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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불편할 뿐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06-3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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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거지 소녀

한박순우 글
바람의아이들 | 201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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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이 읽으면 좋을 듯한 책인데, '나눔'이란 주제로 초등생들에게 읽힌다니...분명 좋은 주제이고 초등생이 배움직한 내용이지만, 책 내용이 꼭 '나눔'만으로만 보이지 않으니...책은 좋지만, 책 읽힐 대상 선정에는 심사숙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인공은 가난하다. 그래서 아빠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생활고에 힘겨워하시며, 하나 뿐인 언니는 가출하였다. 상황만 봤을 때는 불우한 가정에 '문제아'가 주인공이라 이해하기 십상이겠지만, 주인공 자매는 전혀 문제아가 아니다. 오히려 TV 프로그램 속에 가정형편이 소개되기 전까지는, 가난하지만 그런 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단란한 가족이었다. 아빠가 집을 뛰쳐나간 것만 빼고 말이다.

 

  사건의 발단은 TV 방송에서 주인공 자매가 다니는 '공부방'을 취재하러 오면서 생겨났다. 방송 컨셉에 맞추다보니 '가난을 잊고 즐겁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란 사실을 왜곡하고 가난 때문에 가고 싶은 대학도 가지 못해 울먹이는 언니의 모습만 부각된 방송이 나가고 만다. 그 덕분(?)에 언니에게는 후원금이 들어오게 되었지만, 언니는 언니대로 사실과는 다른 자기 모습이 방송되어 속상하다. 졸지에 불쌍한 아이로 전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언니가 더 못마땅한 건 변해버린(!) 엄마의 모습 때문이다. 아버지도 가출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언니의 꿈을 이뤄줄 수 없어 미안한 엄마는 기회는 이 때다 싶은 듯이 열심히 일하던 모습을 버리고 술을 마시며 거짓 입원까지 해 후원금을 왕창 받아내려고 한다. 사실 아빠가 집을 나간 뒤 술에 의지해 살아온 덕분에 알콜중독증 증세가 있었는데, 이를 더 부풀리고 악용하여 후원금을 더 뜯어내려고 꼼수를 쓴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언니는 엄마의 거짓된 모습에 화가 나고, 자존심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고 독립하기 위해 집을 떠났고, 엄마의 거짓 입원 사실을 알게 된 후원단체에서는 후원금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란했던 가정이 졸지에 풍비박산 난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사건이 휘몰아치는데도 책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침착함을 유지한다. 이런 사건을 전해주는 책속 글쓴이가가 어린 초등학생인 동생의 시점에서 전해주기 때문인데, 아무리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의 시점에서 전해주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싶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는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사랑을 주제로 하였기에 모를 수 있다손치더라도 이 책의 주인공은 '가난' 때문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닥 몰입할 수는 없었다. 또 엄마가 망가지는 모습과 화난 언니가 가출한 충격도 그저 담담하게 서술할 뿐이라니...

 

  이 책은 시종일관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만 불편한 것일 뿐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가난하더라도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야만 한다는 내용을 한 폭의 그림 속에 수놓아진 '거지 소녀'를 보여주면서 주제를 드러냈다. 꼬질꼬질하고 누덕누덕한 거적대기를 걸치고서도 시종 당당한 위풍을 자랑하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이렇듯 참 좋은 내용인데도 내용에 비해 그닥 감동스럽지 못했다. 작위적인 면은 어쩔 수 없다손치더라도 사건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고, 돌발적인 행동들이 불쑥불쑥 나오기 때문에 어색함도 느껴진다. 후원금 좀 들어온다고 엄마가 느닷없이 알콜중독자 행세를 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엄마의 모습에 질린다는 듯이 중학생 밖에 안 된 언니가 집을 뛰어나가 화실에서 먹고 자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는 내용도 억지스럽다. 세상이 그리 만만하면 좌절에 빠지고, 포기하는 인생이 없을 텐데...

 

  이런 억지스러움은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덕분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작가의 말'을 보니 실제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어른이 된 한 아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허락을 구해 이야기로 썼다는 내용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허나 논픽션도 아니고 엄연히 소설로 전하는 작품인데, 좀 더 탄탄한 구성으로 짜여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한편으론 그런 어색함이 더 진실스러워 마음이 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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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평할까? 그닥 나쁘지 않았어요(")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06-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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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저/송태욱 역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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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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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 그 자체가 혁명이라는 글쓴이의 말에 어렵풋이 공감하였다. 그저 무작정 책읽기가 좋아 닥치는대로 읽어재낀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책 읽는 내가 혁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덕분이다. 덧붙여 글쓴이는 책 읽은 수를 헤아리며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랑하는 것이 그닥 자랑스럽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하였는데, 그 까닭이란 것이 진실로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드물고 나머지 책들은 그저 그 '책'을 베낀 책에 불과하기에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은 것만 못하기 때문이란다.

 

  이 말에는 일면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아 있지만 나를 발끈하게 만든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바로 닥치는대로 책을 읽어재끼며, 그 수를 헤아리다 못해 기록으로까지 남기는 어리석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을 좀 읽다보면 글쓴이 말마따나 "이 책의 이 부분은 다른 책의 그 부분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구나."하는 것에는 십분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헌데 듣다 보니 은근히 화가 치민다. 책이 좋아 많이 읽는다는데 왠 상관이냐고 말이다. 글쓴이 당신께서는 사상가 부럽지 않게 똑똑하고 명석하여서 어렵고 난해한 책을 읽어도 술술 이해가 되는 모양이지만, 나처럼 우매하고 아둔하며 어리석기 그지없는 이는 읽고 또 읽어도 그 때마다 새롭기 그지 없으니 책읽기가 즐거운 게다. 또 읽다가 아는 내용이라도 나오면 어찌나 반갑던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입꼬리에 걸며 마냥 기특해하는 맛도 읽는 재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도 글쓴이는 라캉이니 니체니 하며 '그분'들의 말씀만 읽고 이해하면 족하니, 어줍잖게 베낀 책들을 초급이니 중급이니 읽는 짓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단정지은 게 괜히 괘씸해진다.

