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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방탄 차력사의 오늘 이야기 | 인문-사회-철학 2018-05-1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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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방탄 차력사의 오늘 이야기

차경호 저
노느매기 | 201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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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라는 역사 프리즘을 통해 미래를 여는 이야기



 

출판사에서 의도한 바가 있겠지만, 굳이 청소년용으로 한정해서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표지에 넣은 글귀처럼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 이야기 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부분이 아쉽다. 00 씨의 책들도 학생들만 사본 게 아니라 역사에 목말라 하는 많은 어른들이 함께 사본 것으로 아는데, 출판사의 상업적인 접근이 오히려 스스로 출판시장의 한계를 정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바른 역사 인식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인데, 역사를 공부로 인식하고, 공부는 청소년기 학생만 한다는 생각 또는 판단은 지나친 듯하다. 오히려 방송에서 대화한 그대로 쓰여진 편안한 서술이 더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그 유명한 방탄 소년단을 어느 매체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소문으로 유명하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그들이 가수인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엄청나게 유명하고 그들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느낌은 여기저기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방탄 차력사라는 책 제목이 시류에 편승한 상업적인 냄새가 살짝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간절한 출판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애잔한 마음?도 든다. (많이 팔려야 할 텐데 하는 마음. 개인적으로 출판사나 작가와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책제목을 보면서 왠지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 책이다. 역사 중에서도 현대사, 현대사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촛불시민혁명과 탄핵 같은 미래의 역사가 될 오늘의 사건들을 보면서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는 그런 식으로 진행된 책이다.

 

그래서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역사를 공부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 또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의 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대구 지역에서 방송으로 역사를 풀어나간 차경호 역사 선생님의 방송 원고를 편집하여 책으로 펴냈다. 대구는 민주주의의 단초 역할을 했던 지역이다. 었지만 어느새 굳건한 보수의 성지처럼 되어버린 대구에서 좀더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현대를 분석한 역사 이야기의 썰전 라디오 방송 버전이다.

 

4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책은 1-촛불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시민혁명과 지도자에 대한 역사를 14개 소제목으로 훑어본다




2-잃어버린 시간,은 지역주의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자유민주주의가 왜 논란이 되는지, 일베는 누구인지, 신탁통치와 한반도의 운명 등이 다루어진다. 3-민주주의,는 역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영웅과 민중을 통해 알아보고 레미제라블의 프랑스 혁명, 우리나라의 남영동, 인혁당 사건, 사일구 혁명, 베트남 학살, 노무현과 문재인, 전태일, 정조의 경제민주화 등을 들여다 본다


4장은 독립운동으로 할애했는데, 우리나라의 바로 위 선조 그러니까 할아버지 뻘되는 분들이 어떻게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는지, 경주 최부잣집의 최우와 안중근 의사, 성산 김창숙 등이 다뤄지는데, 사실 마지막 장에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헐버트, 배설, 일본인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결코 외롭게 독립투쟁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고 이방인의 나라에서 목숨을 바친 그들의 숭고한 삶에 고개가 숙여졌다.



 

많이 알고 있던 이야기도 있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도 많았고, 혁명, 운동, 반란 등 용어에 대한 정의, 자유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의 차이점 등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현대 사건으로 시작하여 과거를 들여다 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제대로 살기를 소망하는 이 책의 흐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전을 주리라 생각한다. 역사는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그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현대사를 좀더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방탄 차력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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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페미니즘을 팝니다 | 인문-사회-철학 2018-05-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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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페미니즘을 팝니다

앤디 자이슬러 저/안진이 역
세종서적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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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상업화시킨 자본주의의 폐해

 



페미니즘이 한국 문학계를 강타하고 있다. 201610월에 세상에 나온 얇고 평범한 책 ‘82년생 김지영은 한 정치인의 대통령 선물 이후 갑작스런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한국 문단은 페미니즘 열풍으로 달아올랐다.

