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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8일(목) 독서컬럼-살아간다는 건 | 밑줄 긋기 2018-03-0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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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8일(목)

"우리가 막 나오려고 할 때 전화가 오지 않겠어요. 한 청년이 자살했어요. 군대에 갔다 온 청년이라는 데요."
아! 내 파티가 한창인데 죽은 사람 얘기는 왜 또 하는 거야. 이때 클라리사는 생각했다. (댈러웨이 부인, 266쪽)

전에 한번 클라리사는 서펜타인 연못에 1실링짜리 은전 한 닢을 내던진 일이 있었다. 이 밖에는 무엇을 내던진 일이 없었다. 그런데 청년은 몸을 내던져 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잖은가. (267쪽)

댈러웨이 부인은~ 으로 시작하는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은 "클라리사"라는 자기의 이름으로 끝을 맺는다.

연못에 1실링짜리 은전 하나 내던진 경험이 있는 그녀는, 군대에 갔다 온 이후 정신병에 걸려 결국 자살하고만 청년을 생각하며 자신과 비교해본다. 모든 것을 던져버린 청년. 그 청년은 중요한 것을 지켰고 도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저자는 자살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이고 정신병적인 아픔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자 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파티는 계속 열렸고,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다.
지극히 개인 중심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타인의 아픔엔 관대하고 내 아픔엔 지독스러워 한다.

오늘 하루는 옆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반응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를 조금 더 멀리 보내고, 그 사람에게 1센티미터만 더 가까이 가보자구요. 그러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봄이 조금 더 빨리 올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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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7일(수) 독서컬럼-자신에겐 관대하지 | 밑줄 긋기 2018-03-0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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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7일(수)

우리는 보통,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실제 모습보다 더 온순하다고 생각하고
잠재적인 악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동기가 있다고
재빠르게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정된 전쟁, 100쪽)

우리는 대체로 자기 자신에게 대해서는 관대합니다.
그러니까 자기는 자기의 생각을 잘 아니까,
자신의 의도는 선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상대의 의도에 대해서는
언제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봅니다.

상대가 선의의 도움을 주려고 해도,
혹시 그것에 어떤 함정이 있을까 봐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합니다.

일단 상대의 행동에 대해서
오늘은 무조건
선한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 달라지겠죠?
전쟁도 조금 줄어들겠죠?

나만 당하면 안 돼. 하는 생각을 하고 의심을 하면
필연적으로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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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시장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 비소설 2018-03-0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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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주 오래된 서점

가쿠타 미쓰요,오카자키 다케시 공저/이지수 역
문학동네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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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서점>

일본에 유서 깊은 헌책방이 많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는 이제 헌책방보다는 중고서점이 더 많아지고 있다.
헌책방과 중고서점의 차이는 명백하다.

예전에는 같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이제 중고서점은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예스24 중고서점처럼 대형서점이 지역마다 세우는 깔끔한 현대식 책방을 이르는 말로 변했다. 취급하는 책들도 대부분 깨끗한 책들 중심, 유명한 책들 중심으로 다시 읽는 책으로써의 기능을 위한 서점이다.

이에 반해 헌책방이라고 하면 조금은 더 시대가 앞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중고서점에서 취급하는 책들을 거의 다 취급한다. 그래서 그런 책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운영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중고서점에서는 2000년대 이전 책은 취급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헌책방은 1990년대 책은 물론이고 1970년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로로 쓰인 책들도 많고, 심지어는 고서점처럼 아주아주 오래된 책들을 취급하기도 한다.

한국에는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럽처럼, 헌책 시장이 없다. 헌책방이 있긴 하지만, 헌책을 사고 팔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다. 가령 절판된 책이나 초판본, 사인본 같은 책들이 별도의 가치를 가지고 그 가치를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지며 찾아다니는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된 서점>은 노란 책 표지에 헌 책이 가득 쌓여 있고,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 있다. 그래, 이 느낌이야. 딱 그 느낌이 온다.


게다가 뒷표지에는 한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김연수”가 이 책을 들고 일본에 가고 싶다,고 구구절절 적어 놓아 뭔가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에 덥석 붙잡은 책이었다.


