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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2. 지구를 아프게 하면 인류는 더 아플 수밖에 없다 | 2021년에 쓴 리뷰들 2021-02-2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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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감염병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김정민 저
우리학교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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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끝나지 않은 판데믹시대를 맞아 아이들과 독서논술 수업을 하려고 선정한 책이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다고 생각이 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고전책도 필독서로 선정하곤 하는데, 이 정도의 과학인문책은 현실에서 접하는 일상의 경험으로 그닥 어렵지 않게 문제의식에 접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선정하게 되었다.

 

  또한, 요즘 언론이 부추기고 있는 '가짜 뉴스'로 인해서 어른들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마저 헷갈려 하고 있는 실정이다. 2%의 사실에 98%의 나쁜 상상력(?)을 덧붙여서 써내려간 기레기들의 코로나 뉴스를 접하고 있으면, 선생인 나조차도 홀랑 속아넘어가서 불안에 떨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린 초등학생들이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잘못된 뉴스의 한 토막을 듣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겠느냔 말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은 그러한 '가짜 뉴스'의 심각성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뉴노멀'이 되었을 때 우리가 새로운 감염병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과거에 감염병을 인류가 어떻게 극복했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19'를 비롯해서 앞으로의 감염병 유행에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지를 다룬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상식을 인식해야만 한다고 방점을 찍었다. 다름 아니라, '지구의 주인'이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주인이 따로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왜냐면 '자연'은 아무런 의식도 없고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결코 특정한 생물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 그저 '환경'을 제공할 뿐이고 각각의 생물들은 그 환경에 알맞게 '적응'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면서 자연을 황폐하고 만들었고 수많은 생물을 멸종에 이르게 했으며 끝내 환경을 오염시켜서 지구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대표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예로 들었는데, 그뿐 아니라 '코로나19'도 인류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왜냐면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기 이전에 이미 '사스(2002년)', '메르스(2012년)'로 우리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같은 병원균으로 점차 변이를 거듭하며 인류를 감염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사스나 메르스 때는 이유를 알 수 없게 급속도로 유행하다가 삽시간에 종적을 감춰버려서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코로나19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세계가 몰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을 맞아 다시금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비용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데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개발을 미루다가 새로운 감염병이 대유행 해버린다면 엄청난 경제손실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코로나가 물러나고 인류가 극복할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해도 언제든 다시 '새로운 감염병'이 우리를 괴롭힐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봐야 적절한 때를 놓쳤다는 사실만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고 말이다.

 

  또 하나, 코로나 판데믹의 원인을 살펴보면 인류의 무분별한 자연훼손과 무리한 개발로 인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동물들이 인류에게 감당할 수 없는 감염병을 선사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로 거론된 '사향고양이', '천산갑', '박쥐' 등을 사냥해서 요리해서 먹는 행위나 이들 생물이 살아갈 숲을 망가뜨리고 인간의 영역으로 둔갑시키는 바람에 인간과 접촉이 늘어나게 되자 '새로운 감염'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숲을 개발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코로나' 같은 감염병은 애초에 생기지도, 생겼다하더라도 전세계로 퍼지지도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이처럼 인류의 끝없는 욕심이 화를 불러오게 된 '코로나바이러스'는 미래의 인류에게 뼈아픈 교훈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제는 자연을 정복을 대상으로 삼지도 말며 인류끼리 무모한 경쟁으로 자연을 황폐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오직 자연과 '공생'해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다는 진실을 인식하고 인류의 삶을 자연친화적으로 개선하려고 무한한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다.

 

  흔히들 말하지만, 지구를 병들게 한 것은 인간이지만, 병든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것도 오직 인간 뿐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또한, 인간은 어떤 위기속에서도 반드시 극복해내곤 한다..며 지구 유일의 '잘난척쟁이'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인류의 위대한 역사를 일구어내는 원동력이 된 자부심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오만의 경지'에 다달았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더는 지구 환경이 인류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과학자들의 전망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인류의 건강은 지구의 건강과 맥을 같이 하게 되었다. 지구를 아프게 하면 인류는 더 아플 수밖에 없다는 진실. 이걸 깨닫지 못했다면 인류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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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9. 잘 쓰면 유용하지만 잘못 쓰면 목숨을 앗아가는 화학상식 이야기 | 2021년에 쓴 리뷰들 2021-02-2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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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등학생이 딱 알아야 할 화학원소 상식 이야기

김성삼 글/홍나영 그림
파란정원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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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일상에서 화학은 매우 밀접합니다. 현대인이 쓰는 생활용품의 거의 대부분이 바로 '화학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천연재료인 돌, 흙, 나무조차 화학처리를 하지 않고 천연 그대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화학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이랍니다. 그건 바로 '인공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인데, 잘못 사용된 화학제품이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앗아가는 주범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화학제품은 일상에서 쉽게 구하고 편리하게 쓰는데도 잘못 쓰이면 건강과 생명까지 앗아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갖고 있기에 '양날의 검'의 특성을 갖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그 방법은 바로 '아는 것이 힘'입니다.

