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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궁금할 때 읽는 필독서 | 2018년에 쓴 리뷰들 2018-03-30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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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본이라는 나라?

오구마 에이지 저/한철호 역
책과함께 | 200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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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수식어가 참으로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드는게, '일본'이라는 나라를 궁금하게 여겨서 이책 저책 들여다볼작시면 입맛에 맞는 책은 드물고 입맛에 맞다 싶으면 살짝 껄끄럽다가 어떤 면에서는 우리 나라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점만큼은 결코 같지 않다고 선을 긋게 되니...이러쿵저러쿵해도 가깝게 맞댄 이웃 나라임에는 틀림없지만 결코 우애 좋은 이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요즘 '김종성의 역사책'을 섭렵하다보니 문득 '일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이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여타의 다른 '일본관련책'보다는 우리네 입맛에 맞는 책이다 싶어서 몇 번 읽은 책이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맛이 나는 것을 보니 베이컨이 말했듯, 참으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김종성이 주지한 내용중에 "일본은 임진왜란 이전에는 별볼일 없는 나라였다가, 임진왜란 이후에 별볼일 있는 나라가 되었다가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정점을 찍는 나라가 되었다"라는 서술이 눈에 띄었다. 아, 물론 김종성의 책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아니고, 독자로서 그렇게 읽었다는 점은 밝히는 바다.

 

  암튼 고대국가가 들어선 때부터 우리 나라를 비롯해서 역대 중국왕조들까지도 '왜'나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그닥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점, 그런 까닭에 임진왜란 이전까지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굳이 세계사적인 관점이 아니라도 동북아시아라는 좁은 무대에서조차 그닥 큰 역할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서양과의 무역이 트이면서 조총이 전례되고 일본을 통일한 풍신수길 이후부터는 다르게 보아야 하겠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이 책도 어쩌면일 수도 있지만, '근대이후의 일본'을 서술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이전부터 일본을 서술하다보면 '오늘날의 일본'을 이해하기에 무리가 있을지도 모를 수 있거나 오류로 범벅이 될 수도 있겠기에 말이다. 어찌 되었든 이 책은 '근대 이후의 일본이란 나라가 어찌어찌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고 앞으로 일본이 어찌할지 예상해볼 수 있는 책'이다. 무려 10년이나 지난 책내용이지만 10년 뒤인 요즘을 예언한 듯한 대목도 엿보이기에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란 걸 보장한다.

 

  이 책은 크게 '메이지유신부터 패망까지' 그리고 '패망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로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앞선 내용은 '탈아론'을 언급하며 '정한론'이 이루어진 배경을 다루고 있으며 한때 잘 나가던 일제가 미국에 의해 패망하기까지를 다루었고, 뒷 내용은 패망에 이르러 군대를 가질 수 없었던 '헌법 9조'가 탄생한 배경을 다루며 한국전쟁 이후 냉전의 종식까지 쭉쭉 발전하던 일본이 어찌하며 냉전 종식 이후에는 '헌법 9조'가 발목을 잡으며 경제까지 휘청거리게 되었는지 조목조목 설명해주었다.

 

  이 책이 비록 짤막한 내용을 담긴했지만 글쓴이가 담아놓은 '역사적 혜안'은 결코 짧지 않다. 그리고 일본인으로서 자국의 역사적 관점을 서술함에 있어서도 결코 아전인수격이지 않아서 이웃 나라인 우리 나라가 처한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김종성의 책을 읽은 이후로 '역사책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지 않는다면 덮어놓고 읽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이 책은 일본인이 쓴 일본역사책임에도 그 다짐을 꺾지 않을 수 있었으니 더욱 좋았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몇몇 일본책을 덮어버린 뒤여서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또, 변죽만 잔뜩 늘어놓고 책 내용은 기술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들리는 듯해 몇 자 적어본다.