 

미투 운동으로 숨죽이며 입을 열지 못하던 한국 여성들은 과감하게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으며, 오랜 기간 유교의 가부장적 사회의 관습 아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참고 살아왔던 여성들의 다양한 억압적인 문제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표면 위로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페미니즘에 동참하는 것 같은 사회적 집단 심리동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사회문화적 열풍이 오히려 자본주의, 상업주의의 철저한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지적한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그 시기와 강도가 앞서 있는데, 페미니즘을 자신의 이익 보자기에 담으려는 온갖 시도가 이름을 바꾸고, 모양을 바꾼 채 일상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그 본질과 정의와 사회적 함의를 제대로 추스르기 전에 자본주의의 먹잇감이 되어 너덜너덜해지고 만 현 세태를 강하게 경고하는 책이다. 우리가 알지도 못한 채 유전자 콩으로 만들어진 변형된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이 책은 페미니즘이 시장에 어떻게 동화되어 왔는지를 엠마 왓슨의 유엔 연설 같은 헐리우드 여주인공의 이야기, 할머니 팬츠로 알려진 속옷 페미니즘 이야기, 비욘세라는 연예인을 통해서 살펴보는 연예인들의 행동과 선언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1부를 이야기한다.

 

다양한 프리즘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들이 신선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우리가 평소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바라보는 한국에서의 페미니즘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그 이후의 미래적 관점을 이미 미국에 도래한 다양한 사태들을 조명하고 분석하며 우리에게 알려준다.

 

즉 페미니즘은 우리에게 더 이상 운동의 의미, 선언적 의미의 사상적 기초가 아니라, 또 다른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의 한 조류가 되어 페미니즘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팬티를 입거나, 그런 책을 읽었다고 선언하는 것들로 변질해가고 있음을 고발하는 것이다.

 

2부는 1부에 비하면 조금은 더 개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페미니즘이 그렇게 언론과 방송과 영화와 연예인들에 의해 이용당했다면 실질적으로 사회가 얼마나 변했는가 하는 것으로 되짚어보며 결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쓸쓸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여권 신장이 이루어졌는지. 여성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아름답다고 하는 개념은 페미니즘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라는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새로운 책이다. 나는 지금까지 페미니즘을 대중문화의 시각으로 한 번도 바라보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놀라움은 생각보다 컸다.

 

페미니즘을 문화적으로 바라본다는 관점이 충격이었고,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런 문제들이 간과되거나 새로 생기거나, 또는 깊이 생각해야 할 그 무엇이 있다는 것들이 충격이었다.

 

우리가 시대의 한 흐름을 바라보고 순수하게 동조할 때, 세상은 자기들의 관점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 위해 바다 밑에서 동분서주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는 만큼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큰 도움이 된 책이었다. 거대한 자본주의 세상 앞에서 참으로 나는 미약하고 어리석게 순수했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 여성은 자기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 기혼 여성이 신용카드를 쓰려면 공동서명인(남편이나 아버지)을 내세워야 했다.” (24)

 

페미니즘이란 선택권을 가지는 거예요!”라고 소리칠 때마다 나는 혀를 깨물어가며 참는다. 페미니즘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선택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되지도 않는다. ... 선택 자체가 평등은 아니다. ... 밀에게는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니라 여성이 선택을 했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285)

 

소비자 선택 측면에서의 여권 신장은 페미니즘이 아닙니다. ... 페미니즘은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데 자본주의는 평등과 완전히 대치되거든요.”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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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정된 전쟁-잠깬 호랑이 중국 | 인문-사회-철학 2018-05-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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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저/정혜윤 역
세종서적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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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현재 바로미터를 보다 잘 측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우리나라는 과거 조선시대 때 중국을 사대하며 조공을 바쳤다. 물론 조공이 무조건적인 속곡의 의미가 아니라 무역의 개념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약소국이었고, 중국은 동북아시아를 호령하는 거대한 국가였다. 우리는 임금을 세우면 중국의 책봉을 받아야 했고, 명을 섬기며 우리나라의 운명을 그들의 손에 맡기기도 했다. 그러다 왜놈이라고 깔보았던 일본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를 먹고 중국을 먹으며 동북아의 호랑이로 올라섰다. 독립을 맞이한 우리나라는 다시 강대국 미국과 소련에 의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갈라져야 했고, 지리적 분단과 사상적 분단의 아픔 속에  휴전 상태에 있다.

