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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의 사랑 이야기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저 | 문학 2020-12-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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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저/양억관 역
작가정신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그 언니들이 사랑하는 법, 아홉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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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은

물통 안에 떨어뜨린 물감 한 방울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스며들고, 우러나요.

 

 

 

 

 

어렸을 때 제가 사랑에 대해 아는 거라곤

'서로 좋아해 → ???'

이게 다였어요.

 

 

부모님의 결혼과 육아생활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결혼이 별로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죠. 그때 '사랑 = 결혼'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고, 사랑의 결과가 결혼이 될 필요도 없다는 건 나중에 깨달았어요.

 

 

'서로 좋아해 → 사랑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결혼, 동거, 입양, 반려동물 →' 이렇게 제 사랑의 마인드맵은 여러 번 항목이 추가되었어요.

 

 

이 책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는 사랑의 수천수만 개의 결 중에서 9개를 뽑아 선보여요. 표제작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단연 강렬했지만 제 기억에 남는 작품은 그것뿐이 아니었어요.

 

 

 

 

 

 

한때 부모님은 제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외롭게 늙어 죽을 거라는 말로 제 생각을 바꾸려고 하셨어요. 어른이 되는 건 아프고, 온 세상이 내게 등을 돌린 것 같은 날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같아요. 그래서 고독이 저승사자보다 무서울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저 혼자 있기 싫어서 결혼을 한다는 건 뭔가 석연치 않았어요. 「눈이 내릴 때까지」는 그럴 때 들여다보기 좋은 작품이었어요.

 

 

이와코는 한 번도 결혼하지 않았지만, 결혼에 대한 꿈을 갖지 않는다. 결혼에 대한 꿈을 품지 않게되자, 머리에 구멍이 뚫린 듯이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을 다른 사람에게 고백하지 않는다.

156쪽.

 

 

 

「그 정도 일이야」는 여자, 남자 그리고 인형에 관한 이야기예요. 두 사람 사이에는 항상 새끼 돼지를 닮은 손가락 인형이 있어요. 데이트를 할 때나, 전화 통화를 할 때나, 둘만의 여행 중에도 인형 치키가 함께해요.

 

 

손가락 인형이 왜 필요할까요. 어쩌다가 주인공 커플 사이에 끼어든 걸까요? 인형이나 장난감이나 도구가 커플 사이에 등장하면 보통은 식어버린 관계를 되살려보려는 보충제로 나오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 치키라는 인형은 그렇지 않아요. 치키가 없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해버릴 것이고, 그 변화를 막기 위해서 인형이 존재하는 것이죠.

 

 

<아, 그럼 혹시 두 사람은 불륜관계?>

나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호리 씨와 나는 그렇게 농담을 하면서 조금씩 서먹서먹한 느낌을 없애가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치키가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불륜관계'라는 말을 하면서 웃을 수 있으니까요.

127쪽.

 

 

 

 

시간이 흘러도 제 사랑의 마인드맵 위에서 변하지 않는 주제가 하나 있어요. 바로 사랑받고픈 마음과 사랑하고픈 마음이에요. 비율만 변할 뿐 이 두 마음은 항상 긴장관계를 유지해요. 요즘 '사랑'하면 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이와 비슷한 이중 감정을 다루는 글이 이 책에 실렸는데 바로 「짐은 벌써 다 쌌어」예요.

 

 

주인공은 아이가 셋이 딸린 남자를 사랑하게 돼요. 남자의 전부인이 떠넘기고 갔죠. 주인공은 남자를 사랑하고 독점하고 싶지만 아이들 육아까지 떠맡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결혼도 아니고 불륜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남자만 똑 떼어서 자신의 집에 들여요.

 

 

인간관계에서 나쁜 것을 따로 놓고 좋은 것만 취할 수 있을까요? 주인공과 남자의 연애 생활은 바로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남자가 주인공을 내버려 두고 고향집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자주 와서 관계가 일시적으로 삐걱거리긴 해도, 주인공은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자를 사랑하지만 남자의 아이들까지 책임질 정도로 희생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 주인공은 어느 인물과의 전화 한 통을 통해 어떤 사실을 자각하게 돼요.

 

 

이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사람을 사귈 때 좋은 점, 나쁜 점을 따로 관리할 수 있다고 착각에 빠졌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주인공이 너무나 저와 닮아서요. 아무래도 사랑은 썩은 부위만 칼로 도려내서 먹을 수 있는 사과는 아닌 것 같아요.

 

 

애를 태우며 서로 싸우며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 아닐까하는 기분이 들었다.

224쪽.

 

 

 

책에 실린 단편 모두가 강렬하고 짧은 순간을 보여주면서 끝나지만 아쉬움보다는 여운이 남아요. 그 후에 주인공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 한편 그렇지 않기도 해요. 단편의 매력이란 똑떨어지는 지점을 알고 쓴 것 같은 정확한 끝맺음 같아요. 똑 떨어뜨린 물방울처럼. 그것 자체로도 작품이고, 그림의 시작점이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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