 

  일본이란 나라는 참 고민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강대국에게는 한없이 약한 체 하면서 약소국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잔혹한 일을 벌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임진왜란 이전까지만 해도 명나라도 조선도 일본에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무역도 변변찮았다. 나라를 번듯하게 일으켜세우기 위해서는 이웃나라와 '무역'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일본은 받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정작 명나라나 조선에게 줄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변변한 무역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역이란 것도 명과 조선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터에 임란 이후에 일본에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바로 서양과 조우하여 무역을 할 수 있는 활로를 찾은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도공에게서 얻어낸 '도자기'를 서양이 참 탐을 냈던 것이다. 도자기는 본래 중국의 것을 최고로 여기던 서양이 일본에서 싼값이 질 좋은 도자기를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암튼 이런 활로를 통해 일본은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등 서양으로부터 일찌감치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그러다 막부시대를 마감하고 메이지유신이 들어서자 서양열강들의 아시아 침탈을 눈여겨보던 일본은 서양이 일본을 침탈하는 것을 막고 도리어 동양을 서양으로부터 지키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하겠다. 그러나 일본이 선두에 서서 아시아를 서양으로부터 지키겠다는 전략은 서양열강을 흉내내어 서양의 몫을 일본의 몫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바꾸게 된다. 그래서 조선과 대만을 식민지로 만들고 러일전쟁과 1차세계대전 이후에는 아시아와 남태평양 곳곳을 병력을 앞세워 점령하게 된다. 이런 내용을 아우르고 있는 것이 바로 '근대 일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자랑할 만한 것이라고는 무력을 앞세워 힘 없는 나라를 짓밟는 짓거리뿐인 일본이니 '인류애'는 고사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했다고도 명함을 내밀기 힘들 터라는 점을 이 책은 내포하고 있다. 그렇게 무리하게 짖밟던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에 된통 얻어맞고 무조건 항복을 하고 난 뒤에 얻어낸 것이 바로 '헌법 9조'였다. 이른바 '평화 헌법'이라 불리고 일본은 영구히 외국을 침략할 군대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단다. 그런데 일본국민들은 패망직후에는 이 헌법을 그렇게나 자랑스러워했더랬던 모양이다.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이면서도 '앞으로는 전쟁을 벌인 일이 없는 평화 선언'을 한 것이 그토록 자랑스러웠나 보다. 그것도 자발적이 아니라 승전국인 미국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것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랑거리도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냉전이 본격화하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군대를 보유하기 시작했다. '자위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것도 순전히 미국의 입맛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패전국인 일본의 선택권은 없다.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여하면서 미본토에서 한반도까지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기에 불편하다는 단순한 논리 때문에 '군대를 보유할 수 없던' 일본을 이름만 바꿔 보유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냉전 상대국이었던 소련을 견제할 목적으로 '자위대'는 미국의 충견 역할을 고스란히 해낼 수밖에 없었다.

 

  뭐, 군대는 아무래도 좋다. 일본의 의지가 아니라 미국의 의지대로 창설된 군대이니 얼마든지 핑계거리가 있고, 한국전쟁과 미소냉전으로 인해 일본은 경제적 이득을 톡톡히 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그 덕분에 일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 미국의 보호 덕분에 일본에 침략당해 피해를 받았던 나라들로부터 '피해보상금'을 주지 않아도 되니 일본으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결과를 낳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절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랬다. 90년대 이후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도 종식하게 된 이후의 일본은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고 말았다. 냉전 이후에 더는 견제할 세력이 필요없게 된 일본내 미군과 자위대는 일본의 경제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했고, 냉전 이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한 미국의 입김 때문에 일본에 머무는 미군을 내쫓을 수도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90년대 아시아 각국은 오랜 독재시절을 마감하고 민주화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면서 일본에 전후 피해보상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허나 일본은 피해국들의 요구를 '이미 오래전에 지난 일이고 이미 충분히 보상을 하였으니 더는 청구권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표방하고 말았다. 이미 미국은 태평양전쟁 당시에 자국의 일본계미국인들에게 피해보상을 적절히 했다는 점과 소련에 대해서는 사할린 지역에서 피해를 본 일본인에게 보상을 하라고 생때를 썼다는 전례가 있음에도 일본에게 피해보상을 하라는 아시아 각국의 목소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더욱더 비겁하기 짝이 없는 행태일 수밖에 없을 터이다.

 

  글쓴이는 이런 내용을 이 책에 담고서 '앞으로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일본의 중고교학생들을 대상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을 눈여겨 본다면 글쓴이의 넓은 혜안이 참으로 절묘하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외교'라는 것이 참으로 미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나라간에 맺어진 협정이 결코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과거나 현재의 외교관계가 얼마나 많이 미래에 영향을 주는지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가까운 일본의 쪽팔린 외교행태로 인해 일본 국민들이 겪는 쪽팔림을 파노라마처럼 보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얼마전까지 우리 나라도 그런 쪽팔린 짓거리를 참 많이 했다는 점은 꼭 되새겨봄직하다. 허나 앞으로도 그래서는 안 될 거라는 걱정을 하면서 요즘 우리 외교가 참 잘 되고 있다는 점이 이렇게나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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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학습만화를 읽고 싶습니다 | 2018년에 쓴 리뷰들 2018-03-2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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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가 쿵

임영제 글/임덕영 그림
사파리 | 201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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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선 자국 학생들의 학습성적과 학습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서 교과서를 '만화'로 바꾸자는 계획도 있었다고 합니다. '만화왕국'다운 발상이라며 해프닝처럼 웃고 지나가긴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학습만화'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답니다.