한국에 얼마 전 소개된 책 <장서의 괴로움>의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가 1년 동안 일본 헌책방을 순례하며 집필한 이 책은 딱 일본스러웠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식의 기획을 할 것 같지 않은, 솔직히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이런 식으로 책을 냈다면 결코 책이 팔릴 것 같지 않은(그러나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실제 판매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너무 개인적이며 사설이 많은, 아니 어쩌면 사설 중심의 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자 사실은 한숨이 조금 나왔다. 내가 기대한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책이었다. 다만 앞부분에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처럼, 한국에는 어쨌든 이런 헌책방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일본에는 아직 이런 책방이 계속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샘이 났다. 책을 다 읽고 나자 맨 뒤에 “헌책방 일람”이라는 부록을 붙여 놨는데, 그 사이에 벌써 폐점해서 사라진 서점이 꽤 있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충격이었다. 네 군데나 폐점되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들고 일본에 가서 헌책방을 순례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려는 마음으로 정보를 공개한 듯 보였다.

또 다른 일본 작가가 헌책방 순례를 하고 내부를 스케치하여 책으로 펴낸 걸 본 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 책이 훨씬 알찼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에 이 많은 헌책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눅이 들고 부러웠던 책이었다. 한국의 헌책방은 부활할 수 있을까?

"어느 서점이든 그 서점만의 온도가 있어서, 그 온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는 즐거움보다 안도감쪽이 더 컸다. 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어서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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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유명 할아버지 그럼프의 깜짝 한국 방문기 | 일반문학 2018-03-0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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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

투오마스 퀴뢰 저/따루 살미넨 역
세종서적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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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


글쓴 이 : 투오아스 퀴뢰
옮긴 이 : 따루 살이넨
만든 곳 : 세종서적

(외국의 유명한 할아버지가 한국에 왔는데 번역자도 외국인이고 저자도 외국인이고, 출판사만 세종이다. 묘한 어울림이다.)

핀란드의 유명한 괴짜 할아버지 “그럼프”가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에 왔다. 그럼프의 손녀가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도 해서 그는 큰 용기를 내 먼 동방의 나라로 날아왔다.

투오아스 퀴뢰라는 저자는 북유럽 핀란드 작가라 나에게는 생소한, 발음하기조차 어렵고 낯선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가 만들어낸 “그럼프” 할아버지 캐릭터가 얼마나 유명한지 500만 명이 사는 핀란드에서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게다가 2014년에는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는데 대형 판타지 영화 “호빗”을 누르고 최다 관객 동원을 했다고 하니 핀란드 사람들의 그럼프 사랑을 알아줘야겠다.

어쨌든 그 그럼프가 한국에 왔단다. 물론 소설이다. 아마 작가는 한국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니, 연일 미국을 치네 마네 하며 미사일 자랑을 하는 김정은 때문에 겁을 엄청 먹었나보다. 외국인들은 코리아라고 하면 노쓰코리아를 먼저 떠올리니 말이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이 같은 한국이고, 북쪽에서 계속 미사일을 쏘아대니 한국을 간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한 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불안과 의심과 두려움은 이 책에도 잘 나타나 있다. 곧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 아닌가. 유일한 휴전국가.

오베를 살짝 닮은 듯한 “그럼프” 할아버지는 용기를 내어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핀란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키를 타고 이웃을 만나러 다녔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처리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프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까칠한 할아버지다. 그는 손녀딸이 김정은에게 잡혀가면 안 되니까. 얼마나 안전한지 직접 확인하는 게 필요했다.

책은 작고 앙증맞았으며 문체도 쿨했다. 주인공 그럼프 할아버지는 현대인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적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휴게소는 핀란드의 모든 휴게소들을 합친 것만큼 컸다. 첫 번째 점포는 휴대폰을 팔았고, 두 번째는 휴대폰 껍데기를, 세 번째는 통신망 가입을, 그리고 다른 제품들을 파는 점포들이 이어졌다. 핸드백, 여행 가방, 어린이 가방, 인구 오천만의 한국 사람들은 참 많은 것을 원한다. (66쪽)

