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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8 개설

2011-04 의 전체보기
교과서를 믿어 주세요~라고 하는 그날까지~ | 2011년에 쓴 리뷰들 2011-04-27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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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초등교과서가 하릴없이 어렵기만 하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초등교과서를 국가에서 직접 만들어서 쓰는 <국정교과서>이다보니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도 여지껏 이 꼴이니 참 한심하다는 표현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런 가운데 2007년 개정판 교과서가 비로소 올해부터 전학년 싹 바뀌어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없을까? 이 책을 보니 아직도 많기만 하다.

  이 책을 낱낱이 훑어보기에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또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교육을 하지 않는 일반 학부모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에는 얼마간 어려울 수도 있다. 왜냐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로 구분해놓았는가 싶으면, '2학년에게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 예전에 4학년이 배우던 내용을 개정교과서에서는 2학년에 실어 놓았기 때문이다'처럼 서로 비교대조하면서 읽어낼 수 있는 '깜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부모님들의 초등학창시절을 떠올릴 수도 없다. 그 때와 지금의 교과서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니 말이다. 결국 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읽는이(독자)'는 같은 교육현장에서 일을 하는 '가르치미(선생)'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공교육과 사교육을 모두 포함한 '가르치미'말이다. 즉, 교과서를 아무 때나 늘 가깝게 훑어보는 읽는이에게 눈높이가 맞춰진 책이란 말이다.

  또 앞서 나온 내용이 너무 자주 '반복'해서 나온다. '머릿말'에 말한 내용을, '첫째 본문'에서 다시 말하고, '둘째 본문'에서 또다시 말하고 있어서 확실히 '그것이 문제다'라는 것은 알 수 있는데, 좀 더 다른 관점에서 다루는 것도 아니고 자꾸 같은 관점에서 지적한 문제를 다시, 또다시 나오는 바람에 아주 많이 지루하다. 물론 '머릿말'에서는 간단히, '첫째 본문'에서는 간략히, '둘째 본문'에서는 자세히, 그 다음엔 더 자세히 문제를 다루긴 했다. 그러나 무슨 '대학 논문'도 아니고, '학부모님들'에게까지 이렇게나 자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만 좀 자제를 했으면 아주 훌륭한 '교육지침서'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앞서 말했듯이 현행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문제점을 지적해도 '옳고 바르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고쳐지는 것이다. 교과서가 아이들에게는 너무 무겁다고 지적했는데도 필요이상으로 점점 두꺼워져만 간다. 다름 아니라, 교과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데...이건 정말 기본 가운데 기본 아닌가 싶다. 아니 하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앞서 나온 문제점을 깡그리 무시하다니. 그 사람들이 정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답은 누가 보더라도 뻔하지 않은가 말이다. 책이 무거우니 불필요한 내용을 과감히 삭제해버리고, 교과서가 너무 많으니 겹치는 내용은 한 권의 책으로만 공부할 수 있도록 해서 책의 수를 줄여나가는 방향. 이것 말고 다른 대안이 있을까? 그런데도 이런 기본적인 문제조차 <대한민국 교과부>는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절로 한심하다는 말이 아니 나올 수 없다.

  다만 문제가 이것 뿐이면 오죽 좋을까마는 그렇지 않다. 공교육을 믿으라고 하면서 사교육을 하지 않고서는 학부모와 배우미(학생)들을 학교에 보낼 수조자 없게 만드는 고질적인 문제는 정말 답이 없어 보일 정도다. 대개 초등1학년의 경우, 적어도 1학기 동안은 '한글'과 '숫자'를 익히고 쓸 수 있게만 하면 그뿐이다. 또 아이들이 '학교생활'과 같은 '단체생활'을 하면서 가정과는 다른 도덕과 예절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1년을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초등1학년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라고 <강요>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한글의 창제원리'와 '1+2= 왜 3인지 증명하시오'와 같은 인문철학적 물음에 버금가는 질문들이 답도 없이 죽 나열되어 있다. 도대체 이걸 아이들보고 풀라는 것인지, 가르치미들보고 연구하라는 것인지 도통 그 의도를 알 수가 없다. 아니 배우미니까 배워야 한다고 치자. 그런데 그게 왜 하필 초등1학년이냔 말이다. 어른들도 풀기 힘들어 쩔쩔 매는 문제가 수두룩 빽빽한 교과서. 이건 정말 문제다.

