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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내 맘도 모르면서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10-3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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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선생님 미워!

최형미 글/지영이 그림
크레용하우스 | 200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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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호는 억울하다. 선호는 선생님에게 칭찬받는 착한 어린이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상황이 엉뚱하게 꼬여서 천하의 몹쓸 말썽쟁이가 되고 말았으니 정말 울어버리고만 싶다.

 

  하루는 엄마가 급식 당번으로 오셨다. 맛있는 카레를 아이들에게 떠주셨는데, 엄마 머리핀이 카레에 퐁당 빠지고 말았다. 엄마에게 말을 해도 될테지만, 그러면 엄마가 부끄러워하실 것 같아 그냥 몰래 건져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오해한 여자아이들이 선생님께 "선호가 카페에 손 집어 넣었어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난 아니라고, 엄마 머리핀을 건져 올린 거라고 말하려 했지만, 엄마가 급히 내 입을 막는 바람에 변명도 하지 못하고 카레에 손을 집어넣은 불결한 어린이가 되고 말았다.

 

  그 뿐 아니다. 미술시간에 손에 물감을 묻혀 스케치북에 찍어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내 옆자리에 오셨다. 그러다가 선생님 엉덩이를 보니 뭔가 묻은 것이 있어서 털어내 드릴려고 했는데, 그만 선생님 엉덩이를 만지고 말았다. 선생님은 선호에게 "뭐 하는 짓이니?"라며 성을 내셨고, 선호는 그만 버럭 화를 내시는 선생님 앞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말았다. 선생님 원피스에는 커다란 내 손자국이 나고 말이다.

 

  그날 저녁, 난 놀이터에서 아빠와 면담을 해야 했다. 아빠가 하시는 말씀이, "쬐그만 게 벌써...여자 엉덩이가...그리 좋더냐."란다. 선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선생님 엉덩이에 묻은 것을 떼어내는 것과 쬐그만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말이다.

 

  선호는 선생님께 칭찬받는 착한 어린이가 되고 싶다. 선호 뿐이겠는가? 모든 어린이라면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 걸 최고의 영광으로 알 것이다. 근데 사소한 오해로 인해 선호는 말썽꾸러기가 되고 선생님의 사랑을 받기에는 너무나도 먼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정말 선생님께 말썽쟁이로 찍혀서 영영 사랑받기는 글러버린 것일까? 선호는 자기 맘도 몰라주는 선생님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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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새록새록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10-3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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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화 속 오컬트 X파일

이한우 저
나무발전소 | 200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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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부터 신비스럽고 신기한 것들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신화>라든지 '괴기괴담' 류의 이야기에 관심이 참 많았었다. 그렇기에 흔히 '공포물'에 나오는 소재가 나에겐 참 친근한(?) 이야기일 뿐이다. 무섭기는커녕. 이 책은 뱀파이어에 대한 책을 찾다가 뱀파이어 영화에 대한 정보가 담긴 책이라고 소개가 되어서 골라 읽게 되었가다 얻은 참 재미난 책이었다.

 

  영화에서 곧잘 만나는 '귀신'이나 '괴물'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소개해주는 책인데, 특히 '흡혈귀'나 '늑대인간', '좀비'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영화를 보면서 휘릭~ 넘기기 십상인 부분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안내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더욱 감동스럽고 깊이 있게 만끽할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뿍 담긴 책이기에 '1900년대 영화 안내서'로 읽어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내용은, 단연 공포영화의 대명사인 <엑소시스트>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 어릴 적엔 토요일마다 익숙한 '시그널'과 함께 세계 명작을 감상할 수 있었던 <토요명화>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시절에 바로 그 <엑소시스트>를 볼 수 있었었다. 그것도 우연찮게 1편에 이어, 2편, 3편까지 매주 연이어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좀 덜 하지만, 그 시절엔 연휴나 연말에는 명작영화를 시리즈로 연달아 보여주는 일이 많았었기에 비디오도 구하기 힘든 그 시절에 시리즈를 몽땅 본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었던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헌데 내가 인상 깊었던 건 정작 매우 재밌고, 충분히 무서웠던 1편에 비해, 2, 3편은 그저 그런 영화라고 그 어린 나이에도 이해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던 것이 참 인상 깊었다. 그 시절에 이 책에서처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이가 있었더라면 더 재밌게 즐겼을 텐데..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아쉬운 점은 이 책에 나오는 영화를 요즘에는 참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물론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못 구할 것도 없으련만, 요즘 트랜드와는 좀 다른 코드이기 때문에 어렵사리 구해 볼지라도 옛날에 느꼈던 그런 감동을 다시 느끼기 힘들테니, 차라리 보지 않고 책으로만 추억을 되돌아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올드 영화팬들에게는 추억을, 새로운 영화팬들에게는 '고전의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 틀림없는 책이렸다. 거기에 '오컬트'라는 참 흥미로운 소재가 양념으로 곁들여져 한결 맛깔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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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냉혹과 엄격 속에 감춰진 이타심을...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10-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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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비자