 

  화학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화학원소'를 낱낱이 아는 것입니다. 학창시절에 화학을 배울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주기율표'를 외우는 것처럼 화학의 시작은 언제나 '화학원소의 특징'을 샅샅이 알아내는 것입니다. 그 까닭에 '암기과목'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무작정 외우기보다는 생활과 밀접한 내용부터 차근차근 알아나가면 더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화학은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화장품이나 향수의 '성분'만 살짝 공부해도 매우 많은 화학적 지식을 익힐 수 있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의 '구성성분'만 읽어도 웬만한 '화학원소 이름'을 찾을 수 있답니다. 여기에 살짝만 노력을 가해서 '화학성분 이름'을 백과사전(인터넷 검색 등)에서 찾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배울 수 없는 '기본 상식'들을 흥미롭게 알게 된답니다.

 

  물론, 모든 공부비법이 일맥상통하기에 특별할 것이 전혀 없는 공부법이지만, 이 방법을 통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화학공부를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경험하실 겁니다. 비단 화학공부가 '원소'나 '원자'와 같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배우고 익히기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수학에 버금갈 정도로 복잡한 수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낯선 친구와 금방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이름'을 먼저 알고, '사는 곳'과 '성격이나 취미'를 알게 된 뒤에 점점 친해지는 것처럼, 화학공부도 '화학원소의 이름'을 알고, 각각의 특성을 파악하면 그닥 어렵지 않게 익숙해지게 될 겁니다.

 

  특히, 요즘에는 '방사성 원소'에 대한 지식이 어린 시절부터 필요하답니다. 예전과는 달리 핵분열이나 핵융합 에너지를 '미래의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거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더욱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는 '라돈 침대' 때문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죠. 정상가동을 하지 못하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물질을 그대로 바다나 육지에 버리고 있다는 뉴스는 지금도 꾸준히 나오고 있답니다. 또한, 일본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인해 지금도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인 피폭자들이 아직도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하고 외면 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꼭 알고 있어야 한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 오래 전에 건설된 원자력발전소가 노후 되어 방사능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지식입니다. 더구나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고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엄염한 현실도 매우 심각하게 각성하고 있어야만 하지요.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화학지식'은 차고도 넘칩니다. 현재의 일상생활을 넘어 미래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지식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상식이야기>란 바로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물론, 어려운 내용이나 복잡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초등학생도 얼마든지 읽고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책이랍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깊은 의미마저 가볍게 치부되면 안 되겠지요. 이 책을 읽은 초등학생들에게 살포시 '현실의 문제점'과 '미래에 다가올 지도 모르는 문제의식'을 일깨워주면 더할나위 없는 독서수업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논술쌤으로서 이 책 시리즈를 사랑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파란정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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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10. 다윈이 옳았다 | My Story 2021-02-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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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취직을 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되어 간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저녁 8시에 퇴근하는

14시간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내 몸은 파김치가 되어

씻고, 먹고...

그리고 쓰려져 잠들기를 반복한다.

 

휴일도 없다시피 일을 한다.

평일은 평일이라서 당연히 일을 하고

주말에도 비상근무라는 형태로 일을 한다.

명절, 공휴일에도 돌아가면서 일을 하곤 한단다.

 

이런 일상이 두 달간 지속되니

밤에는 정강이와 종아리, 그리고 허벅지까지

쥐가 나서 잠을 설치기 일쑤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인가 보다.

하루에 2만보가 넘는 힘든 운동(?)을 반복하니

나름 단련이 되는 모양이다.

아직 내 건강에 자신이 없어서

조심에 조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편으로 걱정도 되지만

이렇게 몸을 단련하다보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닌지

낙관적인 상상도 해보곤 한다.

 

이렇게 내 몸이 단련되는 것과는 달리

없던 '불안증세'가 생기고 말았다.