그는 평창 올림픽 경기장을 먼저 찾아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 김치와 소주를 만나고 소고기 전골을 먹는다. 그는 태어나서 이렇게 이상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버너 위에 투명한 아시아 스파게티(아마, 한국 라면 사리를 말하는 것 같다.) 버섯, 채소와 길게 썬 고기가 가득 든 냄비가 올려졌다. 직원은 재료들을 섞고, 더 작게 자르고, 다시 섞었다. 손녀는 내가 여기까지 왔으면 불독이를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과연 개를 먹어보는 것이 좋을지 의심스러웠다. 손녀는 불독이가 아니라 불고기라고, 이 나라의 카렐리아 고기찜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개고기가 아니라 소고기라고. (156쪽)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어쨌든 작은 책은 금방 끝이 왔고, 맨 뒤에는 그럼프 할아버지가 진짜 한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컬러 사진이 꽤 많이 실려 있다. 그는 결코 얼굴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고 뒷모습만 남겼다. 놀랍게도 인천공항에서 내가 사진을 찍었던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내 사진도 같이 남겨본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신선했다. 핀란드의 고지식하고 깐깐한 할아버지가 한국에 와서 좌충우돌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이겨가며 적응해가는 모습이 좋았다. 소설이긴 하지만 목적이 있는 작의적인 소설이라 순수 소설로 보기에는 좀 모호한 구석이 있다. 어쨌든 핀란드의 그 유명한 그럼프 할아버지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번역자인 ‘까루 살이넨’은 미수다 방송에도 출연한 핀란드 사람인데 한국에 푹 빠져 있나 보다. 이렇게 핀란드어를 한글로 번역해 낼 정도니. 그리고 그녀는 “한국에 폭 빠진 이야기”라는 동화책도 한국에서 펴냈다.

한국이 좋은 건 인정해야 한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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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정의를 요구하는 추리소설-잊혀진 소년 | 일반문학 2018-03-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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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저/김난주 역
예문아카이브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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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정의를 요구하는 추리소설 – 잊혀진 소년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감추어져 있고, 누군가 범인을 쫓아가는,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마지막에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독자를 따돌리는 반전이 있는, 그런 추리소설.

그런데 추리소설도 속살을 파헤쳐보면 여러 장르가 나뉘어진다.
먼저 하드보일러라고 부르는 장르다. 가죽잠바를 입고 혼자 다니며 범인을 찾는 나홀로 탐정이 등장한다.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흔히 남자가 주인공이라서 좀 거친 면이 있고 전체적으로는 느와르 영화 같은 분위기가 난다. 경찰이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뒷북을 치고 이 멋진 탐정에게 늘 도움을 받으며 사건을 해결한다. 범인은 주인공이 잡지만 공은 경찰이 세운다.

두 번째로 스릴러 추리물이 있다. 사건이 기묘하고 좀 으스스하다. 긴장감이 전체를 압도하고 전개 과정에도 사람은 계속 죽어나간다.

세 번째로 가벼운 추리물이 있다. 일본 추리물에 많다. 고양이가 등장하고 젊은 청춘남녀가 등장한다. 살인사건이 나오기도 하지만 주변의 생활사건을 가지고 추리를 전개해나가기도 한다.

네 번째로 사회파 추리물이 있다.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부당함을 추리소설을 통해 알리고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적 관심을 높여 정의를 구현하는데 일조하겠다는 책들이다. 낙태, 존엄사, 누명, 학교문제, 왕따문제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이는 윤리도덕적 문제들을 지면으로 꺼내 당사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누구에게는 불편하고 누구에게는 속이 시원하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부조리한 사회와 권력에 울분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잊혀진 소년”은 표지에서부터 사회파 소설임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몇 권의 책을 통해 일본의 사법체계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영화와 기사를 통해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경찰과 검찰과 재판부가 쉽게 그리고 적당히 타협해 넘기는 성적 지상주의의 엉뚱한 유죄판결이 한 가정을 얼마나 쉽게 파멸시키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매우 뛰어난 책이다. 추리소설의 재미로 인해 후반부로 가면서 책 읽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또 다른 유괴사건의 피해자 앞에서 멈출 수 없는 질주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계속 독자를 긴장하게 한다.

경찰의 강압수사로 거짓 자백을 하고 살인자가 되어 8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가석방 된 한 사내가 있었다. 1년 뒤 우연히 진짜 범인이 잡히고 그는 무죄임이 드러난다. 그 동안 이혼해 있던 그는 가족을 만나러 가지만 집 앞에서 사고사로 죽고 만다. 그리고 갑자기 그 아들이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이십 년 뒤 그 아내는 암으로 죽기 직전에 흥신소에 그때 사라진 아들을 찾아달라고 의뢰를 한다. 그리고 한 소녀가 유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버지가 살인자라면 그 가족은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진 뒤 다시 그때 무죄였는데 억울하게 잡혀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원죄는 세 가지 뜻이 있다. 기독교의 진리 중 하나로, 아담의 죄로 인해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는 원죄(原罪)가 있지만, 이 책에서의 원죄(冤罪)는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말한다.