신동준 저
인간사랑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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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에도 <한비자>가 필요할까? 혼란한 시대에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국가는 유세객들을 모셨고, 유세객들은 취직(?)하기 위해 자기를 떠벌리고, 또 사상을 설파하던 시절에는 꼭 필요했을 것이다. 아니 <한비자>만큼 '전국시대'에 대박난 유세객이 없으며, 또 그의 사상이 약소국에 불과했던 변방의 '진나라'를 통일대업을 이루게 하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는 개인적으로 참 불행한 이였다. 조국 '한(韓)나라'에서는 푸대접을 받다가 진시황에게 발탁이 되어 초고속 승진을 하였고, 결국 조국을 '진나라'가 멸망시키도록 할 수밖에 없었으며, 같은 스승에게서 동문수학한 '이사'에게 모함을 받고 죽음을 강요 당하고서 자결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허나 유세객으로서는 치명적인 '말더듬이'였던 그가 '명문장가'로 거듭나는 모습에서 자신의 약점을 감싸고, 강점을 내세울 줄 아는 '처세술의 달인'이라는 점은 분명 배울만한 점이다. 또한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서도 스승의 그늘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의 사상에서 더 한발짝 나아가는 학문을 닦으니, 이 또한 배울 만한 점이다. 한비자의 스승이 '순자'인 것을 보면, 그가 더욱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비자>는 뛰어난 처세술과 청출어람이라는 점에서 꼭 읽어야 할 책일까? 물론 <한비자>를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다. 위대한 사상가의 책이니 그 '유익함'이 오죽하겠냐만은, 그래도 왜 오늘날에도 <한비자>를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은 것인지 궁금해서 그런다.

 

  <한비자>하면 '법가사상'이 떠오른다. 단순히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지켜야 하는 절대 기준'을 정해 놓고, 신분과 계급을 불문하고 원칙대로 시행하는 법체계가 있어야 누구나 불만이 없는 공명정대하고, 부국강병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설파하였으니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같은 '법가' 사상가인 '상앙'의 일화가 아주 유명하다.

 

  어느 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문 앞에 커다란 통나무를 놓아두고서, "이 통나무를 저기 반대편 문까지 옮겨 놓는 사람에게 1만냥을 주겠다."고 하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단다. 그러자 상금을 10만냥으로 올렸다. 그때서야 한 사람이 나서며, "믿기지는 않지만 해서 손해볼 것도 없다."며 큰 통나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반대편 문까지 옮겨놓았단다. 그리고서 그 사람은 상앙에게서 상금 10만냥을 탔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사기>

 

  사람들이 통나무를 옮기지 않은 것은 상금이 적어서가 아니라 믿지 못하기 때문이었단다. 그만큼 백성들 사이에 국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또 그런 간단한 일을 하고서 그만한 상금을 얻는다는 것이 믿기지도 않기 때문이란다. 더구나 까딱하다가는 상금을 주겠다는 사람이 변심을 하여 해코지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아무도 나서질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법가>에서는 상벌이 명확하다. 시키는 일을 정확히 했을 때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고, 금지한 일을 했을 때에도 역시 사정이 어떠하든 간에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진나라는 '법가' 사상으로 백성들을 일사분란하게 통솔하여 힘을 키웠고, 그 결과, 아주 빠른 시일에 '전국칠웅' 가운데 가장 강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한비자>는 이런 '법가'의 장점을 최고로 살릴 수 있기 때문에 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솔깃한 책일 것이다. 또한 '리더'가 읽어도 좋을 책이고, 그런데 상벌이 엄격하면 할수록 정나미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백성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원동력이 단순히 '상'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고, '벌'을 받기 싫기 때문만도 아니기 때문이다.