 

  과연 혁명가다운 말씀이시다. 이상과 목표가 뚜렷한 이는 자신이 지나온 발자국이 명확하고 거침없으니 뒤따라오는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만 골라서 하는 듯한 말씀이시다. 그러한데도 자신은 그런 깜냥이 없다고 겸손을 떨어주시니 이 또한 잘난 이가 지녀야할 품성을 고루 갖춘 격이라 글쓴이를 접해본 이들은 아주 황송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이다. 그 예로 '비평가'나 '전문가' 들이 자신들이 아는 지식만이 전부인냥 어줍잖은 지식인들을 난도질하는 행태를 비난하였는데, 실로 통쾌하기 그지없음을 느끼는 대목이다. 하긴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안다고 설레발치는 인물들이 고깝지 아니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헌데 그렇게 겸손한 글쓴이께서도 책 많이 읽는다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우매한 이들을 자못 준엄하게 꾸짖고 있으니...그 나물에 그 밥인 격이 아닐까?

 

  이런 고까운 느낌은 얼마간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니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그 까닭에 이 책이 통째로 폄하받을 까닭이 없다. 오히려 이 책에는 글쓴이만의 놀라운 혜안으로 풀어놓은 내용이 더 많다. 어찌보면 익숙한 듯한 '대상'을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풀어놓아 '또 다른 대상'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를 테면, 종교개혁가로 널리 알려진 마틴 루터가 남긴 업적이 실은 '혁명가' 못지 않다는 설명이 그렇다.

 

  흔히 '95개조 반박문'을 교황청 앞에 붙여놓아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깨우쳤을 거라고 생각하기 일쑤인데, 그 당시 문맹률이 95%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반박문을 써붙였다는 것만으로 개혁의 불꽃이 번졌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루터는 성경을 '읽고', 대중들 앞에서 설교를 함으로써 대중들 역시 성경을 '읽게' 만들었기에 개혁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요즘 같이 인터넷이 갖춰지지도 않은 때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만든 것은 가히 '혁명'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 말이다.

 

  각설하고 꽤나 흥미로운 책이다. 처음을 읽을 때는 뭔소린가 싶더니, 중반을 읽을 때쯤에는 무릎을 탁치며 '아하!'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기도 하다. 헌데 끝으로 갈수록 그 흡입력은 사부작사부작 흩어지고 만다. 그 까닭이 뭣 때문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가지로 결론을 내렸다.

 

  하나는 이 책이 <야전과 영원>이란 600여 쪽에 해당하는 책의 후속작인 듯 싶은데,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도 '그 책에서 설명해 놓았으니 이 책에서는 넘어간다'는 표현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앞의 책은 아직 우리 나라에 소개되지도 않은 책이다. 뒤침책(번역된 책)이 아직 없는 모양이다. 물론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이해 못할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읽기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하나는 글쓴이가 원전을 읽으면 읽었지, 그 원전에 대한 해설서나 초보자를 위한 수준 낮은 입문서 따위는 보잘 것 없다고 하고서는 이 책 역시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점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책 역시 했던 얘기 또 하고, 어려운 내용은 더욱 알기 쉽게 다양한 예를 들어 풀어내놓은 까닭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가당착'이라고나 할까. 자신이 비판한 점에서 자기 스스로 벗어나기 힘들어진 경향이 없지 않다고 느꼈기에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았나 싶다. 허나 글쓴이만의 남다른 안목이 돋보인 책인 것은 분명하다. 또 알게 모르게 모국인 '일본'에 대해 은근히 높이 평가하는 귀엽고 말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내 나라를 예로 들면서 하릴없이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잘은 몰라도 문체로 보아하니 글쓴이가 여성이라고 짐작된다. 그녀가 쓴 책 가운데 뒤쳐진 책이 이 책 한 권 밖에 없는 상황이라 뭐라 평가하기가 섣부른 감이 없지 않으나 썩 나쁘지 않아서 좋았다. 정말로 섣부른 감이 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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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지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06-2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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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화 혼종성

피터 버크 저/강상우 역/이택광 해제
이음 | 201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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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은 그닥 어렵지 않다. 비교적 얇은책이기 때문에 읽기에도 수월한 편이다. 그런데 책 내용이 다분히 이상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고, 정치적이고 세속적인 비판에 너무도 쉽게 반박 당하기 십상일 거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아닌 게 아니라 글쓴이의 주장에 대해 '해제'를 달아놓은 이가 옹호하는 주장과 비판하는 주장을 함께 실어놓아 '균형'을 잡아줄 지경이다.

 

  내용인즉슨, 사람이 만들어놓은 '문화'라는 것이 지리적, 경제적, 사회적, 민족적 영향을 받아 각각 '고유성'을 띠기 마련이지만, 이젠 그 경계를 가르는 것들이 애매해지고 모호해졌기 때문에 섞이고 또 섞여 '잡종'이 만들어졌다는 게다. 허나 잡종이라는 말이 욕설을 뜻하기도 하니 '혼종'이라는 말로 순화하여 뒤쳐(번역)놓은 듯 싶다. 그리고서 글쓴이는 이 '잡종'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꼭 문화가 아니더라도 '면역'이라는 점으로 보았을 때도 '순수한 혈통'보다 '혼합된 혈통'이 더 많은 면역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다는 의학적 견해가 상식이기 때문이다. 흔히 '터부'라는 관습도 근친교배를 하면 할수록 번식에 불리하다는 것에서 출발하기에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한 나라의 문화도 경계를 넘어 다양한 문화와 섞이면 더욱 다양하고, 더욱 큰 장점을 갖춘 '보편문화'로 확장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섞이고 또 섞이면 그만큼 유리해지고, 이전 보다 발전된 문화양상을 선보이니 좋다는 이야기다.

