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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 독서일기 2019-11-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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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

조민진 저
아트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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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는 기자 생활 14년 만에 해외연수의 기회를 얻은 저자가 런던에서 1년을 보내며 스스로를 위해 살았던 기록입니다. 읽으면서 곽아람 기자의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이 많이 생각났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책 뒷날개에 딱 소개가 되어 있었어요. 심지어 곽아람 기자도 직장생활 14년 차에 해외연수 기회를 얻어 1년간 뉴욕에 있었던 것이고요. 아무튼 제게는 두 책 다 참 좋았습니다.


 제가 14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다가 1년의 해외연수 기회를 얻어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면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잔뜩 쌓아둔 책을 읽고, 매일 영화와 넷플릭스를 보고, 가끔은 밖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 가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운동도 조금 할 것 같네요. 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난다거나 세 끼를 꼬박 챙겨 먹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최대한 게으르게 보낼 것 같거든요. 물론 해외에서 1년을 보내는 것이니만큼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겠지만요.


 이 책의 저자는 런던에서도 회사 다닐 때와 같은 휴대폰 모닝 알람 시간, 무려 5시를 유지합니다. 전시나 강연, 투어 일정을 찾아 미리 온라인 예약을 하며 스케줄을 정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또 일주일에 한 번씩 트레이너를 만나 운동을 합니다. 런던 생활 초반에는 프랑스어 학원과 로열아카데미 10주 단기 강좌에 등록해 프랑스어와 영어를 공부하기까지 하고요. 처음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며 혀를 내둘렀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자신을 위해 하루의 모든 시간을 이렇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치인가요. 그러니 저자는 부릴 수 있는 사치를 실컷 부리고 온 셈입니다.


 저자는 주로 정치부나 사회부에 소속된 기자였고 전공으로 보나 하는 일로 보나 그림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순수하게 그림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해요.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그림을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 눈에 유독 띄었던 그림이 몇 점 있었습니다. 우선 런던 테이트브리튼에 전시된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의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No Woman, No Cry」입니다. 정말 강렬한 감정이 전해져 오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인종차별 범죄의 희생자였던 18세 흑인 청년 스테판 로렌스의 죽음 앞에 바치는 그림이다. 여인은 로렌스의 어머니 도린이다. 로렌스는 1993년 런던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백인 청년 갱단이 휘두른 칼에 맞아 숨졌다. 구체적 증언이 있었지만 경찰은 체포된 백인 용의자들을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줬다. 이후 인종차별 논란이 촉발됐고, 로렌스의 부모는 직접 끈질긴 추적에 나섰다. 급기야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 피의자들과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렌스가 숨진 지 19년 만인 2012년이 되어서야 피의자들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라는 그림 제목은 '레게의 전설'로 불리는 자메이카 출신 음악가 밥 말리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미술관 가이드는 이 노래를 불러보면서 "밥 말리 노래 알죠? 이 노래와 작품 제목이 같아요"라고 말했다. 밥 말리는 영국 식민지이자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자메이카의 가난한 흑인들을 위해 자유와 희망을 노래했다. (p.86)





 또 기억에 남는 그림 하나는 바로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폴리베르제르의 바A Bar at the Folies-Bergere입니다. 사람들로 가득한 술집 안에서 멍한 시선을 어딘가로 보내고 있는 여자 바텐더의 감정이 느껴지시나요?


