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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문법 무작정 따라하기 | 책/ 일상 2020-09-25 18:5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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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있는 문법 책은 아주 오래된 일본어뱅크다.

그때는 그게 대세였던 것 같은데 지금도 나오는지 모르겠다.

지역 문화센터에서 배웠던 그 책이다.

이 책 말고도 회화책이 꽤 모였는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우선 몇 권만.

오래되었는데 뭘 버리는 걸 못해서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갑다.

두꺼운 분량에다 한국어도 잘하는 일본인 강사의 교재라서.

어제 들춰보니 쉬워 보였다.

오래전에 배운 것 정리하는 셈 치고 보면 좋겠다.

나중에 우리 작은 아들이 배우고 싶다하면 이걸로 공부해도 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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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은 나를 돌아보는 일이다(케빈 니퍼트)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0-09-2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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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글을 쓴다는 것

케빈 니퍼트 저/금정연 역
지노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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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이벤트가 나왔을 때 내가 꼭 읽어야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제목도 끌렸지만 이름만 들어도 술렁거리게 하는 작가들이 원고 수정 문제로 편집자와 옥신각신했다는 등 책 소개를 보고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풍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생각보다 작은 판형에, 짧은 문장의 원문과 번역 문장으로 된 구성을 보고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금세 읽을 수 있어서 좋긴 하겠다. 바쁜데 잘 됐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그런데 웬 일, 반전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속에 파고들어왔다. 짧은 문장 속에 숨어있는 글쓰기의 기쁨과 고뇌에 깊은 공감을 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부분인 역자 후기를 읽고 있었다.

 

소개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도 많았지만 그 중 많이 공감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문장들을 소개해 보겠다.

  

Your mother will 

not make you a 

writer. my advice 

to any young person 

who wants to write

is: Leave home. -Paul Theroux(1941~)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을 작가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작가가 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하나다.

집을 떠나라. (폴 서루(1941~)(P42~43)

 

 작가가 된다는 것은 집을 떠나는 것처럼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일이 아닐까. 글을 쓴다는 것은 기꺼이 혼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이다. 꼭 집을 떠나야만 작가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과 결별을 하는 것, 어떤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THE FIRST 

THING A 

WRITER 

HAS TO DO 

IS FIND

ANOTHER 

SOURCE 

OF INCOME.

 

작가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다른 수입원을 찾는 것이다. - 엘렌 길크리스트(1935~) (P56~57)


 너무 짧은 문장으로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다니, 너무 냉정하게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말인지도 모른다. 어느 사회든 어느 분야든 파레토 법칙이 성립되지 않는 예가 없을 정도니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작가가 되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 같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가 소원인 사람들은 최소한 이 말을 명심해야겠다.

 

I really want to 

escape muyself as 

much as I can 

myself as the artist, 

or as the writer, 

or as the thinker.(Chan-Rae Lee(1965~)

 

나는 가능한 한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싶다.

예술가로서의, 작가로서의, 사상가로서의, 모든 나로부터,

(이창래(1965~)(P88~89)

 

 글쓰는 것만 빼면 작가는 정말 좋은 직업이라는 말을 읽은 적 있다. 출퇴근에 매이지 않는 작가란 얼마나 자유로운 직업인가. 하지만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싶다'고 한다. 글쓰기라는 중압감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대변하는 말인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일이 되면 재미가 없어지고 무거움이 되겠지. 어떤 일이든 그렇지 않을까. 드라마 작가 최연지는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에서 한 장의 글을 쓰는 일이란 한 마지기의 밭을 매는 것과 비슷한 강도의 노동이라고 했다. 그것도 반드시 혼자서 해야하는 노동집약적 작업이 집필이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한 마지기의 밭을 매 본 적 있는지 묻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한다. 실제로 경험해 보았다면 그래도 글쓰기가 쉽다고 하지 않을까. 어쨌든 그만큼 글쓰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표현한 거겠지.

 

The first draft is 

torture! It's so hard 

for me. Once I've 

written the first 

draft, I Have the

 pieces to the puzzle, 

and I love to put it 

together and make 

it into a whole.- Judy Blume(1938~)

 

초고는 고문이다! 정말 너무 힘들다. 일단 초고를 쓰면 내 손에는 퍼즐 조각이 생긴다

나는 그 조각들을 맞춰 커다란 전체를 완성하는 것을 사랑한다.

