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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민낯도서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 비소설 2017-11-0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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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박현아 저
세나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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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민낯도서 -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참 솔직한 책이었다

숨겨져 있던 번역가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낸

그래서 그것이 오히려 감점요인이 될 것만 같은 불안한 책이었다.


번역가라는 조금은 멋져 보이는 직업

리랜서라는 황홀한 자유

그렇다면 단 하나경제적인 자립도는 얼마나 될까

그것만 확인된다면 누구라도 당장 뛰어들 바다같은 블루오션 직업군이 아니던가.


그래서 혹시 노년에라도 번역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어 

번역까페에도 발만 담그고 있은 지 어언 수 년


구글 번역기가 위용을 자랑하고 

딥 러닝에 의한 인공지능이 점점 가속에 가속을 더하는 시대에 

번역가는 혹시 사라질 직업군은 아닌지 또 걱정이 되는 순간.

눈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당당한 프리랜서 일본어 번역가 박현아의 번역가 생존기가 나타났다.


번역가로 들어선 초기에는 월 30만원의 알바수준으로 견뎌내야 한다는 것과, 10년차 이상이 되어도 사실 큰 돈은 벌지 못하고(그치만 남들만큼은 벌 수 있는), 늘 안테나를 세우고 일감을 받기 위해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술술 저자의 입에서 수다쟁이처럼 흘러나온다.


경제적 불안정은 일상의 자유로움과 맞바꾸는 것인데그 교환가치의 가중에 따라 어떤 사람은 좀더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고어떤 사람은 좀더 불행에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행성인 사람은 저녁 여섯 시부터 새벽까지 일하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을 잘 수 있고일하다 쇼핑몰에 들어가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어 자유로운 직업그러나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촘촘한 조직이나 네트웍이 없어 홀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고독한 자유인.


어쨌든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번역가의 삶에 대해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거짓없이 모든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한마디로 속시원한 책이다너무 솔직해서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더 많아질 것 같기도 하지만어쨌든 누군가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좀더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얻고스스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과 경험에 의해 쓰여진 책이기에단순한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사람 사는 맛이 퐁퐁 솟아나는인정이 물감처럼 스며있는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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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축 구도의 놀라운 추리소설 | 일반문학 2017-11-0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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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저/유혜인 역
북플라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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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은 뭔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것으로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면 끔찍한 사건 현장의 모습에 치를 떨게 된다사건의 발단이 영화가 아닌 책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그렇지만 소설은 사건 발생부만 끔찍함을 연출한다그 다음부터는 유명인사가 된 강력계 형사 울프(늑대라는 이름에 걸맞은 형사다)와 범인의 무한대결이 펼쳐진다범인은 시체 손가락으로 울프집을 가리키면서 도전장을 내밀고 울프 형사는 개인적인 정의감으로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하며 사건을 뒤쫓는다.

 

여섯 명을 살인하고 이들 신체 한 부위씩 바늘로 인형처럼 연결하여 봉제인형 살인사건이라는 별칭이 붙은 희대의 살인사건그리고 방송국 앵커인 울프의 옛 아내에게 보내온 앞으로 죽일 여섯 명의 명단여섯 명의 명단 맨 마지막에는 울프 형사 이름이 적혀있다이 얼마나 놀랄만한 도전장인가자신을 잡기 위해 날뛰는 울프 형사를 제물로 삼겠다는 범인.

 

범인은 한 명씩 명단에 적힌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다경찰들은 이름의 실제 인물이 누구인지를 찾아내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경찰보다 범인의 머리가 조금 더 좋다그래서 이야기는 숨 쉴 틈 없이 이어지고 가독성과 흡입력은 2배속으로 돌아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피해자의 복잡한 관계성 때문이다보통 추리소설은 한 명의 피해자로 시작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과거의 살인사건이 드러나는 정도인데이번 책에서는 이미 여섯 명이 죽어 시작부터 혼란을 안겨준다그러니까 경찰은 봉제인형처럼 하나의 시신으로 묶인 여섯 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부터 진행해야 했다.

 

그렇지만 범인이 예고한 살인의 대상자도 이름만 나온 상태여서 사건의 관계성에 따른 실제 인물을 찾아야 하고그를 찾아 죽음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공학적 또는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면(이 부분이 제일 약하지만어쨌든 6*6의 엄청난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이다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거대한 구성을 착안하고 이를 해결하려 했을까놀랍도록 복잡한 구성과거에 죽은 여섯 명이 x앞으로 죽을 여섯 명이 y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경찰 내부의 관계가 z다차원적인 관계를 그리는 작가의 치밀함에 그저 입을 벌린 채 놀랄 수밖에 없었다걱정도 되었고....

 

단순하게 묶어서 3차원의 관계지 사실은 복잡한 12축 구도를 가진 스토리였다결국 마지막에 가서 울프와 범인은 조우하게 된다그렇지만 추리소설은 역시 멋진 반전을 숨겨 놓았고그 반전은 3축 구성이든, 12축 구성이든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집고 털어버린다.