 

  '맹자'가 말했듯이, 우물가에 위태롭게 걷고 있는 아이를 불쌍하게 여기는 '측은지심'이 어찌 '상'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이고, 또 아이를 구하지 않으면 '벌'을 받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또 '법가'에서는 시키는 일 이외에 다른 일까지 월권하여 하는 사람에게도 엄격하게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뭔소린고 하니, 왕비가 술에 취해 곤하게 잠이 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서 '모자' 담당관리가 왕비에게 옷을 덮어 주었단다. 행여 왕비가 차가운 기운을 쐬고 고뿔이라도 걸릴까 우려해서 그리했다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왕비는 자신에게 옷을 덮어준 이가 누군지 알아오라 시켰고, '모자' 담당관리가 그리했다는 보고를 받은 왕비는 '옷' 담당관리에게 벌을 내렸고, 이어서 '모자' 담당관리에게도 처벌을 내렸단다. <이병 편>

 

  어찌 그런가? 옷 담당관리가 자기 책무를 소홀히 했으니 벌을 받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모자 담당관리가 처벌을 받을 까닭이 없잖은가? 당연히 상을 받으면 받았지 말이다. 허나 '법가'에서는 이를 매우 위험한 사안이기 때문에 모자 담당관리가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왜냐면, <다른 사람이 할 일까지 넘보는 행동으로 생길 피해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남이 할 일까지 자신이 해버리면 나중에 책임을 질 일이 생겼을 경우, 정확한 책임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란다.

 

  오늘날도 치면, 한 마을의 두 경찰서끼리 관할구역 경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서로 맡지 않으려다 도둑을 놓친 경우에 빗대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상가들의 눈으로 볼 때는 두 관할 경찰서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일일게다. 허나 법가 사상가들의 눈으로 볼 때는 명확하게 어느 관할구역인지 판별하는 것만으로 정확한 상벌을 내릴 수 있는 판단이 선다는 얘기다.

 

  어찌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잣대'이지만, 이런 정확한 책무관계를 따질 때 백성들은 '자기가 할 일'에 더욱 매진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국가는 부국강병해질 수 있다는 것이 <한비자>의 핵심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게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비자>에 대한 인식이 그닥 좋지 않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서양의 <마키아벨리>에 비견할 수 있을 테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을 통해서 정말정말 정나미 떨어지게 엄격한 책무와 정확한 상벌을 내려 부국강병할 수만 있다면 '독재가'가 등장하더라도 좋다고 설파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렇게 둘이 판박이인지 모르겠다. 또한 두 사상가 모두 백성보다 국가를 앞세운 것도 정말 닮았다.

 

  그러나 <한비자>와 <군주론> 모두 단편적인 면으로만 볼 때 그렇게 부정적으로 오해할 수 있다. 결국 두 사상가가 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존재하지 않으면 백성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이론에 입각하였기 때문이다. 즉, 백성이 아무리 잘났다 하더라도 국가가 망하고서 잘 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백성들은 국가가 강력해지게 노력해야 하며, 그렇게 국가가 부국강병해지면 자연스레 모든 백성들도 살기 좋게 된다는 것이 큰 골자이다.

 

  허나 그로 인해, 백성들이 '무한 희생'을 져야만 했다는 점을 보면 '법가' 사상이 마냥 달갑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도 군부독재시절에 국민들이 억울하게 억압당하기만 했던 것을 정말 잘 보았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그 당시 독재자들이 지금도 존경받고 있는 까닭은 그들이 이룬 업적(?)이 국민들에게 인식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도 억압을 당해왔던 기억 때문에 존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 였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 오늘날에 '법치주의'라고 하는 것이 '힘 없는' 국민들에게만 엄격하고, '힘 센' 일부 특권층에게는 무르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볼 때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지 않은가 말이다. 어쩌면 어설푸게 '법치주의'를 실시하였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으나, 원래 완벽한 사상이란 없고, 시대가 변하면 사상도 시대에 맞게 변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비자>라는 책은 한물 간 책이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허나 <성격> 말씀을 곧이 곧대로 믿으려는 우를 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을 아무 비판도 없고, 의식도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냥 '맹종'에 불과하다. 적절히 해석을 가미해 '절대신'의 전지전능한 힘을 그리 비유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비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과거에 그리 엄격함만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시절을 감안해서 오늘날에 맞게 '자유와 평등 사상'과 접목하여 <한비자>를 풀어낸다면 분명 오늘날에도 아주 유용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한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백성들을 어찌하면 잘 올가메어, 잘 복종하게 조련시키느냐가 아닐 것이다. 즉, 어줍잖은 '법치주의'를 내세워 저들 특권층만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 근거로 삼는 것이 <한비자>의 골자가 아니란 말이다. <한비자>가 꿈꾸던 것은 약소국이라도 아주 빠르고 매우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나라를 건설하는 것일 테다. 허나 <한비자>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조국을 떠났고, 결국 조국을 짓밟는 것으로 대신하였으며, 조국을 멸망시키고도 경쟁자의 모함을 받아 쓸쓸히 자결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사상가였다.