 

  또 글쓴이는 이런 현상이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점을 매우 강조하였다. 인종이 섞이고, 민족이 섞이고, 더불어 고유한 문화가 한데 뒤섞여서 또 다른 문화를 낳고, 그 문화가 처음에는 이질적이라 거부감을 갖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보편적인 문화로 발달해 또 다시 고유문화가 되는 등등...그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일일이 예를 들 수조차 없는 지경이라고 말한다. 그 가운데 맥도날드 햄버거를 살펴보면, 미국적인 음식문화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전통음식과 결합해 새로운 햄버거가 등장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김치버거, 라이스버거 등이 있을 테다.

 

  이렇듯 '문화 혼종성'이란 이미 대세이며, 자연발생적인 면까지 갖추었기에 먼 미래에는 모두가 '잡종'일 테고, 이미 우리 모두는 '잡종'일지도 모른다는 추측까지 가능해진다. 헌데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마냥 달갑게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바로 '지젝'이 지적한 것과 같이 '문화 혼종성'이 '정치성'과 만나면 극렬한 반응을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하며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민족말살정책'을 펼친 것을 '문화 혼종성'의 예로 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냔 말이다. 또 중국이 고구려의 역사를 제 것이라고 우기며 '문화 혼종성' 어쩌구를 나불댄다면 그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찾아볼 수 있겠느냔 말이다.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섞이고 또 섞이면 나중엔 '고유문화'라는 것이 사라지게 된다. 결국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얘기인데...이게 마냥 장점이기만 할까? '다름'이 사라진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할 것인데 말이다.

 

  정리하면 '잡종의 우수성'은 인정하는 바다. 허나 좋으니 모두모두 섞어보세~는 아니올시다란 말이다. 그래서 글쓴이의 주장에 일면 공감하는 바가 크지만 '정치성'은 쏙 빼고, '고유성'도 웬만큼 피하고서 섞으면 좋을 듯 싶다. 암튼 문화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유동하는 요즘 세상에 섞이는 것은 대세이니 거기서 장점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글쓴이의 주장에 십분 공감을 표하며 살짝 비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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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모집] 난쏘공 2012년 7/8/9 모집합니다. | Wish List 2012-06-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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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클럽

안녕하세요, 리벼c 입니다
리뷰어 클럽의 고전 인문 서평단 난쏘공이 9기 2012년 7/8/9월  리뷰어를 모집합니다.
난쏘공이란 고전 또는 고전이 될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 사회과학/인문/철학 등의 누군가에겐 머리 아픈,
누군가에게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책들을 산산분해하는 리뷰어과 함께하는 코너 입니다.

2012년 4월 선정 도서

       

1. 완역 사기 본기 1 /사마천 저/김영수 역/알마 
2. 정의의 한계/마이클 샌델 저/이양수 역/멜론

3.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페르낭 브로델 저/김홍식 역/갈라파고스

4. 해부학자/빌 헤이스 저/박중서 역/박경한 감수/사이언스북스

5.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저/이진원 역/김영사


2012년 5월 선정 도서

       

1. 아젠다 세팅/맥스웰 맥콤스 저/정옥희 역/엘도라도

2. 에고 트릭/줄리언 바지니 저/강혜정 역/미래인

3. 자본주의, 미국의 역사/전상봉 저/시대의 창
4
. 문명이 낯선 인간/피터 글루크먼, 마크 핸슨 공저/김명주 역/공존

5. 자연의 농담/마크 S. 블럼버그 저/김아림 역/알마

2012년 6월 선정 도서 ( 현재 진행중)

           

1.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사사키 아타루 저/송태욱 역/자음과모음

2.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뉴욕타임스 저/김종목,김재중,손제민 공역/사계절
3. 문화 혼종성/피터 버크 저/강상우 역/이음
4.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저/휴머니스트

5.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로저 오스본 저/최완규 역/시공사


 

8기 난쏘공의 모집 요강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집대상 : 예스24 회원 모두

모집인원 :  20명(총 4조로, 각 5명씩)

응모방법 :  리뷰 1편의 URL(기존 난쏘공 도서, 리뷰어클럽을 통해 수령하신 도서는 제외하며 여러편의 리뷰를 올리실 경우 가장 위의 리뷰가 심사대상이 됩니다)+신청사유+ 공지글 스크랩 URL(본인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흔적을 보여주세요)을 이 공지글의 댓글 형태로 달아 주세요.

 

신청기간 : 6월 25일(금) ~ 7월 5일(목)

선정기준 :  리뷰 내용(인문,사회,고전일 경우 플러스가 됩니다 ) + 신청사유 심사

선정자발표 : 7월 9일(월)


 

선정된 20분은 7월, 8월, 9월 동안 리뷰어로 활동하게 됩니다. 난쏘공 리뷰어분들은 3개월동안 6권의 책을 받고 6편의 리뷰를 써주셔야 합니다. 리뷰 내용이 불성실하면 다음 [난쏘공]의 공격수에서 제외하겠습니다. 당연히, 작성한 리뷰는 yes블로그에만 올려주셔야 하는 것, 기억하시죠?
많은 응모 부탁드려요 ^^

* 한 번 선정되면 3개월 동안 다른 조건 없이 활동하기 때문에 받은 책에 대한 리뷰는 꼭! 작성하셔야 합니다.

* 신청자가 부족할 경우, 혹은 자격미달의 리뷰어가 많을 경우 리뷰어 수는 조정될수 있습니다.

