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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홀린 음식들 | 독서일기 2020-01-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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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을 홀린 음식들

카라 니콜레티 저/정은지 역
뮤진트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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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에서 음식은 중요한 장치로 사용됩니다. 시대와 문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죠. 또한 저는 전에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 리뷰를 작성하면서 요리와 와인에 대한 묘사가 정말 좋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다시 살펴보아도 음식에 대한 뛰어난 묘사는 문학의 재미를 한층 높여주는 아주 중요한 요소인 것 같네요. 이처럼 음식은 문학에서 다양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번에 읽은 『문학을 홀린 음식들』은 이렇게 다양한 문학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살펴봅니다. 저자 카라 니콜레티는 푸주한이자 전직 페이스트리 요리사로 지금은 문학 속 요리의 요리법을 알려주는 블로그 "냠냠북스Yummy Books"의 주인입니다. 이 책은 크게 어린 시절, 청소년기, 성인기 3부로 나뉘어 그 시절 읽은 문학과 그 문학에 얽힌 저자의 이야기, 그리고 해당 문학에 등장하는 요리의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여기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책이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고전이기 때문에 낯설지 않지만, 사실 요리들은 우리가 먹는 것과 많이 달라서 레시피가 큰 쓸모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레시피를 읽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미있기에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저는 저자가 삶의 다양한 시기에 책을 읽으며 위로와 응원을 받고, 삶을 충만하게 만든 경험을 읽으며 참 행복했습니다. 특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슬픔과 《빨간 머리 앤》을 읽으며 앤에 공감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특히 좋았습니다. 잠깐 살펴볼까요?


 2년 후 《빨간 머리 앤》을 읽기 시작하기 전까지, 그날 밤 느낀 목이 멜 듯한 슬픔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건지 전혀 몰랐다. 3장에서 머릴러와 매슈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안 앤은 머릴러에게 자신은 '절망의 심연'에 있어서 아침을 먹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현상에 대한 그녀의 설명은 할아버지의 경야에 내가 경험한 느낌과 놀랄만큼 비슷해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실제로 헉하고 숨이 막혔다. "정말이지 너무나 불편한 느낌이에요." 앤은 말한다.


 목구멍에 덩어리가 치밀어 오를 때 먹으려고 하면 아무 것도 삼킬 수 없어요. 하다못해 초콜릿 캐러멜이라도 말이죠. 2년 전인가 초콜릿 캐러멜 하나를 먹었는데 뭐라 할 수 없이 맛있었어요. 그때부터 종종 초콜릿 캐러멜을 많이 먹는 꿈을 꿨죠. 하지만 언제나 막 먹으려는 순간 잠이 깨는 거예요. 제가 먹지 못해도 기분 상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전부 너무나 맛있지만, 그래도 먹을 수가 없어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건 독서의 위대한 힘 중 하나이며, 특히 어릴 때는 더욱 그렇다. 눈앞에 펼쳐진 페이지에 내가 꼬집어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던 감정이 있었다. 나는 경이로운 동시에 위로를 받았다. 앤이 종종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굴긴 한다.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 그녀의 감정은 진짜이며, 비탄이 식욕에 드리우는 놀라운 힘을 대변한다. (p.74-75)


 여기서 레시피가 소개된 요리는 바로 무엇일까요? 당연히도, 바로 소금 초콜릿 캐러멜입니다. 이처럼 『문학을 홀린 음식들』은 독자에게 다양한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식들이 저자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는데, 문학과 요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책입니다.


 내가 《오만과 편견》을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음식 묘사가 부족한 것은 견디기 힘들다. 특히 한 장면은 몇 년씩 나를 미치게 만들어서, 도서관에 갈 때마다 섭정 시대 요리책들을 찾아보게 했다. 그 장면에서 빙리는 여동생에게 네더필드 저택에서 무도회를 열기로 결정했으며 "니콜스가 화이트 수프를 흡족하게 만드는 대로" 초대장을 발송하겠다고 말한다. 이건 무슨 뜻이지?! 왜 시간을 정하면서 지극히 지루해 보이는 수프 만들기를 들먹이지? 묘하게도 내가 답을 찾은 것은, 오스틴의 《엠마Emma》에 나오는 잉글랜드 전통 방식으로 절인 햄 요리법 때문에 읽은 제인 그릭슨의 《잉글랜드 음식English Food》에서였다. (p.189)