  위와 같은 현상은 저학년 교과서의 공통된 문젯거리다. 그렇다면 고학년 교과서는 문제가 없을까? 당근 있다. 올해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초등6학년의 학업이수 공동(空洞)화 현상>이다. 이 책에서도 다루었지만 작년에 6학년이 배우던 <역사>과목이 올해 5학년교과서로 옮겨 갔기 때문에 현재 중1학년이 배웠던 내용을 현재 5학년이 배우게 된다. 그럼 6학년은? 현실적으로 배우긴 배우되 교과내용에 없기 때문에 '벌충'하는 형식으로 역사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수업시간이 턱 없이 모자르다는 점이다. 현재 배우는 역사내용이 5학년이 배우는 내용과 그닥 다르지 않으면서도 현재 개정된 교과서로 6학년 수업시간이 이미 꽉 채워진 상태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6학년은 한정된 수업시간 안에서 '곱빼기'로 수업내용을 배우고 익혀야만 한다. 한마디로 애들을 죽이려고 작정했다.(에고..감정적으로 글을 쓰면 안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여기 짧은 글에서 일일이 다 쓸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요즘 교과서 문제가 많다. 하긴 교과서가 한두 권이라야 문제가 적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지 않은가? 교과서 수를 과감히 줄이면 된다. 그런데 교과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이런 당연한 답까지 접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적어도 난 그것이 정말 궁금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고쳐주었으면 한다. 첫째, 아이들의 '창의성'을 개발한답시고 모든 아이들을 '영재'로 만들려는 시도는 참아주었으면 한다. 평가는 초급(누구나 다 아는 상식)-중급(꼭 알고 넘어가야할 지식)-고급(더 알았으면 하는 지혜)의 순서로 해야지 모든 아이들이 '고급지혜'를 다 깨우치도록 강요하는 교육은 가르치미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알아서 사양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훌륭한 가르치미를 만나 모든 배우미들이 '고급지혜'를 배우고 익혀서 세상에 나가 실력을 뽐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에서는 '초급상식'만 배우는 것으로도, '중급지식'까지만으로도 스스로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오로지 '어른들의 잣대'만으로 저들은 초등수준의 '고급지혜'는 다 이해할 수 있으니 아직 인지발달도 안 된 아이들에게까지 '고급지혜'를 배워야만 한다고 강요하기 일쑤다. 학부모들은 전문가가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전문적인 가르치미라도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교육현장을 볼라치면 공교육도, 사교육도 매한가지다. 이래서야 '천재'나 '영재'가 될 수 있는 아이들도 지레 질려서 공부와 담을 쌓고 말 것이다.

  둘째, 우리 나라는 ESL(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환경에서 하는 교육) 영어교육을 할 처지가 아니다. 왜냐면 우리는 EFL(영어를 '외국어'로 쓰는 환경에서 하는 교육) 영어교육을 할 수밖에 없고, 또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영어몰입교육'의 광풍을 잠재우라는 말이다. 나는 도대체 영어교육에 목을 매는 이 상황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외국어' 한 가지쯤 배우는 것이 무엇이 그리 문제가 될 것이라고 싶었는데, 이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기 때문이다. 많은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요즘 아이들치고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공부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영어학원 한두 개쯤은 거의 다닌다. 그것도 초등학생들이 더 열심이다.

  아니 왜? '모국어'가 엄연히 따로 있고, 세계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라고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고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앞에서 영어 한마디 못하면 죄인 취급 받는다' 모국어도 아닌데 영어를 못하면 부끄러워 '해야만' 한단다. 아니 왜? 이건 이미 '실용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한다'는 차원을 넘어선 병폐 현상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런 병폐 현상을 고스란히 초등 교과서에 담아놓고 아이들에게 영어공부하도록 내몬다. 아니 왜?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자랑스런 우리 문화와 글자, 그리고 우리말을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배우도록 권할 자신감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가르칠 생각은 없으신지 말이다. 난 종종 농담으로 '온누리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고 익히면 내가 굳이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 또 '군대의 힘으로 세계정복하는 것은 잠시잠깐이다. 그러나 말과 글의 힘으로 세계을 정복하면 영원히 정복할 수 있다. 그러니 너희들 영어공부하기 힘들면 국어공부해서 온누리에 우리말과 한글로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보여라. 그게 우리 나라가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작전이다.'

  더 할 말이 참 많지만 이쯤해서 접을란다. 다음에 다른 기회가 분명히 또 있을 테니 그때가서 또 보따리를 풀면 되니까. 이 책의 제목이 <교과서를 믿지 마라!>이긴 하지만 이 책을 쓴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의 가르치미 한분 한분 모두는 <교과서만 믿어 주세요>라고 말씀하고픈 마음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리 느꼈다. 이런 분들의 수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에서 지적한 것만큼이라도 <개선>이 되었으면 싶고, 또 학부모들도, 그리고 배우미 여러분도 직접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서슴 없이 '교과부'에 해댔으면 싶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가 진정한 용기니까 말이다. 난 그 용기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의심치 않을 테다. 그리고 이 책이 바라는 진정한 목적이기도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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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도 울고 갈 과학 스캔들 | 2011년에 쓴 리뷰들 2011-04-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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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후쿠오카 신이치 저/김소연 역
은행나무 | 201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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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째 쓰고나니 리뷰가 책보다 알쏭달쏭하네. 암튼 글쓴이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좋았고, 책내용은 추리소설마냥 치밀하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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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유명한 저술가이자 책벌레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일찌기 '도쿄대 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하면서 강조한 내용이 있다. 그것은 수재들의 모임이기도 한 도쿄대 학생을 한순간 '바보'라고 부르는 까닭이었으며, 이어서 이 책의 내용은 서울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불똥이 튀기도 하였다. 그 내용이란 다름 아니라, 이른바 고교시절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 문과생만이 '인문, 철학'을 공부하고, 이과생만이 '수학, 과학'을 공부해서는 결국 반쪽짜리 학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얼른 인지하지 못한다면 <도쿄대>도 <서울대>도 희망을 엿볼 수 없다고 따끔하게 충고한 내용 말이다.

