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코니의 독서일기
http://blog.yes24.com/coiio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코니
책을 읽어요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15·16·17기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월 스타지수 : 별621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서평단 신청
포스트
나의 리뷰
독서일기
영화일기
태그
내용이 없습니다.
2022 / 0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오늘 25 | 전체 31181
2017-04-13 개설

전체보기
비커밍 | 독서일기 2019-12-25 23:53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192870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비커밍 Becoming

미셸 오바마 저/김명남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시카고의 평범한 흑인 여자아이에서 변호사를 거쳐 퍼스트레이디가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펼쳐 보이는 이 책은 결코 짧지 않지만,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아이로 클 수 있었을지 모르는 미셸 오바마를 이렇게 성장시킨 환경은 여럿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꼽고 싶은 것은 바로 미셸의 부모님입니다. 미셸의 엄마는 미셸이 초등학교에서 잘못된 반과 담임 선생님을 만나자 학교에 강력하게 요청하여 월반을 시킬 만큼 자녀의 교육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미셸에게 밖으로 나가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권하기도 하고, 계란을 싫어하던 미셸이 "아침에 왜 꼭 계란을 먹어야 해요?"라고 질문하자 토론 끝에 자신의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미셸의 부모님은 아이들의 질문을 진지하게 들어 주었고, 나중에는 인종, 불평등, 정치에 대한 대화까지 자유롭게 나눌 정도로 토론하는 문화를 가꾸었습니다. 자신들은 좁은 세계에서 살았지만 자녀들은 자신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 믿었으며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돌아보면, 어머니가 부모로서 지킨 마음가짐은 아주 훌륭하고 나로서는 따라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에도 동요하지 않는 선불교적 중용에 가까웠다. 친구들의 어머니 중에는 아이의 감정 기복을 자기 감정처럼 고스란히 받아안는 분도 있었고, 자기 문제를 처리하는 데 급급하여 아이의 삶에는 존재감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분도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그저 한결같았다. 쉽게 판단하지 않았고, 쉽게 참견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기분을 면밀히 살폈고, 무엇이 되었든 그날 우리가 겪은 시련이나 성공을 자애롭게 지켜보는 증인이 되어주었다. 상황이 나쁠 때라도 동정은 아주 약간만 표시했다. 우리가 뭔가 잘 해내면 딱 적당한 정도로 칭찬하여 자신도 기쁘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그 이상 지나치게 칭찬하여 우리가 어머니의 칭찬을 바라고 무언가를 하게 되는 상황은 만들지 않았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입니다. 미셸 오바마는 당시 시카고 최고의 공립학교 중 하나로 꼽히던 휘트니 영 고등학교의 입학시험에 합격합니다. 여기서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또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으며 결국 프린스턴 진학에 성공합니다. 물론, 여기서도 미셸은 자신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진학 상담사를 뛰어넘어야 했지만요.


 세 번째는 프린스턴입니다. 미셸이 묘사하는 프린스턴의 환경은 환상적입니다. 다섯 가지 메뉴를 아침으로 제공하는 학생 식당,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탁 트인 잔디밭, 유럽의 대성당 같은 중앙도서관, 그리고 이런 환경을 평생 겪어온 친구들. 하지만 한편으론 당시 프린스턴은 백인적이고, 동시에 남성적이었습니다. 남학생 수가 여학생 수의 두 배가 넘었고, 신입생 중 흑인은 9퍼센트보다 적었습니다. 미셸은 흑인 및 라틴계 학생 공동체 내에 머물며 서로 안도감과 지지를 나누었고, 동시에 자신의 환경을 누리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소수 인종 학생들과 저소득층 학생들은 늘 이런 과제를 극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러려면 에너지가 든다. 강의실에서 유일한 흑인이 되는 일에는, 연극 오디션에 나서거나 교내 팀에 가입하는 몇 안 되는 비백인 학생이 되는 일에는 에너지가 든다. 그런 환경에서 입을 열고 존재감을 발휘하는 일에는 노력이 들고 별도의 자신감이 필요하다. 나와 친구들이 저녁마다 식사 자리에 모여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가급적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웃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프린스턴에 이어 그는 하버드 법학대학원에 진학하고, '시들리 앤드 오스틴'이라는 손꼽히는 법률 회사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승승장구합니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매우 성공적인 인생입니다. 하지만 미셸은 자신의 자리에서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채용팀에 소속되어 법대생들을 면접하는 일을 맡게 되었을 때, 그는 모든 회사가 그러하듯 일류 대학 출신 변호사를 고용하는 일을 당연히 여겼을까요?


