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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습격(1) | 2. 새벽의 습격 2012-09-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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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단편소설

『총통각하』

 

 

새벽의 습격

 

<1회>

 

 

 다시 한 번 기체가 심하게 요동쳤다. 잔뜩 긴장된 공기가 수송기 안을 가득 메웠다. 고래 뱃속에 든 것만 같았다. 그 공간만이 우주의 전부인 것 같았다. 바깥은 없고 오로지 그곳만이 유일하게 존재를 담아낼 수 있는 유의미한 공간으로 남아 있는 듯한 착각.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바깥은 삶의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송기 안은 일종의 대기실 같았다. 삶의 영역으로부터 전쟁의 영역으로 직접 이어지는 통로. 그래서 그곳은 안락하지 않았다. 프로펠러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그 프로펠러 소리를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누군가가 소리를 질러대는 곳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전장으로 실려 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태어난 비행기. 삶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을 나누는 그다지 두껍지 않은 벽. 그 너머에서부터 들려오는 악마의 울음을 닮은 폭풍우 소리. 단 한 발짝만 바깥으로 내디뎌도 곧바로 아래로 추락하고 말 연약한 존재들. 신의 영역에 속하지 않은, 어디까지나 영원히 땅에 속한 영혼들.

 

 

 하지만 그들에게는 날개가 달려 있었다. 어깨나 등에 달린 게 아니라 군복에 새겨진 날개 모양의 공수부대 마크. 그 조그만 날개는 그들이 언제든 비행기 밖으로 내던져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낙하산 하나에 의지해 추락의 두려움을 극복해 가며,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상태로 적진 한가운데에 투입될 만반의 준비가 갖춰진 사람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교관의 눈에는 어딘지 의심스러운 눈빛이 깃들어 있었다.

 

‘정말로 만반의 준비가 다 된 게 맞을까.’

 

그는 검은색이 유난히 짙은 선글라스를 매만지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나이들이 너무 많아. 그것도 어정쩡하게 많지. 그렇다고 실전 경험이 풍부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흘러가도 좋은 걸까. 이번 임무야 별로 어렵지 않게 처리해 낼 수 있겠지만, 인적자원이 이렇게 부족해서야 어디 장기전 상황을 버텨낼 수 있겠어. 전시경제가 아무리 오래 지탱해준다 해도 그걸 유지하고 운영할 사람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결국 이대로 나가떨어지는 게 아닐까.’

 

 

 물론 그는 노련한 교관답게 그런 불안한 기색을 겉으로 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말만 잘 들으면 그 안에 있는 누구라도 갓 스무 살을 넘긴 청년 병사처럼 용맹하게 전장에 우뚝 설 수 있을 것만 같은 단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쉴 새 없이 무언가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정신교육. 그것은 그에게 부여된 수많은 임무 중 하나였다. 일지 같은 건 남기지 않아도 좋았다. 결과점검 같은 걸 해 줄 사람도 없었다. 일단 저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고 나면 죽어버리든 살아남든 알 바 아니었다. 그의 소관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래도 그는 단 한 번도 정신교육을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낙하산에 매달려 전장을 향해 내려가다 보면, 붙잡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것은 꽤나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아무리 훈련이 잘 돼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훈련 상황에서야 잘못될 경우를 대비한 최소한의 조치계획이라도 마련되어 있는 법이지만 실전에서는 절대로 그런 걸 기대할 수 없었다. 죽음을 생산해 내기 위해 사람을 투하하는 것이지 누군가를 살려내기 위해 투하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닿지 않는 지면. 안전하게 육체를 매달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 어디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은 채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하늘이 뒤집어지면 하늘이 뒤집어지는 대로 한없이 불안하게 흔들리기만 하는 낙하산줄. 육체가 추락하는 속도보다 조금도 느리지 않은 속도로 똑같이 추락하는 하얀 낙하산들. 능동적이지 않다는 면에서는 해파리보다도 별로 나을 게 없는 그 낙하산을 아래에서 위로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으면 온갖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기 마련이었다. 뭐라도 꽉 붙들고 싶은 본능 때문이었다.

 

 

 그의 임무는 곧 그 상황에 놓이게 될 가련한 영혼들에게 꽉 붙들 지푸라기 하나씩을 쥐어주는 일이었다. 그게 바로 그 정신교육의 정체였다. 딴 생각 하지 말고 오로지 한 곳만 바라보고 얌전히 내려가라는 메시지. 이왕이면 사기를 북돋아주면 좋고, 가능하다면 그들이 지금 왜 그런 이상한 곳에 와 있어야 하는지를 알아듣게 설명해주면 더 좋을 훈시내용.