* 기존 난쏘공 리뷰어도 신청가능합니다.
* 신청은 이 블로그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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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황금가지] 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 [제노사이드] 리뷰어 모집합니다! | Wish List 2012-06-2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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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yes24.com/minumsa

<13계단>으로 유명한 일본 중견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제노사이드> 라는 작품인데요 미스터리, 스릴러, 다카노 가즈아키의 팬 모든 분들이 좋아하실 

그런 책이랍니다. 일본에서는 무려 백만부 이상 팔린 유명작이에요

저희 책을 소문 내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고있어요~많이 지원해주세요♡

 

자세한 도서 내용은 하단 도서자료 참고부탁드려요~

 

추첨인원 총 20명

응모기간: 2012.06.29-2012.07.08

당첨자 발표: 2012.07.09

배송 기간: 2012.07.09~11

리뷰기간: 2012.07.12~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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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


지은이 : 다카노 가즈아키(高野和明)

옮긴이 : 김수영

페이지 : 688

가  격 : 15,000원

판  형 : 140*200 반양장

분  야 : 소설>추리

      >스릴러

      >SF

주제 키워드 : 다카노 가즈아키, 13계단, 에도가와 란포상, 그레이브 디거,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일본 서점 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야마다 후타로상,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일본 서점 대상 2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제6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제2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

145회 나오키상 후보작

제3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작


압도적인 힘과 장대한 스케일로 일본 서점계를 뒤흔든 화제작

에도가와 란포상에 빛나는『13계단』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돌아왔다!



■추천평

이 작품은 인터넷으로 순식간에 세계가 이어지게 된 현대 사회라도, 인간을 연결해 주는 진정한 고리는 정보가 아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손을 서로 맞잡는 행위라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미야베 미유키, 145회 나오키상 심사평

이걸 쓴 사람의 머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 엄청난 상상력에 경악했다.―마키메 마나부(소설가)

창세기를 생각하게 하는 압도적인 이야기. 스케일이 굉장하다. 읽기 시작하면 밤을 새우게 될 것이다.―사카키 쓰카사(소설가)

지성과 야성의 흥분을 자극하는 1급 엔터테인먼트 소설. 다 읽은 순간 다시 읽고 싶어진다.―시즈쿠이 슈스케(소설가)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1급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고지마 히데오(게임 디자이너, ‘메탈 기어’시리즈 감독)


■줄거리

급사한 아버지가 남긴 한 통의 편지를 본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아버지가 몰래 연구를 하던 실험실에 대해 알게 된다. 그곳에 찾아간 겐토는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란 불치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어떤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아버지가 편지에 남긴 내용에 따라 약을 개발하려 하지만 의문의 여성과 경찰이 겐토를 쫓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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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번쯤 읽어보세요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06-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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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4인의 책

윤무한 저
서해문집 | 201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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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자가 드문드문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면 그런 건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역사책을 즐겨 읽기에 나름 많이 챙겨 읽는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더듬어보면 근현대사 부분은 그닥 섭렵하지 못한 편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 근현대사를 다룬 책은 거의 접한 경험조차 없는 편인데, 이는 내 게으름을 탓할 수도 있겠으나 그만큼 반공과 친일, 독재와 연이은 쿠데타로 얼룩진 <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이기에 권력을 틀어쥔 부끄러운 세력들이 애써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였기에 웬만큼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올바른 현대사를 배우기 힘들었던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까닭이기도 하겠다.

 

  그래도 핑계고 비겁한 변명일 테다. 이 책에 소개된 14명이 보여준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몰랐다손치더라도, 정말 동시대를 살아가면서도 하수상한 시절이라 몰랐다손치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더 일찍 깨닫고 그분들과 뜻을 함께 할 수도 있었을 테고, 미약하나마 응원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딴에는 심히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허나 이제라도 그분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이 책을 읽었다는 것에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열네 분 가운데 많은 분들이 영욕의 세월을 뒤로 하고 돌아가셨으나 그래도 다섯 분이나 살아계셔 큰 뜻을 품고서 길고 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 희망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왜 우리 나라의 희망이냐고? 그분들은 올곧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비록 올곧은 삶을 살았던 적은 있을지라도 어느 계기를 통해서 올곧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기고 앞으로 올곧은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고 또 몸소 실천하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분들도 언제 어느 때 삶의 의지를 꺾고 '친일파'처럼 변절할지도 모른다. 해묵은 반공이데올로기를 꺼내들며 종북몰이를 하는 요즘에 가장 치졸한 방법인 '뒤집어 씌우며 우기기'를 하다가 '아님 말고'라는 식으로 그분들의 명예를 먹칠하는 통에 울화통이 치밀어 삶을 달리하시거나 분노에 치를 떨지도 모른다. 그렇게 짓밟히고 상처받다보면 큰 뜻을 접고 포기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를 통해 그런 변절자들을 참으로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에 이젠 놀랍지도 않다. 수많은 외침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우리가 망하게 될 때는 언제나 내분 때문이지 않았던가 말이다. 바로 변절자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변절한 대가로 떵떵거리며 호화롭게 살다가 다시 새 세상이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구국의 영웅이 되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서 여전히 떵떵거리며 살기 일쑤였다. 예를 들어달라고? 친일파들이 그러지 않았는가. 독립운동가들은 전 재산을 털어 나라를 다시 되찾고자 온갖 고통을 감수하였는데, 해방 뒤에는 철저히 외면 받은 반면, 해방뒤 친일파들은 저들이 챙긴 재산의 일부만 내놓은 것으로 죄값을 다하고, 재산을 내놓을 대가로 해방된 조국에서 높은 자리를 꿰차고 앉아 횡포를 부리지 않았느냔 말이다.