 고급 레스토랑이나 명품 상점, 호화로운 극장처럼 화려한 곳에 머무를 때면 마네가 그린 「폴리베르제르의 바」가 자주 떠올랐다. 풍부한 음영을 동반하는 조명, 다양한 존재들을 반사해 비추는 거울, 웃음과 눈물을 배가시키는 술, 탐스러운 꽃. 그림에 담겨 있는 소재들은 거의 대부분 화려함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그 화려한 공간의 공기 속에 드문드문 스며들어 있는 시큼한 고독감이 마음 한편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내가 고독했을 수도 있고, 그곳의 다른 이가 그림 속 바텐더처럼 공허한 현실에 종종 넋을 놓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누구나 웃으면서도 울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삼킬 때도 있을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외딴 섬이 된 듯 문득 찾아온 고립감을 안고 사는 건 어쩌면 누구에게나 보통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p.305)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를 읽으며 저는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낯선 곳으로 떠나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저자의 모습을 응원하기도 하고,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그림을 잔뜩 소개해 주심에 감사하기도 하고, 귀여운 딸과의 에피소드에 웃음을 짓기도 하면서요. 이렇게 좋은 것들로 가득 채운 책은 책장 한 켠에 꽂아만 두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법입니다. 언제든 책을 꺼내 펼쳐 들면 이 좋은 것들을, 소중한 감정을 저에게로 또 옮겨 올 수 있으니까요.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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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 52호: 위워크(WeWork) | 독서일기 2019-10-3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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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매거진 B (월간) : 12월 [2016년]

JOH & Company 편집부 편
JOH(제이오에이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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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논란인 기업 중 하나인 위워크(WeWork)를 다룬 《매거진 B》를 읽었습니다. 2016년 12월호이니 무려 3년 전에 나왔고, 저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샀던 것 같은데 언제나 그렇듯(!) 관심도 안 주다가 이제서야 읽은 것이지요. 위워크는 2010년 애덤 노이만과 미겔 매켈비가 공동 창업한 워크스페이스 브랜드로, 세계 곳곳에 코워킹 스페이스 붐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열세 개의 지점이 있고요.


 이번 《매거진 B》는 위워크 공간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 위워크 멤버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워크의 공동 창업자이자 CCO(Chief Creative Officer)인 미겔 매켈비(Miguel McKelvey)를 비롯하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데빈 베르뮐런(Devin Vermeulen), CPO(Chief Product Officer)인 데이비드 패노(David Fano), CBO(Chief Brand Officer)인 레베카 팰트로 노이만(Rebekah Paltrow Neumann) 등과 함께한 인터뷰도 있고, 실제로 위워크에 입주하여 일하고 있는 다양한 고객의 사례도 참고할 수 있으며 위워크가 2016년에 론칭했던 대규모 공유 주택 위리브(WeLive)에 대한 이야기도 꽤 흥미롭습니다.


 이 잡지는 언제나 그렇듯 회사의 장점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이 잡지를 읽는 이유는 비즈니스적인 인사이트를 얻고자 함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나왔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하지만 이 기업의 현재 모습을 보며 저는 또 다짐하게 됩니다. 좋은 말만 들리는 것을 믿지 말고, 언제나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겠다고요. 그리고 많은 벤처캐피탈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결국 창업자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점차 깨닫게 됩니다.


 올해 초, 위워크는 회사의 사명을 위 컴퍼니(The We Company)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워크스페이스 브랜드를 넘어 주거 공간 WeLive, 학교 WeGrow, 그리고 편의점에 가까운 WeMRKT 등 다양한 회사를 품는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위 컴퍼니라는 이름은 이미 소유자가 있었습니다. 위워크의 CEO, 애덤 노이만이었습니다. 그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회사가 6백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죠. (결국 받았다가 다시 돌려주었다고 하네요) 그뿐인가요, 그는 자신이 소유한 건물을 위워크가 임대하게 하여 지금까지 약 1,700만 달러의 임대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주식을 몰래 내다 팔기도 했고, 회삿돈으로 6,000만 달러의 개인 제트기를 구입하고, 8,000만 달러 이상을 들여 "최소" 다섯 채의 집을 사고, 자신의 친구와 가족을 높은 자리에 고용했습니다. (출처)