  오래 전에 이 '다카시'의 책을 읽으면서 아주 신선한 충격을 먹었던 모양인지, 그 뒤로 학문을 익히는 배우미(학생)라면 모름지기 한쪽으로 치우친 반쪽짜리 배움보다는 <교양>으로서 학문의 경계를 가르지 말고 두루두루 익혀야 좋은 배우미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뿌리로 삼았다. 물론 그 덕분에 가르치미(선생)인 나부터 몸소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 <읽어야 할 책들>을 '곱빼기'로 늘려 고생(?)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이쪽 저쪽 '아는 것'이 참 많아져서 정말 가르치는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을 쓴 글쓴이는 '과학자'이면서도 전문용어 나부랭이만 늘어놓는
낡고 묵은 책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 문학적, 예술적 예제>를 늘어놓는 매우 새로운 책을 내놓는 글쟁이다. 더구나 일본 독자들은 이 글쓴이가 책을 내놓자마자 선뜻 사서 읽어준다는 데에 깜짝 놀라지 않았다. 우리 나라에도 '다치바나 다카시'나 '후쿠오카 신이치'와 같은 글쓴이로 '정재승'과 '최재천' 같은 분들이 없지는 않으나 이 분들의 책이 나오자마자 선뜻 사주는 <고정 독자들>이 많아서 많은 관심을 끄는 '과학적 글쓴이'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미루어 짐작하기로 <과학콘서트> 같은 몇몇 책을 제하고는 얼마 없는 것으로 안다.

  아무튼 이 책이 서술하는 내용을 주욱 읽어보면, 개인적인 일상 속에서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예들을 마치 '퍼즐'을 짜맞추듯 쉽게 이해시켜 주면서 뒷부분에 가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내용을 담아내어서 자칫 어렵기만한 <과학사 스캔들> 내용의 전부를 한 눈에 알아챌 수 있도록 '장치'한 점에서 참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다고 혀를 내두르게 하는 책이었다. 어쩌면 이 책을 '추리소설'에 빗댈 수도 있겠구나 싶다.

  앞서 살짝 내비쳤듯이 이 책에서는 <과학사 스캔들>에서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속속들이 밝혀서 보여주었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복잡하고 어렵기만한 과학적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익숙한 예>를 늘어놓았다. 사실 뒷부분의 내용이 만만한 내용이 아니다. 아주 유능한 과학자들마저 감쪽같이 속인 사건이었기에 '과학적 지식'이 없다면 너무나 전문적인 어휘들만 늘어놓아 이해할 수 없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아주 치밀하게도 앞부분에 치밀한 추리소설마냥 '복선과 암시'를 깔아놓았기에 어려운 뒷부분이 아주 술술 풀렸다.

  <과학사 스캔들>이라는 것은 마치 우리 나라 <황우석 사태>와 같이 엄청난 관심과 성과를 이루기 바로 앞서서 '거짓 논문'임이 밝혀지면서 '과학계의 망신'이 되어 버린 사건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그쳤다면 그저 '거짓말쟁이 과학자가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가' 일반적인 이야기로 끝마쳤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거짓 논문'을 만들게 된 방법이 사실은 '검증 가능한 과학적인 방법'이었고, 훗날 다른 과학자들이 앞선 방법을 이용하여 '엄청난 과학적 발견'을 하고 말았다. 앞서 말한 거짓말쟁이는 결국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고도, 성급하게 성과를 얻어내려고 결과치를 무리하게 조작했던 것이다. 훗날 과학자들은 앞선 과학자들의 방법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가설을 세우고 신중하게 '검증 가능한 결과치'를 얻는데 노력을 쏟았을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훗날 과학자들은 그닥 노력도 하지 않고서 엄청난 성과를 차지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를 과학적으로 보면 앞선 과학자들은 <가설>을 세운 것이고, 훗날 과학자들은 <검증> 및 <증명>을 해낸 것이다. 대개 과학자들은 <가설>만을 세운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검증>하고 <증명>해낸 과학자에게 모든 영광을 주는 편이다. 그래서 앞선 과학자들이 성급하게 성과를 얻으려는 욕심만 버렸다면, 어쩌면 훗날 과학자들이 받은 영광을 자신들이 차지했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다 읽고 나면 슬그머니 다가온다. 거의 전부를 다 얻을 것만 같은데 딱 하나가 모자라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는 세상도 있고, 어느 누구에게는 봐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 다른 누구에게는 아주 잘 보이는 세상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밤하늘에 별을 보고서도 별자리로 죽죽 선을 그어 쉽게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똑같은 별을 보고서도 이별 저별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어떤 이에겐 북두칠성이 일곱 별로 보이지만, 어떤 이에겐 여덟 별로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왔던 계양성 말이다. 그렇다고 딱히 '눈이 좋은 것'만으로 역사를 이루는 것도 아니다. 거짓보다는 참으로 삶을 살아야 겨우 이룬 것을 잃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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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엔 별로구만, 아이들은 좋아하기만 하네 | 2011년에 쓴 리뷰들 2011-04-2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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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좌충우돌 세계지리 탐사대

황근기,노지영 글/정호선 그림/윤옥경 감수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에 비과학적인 책인데도 아이들은 좋아라하며 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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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명의 한국 어린이가 미국행 지리박물관 견학단에 선정되면서 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부르는 이름이 <세계지리책>인데 실제로 세계 곳곳을 탐사하면서 '지리상식'을 배우는 책이 아니면 실망일테니 말이다. 은근히 세 어린이가 펼칠 탐사이야기를 기대하며 술술 책을 넘겼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날짜변경선'을 지나자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한 아이가 <교과서>에 실렸을만한 '교과상식'을 친절히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교과상식'을 여러 상황에서 얻을 수 있어서 책을 즐기면서도 상식을 배울 수 있어서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도착한 박물관에서 출입을 금지한 방에 들어간 아이들은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던 '베게너'를 만난다. 그린란드 탐험에 나섰다가 실종되었던 그가 80여 년 동안 그린란드 빙하에 냉동인간 상태로 있다고 우연히 아이들와 만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아이들이 방에 들어갔을 때 마침맞게 다 녹아서 살아난 것이다.