 

  일례로, 학습만화 가운데 대박을 쳤던 <마법천자문> 시리즈는 '한자학습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에 딱 알맞은 기획으로 수많은 독자들이 호평을 얻음과 동시에 시리즈를 출판한 출판사에도 막대한 이득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어린이들에게 만화를 읽는 재미와 즐거움과 더불어서 우리가 수천 년동안 써왔던 한자를 요즘에 맞게 학습할 수 있었다는 점과 그로 인해 한자학습 효과 또한 더불어 증진되었다는 점입니다. 요즘에 다시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한자학습 붐이 다시 일어나고 있으니 <마법천자문>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필독서가 될 것입니다.

 

  이렇듯, '학습만화'는 한자와 같이 학습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나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단 한자뿐 아니라 풍부한 배경상식과 전문지식을 쌓아야 하는 사회와 과학 분야의 학습내용도 '만화형식'을 빌어서 학습효과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어려운 수학공식이나 영문법과 같은 내용도 학습만화로 기획되어 쏟아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런 결과로 이제는 없어서 못 읽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어떤 걸' 골라 읽어야 할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간단히 [학습만화를 선택하는 방법]을 살짝 알려드린다면, 첫째는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만화책을 우선적으로 골라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유명하고 널리 읽혔다는 베스트셀러라도 '우리 아이'가 외면해버리면 그냥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장르와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다면 아이들에게 직접 고르라고 하셔도 무방합니다. 자신의 취향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니까요.

 

  둘째, 아이들이 읽은 학습만화는 부모님이 꼭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가장 좋은 독서법은 '읽고-생각하고-토론하고-생각하는' 독서법입니다. 학습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재밌다고 하면 어떤 점이 재밌다고 하는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서 아이의 생각을 부모님이 함께 나눠야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부모님의 관점을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또 절대로 만화책의 내용에 부정적인 비판이나 비난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학습만화도 만화형식을 빌어온 탓에 분량에 비해 담긴 내용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걸 어른의 관점에서 비판을 해버리면 아이들은 빈약한 학습내용이 배경지식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부정적인 인상만 남게 됩니다. 학습만화의 내용 중에 기본 상식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을 골라 퀴즈형식으로 내주시면 아이들이 꼼꼼하게 읽었는지 점검하실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비용적인 면에서 팁을 드리자면, 대개의 학습만화는 '시리즈'이기 때문에 지출이 심합니다. 만화책이라도 권당 1만원이 넘게 들기 때문에 50여권에 육박하는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7~80만 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입니다. 이럴 땐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열람실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 중에서 '만화책'을 찾아내는 아이들의 실력은 귀신 같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주말에 어린이열람실에 가면 아이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만화책이 꽂혀 있는 곳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거기에 참 좋은 시리즈도 상당히 많으므로 도서관에서 먼저 읽어보시고 흡족한 '학습만화'를 구매하셔서 두고두고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쉬운 점은 우리 나라의 학습만화 시장이 점점 커지는 추세인데도, 다양하지 못하고 판에 박힌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학습만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Why?> 시리즈를 '1.0 버전'이라고 비유한다면 여타 다른 학습만화는 1.1 버전 1.2 버전...이런 식이라는 겁니다. 아직도 2.0 버전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책 <사파리 쿵> 시리즈도 역시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타이틀을 담아 '아이들이 스스로 읽고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미리 학습하거나 배운 내용을 다시 복습하라'는 용도로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학습만화는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인가요?

 

  만화 중에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묵직하고 찐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그런 만화가 많습니다. 또 이런 감동과 여운을 담기 위해서는 교과서에 수록된 지식을 그대로 옮겨담은 '비문학'적인 형식보다는 교과서 내용을 녹여내거나 흠뻑 젖어버리게 만들어서 코끝이 찡하게 해주는 '문학'적인 형식을 띌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Why?> 시리즈에도 주인공이 등장해서 이야기형식으로 교과서 지식을 전달해주곤 하지요. 하지만 천편일률적이게도 남녀주인공이 등장해서 동물이나 로봇, 심지어 귀신과 같은 영혼 등등이 서브로 등장해서 여러 가지 모험을 겪으며 교과서 지식을 전달하느라 바쁘지요. 근데 전달하는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의 모험을 통해 한 단원의 교과서 지식을 담는 형식이라 같은 단원의 내용을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볼 수 있는 여지를 나기지 않습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지식을 주워담아야 할 뿐입니다. 다른 생각을 해볼 새도 없이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야 하지요.

