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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몸_ 아는 만큼 내 몸도 보인다 | 나의 서재 2020-05-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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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기는 몸

이동환 저
쌤앤파커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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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우리 몸 건강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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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건강 기초 지식!

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우리 몸 건강가이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면역력’과 관련된 키워드가 급증했다고 한다. TV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 매체들은 면역력에 좋은 음식이나 영양제, 운동법 등 예방과 치료를 위한 각종 정보들을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또 온라인 및 각종 쇼핑몰에서도 관련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평소보다 몇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전 세계가 면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이름만 바꾼 다른 바이러스가 또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관련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상품 판매를 위한 과대광고는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최근 크릴 오일이나 아보카도, 노니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나의 몸에 맞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몸에 좋다고 하면 일단 먹고 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은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와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꼭 먹어야 하는 것들, 꼭 해야 하는 것들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어깨 및 겨드랑이 통증, 피부 트러블, 시력 감퇴로 몸의 밸런스가 조금씩 무너진 것 같은 요즘, 면역에서부터 질병 예방, 노화로부터 내 몸 바로 알기를 권장해주는 책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몸을 알아야 몸을 살린다, 알고 쓰고 아껴 쓰는 우리 몸 건강 가이드!

 

 

 

   ‘우리는 몸을 너무 모른다. 그래서 몸이 아프다’

   대한민국 기능의학 1세대 가정의학 전문의 이동환 원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신체가 가진 기능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몸이 보내는 구조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병을 키운다고 말한다. 질병은 어느 한곳이 아닌 상호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곳만 치료하면 모든 치료가 끝난 것이라고 오판하여 더 큰 병을 키운다는 것이다. 또 남들이 좋다는 영양제 한 알로 몸에 대한 면죄부를 얻었다고 자기만족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도 문제를 지적한다. 왜 병에 걸리는 것인지, 어떤 운동이 나에게 맞는지, 어떤 약을 먹어야 하고 또 함께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아야만 질병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이기는 몸』을 통해 우리 몸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부터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법, 아프기 전에 지키고 관리하며 우리 몸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1장에서는 우리 몸을 지키는 방패이자 창인 ‘면역’ 시스템과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몸의 건강을 좌우하는 ‘세포와 미세염증’, 몸 네트워크의 자동 시스템 ‘호르몬’에 대해서 알아본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면역 분야가 눈길을 끈다. 책은 어떻게 해야 면역력이 우리 몸에서 잘 작동할 수 있을지, 또 어떤 경우에 특별히 나빠지거나 약해지는 것인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면역이 약해지는 이유는 선천적으로 면역계에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후천적으로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여러 가지 영양소 결핍에 의해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스트레스,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 남용도 면역력 약화의 요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운동 부족으로 인해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못할 때도 약해진다고 한다.

 

 

 

   이에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챙길 것을 권장한다. 단백질은 여러 가지 면역세포들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단백질 보충뿐만 아니라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충분한 비타민과 미네랄, 몸속의 활성산소 같은 독소들을 억제할 수 있는 항산화물질도 중요하다. 즉, 영양소의 균형이 잘 맞은 상태에서 마음의 안식과 충분한 휴식이 함께 되어야만 정상적인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 몸의 면역력을 좌우하는 면역세포의 60% 이상이 존재하는 장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의 장내 생존율을 높이는 프리바이오틱스도 함께 섭취할 것을 추천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면역계에 문제가 있어서 염증이 잘 생기고, 장 기능이 아프다고 판단된다면 반드시 밀가루를 피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면역력이 좋아지는 모든 활동이 결국 NK세포뿐 아니라 몸의 전체적인 면역력을 증진해줍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적절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금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 심리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숙면을 취해 몸의 피로를 잘 풀어주는 것 등이죠. 수시로 복식호흡을 하면서 교감신경이 흥분되지 않도록 안정화시켜주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웃음을 NK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므로 억지로라도 자꾸 큰소리로 웃는 노력을 해봅시다. / 28p

 

 

비타민과 미네랄 이외에 아주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코엔자임 큐텐’입니다. 비타민과 유사한 물질로 비타민Q라고도 부르지만, 세포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코엔자임 큐텐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20대를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서 40대 이후에는 눈에 띄게 부족해집니다. 따라서 항산화 능력이 약화되고 결국 노화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죠. 그러므로 코엔자임 큐텐은 40대 이후에 신경 써서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엔자임 큐텐은 육류, 콩기름, 정어리, 고등어, 땅콩과 같은 음식에 풍부합니다. / 62p

 

 

 

 

 

  2장에서는 폐, 간, 심장, 뇌, 위와 식도, 대장과 소장, 뼈와 근육, 눈과 귀 그리고 코와 같이 우리 몸의 주요 기관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본다. 흡연자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남편의 폐 건강을 무엇보다 염려하고 있는 입장에서 40년 동안 줄담배를 피워온 사람도 지금 당장 담배를 끊으면 손상된 폐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는 내용은 참 반갑다. 영국 BBC 방송이 과학저널 <네이처>를 인용하여 보도한 내용인데, 일단 금연하기만 하면 폐가 흡연으로 인한 암 유발 변이를 고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심지어 금연한 사람들의 세포 40%는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들의 세포와 똑같아 보일 정도였다고 하니 이번에야말로 금연을 꼭 해보자고 꼬드겨 볼 참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들어 무너질 듯한 어깨 통증과 겨드랑이 통증이 자주 발생하곤 하는데, 특별한 원인 없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어깨 통증은 근력 감소가 원인이라고 하니 오늘부터 어깨 운동에 좀 더 정성을 들여야겠다.