  그랬던 베게너가 어느 새 한국말을 배웠는지 아이들과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술술 대화를 하며, 박물관을 무사히 탈출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부터 <마법지도>를 보며 <신비의 돌>을 지도가 가리키는 곳에 갖다놓기 위해 탐험을 떠난다. 그 <신비의 돌>을 정확한 장소에 가져다 두면 점점 환경이 파괴되는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베게너의 말 한 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세계지리책이니 여러 곳을 떠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바탕을 깔아놓아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하는 모험이라는 것이 고작 <신비의 돌>을 어떻게 하면 <제자리>에 놓을 수 있을까 하는 것 뿐이었다. 그마저도 갖다 놓으면 지구환경이 좋아지는 것도 없이 그저 모험을 하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다. 모험이 끝나고 베게너가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에 <신비의 돌>을 갖다놓는다고 당장 지구과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써놓은 것을 읽으니 참 허탈하기까지 했다. 더구나 한참이나 어른인데도 모험의 상당부분은 아이들에게 떠넘기기 일쑤고, 박사면서도 모든 교과상식 설명은 아이들 스스로 하게끔 하고서, 그 까닭으로 냉동되었다가 녹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다는 둥, 감기기운이 몰려와 기억이 안 난다는 둥 온통 핑계만 댈 뿐이다.

  결국 온갖 모험은 아이들 스스로 한 셈이고, 모험을 통해 얻은 상식조차 <교과지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이들이 세계를 떠돌며 탐사한 내용이 교과서 속에서 모두 배울 수 있으니 <교과서는 참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의심마저 들게 할 정도였다.

  적어도 내 눈에는 이 정도의 책인데도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재미나다고 말하고, 유익한 책이었다고 말한다. 뭐, 아이들이 읽을 책이고, 아이들이 좋아라하니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이 책을 함부로 평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이 정도의 책에 만족을 보여주었다. 뭘까. 이 알듯 말듯한 괴리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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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1.04.20][길 위에서 사랑은 내게 오고...갔다]서평단 모집 이벤트 | Wish List 2011-04-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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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남성성을 뿌리 뽑아주오 | 2011년에 쓴 리뷰들 2011-04-21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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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남성성과 젠더

권김현영,나영정,루인,엄기호,정희진,한채윤 공저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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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들이 공허한 울림으로 그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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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어보니 확실히 <남성성>이 문제라는 것은 알겠다. 여전히 사회기득권을 지닌 <남성/남성젠더/남자인간>이 <여성/여성젠더/여자인간>을 비롯해서 <남성성>을 지니지 못한 그밖의 모든 대상에 '불편한 존재'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그리고 또 깊이 공감한다. 이는 내가 남자이고, 또 30대 중반을 넘어선 삶을 살아왔기에 몸소 경험한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책 내용을 쭉 읽다고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참 많았기 때문이다.

  좋다. 다 좋다. 그런데 '어쩌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분히 공격적이고 포악한 면을 감추지 않는 것이 <남성성>이라면 '없애버리던가', '격리'시켜야 할 테다. 또 온갖 긍정스러운 것만은 <남성성>으로 취하고, 그밖에 부정적인 것은 <남성성이 아닌 것>에 내줘버리는 '이분법적인 면'이 문제라면, '이분법의 경계'를 허물어서 다분히 '인간적인 것'으로 탈바꿈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남성성>, 다시 말해, <남자다움>에 대한 대부분의 정의는 <여자다움>의 반대로 정해놓았거나, <남자답지 못함>의 반대로 이미 잣대를 세워놓지 않았나? 그러한 현실 상황에서 애꿎게 '모든 문제의 발단은 <남성성>에 있다'고만 지적하는 것으로 끝을 맺어서야 참으로 공허할 따름이지 않느냔 말이다. 한번 더 다시 말해, <남성성>의 문제를 지적했으면 '원인 분석'에 그치지 않고, 보다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옳다고 본다. 가능하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원인을 밝혀 지적한 것' 밖에 '뾰족한 대안', 다시 말해, 기득권에 충만한 남성성이 스스로 반성해서 바꿔놓을 획기적인 방안 마련에 실패하였다고 본다.

  한마디로 이 책의 내용을 거꾸로 생각해보니 이 책에서 말하는 의미들이 공허하게 느껴졌다는 말이다. 단적으로 말해, <남성성>이 문제가 많아 거세했다고 치자.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남성서>을 대신해 <여성성>이 대신 기득권을 이룬 사회가 형성될까? 여지껏 역사를 통하여 주체였던 적이 없던 <여성성>이 이끄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아니면 <남성성>이라고 하기에도, <여성성>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성소수자들>에게 맡긴 사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그러므로 <남성성>이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하려는 것이 아니다. <남성성의 장점>, 다시 말해, <남자다움의 긍정스러운 점>을 애써 외면하면서 <남성성의 문제>만을 부각시키는 이야기가 공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기득권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반대측 장점'을 나열한다는 것이 한편 어색한 줄은 안다. 또 이런 생각들이 '기본 바탕'에 깔린 상황에서 논리를 전개시켰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다분히 그러한 전제를 외면하고서 '때는 이때다'라는 식으로 매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이 온통 여성(아줌마 선생님들)들에게 둘러싸인 형편이라 곤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 십상이다. 청일점인 형편이라 애꿎게 '시댁과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오직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어리숙하게 옹호하는 발언이라도 할라치면, 여지 없이 되돌아오는 말이 "남자는 다 똑같아."다. 그럴 땐 '공적'이 되어 그저 온갖 구박과 원망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표현을 빌자면, 이 또한 <남성성이 가진 기득권> 덕분에 그렇게 몰리는 상황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것이라며, 만약 여성이나 성소수자였다면 그 정도로 의연할 수는 없을 거라며 설명했을 것이다.