 

  허나 그의 사상으로 진나라는 전국을 통일하였고, 그 덕분에 임금은 '시황제'라고 일컫는 영광을 얻었다. 만약 <한비자>가 죽지 않고 시황제 옆에서 꾸준히 보필할 수 있었다면, 한비자보다 능력이 떨어지면서도 시기심만 많았다는 '이사'를 대신해서 진나라를 더욱 부국강병하고 '20년'이 아니라 더 오래 국가를 유지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엄격하고 명확한 잣대를 들이대는 그 이면에 녹아 있는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자기보다 남을, 개인보다 공동체를 더 중요시하는 마음'이 <한비자>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단순히 '빠르게 출세하는 성공 처세술' 책으로 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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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의 매력에 푹 빠졌다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10-04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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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뱀파이어의 매혹

장 마리니 저/김희진 역
문학동네 | 201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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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책이다. '뱀파이어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붙어도 손색이 없겠다. 뱀파이어에 대해 궁금한 50가지의 질문에 50가지의 답변으로 구성된 내용으로 뱀파이어를 집대성하였으니 말이다. 또 무미건조한 설명투로 설교하듯 하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를 읽는 듯하여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오컬트'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는 필독서이자, 뱀파이어 입문서로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에 의하면 '뱀파이어'는 여러 특징이 있는데, 공통적인 것이 첫째, 한 번 죽었다 되살아난 시체라는 점이다. 죽지 않고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뱀파이어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 <블레이드>에서 웨슬리 스나입스가 그런 경우인데, 그는 '반인반뱀파이어'이기에 좀 예외일 수 있겠다. 물론 이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인물이지만 말이다. 둘째, 살아있는 생물의 피를 갈구한다는 점이다. 뱀파이어는 대개 '영생'을 살기 위해 피를 공급받아야 한다. 흡혈을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는 있어도, 피를 공급하지 않는 한 뱀파이어는 젊음을 유지할 수 없다. 간혹 아동문학이나 영화 속에서 사람의 피를 대신해서 동물의 피나 혈액센터에서 헌혈한 피로 생명(?)을 연장하는 일도 있고, 심지어 토마토로 연명하는 뱀파이어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뱀파이어는 피로써 연명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박쥐, 늑대, 쥐 등이 있고, 안개나 연기로도 변신할 수 있다. 변신 능력이 없는 뱀파이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하면 안 했지. 그밖에 십자가나 마늘을 무서워하거나, 햇빛, 성수에 닿으면 녹아버리듯 사라지는 특징도 있는데, 이는 몇몇 뱀파이어가 예외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공통된 특징이랄 수 없단다. 또 거울에 비치지 않는 특징도 예외사항이다.

 

  뱀파이어의 유래는 꽤나 오래 전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피를 빠는 독특한 특성을 보이는 괴물이 그리스 신화를 비롯해서 전세계 신화나 전설 속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뱀파이어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고, 그저 피에 굶주린 악마로 보는 편이 낫겠다.

 

  한편 실존 인물 가운데 뱀파이어로 지목되는 대표적인 세 인물이 있다. 한때 잔 다르크의 전우이기도 했던 '질 드 레(1404~1440)'가 그 첫 인물이다. 그는 동화 <푸른수염>의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소년소녀들을 고문, 강간, 살인을 한 죄목으로 화형을 당했는데, 주로 소년들을 성으로 초대해 매우 잘 대우해주다가 방에 가두고 아주 잔혹하게 살해를 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두 번째 인물로는 왈라키아 공국의 '블라드 3세'다. 그는 '체페슈(꼬챙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이름 그대로 적군과 아군을 가릴 것이 없이 산 채로 꼬챙이에 꿰어 높이 매달아 놓는 형벌을 주로 행하였기에 '피의 군주'로 악명을 떨쳤다. 그의 이 악명 높은 짓 덕분에(?) 이슬람의 유럽 정복을 막아냈다고도 전해진다. 그렇지만 자기 백성에게도 똑같은 형벌을 하였기에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한편, 공포와 두려움의 상징으로 악명을 떨친 것으로 더 유명한 편이다.