 

원래 늑대는 참 좋은 동물이라고 한다울프라는 책도 읽었고 동영상도 본 적이 있다늑대는 동화에서 못된 짐승으로 나오지만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법은 없단다겨울에는 들쥐로만 연명하는 고독한 늑대울프가 바로 진짜 그 늑대 같았다제목은 끔찍했지만내용은 사랑과 배신이 치즈처럼 끈적거린다올해 읽은 좋은 추리소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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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꼬리단상-느린 바다의 노래 | 생각 쪼가리 2017-10-2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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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야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생각일 뿐이고, 현재 진행하는 과제는 끝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어제도 야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팀원들은 모두 일찍 가겠답니다. 그래서 혼자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혼자 가도 부담없는 식당 김밥킹. 사람들도 별로 없어 한적한 상태였습니다. 짠 걸 먹지 말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쉽게 실천되지가 않습니다. 저녁 식사로는 부대찌개 1인분을 시켰습니다. 사각햄은 빼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작은 뚝배기 그릇에 라면 4분의 1 정도가 담겨 있습니다. 라면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라면 면발을 맛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식단 중 하나입니다.

잡념을 버리려고 식사를 주문하고 전자책으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를 펼쳤습니다. 거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있었습니다. 오기와라 히로시,는 잘 모르는 작가인데 이 작품은 작년에 일본에서 15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책은 짧은 단편이 여러 개 실려 있는데, 하나같이 정지된 풍경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시간은 느릿느릿 바닷가 모래알처럼 가득합니다. 하나가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그런 시간, 그런 배경 같은 느낌의 글들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두 달 전 사직서를 쓰고 백수가 된 50대 주인공은 아버지 유품으로 고물 같은 시계를 어머니에게서 건네 받습니다. 시계를 고치기 위해 시계보다 더 오래되고 낡은 시계포를 찾아가 할아버지 같은 시계방 주인에게 시계 수리를 맡깁니다. 기다리는 의자도 없어 좁은 시계방을 구경하다 혼자 있기 그래서 주인에게 이 시계는 뭐냐, 저 시계는 나도 알겠다 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 말을 붙여봅니다.

라면 면발 쪼르르 입 안에 넣고, 하얀 단무지 입 안에 넣고, 부대찌개 시원한 국물 한 수저 목을 축입니다. 그러다 눈길을 왼쪽 휴대폰 액정으로 옮깁니다. 그때, 툭하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전혀 힘을 느낄 수 없는 음압으로 대사가 떨어집니다. 그대로 날아와 라면 면발을 물고 있는 입술을, 화면을 들여다보는 눈을 때립니다.

~~~~~~

무거워진 분위기를 전환하려 나는 우둔한 남자를 가장하고 물었다.
"무슨 기념일인데요?"

시곗바늘이 8시37분에 서 있다. 성인식? 아니지. 성인식은 아니다. 시계에 그려진 미소녀 전사는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까 말까 하던 시절의 만화영화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의 물건일 것이다.

노인이 아버지의 손목시계를 외눈 안경을 통해 내려다보면서 툭 말을 떨어뜨렸다.
"죽었을 때 시간입니다."

~~~~~~

어쩌면 부대찌개가 갑자기 매워지고 그래서 눈물 한 방울이 찌개 그릇 속으로 톡 들어갔는지 모릅니다. 갑자기 식당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그러더니 바로 제 자리 옆에 6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습니다. 그들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부담스러운 식사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대화 소리, 음식을 고르는 소리, 온갖 소리가 새로운 잡념을 만들며 공간을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밥을 남기고 얼른 일어섰습니다.

~~~~~~

"태어난 시간을 기억하고 있으니, 죽은 시간도 기억해야겠죠."

~~~~~~

저도 아버지 사망확인서를 지금껏 보관하고 있습니다. 종이에는 사망 원인과 사망시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책 속 주인공이 아버지와 함께 살가운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을 회상합니다. 저 역시 아버지와 살가운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단편적인 몇 개의 기억만 제 뇌 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