  이게 과연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남성성>을 지녔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까? 그저 단순히 <인간성>을 발휘한 결과는 아닐까? 남자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발휘할 수 있는 <인간성> 말이다. 다른 사람의 진의를 파악하고, 나에 대한 공격성을 인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화를 내는 자신이 사실 지금은 화를 내지만, 오히려 위로받고 공감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끼면 자연스레 다독여주고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참아주는...친구든, 동료든, 또는 아는사람이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참으로 많은 변수를 지녔기에 <일반화>시키기에 얼마간 무리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 말은 이 책을 읽으면 책 속에 나열된 <근거>를 보며 얼마든지 깊이 공감하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든, 아니면 그 반대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성소수자>가 이 책을 읽었을 때 반응과 <마초>가 이 책을 읽었을 때 반응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대중이 이 책을 읽었을 때 반응이 그러할 것이라고 짐작한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일반대중의 공감대는 아직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문학작품 뿐만 아니라 영화나 TV에서도 <동성애>를 다룬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니올시다'인 형편이다. 물론 이 책을 통해 <성소수자들>을 이전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사회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그 토대가 불충분하고, 그 노력도 미흡하다고 본다.

  <남성성>이 더럽고, 치사한 것이라면 이런 <남성성을 거세>하고 당당히 홀로 서는 <여성성>과 <성소수자>가 더 많이 등장하고, 우리 사회에 소개되어 널리 알려진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런 일은 공허한 울림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당장 힘들다고 '기득권의 횡포'를 감내하고 그저 인고의 세월만 지낸다면 언제까지고 이런 부정적인 남성성에 상처받는 <소수자들>은 늘어나기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소수자>가 아닌 <기득권자>가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도움을 받아 일어선다면 어찌 홀로 섰다고 하겠는가. 그렇지만 또 지금과 같은 가혹한 현실에서 <소수자>가 스스로 홀로 서기만을 기대할 것인가. 참으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앞서 명확한 대안이 없는 비판은 공허한 울림이라고 말한 것이다.

  난 남자다. 비록 쓰레기 소리는 듣지 않는 남자라고 스스로 평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이 그렇게까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내용이 후져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딴에는 깊은 공감과 반성을 함께 느끼는 부분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적어도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잘못된 생각을 고쳐야지...하지만 그것만으로 <남성성을 지니지 못한 인간>이 <남성성을 지닌 인간>과 동등한 대접을 받는 '그날'이 언제쯤 올까? 아마도 오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앞서 정말 안타까웠다. 아무쪼록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만큼만이라도 얼른 하지 않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살포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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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지 못해 아쉽지만 지금으로선 단연 으뜸 위인전 | 2011년에 쓴 리뷰들 2011-04-1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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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학을 꽃피운 천재 예술가

강숙인 저/장선환 그림
해와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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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씨에 뛰어난 서예가 김정희로서 뿐만 아니라 실학자 김정희로서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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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물도 어떻게 바라보는냐에 따라 참으로 달리 보인다. 익히 알고 있듯이 세한도와 추사체로 유명한 김정희와 북한산순수비와 황초령비 등 <진흥왕순수비>를 찾아낼 정도로 금석문을 뛰어나게 해석해내는 연구자로 유명한 김정희, 그리고 어린 시절 박제가를 스승으로 모시고, 커서 정약용을 스승이자 벗으로 사귀며 조선의 성리학도, 청의 고증학도 넘어선 <실사구시>를 몸소 실천하던 실학자로 유명한 김정희, 이렇게 세 가지 모습이 따로 또 같이 한 권의 책에 녹여 놓고서 살펴보니 뜻밖에 새로운 모습의 김정희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었다.

  또 조선 영조의 딸 화순옹주가 경주 김씨와 결혼하여 살게 된 월성위궁에 양자로 들어가 물려받았으며, 성균관 대사성(정3품, 성균관 으뜸 벼슬)과 동부승지(조선 때, 왕명출납을 맡아보던 관리직)까지 지내며 세도정치가 한창일 때 정쟁에 휘말려 몇 차례 유배 보내진 모습으로 떠올리는 정치가 김정희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 책에는 이렇게 여러 가지 모습을 담아 김정희의 모습을 따로 또 같이 살펴볼 수 있게 편집하였다.

  그렇기에 책 내용이 다소 어수선할 것만 같지만 <일대기> 형식으로 쓰여져 있어서 그렇지만도 않다.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어린 시절부터, 배운 학문을 몸소 실천을 하던 청년기, 의도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던 정쟁에 휘말려 괴로움과 어려움을 겪던 장년기, 그리고 숱한 괴로움과 어려움 속에서도 무르익을 대로 익어 자기 마음껏 깜냥을 내세워도 결코 지나침이 없던 노년기까지 마치 큰 강이 흘러가는 모습인 듯 유유히 이야기가 흘렀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마음속에 새겨지는 것은 김정희 삶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는 <죽음>을 다룰 때다. 월성위궁에 살던 김정희의 큰아버지가 자식이 없어 어린 정희를 양자로 거두었는데, 몇 해 지나지 않아 돌아가시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정희를 사랑으로 아끼던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시게 된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죽음>을 경험한 김정희는 학구열이 뛰어난 만큼 스승과 벗들의 죽음도 여러 차례 경험해야만 했다. 그러나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죽음의 경험> 가운데 김정희가 가장 견디기 힘든 죽음은 한 번도 아닌 두 번을 경험해야 했던 <아내의 죽음>일 것이다.