 

 그것은 바로 충성이었다.

 

“위대한 총통 각하의 충성스러운 군대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광으로…….”

 

 물론 스스로 생각해도 어딘지 좀 이상한 소리였다. 무엇보다 별로 내용이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프로펠러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도 않을 말이었으니까.

 

 

 중요한 건 단 한 마디뿐이었다. ‘각하’라는 말. 그 말만 제대로 알아들으면 나머지는 누구든 비슷한 문장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누가 다시 한 번 말해줄 필요도 없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반복해서 들어왔을 상투적인 구호들.

 

 

 그는 다시 소리를 질러댔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말들을 끊임없이 외쳐댔다. 말이 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어도 아무튼 무슨 말인가가 끝없이 튀어나오는 걸 보면, 적어도 그는 훌륭한 교관임에는 틀림 없어 보였다. 훌륭한 공무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2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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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이하게 이번 회부터는 스크랩을 허용하지 않음을 널리 이해 부탁드립니다. 

단편소설인지라 불펌으로 돌아다니는 작품이 치명적일 수 있음에 이렇게 부탁드리오니

다시 한 번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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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각 연재 마지막 부분을 살짝 닫습니다.^^

2012년 10월 23일 도서가 출간됩니다.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를 구독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소설로 찾아옵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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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벤트 응모에 유효하다고 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연재 끝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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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센테니얼 챈슬러(4) | 1. 바이센테니얼 챈슬러 2012-09-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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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아침에 잠이 들어서 오후에 눈을 떴더니 집에 손님이 찾아와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정부기관 사람이었다. 그가 협박 비슷한 것을 하고 돌아간 뒤에, 우리는 표적이 될 아이가 없는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남편이 말했다.

 

“저기, 있잖아.”
“응?”
“저기, 유럽 쪽에 동면 코스가 하나 있어. 무슨 은행 컨소시엄에서 하는 건데, 난치병센터하고 합작해서 하는 거래. 은행 입장에서는 일종의 초장기 저축이지. 그러니까 부자들 중에 난치병인 사람들 있잖아. 그 사람들 동면시켜 놓고 그동안 은행이 자산 관리를 하는 거야. 어차피 그 사람들도 깨어났을 때 재산이 필요하잖아.”

“그런 게 있어?”
“어. 50년짜리가 있어. 50년 동안 중도해지 못하는 옵션이 있대. 한 번 잠들면 아무도 못 깨우는 거야. 수익률이 무지하게 높아.”
“진짜?”
“어.”
“거기로 갈까?”

 

 그러자 남편이 거실 바닥에 서류들을 우르르 쏟아냈다. 이미 알아볼 건 다 알아본 모양이었다. 저것도 중독일까. 한두 번 동면하다 보니 자꾸만 동면이 하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수익률 같은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50년이 지나면 좀 더 행복해져 있기를. 우리는 그런 식으로 총통을 암살하기로 한 셈이다. 생명 연장의 꿈을 거들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래봐야, 남들처럼 살 만큼만 살고 자연사 하게 내버려 두는 것뿐이었지만.

 

 

 남편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50년짜리 초장기 저축에 딸려 있는 옵션들을 검토했다. ‘해당 분야의 나노기술이 충분한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신뢰성을 가지고 실용화될 경우, 전신의 세포를 젊게 개조하는 옵션’이라는 것이 있었다. 굉장히 비싼 데다 실현될 가능성도 낮게 평가되어 있는 옵션이었지만 우리는 그 옵션에 체크 표시를 하고 서명을 했다. 남편은 내 가슴 성형에 관한 옵션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나는 반세기 뒤의 유행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그 주장을 거부했다. 대신 남편의 성기능을 향상시키고 골밀도를 높이는 옵션이 선택되었다. 별로 유행을 타지 않을 것 같은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있잖아. 은행이 50년 동안 살아남을까?”

 

남편이 말했다. 우리는 낄낄거리면서 온갖 보험 옵션에 다 서명을 했다. 심지어 핵전쟁이 발생할 경우 우선적으로 피난 조치를 받도록 하는 옵션까지.
그리고 얼마 뒤에 우리는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일주일쯤 관광을 하다가, 계획한 대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가짜 여권을 이용해서 홍콩으로 달아났다. 물론 정보기관 사람들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몰랐다. 그래서 어느 경로에 사람을 심어두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우리는 중국 내륙 어딘가로 위치를 옮겨 남편이 세탁해 둔 현금으로 한 달을 머물다가 천천히 티베트 쪽으로 이동한 다음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자동차로 터키까지 갔다. 그것은 정말이지 행복한 여행이었다. 말이 안 통하는 곳을 지날 때면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그 일은 주로 남편이 담당했다. 남편은 표정으로 하는 의사소통에 남다른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또한 자꾸 그 일을 하다 보니 표정이 점점 더 풍부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무기를 꺼낼 일은 거의 없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만 다녔고, 종종 야영을 하기도 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실수를 범할 만큼 감정적이지 않았다.