- 주디 블룸(1938~) (P144~115)

 


 초고를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면 고문에 비유했을까. 뒤에서도 초고에 관한 글이 한 번 더 언급되겠지만 어쨌든 쓰레기 같은 초고를 계속 쓰는 과정을 통해서 문장은 유려해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한 권의 책이 완성될 것이다.

 

How to write: butt in chair.

Start each day anywhere.

Let yourself do it badly.

Just take one passage

at a time. Get butt back

in chair. - Anne Lamott(1954~)

 

글을 쓰는 방법:

엉덩이로 써라.

매일 어디서든 시작하라.

멋대로 쓰도록 내버려둬라.

한 번에 한 구절씩 써라.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여라. - 앤 라모트(1954~) (P220~221)

 

 참 명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공부도 엉덩이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주디 리브스는 365일 작가연습에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위대한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썼는지 알려준다. 아침 9시면 어김없이 펜과 공책을 들고 책상에 앉아서 글을 썼다는 다니엘 스틸, 그는 새벽 3시에 찾아오는 영감을 믿지 않았단다. 25년 동안 매일 썼던 토마스 만, 1800편의 시를 썼지만 생전에 발표된 시는 고작 7편에 불과했다는 에밀리 디킨슨, 3주만에 『변신』을 완성했다는 카프카, 매일 혼자 방에 틀어박혀 10~12시간씩 글을 쓴 이사벨 아옌데, 500권이 넘는 책을 쓴 아이작 아시모프 등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모두 진득이 앉아서 엉덩이로 썼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작가들이다.

 

 

Get a dog

Being a dog owner

requires a similar

form of dissciplme

[to writing]. You wake

up every morning.

You walk the dog.

You do this whether

you do this whether

you're tired, depressed,

broke, hung over,

or have been recently

dumped. You do it. - Jennifer Weiner(1970~)

 

개를 키워라

개를 기르는 일은 (글쓰기와)

비슷한 규을을 필요로 한다

당신은 매일 아침 일어난다.

당신은 개를 산책시킨다.

당신은 지쳤거나, 우울하거나,

절망하거나, 숙취가 있거나,

최근에 차였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없이 그렇게 한다.

당신은 그것을 한다. - 제니퍼 와이너(1970~) (P226~227)

 

 '개를 키워라'는 말로 규칙적인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한다. 애완동물, 반려식물을 키우는 일은 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규칙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때맞추어 밥을 주고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고 산책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것처럼 글쓰기도 비슷한 규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하루의 시간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Here's a short list 

of what not to do 

when you sit down to 

write. Don't answer t

he phone. Don't look 

at e-mail. Don't go 

on the Internet for 

any reason. - 

Dani Shapiro(1962~)

 

여기 당신이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을 때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의

짧은 목록이 있다.

전화를 받지 마라.

이메일을 확인하지 마라.

어떤 이유로든

인터넷을 하지 마라. - 다니 사피로(1962~) (P228~229)

 


 이 부분은 정말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 메일을 열어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한 두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 버렸는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 한다고 붙잡을 수도 없다. 글을 쓸 때는 글쓰기에 집중하자. 이건 내가 명심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

 

YOU CAN ONLY WRITE

REGULARLY IF YOU'RE

WILLING TO WRITE

BADLY. YOU CAN'T

WRITE REGULARLY

AND WELL. ONE SHOULD

ACCEPT BAD WRITING

AS A WAY OF PRIMING

THE PUMP, A WARM-UP

EXERCISE THAT ALLOWS

YOU TO WRITE WELL. - jennifer Egan(1962~)

 

규칙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형편없는 글을 기꺼이 쓸 수 있어야 한다.

규칙적으로 잘 쓸 수는 없다.

못 쓴 글을 펌프의 마중물로,

잘 쓸 수 있게 하는

몸풀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 제니퍼 이건(1962~) (P236~237)

 

 쓸 때마다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잘 써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안 써지는 날이 있다. 항상 잘 써진다면 작가 노릇하기가 식은 죽 먹기겠지.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도 처음엔 쓰레기 글을 썼다고 하지 않은가. 형편없는 글을 쓰는 시간을 보낸 만큼 문장은 다듬어질 것이다. 다음 글을 잘 쓸 수 있는 몸풀기로 받아들이라는 말에 위로를 받는다.

 

You can 

always fix 

bad pages. 