  어떤 죽음이 무겁고, 또 어떤 죽음이 가벼울 수 있겠느냐만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은 또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첫 아내의 죽음은 젊어서 맞이하여 어쩔 줄을 몰랐을 수도 있다. 첫 아내를 맞이한 나이 또한 김정희가 열다섯이었으니 더욱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 맞은 첫 아내는 무심한 듯 훌쩍 떠나버린 아내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서 더욱더 잘 해주었고, 더욱 살갑게 대해주었기에 새 아내의 죽음은 참고 견디기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어린이 눈높이로 만들어진 책이지만 상당한 깊이를 갖춘 책이다. 다만 앞서 지적했던 대로 두 가지 위인 가운데 전형적으로 한국형 위인인 <천부적 위인>으로 다룬 점이 얼마간 뻔한 이야기라서 새롭지 못한 방식인 것이 아쉽지만 낡은 방식이라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결코 진부하달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지금 보여줄 수 있는 방식 가운데 다른 것에 비할 바가 없다고 본다.
 통곡하는 마음으로 지은 제문이란다.
  대체 부인은 먼저 죽는 것이 무엇이 그리 좋아 나로 하여금 두 눈만 뻔히 뜨고 홀로 살게 한단 말이오. 푸른 바다와 같이, 긴 하늘과 같이 나의 한은 다함이 없을 따름이외다.

 어느 날 '죽은 아내를 애도함'이라는 시를 짓다.
  어떻게 월로께 호소를 하여
  서로가 내세에 바꿔 태어나
  천리 밖에서 내가 죽고 그대는 살아서
  이 마음 이 설움을 알게 했으면.

 부부사이가 아무리 헤어지면 남이라지만 웬만큼 사랑해서는 나올 수 없는 슬픔이고 원망이다.
같은 책, 121쪽~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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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이야기 뒤에 밀려오는 씁쓸함 | 2011년에 쓴 리뷰들 2011-04-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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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패션 사이언스

최원석 저
살림Friends | 201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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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디자인, 리폼, 스타일링하다. (아~의류업계쪽에서 쓰는 어휘들은 좀처럼 우리말로 순화하기가 너무 힘들어. '간단'한 어휘에 '너무 많은' 뜻을 함축시켜 놓았어T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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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가 <과학>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어느 광고문구로 나온 말인데, 얼마나 인상 깊었던 지, 초등학교 시험문제에 [다음 가운데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문제에 <침대>라고 오답을 쓴 아이들이 수두룩하다는 이야기는 우스개 소리가 아닌 현실에서 진짜 일어난 일이 되어 버린 지 오래라는 말이다. 이제 가구인 침대뿐 아니라 <의류, 패션>마저 <옷>이 아니라 <과학>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을 읽어보면 말이다.

  요즘은 <첨단의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못하는 탄환으로부터 제 몸을 지켜주는 방탄복이나 진공상태에서도 적정한 기압과 체온, 그리고 수많은 유해광선으로부터 우주인들을 지켜주는 우주복 같은 것만을 가리키던 시절은 지났다. 운동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첨단소재로 만든 운동복부터 여러 가지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꼭 맞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옷, 심지어 더이상 빨래를 할 필요가 없는 '때가 타지 않는 옷', 그리고 한 벌의 옷으로 여름에는 짧게, 겨울에는 길게 입을 수 있게 '알아서 길이 조절이 되는 옷'까지...정말 <과학>은 못하는 것이 없는 것 마냥 신기한 일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아닌 게 아니라, 몇 년 전 '전신수영복'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기사가 떠오른다. 더 이상의 신기록이 나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전망에, 수영선수가 수영을 할 때 <물과 몸의 저항>을 줄이면 선수의 기록이 향상될 것이라는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만 해도 많은 선수들이 <과학기술>에 기대기보다는 선수의 기초 체력과 수영 기술에 힘을 쏟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대거 큰 경기에 출전했고, 그 결과 '세계신기록'이 연일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결국 국제수영협회에서 협의한 결과 앞으로 수영대회에서 <전신수영복>은 착용 금지가 되고 말았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과학의 힘은 아주 집요하고 결국엔 해낸다는 이야기다. 결국 우리가 상상하기만 하면 <과학>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언정 그 상상대로 해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다.

  <패션업계>에서는 <옷의 기능성>만을 고려할 수는 없다. 옷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아름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밖에 '착용감'이라든지, '세탁과 보관을 하기 쉬움' 따위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다 요즘엔 <친환경>을 강조한 의류까지 선보였다. 다름 아니라, 한 벌의 옷을 만드는 공정 가운데 얼마나 <환경 훼손>을 덜 하였느냐를 따지는 것인데, 같은 면 제품이더라도 면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농약'을 친 것이냐, 안 친 것이냐까지 꼼꼼히 따져 묻는단다. 딴에는 정말 당연한 일이다.

  아무튼 이런 모든 내용을 <과학>이 해결해주는 시대가 왔다. 바람과 비는 철저히 막아주고 땀은 적절히 배출하여 체온유지에 걱정이 없다는 <고어텍스> 같은 방수기능을 첨가한 옷만 상상하신다면 이 책에서는 그 이상을 보실 수 있다. 옷 속에 각종 응급상황에 필요한 <치료제>가 스며 있어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고 해도 옷이 알아서 건강을 확인해주어서 생존가능성을 높여주는 옷까지 나올 예정이란다. 더불어 옷에 스마트컴퓨터를 장착해서 응급시 위치추적은 물론, 119구급대에도 자동 연결할 수 있고, 주치의가 있다면 바로 연락을 취해 대기할 수도 있게 된단다.