 채용 회의에서 나는 회사가 젊은 인재를 찾을 때 그물을 더 넓게 던져야 한다고 끈질기게―어떤 사람들 눈에는 좀 뻔뻔하게도 보였을 것이다―주장했다. 회사의 관행은 일군의 엄선한 학교에서만―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노스웨스턴,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 정도였다―모집하는 것이었다. 현재 회사에 있는 변호사들도 대부분 그런 학교에서 학위를 땄다. 그러니 이것은 한 세대의 변호사들이 자신의 복사판 같은 후배들을 고용함으로써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을 구축하는 순환 과정이었다. 공정성을 기하고자 밝히자면, 이 문제는 (문제라고 인식되고 있든 아니든) 시들리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법률 회사가 겪는 문제였다. 당시 《내셔널 로 저널》에 실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법률 회사에 고용된 변호사 중 흑인은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의 경우 3퍼센트가 못 되었고 파트너 변호사의 경우 1퍼센트가 못 되었다.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다른 주립대학들과 하워드 대학 같은 유서 깊은 흑인 대학들의 학생도 고려하자고 주장했다. 채용팀이 검토할 이력서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모여 앉았을 때, 만약 어떤 학생이 성적표에 B학점이 있거나 학부를 덜 유명한 대학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걸러질 경우 매번 항의했다. 나는 우리가 정말로 소수자 변호사를 늘리고 싶다면 지원자들을 좀 더 전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학계의 엘리트 코스만을 얼마나 잘 올랐는가만을 볼 게 아니라 인생에서 주어진 기회들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가도 볼 필요가 있었다. 회사의 높은 기준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었다. 후보자의 잠재력을 구식 잣대로만 평가하다 보면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 다양한 인재들을 놓치게 될 것이었다. 요컨대, 지원자들을 너무 간단히 탈락시키지 말고 더 많은 학생을 만나보자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미셸은 시들리에서 버락 오바마를 만납니다.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엄청난 양의 책을 탐독하는,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남자였죠. 버락을 만난 후 미셸은 아버지를 심장마비로 잃고, 새 직장을 구하고, 결혼하는 등 다사다난한 여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버락은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미셸의 인생이 아주 크게 바뀌는 순간이었죠. 버락 오바마는 1996년 11월 일리노이 주의회 상원으로 선출된 데 이어 2008년에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버립니다.