You can't fix 

no pages. - Harlan Coben(1962~)

 

못 쓴 페이지는 언제든지 고칠 수 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페이지를 고칠 수는 없다. - 알란 코벤(1962~) (P238~239)

 

 더 말해 무엇 하랴. 써야만 고칠 원고도 있다는 것이다. 모니터의 빈 화면을 마주할 때 참 막연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씩 쓰다보면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고 빼곡하게 채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그러니 무조건 그냥 앉아서 써야 한다.

 

 

 이 책에는 역사상 존경받는 문인부터 촉망받는 신예 작가까지, 소설가, 에세이스트, 저널리스트, 문법학자, 교사 등이 전해주는 글쓰기의 기쁨과 고뇌 위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수많은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왔다.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은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과 이로운 점을 알려주는 책이었고,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글쓰기의 태도와 자세에 관한 책이었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작가들의 일상인 글쓰기에 녹아든 명언 같은 것이었다. 글쓰기는 최고의 자기계발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나를 알아가는 일이다. 크고 작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유의 글쓰기 등 글쓰기의 목적은 다양하다. 그런데 직업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 은 어떻게 말 할 수 있을까. 이 책에 언급된 작가들의 문장을 통해서 느낀 것은 글을 쓴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네 삶의 과정에 희로애락이 반복되듯이 작가들의 글쓰기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삶이 계속되는 한, 글쓰기도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과정이었다. 물론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했을 때 글쓰기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감정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책쓰기를 위한 글을 쓰고 있어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한 권의 책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원고를 쓰고 그것을 읽어주는 편집자가 있고 수정에 수정을 거치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서 한 권의 책이 나온다는 것. 그럭저럭 술술 써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엉뚱한 내용을 쓴 원고를 보냈다가 민망한 마음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날이 있었다. 그렇게 진땀나는 과정도 모두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과정이었다.  편집자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책을 좋아하고 활자 자체를 좋아하고 갓 나온 새 책 냄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감성을 가진사람이 편집자이고 출판사라는 걸, 나아가 책 한 권으로 많은 이들을 꿈꾸게 하고 싶다는 사명감을 가진 분들이 출판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편집자님께 정말 감사드린다.(너무 바쁘셔서 이 글을 못 보시겠지만) 그래서 이 책은 원고를 탈고하고 책이 나오기까지 나에게 많은 힘과 응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매일 써라, 절대 멈추지 마라.(릭 바스(1958~)

 

 정리하자면, 이 책의 특징은 글쓰기에 관한 작가들의 함축된 짧은 문장이 원문과 번역 문장으로 함께 나와 있어 영어공부도 되는 일석이조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이자 편집자인 케빈 니퍼트와 역자 모두 디테일한 문장 속에서 뽑아낸 명언을 책으로 엮고 번역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직역으로 번역한 부분도 있다고 하니 이 점 감안해서 읽으면 좋겠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옆에 끼고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문장 속에 감탄과 위트가 넘친다. 이 책 이벤트 때 출근할 때마다 울었다는 역자 소개를 접하고 빵 터졌는데 역자 후기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좀 한가해지면 역자가 쓴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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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의 강박에서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것들 | 첫 책 이야기 2020-09-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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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을 읽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잘 안 읽혀서 끝까지 읽느라 아주 힘들었다.” 언젠가 누군가의 리뷰를 읽는 중에 이 문장을 읽고서 깊게 공감했던 적이 있다. 완독에 대한 강박증을 말하고 있었다.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 잠깐이나마 동지 의식을 느꼈다.

“그 책을 읽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잘 안 읽혀서 끝까지 읽느라 아주 힘들었다.”

나 역시도 힘들어도 참고 끝까지 읽어낸 책이 있었는가 하면 읽다가 그만둔 책도 상당히 많다. 그중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책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책’이라 불리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이 딱 그런 작품이다. 나 말고도 이 책을 고른 분들은 꼭 읽어야 하는 고전이라는 수식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냥 제목 자체에 끌려 선택하는 경우도 꽤 많을 것 같다. 내가 20대 직장인이던 시절 이 책을 산 이유는 두 가지 모두였던 것 같다. 아마도 스무 살 남짓 빛나는 시절이었음에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위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제목에서 왠지 그런 뉘앙스가 느껴지지 않은가.