 

중국은 중일전쟁 패배 이후 아시아에서 추락하며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물론 잠든 호랑이가 언젠가 깨어나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만 강호에 파다했다 책은  종이호랑이였던 중국이 정말 깨어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통계적으로사회학적으로역사적으로 일깨우며 주변국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외치는 나팔 소리 같은 책이다.

 

세종서적에서 펴낸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 역사학 전공, 옥스퍼드대학교 경제학 석사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레이엄 앨리슨이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가안보, 국방정책 분석가가 쓴 책이다.

 

그러니까 사실 이 책은 미국의 국방장관 자문위원인 그가 미국의 행정부를 향해 중국을 조심하라고 외치는 정책조언서 같은 성격의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어쩌면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르는데, 왜냐하면~~ 하면서 하나둘 그 전조적 현상들을 역사적 시류와 정치적 시류 그리고 사회적 시류 등을 분석하며 꼼꼼하고 날카롭게 밝혀내고 있다.

 

저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중국은 예를 중요시하는 대국인데 미국은 동방의 문화를 모른 채 힘과 자본의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관찰은 중국을 같은 아시아권 국가로 인식하고 바라보는 나에게도 매우 신선했는데, 저자가 단순하게 물리적인 통계와 역사적 사실로만 미래를 예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논리적인 설명에 금방 설득 당하고 말았다.

 

그가 제시하는 지표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력에서 이미 미국을 오래 전에 넘어섰는데,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경찰이 자기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랜 과거 아시아 또는 세계의 중앙에 있는 황제국가였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되찾아올 충분한 여력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 따르면, 전쟁은 많은 경우 우발적으로 일어나곤 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상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판단의 실수 또는 감정이나 자존심의 손상으로 피치 못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과거의 중국과 현재의 미국 사이에서 눈치보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외줄타기와 같은 것이어서, 이들의 결정이 우리나라의 모든 것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에 이 두 나라를 면밀하게 이해하고 분석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대대적인 변신으로 온 세계의 눈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사대의 대상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꾼 한국은 우방, 혈맹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미국 때문에 싸드를 배치해야 했고, 결국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휘청거렸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들이 실감하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한국, 북한을 주축으로 중국, 미국, 일본은 모두 변화의 태풍에 발을 담그고 말았다. 공은 굴러가야 하고 어디로 굴러갈지만 남아 있는 것이다. 아직 우리는 누가 적인지도 모를 그 미지의 적을 조금씩 더 잘 알아야 하고, 그런 면에서 묵직하고 두꺼운 이 책은 나름의 안내서가 되어줄 수 있다. 책 전면에 박아넣은 번쩍이는 수상 타이틀들은 이 책이 쉽게 쓰여진 책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지금 시기에 딱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의 단점은 가격이 비싸고 400쪽 가까이 되는 만만치 않는 두께의 책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실제 모습보다 더 온순하다고 생각하고,

잠재적인 적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동기가 있다고 재빠르게 단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예정된 전쟁,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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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컬럼)존재로부터의 자유-마그리트의 빨간 모델 | 밑줄 긋기 2018-05-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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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4일(금)

만약 마그리트의 그림이
우리가 오늘날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을 확증해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의 기준에 의하면 실패한 것이며,

만약에 일시적으로 그러한 경험을 파괴한다면,
그것은 성공을 거둔 것이 된다.

맥스라파엘은
모든 예술이 목표하는 바는
"사물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취소시켜 버리고,
가치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확립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르쿠제는 예술을,
있는 그대로의 세계에 대한 '위대한 거부'라고 설명했다.

예술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과
소망하는 것 사이를 중재한다는 것은
나 자신(존 버거)이 말해왔던 견해이다.
(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 230쪽)

존 버거는 마그리트의 그림을 바라보면서, 예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선언적으로 정의합니다.