갑갑한 출근버스에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숨이 가빠오는 증세가 뜬금없이 찾아오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 '출근시간'을 단축하려

가장 가깝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버스노선을 알아냈고,

마스크를 쓰고도 갑갑해하지 않을 넓은 공간을 찾아서

출근을 하고 있다.

 

불안증세가 생긴 까닭은

40분마다 오는 통근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300미터 가량을 전력질주로 달려가서 버스를 탔더니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도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어서 생겨버린 것이다.

 

그날의 경험을 한 뒤로는

되도록 뛰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이제는 버스를 타기만 해도

불안증세가 찾아와 숨이 가빠져 버리곤 한다.

어서 코로나가 물러가길 바랄 뿐이다.

 

암튼, 몸은 점점 적응을 해가고 있고

독서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중이다.

출근해서는 읽을 시간이 없고

퇴근해서도 지쳐서 거의 읽지 못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불안증세에 빠지지 않으려고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예전 수준의 독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 달에 10권 수준을 돌파할 즈음에

빠르게 예전처럼 읽고 쓰게 될 것이다.

그때 즈음에는 블친님들을 방문하며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윈은 언제나 옳았다.

아직은 '적응중'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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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정재승 추천★『휴먼카인드 :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 Wish List 2021-02-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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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저/조현욱 역
인플루엔셜 | 2021년 03월

 

신청 기간 : 3월1일 까지

모집 인원 : 5명

발표 : 3월2일

신청 방법 :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 신청 전 도서를 받아 보실  기본주소를 꼭 확인해주세요.


 

* 서평단 여러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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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에 아래 문구를 꼭 넣어주세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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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4. 적어도 그는 반역자는 아니었다 | 2021년에 쓴 리뷰들 2021-02-2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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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김재규 장군 평전

김삼웅 저
두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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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을 하얼빈에서 저격해서 사살한 것을 영웅적인 행위라 칭하길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재규 장군이 박정희를 저격한 것은 무어라 평가해야 할까? 여기서 김재규를 '장군'이라 칭한 까닭은 딱히 존경의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다. 그저 김재규 스스로 그렇게 불러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김재규를 존경할 수 없는 까닭은 그도 박정희와 함께 '쿠테타'를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쁜놈'이 아흔아홉 가지 죄를 저지르고 단 한 번의 선을 베풀었다고 해서 '좋은놈'이라고 부를 까닭이 없다는 단순한 까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아니었다면 '유신독재'를 누가 멈추게 할 수 있었단 말인가? 조선의 평화를 넘어 동양의 평화를 간절히 바랐던 안중근이 권총을 든 것처럼 김재규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기꺼이 권총을 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김재규 장군의 생애를 다시금 조명해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딴에는 격동의 시절을 살아간 이들이 말하는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싶은 맘도 있다. 전세계가 '냉전'을 맞아 미국의 편이 아니면 소련의 편을 들어야만 했고, 해방 후에 남북으로 분단이 된 한반도에서는 더욱 극심한 '이념 갈등'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또한, 경제가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민주화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는 점에서도 '독재정권'들의 변명에 뭐라 반박하기 힘든 무엇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법치국가'를 포기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의 재산을 가로채는 불법을 저지르고서도 "그때는 모두들 어쩔 수 없었다"고 늘어놓은 변명에 무죄를 선고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냔 말이다. 마찬가지로 이승만 독재가 물러간 자리에 '민주적인 혼란'이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군사독재'로 모든 것을 밀어붙여서 19년 동안 권력을 독점하고 부정과 비리에 눈감고 전횡을 일삼았다면 '국민의 심판'을 달게 받았어야만 했다. 헌데도 권세욕이 하늘을 찔러버린 '독재자'는 지금도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그 '독재자'를 처단한 이는 불명예스럽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은 채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마치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폄하하고 훼손시키는 세력과 다를 게 무어냔 말이다.

 

  이는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잘못 인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사사로운 평가는 논외로 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가진 그가 저질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명정대한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는 '독재자'라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부정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국민과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바꾸고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이 그런 독재자를 사랑(?)해마지 않았던 까닭은 '경제 살리기'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 덕분이다. 물론 그가 집권하던 시기에 대한민국의 경제가 급성장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급성장한 경제로 혜택을 받은 이들은 누구누구였던가? 자신을 비롯해서 자신의 측근과 비리로 얼룩진 대기업들과 그 밑의 특정 기업들이지 않았는가 말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헐벗고 못 살았다.