소설은 주인공인 '나'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기대했던 내용과 달리 소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마 읽다가 지루해서 졸기도 했던 것 같다. 또 몇 번은 더 붙잡고 읽으려는 시도도 했을 텐데, 결국에는 읽지도 못했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으로 쓰인 이야기여서 보통의 독자들이 읽어 내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가 그만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런 작품을 읽고 나면 개안 수술을 받은 듯 사물이 더욱 강렬하게 보였다는데, 나는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해야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40대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롤랑 바르트의 『작은 사건들』(2013년 재출간된 제목은 『소소한 사건들』)을 읽은 적이 있다(완독은 했다). 그런데 읽으면서도 내내 불편하고 자꾸만 겉도는 것 같았다. 20세기 후반 가장 탁월한 프랑스의 지성으로 손 꼽히는 작가라는 평가와 함께 제목처럼 왠지 소소한 에피소드가 나오는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그런 책이 아니었다.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이 작품은 스냅 사진을 찍는 듯한 기법으로 묘사한 글이라고 했다. 풍경이나 인물과 일상의 모습을 보면서 사진을 찍듯이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포착한 것이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을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일까 하고 확연하게 이해되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했던 것 같다. 배경지식을 알고 읽었더라면 좀 수월하게 읽혔을까? 최고 지성인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지적 자극을 맛보고 싶다던 나는 호되게 당한 느낌이었다. 이 작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나의 무지를 너그러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냥 유명한 작품이니까 무작정 읽고 싶다는 생각만 앞섰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읽었거나 힘들게 읽었거나, 비슷비슷한 이유로 완독하지 못한 책들을 생각해보면 그냥 유명한 작품이니까 무작정 읽고 싶다는 생각만 앞섰기 때문인 것 같다. 적어도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나 그 작품이 어떤 기법으로 쓰인 것인지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읽는다면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을 텐데. 지금은 독서 내공도 좀 쌓였으니 다시 읽게 된다면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이처럼 완독을 압박하는 고전류의 책들은 주변에 널렸지만, 그렇게 만난 작가와의 교감은 언제나 완독에 쏟은 노력을 보상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정희진 작가의 책을 완독하게 된 계기가 그랬다. 어떤 작가에 따라서는 내가 관심을 멀리하는 바람에 인연이 닿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정희진 작가가 사실은 그런 경우였다.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보다 보면 그분의 리뷰가 꽤 눈에 띄어서,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많이 쓰고 있는 여성학자이면서 뛰어난 독서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작가의 책을 일부러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여성의 입장으로서 아프고 불편한 일을 확인하게 될까 봐 페미니즘을 논하는 책들을 왠지 불편하게 생각했던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경계를 넘는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은연중에 나는 독서 편식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건축가(지금은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진애의 글에서 여성학자 정희진을 만나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여자의 독서』라는 책이었는데, 시간에 쫓겨 다 읽지 못하고 책을 반납해야 할 날짜가 임박해서야 겨우 몇 꼭지 발췌독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여성학자 정희진을 소개하는 글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 글이 얼마나 진지하고 멋있었던지, 나는 그 꼭지를 읽다가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제 정희진 작가를 만날 때가 되었구나 사실을 직감했다.

시간에 쫓겨 다 읽지 못하고 책을 반납해야 할 날짜가 임박해서야 겨우 몇 꼭지 발췌독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여성학자 정희진을 소개하는 글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김진애 작가는 정희진 작가의 책을 읽으면 ‘열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했다. 열녀라니. 우리는 그동안 열녀라는 단어에 얼마나 무거운 폭력성이 담긴 말이란 걸 잘 알지 않나. 그런데 열녀라니. 김진애 작가가 소개하는 열녀 정희진은 이랬다.


“정희진의 정절과 절개는 그 자체로 너무도 순수하고 또 강렬하다. 이때의 열녀란 소신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여자 인간이고, 그의 정절이란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고, 그의 절개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확실하게 들이대는 양심의 잣대다.”(김진애의 『여자의 독서』(P.225))

“정희진의 정절과 절개는 그 자체로 너무도 순수하고 또 강렬하다. 이때의 열녀란 소신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여자 인간이고, 그의 정절이란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고, 그의 절개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확실하게 들이대는 양심의 잣대다.”

김진애의 『여자의 독서』(P.225)

정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찬사가 아닌가. 자신의 소신에 따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 페미니즘을 논하는 작가는 그동안 나와 별개인 것처럼 느껴져 피해만 다녔는데, 이 정도의 찬사라면 그가 쓴 책을 읽어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김진애 작가는 정희진의 속을 제대로 알려면 그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어 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여성주의’라는 입장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는 태도까지 담겨있다고 했다. 그리고 『정희진처럼 읽기』를 가장 먼저 읽어보길 권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심성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정희진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한 작가를 만나게 되는 계기는 이처럼 의도치 않게 이루어진다. 새로운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내가 몰랐던 분야의 독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 속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그것은 독서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다.