 

 

연구진은 플라보놀을 캠페롤, 이소람네틴, 미리세텐, 케르세틴 4종으로 분류하여 검토했는데, 시금치와 브로콜리, 케일 같은 녹색 채소와 홍차에 들어 있는 캠페롤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51%나 감소시켰고, 올리브유와 적포도주, 배, 토마토소스같이 이소람네틴이 풍부한 음식 역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38%까지 낮췄다고 밝혔습니다. / 178p

 

 

안구건조증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영양소는 오메가3지방산입니다. 오메가3지방산은 우리 몸의 전체적인 염증반응을 줄여주고, 혈관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필수영양소입니다. 그리고 눈물을 구성하는 지방층의 구성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안구건조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지요. 오메가3지방산이 풍부한 생선과 견과류를 잘 챙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 240p

 

 

 

   아무래도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사랑 받는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먹고 제대로 마시는 것’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뜻에서 3장 노화를 이기는 몸 편은 그 어느 부분보다 관심 있게 읽힌다. 젊었을 때야 뭘 먹고 뭘 마시든 당장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지 않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니 확실히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반응이 신체적인 현상으로 눈에 띄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몸을 가볍게, 건강하게, 그리고 오래 쓸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섭취해야 할까? 그리고 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렇듯 3장에서는 아침을 먹는 것이 중요한지, 1일 1식과 같은 식이요법들에 대한 진실과 공복이 우리 몸에 주는 좋은 효과, 물을 건강하게 마시는 법, 올바른 영양제 섭취법, 바른 수면 습관과 운동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일단 책에서는 체내 대사를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노화의 주범이 되는 활성산소가 적게 만들어지며 외부 환경의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방어 능력도 향상되기 때문에 적게 먹을 것을 추천한다. 건강을 위해 간헐적 단식도 필요한데, 특별한 질병이 없으며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16시간을 단식하고 8시간 중 두 끼만 먹는 방법이 좋고, 40대 이후 중년이나 대사증후군, 당뇨병 환자라면 하루 중 12시간을 단식하고 12시간 내에 두세 끼만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루에 2L의 물을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설에 대해서는 이를 긍정하면서도 식사할 때 음식에 포함되어서 섭취하는 수분의 양을 고려해야 하며 당뇨병으로 인해 신장에 합병증이 생긴 상태라면 과도한 수분 공급은 오히려 나쁘니 자신의 몸에 맞게 물을 가려서 마실 것을 조언한다. 술을 먹고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크기에 주의할 것과 속이 쓰릴 때 우유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우유 속에 들어 있는 칼슘 성분이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속이 더 쓰릴 수 있으니 이 역시 평소에 알아두면 좋은 상식이 될 듯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마그네슘이 급격히 저하되고 결국 에너지가 떨어지고 근육이 굳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더 피로하고 목 뒤 근육이 뻣뻣해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데, 이것이 지속되고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근육통과 두통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자주 챙겨 드셔야 합니다. 마그네슘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다시마와 견과류입니다. 이러한 음식들을 잘 챙겨야 현대인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마그네슘 부족 현상에서 헤어 나올 수 있습니다. / 346p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건강 역시 아는 만큼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기는 몸』은 가장 기본적인 건강서로, 평소 몸 상태를 점검하고 몸에 이상이 있는 경우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원인은 또 무엇인지 도움을 받아보기에 좋은 책인 듯하다. 솔직히 몇 해 전만 하더라도 특별히 아픈 곳 없다는 이유로 내 몸에 대해서 이렇다하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는데, 두 아이를 낳고 몸에 조금씩 이상이 나타나는 것을 느끼면서 이제는 나도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는 것에서부터 운동하는 것, 잠자는 것 모두가 내 몸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책을 챙겨보며 습관처럼 오늘의 건강을 챙겨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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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노벨레_ 부부, 그 이면의 욕망과 환상 | 나의 서재 2020-05-2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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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꿈의 노벨레

아르투어 슈니츨러 저/백종유 역
문학과지성사 | 2020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결혼이라는 제도 속 윤리적인 관계 규범과 에로스적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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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제도 속 윤리적인 관계 규범과 에로스적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에 대하여!

 

 

   유능하고 성실하며 전도유망한 의사 프리돌린은 가정적인 아내 알베르티네와 총명한 딸아이를 둔, 누가 봐도 안정적이고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졸린 눈을 부비는 귀여운 아이에게 미소를 건네며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모습은 여느 부부처럼 서로에게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가 잠자리에 들어 식탁 위에 단둘이 남게 되어서야, 그들은 지난밤 가면무도회에서 겪은 기묘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접근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 프리돌린이 남자친구이기라도 한 것처럼 친근하게 굴었던 두 여성과 알베르티네에게 다가온 이름 모를 멜랑콜리한 남자의 이야기를 짐짓 과장하며 드러냈고, 서로에게 묘한 질투와 가벼운 복수심을 느끼며 어느 덧 서로에게 감추어진 욕망 같은 비밀스러운 영역에 가닿고야 만다. 프리돌린은 알베르티네가 지난해 여름, 덴마크 해변에서 반했던 장교가 전보를 받고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를 뿌리칠 수 없었을 거라는 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그 역시 그날 해변에서 열다섯 살쯤 된 소녀를 만나긴 했지만, 순진무구하리라 믿었던 아내가 결혼 전에도 호숫가에서 만난 젊은 남자가 원했더라면 그의 아내가 될 수도 있었을 거라던 솔직한 고백에 마음이 싸늘해진다.