 

  지식도 비슷한 범주로 묶어야 많은 양을 기억할 수 있고, 인상적인 경험(비록 간접경험일지라도)을 겪어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이 책에도 수록된 내용을 예로 든다면, 구름의 종류를 10가지로 구분하였다는 내용도 꼴랑 1쪽에 정리한 표로 전달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상현상을 겪는 주인공이 그때그때마다 구름에 대한 인상을 표현하며 전달한다면 한여름에 뭉개뭉개 피어나는 예쁜 뭉개구름이 천둥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라는 사실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멀리서 볼 때에는 예쁜 뭉개구름도 바로 아래에서는 억수같은 소나기를 쏟아붇는 자연현상을 생생히 전달해준다면 실제로 그런 소나기를 만나거나 뭉개구름을 볼 때마다 자신이 배운 과학지식이 떠오를 겁니다. 여기에 천둥과 번개의 '시간차'를 구함으로써 소나기가 내쪽으로 다가오는지 멀어지는지도 분간할 수 있는 경험을 겪게 한다면 '소리의 특성'이라는 단원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복습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배경지식을 '해리포터' 같은 큰 줄거리 속에 담아내는 역작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내 어릴 적에는 <맥가이버>라는 미드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과학지식을 배우곤 했습니다. 실험도구가 비싸기도 했고 과학실험을 한다쳐도 안전한 실험을 하기 위해 5~60명의 학생들을 1명의 교사가 통솔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던 제대로 된 실험을 했던 경험도 없었던 터라 <맥가이버>가 선보이는 "할아버지께서는 말씀해주셨지~"라는 대사가 들리는 순간부터 귀를 쫑긋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방송도 드물었던 시절인지라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밤11시에 시작하는 그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애썼던 추억은 잊히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경험을 만화라는 형식에 도입한다면 '2.0 버전'도 어렵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뭐, 제 희망사항일 뿐일지라도 정말 감명 깊은 학습만화를 읽을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참,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지 않았군요. 그런데 뭐..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주토끼랑 외계거북이가 등장해서 지구 정복을 꿈꾸는데 엉뚱발랄한 남녀주인공이 지구를 구해낼 뻔 했는데, 여기저기 지구탐험을 하다보니 정도 들고 지구가 너무 아름다워서 눌러앉았다는...그런 이야기 속에 '초등학교 3~6학년 과학교과서' 내용을 몽땅 수록해 놓았습니다. 물론 감동보다는 코믹한 액션이 난무하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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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김정희 저
혜다 | 2018년 03월

 


신청 기간 : ~3 26(일) 24:00

모집 인원 : 10 

발표 :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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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포증을 앓던 사춘기 소녀가 ..
어느새 수학과 사랑에 빠졌다

★ 수만 독자가 사랑한 바로 그 수학책 


초판 출간 이후 교육부 추천도서, 미래창조과학부인증 우수과학도서, 수학 선생님이 추천하는 청소년 도서, 수행평가 독후감 도서로 널리 활용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가 최신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증보판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여성수학자들과 4차원 시공간에 얽힌 수학적 개념 그리고 문학과 영화, 그림 등 다양한 예술장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의 세계까지, 더욱 재밌고 알찬 수학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수학은 숫자로만 이루어진 냉정한 세계가 아니라 아름다운 정신이 숨어 있는 감성적인 세계라고 설파한다. 또 저자의 경험담을 담은 추억 이야기에서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이 책은 수학을 현실적으로 잘하게 만들어 주는 책은 아니다. 학술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전문가의 책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수학에 대해 겁먹거나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뭔가를 시작하려면 힘과 시간이 많이 드는 사람들에게‘수학이란 우리가 겁먹었던 것처럼 쎈 놈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잘 활용하면 활용가치가 아주 높은 재미있는 친구’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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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읽는 눈썰미를 키워주는 책 | 2018년에 쓴 리뷰들 2018-03-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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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을 바꾼 반전의 역사