 

  민주화에 대한 평가는 형편없다. 그가 집권하던 시기에 '민주화 운동'은 철저히 탄압되었다. 더는 국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남산(중앙정보부)'에만 가면 묻히기 일쑤였다. 으레 산꼭대기에서 외친 목소리는 메아리가 울려퍼지기 마련인데도 말이다. 또한 '반공'을 국시로 삼아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며 한다는 짓거리는 거의 대부분 '대한민국의 국민'을 위협하며 '박정희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차단하는데 혈안이 되었을 뿐이다. 심지어 이후락는 김일성을 만나서 '박정희 정권'을 유지하는데 공공연한 협조를 얻어내는 일까지도 저질렀다. 그토록 '반공'에 철저한 정권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지 않았느냔 말이다. 결국 박정희 정권은 자신의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서슴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럼에도 민주화의 물결이 멈추지 않자 박정희 정권은 '유신'을 꺼내든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긴급조치'를 연달아 내놓은 저의는 다름 아니라 '영구집권'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약 '김재규'가 권총을 쏘지 않았다면, 영구집권이라는 서슬퍼런 독재를 무엇으로 막을 수 있었느냔 말이다. 그래서 김재규에 대한 평가를 다시금 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허나 김재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그리 좋을 리 없다. 일제시대에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유학도 다녀왔고, 해방 후에는 군인의 신분으로 박정희와 함께 쿠테타에 참여했으며, 박정희가 오랜 집권을 하는데 협력한 사실이 어렵지 않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는 '독재자의 공범'인 셈이다. 그런 그가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는지 박정희가 '영구집권'의 야욕을 벌이자 그의 심장에 총부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사전에 계획된 것인지 우발적인 사건인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유신정권을 뒤이어서 '전두환 독재'가 이어졌기 때문에 김재규를 서둘러 사형시켜버리고 관련된 기록을 은폐해버리거나 날조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는 박정희를 영웅대접하느라 온국민이 함께 은폐하고 날조하는데 동참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재규에 대한 평가는 '10·26 사건'이 벌어진 지 40여 년이 넘어서야 다시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반석에 놓여지고 난 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혁명가'인가, '반역자'인가? 나는 적어도 '반역자'라는 평가는 지워버려야 한다고 본다. 그를 혁명가로 부르기에는 그의 생애 대부분이 '박정희'와 함께였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반역자'라는 낙인은 당연히 떼어 내야 한다고 본다. 그가 한 일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한 구국의 결단이었지, 독재자의 편에 서지 않은 반역자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저격이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정점을 찍지는 못했다. '유신독재'를 막아내긴 했지만, '신군부 세력'의 등장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에 의해 처형 당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무력하게도 말이다. 하지만 그의 결단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신군부의 독재'를 비교적 빠르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87년에 '6월 항쟁'이 성공적으로 치뤄졌기 때문이다. 김재규의 거사가 아니었다면 '유신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더욱 힘들었을 것이고, '박정희 신드롬'에 빠져 있던 국민들 틈바구니에서 '민주화 운동'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거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재규는 '의사'라는 칭호를 받지는 못하지만, 그가 평생 자랑스럽게 여기던 '군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장군'이라는 칭호를 주는 것은 그닥 나쁘지 않은 것 같기에 그를 '김재규 장군'이라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기도 하다. 물론 존경의 의미까지는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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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2. 사나이 가는 길은 막지 않으면서 말이야 | 2021년에 쓴 리뷰들 2021-02-2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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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저/안미란 역
민음사 | 201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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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의 원조격인 희곡이다.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19세기에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당당히 문을 박차고 나가는 엔딩이 인상적인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여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시 당하기 일쑤다. 왜일까? 여성들의 개인적인 성향 문제일까? 아니면 사회구조적인 분위기에 매몰된 탓일까? 그도 아니면 '여성운동'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여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탓일까? 한참 부족한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마지막 이유 때문인 듯 싶다.