 

 

 

감추어진 욕망, 거의 예상치 못했던 욕망, 가장 명징하고 가장 순수한 영혼의 한가운데 있어도 위험천만한 돌개바람에 휘말릴 수 있는 눈먼 욕망. 이런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의 대화는 결국 비밀스러운 영역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영역에 대해 그들은 평상시 아무런 동경을 느끼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운명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 비록 꿈속에서라도 두 사람이 한순간에 휘말려들 수 있는 그런 영역이었다. / 11p

 

 

 

   이렇듯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꿈의 노벨레』는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서 성적 욕망을 느꼈다는 사실에 충격과 분노를 느낀 프리돌린이 정처 없이 밤거리를 배회하는 데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로 그 밤, 그 거리 위에서 프리돌린은 결혼과 부부라는 제도가 부여하는 규범과 사회적 책임, 또 그 이면의 개인적인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되곤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다른 남자에게 은밀한 욕망을 품는 아내에게 증오를 느끼면서도 정작 그 자신은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마리안네와 몸을 파는 어린 소녀, 의상실의 주인 딸에게 애정을 느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또 카페하우스에서 한때는 함께 의학 공부를 했지만 지금은 피아노 연주를 하는 나흐티갈을 만나 한 가면무도회에 참석하기에 이르는데, 가면을 쓴 나체의 여자들과 기사로 변장한 남자들의 춤사위를 보며 거역할 수 없는 에로스적 충동과 이성 사이에서 중심잡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광대 소녀의 젖가슴에서 피어올랐던 장미 향수와 분 냄새를 계속 느꼈다. 그 무슨 이상한 소설 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은 아닐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이 길을 가는 게 아니었어, 아니 감히 그렇게 하면 안 되었는데. 난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 69p

 

 

차라리 지금 당장 그냥 되돌아가버리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어디로 간담? 어린 광대 소녀에게? 아니면 부흐펠트 거리의 어린 창녀에게? 아니면 마리안네, 죽은 남자의 딸에게? 아니면 집으로? 프리돌린은 가벼운 전율을 느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 70p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아무런 주의도 끌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이 구석 자리에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그를 붙잡아두고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혹시 불명예스러운 그리고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후퇴에 대한 수치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 여자의 매혹적인 육체, 아직까지도 향기가 남아 있는 육체를 충족하지 못해 고통으로 변해버린 욕망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이 혹시 자신의 용기를 시험해보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결과에 따라서는 조금 전의 멋진 여자를 상품으로 배당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인지, 그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 81p

 

 

 

 

 

 

   마침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고 비밀 암호를 대어야만 입장을 할 수 있는 이 미스터리한 무도회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프리돌린을 수상쩍게 본 기사들이 그를 위협하고, 한 여성이 대신 나서는 바람에 그는 신분이 드러날 뻔했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다. 다음 날, 그는 친구인 나흐티갈이 갑자기 사라지고, 자신을 구해준 여성이 음독자살처리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꿈인 듯 현실인 듯한 이 위험천만한 모험과 눈먼 욕망으로부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알베르티네가 평화로운 결혼과 가정생활의 안정감 속에 푹 빠져서 스스로도 안락하게 지내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을 때, 그녀 면전에 대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믿음직스럽고 앞날이 창창한 유능한 의사, 성실한 남편과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삶을 살고, 다른 한편에서는 난봉꾼으로, 호색한으로 그리고 인간 족속들과, 그래 그렇고 그런 년들과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놀아나는 냉소주의자’가 되어 그녀에게 복수라도 할 생각이었지만, 그는 가면무도회에 참석했을 때 쓴 가면을 그녀가 발견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듯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진료를 마친 후 그는 평소 습관대로 아내와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보러 갔다. 알베르티네는 집에 방문한 친정어머니와 같이 있었고, 딸아이는 보모에게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는 중임을 확인하자 만족감이 전혀 없진 않았다. 그리고 집을 나서기 위해 계단에 이르렀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이 모든 질서, 이 모든 균형, 자신의 삶에 관한 이 모든 안정감은 그저 허상과 위선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의식이 다시 들었다. / 126p

 

 

그것 아니겠어? 사람들은 얼마나 실체 없는 말에 끊임없이 유혹당하고 있는지, 길거리, 운명, 타성에 젖어 습관적으로 말을 덧씌워놓고, 실체 없는 그 말을 가지고 판단을 내려버리는 거야. 그가 지난밤 이상한 우연으로 자리를 같이했던 모든 여자들을 그 근본에서 비교해본다면, 그중 바로 이 어린 창녀가 가장 우아한 여자, 정말로 가장 순수한 여자가 아니었을까, 정말 그렇지 않을까? 그녀를 마음속에 떠올리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 134p 

 

 

 

 

 

  알베르티네는 남편이 경험한 지난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주며 그를 용서해주고자 한다. 그녀 역시 그녀가 지난밤에 꾼 꿈을 통해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할 에로스적 욕망들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따르면 꿈은 현실의 욕망이 투사된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단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 뿐 억눌린 욕망은 그녀의 잠재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경험한 것과 그녀가 꿈을 꾼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응, 확신해. 하룻밤 동안 실제로 있었던 일, 아니 한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서 실제로 있었던 모든 일조차도 그 사람의 가장 내면적인 진실을 동시에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짐작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만큼 확신이 있어.” / 158p 

 

 

 

   그렇게 부부는 서로의 욕망을 확인하며 현실에서의 모험과 꿈속에서의 모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것에 감사해하지만 마지막에 알베르티네가 “결코 미래를 속단하지 마.”하고 속삭이는 대목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부부는 ‘한 자루의 칼’을 사이에 두고 살며 “죽이지는 않고 못 배길 원수”가 될 수밖에 없는 것, 부부라는 윤리적인 관계 규범과 에로스적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란 사실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연인들이여, 부부들이여, ‘영원히’라는 맹세에 속단하지 마시라.