김종성 저
지식의숲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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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머릿말에는 역사의 안목을 '점쟁이'에 빗댄 내용이 담겨 있다. 김종성이 딱 내 취향이라하더라도 '이건 아니다'라는 선입견에 눈살이 찌푸려졌었다. 그러나 뒤이은 이야기를 읽으니 찌푸린 눈살은 이내 풀렸다. 고대 역사가들이 바로 무속인, 즉, 점성가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물론 오늘날에는 처음 보는 사람의 과거를 척척 알아맞추는 용한 점쟁이와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의미있는 내용을 해석해내는 역사가는 분명 다르지만, 이 둘이 풀어내는 혜안과 날카로운 안목은 대동소이하다는 김종성의 주장에 또 넘어가고 말았다. 역시 내 취향.


  이 책은 역사에서 금기어라는 '만약에'라는 썰을 풀어넣어서 역사를 바라보고 풀어내는 안목을 넓히는데 역점을 두었다. 나도 10여년 전에 역사학 강사에게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남겼다가 '역사에는 만약이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시무룩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김종성의 이 책이 내게는 '위안'이 되는 책이기도 했다. "넌 틀리지 않았다"는 말이 환청처럼 들리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내가 퇴짜를 맞았던 것만큼 이 책의 모든 내용에 공감하기는 어려운 것도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대게 하나의 사건이 바뀐다면 여러 변수를 미루어 봤을 때 역사가 이렇게 바뀌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칭다오맥주가 조선의 멸망을 앞당겼다..라는 식이다. 단순도식화해서 설명하면, 러시아의 남진정책을 경제하기 위해 중국 산둥반도에 위치한 칭다오를 점령한 독일, 독일은 이곳에 상주할 작정으로 독일의 기술을 집약한 맥주공장을 세운다. 이에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에 부동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질 것을 우려해 중국의 요동반도에 위치한 뤼순 다롄 지역을 무단 점령한다. 여기에 반대한 영국과 일본, 그리고 당사국인 청나라가 러시아를 맹비난하자 러시아는 국제적 왕따로 전락한다. 이런 위기를 타개할 목적으로 러시아는 일본과 접촉하고 러시아는 만주를, 일본은 조선을 가진다는 조건을 내세워 일본의 협조를 얻어낸다. 이런 절차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으니 칭다오맥주가 조선의 멸망을 앞당겼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뚜둥~


  요컨데, 독일이 청도지방을 점령하는 일만 없었어도 동북아정책에 온건했던 러시아가 강격하게 나설 일이 없었고, 그로 인해 조선을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균형을 이루던 시기에 틈이 발생하지도 않았을테니 적어도 조선의 멸망이 그토록 가파르게 진척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소 비약적인 내용이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나를 면박 주었던 역사학강사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김종성이 말하는 바는 그게 아니다. 역사를 사실 그대로 공부하고 받아 들일바에야 안 하느니만 못하지 않은가 말이다. 역사에 '해석'을 가미하는 일이 쉬운 일도 아니며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 일임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달달 암기만 해서도 안 된다는 게 김종성이 말하는 참뜻일게다. 나는 여기에 깊이 공감하는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역사를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나에게 던진 질문은 '역사를 달달 외워서 어따 써먹느냐?'는 거였다. 수능시험도 아니고 학력고사 세대인 나에게 공부는 '암기'에 가까운 고된 노동이었다. 그런데 역사를 공부할 때마저도 달달 외우는 것 이외에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는 탓에 그저 지겨운 수업일 뿐이었던 참이다. 그러다 고3때 역사선생님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 조곤조곤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주는 수업을 듣고 나서야 역사를 배우는 참맛을 느꼈였다. 안타깝게도 이 선생님은 친일파를 조상으로 두셨던 탓인지 수업중에 '이완용에 대한 변명'을 지겹도록 반복하셨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진위논란은 별개로 나는 그런 역사수업을 통해 진정한 역사공부의 눈을 뜨게 해주었기에 고마울 뿐이다. 물론 친일과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는게 내 역사관점이다. 반드시.