그 살인자의 아들이었던 다쿠라는 소년의 마음이 이랬을 것이다. 449쪽을 읽어보자.

사람의 마음은 유리처럼 깨지지 않는다. 살과 뼈와 피로 만들어진 육체만큼이나 부드러운 사람의 마음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뒤틀린다. 그러다 끝내 균형을 잃고 조금씩 피부를 뚫고 튀어나오듯 무너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죽지 않고, 시간과 함께 한때 사람이었다고는 상상도 못할 존재로 바뀌어 간다.

다쿠의 마음도, 아버지의 원죄와 죽음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천천히 비틀리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소마는 생각했다. (449쪽)

형사재판의 대 원칙은 ‘열 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지만 사회는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더라도 열 명의 진범을 놓쳐서는 안 된다’가 더 우세하다. 어디에나 피해자는 있기 마련이니, 그쯤은 무시하고 성적만 내자는 것이다.

손녀가 유괴 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 몸을 담았던 도키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나도 전에는 법조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 형사재판의 대원칙 정도는 알고 있네. 그러나 자네는 정말 세상이 그런 사회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열 명의 진범을 놓쳐도 상관없는 그런 사회 말일세. 그렇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회를, 세상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지 말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그리고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한 것도 두 말 하면 잔소리고, 힘을 지닌 자가 힘을 행사하지 않으면 질서는 유지되지 않는 법이니까
세상은 힘을 지닌 자가 그 힘을 행사하는 걸 용인하지. 스포츠의 세계에서든, 기업이든, 사법이든, 이기고, 이익을 올리고, 범죄자를 벌하라고 말이야. 큰 결과를 낳기 위해 눈 감아야 하는 일도 있는 법.” (534~535쪽)

우리나라가 바로 그러했다. 큰 결과를 낳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을 파괴하거나 희생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그것이 미덕인 사회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다시 사회악이 되어 사회를 덮쳤다.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개인이 모여서 큰 사회가 된다는 것을.
개인이 무너지면 결국 사회도 무너진다는 것을.
정의는 개인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580쪽이 넘는 그 묵직함이 책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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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 일반문학 2018-02-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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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저
새움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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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8꿈나무였다. 내가 1986년 2월에 입대했을 때 고참들은 우리 입대 동기들을 그렇게 불렀다. 88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제대를 하는 운 좋은 녀석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85학번 영수와 1년 차이가 나는, 그래서 주인공이 군에 있었을 때 나도 똑같이 군에 있었고 나는 책에 나오는 어떤 한 사람이 되어 책을 읽었다.

나는 내 문제, 집안 문제가 항상 너무 컸기 때문에, 나 외에는 대부분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또 주변에서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으며, 사회적인 철도 들지 않아 대학교에 가서도 정치도 사회정의도, 이념도 모른 체 지냈다.

대학에 가면 지하서클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 데모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숱하게 들었다. 그런데 1학기 시험을 마치고 나서 선배로부터 집합 소식을 듣고 모여간 곳은 말 그대로 지하서클이었는데 놀랍게도 공부만 하는 특이한 지하서클이었다. 그곳 선배들은 다른 동아리 참여도, 데모도 모두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데모를 한다며 모두 모이라는 대자보가 붙으면, 수업을 강행한다는 교수와의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체 방황하는 특이한 존재로 대학생활을 해야 했다.

방패를 든 채 정문에서 대치하고 있는 경찰들이 무서웠고, 어쩌다 한 번 참가한 데모에서는 교정 안, 교실까지 찾아 들어온 경찰을 피해 숨느라 목숨이 댕강거리기도 했다. 끌려가는 학우들을 보자 무서워 덜덜 떨기만 했다. 학기 내내 최루탄을 마시며 하교를 해야 했는데, 그 최루연기는 버스를 타고 30분을 가도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독했다.