  그러나 이렇게 환상적인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서 슬며시 걱정스러운 것은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어 가는 마당에 <옷>마저 이렇게 '첨단화'가 된다면 자연스레 가격도 오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옷으로 그 사람의 신분을 구분하던 시대가 다시금 도래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요즘도 명품으로 사람들 기를 죽이는 마당에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잖은가 말이다. 점점 돈 없으면 서러운 세상이 되어 가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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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모조모 따져보아도 참 괜찮은 책 | 2011년에 쓴 리뷰들 2011-04-1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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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방 찾기 전쟁

로버트 킴멜 스미스 글/남궁선하 그림/이승숙 역
푸른숲주니어 | 200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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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의견은 싹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시지요. 아니요. 아이들도 나름 생각과 감정을 지닌 <인격체>임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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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는 간단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하게 된 할아버지가 홀로 힘겹게 살고 있다. 그래서 피터(주인공)네 집에 모시게 된다. 그런데 피터의 방을 할아버지에게 내주어야만 했다. 그 대신 피터는 3층 손님방으로 내쫓기듯 가게 되었다. 원치 않던 일이라고 피터는 말했지만, 피터의 부모는 어쩔 수 없다고 하셨다. 몸을 움직이기 힘드신 할아버지가 3층까지 계단으로 오르내리시는 일을 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게 그 까닭이다. 피터도 그건 안다. 그러나 피터는 1층 자기 방을 정말 사랑한다. 아니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어 낯설게 되는 것이 너무도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러나 피터는 3층으로 내쫓겨 살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오시고 난 뒤부터.

  그렇다. 손자를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정말 사랑하는 손자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 것은 <부모님이 자녀의 의견 따위보다 현실을 앞세운 결과> 때문이다. 현실이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자녀에게 스스로 자신의 방을 할아버지에게 내어줄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앞서야 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은, 어쩌면 <가장 소중한 과정>을 일방적 통보 형식으로 일축해버리고서 자녀에게는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고,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부모로서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고, 때를 쓰며 울고불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피터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기 방을 지키려 했으며 비이성적인 행동>을 일삼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부모님은 그런 피터의 행동을 <자신들의 일방적인 지시에 수긍한 것>으로 판단하고 일사천리로 1층 피터의 방을 3층 손님방으로 옮겨버렸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런 과정을 전혀 모른 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안고 피터네 집으로 이사했다.

  피터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정말 좋았다. 할아버지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런 할아버지가 지금 내 방(피터의 옛 방)을 차지했다. 그건 참을 수가 없다. 이런 고민을 친구들에게 말하니, 친구들은 하나같이 분통을 터트리며 할아버지와 전쟁을 하라고 한다. 피터는 고민에 빠졌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전쟁을 벌이라니...피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그러나 피터는 정말 자기 방을 사랑했다. 그걸 몰라주는 부모님이 원망스럽지만, 일단 내 방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기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정중하게 <전쟁선포>를 하며, 이 전쟁은 우리 둘만의 전쟁이며, 전쟁은 할아버지가 내 방을 돌려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쪽지를 써서 할아버지에게 보낸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이 모든 일을 어린 피터의 장난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새벽에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시계 소리에도, 할아버지 슬리퍼를 인질삼아 옷장에 감춘 짓에도 그저 기분 나쁜 장난은 그만두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담을 수 있을 만큼 가득 담아 피터의 이마에 뽀뽀를 했다. 세상에! 피터는 화가 났다. 전쟁중에 적에게 뽀뽀를 받다니 이건 치욕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런데다 친구들은 이번 전쟁은 네가 진 거라고 얘기를 한다. 피터는 복수를 할 거라고 다짐을 한다. 내 방은 아직 찾지 못했고, 방을 다시 찾아오지 못하는 한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니까.

  이렇게 피터와 할아버지 사이에 전쟁을 계속 오간다. 이제서야 심각한 사태를 파악한 할아버지는 피터가 걸어오는 전쟁에 정중하게(?) 맞대응을 해주고, 전쟁은 심각해져만 간다. 그런데 읽는이들은 이 둘의 전쟁을 보며 흐믓해 할 것이다. 왜냐면 피터는 피터대로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손자와 전쟁(?)을 벌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에서 점점 벗어나게 되니까 말이다. 피터는 아직 몰랐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충격과 아픔을. 그러나 피터가 벌인 전쟁으로 인해 할아버지는 다시 새로운 활력을 얻어서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런 둘만의 전쟁은 엉뚱한 사건과 사실을 깨달음으로 인해 어처구니 없게 끝나고 말지만...이런 모습조차 마음 한 켠에 짠한 감동이 밀려온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를 오가는 사랑이 느껴지니까.

  이를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화목한 가정>보다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정>에서 더 많은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슬기롭게 이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통해 얻어지는 것들이 꼭 있으니 말이다. 하긴 감당하기 힘든 사건 사고 덕분에 패가망신하는 집안에게는 끔찍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예쁘고 착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내용의 드라마보다 <막장 드라마>가 그렇게 싫다면서도 시청률이 부쩍 오르고 인기를 끄는 까닭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어려운 문제를 참으로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착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얻어지는 묘한 쾌감 따위 말이다.