  암튼 김종성의 책들은 내게 '또 다른 역사안목'을 펼쳐주고 있다. 한국사를 읽으면서도 얼마든지 세계사를 공부할 수 있다는 내 지론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김종성의 책들이 고맙기만 할 뿐이다. 그의 책을 읽을수록 역사를 읽는 내 눈썰미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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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커리어우먼', 궁녀들의 이야기 | 2018년에 쓴 리뷰들 2018-03-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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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왕의 여자

김종성 저
역사의아침 | 201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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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운동'이 한창인 요즘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과 '양성평등'을 되돌아보며 좀더 올바르고 밝은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위드유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으로는 여성들보다도 더 앞장서서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못난 남성들의 무식(!)한 목소리를 차단하고 막아드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어리석음을 범할 것 같아 그냥 잠자코 앉아서 지지성명을 내는 것으로 갈음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애써 '남성들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것이 더 나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역사상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적인 목소리는 그동안 많이 냈으니, 지금 여성들이 내는 목소리에 '역차별'이라는 등 볼멘소리를 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성들이 억압받고 차별받아서 생긴 불평등적 요소와 부조리한 것들을 걷어낸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되려 호도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사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는데...아주 혼내줄거임. 미투 운동의 가해자가 특정 정당 소속이라서 정치적 폄훼를 꾀하거나 궁지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애꿎은 '남자 인생' 하나 조졌다는 등의 말 같지도 않은 주장에는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도 않음. '미투 운동'의 본질은 '여성의 인권'을 바로 세워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 있음을 다시금 일깨웠으면 싶다. 설령 당장에는 그것이 되려 '여성 상위 시대'가 되어간다는 오해를 살지라도 지금은 '미투 운동'에 그 어떠한 제동도 걸어서는 안 되고, 걸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여자가 어디 감히..."라는 수식어가 영원히 사라지길 바란다.

 

  더이상의 각설은 생략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이즈음에 읽은 책이 <왕의 여자>란 책이다.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드라마 <동이>가 막 종영을 한 뒤인 2011년에 펴낸 책인듯 한데, 역사가 '김종성'은 대중의 눈높이에서 글을 쓰는 취향인지 그의 책 곳곳에는 사극 드라마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대목이 곳곳에서 눈에 띠어서 독자들이 읽기에 수월함을 선사하곤 한다. 이 책에도 <용의 눈물>, <대왕 세종>, <여인천하>, <대장금>, <왕의 여자>, <동이>, <명성황후> 등등에서 오마주한 듯한 대목이 눈에 띠어 조선시대 궁궐에서 살아간 여인들의 모습을 더욱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습은 많이 왜곡되고 각색되어 있음을 명심해야 하는 점은 반감되는 요소이지만 말이다. 암튼 궁궐 안에 사는 여인들, '왕의 여자'에 대해 심층적으로 들어가 보자.

 

  궁궐에서 사는 여인들을 지칭하는 '왕의 여자'라는 수식어를 오해 없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에로틱'한 선입견을 걷어내야 한다. 흔히 백제가 멸망한 원인으로 의자왕의 '삼천 궁녀'를 꼽곤 하는데, 크기로나 규모로나 어디에도 빠지지 않고 내노라하는 중국의 역대 황실에서도 '궁녀 3000명'을 넘겨본 일이 거의 없을 지경인데, 유독 의자왕에게만은 따라붙는 수식어인 '삼천'이란 수식어는 우리 민족이 '굉장히', '아주 많이' 라는 뜻의 수식어로 '삼천'을 쓰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단다. 실제로 '낙화암'에서 백제의 멸망을 온몸으로 슬퍼한 여인은 몇몇 왕족 여인과 그녀들을 따르는 수행인들 뿐이라니 수천은 고사하고 몇 십명이 고작일터인데, 신라 출신 고려인인 김부식이 이를 부풀려서 과장한 결과로 붙은 나쁜 꼬리표라고 하니 꼽씹을수록 씁쓸한 대목이다.

 

  더욱 기분이 나쁜 것은 동서고금은 안 가리고 안 좋은 소문이나 결과는 모두 '여자'와 결부시키는 역사가들의 행태이다. 트로이 전쟁의 시작도 '복수의 여신'이 던진 황금사과를 탐낸 '세 명의 여신들'에서 원인을 찾는 것으로 모자라 '헬레네'라는 여인의 미모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 거라는 등의 도식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의자왕의 사례도 똑똑했던 의자왕이 실책을 연달아 해서 패망에 이르게 된 까닭을 '여자들의 꾐'에 빠져서 그렇다는 김부식의 다분한 못된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 역사책을 읽을 때, 특히, 여성과 관련된 역사를 읽을 때는 당시의 여성상을 고려함과 동시에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걸러내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성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쓰여진 활자'의 함정에 빠져서 진면목을 놓치지 일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진면목을 살펴볼 '여성 관련 사료'조차 태부족한 것이 현실인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우쨌든, '왕의 여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에로틱한 면을 걸러내기 위해 또 살펴야 할 것이 바로 '밀폐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궁궐이라는 곳이 왕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나가지 못하는 장소가 주는 '성애(性愛)'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바라보아야 한다. '왕의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는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그런데 왕이 밀폐된 그곳에서 하루종일 '그짓'만 할 도리가 없잖은가 말이다. 더구나 한 명의 여인도 아니고 수십, 수백명의 여인과...음음..하는 그런 장면만을 부각한 영화나 소설이 난무하는 까닭이니 '음란마귀'에 빠지지 않은 건실한 독자라도 책을 펼치기 전에는...상상력에 맡기겠다. 총각은 아직 몰라요(")몰라염~