 

 

 초원이, 그리고 사막과 하늘이, 남편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그동안 남편의 마음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그것은 절망보다는 분노에 가까웠다. 세상에 대한 뜨거운 분노.

 

 

 화가 나고 또 가끔은 폭발시켜버리고 싶었겠지만, 남편은 늘 착한 사람이었으니까, 자기 내면에 어떤 끔찍한 게 꿈틀거리고 있건 그걸 남들 있는 곳에서 함부로 폭발시키는 건 절대 예의바른 행동이 될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자라 온 사람이었으니까, 그 분노를 어떻게 하지는 못한 채 그저 마음속에 그대로 차곡차곡 쌓아 두기만 했을 것이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났어?”
“글쎄, 그게 뭐였을까?”

 

 별이 반짝이는 밤에 남편과 꼭 끌어안고 누워서 연상연하 부부놀이를 하고는 했다. 나는 아직도 남편보다 한 살이 많았다. 그래서 남편은 고분고분 내 말을 잘 들었다.
남편은 우리가 알고 지낸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롭고 또 활기차 보였다. 나는 남편의 검게 그을린 피부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남편은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내 머리카락을 좋아했다. 우리는 이미 몇 년은 더 젊어져 있는 것 같았다. 인적 없는 곳에서 야영을 하는 밤이면 고요하다 못해 아예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그 광활한 대지를 새벽까지 야한 소리로 가득 채웠다. 그러고는 아침에 해가 뜨면 그만 무안해지고 마는 것이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장난스럽게 놀려대곤 했다.

 

“짐승!”
“뭣이?”
“그럼 어제 그 소리가 사람 소리 같아?”

 

 

 폴란드를 지나는데 기차역 부근에 정부 요원들이 잔뜩 깔려 있는 게 보였다. 갑자기 계획을 수정해야만 했다. 우리는 육로를 포기하고 곧장 발트 해 쪽으로 올라가서 작은 배를 빌려 타고 독일 쪽으로 이동했다. 날씨가 추웠지만 그 길이 훨씬 안전해 보였다. 그리고 날씨가 추웠기 때문에 가는 내내 둘이서 꼭 붙어 있어야 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은 없었다. 가끔 물건을 사려고 다른 사람을 상대해야 할 때가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도 낯선 사람들과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말도 잘 안 통했지만, 긴 말이 필요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그로부터 5일 뒤에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발을 디디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요원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나만. 남편은 풀어주고 오직 나만.
남편은 동면되었다. 계획대로 은행 컨소시엄 프로젝트에 의해 동면되었다. 법적으로나 외형상으로는 아무것도 문제될 게 없는 일이었다. 남편이 쓴 계약서와 동의서가 한 뭉치였으니까. 게다가 남편은 상습 동면자가 아닌가. 하지만 그건 남편의 의지에 따라 한 일이 아니라 정부에서 반 강제로 집행한 한 일이었다.

 

 

 남편은 인질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이미 반쯤은 죽여 놓은 인질이었다. 형식은 은행 컨소시엄에 의해 동면된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정부에서 통제하는 일이었다. 그 몸의 생사 여부는 이제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이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동면된 남편의 몸을 두고 정부는 이런저런 협박을 해 왔다. 내가 동면중일 때 남편도 딱 그런 압력을 받았겠구나 싶었다. 나는 인질이 된 남편을 살리기 위해 불로초를 만들었다. 아니, 불로초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일부러 그랬는지 아니면 기술적으로 원래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사실 스스로도 정확히 판단을 내릴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그 덕에 나는 결국 풀려날 수 있었다. 아니면 그냥 버려진 것인지도 모른다.

 

 

 남편보다 거의 10년이나 늦게, 나는 처음 계획보다 조금 짧아진 40년짜리 동면에 들어갔다. 그리고 남편과 같은 날,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이제 남편보다 열한 살이 더 많았고, 또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어 있었다. 세계의 헤게모니가 다시 유럽으로 넘어가 있었고, 유럽 전체를 파괴시킬 만한 전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며, 은행 컨소시엄도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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