 회사가 계속 적자를 이어간 데다가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밝혀지면서 애덤 노이만은 지난 9월 CEO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지만,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의 경영권을 가지는 대가로 그에게 2조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에서 진짜 일하던 직원 수천 명은 해고 위기에 처해 있는데 말이지요.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참 어이가 없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과연 소프트뱅크가 위워크를 살려낼 수 있을까요? 위워크는 테크 기업인 척하는 부동산 임대업자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고, 실제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분야라 경쟁자도 많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역시 지켜봐야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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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디자인 강의 with 인디자인 | 독서일기 2019-10-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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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편집디자인 강의 with 인디자인

황지완 저
한빛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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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한빛미디어에서 출간된 『편집디자인 강의 with 인디자인』을 읽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땐 그저 인디자인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막상 책을 받아서 읽어보니 내용이 생각과 달라 제목을 다시 확인해 보았습니다. 제목에서 인디자인은 "with" 뒤에 붙어 있었고 앞에는 "편집디자인"이 쓰여 있더군요.


 편집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편집디자인은 인쇄, 출판물을 디자인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요즘은 이 분야가 축소되고 있고 인터넷 매체, 특히 영상 매체가 발달하면서 새로이 범위가 넓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요. 우선 이 책은 인쇄, 출판과 관련된 편집디자인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책 표지나 본문 디자인부터 메모지, 달력이 들어간 다이어리 디자인 등이 중심이 되죠.


 우리는 항상 완성된 결과물만 보기 때문에, '거 책 표지, 달력 만드는 게 뭐 그리 어렵겠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특히 요즘은 어떤 분야에 종사하든 문서 작업도 많이 하고, 특히 많은 사람들이 파워포인트나 워드 등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당연히 실무에선 고려해야 할 내용이 훨씬 많겠죠? 이 책은 편집 디자인 프로세스부터 시작하여 실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차근차근 알려주고,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지, 어떤 사이트를 참고하여 영감을 얻는지 등 사소할 수도 있지만 밖에선 알기 어려운 유용한 팁을 하나씩 풀어줍니다.


 편집디자인을 할 때는 물론 고려할 사항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은 단연 "타이포그래피"라고 할 수 있죠. 저도 어떤 폰트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글자가 들어가는 디자인을 할 때는 폰트를 정말 신중하게 고르곤 합니다. 이 책에서는 폰트에 대한 정말 기초적인 지식부터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짚어 주고 있습니다. 폰트의 자간이 같아도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거나 좁아 보이는 것을 균일하게 보완하는 커닝(Kerning), 여백과 정렬, 단락과 강조 등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하는 정보들이 가득하고요.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종이에 대한 내용입니다. 종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어떻게 분류하는지, 어떤 종이를 언제 쓰는지, 인쇄를 할 때 필요한 종이 주문 수량은 어떻게 구하는지, 그리고 심지어 발주서는 어떻게 작성하는지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책의 맨 앞에는 실제로 종이를 직접 볼 수 있는 샘플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트레이싱지, 크라프트지, 미색 모조지, 매직패브릭 등의 다양한 종이 위에 인쇄까지 되어 있고 4종의 박과 형압, 그리고 에폭시 코팅 등의 후가공도 어떤 모습인지 직접 만지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각각의 종이와 후가공에 대한 내용은 책에 전부 실려 있으며 후가공을 위해서는 인디자인에서 어떻게 작업해야 하는지도 다 설명되어 있고요. 그뿐인가요? 이 책은 인쇄 과정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떤 것을 확인해야 하는지, 어떤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인쇄 과정과 용어, 기법까지 전부 다루고 있습니다.






 『편집디자인 강의 with 인디자인』은 인쇄, 출판물 디자인을 위해 알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될 내용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는 친절하고도 알찬 책입니다. 인디자인만을 다루는 책은 정말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이렇게 디자인 실무에서 꼭 알아야 할 방대한 지식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알려주는 책은 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편집디자이너로 일하기를 꿈꾸는 분들께 정말 큰 도움이 될 책이고,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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