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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호구 (Super Virgin) | 영화일기 2014-09-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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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숫호구

백승기
한국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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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되도록 연애 한번 못 해본 원준은 친구들에게 호구로 통한다. 그런 그에게 불현듯 생명공학박사라는 이상한 인간이 나타나서 어떤 여자고 유혹당한다는 잘생긴 아바타를 선물한다. 그리하여 그는 이른바 슈퍼 섹시 아바타의 몸을 빌려 헌책방에서 일하는 한 사랑스러운 여자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아바타는 자신이 아님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원준은 결코 마음이 편치 않다.

 

연출과 연기를 겸하고 있는 백승기의 자전적 이야기로서 SF, 판타지, 드라마, 멜로 등을 마구 넘나드는 작품이다. 호구를 다루는 영화라면 호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는 듯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건과 대사 들을 나열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는 가운데 끝까지 당당하고 뻔뻔하다. 이런 식의 당당함과 뻔뻔함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만의 자유분방함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제공되는 화기애애한 제작 현장을 보면 역시 재밌게 찍은 것 같다. 그런데 보는 사람도 만든 사람만큼 재밌으려면 뭔가가 더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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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언덕 (HILL OF FREEDOM) | 영화일기 2014-09-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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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자유의 언덕

홍상수
한국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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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가오카(自由が丘駅), 우리말로 하자면 '자유의 언덕'이다. 모리라는 이름의 일본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러 무작정 한국에 왔다가 자주 가게 되는 곳이다. 그런데 어학원에서 일하던 여자는 몸이 좋지 않아 산으로 요양을 떠난 채였고, 그들은 좀처럼 재회할 기미가 안 보인다. 한때 남자는 여자에게 청혼을 했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그 말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와중에 남자는 매일같이 그녀에게 일기와 같은 편지를 쓴다. 영화는 여자 앞에 당도한 두툼한 편지 봉투에서 시작되는데, 두 사람의 상상이 갈마드는 곳도 바로 그 '지유가오카'다.

 

홍상수 감독이라면 '자유의 언덕'은 새로운 공간이 아니다. 시간과 시간을 사고하는 인간에 대해서 고민하는 그에게는 언제나 '깃발'이 펄럭이는 장소가 필요했다. 한국에 들어와 여자를 기다리는 모리의 시간은 여자가 읽어내는 편지 뭉치 안에서 재배열된다. 그녀가 계단에서 넘어져 어지러이 떨어뜨린 종이들을 되는대로 집어든 뒤부터 시간은 그야말로 엉클어진다. 기억이 과거를 순서대로 사고하지 않듯이 영화가 시간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다. 모리와 모리가 만났던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영영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남게 된다. 이래저래 시간에 발 묶이는 존재가 인간이기에 거기서 자유로운 언덕을 생각하는 영화는 오래 붙들게 되는 여운을 준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서는 등장인물들이 잘 붙지 않는 편이고, 카세 료 또한 색다른 감흥을 보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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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 (The King of Jokgu) | 영화일기 2014-09-2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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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족구왕

우문기
한국 | 2014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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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 족구왕? 족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올해 나이 스물넷 홍만섭은 군대에서 전역한 뒤 그리운 캠퍼스로 돌아온다.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이란 말인가! 족구장이 사라졌다! 모두들 자기 앞가림하느라 바쁜 대다수와 달리 그에게는 족구가, 족구장이 무척 중요하다. 그리하여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아무도 관심없는 족구장을 다시 만들어달라 요청한다. 그런 만섭에게 관심을 가진 이들이 하나둘 따라붙고 그들은 못 말리는 한 팀이 되어 급기야 캠퍼스에 족구 열풍을 불러일으킨다.

 

족구가 웬 말이냐고?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뭐가 됐든 당신도 족구를 해본 적이 있지 않느냐고. 어디로 날아가든, 힘차게 날아가는 족구공을 본 적이 있지 않느냐고. 영화는 "족구"를 잃어버린, "족구장"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 캠퍼스에, 족구왕이라는 "별에서 온" 명랑하고 유쾌한 인물을 집어넣고 깨알 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족구왕이라는 존재를 보고 당황할지도 모를 관객을 위해서는 일본 청춘물에 나오는 만화 같은 터치를 적극 활용해서 의미의 무거움을 덜어냈다. 독특한 캐릭터를 어색하지 않게 끌어낸 안재홍의 역할이 컸다. 어리숙하면서도 당찬 표정은 쉬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1999, 면회>로 시작된 광화문시네마 또한 다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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