군에 있을 때 대통령 선거를 위한 부재자 투표를 했다. 정말 “85학번 영수” 책에 고스란히 소개된 그대로였다. 투표를 하자마자 반대표를 찍은 사람이 누구누구며 몇 명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무서웠다. 정훈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상교육이 끊임없이 주입되었다.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번역으로 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번역가 이정서. 그가 쓴 또 하나의 문제작.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다소 신파적인 제목이지만 영화 1987이 개봉되면서 85학번에 대한 이 책은 영화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되었다. 상업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작가와 출판사의 시점이 절묘했다. 아무렴. 작가가 살아나려면, 계속 글을 쓸 수 있으려면 책은 무조건 팔려야 한다.

최루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경찰 곤봉에 머리가 터지고, 영화같은 이런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영 실망인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담담하다 못해 마른 사막처럼 서걱거릴 정도다. 황량한 사막, 광활한 사막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사건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추억하고 되새기고 과거를 반추하면서 소가 여물을 되싶듯 계속 숨겨진 것들을 끄집어 낸다. 현대는 오히려 그래서 아프다. 시대는 변했고 그래서 사람들도 변했다. 나로 치자면 책 속에서 어떤 등장인물과 같을까.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을 몽땅 군에서 보내 버렸기에, 정작 그 뜨거운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러다 뒤늦게 사회적인 철이 들고, 이제는 어떤지 알아 뒤늦게 역사공부를 한다. 그때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많이 부끄러운데, 어쩌면 그때, 알고 있었으면서도, 무의식이 나를 밖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어쩔 수 없었던 영수, 윤, 치우.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참호에서 고참에게 대가리 박으라는 명령을 듣고 두 시간 내내 뒤집은 철모에 머리를 심고 있어야 했던 시절. 어쩌면 1987년 그 뜨거운 시절이 군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네 대학생들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이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내뱉게 만들며 우리를 이간질시켰던 권력자들.

혁명은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훗날 역사는 광장에서의 촛불항쟁을 진짜 혁명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광주 민주화 운동도 혁명이 되지 못했다. 삼일 운동도 마찬가지다. 들고 일어났지만 외형적으로 바뀐 건 없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혁명이 필요했고 이번엔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85학번 영수”처럼 무채색 도서가 아니라, 노란 불꽃이 일렁이는 촛불 함성 같은 책이 나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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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통통 튀는 일본추리소설 | 일반문학 2018-02-1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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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기타쿠니 고지 저/문승준 역
내친구의서재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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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방점은 고양이일까, 명언탐정일까.

사실 제목이 입에 쉽게 붙지 않았다. 명언탐정이라니....무슨 탐정인 것은 같은데 어떤 인물을 나타내려 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탐정이 있는 곳이 카페다. 그것도 고양이가 있는 카페. 쉽지 않은 조합이었다.

이걸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네이버에서는 이 책을 장르소설로, 그것도 SF/판타지로 분류했다. (이건 명백히 잘못됐다.) 굳이 장르를 붙인다면, 라이트 추리물 정도로 할까. 살인사건 같은 묵직한 추리물이 아니라, 치매 의심 환자나, 벽에 낙서를 한 범인을 찾는 가벼운 추리소설이다.

표지에는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라는 띠지가 붙어 있어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인다. 표지 그림에도 고양이가 세 마리나 어슬렁거리고 있지 않는가.

얼마 전 읽었던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을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쇼타로 고양이처럼 고양이가 멋진 탐정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면서. 일본에는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추리소설이 많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쇼타로 탐정 고양이” 외에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물이 있다.

그런데, 그런데,
이 책에서 고양이는 미끼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비중 없는 고양이를 제목에 끼워넣다니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낚인 몸인 걸. 주인공 변호사는 이모부가 운영하는, 고양이가 있는 카페 한쪽에 사무실을 두고 카페 고객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가끔 고양이가 언급되긴 하지만 고양이는 정말 배경에 그칠 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고양이’에 무게중심이 있는 게 아니라, ‘명언탐정’에 거의 70퍼센트 가량의 무게중심이 쏠린 책이다. 사실 책에서 주인공은 갓 변호사가 된 노리오라는 청년이다. 그는 동생 리쓰를 조수로 채용해 일을 보게 했는데 그 동생이 한 마디로 명언 오타쿠다. 오타쿠는 처음에 한 분야에 미쳐 있다는 다소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는데 지금은 마니아를 넘어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처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리쓰가 명언을 내뱉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간혹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도대체 이건 뭘까?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자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지막 4화 사건에서는 완전히 적응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명언들을 풀어놓을까 조금씩 기다려지기도 했다.