"한마디 해도 될는지요?"
"네."
"그 시계, 가짜입니다."

~~~~~~

이야기는 그렇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흐른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배회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직장에서 나와 배회하며 오래된 시계포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그는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겨준 가짜 시계를 고치고 있습니다.

가짜라는 말은, 브랜드가 짝퉁이라는 말이지요. 시계가 시계가 아니라 톱니바퀴였다는, 그런 식의 가짜는 아닙니다. 시계는 잘 돌아갑니다. 그러니, 시계가 가짜라는 말은 한 편으로는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된 것이겠죠. 시간만 잘 맞춘다면.
일어날 시간, 밥 먹을 시간, 잠 잘 시간. 책 읽을 시간.

책처럼, 느린 사유의 헤엄을 쳐 봤습니다. 이런 생각의 시간. 참 아늑하고 좋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오기와라 히로시 저/김난주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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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인종정책에 맞선 용기에 대한 실화-주키퍼스 와이프 | 비소설 2017-10-1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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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키퍼스 와이프

다이앤 애커먼 저/강혜정 역
나무옆의자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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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끼동물을 안고 있는 주인공 여자의 모습이 참 평화롭게 보였다. 사진일까, 그림일까. 사진이라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일까. 또 주키퍼스 와이프는 무얼까. 처음 표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따뜻해 보이는 책.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슬퍼 보이는 책이었다.


책을 고를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은 책 뒷표지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정보들이다. 책을 읽어보지 않은 다음에야 무슨 책인지 알 수가 없는데, 책 뒷 표지는 책을 가장 강렬하게 소개하려는 출판사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장시 나치의 인종정책에 맞서 수백 명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 바르샤바 동물원장 부부의 감동 실화,라는 한 문장으로 이 책의 정체성을 간명하게 표현했다. 그 뒤에 줄줄이 이어지는 각 신문사들의 호평과 총균쇠 작가의 간략한 평은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면 사명감을 가지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위대한 소설과도 같은 실제 이야기. 인간적인 공감과 정반대의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진짜 이야기. 특별한 영웅의 놀랍고도 감동적인 삶의 초상을 탁월하게 그려낸 책.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고결함에 대한 기록, 우리가 몰랐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

맨 마지막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더 짧고 간명하게 이 책의 가치를 일갈한다.

홀로코스트 문학에 더해진 또 하나의 기념비.


한글로 된 우리나라 책 제목이 좀 맘에 들지 않았다. 주키퍼스 와이프라니, 이렇게 영어를 소리나는 대로 적어 책 제목을 만들다니. 우리말로 번역을 한다면, “동물원장의 아내” 정도가 될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같은 제목으로 지금 전국에서 영화가 상영 중이다. 수많은 동물들이 나오니 영화도 참 따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생각을 해 보라.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독일군의 무자비한 인종청소가 자행되는 곳에서 유대인들을 숨겨주는 일이 어찌 따뜻하게 진행될 것인가. 그것은 무섭도록 긴장되는 일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아래 독립군들이 어떻게 비밀스럽게 일을 진행해왔는지 많은 영화, 책, 문서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내가 특별히 기억하는 정보는 많은 비밀 계획들이 내부 밀고자들에 의해 대부분 사전이 발각되었다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동생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105인 사건도 사전에 발각되어 105명이나 되는 독립운동가들이 줄줄이 붙잡혀간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여주는 독립운동 영화들은 밝고 따스하지 않다. 그럴 수가 없지 않은가. 최근에 개봉했던 아나키스트 박열, 밀정 같은 영화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결은 좀 다르지만 최근의 택시운전사까지 아우르더라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밝고 따뜻한 면을 많이 부각시켜도 결국 그 본질은 슬프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다이앤 애커먼의 저작 능력은 탁월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는 슬프고 암울하며 어둡고 긴장되고 몸서리쳐지는 잔혹한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말할 수 없이 따뜻하게 그려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2차 세계대전의 나치 잔학상을 또 다른 모습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 같은 위대한 용기에 관하여 알게 되었다. 왜 동물원장의 아내일까. 바르샤바동물원은 폐쇄되었고 동물원장인 남편은 다른 직장을 얻어 출퇴근하며 독립운동, 반나치운동을 전개했기 때문에 바르샤바 동물원에서의 안주인이었던 안토니나 자빈스키는 오롯이 돌물원에서의 실질적인 행동가였다. 그녀는 동물원 안에 독일군 무기고를 두고 있으면서도 대담하게 수백 명의 유대인을 숨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을 맡았다.
(자반스키 부부가 사는 이 별장은 동물원 조류 사육장까지 지하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주방일을 맡았던 직원이 너무 많은 식사를 한다며, 사람이라면 이렇게 먹을 수 없다고 의심하는 사태에 이르러서도 결코 옷장 속에 숨겨준 유대인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게토 지역을 드나들며 직접 유대인들을 빼내오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독일군이 다가왔을 때도 침착하게 웃으며 응대하는 그녀를 보며 참으로 여장부라는 생각을 한다. 나였다면 심장이 벌렁거려 한 마디도 못하고 발각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책은 나치의 인종정책을 고발하고, 쉰들러 리스트처럼 유대인을 숨겨주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책 표지에 나오는 동물처럼, 장소가 만들어주는 동물원이라는 배경이 또 다른 역할을 한다. 동물학자였던 남편 얀 자빈스키의 열정과, 곤충 박사였던 유대인이 숨겨달라고 해서 맡았던 40만점 가까운 곤충 표본과 곤충에 대한 해박한 이야기들, 아들 리시의 애완동물로 함께 했던 아기돼지 이야기 등 수많은 동물 이야기도 책에 함께 녹아있다.
(폐장되기 전 동물원의 한 장면)