예술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을 표현해서는 안 되며,
그대로의 세계를 거부하며,
사물로 이루어진 세계는 취소해야 하는데,

그래서 예술은,
우리가 소망하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것을, 최소한 중재하는 역할은 해 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소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중요한 질문이 남게 됩니다.
사실 이 질문은 매우 추상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것이어서, 단 하나의 대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존 버거는 마그리트의 여러 그림을 설명했는데, 제가 읽은 부분에서 가장 강렬한 그림은 바로 '발이 되어가고 있는 신발'을 그린 "빨간 모델"이라는 그림입니다.

존 버거는 이 그림에 대해서,
잘린 두 발은 폭력을 암시하고,
땅바닥에 놓여진 장화로만 본다면 누군가가 그저 벗어놓은 신발로만 이해할 테지만,
절반쯤 인간의 발로 변해버린 장화 한 켤레는
그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에서 빠져 나와 버린 자아라는 개념을 제안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부재'에 관한 것이며,
그 부재인 '자유'에 관한 것이 됩니다.

여러분은 이 그림에서 무엇을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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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사흘 그리고 한 인생-탁월한 심리묘사 소설 | 일반문학 2018-05-0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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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저/임호경 역
열린책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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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을 떠올리게 하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탁월한 심리묘사 소설.



 

오르부아르로 콩쿠르 상을 수상한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 사흘 그리고 한 인생”.

책은 뒷표지에서 콩쿠르상과 영국 추리작가 협회상 동시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로 작품을 띄우려 했지만 그건 독자에게 다른 기대감을 품게 하는 지나친 광고성 멘트였다. 그리고 거장 르메트르의 문학성 넘치는 스릴러라는 광고는 독자를 완전히 이 책이 추리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도록 만든다.

 

가디언은 걸출한 문학적 추리 소설이라고 평했고, 커커스 리뷰는 독창적인 스릴러 작가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아니다.

이 책을 추리소설도 아니고, 스릴러 소설도 아니다. 이 책은 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너와 나 속에 숨겨져 있는, 아무에게도 꺼내기 싫은, 비밀의 샘과 같은 무의식과 의식의 판도라 상자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앙투안은 부모의 반대로 개도 고양이도 기르지 못했다. (지금의 우리집과 비슷하다.) 그래서 소년 앙투안은 이웃집 데스메트 씨네에서 기리던 개 윌리스를 끔찍이 아끼게 된다. 윌리스는 주인집에서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앙투안에게 진한 사랑을 받으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주인공 앙투안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개 윌리스는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주인집으로 보내졌는데 데스메트 씨는 윌리스를 그냥 총으로 쏘아 죽여버리고 만다. , 앙투안의 마음이 어떠할지, 커다란 상실감. 그리고 데스메트 씨에 대한 분노. 하지만 어린아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그는 혼자만의 아지트인 숲속에서 시간을 보내다 데스메트 씨의 아들인 레미가 오는 것을 보고 홧김에 나무 작대기를 휘둘렀는데 레미는 그만 죽어버리고 만다.

 

책 제목에 나오는 사흘이 이제 책에서 긴 시간 동안 앙투안의 마음을 대변한다. 살인자가 되어 버린 어린 소년 앙투안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포와 대면하고 감당할 수 없는 바윗덩이 같은 두려움에서 친구였던 레미의 장례식까지 참석한다.

 

이 책을 위대한 명작 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과 같은 동등한 반열에 놓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나는 충분히 비교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어린 소년에서 성인이 된 뒤, 공소시효도 지나고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렸던 그 사건이,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시체가 하나 발견되고, 다시 앙투안의 숨통을 조여오는 후반부에 이르면 우리는 과연 죄를 짓고 편안히 살아가는 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일어난 한 사건,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지 못한 소년의 마음, 명망 좋은 의사가 되었지만 한 인생을 불안하게 살아온 죄인에 대해, 사회적으로는 죄인이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죄인으로 정죄당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는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것임을,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치밀하고 정교하게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죄와 벌에서는 살인자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구원자 소냐가 있었다.

사흘 그리고 한 인생에서는 살인자가 되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앙투안에게 어떤 구원자가 있을까.