 

 

 

   이렇듯 『꿈의 노벨레』는 겉으로는 단란하고 이상적인 부부일지라도 그 안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서로를 상대로 벌이게 되는 욕망의 줄다리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꿈과 가면’이라는 요소가 품고 있는 상징성과 주인공의 의식을 쫓아가는 형태의 서사 기법은 불안한 욕망의 그림자를 보다 두드러지게 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이를 의식하며 읽어볼 필요가 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의 원작 소설이라고 하니,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상으로 만나보면서 소설 속 주인공과 리즈 시절의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에 이입해서 보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좋은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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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쿠바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저/민경욱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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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살인과 암호 해독 그리고 다시 재현된 무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을 다시 만나는 시간!

 

 

   밀실 살인, 암호 해독, 산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그리고 다시 차례차례 재현되는 죽음의 그림자. 추리 소설을 적지 않게 읽어본 이들이라면 다소 친숙할만한 코드다. 그도 그럴 것이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데뷔작으로, 정통 추리 소설 속에서 빛나는 미스터리 코드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다. 덕분에 고전 추리 소설의 향수를 느끼며 꽤 오랜만에 트릭과 두뇌싸움에 집중해서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반전의 연속, 어린이들에게 불러주는 머더구스를 추리 소설의 열쇠로 만드는 놀라운 상상력과 독자를 암호 해독의 과정으로 함께 끌어들이는 대담함까지.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날선 집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 고전 추리 소설의 매력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가울 만한 책이다.

 

 

 

“일부러 1년을 기다린 거야.”

“뭐라고?”

마코토가 되물었다.

“나도 빨리 가고 싶었어. 그걸 참고 지금까지 기다린 이유는 이때가 되어야 작년에 묵었던 손님들이 그 숙소에 모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야.” / 33p

 

 

 

 

 

 

1년 전의 그들, 다시 한 자리에 모이다

 

 

   신슈 하쿠바에 있는 펜션 ‘머더구스’에서 한 남자가 의문사로 발견된다. 그로부터 1년 뒤, 오빠 고이치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하라 나오코는 친구인 마코토와 신슈 하쿠바에 있는 펜션 ‘머더구스’로 향한다. 경찰은 당시 오빠는 조울증 상태였으며, 함께 머물렀던 펜션 사람들에게는 살인 동기가 없을뿐더러 방안은 밀실 상태였기에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나오코는 좀처럼 수긍하기 어렵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빠가 죽기 전에 나오코 앞으로 보낸 엽서에는 자살의 징조가 보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나오코에게 ‘마리아 님 집에 언제 돌아왔지?’ 라는 구절이 실려 있는 것을 찾아봐달라는 부탁까지 쓰여 있었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이런 부탁을 할 리가 있을까. 때문에 나오코는 자살이 아닌 타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무려 1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직접 신슈에 가보기로 한다. 지난 해, 오빠가 펜션에 머물렀을 때 함께 묵었던 손님들이 고스란히 이번에도 다시 모일 거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매년 여기에 오시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인가요?”

마코토가 태연하게 물었다. 자신들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질문이다. 역시 그녀와 오길 잘했다고 나오코는 생각했다.

질문에 답한 것은 부인 쪽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이곳에 아무것도 없어서겠지.” / 45p

 

 

“아까 그 부인은 아무것도 없어서 온다고 했지만 사실은 반대가 아닐까?”

“반대?”

나오코는 몸을 일으켰다.

“무슨 소리야?”

“잘은 모르겠지만…….”

마코토는 예리한 눈빛으로 나오코를 봤다.

“여기에 모두 모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 / 62p

 

 

 

 

 

 

   ‘런던 브리지와 올드 머더구스’라는 방에 머무는 의사 부부, ‘거위와 키다리 할아버지’라는 방에 머무는 시바우라 부부, ‘풍차’라는 방에서 숙박하며 호쾌해 보이지만 어딘지 기분 나쁜 느낌을 풍기는 가미조, 벌레나 새, 식물을 관찰하는 게 취미인 ‘잭과 질’이란 방의 에나미, 자기과시욕이 강한 타입으로 ‘세인트폴’이라는 방에서 머무는 오오키, ‘여행’이라는 방에서 함께 숙박하는 젊은 샐러리맨 나카무라와 후루카와가 하쿠바 산장으로 다시 모여든다. 거기에 펜션의 주인인 마스터와 공동 경영자인 셰프, 남자 종업원인 다카세와 여자 종업원인 구루미까지. 나오코와 마코토는 오빠가 죽었던 ‘험프티 덤프티’에 머물며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숨긴 채 1년 전,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조심스레 추적해간다.

 

 

 

   나오코와 마코토는 오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면서, 이 펜션만의 독특한 특징에 의혹을 품게 된다. 바로 각기 다른 내용의 머더구스가 방 마다 벽걸이로 걸려 있다는 것이었다. 나오코와 마코토는 죽은 오빠가 이 머더구스 풀이에 매달렸던 점과 옛 여주인이 이 이를 행복의 주문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머더구스 사이에 숨겨진 암호를 해석해야만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는다. 그러는 동안에 2년 전에도 숙소 뒤쪽 계곡 돌다리에서 한 사람이 죽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곳에서 또다시 끔찍한 살인 사건을 마주하고야 만다. 과연 두 소녀는 오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머더구스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그 청년도 주문에 매달린 것 같았네. 그것도 역시 자네 영향이었지?”