 

  흔히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고 말하곤 한다. 여성운동이 제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산산히 흩어져버려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인 것은 '여성 문제'를 제대로 접근해서 남성 지배적인 사회에 당당히 입장을 발휘하려고 해도 번번히 '현실의 벽'에 부딪혀 버리기 때문이다. '현실의 벽'이란 여성은 '가정적'이어야 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말한다. 여성은 밖에 나가서 '자아실현'을 하기보다는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늘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을 말한다. 설령 사회에 큰 공헌을 이룰 정도로 걸출한 인재로 발탁이 된다 하더라도 '결혼의 굴레'에 갖혀버리면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과 교육, 살림과 가사 등을 도맡아서 해내고 난 뒤에야 허락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남편들은 직장에서 출장, 야근, 회식을 하면서도 '가정'을 위해서라고 변명하지만, 아내들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출장도 안 되고, 야근도 안 되며, 회식은 더더군다나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왜 이런 차별이 생겨버린 것일까?

 

  물론, 임신과 출산이 전적으로 '여성의 몫'인 탓이 크다. 불룩한 배를 내밀고서 출근이라도 하면, 아무리 '여초 직장'이라고 하더라도 눈치가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임산부에게 가중한 일을 강요할 수 없잖은가 말이다. 더구나 출산이 가까워지면 짧게는 세 달, 길게는 삼 년 동안 직장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어린 젖먹이를 내버려두고(?) 출근이라도 할라치면 '독한년' 소리 듣기 십상이고, 그렇게 해서라도 '출세'가 하고 싶으냐..라는 빈정거림을 듣기 일쑤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식을 사랑할 줄도 모르는 비정한 엄마(또는 며느리)라는 불명예스런 딱지라도 받게 되면 '일과 가정'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서서 고민해야만 한다.

 

  반대로 '남자'의 경우에는 전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남자는 결혼을 하면 더욱 출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아빠가 되면 웬만해선 직장에서 짤리지도 않는다. 여자와는 달리 '처댁(시댁의 반대말, 처가의 높임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얼마든지 사회생활에 매진할 수 있다.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가정적인 남성을 '무능력자'로 낙인을 찍을 정도로 말이다. 오히려 가정에 소홀히 할수록 사회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남자의 세계'다.

 

  이런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이 책을 읽어보면 느낌이 남달라질 것이다. 주인공인 '노라'는 남편을 사랑하고 가정에 헌신적이었는데도, 남편은 노라를 자신의 명예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할 뿐이었다. 노라는 남편이 쥐꼬리만한 수입으로 곤궁한 처지에 있을 때도 불평 한마디 없이 자녀 셋을 낳고 기르면서 알뜰살뜰 살림을 해왔다. 심지어 신통찮은 벌이를 하던 남편이 과로로 건강이 나빠지자 의사의 권유대로 '요양'을 가서 남편의 생명을 살려내는 일까지도 했다. 엄청난 돈이 필요한 일인데도 말이다. 물론 곤궁한 살림에 큰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오직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매달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하면서 아끼고 또 아끼며 살림을 해나갔다. 이 모든 일을 남편에게 비밀로 하고, 남편과 아이들은 좋은 음식과 좋은 옷으로 호강(?)을 시키면서도 노라 자신은 늘 싼 음식과 싸구려 옷을 챙기면서도 절대 티나지 않게 했더랬다. 그런데도 남편은 자신의 명예만을 걱정하는 쫌생이처럼 굴었다. 아내가 자기 몰래 저지른 범죄(?)가 들통나면 자신의 명예와 처신이 깎일 것만 걱정하며 노라에게 험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때 노라는 결심을 한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도 않고 아내로서 존중하지도 않는 남편과는 같이 살지 않겠노라고 말이다. 심지어 남편과 가정에 헌신적인 아내를 '법적'으로 보호하지도 않는 사회는 잘못되었노라고 당당히 선언하기까지 했다.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남자들의 보호'가 없이는 살 수 없게 만든 세상에 대한 경고를 던진 셈이다. 여선은 어릴 때는 '아버지'의, 결혼을 하면 '남편'의, 남편이 죽으면 '아들'의 보살핌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사회에 경종을 울린 <문제작>으로 보아야만 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희곡이 초연했을 당시엔 수많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전해진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당시 사회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남편 헬메르'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상식', 그 자체였지만, '아내 노라'의 대사와 몸짓은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여성도 당당히 사회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자신의 존재를 세상이 인정하는 시대가 펼쳐졌다. 하지만 여전한 것도 있다. 바로 '현실의 벽' 말이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굴레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그러한 것들이 '상식'처럼 떠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라는 말한다. 자신은 아버지의 '인형'으로 자랐고, 결혼한 뒤에는 남편의 '인형'이 되고 말았다고 말이다. 노라 스스로는 '남자' 못지 않은 어려운 일을 해냈고, 충분히 사랑받고 존중받을 만한 일이었다고 자부했지만, 아버지에게서도, 남편에게서도, 누구에게서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에 노라는 떠날 준비를 마쳤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공부)'을 받겠노라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노라는 잘못한 일이 없다. 그런데도 남편에게는 '종속'을 강요받았고, 사회로부터는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 사회는 노라에게 '남자의 도움(또는 보살핌)'을 받지 않고서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존재로 치부해버렸다. 노라는 이처럼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한 '교육'을 다시 받겠노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그래서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집을 떠난다.