일본도 강점기 동안 한반도 동물에 대한 무자비한 살육으로 한국 호랑이의 씨를 말렸다. 한국의 동물을 어떤 식으로 빼앗아갔는지 그들의 반출 기록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일본인들은 한국산 호랑이 가죽이라면 침을 질질 흘리며 구해갔다. 1960년대 대구에서 마지막 호랑이가 잡힌 것으로 한반도 호랑이의 맥은 끊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들이 가져간 동물은 호랑이뿐만은 아니었다. 안타까운 우리네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 폴란드의 아픈 역사가 이 책에서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동물원장 아내였던 안토니나가 휘갈겨 쓴 회고록을 기반으로 <감각의 박물학> 저자 다이앤 애커먼이 만들어 낸 실화 기반의 따뜻한 다큐멘터리. 일제강점기를 거친 아픈 역사를 가진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역사 인문서다.

(다친 새를 돌보고 있는 안토니나와 얀 부부, 아래 일부는 아들 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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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파이 이야기(일러스트판)-삶이 바다라는 걸 깨우쳐주는 책 | 일반문학 2017-10-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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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저/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공경희 역
작가정신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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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작가정신에서 파이 이야기를 일러스트 판으로 새롭게 펴냈다.

파란 파다 위에 흰 배가 제목 “파이 이야기”와 함께 누워 있다. 그리고 붉은 호랑이와 까만 사람. 파란 바다 아래는 비행기 같은 물고기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다. 그랬던 책이


이번에는 하얀 바탕에 붉은 호랑이만으로 채워졌다. 호랑이는 더 이상 누워 있지 않았고, 하얀 배는 더 이상 좁지 않았다.


파이라 불렸던 소년, 동물원장의 아들이었던 까만 소년은 겉표지에서는 더 이상 만나볼 수 없었다.

겉표지를 벗기자 화려하게 옷을 갈아 입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의 그림 세계가 환상처럼 펼쳐진다. 와! 절로 터져 나오는 탄성.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모든 감정이 정확하게 표지에 그려져 있다.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심히 고맙고 또 고맙다. 사실 파이 이야기는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주는 즐거움도 크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미지를 상상해보는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크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 이상을 창조적으로 상상해내는 데 있어 다소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창대한 바다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자연의 섭리 그리고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마법의 판타지 세계들은 더욱 그러하다.


책을 원전 삼아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대개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지 못한다. 나 역시 그런 영화들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편이다. 당연하다. 책은 탁월한 심리묘사를 보여주지만, 영화에서는 그것이 힘들다. 한 장 가까이 묘사된 사람과 호랑이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 상태를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렇지만 영화는 책이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을 선물로 안겨주는데, 탁월한 영상미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화 파이 이야기에 후한 점수를 주었는데, 그것은 감독이 책의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창조적 역량을 극대화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 위를 나는 날치라든지, 파이가 혼자 상상하는 미지의 세계, 또는 모든 동물을 녹여버리는 놀라운 식인섬의 영상이 그러했다.

이미, 영화로 책 내용의 대부분을 이미지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러스트 파이 이야기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큰 기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그림작가의 일러스트들은 책의 가독성과 몰입도를 극대화시켜준다. 이처럼 생생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심리를 교묘하게 버무려 그려내다니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실제로 표류가 시작되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초반부는 다소 산만하고 지루한 감이 있다. 꼭 그 부분을 넣었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자.

파이는 종교적 신념에 배치되는 행동으로 살아남아야 했다. 살아있는 생물을 죽여야 했고, 그것을 가공하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 먹어야 했다. 이때의 먹는다는 행위는 우리가 익히 가치를 두고 있는 먹는다는 행위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먹는다는 것은 종종 종교적 신념과 부딪친다. 금지하는 음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존이라는 거대 담론 앞에서 종교적 신념은 어디까지 지켜야 할까. 그런 측면에서 파이가 초반부에 3대 종교를 아우르며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책의 줄거리는 얘기하지 않기로 한다. 많은 분들이 이미 거의 알고 있을 것도 같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또는 읽고 나서, 단 하나의 질문의 집중했다. 그것은 사람 이름을 부여받은 호랑이, 리처드 파커, 그는 누구였나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었고,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망망대해에서 작은 보트에 섬처럼 갇힌 호랑이와 소년. 육지에 도착해서는 미련 없이 사라져버린 리차드 파커 호랑이.

살아남는 다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내가 살아남기 위해 호랑이가 필요하다면, 아니 호랑이밖에 없는 세상에서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게 세상은 바다인가. 외로운 구명보트인가. 아니면, 나와 함께 있었던 그 호랑이였는가. 그러니까 리차드 파커가 사실은 파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 페르소나는 아니었는가. 그래서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낸 허상과 함께 생존을 이루어 낸 것은 아니었는가.