 미셸이 퍼스트레이디가 된 이후의 이야기도 제법 흥미로운 것이 많습니다만, 저는 사실 이전의 이야기, 즉 "미셸 오바마"가 아닌 "미셸 로빈슨"의 이야기가 훨씬 좋았습니다. 퍼스트레이디로서의 미셸 오바마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것 이상을 하기 위해 애썼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이끌어냈죠. 하지만 미셸은 미셸 로빈슨으로서도 충분히 훌륭한 일을 많이 해낼 수 있었을 사람입니다. 그래서 뒷부분을 읽으면서는 좋으면서도 동시에 아쉬운 기분이 조금씩 들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은 저의 개인적 감상일 뿐이고, 미셸 오바마가 특히 미국의 흑인 여성들에게 미쳤을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그 와중에 겪어야 했던 여러 일들과 그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생각해 본다면 그저 경외감이 듭니다. 그리고 앞으로 미셸이 펼쳐낼 또 다른 무수한 가능성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고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 독서일기 2019-12-22 23:08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191498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히라마쓰 요코 저/이정원 역
씨네21북스 | 2016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히라마쓰 요코의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를 읽었습니다. 히라마쓰 요코의 글은 언제나 따뜻하고,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뭔가를 입에 넣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저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이를 다 닦은 상황에서도 유자차를 한 잔 타서 먹어야 했습니다. 그의 글을 읽고 나서 먹으니 그 맛과 향이 새삼스레 더 짙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히라마쓰 요코는 일본의 푸드 저널리스트로, 음식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책이 번역되어 있는데요, 저는 『어른의 맛』을 읽고 홀딱 반해서 그의 책을 전부 구입했죠. 번역된 책으로는 그 외에도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손때 묻은 나의 부엌』, 『일본 맛집 산책』,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산다는 건 잘 먹는 것』이 있습니다. 더 많은 책이 번역되길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어 너무 아쉽네요.


 이번에 읽은 책은 그의 책들 중에서도 유달리 소박합니다. 엄청 대단한 맛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요. 닭가슴살을 곁들인 계란국, 순무와 돼지고기 볶음, 건더기 가득한 된장국, 구운 토마토 스파게티 등 평범하디 평범하지만 그럼에도 입에 들어간 순간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음식들이죠. 거기에 이 글들까지 곁들인다면,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감칠맛 나는 맛국물은 흔한 재료로도 '앗!' 하고 손뼉을 칠 만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닭가슴살. 작은 냄비에 물을 붓고 불에 올린 다음, 끊기 전에 닭가슴살을 몇 조각 넣는다. 불을 약하게 줄여 잠시 그대로 보글보글, 국자로 거품을 걷어가면서 끓이면 그것만으로도 놀랄 만큼 맛있는 국물이 만들어진다. 바쁠 때 좋은 방법이다. 닭가슴살이 없으면 닭다리살이나 돼지고기도 괜찮다. 깔끔하고 담백한, 그러나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맛국물이 이토록 간단하게 냄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맛있는 국물은 미각을 깨끗하게 정돈해준다. 흠을 좀 잡아보려고 해도 쓸데없는 잡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깊은 감칠맛이 가득 녹아내리면서 혓바닥 위에서 부드럽게 노닌다. 다음 순간, 슬며시 한 줄기 깔끔한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뱃속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듯한, 그런 감각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p.31)


 이번에는 제가 기어이 침대를 벗어나 유자차를 타 먹게 만든, 유자차에 대한 글을 살펴볼까요?


 아무 생각 없이, 어떤 고민도 없이, 그저 줄곧 따사로움을 쬐었으면 좋겠다. 그런 혼자만의 겨울날 오후, 한 손에는 유자차를 쥐고 있었으면 한다. 커피나 홍차 말고, 현미차도 아니고, 문득 마시고픈 것은 직접 짜고 으깨어 만든 유자차. 왜냐고? 내가 유자 향기에서 햇살을 느끼기 때문이다.

 커다란 유자나무, 양팔 벌린 나뭇가지가 휘도록 매달린 동그란 유자, 어이없을 만큼 가득 달린 유자의 짙은 노란색은, 마치 쏟아져 내리는 빛에 고스란히 물든 것처럼 보인다.