 

  이런 노라를 비난할 수 있을까? 남편은 몰라도 자식을 버리면서까지 '교육'에 집착하는 이기적인 여자로 낙인 찍을 수 있을까? 그래선 절대로 안 된다. 반대로 아내와 자식을 나몰라라하고 집을 떠나는 남편이 있으면 '무정하다'는 비난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사나이 가는 길'을 막지 말라는 그럴 듯한 핑계까지 마련해주면서 말이다. '여성이 가는 길'은 왜 축복해주지 않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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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초등학생이 딱 알아야 할 화학원소 상식 이야기] 출간 기념 서평 이벤트 | Wish List 2021-02-1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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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나에게 쓴소리 | 2021년에 쓴 리뷰들 2021-02-13 23:13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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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생 리커버 에디션 시즌1 1

윤태호 글그림
더오리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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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직장에 들어간 지도 벌써 1달이 지났다. 첫 월급도 받았는데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한 탓에 '최저시급'으로 계산을 해서 100만 원 조금 넘게 받았다. 턱 없이 모자란 금액이지만 부모님 용돈을 챙겨주고, 직장을 소개해준 여동생 내외에게도 감사인사를 챙겨주고 나니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이제 월급쟁이가 되었다는 안도감에 다음달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첫 출근을 하면서 다짐한 것은 '버티자'였다. 반백 살이 되어가는 나이에 '육체노동'이 전부인 일을 다시 하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을까 가장 걱정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그 걱정보다 더 큰 걱정이 생겨버렸다. 바로 '방금 배운 것을 돌아서면 까먹는 것'이었다. 분명 들었는데도 해야 할 일을 까먹고 순서를 헷갈리고 바로바로 알아 듣지 못해 헤매기 일쑤였다. 젊은 시절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깜박깜박에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실수연발을 거듭했다. 10살이나 어린 선임에게 지적질을 당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 2주 정도 진행이 되자, 드디어 한계가 찾아왔다. 어쩌란 말인가...자꾸 까먹는 걸 말이다. 자존심이 상하다 못해 마음속으로 '자를 테면 잘라라. 이젠 존심 상해서 더는 못 배우겠다. 나가라면 나갈란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병원 일이라는 것이 '서비스'와 '봉사'이기도 하지만, 그런 사명감보다는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실수가 용납이 되지 않는 엄격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메뉴얼'이 중요하고, '순서'가 중요한 우선순위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나이가 드니 그 중요한 것들이 단박에 익혀지지 않아 고생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어쩌란 말인가. 안 되는 것을 말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고작 '한 번' 듣고 빠릿빠릿하게 일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낯설음'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이 상하고 퉁퉁 부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면 씻고 늦은 저녁을 먹기 무섭게 이불 위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5시, 알람소리에 놀래서 깨곤 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것이 이토록 쉽게 '적응'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하루 8시간을 앉지도 못하고 꼬박 걷고 또 걷는 일과를 매일 겪다보니 이제는 제법 근육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백과사전보다 두꺼웠던 뱃살도 얇아지고 냄비 손잡이처럼 그립감이 좋았던 옆구리살도 쏙 들어갔다. 2주 동안 밤마다 고통을 안겨 주었던 쥐가 나던 다리도 이제는 가벼운 스트레칭에 싹 가라앉고는 한다. 그리고 피곤해서 읽지도 못했던 책을 다시 읽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그래서 다시 읽게 된 것이 바로 <미생>이었다.