이런 표현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일본스러운 소설이다. 꽤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나름 자부하는 나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펴낸 책은 보지 못했다. 아마 우리나라 작가였다면 쉽게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이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명언탐정인 동생 리쓰는 가끔 로봇처럼 팔과 다리를 같이 움직여 걷는다. 이런 장면은 아무리 책이라고 해도 상상하는 순간 너무 어색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걸 매우 자연스럽게 몇 번이나 설명하고 있다. 만화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설정을 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라이트 노벨이다.

“고양이 마을 야나카긴자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힐링 미스터리”라는 설명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마지막 4화는 그 중에서 가장 무거웠다. 사건다운 사건이 의뢰되었고 해결도 멋있게 했다. 이 책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명언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맞춰봤을까? 사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밑줄을 긋고, 명언이라 할 만한 명구들은 옮겨 적고 엑셀에 담아보기도 했다. 주제어를 넣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어려웠다. 컴퓨터 어딘가에 남아 있기는 할 터이다.

명언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들어옴으로써 전체적으로 조금 억지스럽거나 어색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되었다. 좋은 명언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 대사, 야구선수의 말 등 다양한 곳에서 채집한 것이었다. 그런 노력과 수고는 당연히 인정해줘야 한다. 색다른 시도라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뛰어난 기억력은 훌륭하지만 잊어버리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 (앨버트 하버드, 미국 교육자)

17쪽에 나타난 맨 처음 명언이다. 모든 명언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몇 개는 마음에 담았다.

“애정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도 책 속 문장에서 명언 하나를 뽑았다.
지나친 애정은 상대를 불행하게 만든다. "(181쪽)

적당히 하자. 오타쿠가 되려면 미쳐야 하지만, 상대에게 미치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 된다. 그 대상이 이성이든 자녀든 가족이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한가로운 오후, 따스한 햇빛 아래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 가서 나도 명언 한 줄 들어보고 싶다.

깜짝 퀴즈 : 겉표지에는 고양이가 총 몇 마리 그려져 있을까요?
(이 독서후기 서두에 나는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세 마리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엉망진창인 관찰력인가. 맞춘다고 상품은 없지만 .....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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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작가들의 작가로 살아남기 | 비소설 2018-02-14 22:3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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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밥벌이로써의 글쓰기

록산 게이 등저/만줄라 마틴 편/정미화 역
북라이프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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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전업작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세계 문학의 중심인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33명이 전하는 진짜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 대한 글.......

대부분 현재 뉴욕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만줄라 마틴 작가의 인터뷰에 응하거나 직접 글을 써서 스크래치라는 잡지에 올린 글로 편집되어 있었다. 만줄라 마틴이 직접 인터뷰한 작가는 8명이고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올린 글이다.

33명이라고 했지만 그 가운데에서 내가 아는 작가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닉 혼비와 록산 게이. 그 중에서도 록산 게이는 유명한 책 이름만 들었을 뿐이고 책은 읽지 못했다. 결국 왕성한 현대 작가 중 나는 닉 혼비의 책만 두 권 읽은 셈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놀라워 하는 사실은, 내가 닉 혼비와 록산 게이의 이름만 알고 있었던 것처럼(그 지명도의 수준처럼), 33명 작가 가운데 전업작가로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닉 혼비와 록산 게이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사보에 글을 연재해 대충 원고료가 얼마인지도 알고, 책도 펴내 인세도 받아보고, 대필작가로 다른 사람 책도 써주고 해 봤지만, 정말 얼마나 유명해져야 전업작가로 살 수 있을지 궁금했고, 과연 전업작가로만 먹고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전업작가에 대한 로망으로 이 책은 내게 무척 큰 관심사였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뉴욕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공과금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집 월세 같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조한 것처럼, 작가들에게도 아직은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국문학과를 가지 못했던 것은 순전히 “굶어 죽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세상에 나와보니 국문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굶어죽는 방법은 다양했고, 국문학과를 간다고 해서 다 굶어죽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한 두 번째 작가 “케이트”의 이야기는 끔찍했다. 그리고 사실은 내 이야기처럼 들려 많이 괴로웠다.