“그런 점도 있지만 그 사람은 벽걸이 노래에서 주문 이상의 것을 찾은 듯합니다.”

“주문 이상의 것?”

마코토가 되물었다.

“예. 그는 주문을 암호로 해석한 것 같아요. 머더구스 노래는 실은 어떤 장소를 나타내는 암호이고, 거기에는 보물 같은 게 숨겨져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얘기였죠. 그래서 행복의 주문이 되는 거랍니다.” / 113p

 

 

“3년 연속 사람이 죽었어요. 게다가 똑같은 시기에.”

“우연이라면 무서운 일이죠.”

“아니요.”

마코토가 형사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우연이 아닌 경우가 무서운 일입니다.” / 188p

 

 

 

 

 

 

   소설은 매년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연속된 살인 사건과 어딘지 기괴한 구석이 있는 머더구스의 암호 풀이 그리고 밀실 트릭이란 장치를 이용해 독자들을 단숨에 책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또 굉장히 복잡한 내막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슬픈 사연과 인간의 서글픈 욕망이 낳은 연속된 비극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다만 암호 풀이와 용의자들의 구술을 중심으로 한 사건 해결에 보다 집중되어 있는 방식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극적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기꺼이 찾게 되는 특유의 매력과 고전 추리 소설의 향수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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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만이 하는 것_ 디즈니를 제국으로 이끈 살아있는 전설 | 나의 서재 2020-05-1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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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디즈니만이 하는 것 THE RIDE OF A LIFETIME

로버트 아이거 저/안진환 역
쌤앤파커스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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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우아하고, 대담하면서 탁월한 리더십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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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우아하고, 대담하면서 탁월한 리더십이 또 있을까!

비주류에서 최고의 미디어 제국, 디즈니 은하계의 중심에 선 밥 아이거의 기적 같은 이야기!

 

 

   지금의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이라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있어 디즈니 영화를 빼놓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디즈니’와 ‘도날드 덕’이 저 아득한 기억의 시작점에 머물러 있다면, 아름다운 스토리라인과 황홀한 O.S.T가 돋보이는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알라딘’ 등의 작품들은 우리의 유년, 성장기를 늘 함께 했다. 거기에 ‘토이스토리’, ‘카’ 등 비약적인 영상 기술의 발전을 이룬 일련의 작품들은 현재 우리 아이가 태어나 다시 찾아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어 ‘겨울왕국’,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과연 ‘최고의 미디어 제국’, ‘디즈니 은하계’라고 표현할 만하다. 어쩌면 우리는 정서적으로 디즈니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가, 페이스북에는 마크 저커버그가, 알리바바에는 마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디즈니에는 밥 아이거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무려 15년간 이 대제국을 이끌어온 디즈니의 CEO 밥(로버트) 아이거가 직접 쓴 최초이자 유일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얼른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혁신 아니면 죽음이다

 

 

 

   밥 아이거는 월트 디즈니 이래 디즈니의 6번째 CEO로, 침체되어 있던 노장 기업 디즈니를 부활시키고 혁신을 주도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에는 디즈니가 100년 된 브랜드를 지키면서도 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훌루, 21세기폭스에 이르기까지 거물 콘텐츠를 차례로 흡수하며 미디어 제국이 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뉴욕 롱아일랜드의 노동자 동네에서 태어나 피자헛에서 피자를 굽던 평범한 청년이 디즈니의 CEO가 되기까지의 과정, 위기와 실패의 대처법, 리더십 원칙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했던 각종 노하우를 가감 없이 전하고자 한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자서전도 아니고 회고록도 아니며 여느 리더십 책이 그러하듯 딱딱한 경영 원칙만을 열거하지 않는다. 그는 확실히 스토리텔링을 다룰 줄 아는 작가이자 경영자인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어떻게 픽사, 마블, 21세기폭스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었는지, 그 불가능할 것 같은 협상 뒤에 절대로 꺾이지 않을 것 같았던 픽사의 스티브 잡스와 마블의 아이크 펄머터, 영화 <스타워즈>를 탄생시킨 조지 루카스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확인하게 된다.

 

 

 

그는 스포츠 프로그램이란 이벤트를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훌륭한 스토리를 전하려면 탁월한 재능이 필요하다. 그는 내가 만난 상사 중 가장 유능한 인물이자 무슨 일에도 굴하지 않는 혁신가였지만, 주변에 자신만큼 유능한 사람들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 56p

 

 

룬이 내게 준 금언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후 내가 맡은 모든 직무에 길잡이가 되었다. ‘혁신 아니면 죽음이다. 새로운 것이나 검증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면 혁신은 없다.’ / 57p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라.”