 

  나는 <미생>을 원작인 웹툰보다 '드라마'로 먼저 보았고, 드라마를 다운로드한 뒤에 열 번도 넘게 '다시 보기'를 거듭했다. 그렇게 드라마에 푹 빠져든 뒤에야 '단행본'으로 출간한 만화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결국 웹툰을 가장 마지막에 본 것이다. 바둑도 두지 못하는 천박한 하수가 '바둑만화'를 구매해서 읽게 된 까닭은 <미생>이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사회초년생'을 위한 교과서와 같은 인생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난 <미생>을 다시 읽게 되었다. 월급쟁이에서 자영업자가 된 지 17년 만에 다시 월급쟁이로 되돌아왔기 때문에 말이다.

 

  <미생>의 1권은 주인공인 장그래가 바둑연구생에서 무역상사 인턴으로 입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어찌 보면 '사회초년생'인 나이에 '인생의 패배를 맛 본, 패잔병'이 삶의 길(활로)을 찾기 위해 '회사의 말단'으로 입사해서 생고생을 하는 이야기로 보여진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비록 '코로나'라는 전세계적인 위기로 인해 나 혼자만의 실패는 아닐지 몰라도..어쨌든 '지금의 내 모습'은 자영업의 세계에서 패배한 실업자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새 직장으로 몸을 옮긴 상황이 '장그래'와 몹시 닮기도 했다. 만화 속의 장그래는 '실패자'라는 딱지를 떼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상황이지만, 나는 첫 발이 아니라 '인생 3막'이라는 것이 다를 뿐, 장그래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장그래처럼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고 일을 배워본 적도 없기에 실수투성이 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냉혹한 사회생활에서 주변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디든 '초보자'보다는 '경험자'를 대우해주기 마련인 탓이다. 아무리 빠릿하게 일을 잘 배우는 능력자와 같은 신입이라고 해도 '가르쳐서 써먹기'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능력자를 대접해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회초년생'에게는 넘사벽일 따름이다.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알아서' 척척 해낸단 말인가. 불가능할 따름이다.

 

  그래서 신입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선임들의 마음에 쏙 들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기 마련이다. 장그래는 '쌔빠진 노력'으로, 안영이는 '통찰력을 갖춘 노련함'으로, 장백기는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 약삭빠름'으로, 한석율은 '능구렁이 같은 열혈능숙함'으로 인턴사원에서 정식사원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물론 정식사원이 된 뒤에도 '살아남기'는 계속 될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사회초년생'에게 인생을 가르치면서 '바둑'이라는 또 하나의 예술을 인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제1회 응씨배 바둑대회'에서 조훈현 9단이 녜웨이핑 9단에게 '역전승'을 거둔 역사적인 대국을 통해서 말이다. 바둑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두고두고 회자가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바둑을 몰라도 '해설'만 읽어도 사활을 건 일생일대의 한 판 승부를 '인생이야기'로 녹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바둑용어'를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미생' 또한 '완생(바둑에서 두 집 이상을 내어서 완전히 삶)'이 되지 못한 바둑판 위의 돌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회초년생'은 물론 아직 이렇다 할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고작 '두 집'만 내면 살아남기는 하지만 겨우 그것만으로 '승리'를 거두기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반 집 차이' 승부에서는 상대보다 '완생'을 하나 더 해내는 것이 승부를 결정짓는 일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지 않느냔 말이다. 방 두 칸짜리 집 한 채를 얻기 위해 월세, 전세를 거쳐서 '자기 집'을 갖는 것이 소박한 꿈(?)인 인생이 얼마나 많느냔 말이다.

 

  물론 나 역시 여전히 '미생'인 삶을 살고 있다. 보란 듯한 성공을 바라지는 않지만 먹고 사는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의 직장을 얻어 안정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나만의 성공'이었는데, 그마저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교육'을 마치며 선임이 나에게 한 첫 말이 바로 "초심을 잃지 마라"였다. 보란 듯이 성공한 삶은 아니지만 저보다 10살이나 많은 '인생선배'에게 초심을 잃지 말라고 충고를 하다니...사회에 첫 발을 내딘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초심'을 생각해야 할 나이였던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에 다시금 곱씹은 말이였다. 과연 나는 '초심'으로 새 직장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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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1.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에 불필요한 것은 없다 | 2021년에 쓴 리뷰들 2021-02-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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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0% 적은 민주주의