 

  조선시대 인조반정 뒤 병자호란의 치욕을 당하고서도 제자리 보존에만 열을 올렸던 노론이 그짝이고, 고려시대 자주적 성격이 강한 묘청이 북벌을 외치자 사대적 성격이 짙은 김부식 일파가 처단한 것도 바로 그짝이다. 제 힘으로 삼한일통을 이루지 못하고 외세를 끌어들여 겨우 반쪽짜리 통일을 이룬 신라가 그짝이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당에 굴욕적인 외교를 펼친 영양양과 그 귀족세력을 일거에 처단한 연개소문이 겨우 고구려를 살려놓았더니 그의 아들들이 분열하고 권력다툼을 벌이는 통에 고구려가 망한 것도 그짝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그짝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얼토당토하지 않는다면 개가 짖느냐고 무시하면 될 터이다. 허나 그짝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애매모호하고 딴에는 그럴듯 하기 때문에 더욱 화가 난다. 임란(조일전쟁) 때 김성일이 내세운 논리는 풍신수길이가 침략할 것이 뻔하지만 백성들이 불안할 것을 우려하여 임금 앞에서는 짐짓 깔보고서 전쟁대비를 소홀히 하였으나, 전쟁이 벌어지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듯이 동분서주하였다는 일화를 보면 참으로 그럴 듯하다.

 

  병란 때에도 남한산성에서 47일 동안 버티며 주전파와 주화파가 날선 공방을 벌이다 굴욕적인 일을 당한 것(삼전도의 굴욕)도 나름 그럴 듯하다. 지금은 힘이 없으니 후일을 도모하자. 일본제국에 국권을 빼앗기고 강제병탕된 뒤에 나라를 되찾겠다고 앞장선 지식인들이 고생고생하다가 '민족말살기'인 1940년을 전후하여 변절한 경우도 그렇다. 말당(末堂) 서정주도 변절한 뒤에 한다는 말이 "일본이 그렇게 빨리 망할 줄 몰랐다"였단다. 참으로 말은 참 번지르하다. 누구나 그런 어려움에 처하면 의지가 꺾이고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이니 탓할 것이 못 된다고...너는 그러지 않을 것 같냐고? 되려 반박하기 일쑤다.

 

  정말 치졸하지 않은가? 난 이런 치졸한 모습을 볼 때면 구역질이 나온다. 그 반반한 낯짝에 토악질을 해대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되쏘듯 내뱉어주고 싶다. "여기에 열네 분은 그런 오역의 세월을 견디고 오롯이 서 계시어 다른 이의 귀감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소인배들이 변절한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칠 수 있겠으나 세상 어디에 '변절하고도 영웅 대접'을 받는 위인이 있더냔 말이다.

 

  그런 까닭에 난 박정희를 옹호하는 세력을 이해할 수 없다. 이승만이나 전두환을 동상까지 세워가며 우상화 작업을 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부류들이 북녘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는 입에 거품을 물며 악다구니를 해댈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 더욱 역겹기 그지 없다.

 

  더는 내 입이 더러워질까 두려워 나쁜 놈들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겠다. 내가 왜 책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나쁜 놈들의 일대기를 나불거렸냐하면은 이 책 속에 소개된 열네 분과 참으로 비교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훌륭한 분들 이야기 좀 늘어놓지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이처럼 좋은 책은 직접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기 위해 그랬노라고 답하고 싶다. 정말로 한 번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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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숭생숭...(50) | 異之我...또 다른 나 2012-06-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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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을 바꿨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야 변함없지만

  사용해야 할 교재와 대상이 달라졌다.

  초중고 논술에서 초등교과와 초등논술을 가르치는 것으로...

 

  암튼 싱숭생숭하다.

  2주 만에 후딱 해치운 탓도 있겠지만

  직장이 바뀌었다고 해도

  같은 지역, 같은 어머님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라서

  그닥 달라진 것도 없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

 

  그래도 전에 있던 곳에서는 답답하기만 했는데,

  새로 몸 담은 곳에서는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이고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랄까?

 

  암튼 아직 마음만 들뜨고 주변 정리는 안 되어 어수선하고 머릿속은 갈팡질팡한 요즘이지만

  [웅진홈스쿨]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대기업이 좋긴 좋더라...

  마구마구 비벼줄테다(--)비비적비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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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최초의 커리어우먼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06-24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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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궁녀

신명호 저
시공사 | 201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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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알고 있는 궁녀는 없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정말 흔히 알고 있는 궁녀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소설 속에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보여지는 '궁녀의 모습'은 자못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에 불과할지도 모를 정도로 이 책 속에 나오는 궁녀는 낯설게 보인다.

 

  그 까닭은 '궁녀'에 대한 사료가 너무 없기 때문이란다. 꽤나 의아스런 대목인데도 사실이 그렇단다. 그나마 남아 있는 사료도 궁녀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면만이 강조되기 일쑤였단다. 이를 테면, 백제 의자왕 때 '삼천궁녀'도 의롭고 자애로운 왕의 이미지에 먹칠하기 위해 고의로 숫자가 부풀려지고 망국의 마지막 왕이었기에 나쁜 왕으로 그려놓기 위해 악의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단다.

 

  허나 삼국시대의 궁녀에 대한 기록은 이것이 전부일 정도고, 고려시대에는 거의 없다시피하단다. 그러다 조선시대에 와서 <계축일기>, <인현왕후전>, <한중록>과 같은 궁중 문학작품과 <추안급국안>이라는 법정기록,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 아주 조금 기록된 것이 있단다. 여기에 고종과 순종 때 실제로 궁궐에서 궁녀생활을 했던 실제 궁녀들이 증언하듯 밝힌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우리가 '궁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모두란다.

 

  그런데 '마지막 궁녀들'을 통해서 알아낸 궁녀의 모습을 곧이 곧대로 '궁녀의 모든 것'이라고 믿기에는 참으로 조심스럽단다. 왜냐면 그녀들의 증언이 직접 경험에서 나온 기록이긴 하지만 그 내용만으로 조선시대 궁녀의 모습을 일반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란다. 500년 역사에 일부분인 끝자락일 따름이지 않느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고, 또 직접 비교하기에도 무리가 있으니 말이다. 아주 큰.