 

  당신이 상상한 '그' 모든 것을 걸러내고 이 책을 들춰보면, '왕의 여자'라는 낱말이 주는 의미는 왕의 부인인 '왕비'를 비롯해서 여러 명의 '후궁'과 '궁녀', 이렇게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일부다처제였던 고려때까지와는 다르게 일부일처제인 조선에선 원칙적으로 단 1명의 부인만을 둘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부인의 몸에서 낳은 왕자만을 '적통'으로 삼아 다음 왕위를 잇게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은 적통을 이은 적이 별로 없는 '운 나쁜 왕조'였다. 태조 이성계시대부터 왕자들의 칼부림이 시작되었고, 간신히 적통을 이은 문종과 단종도 그 운이 단명하였고, 거듭된 정난과 반정으로 왕실의 후사는 왕비가 낳은 자식들보다 후궁이나 심지어 궁녀가 낳은 자식이 왕위를 잇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 책은 '왕실의 대'를 누가 잇느냐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다. 궁궐 내에서 평생을 살아야만 하는 여인들은 과연 '무슨'일 을 하고 일생을 살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몇몇 왕후를 제외하고 평생을 '왕실 후사'만 '생산'하는 일이 중임이었던 왕비들의 삶은 저 뒤로 보냈고, 그나마 궁궐에서 나름 할 일이 많았던 '후궁'들과 '궁녀'들의 삶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왕의 여자'로서 궁궐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았을까? 일단 왕실의 맥을 잇기 위해 왕과 동침을 하고 '왕자 생산'을 하는 몇몇의 여인들은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하지만 그런 '생산'을 하지 않는 여인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내는 내용이 이 책의 골자란 말이다.

 

  물론 그 궁금한 내용도 사극드라마와 영화가 널리 유행되는 바람에 많이 해소된 지금이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흥미와 시청률이라는 복병 덕분에 '궁에서 사는 여인들의 삶'을 심히 왜곡하고 변질시키고 말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후궁과 궁녀들은 왕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왕비는 그런 여인들로부터 지아비를 지켜내고 수많은 여인들을 질투의 대상으로 삼는 모습만 부각시킨 점이다. 오늘날의 대통령 부인은 아무런 권력이 없지만 조선의 왕비들은 왕 못지 않은 '권력'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그 권력을 적절히 사용해 '왕의 여자들'을 지시하고 단속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그리고 '왕의 여자'들의 대표적인 할 일은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수호하는 일'이었다.

 

  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조선시대 내내 왕은 자신이 부릴 수 있는 '궁인의 수'를 늘이려 노력하였고, 신하들은 왕실의 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궁인의 수'를 제한하기 일쑤였다는 점이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교과서에도 나오는 광종의 '노비안검법'을 떠올리시면 적절하겠다. 광종은 귀족들의 노비를 줄임으로써 귀족의 힘을 누르고 양인의 숫자를 늘려 왕권을 강화한 것처럼 조선의 왕실은 궁인(내시와 궁녀)의 수를 늘려서 신하들의 힘을 견제하고 왕실의 힘을 키우려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궁녀들의 일은 오늘날의 '여성 전문인력(커리어우먼)'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 가운데 비서직을 수행하는 여성들이 사장님의 맘에 쏙~들어서 연인관계로 발전했다가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 궁녀들도 대부분은 전문직으로써 평생의 경력을 쌓다가 임금과 지근거리에서 일을 하는 '지밀상궁(나인)'들이 임금님 맘에 쏙~들어서 후궁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내처지기도 하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그런 몇몇의 특별한 경우를 '각색'의 과정을 거쳐서 상업적/예술적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고 말이다. 암튼 이 책을 통해 '궁녀(후궁)들의 일상'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고, 에로틱한 상상도 덕분에 고이 접어 나빌 수 있었다.