이 책은 우리가 잘 아는 맨부커 수상작이다. 유명한 맨부커 수상작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으면 다시 되돌아가서 책을 읽어봐야 진실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맨부커상은 대체로 그런 작품들에게 돌아가나 보다. 파이 이야기 역시, 우리는 책을 다 읽어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상인지 알 수 없다. 기억이란 때로 모호해서 뇌는 스스로를 속인다. 파이 이야기는 진정한 표류문학이면서도 완벽한 판타지 문학이다. 생존이 절실한 모든 분에게 강추한다. 파이 이야기는 바로 당신을 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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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손자가 들려주는 간디정신-분노수업 | 인문-사회-철학 2017-10-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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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분노 수업

아룬 간디 저/이경식 역
세종서적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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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손자가 들려주는 “간디 정신”


어디서 읽었는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감동적인 일화가 하나 있었다. 어느 아들이 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러 왔는데, 딴 데 정신이 팔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심부름을 완수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왜 늦었느냐는 질문에 아들은 자동차 수리점에서 늦게 해줘서 늦었노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미 자동차 수리점에 전화를 걸어 언제 수리를 마쳤는지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혼내지 않고 거짓말을 하도록 가르친 자신에게 잘못이 있으므로 집까지 걸어가겠노라고 했다. 아들은 몇 시간 동안 자동차를 타고 걸어가는 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아들은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분노수업을 읽다가 그 일화의 주인공이 바로, 분노수업의 저자인 간디의 손자 아룬 간디였고, 그 아버지가 실제 아룬 간디의 아버지, 즉 마하트마 간디(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하트마는 위대한 영혼, 성자라는 뜻이다.) 저자가 열여섯 살 무렵에 경험한 것으로 그는 영화를 보느라 시간을 놓쳐버렸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버지는 무려 여섯 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전화도 없던 시절. 집에서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던 어머니와 두 누이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남편과 아들을 발견하였다.

그렇게 할아버지 간디의 비폭력 정신은 아들에게, 그리고 손자에게로 전해지고 내려갔다. 그것은 어떤 일방적인 훈계의 방법이 아니라 철저하게 비폭력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모습으로 전해져 몸에 화석처럼 각인되었다.

그러했기에 할아버지 간디와 2년 가량 함께 생활했던 손자 아룬 간디는 할아버지의 고결하고 거룩한 비폭력 정신을 온몸으로 체득하고 이어받아 간디의 정신을 전 세계인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의 비폭력 정신이 그저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그는 결코 이 책을 펴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간디가 암상당한 뒤 슬픔을 이겨내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할아버지의 정신을 강연하고 다닐 수도 없었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저자의 생각과 사상과 논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외면의 포장인지 내면의 속살인지. 그는 열두 살이 되던 1946년부터 2년간 할아버지 간디와 함께 생활했지만 그 동안 할아버지의 실제 활동하는 모습과 대화를 통해 그의 정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받아들였다. 손자 아룬 간디는 남아프리카 출신이며 미국인으로 햄버거도 먹고, 페이스북도 하고, 휴대전화도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아버지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고기를 먹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는 지금까지 간디의 비폭력에 대해 추상적인 개념 또는 매우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의 전기에 관한 책을 한 권 구해 놓고 있었지만 아직 읽지 못했고, 가십과 같은 기사를 통해 그의 사상을 왜곡되게 이해하고 있었다. 내 정보와 이해의 정도가 왜곡되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제목이 조금 아쉽다. “분노수업”이라니. 분노를 배운다는 것인가. “분노를 이기는 법” 뭐 이런 제목이었다면 조금 직설적이긴 해도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게다가 이 책은 “분노”에 대한 것만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매우 폭넓은 정신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분노로만 포장하는 것은 조금 협소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출판사의 전략 같기도 하지만..

인도가 독립할 때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충돌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인도와 우리나라는 매우 닮아 있다. 비폭력 독립운동인 삼일운동도 그렇고 광복 이후 남과 북이 갈라진 것도 그렇고.

여전히 계급 사회 속에 놓여 있는 인도지만, 간디의 정신이 계속 더 인도 사회에 퍼진다면,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소중하다는 간디의 마음이 인도에 전해지리라 생각한다. 물론 그 생각은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매우 필요한 생각이다. 물론 간디도 인간이었지만 그만큼 진실된 사람을 발견하기는 매우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종종 거룩한 분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100% 순도의 비폭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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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청정 추리물-밤의 살인자 | 일반문학 2017-10-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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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밤의 살인자

라그나르 요나손 저/고유경 역
북플라자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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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살인자>

살인자라는 제목을 붙인 추리소설치고는 얌전한 책이었다. 표지는 음산한 밤을 나타내는 짙은 푸른색 계열과 흰색을 대비시켜 총을 상부에 올려놓은 구조로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영어 제목은 “나이트 블라인드(Night Blind)” 인데, 전작이 “화이트 블라인드”라고 한다. 전작은 읽어보지 못한 상태이다.