가렛 존스 저/임상훈 역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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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를 옹호하지만 큰 효율을 위해서 '약간'의 비민주적인 요소를 허용하자는 주장 말이다. 그건 마치 '자연 그대로'도 아름답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 더 아름다워진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리고 앞으로 겪을 황폐화 된 자연속에서 살아갈 후손에게 정말 미안해서라도 절대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와 법원의 예를 들면서 민주적이지 않아야 바람직하게 돌아가는 사례들을 나열하고 또 나열했다. 이를 테면, 한 나라의 중앙은행장은 '국가 경제'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만큼 국가의 중대사를 좌지우지하는 막중한 결정을 내리곤 한다. 그런데 이를 '민주적인 절차'를 지킨다면서 국민들의 의사결정을 반영하게 된다면 한 나라의 곳간을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꼴이 된다며, 반드시 민주적이지 않아야 할 요소를 콕 집어서 예를 들었다. 또한, 법원이 국민들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서 중구난방으로 판결을 내린다면 그야말로 '민주국가의 근간'을 흔들거라는 사례도 조목조목 들고 있다.

 

 이처럼 민주국가인데도 '비민주적인 요소들'이 있음을 나열하고서는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면 비효율적인 사례들을 수도 없이 나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있다며 사소한 오해는 넣어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비민주적인 절차로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경제적인 관점들'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례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군사적으로 강력하며,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선진국에서만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을 달아놓기는 했다.

 

  얼핏 들으면 솔깃한 내용도 많다. 부정부패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올곧은 신념과 애국적인 자세로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장기집권'을 하면 할수록 국가가 안정되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데에는 나도 동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애민정신'으로 투철한 세종대왕 같은 지도자가 장기집권을 하며 안정적으로 국가를 이끌어나간다면 태평성대가 따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굴곡진 근현대사를 볼작시면, 감히 상상조차 해서는 안 될...기껏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근간을 한순간에 무너뜨려버리는 나쁜 결정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단지 '고효율'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인의 '임기'를 장기적으로 늘린다면 우매한 대중들의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을지는 몰라도 사회지도층의 청탁과 경제인들의 부정이 정치권과 유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효율'이라는 달콤한 열매에 취해서 민주국가의 건강한 정치시스템이 점점 썪어들어가는 것을 그냥 방치하는 셈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그렇게 썪어들어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더욱더 민주적인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약간만 손을 보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커다란 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건 조그마한 구멍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아주 약간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 거라고 믿는다. 더구나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실험'을 한다면 절대로 안 될 일이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 힘들게 밝혀 놓은 '민주공화국'을 다시금 독재와 매국으로 시름시름 병들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도 '중앙은행장'과 '법관'의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은 대한민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주는 일이므로 국민 개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결정에 따라야 하며, 그만큼 중앙은행장의 결정도 신중해야만 한다. 대법관의 판결도 마찬가지다. 법관이 법과 판례에 따라 적법한 판결을 내리면 온국민은 그에 따라야 하며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중대한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임기'에 좌우된다는 사례를 들어서 임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보다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임기를 무한정 늘리자고 주장한다면 동의하기 힘들다. 시스템의 안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느냐 마느냐에 달린 것이지, 임기가 길거나 짧은 데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임기'도 적절히 늘려야 정국이 안정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가 '5년 단임제'가 된 것은 근현대사의 아픔과 성찰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를 효율만 놓고서 8년, 10년, 15년으로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민 대다수가 깊이 공감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와 같은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아직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결론을 내린 거라고 날선 비판을 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나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선진국이 된 뒤에도 '정치인의 임기'를 늘리는 것이 결코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데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왜냐면 훌륭한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언제나 마음에 새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10% 더 많은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싶다. 축구장에서 뛰는 열한 명의 선수의 심장을 더욱 정열적으로 뛰게 만드는 '열두 번째 선수'인 응원이 꼭 필요한 것처럼 민주주의가 더욱 효율적으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온 국민들이 '10% 더 열정적'으로 교양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판데믹 시대'라는 위기가 찾아오자 어떤 인간들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더욱 선명하게 보여지고 있다. 그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기만 해도 위기는 훨씬 줄어들고 슬기롭게 극복할 거라는 점이 더욱더 분명해지고 있지 않은가.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은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건전한 시민들의 피땀눈물이 스며들어 흔들리지 않는 '견고하고 정당한 절차'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절차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뜯어고치려 든다면 어렵사리 쌓은 민주주의는 근간부터 흔들리게 되고 말 것이다. 고작 '10%' 정도 양보를 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10% 정도의 희생'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착각을 불러올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착각은 결국 '민주주의'와 '독재'의 경계선을 허물고 '물타기'를 하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닌 '아무 거나 민주주의'라는 오명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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