 

다른 분들이 작성한 서평을 보니, 밋밋하다, 추리소설이 아니어서 실망이다, 같은 글들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나는 정말 이 책을 감동적으로 읽었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살짝 생각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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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에서도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산호새의 비밀" | 생각 쪼가리 2018-04-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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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새의 비밀

이태훈 저
몽실북스 | 2018년 05월

 


드디어 예스24에도 올라왔네요.

저의 첫 추리물 <산호새의 비밀-천재 변리사의 죽음>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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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어느 날 난민 | 청소년소설 2018-04-1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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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날 난민

표명희 저
창비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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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민>

저자 : 표명희

창비 청소년문학 83번째.

 

창작과비평에서 나온,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책.

창비에서 나온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책.

표지는 암담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희망차지도 않았다.


 


하늘과 바다는 같은 빛깔을 품었다.

하늘은 빨강 노랑 파랑의 삼색 무지개를 선물로 건넸고,

바다는 검은 어둠이 얼룩처럼 흘렀는데,

주인공이었던 강해나와 강민은 무지개빛 검을 들었고,

무지개는 바다를 뚫고 들어가면서 굴절된 것처럼 더 커졌다.

 

누나로 시작하지만, 엄마일지도 모를 강해나는 빨간 머플러를 매고 검을 내리고 있지만, 남동생으로 시작하지만, 아들일지도 모르는 강민은 검을 세워 들고 있다.

 

누나는 이제 뜻을 정하려 하고, 동생은 뜻을 세우려 했다.

작가인 표명희와 장편소설이라는 글자를 합친 일곱 글자는 무지개색깔과 같이 빨간색으로 시작해 보라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하늘부터 바다의 바닥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이 책은 세계 각지에서 자기 나라를 떠나고, 가족을 떠나고, 자기 자신을 떠나고, 그렇게 한국으로 와 한국에서 난민의 지위를 얻으려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에서 살 곳을 구하지 못한 강해나와 강민도 또 다른 난민의 일원이 되어 외딴 신도시, 섬도시의 난민지원센터, 난민 신청을 하고 난민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잠시(그 잠시가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모르는) 머무는 공동체 공간의 구성원이 된다.

 

이질적이고, 난해하며, 서로의 문화가 충돌하고, 서로의 감정이 충돌하며, 서로의 자아가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기를 해체하며, 타인을 받아들이며, 하늘의 무지개가 바다의 무지개로 더 깊게 나아간 것처럼, 그렇게 화해와 용서와 희망의 눈빛을 나눈다.

 

물론 모든 구성원이 그렇게 행복하게 되진 않지만, 소설은 결국 무지개로 나아간다.

강해나와 강민은 무지개꿈을 꾼다. 세상은 더 이상 끝이 아니니까.

난민의 삶이 소설보다 더 격렬하게 힘들고 무자비하다는 것을 안다. 한국에서의 난민 결정이 무척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난민으로 인정을 받더라도, 또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가 않음을 알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난민센터를 잠입? 취재하며 써내려간 소설이라고 알고 있다. 한국에 온 난민들이여, 용기를 가지고 희망을 가지라. 검은 바다에도 무지개는 뜨리니. 그리고 난민을 보는 한국인이여. 땅값, 집값만 생각하지 말고, 상처 투성이로 동방에 다다른 그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자. 보듬어 주자. 우리 모두는 이 땅의 난민이 아니던가.

 

이 화가(샤갈을 말한다)도 우리처럼 난민이었대. 태어나 자란 고향을 떠나 파리에 가서 그림을 그렸지. 하지만 거기에서도 그림은 온통 자기네 고향 마을 사람들과 고향 마을 풍경들로 가득 차 있었어. 그러니까 난민은 가슴 속에 고향이라는 커다란 보물단지를 하나 품고 있는 셈이야. (어느 날 난민,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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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추리소설 "산호새의 비밀" 북트레일러 공개 | 생각 쪼가리 2018-04-1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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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화작가에서

드디어 추리작가로의 변신을 시도합니다.


저의 첫 추리소설 <산호새의 비밀-천재 변리사의 죽음>이 4월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유투브에 북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좋아요도 눌러주시고,

응원 댓글도 달아주시고

주변에 공유도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726ALotJD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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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못 참아-실험하는 여자 영혜 | 비소설 2018-04-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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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험하는 여자, 영혜

이영혜 저/고고핑크 그림
새움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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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여자, 영혜>

 

대단한 여자가 나타났다.

