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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오해와 불신이 초래한 비극적인 결말 | 서양 미스터리 2013-01-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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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저/장은재 역
고려원북스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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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기억들』,『심문』등으로 유명한 토머스 H. 쿡의 장편 추리소설입니다. 2006년 작품으로 배리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및 영국 추리작가협회상, 앤서니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2014년에는 영화로도 개봉 예정이라네요. 원제는 Red Leaves.

 

먼저 눈에 띄는 건 표지입니다. 한 폭의 정물화를 보는듯한 표지 그림은 그냥 종이에 인쇄된게 아니고 음각 형태에 코팅한 느낌으로 세련되게 덧대여 있습니다. 또한 가독성을 해치지않는 범위내에서의 적당히 작은 글씨체는 쓸데없이 지면을 낭비하지않아 맘에 드네요.

 

주인공 에릭 무어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평범한 중년 가장입니다. 그에게는 대학 강사인 부인과 15세난 외아들이 있습니다. 에릭은 아버지가 파산을 하고 어머니는 차량 사고사, 형은 알콜 중독의 무능력자에 여동생을 어릴적 병으로 잃은 아픈 가족사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두 번째 가족에게는 그런 전철이 생기지 않게끔 무척이나 가정적이고 헌신적입니다.

 

하지만...중학생 아들 키이스가 이웃 지오다노 부부의 여덟 살 딸 에이미의 베이비시터로 가면서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음날 아침 에이미는 행방불명되고 모든 의혹의 시선이 전날 마지막으로 에이미를 돌봤던 키이스에게 쏠립니다. 아들이 주요 유괴 용의자로 지목되자 에릭은 자식의 결백을 믿고 지켜내려는 강한 부성애를 발휘합니다. 하지만 악화일로로 치닫는 주변 정황들로 인해 그 철썩같은 믿음과 신뢰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범죄의 진상을 밝혀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자식의 무죄를 굳게 믿는 아버지가 주위의 시선, 드러나는 증거들, 사건 당일 아들의 석연찮은 행동등에 의해 조금씩 신뢰가 무너져가고 급기야는 그 의혹과 불신의 파편이 가족과 형제, 아버지 그리고 그 주변에까지 퍼져가면서 서서히 나락으로 치닫는 한 가족의 붕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추리소설 형식을 가미한 순수문학 작품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얼핏 추리소설치고는 평범한 소재이지만 몰입감과 가독성이 상당히 좋습니다. 순문학필의 장르소설을 기피하는 제가 이 책은 단숨에 빠져 읽었습니다. 그만큼 책에 몰입케하는 작가의 필력이 뛰어납니다. 좁혀오는 경찰의 수사망과 평소 살갑게 대하던 이웃 주민들의 의혹어린 시선과 낯선 거리감, 거기에 알콜중독 형과 양로원에 계신 아버지의 불신에 찬 행동까지 더해져 에릭은 지금까지의 가족사에 대한 모든 것에 의혹을 느끼고...작가는 아들이 연루된 사건을 발단으로 급기야는 가족 포함 주변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이 조금씩 부식되어 가는 에릭의 그러한 고통과 번민의 과정을 뛰어난 필체로 그려냅니다.

 