“몇 개월 뒤, 나는 10달러가 없어서 체인 미용실인 그레이트 클립에도 가지 못한 채 가위를 들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
한 사람 이상이 아주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한 해를 보냈다면 죽어버렸을 거야.” (45~46쪽)

뉴욕 작가들도 대부분 본업과 작가의 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닉 혼비처럼 전 세계에 책이 팔려나가 순식간에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정말 정말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1도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보자.

“마침내 잡지가 최후를 맞이하면서 실직자가 되었을 때, 나는 일거리가 줄었으니 식욕도 줄어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식욕은 늘어났다.” (108쪽)

작가도 사회안전망인 4대보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족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양육의 책임, 보살핌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 작가의 쥐꼬리만한 수입으로는 가족에 대한 책임은커녕 자신의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

얼마 전에 읽었던 국내 작가의 책 속에서도, 일 년에 책 4권을 펴냈지만 연봉 400만원에 불과했다고 자조 섞인 호소를 읽은 적이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인구가 많아서 초판 발행부수가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작가는 우연히 일본 작가를 만났는데, 책을 펴내고도 힘들게 산다는 것을 일본작가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작가 니나 맥레플린에게 칭찬했지만, 그녀는 칭찬이 식료품을 사주지 않는다고 힘들어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칭찬과 식료품 두 가지 모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콜린 디키는 말한다.
돈에 개의치 않고 글을 쓰는 낭만적 작가는 그 자체로 허구다. (134쪽)

학생들이 일을 관두고 전업작가가 되고 싶어하면 뭐라고 대답할 거냐는 마틴의 질문에 유명한 작가 록산 게이는 이렇게 말했다.

“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닥칠 상황들을 알려주려고 해요. 정말 대안이 있어야 해요. 전 학생들의 꿈을 꺾고 싶지 않아요. 그들의 꿈을 꺾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겪을 어려움에 대비하도록 도와야 해요.” (161쪽)

이 책은 편집한 만줄라 마틴은 “글쓰는 인생이 하나의 공상이라면, 본업을 그만 두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공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 책은 그랬다.
작가들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책. 한 두 명의 성공한 작가 외에는 모두 식료품을 걱정하고, 집세를 걱정하고, 그러면서 전업작가를 꿈꾸는 삶에 대한 책.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가는 가난하고 슬프고 힘든 직업이다.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래도 작가를 할래? 라고 작가 지망생에게 으름장을 놓는 책이다. 하지만, 결국 작가들이 작가라는 불꽃을 쫓아가는 것은, 그것이 가난한 직업군에 해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그것이 명성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글 쓰는 것이 좋아서라는 것. 그렇지만 살기는 살아햐 하니, 그것이 힘들 뿐이라는 것. 그래서 여전히 그 경계에 서 있다는 것.

언젠가는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가족에 대한 책임부양이 없어지고, 직업도 잃게 되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전업작가가 되는 것일까?

본업을 버릴 수 없어 직장을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무겁게 들고 다니며 읽은 책. 그래서 내 이야기처럼 더 소중한 책이 되었다. 33명 작가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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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컬럼-항상 갈망하라 | 밑줄 긋기 2018-02-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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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12일(월)

항상 갈망하라 (stay hungry)

이렇게나 갈망이 중요한 이유는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며
재능이나 혈통, 행운 같은 것을 능가하는 결핍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갈망은 계속 움직이면서 먹잇감을 사냥하는 상어와도 같다.
갈망하는 사람들은 겁내고 의욕 없고 쉽게 만족하는 육체를 뛰어넘을 준비가 되어 있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105쪽)

이 글은 물론, 새내기,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 청년 같은 사람들에게 던지는 화두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내게도 갈망은 유효한 카드였고, 쉽게 버릴 수 없는, 마지막 가능성 같은 키워드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나는 (아직도) 갈망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아직도) 갈망하고 있는가?

그래서 나는, 저 글에서 저자가 말하는
-"갈망하는 사람들"에 속하는 사람인가?

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아직도)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글쓰기인데,
아직도 갈망하고 있는 유일한 카드인데,

나는 갈망하는 사람인가, 라는 마지막 질문 앞에서 머뭇거렸습니다.
"갈망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갈망"은 내 몸을 얼마만큼 덮고 있어야 하는가?
그것은 육체를 뛰어넘을 만큼 충분히 그리고 그 이상으로 덮고 있어야 하는데,

올 한 해, 우리 모두, 갈망하는 사람으로 남아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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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학자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려 고군분투하다 | 비소설 2018-02-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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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 저/고문주 역
북스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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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의 <제5의 기적, 생명의 기원>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작년에 읽었던 교양과학도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 때문이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는 위대한 과학자 37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는데 그때 과학자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그들이 펴낸 교양과학도서에 대한 글이 짧게 언급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그래도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고른 책이 이 <생명의 기원>이었다.