 특히 사랑하는 소설에서조차 "음식 묘사가 부족한 것은 견디기 힘들다"고 고백하는 저자에게 깊이 공감하는 독자라면, 꼭 이 책을 읽으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을 땐 곁에 무언가 먹을 것을 두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음식에 대한 묘사를 읽으며 행복과 고통을 동시에 느낄 것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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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 | 독서일기 2020-01-1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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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

아른핀 콜레루드 저/손화수 역
리듬문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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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이라니, 제목만 들어도 호기심이 일렁이는 책을 만났습니다. 게다가 "로또 1등 당첨"이라는 아주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이죠. 사실 같은 소재의 소설을 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가와무라 겐키의 『억남』이라는 책인데요, 여기서 주인공 가즈오는 3억 엔(약 33억 원)의 복권에 당첨됩니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주인공 프랑크와 프랑크의 엄마가 2천4백만 크로네(약 30억 원)의 복권에 당첨되었으니 금액도 굉장히 비슷하네요. 아무튼 같은 소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는지 궁금한 분이 있으시다면 두 권의 소설을 함께 읽으시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아요.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의 주인공 프랑크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중학생입니다. 물론 그 평범함은 프랑크와 엄마가 함께 번호를 고른 복권이 1등에 당첨되기 전까지만 유지되었죠. 노르웨이에서도 복권 당첨자가 대중에 공개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만, 프랑크의 엄마가 본인의 엄마(프랑크의 외할머니)에게 당첨 소식을 전하는 바람에 금세 소문이 다 나고 맙니다. 그날부터 프랑크의 엄마는 온갖 전화와 방문, 편지를 받게 됩니다. 프랑크 역시 학교에서 인기남이 되어 사인 요청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한 여학생에 사귀자는 말까지 듣습니다.


 하지만 프랑크는 그 돈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프랑크의 몫을 은행에 넣어두고 18살이 되어야 찾을 수 있게 해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엄마 역시 씀씀이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심지어 더 구두쇠가 되어버리고 만 것 같군요. 결국 끊임없이 온갖 도움 요청을 받는 데 지쳐버린 프랑크의 엄마는 이상한 경진대회를 엽니다. "친절경진대회"라는 이름으로, 동네 사람들 중에서 특별히 착한 일을 하는 사람 한 명을 뽑아 1백만 크로네를 상금으로 주겠다는 것이지요. 이 대회가 개최된 이후, 과연 프랑크의 동네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은 소재도 그렇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전반적으로 흥미롭긴 했습니다만, 제겐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는 책 치고는 이야기가 별로 친절하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슨 의도로 나오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기도 했고요.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라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어떻게 할까?'라든가 '나라면 친절경진대회에서 1등을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볼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1학년 학생들에게 살색 색연필을 선물하고, 폴에게 새 신발을 선물하는 프랑크의 발칙하고 따뜻한 행동에 웃음 짓기도 했고요. 그래서 한 번쯤은 충분히 읽을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제게도 프랑크 엄마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네요!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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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편지 | 독서일기 2020-01-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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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연의 편지

조현아 글그림
손봄북스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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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림으로 유명한 웹툰, <연의 편지>의 단행본을 읽었습니다. 웹툰을 거의 보지 않는 제게까지 소문이 퍼질 정도로 인기가 많았고, 또 그 인기가 단행본 출간 즉시 증명되어 저까지 기뻤습니다. 주목받는 작품이 곧 좋은 작품인 것은 아닌데(물론 좋고 나쁨에 절대적이란 건 없지만요), 이 작품은 정말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 만큼 좋았기 때문이지요. 물론 단행본 출간 소식을 늦지 않게 접해 "독자를 위한 0번째 편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기쁨이었고요.


 이 만화의 주인공 소리는 학교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도우려 하다가 도리어 학교 폭력의 표적이 된 이후 새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하지만 폭력의 트라우마가 너무 강해서, 전학 간 학교에서도 겉돌 위기에 처하죠. 그러던 소리는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우연히 한 편지를 발견합니다. 놀랍게도 이 편지는 소리에게 학교와 반 친구들에 대해 소개해주며 소리가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다음 편지를 찾도록 유도하는데, 이렇게 계속 다음 편지를 찾던 소리는 편지의 주인공을 아는 것 같은 동순이를 만나게 되죠.


 <연의 편지>는 독자들이 소리, 동순이와 함께하며 편지의 주인공을 찾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한 번 펼치면 다음 장이 궁금해 손을 놓을 수가 없는 작품입니다. 또한 아름다운 그림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많은 독자에게 위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많은 소리, 동순, 그리고 호연이에게 가서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빨리 생생하게 움직이는 주인공들을 보고 싶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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