마지막 밝혀지는 결말은 나름 충격적이면서 비극적입니다. 그러한 결말을 초래한 사소한 오해와 불신, 억측등이 얼마나 커다란 비극을 불러오는지를 생각하며 씁쓸한 여운에 잠깁니다. 어린 꼬마 숙녀의 실종 사건으로 야기된 오해와 불신의 늪이 전염병 옮듯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급기야는 단란했던 한 가정에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는지를 추리소설로 잘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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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퍼즐 미스터리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2-12-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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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면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저/박수지 역
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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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외곽 깊은 산골에 홀로 세워진 기면관(奇面館)...4월의 눈보라가 하염없이 몰아치는 가운데 여섯 명의 초대 손님이 찾아오고...전 세계의 각종 희귀한 가면들의 컬렉션이 전시된 이 기이한 저택에서 관 주인의 주재하에 모두가 가면을 착용한 채 기묘한 의식이 거행된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주인의 침실인 기면의 방에서 얼굴과 손가락이 절단된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는데...모두가 가면을 착용한 이 기묘한 저택에서 벌어진 참극의 희생자는 누구이며 각자의 가면 뒤에 숨겨진 얼굴의 진실은 무엇인가...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기수'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 최신작이다. 그리고 너무나 반갑게도 관시리즈 초기작을 연상시키는 본격 추리물로 돌아왔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암흑관, 흑묘관과 같은 고딕이나 기괴, 환상의 취향을 최대한 자제하고 『미로관의 살인』스타일의 '경쾌한 퍼즐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본관, 별관, 안채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의 기면관에서 주인과 고용인들 그리고 손님 모두가 가면을 쓴 채 벌이는 기묘한 의식은 저택 여기저기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가면들만큼이나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기에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 부서진 전화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저택이라는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이 만들어지고,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관이라는 호기심에 후배 작가의 대타로 비밀리에 참가한 추리작가 시시야 가도미는 (이전의 관시리즈에서 늘 그랬듯) 엉겁결에 살인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기면관의 살인』은 철저히 논리적 사고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520여쪽 분량에 사건은 단 하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주인공 시시야는 제한된 상황과 증거속에서 예측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추리하고 검증해서 소거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간다. 그래서인지 극중 전개는 빠른 편이 아니다.

 

단 하나의 살인사건인지라 시계관, 미로관, 수차관 등에 비해 다양한 에피소드나 새로운 국면을 맞는 극적인 장면의 전환등은 별로 없는 대신 사건 발생시의 주변 정황과 범인의 심리상태를 고려한 다양한 정황 증거들을 한조각씩 짜맞춰 진실에 접근해가는 추리 부분에 많은 지면이 할애되며 이 논리적인 사고를 따라가는 재미가 정말 뛰어나다. 특히 후반부에 보여주는 시시야 가도미의 빛나는 추리 부분은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의 고전 퍼즐 미스터리에 나오는 명탐정의 그것을 보는 듯 짜릿하다.  

 

범인을 맞히기 위해서는 책 도입부부터 관의 구조는 기본이고 모든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만큼 책 전체에 수많은 복선이 깔려있고 이 사소한 점을 놓치지 않고 시시야 가도미의 날카로운 추리가 틈새를 파고든다.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모든 관이 그렇듯 기면관 역시 사건의 열쇠로 비밀의 장소가 등장하는 것이 다소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 비밀의 장치를 사건의 정황에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서술 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범인이 밝혀짐과 동시에 드러나는 사건의 배후와 다양한 숨겨진 사실들은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오랜만에 내놓는 작가의 본격 추리물이지만 작가의 명성 그대로이며 퍼즐 미스터리답게 독자가 지적 유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미로관, 시계관에 못지않는 수작이라고 해야 할까. 작가가 후기에서 기면관 발매로 인해 약속한 시리즈 열 권중 아홉 권을 끝냈다고 했으니 지금쯤 열 번째 작품을 구상하고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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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관의 살인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2-12-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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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형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저/김은모 역
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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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표 주자'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자 『흑묘관의 살인』과 더불어 가장 이색작으로 꼽히는 작품. 1989년작. 예전에 절판된 학산판으로 읽었지만 새로운 판형과 번역의 한스미디어판으로 다시 읽으니 확실히 느낌이 새롭다. 

 

병약한 주인공 히류 소이치는 부친이 사망하자 자기를 키워준 이모님과 함께 본가인 히류 가로 돌아온다. 본가는 안채와 녹영장으로 나뉘는데 녹영장에는 관리인 부부와 세 사람의 하숙인이 기거하고 있다. 그리고 본가 건물에는 수많은 인형이 있는 아뜰리에 포함 조각가였던 아버지가 만든 신체의 일부가 없는 불완전한 형태의 마네킹 인형 여섯 개가 고인의 유지에 따라 복도 여기저기에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인형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본가 생활이 시작되고 우연히 옛 죽마고우를 재회하면서부터 소이치는 과거에 봉인됐던 흐릿한 기억의 단편들이 떠오르고...알 수 없는 정신적 위화감이 시작될 즈음 인형관 주변에서 의문의 아동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와 때를 맞춰 소이치에게 정체불명의 협박 편지가 날아오고 누군가의 살의을 품은 악의적인 장난이 시작되더니 급기야는 인형관에서 첫 희생자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속 살인...인형관에 돌아온 후 언뜻언뜻 떠오르는 흐릿한 기억들의 불길한 정체는 무엇이며 소이치에게 살의를 품고 악의적인 행동으로 살인을 벌이는 자는 누구인가.