 

  그렇다고 앞에 열거한 기록물 등으로 '궁녀의 모습'을 엿보기에는 곤란하단다. 그 까닭이 또 어이없는 것이 그 기록물에 남겨진 궁녀의 기록이 긍정적인 기록은 거의 없고, 부정적인 기록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궁녀는 궁궐 안에서 사는 여자이고, 궁궐의 주인인 '왕의 여자'이기에 궁녀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왕의 여자', 아니 '왕의 사생활'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것도 남들 앞에 자랑스레 내놓기 껄끄러운...그런 내용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한 사정이기에 '왕의 여자에 대한 사생활'을 밝히기에는 사대부들의 체면이 용납치 않았을 테고, 꼭 체면 때문이 아니더라도 '왕의 사생활'에 대해 시시콜콜히, 것도 '왕의 성생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거의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이니 아무리 감출 것 없이 몽땅 기록으로 남긴 <조선왕조실록>일지라도 차마 '그것'만큼은 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올려야 한다면, 굵직한 사건인 '역모'에 관련된 일이나 '왕족, 종친 들'에 얽힌 이야기일 것이고, 그것도 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대해서만 남겨놓았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이 책은 '궁녀'를 다룬 최초의 대중서임에도 '궁녀'에 대해 속속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도 꽤나 '최초'인 것을 인식하여 집대성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긴 하였으나, 애초에 독자들이 기대하는 '친숙한 궁녀'의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고, 매우 낯선 궁녀만을 엿보는 책이 되었다. 그렇다고 허섭한 책이란 것은 아니나 <궁녀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가 담기기보다 <통계나 도표> 따위만 잔뜩 늘어놓아 그닥 재미가 없는 책이 되어버린 탓에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든 책이 되고 말았던 듯 싶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라는 사실을 확실히 밝혀두는 바다.

 

  한편 '궁녀의 삶'이 화려한 궁궐에서 살고 있는 것에 비해 그닥 화려한 삶을 산 것도 아니고, 아침부터 밤까지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임금'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매우 전문적인 일까지 처리하여야 했으므로 오늘날로 치면 '커리어우먼(직업정신이 투철한 여성)'이었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우리 나라 최초의 커리어우먼, '궁녀'. 그녀들의 생생한 궁궐생활 모습이 담기지는 못하였으나 그래도 흔히 알고 있는 궁녀가 아니라 색다르고 낯선 궁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기에 뜻 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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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문제만 죽어라 푸는 학문이 아닐껄?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06-1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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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타고라스가 만든 수의 기원

홍선호 저
자음과모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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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교과를 도와주는 책 가운데 꽤나 인상깊은 책이었다. 더구나 시리즈니 앞으로 주야장천 읽을 듯 싶다. 그 첫 번째 책은 <수의 기원>에 대해 일러주면서 더불어 <피타고라스>와 여러 수학자들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기에 <수학>이란 학문도 단순히 '문제풀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우리 나라는 수학을 익힐 때 <문제풀이>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국어공부에 도움을 얻으려면 문학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고, 영어공부를 잘 하려면 듣고, 말하고, 읽고, 쓰라고 한다. 거기에 사회공부에 도움이 되라고 지도를 펼치고 여행을 갔다오고, 과학공부는 직접 실험을 하며 공부하는 시절인데, 왜 수학은 여전히 풀고 또 풀기만 하는 걸까? 더구나 왜 풀어야하는지, 풀면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도 가르쳐 주지 않으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숫자를 셀 때 왜 <0>부터 세지 않고, <1>부터 세는 걸까? 분명 1보다 0이 더 앞선 수인데 말이다. 맞다. 이런 궁금증은 수학문제를 푸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과서에도 실려 있지 않는 내용이라 당연히 시험문제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몰라도 전~혀 상관 없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많이 알면 알수록 <수학>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에이~ 이것 말고도 외울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런 것까지 배워야 해요? 시험문제에 나오지 않으면 관심 없어요, 라고 말하는 배우미들도 있을 게다. 그런데 묻겠다. 이런 질문이 더 솔깃하니 재밌지 않은가? 왜 0, 1, 2, 3, 4, 5..이렇게 세지 않고, 1, 2, 3, 4...이렇게 세느냐고 말이다.

 

  더 끌면 돌 날라올테니 답부터 말하련다. 그에 앞서 <자연수>라고 부르는 까닭부터 알려드리겠다. <숫자>에는 자연수, 정수, 유리수, 무리수로 불리는 이름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자연수>를 자연수라고 부르는 까닭은 숫자를 이르는 것 가운데 가장 자연스러운 숫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한 개, 두 개라고 부르기가 편하기에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아줌마 수박 0.8개 주세요, 라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자, 이제 답이다. 이 책에 아주 명쾌한 답이 나왔기에 그대로 인용해 볼란다.

 

  아버지가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왔다. 목이 빠져라 기다린 가족들은 얼른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 오늘은 몇 마리 잡았어요?" 허나 아버지는 잡은 것이 없기에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영 마리 잡았다." 그러자 먼저 달려나와 아버지의 말을 들은 아들이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전한다. "아버지가 오늘은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데요." 자, 궁금증이 해결되었는가? <영 마리 잡았다>와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가운데 어느 표현이 더 '자연'스러운가? 이렇듯 헤아릴 때 자연스러운 수가 바로 <자연수>란 얘기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숫자를 1, 2, 3, 4...로 세는 것이다.

 

  어떤가? 그동안 배웠던 수학과 너무 달라 어색한가? 그렇다면 이 책에 수록된 '천재들이 만든 수학문제'를 풀어도 좋다. 그건 그동안 배웠던 수학과 참 닮아서 풀어보고 싶을 것이다. 허나 만만한 문제는 없다. 명색이 천재들이 만들었는데 쉽기만 할까. 허나 앞서 배운 내용들을 차근차근 들으며 이해를 하면 그 어렵던 문제가 아주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할 것이다. 수학은 단순히 문제풀이만 죽어라 하는 건 아니니까. 다음 책도 얼른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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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너를 어쩔까? | 2012년에 쓴 리뷰들 2012-06-1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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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은교

박범신 저
문학동네 | 201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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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흔, 마흔, 그리고 열일곱. 이 세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면..가능할까? 아니, 늙다리 남자들이 젊다 못해 어린 여자를 탐하고 벌거벗긴다면 어떤 눈길로 바라볼까? 흔히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면서 말이다. 이 책은 아무래도 이런 논란을 중심으로 읽게 된다.