 

  한편, 이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점은 '역사'가 너무나도 남성 위주이다보니 여성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는 '사료'가 너무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글쓴이 김종성도 말하거니와 읽는 독자로서도 '역사 속 여성'을 읽을 기회가 더더욱 많아져야겠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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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렇게나 친절한(?) 설명이라니 | 2018년에 쓴 리뷰들 2018-03-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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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존 L. 잉그럼 저/김지원 역
이케이북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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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 으스대며 살아갈즈음에는 눈에 겨우 보일 정도로 작은 미생물 따위에 관심도 두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름조차 하찮은 '미생물'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렇게 하찮게 여기던 미생물이 사실은 인류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살아왔고 심지어 인류가 멸종된 후에도 지구의 최후까지 함께할 생물이라는 점을 깨달은 지금은 그 위상이 달라졌다. 그런데도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그 '위대함'이 밝혀진 오늘날에도 미생물은 여전히 하찮게 여기고 있으며 많은 이들은 아직도 그 위상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다는 현실이다. 심지어 인류는 미생물의 도움이 없으면 하루라도 살아갈 수가 없으며, 또 미생물이 독하게 마음을 먹고 괘씸한 인류를 향해 본떼를 보여준다면 인류는 속절없이 멸종할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물론 미생물에게 '사고나 감정' 따위가 함께 할 일은 없지만 말이다. 이렇듯 인류를 비롯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미생물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줬으면 싶다는 게 이 책을 쓴 글쓴이나 이 책을 추천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보인다. 뭐, 나는 순수한 지적호기심이 더 앞서지만 말이다.


  그 호기심은 치즈에 구멍이 생기는 까닭이나 소가 풀만 먹고도 살이 찌는 일상적인 궁금증 따위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치즈를 싫어할 뿐만 아니라 소가 살이 찌든 말든 내 몸의 군살이나 요요현상없이 쫙쫙 빼주지 않을 바에야 애초에 관심 따위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호기심은 '미생물의 생존력'에 있다. 또, 극한 환경 속에서도 적응하며 살아가는 힘에 관심이 끌렸다. 이런 끈질긴 생명력에 관심을 두는 까닭은 진시황제가 꿈꿨던 '불로불사'에 있지 않다. 40년을 살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 이상을 생명연장 해봐야 더 힘들 뿐이니 관심밖이고, 미생물의 생명력이 이렇게나 끈질긴데도 인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의아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생물 중에는 인류를 질병이나 죽음에 이르도록 위협하는 위험한 종도 있는데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혹시나 인류를 살아남게 또는 건강하게 하는 미생물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인류는 미생물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텐데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도록 유용한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다. 물론 그 답은 이미 상식선에서 많이 알려져 있으며 그동안 주워들은 풍월만으로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 담겨 있어서 매우 흡족할만한 독서는 아니었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그 이상이다. 제목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이 책은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담아 두었다는 점과 더불어서 우리 인류는 미생물과 공존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니 인류의 미래는 미생물이 '허락'하지 않으면 보장받을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뭔가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겨 있는 듯한 메시지라 이 책의 내용도 그럴 것이라고 오해할까봐서 덧붙이지만 이책은 그냥 '과학책'임을 밝혀둔다. 다시 돌아와서, 그만큼 미생물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매우 높다. 뭐, 책이 너무 두껍고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읽다가읽다가 지쳐서 잠들 수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내용은 우리 주위를 둘러싼 공기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인류는 미생물의 도움을 너무나 당연히 여기고 있으며 그 중요성도 함께 인식하지 못함이 아쉽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렇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생물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고 있으며, 간혹 역사상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며  '신의 저주'라고 불리울 정도로 큰 위협을 가하는 것도 미생물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미생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그닥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는 글쓴이의 절규가 들리는 듯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말이다. 가끔이지만 과학책을 읽는데도 내 감수성을 자극하는 책들이 있다. 마치 일상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과학적 원리와 이론을 알게 되면 그런 감상이 수그러들기 마련인데, 가끔은 그 일상의 원리와 이론을 밝혀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연구를 했을 과학자들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하릴없는' 노력과 땀이 안쓰럽게 만 여겨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뭐 이런 걸 다"라는 말은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 말이다. 물론 엄청 중요한 사실을 밝혀내어서 그 공이 이미 크지만 말이다. 앞으론 와인과 치즈를 먹을 때도 미생물이 떠오를 것 같다. 물론 막걸리는 말할 것도 없이...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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