내가 룬에게서 배운 모든 것 중,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리더십의 특질 중 하나인 이것을 나는 ‘완벽에 대한 집요한 추구’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이것은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특정한 규칙의 집합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내면화한 바로 그것은 ‘어떤 것을 희생하더라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완벽주의’가 아니다. 평범함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 58p

 

 

 

 

 

 

   “결국 최종적인 계약의 성사 여부는 매번 인간적인 요소에 좌우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의 하나는 이 한 문장에서 드러난다. 이는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의 인수를 돌이켜보며 그가 남긴 말이다. 즉, 매번 협상이 필요한 복잡한 쟁점들이 있기 마련이고 길고 긴 시간 동안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에는 ‘인간적인 진실성’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스티브는 디즈니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픽사 고유의 본질을 존중하겠다는 밥의 약속을 얻고자 했고, 아이크는 마블 팀이 가치를 인정받고 새로운 조직 안에서 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싶어 했으며 조지 루카스는 자신의 유산이, 자신의 ‘어린 자식’이 디즈니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밥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꾸준히, 진정성 있게 보여주었다. 상대방이 이룬 업적을 존경하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고결함을 믿고, 품위와 정직을 잃지 않았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사람’에 있다는 그의 경영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적시에 피드백을 주지 않는 한 사람의 태도가 어떤 식으로 조직에 불필요한 중압감과 비효율을 야기하는지 절감했다. / 78p

 

 

다른 무언가를 그토록 갈망하는 경우 당장 맡고 있는 책무에 최선을 다하기가 힘들어진다. 야망이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결국 야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을 아는 것이 관건이다.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내심을 유지하며 기여와 확장, 성장을 위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동시에 그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보스의 뇌리에 적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도록 태도를 가다듬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 141p

 

 

CEO와 2인자 사이의 역학은 종종 긴장에 휩싸이는 게 사실이다. 누구나 자신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길 원한다. 비결은 자신이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수준의 자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훌륭한 리더십은 대체 불가능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추도록 아랫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있다. 리더의 의사결정 과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자질을 파악해 그들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 142p

 

 

 

 

 

 

   밥 아이거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뿐만 아니라 사업체를 운영하든 팀을 관리하든 공동의 목표를 위해 누군가와 협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에 몇 가지 기본 원칙과 함께 진정한 리더십의 10가지 대원칙을 소개하는데, 이는 리더십을 떠나 누구나 새겨볼 만한 내용인 듯하다. 그가 첫 번째 대원칙은 ‘낙관주의’다. 특히 어려운 순간에, 리더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능력을 통해 모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좋다고 말하거나,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신념을 전달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리더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리더가 분위기를 설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누구도 비관론자를 따르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의사결정에 필수인 ‘용기’다. 셋째는 우선순위를 자주,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필요한 ‘명확한 초점’이다. 다음은 시의 절적한 ‘결단력’, 혁신을 이끄는 ‘호기심’, ‘공정성’ 있고 품위 있으며 ‘사려 깊은 태도’다. 끝으로 항상 정직하고 진실된 태도를 담은 ‘진정성’이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를 보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지를 볼 수 있다. 뻔한 이야기 같겠지만 이것이 무려 15년이 지나서도 그가 건재한 이유가 아닐까.

 

 

 

리더는 주변 사람들이 일상의 업무를 추측해서 처리하도록 만들지만 않아도 그들의 사기를 아주 많이 진작시킬 수 있다. CEO는 회사와 고위간부들에게 로드맵을 제공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일은 복잡하고 집중력과 에너지를 상당히 많이 쏟아부어야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점은 이곳이다’,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이것이다’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단 그렇게 단순한 목표가 설정되고 나면 상당히 많은 의사결정을 수월하게 내릴 수 있다. 그러면 조직 전체를 감돌던 불안감도 잦아들게 된다. / 196p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읽으며 이토록 우아하고, 대담하면서 탁월한 리더십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이니까 당연히 상당수 미화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 지적할 법 하지만, 공정성과 진정성을 경영 철학의 대원칙으로 삼은 그답게 진실 되고 솔직한 그의 면모에 누구나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과거의 우리가 그러했듯, 우리는 앞으로도 디즈니와 쭉 함께 웃고 울며 성장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밥 아이거의 철학이 디즈니의 모든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계속해서 구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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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사냥꾼_ 지구의 자연유산을 둘러싼 갈등과 위기 | 나의 서재 2020-05-1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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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룡 사냥꾼

페이지 윌리엄스 저/전행선 역
흐름출판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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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고생물학의 가장 큰 도전 앞에 선 인류,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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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과학, 그 경계에 선 공룡 화석의 위기와 진실!

21세기 고생물학의 가장 큰 도전 앞에 선 인류,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013년, 공룡을 피고로 하는 전대미문의 재판이 열렸다. 이 소송은 공룡 화석을 고국 몽골로 돌려보내기 위한 것으로 배후에는 불법적인 화석 거래와 에릭 프로코피라는 ‘공룡 사냥꾼’이 있었다. 공룡 화석이란 발견할 확률 그 자체도 귀한 일이겠지만, 발굴 작업은 고고학자와 관련 과학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 아니었던가? 화석 거래는 또 뭐고 공룡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들은 또 무엇인가. 안킬로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4살이나 5살에 불과한 아이들이 말하기도 힘든 공룡 이름을 줄줄 외고 특징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나는 이 기이한 재판을 소재로 한 책을 눈앞에 두고 문득 상상 속에서 여전히 이 땅을 떠도는 공룡과 그 땅 속에서 화석으로 마주하게 되는 공룡의 간극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그것이 지구 최고의 전리품으로, 암암리에 ‘돈’이라는 가치로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순진했던 것일까. 나는 책 속의 내용이 모두 실화라는 것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중 누구라도 공룡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 남자의 화석을 구매한 사람들의 목록에 니컬러스 케이지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룡 사냥꾼 VS 고생물학자

 

 

처음에 이 사건은 단지 기괴한 범죄 사건쯤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눈에는

오래전에 세상에서 사라진 유물을 품고 있는

자연의 역사와 우리의 지속적인 관계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보였다. / 13p

 