 

  일흔 살 먹은 시인 이적요는 어느 날 한눈에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한다. 풋풋한 여고생인 소녀가 적요의 집에 찾아와 자기만 앉던 의자에 눕다시피하여 잠든 모습을 본다. 아주 달콤한 듯이 곤하게 말이다. 흠 하나 없이 미끈한 다리는 짧은 바지를 입은 탓에 훤하게 드러나고, 흰 면티를 입은 탓에 따사로운 여름 햇살에 투명하게 반짝이는 속살을 본 적요는 알듯 모를듯한 설렘을 느낀다. 이 설렘은 적적하고 고요하게만 살아온 시인 적요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시작에 불과하였다. 곧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에 빠지고 말테니까 말이다. 일흔 먹은 시인이 열일곱 여고생을 말이다.

 

  마흔 살 먹은 작가 서지우는 스승을 참으로 존경한다. 공학도였던 자신을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 주고 대단한 작가로 만들어주기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이는 존경을 넘어 사랑이라고 일컬어도 틀림없을 정도였다. 허나 그건...그 둘 사이에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기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니라 '밀약'으로 맺어진...그래도 둘 사이는 그렇고 그런 계약관계로 맺어진 얄팍한 사이는 아니다. 적어도 은교가 둘 사이에 끼어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열일곱 살 먹은 여고생 한은교는 예쁘지는 않지만 보면 볼수록 끌리는 구석이 있는 묘한 소녀다. 그저 천진난만하기만 할 것 같은 순수한 면이 엿보이면서도 은근히 남자를 홀리는 구석도 엿보이고...그리고 남자에게 젖가슴을 빨리면서도 다음날 볼 시험 때문에 영어단어를 암기하는 영악한 면도 있다.

 

  이런 세 사람이 한데 어울린다면 어울리기나 할까? 겉보기에는 나이든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녀딸처럼 보인다. 그런데 아버지는 손녀딸에게 음심을 품고, 아들은...이미 손녀딸과 '원조교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들이 가족이라면 '불량가족'임에 틀림없으렸다. 헌데 이들은 서로 피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사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막장드라마 스토리 같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허나 이 소설은 우리 문학계가 지닌 고질적 병폐 현상과 지식인들의 허영심을 한껏 조롱하는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관음증 환자들> 같은 현대인들을 조롱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실로 쓴 작품들이 외면받기 일쑤고, 무슨무슨 상을 받았는지, 누구누구의 후광을 업었는지에 따라 주목을 받는 우리 풍토가 참으로 천박하기 이를 데가 없다는 적요의 비난은 쉽게 공감이 가기 때문이다. 헌데 그런 천박한 풍토에서 명성을 얻고 엄청나지는 않지만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넉넉하게 살아가는 적요는 그런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아니 이 세상에 완벽함에 이른 사람이 없을진데 누가 누굴 천박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누구도 천박하지 않다.

 

  그렇다면 천박하지 않다면 순결할까? 적요는 은교를 처음부터 탐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새로운 영감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젊음을 되찾아 주었기에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더럽혀지지 않고 순결함, 그 자체로 존재해야 했다. 소녀인 은교를 '처녀'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육체 속에 아무도 들어온 적이 없는 '비밀의 방'을 간직한 순결한 처녀 말이다. 그렇기에 적요는 은교를 탐하려 들지 않는다.

 

  헌데 지우는 '처녀'여야만 한 은교를 더럽혔다. 자신이 존경해 마지 않는 스승에게 그토록 소중한 존재임을 알았다면 그랬을까? 아니 지우는 죽을 때까지 '소중함'에 대해서 깨닫지 못할 것이다. 제 스스로 '문학의 비밀'조차 깨닫지 못하고 스승이 준 떡밥으로 대신 영광을 누리는 바보 멍텅구리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서슴없이 '순결한 처녀'를 범하고 유린할 수 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웃기는 상황이 펼쳐진다. 은교가 적요네 집에 취직(?)했다. 사실은 지우가 은교와 관계를 갖고 있었는데, 더 자주 만나기 위해서, 또 은교에게 정당한 방법으로 용돈(?)을 주기 위해 적요의 고요한 공간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헌데 은교도 적요도 딱히 싫지 않아 한다. 어라, 이게 아닌데? 지우는 이 의도치 않은 전개에 심히 당황한다. 그러면서 점점 은교와 적요가 가까워지는 듯하는 것이 짜증난다. 질투심? 그럴 지도 모른다. 한 번 이혼까지 한 지우로서 은교는 '원조교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나 은교 덕분(?)에 점점 변해가는 스승을 지켜야 한다는...정확히는 스승의 명성에 스캔들이라도 날까 두려워서 은교를 더욱 자신에게 가둬두려는 욕심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일흔 살 먹은 스승은 절대 할 수 없는 듯한 '육체적 탐닉'을 하면서 스승의 품을 떠나서는 아무런 존재도 아닌 자신에게 묘한 승리감을 주는 탐닉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거기에 스승의 명예도 덤으로 지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 말이다.

 

  지우가 그러든지 말든지 은교는 적요에게 '순수한 사랑'을 느껴 점점 다가가고, 적요는 은교를 통해서 다시 젊음을 되찾아 힘이 불끈불끈 솟아오름을 느끼고 은교에게 좀 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그러던 차에 적요가 목격하게 된다. 지우와 은교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말이다.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순결한 처녀'를 짓밟고 유린하며, 또 '순결해야만 할 처녀'는 그런 유린을 당하면서...즐긴다. 저항하지 않고...싫다고, 그러지 말라고 저항해야만..폭력 앞에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야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것도 적요만의 공간인 곳에서 저들이 벌이는 추잡한 짓을 어찌 참을 수 있을까?

