얘기해야하나...어쨋든 시작은 무라이와 나쓰에의 밀애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남편인 게이조와 아내인 나쓰에,
이 둘의 자식인 루리코와 도오루,
나쓰에를 사모하는 남편과 같은 병원의 안과전문의 무라이,
젊은 시절 나쓰에를 사이에 두고 연적이었던 게이조의 친구이자 동창인 다카기,
나쓰에의 오랜친구 다쓰코,
게이조를 짝사랑하는 같은 병원 사무원 유카코...
그리고 어린 루리코를 목졸라 죽인 살인자 사이시와 살인자의 딸 생후 3개월된 요코.

길고 긴 이야기의 등장인물 치고는 꽤 한정된 느낌이다. 그리고 그 한정된 느낌은 어김없이 일본이라는 색안경을 끼게 만든다.
아쿠타가와를 논할때에도 이야기했던, 인간 본성의 추악함...
<얼룩고양이 홈즈>시리즈를 낸 아카가와 지로도 그랬고, <공생충>의 무라카미 류도 그랬고...

이 책에서도 그랬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를 다루었다...고 평들 하지만,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쓰잘 때 없는 배려, 불필요한 감정싸움...
오해와 불신만이 가득한 사회...이런 것들과 일본이 결합하면 왜 이리도 잘 어울리는 지...

한마디로 바보들의 천국이다. 답답함의 극치...

배려...일본말로는 <기쿠바리>라고 불리는,
미루어 헤아려 편안하고 불편하지 않게 해주며, 자연스레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여 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효과가 있고 애시당초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최선의 방법.
그렇기에 일본에서의 배려는 대인관계의 시작이며 마침표이다.
깔끔을 넘어선 결벽증세...
길에서 어깨라도 부딪힐라치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스미마셍~이라고 말하는 일본인...

<스미마셍>을 직역하면, <끝나지 않았습니다>란 뜻이란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도대체 무엇이 끝나지 않았다는 겐지...
나름 일본을 알고 있다는 사람들은 이 <무엇>을 <은혜>라고 설명한다. 일본어로는 온(恩).
그럼 은혜를 입었으니 온당 갚아야 하는데 아직 갚지 못하였으니(끝나지 않았으니) 미안합니다.

다시 해석하면, 상대방을 미루어 살피지 못해 상대에게 폐를 끼치고도 그에 상응하는 은혜를 갚음을 끝내지 못하고 말뿐이니 미안하다는 말인가...
우리도 미안하다고 말을 할 때 이런 마음을 품기나 하는지...

일본에서 해석하는 <기독교의 원죄>는 이런식의 뉘앙스를 풍긴다.

살인자의 딸이니 자식도 살인자의 굴레를 쓰고 살아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하면서도 살인자의 딸을 바람핀 아내의 죄에 상응한다는 이유를 들어 입양하는 남편 게이조.

순간의 연정으로 인해 자신의 딸이 죽었다고 자책하고, 죽은 딸을 대신해 얻은 요코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지만, 7년 뒤 우연히 읽은 남편의 일기와 편지를 통해 자기 딸 루리코를 살인한 사이시의 딸을 아무것도 모르고 키워왔다는 배신감에 남몰래 요코를 괴롭히기로 결심한 아내 나쓰에.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안 뒤에도 이름처럼 자신의 밝음을 잃지 않는 요코(陽子)

마지막에 요코에게 찾아온 사랑 앞에서 자신이 살인자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비정한 어미행세를 한 나쓰에를 미워하기보다 자신의 밝음이 식어버리는 빙점을 발견했다는...살인자의 딸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겠다던 요코의 마음도 식어버리는 빙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아버지가 양부모의 친딸 루리코를 죽였다던 그 숲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한다...

결국 살아난다.
원죄의 극복이 아닌, (넌 살인자의 딸이 아니란다. 우리가 잘못 알았던 거야. 스미마셍~요코.) 원죄의 회피...그럼 그동안 그죄를 추궁했던 사람들은 어찌될 것인가...그건 속편에서 다루겠지.

"음...뭔가 알듯 말듯한데."

"책은 연속극을 보듯 읽히지만 등장인물들의 추악한 본성만 부각될 뿐 아무런 감동도 보이질 않는다."

"이게 그렇게 혐오스런 책이었어?"

"아니아니, 책 내용이 혐오스럽다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거지. 이를테면, 넌 왜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거지? 속상해. 직접적으로 내 마음을 밝히기는 쑥쓰러우니까 이렇게 행동할께. 내 마음을 알아맞춰봐."

"세상에. 남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딨어."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그리고 또 오해하고 불신하고...그런 악감정들의 연속...바보들의 행진...왜 그들은 자신의 속내를 말하길 꺼릴까? 왜 진실을 말하길 꺼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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