작가는 1976생이니 우리나라 나이로 40대 후반의 중년이다. 그런데 사진으로만 보면 30대의 젊은 친구로 보인다. 아이슬란드라는 국가는 문학 장르에서 생소하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천재작가라는 별칭을 붙여 스스로 신뢰도를 높였다. 14세에 애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14편을 번역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그 정도면 천재라는 별칭을 붙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은 든다. 게다가 인디펜던트지가 2015년 최고의 추리소설로 이 작품을 선정했고 2016 베리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니 외형적인 신뢰도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아이슬란드라는 청정국가 이미지의 반복이다. 사건은 경찰이 폐가 앞에서 총에 맞아 부상을 입고 끝내 죽게 됨으로써 조용한 한 마을이 발칵 뒤집히게 되는데, 작가는 경찰의 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범죄 청정국가였던 아이슬란드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영미문학과 일본문학에 적응된 면이 있어 북유럽에 매우 약하다. 아이슬란드는 지도를 검색해 보면, 북유럽이라고 부르기조차 미안할 정도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과 외따로 떨어져 대서양에 홀로 쓸쓸하게 있다. 그들은 자체적인 아이슬란드 언어를 사용하며 외국인은 1% 이하의 독립된 국가이다.

둘째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일기장이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사건의 해결 또는 범인의 단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지는 편지인데, 정신병동에서 혼자 몰래 쓰는 일기장의 내용은 과거의 일로 이루어지며 사건의 흐름과 상관없이 개인적인 병동에서의 일이라 누구일까 추리를 하지만 맞추기가 쉽지 않다. 물론 최종 결과를 보고나면 일기장 내용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사회학적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있는 추리물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근 소설과도 일맥 상통한 면이 있다. 저자는 단순한 오락거리로 책을 집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의 문학작품을 통해 세상을 향해 뭔가 말을 하고 싶어했다. 그것을 밝히는 것조차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말하지 않겠다.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범인을 추리해 나갈 때 다양한 환경 가운데 공통점이 있는 주제를 찾아낸다면 매우 천재적인 독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공통점과 사회학적 주제는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밝혀진다.

문장은 깨끗하고 담백하며 큰 군더더기 없이 서술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진행이 빠르고 인물들의 개인적인 고민, 가정사적인 연결이 자유로워 추리물 장르지만 일반문학 작품처럼 매우 부드럽다. 생각을 하게 하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또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런 점이 추리물로 장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무척 좋았다. 깔끔한 추리물. 큰 반전은 아니었지만 밝혀진 범인은 신선했고, 풀어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좀 너무 쉽게 범인을 찾아낸 감도 있으나 짧고 굵게 책을 마무리 지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이랄 수 있겠다. 모처럼, 청정 추리물 하나를 읽은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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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류를 사랑할 수 있을까 | 비소설 2017-09-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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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 일기

문광연 저
지성사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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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지 않은 동물들이었다. 개구리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도롱뇽에 뱀까지 이어지니, 책으로 소개만 하는 것이라 해도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양서류라는 것이, 징그럽다는 시각적인 느낌도 있지만, 그보다 실제로 만졌을 때 상상되는 냉혈동물의 차가움, 미끄러움 같은 것이 떠오르면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그대’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기 때문이다.




  • 나는 동물을 많이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자연도 좋아해서 풀, 물, 바람, 나무, 새, 곤충들을 만나면 대화하고 싶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 그저 자연속에 풍경처럼 놓여 멍하니 배경이 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양서류는 어렵다.

    어린 시절, 배고프고 먹을 것이 없을 때 친구들이 메뚜기를 잡아서 구워 먹었다. 나에게 내민 그 메뚜기를 나는 끝내 먹지 못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가끔 뷔페식당에 가면 메뚜기가 건강식품으로 접시에 담겨져 있기도 했다. 이제 트라우마도 벗어버리고 한번쯤 모른 척 접시에 담아올 법했지만 나는 끝내 시도해보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겨울이면 개구리를 잡아 구워 먹었다고도 한다. 개구리는 보양식이었다. 개구리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작은 동물이었다. 여자 아이들은 기겁을 했지만 과학시간 첫 포문은 언제나 개구리가 차지했다. 게다가 작디작은 청개구리는 얼마나 귀여운지. 하지만 양서류는 귀여운 청개구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꺼비도 있고 살모사도 있고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다는 도롱뇽도 있다. 그들의 알집은 또 물컹물컹하여 손으로 만지기가 쉽지 않다.





  •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을 저술한 문광연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양서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교수들은 초파리 같은 걸로 한 평생 연구한다고는 하지만, 저자는 평범한 고등학교 생물교사로 생활하는 분이지 않는가?

    관심을 가지고, 찾아다니고, 아이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추적하고, 사진을 찍고 관찰하고 그것을 책으로 써내다니. 그저 놀랍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고등학교 아이들을 생물동아리로 모아서 한 팀은 식물반으로, 한 팀은 동물반으로 하여 동물반은 주말마다 인근 저수지 같은 곳에 나가서 뱀을 관찰하고 돌아온다고 했다. 요즘같이 공부에만 목을 매는 시대에 정말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교육을 하는 참 교육자가 아닌가.