 

이 책은 『흑묘관』과 더불어 관시리즈중 이색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먼저 기존 관시리즈에서 등장했던 고립된 관들과는 달리 인형관은 주변과 어우러진 저택이다. 미로관, 수차관 같이 딱히 특수한 형태로 설계된 독창적인 구조의 건물도 아니다. 또한, 관시리즈중 유일하게 주인공 소이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작가가 주인공의 어둑한 내면을 끈적하게 표현하고자 의도적으로 시도했다고 밝혔는데 책을 다 읽어보면 1인칭 소설로 쓴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보통의 관시리즈는 특수한 형태의 관이 등장하고 그 기이한 구조물을 이용한 트릭과 진범을 찾아내는 본격 추리물 형태이다. 십각관, 시계관, 미로관, 수차관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존의 관시리즈와는 달리 서스펜스 스릴러물에 가깝다. 물론 군데군데 추리적 요소가 등장하지만 소이치에게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와 그러한 협박과 공포에 맞서 주인공의 자기 방어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긴장감있게 그려낸다.

 

단순히 트릭과 범인을 맞히는 본격 추리 마인드로 책을 읽다가 마지막 결말에서 뒤통수를 맞는다. 이색작이라는 평에 걸맞게 일반 독자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반전이 펼쳐진다. 하지만 트릭을 풀고 범인을 맞히는 본격 추리소설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예상치 못한 결말에 '뭐야 이런 거였어' 라고 당황해 할 수도 있다. 

 

문장의 구조와 전개 스타일 그리고 분위기가 꼭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머리, 팔 ,다리, 몸통등 몸의 한군데가 없는 여섯 개의 마네킹 인형이란 설정은 선배 작가 시마다 소지의 명작 『점성술 살인사건』에서 차용한 것이며 책 군데군데 기존의 출간작인 십각관 , 수차관 , 미로관을 은근슬쩍 언급, 소개하는 작가의 재치가 귀엽다.

 

데뷔작 십각관으로 '관'시리즈의 초석을 다지고 미로관으로 궤도에 오른 뒤 인형관에서 한 템포 쉬었다가 그 다음에 시계관이라는 걸작을 탄생시킨게 아닌가 싶다. 기존의 관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본격 추리물의 정석에는 약간 벗어나 있지만 관시리즈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는 여전하고 조금씩 조여오는 스릴러적 긴장감과 진범에 접근해 가는 추리적 재미 그리고 이색작에 걸맞는 색다른 결말을 만나는 즐거움은 충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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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증명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2-12-0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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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청춘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이치 저/최고은 역
검은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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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77년에 출간된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증명시리즈 3부작중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 책은 2004년 복간된 신장판을 번역한 걸로 보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해문판으로 읽은 『인간의 증명』 이후 두 번째 만남입니다. 소설은 일본과 연합군간의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 쌍의 청춘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전후 고도 성장기에 접어든 일본의 1970년대까지 대를 이어 이어집니다. 전쟁 세대인 세 부부와 전후 세대인 자식들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서사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가사오카는 데이트를 하던중 불량배의 급습으로 이를 구하려던 경찰관이 목숨을 잃자 여자는 도망갔던 그에게 "비겁하다"며 작별을 고합니다. 비겁함을 속죄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그는 경찰관이 됩니다. 야부키는 학도병으로 차출되어 겪은 전쟁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약혼녀의 여동생과 결혼합니다. 준이치는 약혼자의 실종으로 유명 요정가의 데릴사위로 들어가게 됩니다.