 껍질 안쪽을 가득 채운 터질 듯한 과즙을 짜내자.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온, 겨울의 추위를 견디며 하루하루 신맛과 단맛을 농축해온 유자다. 꾹 짜면, 씨앗과 함께 과즙이 흘러넘친다. 껍질 안쪽의 작은 방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것이 순간 터지면서 유자향과 함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p.93)


 어떤가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각적, 후각적, 미각적 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히라마쓰 요코의 글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사람을 참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글이라서, 때로는 우울해질 때 아무 데나 펴서 읽으면 조금 위안이 됩니다. 아, 행복은 별거 아니지.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아름다운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축복인지. 이렇게 오늘도 그의 글은 저에게 소중한 감각을 일깨워 줍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 독서일기 2019-12-17 08:57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189535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위화 저/김태성 역
푸른숲 | 2018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을 쓴 중국 작가 위화의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그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책인데, 위화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


 위화는 가장 널리 알려진 현대 중국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이름이라도 댈 수 있는 현대 중국 작가로는 위화와 모옌이 전부이긴 하네요. (역시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지만요...) 이 책에 따르면 위화와 모옌은 베이징사범대학교와 루쉰문학원이 함께 운영하던 창작 연구생반의 동기로서 2년을 같은 기숙사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이 한 기숙사에서 무려 두 명의 세계적 작가가 나왔으니 대단한 일이지요. 아무튼 저는 이 책을 통해 위화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하도 많이 다녀 몇몇 에피소드는 겹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즐거웠고요.


 위화는 1967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197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이 기간이 딱 문화대혁명과 겹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문학이라곤 루쉰의 작품밖에 읽을 수 없었고, 하도 읽을 것이 없어 《마오쩌둥 선집》의 주해를 읽으면서 매료되었을 정도라고 해요. 물론 어른들은 《마오쩌둥 선집》을 읽는 어린 위화의 모습을 보고 열심히 마오쩌둥의 사상을 공부하는 것이 대견하다며 칭찬했다네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돌려 보던 일부가 유실된 소설을 몇 권 읽을 수 있었는데, 제목도 모르고 앞부분도 모르고 결말도 모르는 이 소설을 그렇게나 열심히 읽었다고 합니다. 결말을 모르는 것은 정말 참기 어려웠기 때문에 위화는 스스로 그 소설들에 결말을 지어주며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하고요. 결국 이것이 지금의 위화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위화가 인생에 대해서, 소설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꽤나 인상 깊은 구절이 많았습니다. 사실 인생과 소설과 세상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이미 넘쳐나죠. 그래서 처음엔 그의 이야기라고 뭐 특별할 것이 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은근히 밑줄을 치게 되는 곳이 많았습니다.


 작년 11월에 저는 루마니아 도서전의 한 포럼에서 발제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우리가 소설에서 세 사람이 걸어오고 한 사람이 저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읽을 때, 우리는 이미 3 더하기 1은 4라는 수학적 사실에 도달해 있고, 설탕이 뜨거운 물에 녹는 장면을 읽을 때는 이미 화학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장면이라면 이미 물리학을 언급하고 있는 겁니다. 수학, 화학, 물리학도 피해갈 수 없는 문학이 어떻게 사회와 정치는 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를 비판하는 글의 내용 중 90퍼센트 이상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해도, 거꾸로 생각해보면 저를 칭찬하는 글에도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그 정도는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똑같이 허튼소리인데 칭찬하는 소리는 좋아하면서 비판하는 소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정말 웃긴 내용도 많았어요. 그의 소설도, 그리고 이 책의 제목도 한껏 진지하기에 책의 내용 또한 진지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재미있는 내용도 많습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거의 매일 자신이 곧 죽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고 잘 살았지요. 게다가 음산한 이야기를 여러 편 써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이 오히려 건강이 매일 안 좋아진다고 느꼈지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위화의 소설이 읽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우선 전에 잠깐 폈다 덮은 『허삼관 매혈기』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읽는 중국 소설인 것 같은데, 과연 제게 어떻게 다가올까요? 정말 기대가 큽니다. 아, 그리고 이 책에서 위화는 정말 방대한 양의 문학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아마 평생을 다 바쳐도 다 읽기는 힘들 것 같지만, 오늘도 '언젠가 읽을 책 리스트'의 항목들은 늘어만 갑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5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