  • 이 책에는 개구리를 시작으로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 남생이, 구렁이, 살모사, 물뱀까지 다양한 양서류 동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2년간 돌아다니며 찾아낸 각 동물들에 대하여 그들의 서식지와 짝짓기모습, 알이 있는 곳, 겨울잠 자는 곳 등을 사진으로 자세하게 소개하여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



    알고 있었지만 사진으로 보고 놀랐던 건, 하나같이 암컷이 수컷보다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다. 어떤 수컷 개구리는 너무 작아 암컷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기도 했다. 저자는 양서류를 찾기 위해 몇 달 전부터 학수고대하며 여행갈 날을 어린아이처럼 기다렸다. 수원 인근 지역에만 서식한다는 수원청개구리를 찍기 위해서는 밤을 새다시피 했다.




  • 이 책은 저자의 그 열정이 모인 결과물이다. 얇아 보이는 270여쪽 안에 거의 30여 종의 양서류가 사진과 함께, 저자의 여행기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놀랍지 않은가. 이제는 조금 더 양서류에 친근해질 수 있을 거 같다. 저자의 말처럼 뱀은 자기를 공격하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고 하는데, 어쩌면 다음 번에는 산에서 뱀을 만나더라도 놀라서 도망가지 않고 카메라를 꺼낼 용기가 생길 수도 있을 거 같다. 양서류를 조금 더 알아가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해준 책.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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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평화선동가, 채플린의 책 | 비소설 2017-09-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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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채플린과 히틀러의 세계대전

    오노 히로유키 저/양지연 역
    사계절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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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플린과 히틀러의 세계대전>


    채플린과 히틀러에 대한 일반적인 또는 겉핥기식의 대충정보만 알고 있던 사람으로서 이번 책은 좀 충격이었다. 이때 “충격”이라는 의미는 채플린과 히틀러라는 인물에 대해 내가 몰랐던 사실에 대한 새로운 눈뜸 같은 정보지식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저자가 책을 쓰기 위해 두 사람의 정보를 모으고 연결시킨 것이 아니라, 실제로 채플린과 히틀러가 매우 적대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철저하게 견제하며 세계2차대전을 치루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처음 책을 봤을 때, 표지는 책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채플린과 히틀러를 합성했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채플린의 위대한 명작 <위대한 독재자>에서 실제로 채플린이 히틀러를 직접적으로 분장하여 묘사했다는 점에서 책의 표지는 매우 의미심장했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책의 제목인데, “채플린과 히틀러의 세계대전”이라는 제목은 히틀러가 군국주의로 세계2차대전을 일으키고 전쟁에 미쳐갈 때, 히틀러의 전쟁광기를 이길 힘은 웃음밖에 없다며 히틀러를 희화화시키고 평화를 설파하기 위한 도구로 <위대한 독재자>라는 전쟁 프로파간다 코믹영화를 만들어 세계에 전파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씀으로써, 세계대전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전쟁 기간 전부터 채플린을 유대인으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악의적인 인신공격은 물론 그의 모든 영화에 트집을 잡았으며, 전쟁을 일으킨 뒤에는 <위대한 독재자> 영화가 독일에서 상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참으로 놀라웠던 사실은, 영국, 프랑스, 미국이 독일을 옹호하고 채플린의 영화제작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미국은 히틀러를 옹호하며 그렇게 함부로 한 국가의 통치자를 웃음거리로 삼으면 안 된다며 채플린을 몰아 세웠고, 여러 경로를 통해 그가 영화를 마무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심지어 독일이 전쟁을 선포하고 영국과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조차도 그들은 그런 입장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채플린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냐며 그를 몰아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플린은 끝까지 자신의 웃음의 정치적 의미를 버리지 않았고, 마지막 상영이 시작될 때까지 원고의 외부 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며 시대와의 싸움을 벌였다.

    채플린이 히틀러보다 4일 뒤에 태어났다는 운명적인 출생의 비화부터, 똑같은 콧수염을 가져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사람들의 안줏감으로 제공된 채플린과 히틀러의 악연은 그들이 서로 매스미디어를 이용했다는 공통분모의 발견에 이어, 히틀러가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실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책은 일본의 채플린협회 회장인 오노 히로유키 저자가 채플린 유족과 미국 채플린협회의 동의를 얻어 채플린 영화의 숨겨진 사진들을 매우 선명한 상태로 제공하여 책읽기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었다.


    저자가 많은 공을 들여 서술한 <위대한 독재자>가 전년도에 공개되어 대히트를 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모든 기록을 단숨에 뛰어넘었다는 사실에서도 충격을 받았는데 나는 아직 <위대한 독재자>를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1941년 2월에 지금과 같은 인터넷이나 SNS도 없이 채플린이 1인2역을 하고, 최초로 유성영화로 채플린이 음성을 남긴 <위대한 독재자>가 전 세계에서 3천만명이 보는 흥행을 기록했다는 사실 앞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결국 히틀러는 그 뒤로 대중 앞에 나서서 연설하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으며,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채플린은 신문사의 악의적인 보도가 잇따를 때마다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으며, 히틀러가 전쟁선동가였음에 빗대어 자신은 평화선동자라는 타이틀을 계속 사용하며 순수한 자신의 뜻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편도, 영국의 편도, 러시아의 편도 아니었고 오직 평화의 편에 섰다. 그것만이 진실이었으며, 그 정신으로 영화를 만들고 촬영하고 연기하고 편집하였다.