  한편 이런 내용은 피터가 '학교에 내는 글쓰기 숙제'로 쓰여진 글이다. 자신의 경험을 한 편의 글로 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요즘 '서술형 평가'가 강화되면서 자녀의 <글실력>에 관심이 부쩍 늘은 부모님들이 많다. 그런 걱정이시라면 이런 형식의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스스로 자신의 글실력을 한껏 뽐내도록 지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던져주기만 한다고 되는 방법은 아니니 아이들이 이 <책 전체>를 볼 수 있게끔 적절한 독서지도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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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남자아이들의 성장기를 다룬 책을 읽다 | 2011년에 쓴 리뷰들 2011-04-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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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리틀리그

제임스 프렐러 저/이경희 역
살림Friends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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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감 넘치는 야구 경기를 상상하신다면 기대에 못 미칠 책이고, 야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상상하신다면 흡족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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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가운데 야구만이 유일하게 <희생>번트, <희생>안타와 같이 팀을 위해 자신을 과감히 죽여버리는 '살신정신'이 오롯이 살아있는 스포츠라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구를 별로 좋아라하지 않을 때에는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러나 야구 스포츠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배터리(투수와 포수를 함께 이르는 야구용어) 사이에 오가는 공과 신호(싸인) 하나하나를 읽어낼 수 있게 된 뒤부터는 야구가 재밌어졌다.

  물론 야구 스포츠가 축구와는 달리 온누리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월드 스포츠>가 되기에는 조금 미흡한 점이 많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장비도 많이 필요하고, 그 장비의 값도 참 만만치 않고, 축구처럼 대충 골대만 세워놓고 간단히 즐길 수 있기는커녕 '전용경기장'이 없으면 위험하다고 내쫓기는 형편이니 말이다.

  그래도 야구는 한 번 시작하면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스포츠 임에 틀림없다. 흔히 <멘탈 스포츠>라고 부르는데, 공격과 수비도 번갈아 가며, 중간중간 교체선수라도 생기면 흐름이 뚝뚝 끊기며 다른 스포츠에 비해 참 움직임이 적은 스포츠 같다. 그렇지만, 한 번이라도 공이 타자의 방망이에 맞는 순간 그 사이 정적이 무색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가 시작된다. 그렇다. 야구는 타자의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을 즐기는 경기이다. 그래서 깡~하는 청명한 울림을 즐길 줄 안다면 당신도 충분히 야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그런 청명한 울림을 엿볼 수는 없다. 아니 사실 좀 지루한 <경기 밖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낑겨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의 흐름을 느낄 수는 없었다. 막판에 역전승을 만들어 냈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야구라는 열정 가득한 스포츠에 <어린이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등장인물 한명 한명의 심리묘사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성장을 다룬 이야기인만큼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아이들에게 더 어울릴만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책은 여자아이가 읽어내기에는 너무 스포츠용어가 많이 나온다. 물론 야구경기를 꽤 즐기는 여자아이라면 충분히 읽어낼 만하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참 잘 되어 있어서 참 즐겁게 읽어낼 수 있을테지만, 그렇지 못한 여자아이들은 익숙치 않은 야구용어를 읽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쥐가 날 지경일 테다. 물론 주석이 친절하게 잘 달려 있지만, 이마저도 우리 나라 야구용어와 미국용어, 심지어 일본에서 쓰는 용어마저 마구 뒤섞여 있어서 웬만한 수준이 아니고서는 읽어내는 일조차 힘겨워할 지경이다. 그렇지만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읽는이(독자)라면 경기설명 하나하나가 실제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테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남자아이들에게 어울릴 만한 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게 내릴 결정은 아니다. 왜냐면, 남자아이라고 모두 야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자아이들치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진득하니 앉아서 읽어낼 깜냥을 갖춘 아이들이 참 드물다. 그래서 웬만큼 야구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이 책을 읽어내는 것조차 힘들 테다.

  이쯤해서 서론은 마무리하고, 책 이야기 좀 해보자.

  이 책의 주인공 샘 라이저는 유망한 리틀야구선수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뼈에 암세포가 생기는 <골육종>이라는 병에 걸리고 나서 삶의 전부였던 야구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몸이 허락치 않는데 계속 야구를 한다면 살짝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뼈가 부러지는 일이 자주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바라는 일은 아니지만 샘은 야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샘은 좋아하는 야구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야구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비록 직접 뛸 수는 없지만, 친구들이 뛰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소리로 담을 수 있는 <경기장 해설자>로 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장점을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

  이렇게 <좌절>을 겪은 주인공이 심한 상처를 극복하고 결국 새로운 삶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그려놓은 이 책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진정한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나의 꿈이 절망이 되었을 때 오는 충격이 아무리 심할지라도 또 하나의 꿈을 꿀 수 있다면 쉬운 일을 아니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밖에도 여러 아이들의 고민이 담겨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하나 같이 쉬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고민은 아니지만 슬기롭게 극복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써 역전승보다 짜릿한 후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잘못 쓰여진 내용이 너무나 많은 것이 흠이다. 원작자의 실수인 것인지, 뒤친이가 잘못 뒤친 결과인지, 또는 야구에 익숙치 않은 뒤친이가 저지른 단순 실수인지는 몰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잘못 찍힌 내용을 <건너뛰기>하며 읽어야 할 지경이었다. 예를 들어, 교체되어 명단에서 나간 선수가 그대로 명단에 나오고, '투수'가 어느새 '포수'가 되어 공을 던지는 장면을 어떻게 이해하며 읽어야 할 지 난감할 지경이었다. 이것만 빼면 꽤 좋은 책인데,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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