  화석이 없다면, 우리는 지구의 형성과 역사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석이 없다면,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도, 어떤 시기에 어떤 생물이 살았으며, 언제 죽었으며,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대륙이 항상 현재의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나, 지구가 계속 움직이는 가운데 지구 내부의 판이 미끄러지면서 육지와 바다의 위치를 다시 배열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지구가 다섯 번의 대규모 멸종을 겪었고, 이제 여섯 번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몰랐을 수도 있다. 이처럼 화석은 지구의 역사와 그것의 잠재적인 미래를 이해하게 해줄 주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살았던 동물 종의 채 1퍼센트도 되지 않는 숫자만이 화석이 된 것으로 추산되는 지금, 화석의 소유권을 중심으로 한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21세기 고생물학은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

 

 

 

   『공룡 사냥꾼』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페이지 윌리엄스는 수천만 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화석의 소유권을 분쟁의 원인 중의 하나로 ‘대륙마다 다른 화석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지적한다. 특히 화석이 풍부한 나라인 미국의 태도가 그러하다. 정책 입안자들이 사유재산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까닭에 화석을 자신의 토지에서 발견하거나 수집이 허락된 개인 소유지에서 발견하면, 그것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와는 상관없이 발견자가 갖거나 팔거나 무시하거나 파괴하더라도 국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최근 자연사 관련 거래상 쪽은 유망하고, 고생물학자라는 직업은 골치 아픈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제 유서 깊은 미술품 경매회사들은 화석 경매를 진행한다.

 

 

 

   이런 경매는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이나 뉴욕의 미국 자연사박물관과 같은 기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화석 표본을 자신들도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개인 수집가는 물론, 종종 해외 박물관도 구매자로 끌어들였다. 일례로 맥도날드사와 월트디즈니가 시카고의 필드 자연사박물관에 티라노사우루스 수를 구매해주기 위해 팀을 구성했는데, 구매 희망자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가격은 전례 없는 엄청난 금액인 836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스미스소니언의 커크 존슨은 “그들이 수를 판매한 그날부터 화석은 돈이 되었다”라고 한 말에서 우리는 화석 시장이 어마어마한 상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집가와 애호가들은 환상적인 화석 박람회장을 돌아다녔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화석 거래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갈수록 커져만 가는 화석의 상업적 가치는 불법 발굴을 성행시켰다.

 

 

 

중국 사람들은 간혹 땅속에 박힌 고대한 해골을 발견하곤 했는데, 어떤 것은 마치 낮잠을 자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의 허벅지 뼈 하나만 해도 성인 남자의 키보다도 더 큰 180센티미터에 달했다. 중국인들은 이 생물을 메이롱, 즉 ‘잠자는 용’이라고 불렀다. 롱구, 즉 ‘용의 뼈’가 치유력이 있다고 믿었기에, 불면증에서 심장질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병에 그 뼈를 갈아서 섭취했다. / 77p

 

 

인간의 치아도 수집했던 표트르대제는 즉흥적으로 “빠르게 걷는 전령” 또는 “식탁보를 만든 사람” 등을 비롯해서 거리에서 만나는 아무에게서나 치아를 뽑으라고 명령하곤 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표트르대제가 “화장실에서 너무 오래 앉아 있던 어느 훌륭한 신사”의 항문에서 나온 파리 알을 유명한 해부학자에게서 사들이기도 했다고 자신의 저서에서 밝혔다. 또한 수집가들은 캐비닛을 채우기 위해 “가장 크고 아름답고 이상하고 특이한 것을 구하러 다녔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 88p

 

 

 

 

 

 

   당연하게도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공룡사냥꾼(화석사냥꾼)이자 화석 상인, 고생물학자 혹은 고고학자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낳게 되었다. 고생물학자들은 공룡사냥꾼들을 향해 인류 공동의 유물인 자연사를 약탈해 상업적으로 거래하는 악랄한 장사치라고 비난한다. 반면, 대부분의 화석 상인은 자신들이 화석을 수집하고 판매함으로써 자칫 침식되어 사라져버렸을 유물을 구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들이 강의실이나 수집가 또는 때에 따라서는 박물관에 화석을 공급함으로써 그리고 자연계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인 화석사냥꾼은 박물관에 화석을 판매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부유한 개인 수집가의 환심을 사려고도 애쓴다.

 

 

 

“나는 과학자만이 화석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는 합법적이고 양심적인 거래상들도 많으니까요.”

그가 언젠가 말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들이 나라에서 나라로 밀수될 수도 있으므로, 어디까지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규제는 매우 다양했고, 자주 바뀌었으며, 대개는 영어로 번역되어 있지도 않았고, 어떤 사냥꾼은 아직 법으로 제재되지 않은 애매한 부분을 악용했다. 그들은 “공룡을 거래하는 실크로드”를 창조해낸 것이다. / 40p

 

 

수집가와 애호가들은 그 기구의 환상적인 화석 박람회장을 돌아다녔고, 온라인으로 쇼핑을 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화석 거래가 문제가 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고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규제 문제가 있었고, 일부 국가에는 암거래 문제가 있었으며, 고생물학 전반에는 홍보 문제가 있었다. 화석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은 학술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를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자금 확보와 일자리 유지도 저해했다. 그리고 갈수록 커져만 가는 화석의 상업적 가치는 불법 발굴을 성행시켰다. / 66p

 

 

레이는 과학과 공익은 늘 아마추어 공동체에 의존해왔으며, “엄격한 (그리고 시행불가능한) 규제가 아닌,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수준 높아진 대중의 힘이 더 많은 화석을 보호하고, 고생물학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레이는 이제 척추동물고생물학회의 “극단주의자들”이 그 논의를 지배하고 있기에 자신은 “포기했다”고 프랭크에게 털어놨다. / 100p