    이 책은 실로 위대한 책이며 이제 이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놀라운 위인, 채플린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채플린이 혼신의 힘을 다한 <위대한 독재자>라는 영화를 통해 진정 평화를 사랑한 평화선동가 <위대한 채플린>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주동자였던 만큼 히틀러를 비판함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책이 일본인에게서 나왔다는 사실도 놀라웠는데, 저자는 간간이 책 속에서 일본이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준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이긴 하지만, 국가 입장이 아니라 민간인, 민간 사회단체들은 자신들의 전쟁에 대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채플린을 잘 알고 있었더라도, 히틀러를 잘 알고 있었더라도 이 책은 새롭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새로운 또 하나의 놀라운 전쟁문학 장르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위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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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탄자니아에서 살아남기-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 비소설 2017-09-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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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저/이지수 역
    더난출판사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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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제목은 감성으로 유혹하지만 내용은 감성을 적절히 배제하고 저자가 직접 관찰한 사실과 현상으로 채워진 사회학 또는 문화인류학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문화인류학 학자요 교수이며 인문학 저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저자의 전문분야는 민족이나 지역의 경제활동을 분석하는 경제인류학과 도시에서의 삶과 생존을 고찰하는 도시인류학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저자는 이미 탄자니아에서 직접 헌옷 행상을 하며 관찰한 현지 영세 상인의 삶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묘책:탄자니아 영세 상인 마칭가의 민족지>라는 책으로 학술상인 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그런 탄자니아의 영세상인 삶을 통해 도시화되어가고 있는 탄자니아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과 경제적인 관념 그리고 그로 인해 구성되는 사회를 조망한다. 인간은 원래 하루하루 살아가는 존재였다고, 그것이 대단히 특별한 삶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농경시대부터 겨울을 준비했고 다음 해까지의 삶을 계획했다. 그러므로 저자가 말하는 그날그날의 삶 방식은 어쩌면 농경사회가 도래하기 전의 사냥과 수렵 시대를 말하고자 하는 듯하나, 조금 지나친 대비라는 생각도 든다.

    책은 크게 6장까지 구성되어 있으며 나름대로 적절함과 흥미를 갖춘 주제들로 배열되어 있다.


    탄자니아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제목만으로 추측해본다면 우리네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미 우리 삶은 이제 당장 일을 그만 두면 다음 달을 살아갈 수 없는 하루살이처럼 되어 버렸다. 미래를 위해 준비할 수 없는 혹독한 삶이다. 사냥하던 그 시대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더 험악한 것 이제 우리에게는 사냥감도 없다는 것.

    책은 탄자니아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알려준다. 그들은 하루 벌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우리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초반부에 설명한 통궤족의 “최소 생계 노력” 개념은 약간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너나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어주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자신들이 내일 굶어도 오늘 누군가를 만나면 자신의 음식을 나누어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생산한 식량의 40 퍼센트를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대접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다른 마을을 방문하며 그것을 보상받지만 손님이 몇 명 올지 미리 예측할 수 없고 그들은 계산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책임지는 노력만 기울여 삶을 살아간다. 굳이 노력해서 더 많이 수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누어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의 환원방식은 독특한 것이었다. 주술로 인해 두려움을 가지고 나누어준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눔은 좋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식사시간에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 미풍이 있었다. 탄자니아 사람들도 점심 무렵에 자기 집을 지나가는 사람을 발견하면 밥먹고 가라고 붙든다고 한다. 그들은 우연성을 기초로 식사를 함께 한다. 그들의 우연성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경제적인 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수시로 직업을 바꿨는데 그것은 그 우연성에 기초하는 것으로 보였다.

    책은 중국과 연결된 새로운 시장경제를 보여준다.

    탄자니아는 이웃 국가에 가서 물건을 사오지 않고 중국으로 몰려가 물건을 떼오는 보따리 상인들로 가득하다. 중국은 아프리카 촌이 형성되었고 최근에는 중국 상인들이 직접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돈을 빌려도 채무에 대한 의무가 없었고, 빌려준 사람도 갚으라고 종용하지 않았는데 그건 미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휴대폰 보급이 늘어나고 즉시 이체가 가능해지면서 조금씩 그런 일도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처음 제목에서 풍겼던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다소 원론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한 개념과는 다소 다른 내용을 품고 있는 책이었지만,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좀더 부드럽게 서술되면 좋았겠다 싶지만 저자가 문화인류학 교수요 도시인류학 교수로 직접 체험하며 관찰한 내용으로 만든 거라 이 정도도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다루고 있는 경제는 지하경제, 영세상인들의 비공식 경제였는데, 우리 사회도 대부분 비정규직이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양과 기준만 다를 뿐이지 큰 차이는 없다고 보여진다. 우리네 삶이 바로 탄자니아의 하루벌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비록 나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 판단한다.

    간만에 유익하고 재밌는 사회학, 도시학, 인류학 책을 읽어 기분이 좋았다. 이제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 슬프고도 유익한 글로벌이다. 단언하지만, 하루 벌어 사는 건 결코 괜찮은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여긴 사냥감 없는 사냥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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