공대 출신 기자 영혜씨.

그녀는 궁금한 건 못 참는다.

 

궁금하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험으로 답을 찾는다.

?

그게 가장 정확하니까.

 

자신을 실험도구로도 마구 사용한다.

?

그래야 전후사정을 다 알 수 있으니까.

성공의 가능성, 실패의 가능성

그리고 실패한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으니까.

 

그녀의 첫 도전,

다이어트.

그녀는 다이어트 실험을 위해 무려 6주 동안 고기를 끊는 극한모드에 돌입한다.

? 실험을 위해서. 정말 그렇게 되는지 알아보려고.

 

이 책은 그렇게 탄생하였다.

굶기도 하고, 언니의 친구네 냉장고를 급습하기도 하고, 생리대를 마구 찢기도 하고,

그렇게 한 편씩 완성했다.

 

그런 처절함이 숨어 있지만, 이 책은.

한 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하며

책을 읽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독서의 즐거움이 생기고,

모든 자녀를 공대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들게 만든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실험들은 하나하나 다 재미있지만, 제일 압권은

아나콘다에게 직접 먹히는 실험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실험은 영혜 씨가 직접 체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이 정도면 이 책이 어떤 수준인지 감히 짐작이 될 듯하다.

아무쪼록, 거한 지식의 성찬을 코스 요리로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 궁금한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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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소설가 "엠마뉘엘 카레르"의 초기 기독교에 대한 상상 | 일반문학 2018-04-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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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왕국

엠마뉘엘 카레르 저/임호경 역
열린책들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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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소설가 “임마누엘 카레르”의 독특한 초기 기독교에 대한 상상


겉표지에는 책에 대한 찬사와 수상이력이 가득했다.

작가에 대한 찬사 –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프랑스 작가, 논픽션이 허용하는 범주의 혁신을 이루었다. 작가가 겪은 신앙의 위기, 작가의 정신 깊숙한 곳까지 독자를 끌어들인다.

작품에 대한 호평 – 모든 장르에 도전한 책, 해설, 조사, 에세이, 역사, 자성록.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기독교의 기원에 대한 인상적인 조사.

책을 안 읽을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한방
– 2017년 과달라하라 FIL 로망스어군 문학상 수상 작가
- 2014년 [르 몽드] 문학상 수상작
- 2014년 [리르], [렉스프레스] 선정 <최고의 책>


비록 책 두께가 벽돌 두 개를 합쳐놓은 것처럼 두껍고, 700쪽에서 3쪽 모자라는 책일지라도, 책의 앞뒤에서 소개하는 흥미진진함이 가득한 책이라면 책을 다 읽어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책 제목이 딱 기독교 제목 아닌가. 누가 감히 “왕국”이라는 이런 기독교스런 제목을 선택할 것인가. 또 표지는 어떤가. 베드로와 요한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배를 탄 채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이 놀랍게도 성스럽게 그려져 있고, 책등에는 커다란 십자가가 떡 하니 박혀 있다. 누가 보더라도, 초기 기독교의 숨겨진 여정을 안내하는 멋진 책일 거라는 그런 기대가 생기지 않는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매년 성경 1독은 해내고 있어 어느새 10번 이상은 성경을 완독한 것 같으니 이 정도면 이런 책, 두껍지만 뭔가 더 깊은 곳을 탐구할 것 같은 책을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작은 교만과 큰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쳐 들었다.

(사실 이전에 그의 책 “러시아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르포 소설 형식의 그 책을 기대보다 좀 어렵게 읽었다는 기억이 나중에 났다. “왕국”은 같은 출판사, 같은 번역자의 작품이다.)

흥미진진했으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앞서 밝힌 것처럼 책 뒷표지에 상세히 장점처럼 적어 놓은 이 책의 모호한 정체성(해설, 조사, 에세이, 역사, 자성록)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장르는 소설이라고 되어 있지만 과연 이걸 소설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심은 책을 다 읽는 마지막까지 떠나지 않았다. 어차피 당시 시대의 역사 자료가 없으니 빈 공간을 채우는 몫은 작가의 상상력일 터.