 

 

 

   이런 환경 속에서 에릭 프로코피 같은 공룡사냥꾼이 등장하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에릭 프로코피의 회사 플로리다 포실즈는 고대 생물, 주로 상어의 이빨이나 빙하기 포유류의 거대한 화석을 사냥, 복원, 구매, 판매하는 일을 한다. 여러 수집품 중에서 공룡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 역시 다른 모든 공룡사냥꾼처럼 귀한 유물을 자신이 찾아내 지키고 있다고 느꼈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전문공룡사냥꾼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 가을부터 자연사박물관 척추동물 고생물학 부서에 조교로 지원하며 과학에 관심을 두었으나 FMNH 과학자들이 그를 심각하게 위법적인 존재로 여기고 그가 발굴한 것들을 인정하려 들지 않자 그는 전적으로 사냥에만 헌신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결국 그는 화석을 발굴하기에 천혜의 자연 환경을 지닌 몽골의 고비 사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을 때, 에릭은 자신이 체포될 수도 있고, 그만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에게 몽골로의 첫 여행은 금전적인 수입뿐만 아니라 모험의 측면에서도 똑같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

 

 

 

에릭은 구매자가 디캐프리오라는 얘기를 계속해서 들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는 전달받은 배달지가 바로 그 배우의 주소지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중략) 그 집을 떠나기 전에 에릭은 옆방이 자연사 관련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중국 검치호랑이의 두개골, 프시타코사우루스 골격, 일각고래의 엄니, 날도마뱀의 액자 수집품 등이 보였다. 환경 보호와 보존이라는 대의를 열렬히 지지하는 디캐프리오의 대중적인 이미지와 비교해봤을 때는 너무 과한 수집품이라고 에릭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로 돈을 버는 에릭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겠는가. / 165p

 

 

“우리는 더 많은 과학자, 더 많은 연구,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오트고는 후에 말했다.

“그런데 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어요.” (중략)

“지역 주민들은 역사적 또는 과학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그것을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화석 조각을 발견했다고 생각할 뿐이죠. 그리고 돈줄로만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저 ‘아! 난 이제 엄청난 행운을 잡은 거야! 이거 정말 비싼 거라고 들었는데! 도시에 있는 자네 남동생에게 이게 값이 얼마나 나갈지 물어봐주겠나? 아니면, 혹시 아는 거래상이 있다면 이걸 처분해줄 수 있을지 한 번 물어봐주겠어?’라고 얘기합니다. / 233p

 

 

 

 

 

 

지구의 자연유산을 둘러싼 인류의 태도에 질문을 던지다

 

 

   “그들에게 아시아는 경제 발전과 착취를 위한 비옥한 토대였다. 중앙아시아 탐험 같은 프로젝트는 정치적, 경제적 팽창을 통한 개방의 뒤를 따랐을 뿐만 아니라 같은 태도와 목표를 구현했다.” 과학자 로널드 레인저는 2004년 저서 『고대 유물을 위한 의제』에서 “제국주의적 목표가 그 원정의 핵심 요소였다”고 적은 바가 있다. 에릭이 고비 사막으로 가기 이전에도 로이 앤드루스와 월터 그레인저와 같은 많은 고비 사막 원정대들이 몽골에 묻힌 화석들을 발굴해 화석 시장의 활기에 불을 지폈다. 아이러니하게도 몽골 내의 사정도 한몫했다. 고생물학센터는 반세기 동안 존재했지만, 직원들은 가족들을 부양할 만큼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해 비밀리에 고비 공룡 유적지를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여행 안내자가 되어야 했고, 연구는 주로 외국인의 협력 하에 이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No. 49135.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 에릭이 경매 시장에 내놓은 것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사촌뻘 되는 일명 T. 바타르, 타르보사우루스의 거의 완전한 화석이었다. 몽골에서 최초로 발굴된 이 화석은 높이 2.4미터, 길이 7.2미터에 이르렀으며, 최종 낙찰가 105만 2,500달러에 판매되었다. 하지만 이후 몽골 정부의 화석 반환 요청으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면서 에릭은 법정에 서기에 이르렀고, 이는 국제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희대의 사건으로 이어졌다.

 

 

 

몽골 국민은 T. 바타르 사건은 몽골 과학자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확신했다.

한 기자가 오유나에게 물었다.

“몽골 고생물학자들이 이 일에 연루되어 있어서 그렇게 많은 공룡 뼈가 나라 밖으로 밀반출되는 게 아닐까요?”

“저도 또한 몽골 고생물학자들이 밀수에 가담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참여는 몽골 고생물학자의 평판에 영향을, 그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 364p

 

 

 

 

 

  화석은 발굴자의 것인가, 과학자의 것인가, 화석 상인들의 것인가 그것을 돈을 주고 산 구매자의 것인가.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이 모험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남긴다. 페이지 윌리엄스는 미국과 몽골의 국제분쟁으로까지 이어졌던 이 타르보사우루스 경매 사건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 걸쳐 취재하면서, 이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은 물론 과거의 역사, 문화에 이르기 최대한 사건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이 책은 그러한 결과물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지구의 자연유산을 둘러싼 인류의 태도에 전하는 그의 메시지는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묵직하다. 도록이나 사건과 관련된 사진이 수록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이러한 책이 더 많이 쓰이고, 또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에릭의 재판에 참여한 헬러스타인 판사의 말은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이것은 점점 심화되는 미스터리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훌륭한 사람이 나쁜 일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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