 

청춘 남녀 세 쌍의 얘기가 드라마 형식으로 번갈아 전개되다가 강변에서 변사체가 발견되면서부터 미스터리의 성격을 띄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가사오카 형사와 후배 시모타 형사의 수사로 인해 전혀 타인같았던 세 집안 사이의 접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띠끌만한 단서라도 놓치지 않고 발품을 팔아 범인을 추적하는 두 형사의 집념어린 수사가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단서와 동기를 추적해 범인을 밝혀내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형식이지만 미스터리적 요소는 약합니다. '증명시리즈중 가장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평만큼이나 순문학으로 접근하는게 좋겠네요. 그만큼 스토리와 캐릭터로 승부를 보는 소설인데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본성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선하고 정의롭게 보이던 주인공들이 세월이 흘러가며 그들의 숨겨진 본성이 드러날수록 조금씩 선악이 바뀌게 됩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의 가치관에 따른 행동 양식의 차이입니다. 가사오카, 야부키, 준이치로 대표되는 아버지 세대들의 청춘은 전쟁을 통한 생존 본능, 사랑과 결혼, 진로와 취업, 가족과 희생 등 보편적인 그것인데 반해 전후 고도 성장기를 맞아 시국이 안정되고 세월이 풍요로워진 그들 2세들의 청춘은 반항, 탐욕, 방탕, 기만등 지극히 개인적인 도덕적 해이로 물들어 있습니다.

 

2004년 신장판 후기에서 저자는 "스스로 청춘의 의미에 대해 반문해 보고자 이 작품을 썼다"라고 소회하며 청춘의 3요소로 굶주림, 무한한 가능성, 기성 권위에 대한 적의와 반감을 들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에게 청춘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야부키같이 태평양 전쟁에 학도병으로 차출되어 목숨을 담보로 내놓는 불가항력적인 청춘도 있고, 가사오카같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스로 경찰이 되는 능동적인 청춘도 있습니다. 아니면 준이치처럼 흠모하던 여성의 약혼자가 실종되는 바람에 대신 그녀를 차지하게 되는 운좋은 청춘도 있겠고요. 

 

마지막 장에서 밝혀지는 반전과 선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 집안과 자식들의 결말을 보니 일말의 허탈감과 인생의 덧없슴을 느낍니다.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던인간의 증명』과 인생의 씁쓸함을 맛 본『청춘의 증명』을 읽었으니 이제 좀 화끈한 『야성의 증명』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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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초의 대표작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12-11-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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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저/김경남 역
모비딕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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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밌네요. 역시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답습니다. 본격 추리 매니아인 저이지만 세이초 아저씨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정말 대단합니다. 1957년에 발표된 그의 첫 장편소설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재미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네요. 일본의 낯선 지명이 많이 나오고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열차 시각을 이용한 트릭이 등장해서 자칫 흐름을 못따라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읽어보니 기우였습니다. 책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27개의 친절한 그림과 삽화도 장면 이해에 적절한 도움을 주었구요.

 

확실히 세이초의 사회파 추리소설은 본격물과 그 궤가 다릅니다. 본격물은 먼저 메인 트릭을 정한 뒤 그 트릭에 맞춰 배경과 스토리를 구성하느라 이야기가 다소 비현실성을 띠는데 반해 세이초의 작품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의 이야기가 우선이고 트릭같은 서브 소재는 추리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단순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러한 점은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라고 외치며 극적인 결말을 연출하는 본격물에서의 라스트씬과는 차별되게 미하라 경위가 도리카이 형사에게 보내는 담담하지만 정감어린 마지막 서신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의 세계와 집필 방향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람 냄새나는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나저나 어떻게『점과 선』이라는 그렇게 멋진 제목을 붙였는지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띠지 뒷면에 새겨져있는  "그들은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점이었다. 우리는 잘못된 선을 그어서 그들을 묶어버렸다"라는 말은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너무나 인상적인 문구네요.

 

세이초 사회파 추리소설의 매력은 트릭과 범인 맞히기라는 본격 추리소설의 비현실성에 맞서 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통해 범죄의 동기를 찾고 그러면서 그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작품에 적절히 투영시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시점을 단순화, 획일화해서 글의 흐름이 막힘이 없고, 군더더기 하나 없이 아주 정제된 문체로 정말 필요한 얘기만 서술하는 그 문장의 간결성 역시 그만의 강점이고요.

 

『짐승의 길』,『잠복』, 그리고『점과 선』...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정말 주옥같은 작품들입니다. 역시 시대에 무관하게 클래스는 영원하네요.잠복』에 이은 추리 단편 2탄『역로』를 기대안할 수 없습니다. 아 참, 그전에 사놓기만한『 D의 복합』과 『미스터리의 계보』를 어서 읽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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