그는 자신이 20여 년 전에 열심히 신앙생활하던 때 적어놓은 요한복음에 대한 큐티책 20권을 다시 꺼내 보며,(안타깝게도 저술을 시작한 그때는 신앙에서 떠나 불가지론자가 되어 있었다. 불가지론자란 불가지론의 철학적 이념을 따르는 것인데, 불가지론은 신이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아리송한 생각을 가진 개념이다. 그는 믿음(카톨릭)을 가졌을 때 성경을 읽고 성경 한 구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옮겨 적었는데 그 노트만 20권이 넘는다고 했다. 그 당시 그의 영적인 수준은 매우 높은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작가였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으나 비슷한 일(기독교에서는 큐티라고 한다. 나도 큐티를 한 뒤 거의 한 시간 반 동안 성경말씀에 대한 성찰을 노트에 옮기는 작업을 했었다.) 을 해 본 나로서는 그의 그 작업시간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랬던 그가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불가지론자가 되었고, 이제는 불가지론자가 되어 예수의 죽고 부활한 뒤 그의 뒤를 따른 제자들의 삶을 훑어가는 르포 역사소설을 적게 되었다니 아이러니라해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차라리 그가 한창 믿음을 가졌을 그때 적었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제 그는 철저히 불가지론자가 되었고, 그래서 그가 바라보는 성경은 의심 투성이였다. 이 책에서 보는 가장 큰 관점은 기독교의 큰 두 사도, 베드로와 바울(책에서는 바오르)이 서로 적대적이었다는 것이고, 바울은 한 번도 예수님 생전에 그와 만난 적이 없고 그가 직접 하는 말씀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음을 전도했고, 그래서 그 복음은 바울의 복음, 그가 전한 하나님 나라는 바울이 만든 바울의 하나님 왕국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기독교에서 성경의 정확무오성을 의심하지 않는 “성령의 감동으로 작성”되었다는 기본 개념부터 의심을 가지고 접근했기 때문에 이 두꺼운 책은 8할 이상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가득했다. 그랬기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그런 점에 또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가령, 아직 완독을 못하고 있는 벽돌책 “세네카 인생론”의 유명한 철학자 세네카가 바울 선교 당시 코린도 지역의 갈리오 로마 총독의 친형이었고 세네카는 자신의 책을 갈리오 총독에게 헌사했다는 사실. 갈리오 총독은 사도행전 18장에 나오는데 유대인이 바울을 시기하여 그를 종교 이단자로 고발하자 갈리오가 이를 기각해버린다.

이 책이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성경만 읽는 것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매우 다양한 역사적 ‘팩트’를 조사해서 여기저기 집어넣고 독자를 로마 시대의 한 복판으로 이끈다. 로마와 누가가 다녔던 지역들을 누비고 다니며, 베드로와 야고보를 중심으로 한 유대인을 향한 복음 전도와 철저히 이방 지역을 다니며 이방인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한 바울의 관계를 상상한다.

그는 결국 마지막에 자신의 불가지론 입장을 그대로 밝히며 끝을 맺는다.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신을 모른다 하면서도, 글 곳곳에서 신이 자기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모른다 하였지만 글을 쓰면서 또 다른 결론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불가지론자가 되어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잃었지만, 아직도 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라는 인물에 대해 빠져들고, 여전히 기독교는 왕성한지, 그 이유를 캐보고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는 모른다고 말했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성경은 모든 역사를 촘촘하게 담지 않았고, 여러 사람이 쓴 글이라 시간적으로 서술적으로 허술할 수 있지만, 2천년이 지난 지금의 결과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깊은 신앙을 가진 사람은 작가의 지나친 상상력 때문에 불편할 수 있겠고,
성경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은 인문학적 역사적 깊이의 부재 때문에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방대한 조사와 팩트와 버무려져 또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남겨졌다. 그 방대함과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 반석처럼 든든한 신앙을 소유한 상태라면, 시너지 효과를 가질 좋은 문학적 즐거움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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