한 작가를 만나게 되는 계기는 이처럼 의도치 않게 이루어진다.

도서관에 가서 『정희진처럼 읽기』 책을 받고서는 깜짝 놀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는지 손때가 까맣게 묻어 있었고, 밑줄까지 그어져 있었다. 그 정도로 읽을 만한 가치가 있구나 싶어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책상 앞에 앉아서 프롤로그를 읽다가 쏙 빠져들었다. 2014년에 출간된 책을 나는 이제야 보게 되다니. 작가는 무조건 많이 읽는 것보다는 ‘생각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목차에는 평화학, 여성학 연구자답게 묵직한 주제가 느껴지는 책들이 있었다. 내가 읽은 책은 몇 권 되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지금까지 무슨 책을 읽어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목조차 듣지도 못한 책들이 참 많았다.

정희진은 ‘책 속에 진리가 있다’는 말은 역사 최대의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통념을 깨는 말이었다. 책 속엔 아무것도 없고 저자의 노동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굳이 말하자면 사상에서 이데올로기(‘거짓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담론이 있다고 했다. 저자의 입장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저자와 갈등적(against) 태도를 취할 때 더 빨리, 더 쉽게,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능력은 꾸준한 책 읽기와 사고 훈련을 통해서야 가능할 것이다. 확실히 보통 사람들의 책 읽기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중학교 때 『무소유』를 읽고 나서 최대한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정말 대단한 실천가라고 생각되었다. 물건 사는 걸 싫어하고 화장품, 의류, 구두, 보석류, 액세서리 같은 ‘여성 용품’등은 당연히 없고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모습에 놀랐다. 운전면허도 없고 SNS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건을 사고 관리하고 그것에 집착하며 그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것은 비참하며 자기 자신, 사회, 지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지식인으로 생각하거나 특정 분야의 전공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자기 탐구와 지적인 호기심이 많은 반(反)전공주의 입장을 지닌 시민일 뿐이라고 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작가가 쓴 책이라면 앞으로 한 권씩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라는 비장하고도 의미심장한 부제도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읽기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희진은 스스로 특정한 사고방식에 집중하며 ‘자극적인 책’만 읽는 독자를 편협한 독자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모든 독자는 편협하다고 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그동안 정희진의 글을 멀리했던 것도, 그가 언급한 책들을 다 알지 못하는 것도, 이런저런 이유로 완독하지 다른 고전들도 그리고 작가들에 대해서도, 정희진의 말대로 우리는 편협할 수밖에 없으니 찜찜한 마음이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쉼 없이 쏟아지는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는 일이고, 우선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의 책이나 업무와 관련된 책을 읽는 ‘편협한’ 쪽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편협할 수밖에 없으니 찜찜한 마음이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내가 우연한 기회에 여성학자 정희진의 책을 만나게 된 것처럼 언제 어떤 작가와 인연이 닿을지 모를 테니 꼭 완독을 목표로 삼을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이라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책을 들추어 보는 게 어쩌면 내 인생 책, 내 인생 작가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기회를 주는 건 아닐까. 완독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완독의 강박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이 될 때 오히려 확장의 독서를 모색할 수 있다. 내가 정희진 작가의 책을 만났던 것처럼 말이다.

[출처] 완독의 강박에서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것들|작성자 좋습연



추후 약간 수정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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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온 감사합니다~[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 책/ 일상 2020-09-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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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웃님 일까요?

일단 감사드립니다!!

가을 독서 이벤트 덕분인 것 같아요.^^


오늘 새로 2건의 애드온이 추가되었네요.^^

구입하신 이웃님, 이벤트를 마련해 주신 예스님, 

책을 만드신 출판사에도 감사드려야겠네요.ㅎ

제 책이 팔린 것처럼 기분이 좋네요.ㅎㅎ

모쪼록 재미있게 읽으시고 좋은 영감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 행복한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이원흥 저
좋은습관연구소 | 2020년 07월


참 디자인도 예쁘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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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발표]『일본어 문법 무작정 따라하기』 | 서평단/이벤트 당첨 2020-09-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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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클럽

일본어 문법 무작정 따라하기

후지이 아사리 저
길벗이지톡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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