 

  그리고 마지막 인물이 바로 에르제베트 바토리(1560~1614)이다. 에르제베트는 '엘리자베스'의 헝가리식 이름이고, 흔히 '바토리 여백작'이라는 알려져 있으며, '피의 여백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녀는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아름다운 처녀의 피로 목욕하길 즐겼으며, 바로 이런 행동이 발각되어 종신금고형을 받아 성탑에 갇혀 생을 마감하였다. 그녀는 일종의 정신병에 걸린 듯 싶지만, 단순한 범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성 주변에서 발견된 1600여 명의 시신(비공식기록)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또 그녀는 성으로 잡아온 여인들을 매우 잔혹하게 죽이면서 쾌감을 느꼈단다. 허나 그런 쾌감을 얻은 대가로 그녀가 받은 벌은 창문도 닫혀 바깥 세상과 단절된 성탑에 갇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3년을 살다가 죽었단다. 일설에는 그녀의 시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도 하는데, 그 까닭에 그녀가 죽은 뒤 뱀파이어가 되어 마을 사람들을 해꼬지하였을 거라고 믿었단다.

 

  이렇게 신화와 전설적인 인물들에 의해 시작된 '뱀파이어'에 대한 믿음은 고작 동유럽 가운데 일부에서만 알려진 그렇고 그런 이야기꺼리였다. 그런데 19세기 말 브람 스토커에게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는 한낱 동유럽 전설에 불과했던 이야기꺼리를 일약 세계적인 문학으로 재탄생 시켰다. 트란실바니아 촌구석에 박혀 있던 귀신이야기 하나를 세상에 꺼내어 널리 알린 것이다. 먼저 영국에 상륙해 서유럽 전체로 퍼진 '뱀파이어 이야기'는 미국에서 흥행대박을 치고 말았다.

 

  '드라큘라 백작'으로 널리 알려진 '벨라 루고시'는 무명 배우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것이 바로 '드라큘라 역', 즉 '뱀파이어' 였다.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크리스토퍼 리'도 그만의 드라큘라 연기를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고, 근래에는 <반지의 제왕>에서 하얀 마법사 '사루만' 역을 맡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신화나 전설이었던 '뱀파이어' 문학을 통해 되살아나고 영화로 전세계로 알려지게 된 셈이다.

 

  뱀파이어가 그렇게 매력적이었던가? 사실 한 때지만 뱀파이어 캐릭터는 사라질 뻔 하기도 했다. 공포의 대명사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세월이 흐르자 뱀파이어가 목덜미를 물어뜯는 장면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진부해져 버린 뱀파이어는 우스개와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다 1992년에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이 그리고 게리 올드만이 주연을 맡은 <드라큘라>가 원작의 맛을 되살리며 진부하기만 한 '뱀파이어'에 새 생명을 불어 넣었다. 선그라스까지 끼고 한낮의 영국 거리를 거니는 신선한(?) 모습과 위노라 라이더가 열연한 미나 머레이와 애뜻한 사랑이야기를 전해준 영화는 '뱀파이어' 붐을 불러 일으키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뱀파이어의 신낭만주의'가 펼쳐지게 된다. 단순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가 아니라 너무나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는 '뱀파이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또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히트를 친 것이다. 이 두 작품에서는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고뇌하고 사랑에 빠지는 매력적인 '뱀파이어'가 등장한다.

 

  이런 신낭만주의 뱀파이어는 고전 뱀파이어와는 닮은 듯 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을 흡혈하고 공포를 주면서도 결코 늙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면서도 힘이 매우 세고, 또 매우 잘 생겼으며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절대 위험하지 않는 아름다운 신사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바뀐 '뱀파이어'는 묘한 매력을 풍기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뱀파이어'하면 왠지 모르게 '고귀한 신분'인 귀족적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그냥 '걸어다니는 시체'하고는 완전 차원이 달라졌다. 거기에 '나쁜 남자(여자) 스타일'이 완전 인기를 얻는 요즘에 와서는 '뱀파이어'에 대한 대접이 완전 달리지게 되었다. 심지어는 종교적인 색채를 띠며 '신흥 종교'로 믿음이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니 '뱀파이어'의 위력이 대단한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나도 뒤늦게 '뱀파이어의 매력'에 푹 빠져 이책 저책, 이영화 저영화를 뒤적거리고 있다. 한낱 '되살아난 시체'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 까닭이 뭘까 궁금하여 한동안 계속 뒤적거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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