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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연작 리뷰를 쓰다 | 2021년에 쓴 리뷰들 2021-10-0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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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돈 키호테

세르반테스 원작/김남길 글/김용달 그림
파란자전거 | 2007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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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집구석을 뒤지다보니 <돈 키호테> 책이 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과 논술수업을 하면서 구비한 책들인데, 정작 책 내용이 가물가물해져서 다시금 꺼내들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구성은 '세르반테스의 생애'를 다룬 내용과 '돈 키호테의 대강 줄거리'가 수록되어 있다. 구성만 놓고 봤을 땐, '가성비'가 참 좋은 책이면서 동시에 '배경지식'을 쌓기에 참 좋은 책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청소년용으로 편집된 덕분에 내용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이때 어울리는 속담이 '수박 겉핥기'일 것이다.

 

  그렇지만 <돈 키호테>가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나 효율적인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왜냐면 원작을 뒤쳐(번역) 놓은 '완역본'이 700여 쪽에 육박하는 벽돌책이므로 웬만해서는 완독조차 힘든 책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400년 전에는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긴책'이 분명하지만, 21세기에서는 당최 무엇이 웃기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한 '난해한 책'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책인데도 '명문대 필독서'라면서 <고전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책만 읽어서는 요즘 청소년들이 이해하기도 힘든 내용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알맞은 <안내서>가 필요하다. 바로 이 책처럼 말이다.

 

  <돈 키호테>가 400년 전 대중의 배꼽을 쏙 빼놓은 까닭은 르네상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중세의 기사'가 등장하여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오늘날로 치면 "라떼는 말이야"라면서 왕년의 스타가 옛일을 회상하면서 요즘 세태를 까발리고, 대개는 엉뚱한 일을 벌이고 말지만 가끔씩 현실비판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좋을 듯 싶다. 그렇다. <돈 키호테>가 명작의 반열에 오를 만한 까닭은 바로 '세태를 비판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근대가 시작할 정도로 시민들의 의식은 깨어있는 판국에 왕년에 한가닥 하던 '중세기사'로 분장한 주인공이 등장해서 하는 짓마다 엉뚱하고 한바탕 말썽을 피우니 우스웠던 것이다. 마치 옛날 코미디인 '(행동이나 몸짓으로 웃기는) 슬랩스틱'의 한장면을 그 당시 사람들이 떠올렸던 거라고 보면 좋을 듯 싶다. 이런 장치는 '신분계급'에 대한 저항정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사계급은 중세시대에서는 한가닥 하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기사계급'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엉뚱한 기사'가 등장해서 난장을 피우니 우스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라면 <돈 키호테>가 명작이라고 불릴 수 없을 것이다. 명작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돈 키호테가 때때로 명쾌할 정도로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기사계급'은 몰락했지만, 여전히 왕이 존재했고, 귀족과 성직자가 떠세를 부리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돈 키호테가 이런 '권력층'을 향해서 가감없는 한방을 통쾌하게 날렸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런 돈 키호테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정작 오늘날의 독자들에겐 어떤 메시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걸까? 현대의 독자들에게 '돈 키호테의 매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무모한 도전'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돈 키호테의 행동이 미치광이로 보일지는 몰라도 '엄청난 거인'을 향해 용감히 돌진할 수 있는 용기만큼은 박수갈채를 아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풍차'였을지라도 말이다. 돈 키호테에만 보였던 거인과 용, 그리고 풀 수 없는 마법과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둘레시아 공주 따위가 바로 '무모한 도전의 원천'인 셈이다. 세속의 눈으로 보았을 땐 성공 가능성이 '제로'일지라도 돈 키호테만의 시선으로 보면 '희망'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넘어서 '가능성'을 활짝 열어버리는 마법이 펼쳐져버린 셈이다.

 

  그 '가능성'이 중요한 까닭은 오늘날의 '메타버스'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나 싶다. 현실에서는 초라한 자신일지라도 '가상현실' 속에서는 엄청난 재능을 뽐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또 다른 나'가 존재하며, 원한다면 '무한한 자신'을 갖게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에서 '무한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현실의 돈 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뛰쳐드는 무모한 인물이지만, '메타버스'가 구현한 세상에서는 무시무시한 용을 향해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의 돈 키호테는 더는 '미치광이'가 아니다. 그는 꿈을 실현하는 몽상가로 불리워야 마땅할 것이다. 비록 몽상가의 꿈이 실현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몽상가의 꿈'이 실현되는 그 순간에 세상은 언제나 큰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그랬고, 에디슨이 그랬으며, 라이트 형제가 그랬다. 세상은 언제나 '실현가능성 제로'였던 몽상가의 꿈이 실현되는 그 순간부터 새 세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다음 <돈 키호테> 책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펼쳐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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