 

  적요는 제자를 죽이려 한다. 더는 살아야 할 의미조차 없어진 마당에, 아니 유일하게 살아가야 할 끈을 믿었던 제자가 싹뚝 잘라버리는 느낌을 받았으리라. 죽이고 싶은 분노가 인다. 죽여야만 한다. 어떻게? 시인이면서 동시에 장르문학도 섭렵한 자신인데, 초라하게 죽일 수는 없다. 완전범죄..까지는 아니어도 저 놈이 주인을 배신한 죄값을 뼛속 깊이 느끼며 죽게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 자세한 묘사는 불필요하다. 이 장면은 그닥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정리하면, 이 소설은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행세하는 이들이 얼마나 추잡한 존재인지 여실히 보여주며, 동시에 독자들도 으레 지식인들에게 감춰진 일상이 그렇게 추잡할 것이라는 <관음적 호기심>을 모티브로 삼아 쓴 소설이다. 요즘 보기 드믄 '시만 쓰는 시인'을 등장시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까발리고 싶었던 듯 싶고, 그런 스승에게 문학적 재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쑥맥인 제자가 탐하는 것이라고는 '돈(물질)'과 '육체적 쾌락'뿐이라는 설정이 그렇다.

 

  다시 말해, 오로지 시만 쓰기에 우리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선 노시인이 사실은 천박한 '장르문학'도 곧잘 쓰며, '통속소설'을 내어 상도 휩쓸고,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그런데 그동안 쌓은 명예를 '통속소설'을 썼다고해서 깎아내릴 수 없으니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제자의 이름으로 발표한다. 명예는 명예대로 지키고, 돈은 돈대로 버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천박함이란 말인가. 그렇게 둘은 '파트너'가 되어 천박한 세상을 천박하게 조롱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살아간다는 설정 말이다.

 

  이런 천박함에 한 줄기 서광을 비추는 것이 바로 은교의 등장이다. 천박함을 즐기던 시인은 은교를 보면서부터 자신의 천박함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자신의 젊은 시절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물론 아무런 보상도 필요치 않다. 그저 순수한 존재로 자신의 곁에 언제까지고 머물러 주면 그것으로 족했다. 허나 문학적 재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천박한 제자는 은교를 통해 천박함의 끝을 잡고 한껏 노닌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러다 스승이 천박함을 벗어던지고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을 느끼며 제자는 불안해진다. 스승이 천박하게 노닐 때는 자신과 그닥 다를 것이 없으니, 그저 노인네 비유나 맞춰주며 편안히 살아갈 수도 있었고, 노친네가 죽고 나면 그동안 노친네가 쓴 유작들을 제 이름으로 곶감 빼먹듯 발표하면서 나름 그동안 노친네 수발을 든 유산이라고 합리화를 하며 유유자적하며 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은교가 끼어들면서 모든 것이 다 틀어지게 되었다. 스승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천박함에서 순수함으로.

 

  그래서 제자는 은교를 탐한다. 또 유린한다. 물론 스승에겐 비밀이다. 그게 더 좋다. 일흔 먹은 스승에게조차 어느 것 하나 이겨본 적이 없는 무능한 제자는 유일하게 스승을 이길 수 있는 '꼴림'을 자랑하듯 써먹는다. 원래 당신이 가질 수 없는 것으로 약을 올려야 상대가 치를 떨며 더 분해하는 법이니 말이다. 유일하게 제자가 잘 할 수 있는..'젊음'으로 '늙음'을 유린한다.

 

  이에 스승은 분개한다. <너희의 젊음이 노력에 의해서 얻어진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이 잘못으로 인해서 받는 벌이 아니다>라면서 어리석은 제자를 훈계하듯 분노를 내뿜는다. 그 결과는 죽음이다...라고 쓸 수밖에 없는 천박한 우리 문단의 현실을 비꼬듯이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은교>는 영화화되면서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온갖 파격과 야함으로 덧칠한 영화 한 편으로 덕분에 '원작소설'까지 불티나게 팔린 셈이다. 모든 베스트셀러가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은교>를 보는 독자들은 철저히 '몰래 훔쳐보고 싶은 욕망'을 감출 수가 없기에 보는 것일 테다. 설령 영화나 소설을 접하지 못해 내용을 모르고서 보았다손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끈적끈적함을 느꼈을 테다. 적요가 자신의 공간에서 지우와 은교가 벌이는 정사 장면을 사다리를 놓으면서까지 몰래 지켜본 것처럼 말이다.

 

  천박하다. 그런 기대를 하고서 책을 읽는 독자들이나, 독자들의 천박한 반응을 기대하고서 글을 쓴 작가도 모두 천박하다. 그런데 은교, 너는 어쩔까? 열일곱 밖에 먹지 않은 너를 이런 천박함 속에 처넣고서 몰래 지켜보는 대상으로 만들었으니 너를 어찌하면 좋을까? 그리고 너는 적요의 '순수한 사랑'을 즐겼는지, 아니면 지우의 '육체적 탐닉'에 호기심이 끌렸는지 궁금하다. 궁금해하면 할수록 더욱 천박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궁금함을 떨칠 수가 없다.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들키지 않으면...몰래 엿보고 있는 것을 들키지만 않으면 그리 미안할 것도 없을 텐데 말이다.

 

  어떤가? 당신도 천박함을 즐겨볼텐가? 아님 애써 순수한 체 하며 천박한 이들을 꾸짖을 텐가? 어느 쪽으로 <은교>를 읽어도 맛깔난다. 참고로 난 둘 다(")

 

 - 은교,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일 때가 행복하지 않았을까? 알아서 더 행복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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