이 책은 자연과학에 포함되는 책이어서 아침 출근하고 나서 아홉 시 업무 시작하기 전 자투리 시간에 야금야금 읽었는데 작년에 읽기 시작한 것이 결국 해를 넘겨 올 1월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교양과학도서라는 말만 믿고 야심차게 시작한 과학도서였지만 역시 전문적인 용어 앞에서 무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관심은 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독서법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일일이 따지면서 찾아보며 읽지 않고 그냥 넘기면서 읽는 것이다. 물론 계속 반복해서 나오거나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개념이 나오면 인터넷의 힘을 빌리며 읽기를 이어갔다.

이 책은,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생명이 어디서 왔는가, 하는 문제를 미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이미 진화론이라는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 과학적 대세로 굳어진 상태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하나의 질문, 그 진화론의 가설(몇 개의 원소가 어떤 특수한 환경에 함께 있게 되면 아주 우연히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을 믿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몇 개의 원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화성에서의 생명체 가능성 등을 검토하며 다방면의 이론을 검증하려 노력하였다.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여겨졌던 곳에서의 생명체의 발견을 예로 들며, 어떤 극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체는 살아남는다는 놀라운 박테리아의 신비를 알려준다. 정말 놀라운 것은 콘크리트를 갉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황화수소를 먹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콘크리트를 부식시키는 그 무시무시한 황을 먹으며 생존하는 박테리아가 있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생명의 기원은 뭐란 말인가.
그는 끝내 그걸 밝히지 못했다. 그건 사실 인간이 처음부터 밝힐 수 없는 영역이었다. 생명체가 탄생하는 그 순간에 우리가 함께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다. 그저 생각만, 가설만, 이론만 난무할 뿐인데, 그럼에도 이 책은 진화론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논리적 허점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이 높이 사줄 만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질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걸 증명하고 그걸 책으로 펴냈다. 그는 고백한다.

고대세균령, 진전세균령, 진핵생물령의 세 영역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9쪽)

NASA 탐사선 과학자인 테릴은 “지구에서 그런 성분들을 함께 두면 여러분은 십억 년 안에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288쪽) 정말 지구가 이런 가설 속에서 태어났다고 믿어야 하는 걸까?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많은 물과 환상적인 화학물질로 치장을 하더라도 시기적절하게 살아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구의 생명체는 천문학적 불가능성 중의 요행수임에 틀림없다. (288쪽)

그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생명이란 것이 과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화학적인 필요를 회피함으로써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즉, 생명의 법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을 모두 회피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이상한 허점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실제로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면 언제나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지는 생명이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서 생명의 역사는 승리자보다는 실패자가 훨씬 더 많은 어마어마한 복첨이었다. 그것에는 너무나 많은 운명의 우연, 너무나 많은 임의적 변덕이 들어 있어서 변화 유형은 필수적으로 무작위적이었다. 우리 자신의 진화 역사를 구성하는 수백만의 우연한 단계들은 두 번째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개략적으로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인간과 희미하게라도 비슷한 것을 포함하게 될 확률은 사실상 0%임에 틀림없다.” (321쪽)

저자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다면 다른 우주에서도 동일하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충분히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열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국 아무것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그 희망과 가능성만을 안고 책을 종결지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진화론의 이론이 얼마나 허구적 상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저자의 이러한 지난한 탐구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이렇게까지 보여주는데도 신의 창조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진화론의 가설을 인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모든 연구는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모든 가설의 패배는 명확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저자가 놀라워하며 내지른 탄성, 우연히 만들어진 생명체가 이렇게 정교한 법칙을 가지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구성할 수 있다니. 그게 바로 답 아닌가. 그래서 기뻤다. 세계의 대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적이면서 광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결국 풀어내지 못한 생명의 기원. 그는 책에서 기존 가설들의 많은 허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발견을 추가했다. 그것들은 모두 조금만 비틀어 보면 결국 신의 섭리를 증명해주는 것들이었다. 미생물학 분야에 크리스천 학자가 있어서 이 부분을 한번 더 명확히 증명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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