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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쌀요리로 본 쌀의 세계사 | 교양 2014-07-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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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쌀의 세계사

사토 요우이치로 저/김치영 역
좋은책만들기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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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밥. 하지만 밥의 주재료인 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쌀이 벼의 씨라는 것쯤은 벼를 본 적이 없는 도시인들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벼를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벼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각 나라의 쌀에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벼를 재배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낯선 정보들이다. 일본의 농학박사이자 총합지구환경학연구소 교수인 사토 요우이치로가 쓴 <쌀의 세계사>는 이런 쌀에 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 준다.

 

사토 교수에 따르면 벼의 씨인 쌀은 분류학상으로 벼과의 대나무아과 벼속에 속한다. 세계 공통의 학명은 오리자(Oryza). 쌀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인 당질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당질은 단백질, 지방질 등과 함께 체외로부터 섭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필수영양소다. 특히 당질은 식물만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있어 곡물 재배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쌀은 옥수수, 밀과 함께 세계 3대 곡물이다. 그러나 옥수수가 주로 사료용으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쌀과 밀이 식량으로서의 세계 곡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곡물이라고 불리는 식물들은 모두 재배식물이다. 벼도 마찬가지로 야생벼의 탄생은 수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재배벼에서 비롯된 오리자 사티바 즉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쌀은 1만 년 전 중국 장강 유역에서 탄생했다. 한편 벼 품종은 1920년대 세계 각지의 쌀을 처음으로 본 일본 큐슈대학의 카토 시게모토 교수의 분류법에 따라 재배벼를 일본형인 자포니카와 인도형인 인디카로 구분해 왔다. 즉 벼를 야생벼와 재배벼가 나눈 다음 재배벼를 다시 인디카와 자포니카로 나눈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연과학의 발달로 최근에는 이런 분류보다는 벼를 인디카형과 자포니카형으로 나누고 각각을 야생형과 재배형으로 나누는 분류법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위에서 말한 오리자 사티바는 자포니카를 말한다. 반면 인도 등 남아시아의 벼인 인디카는 중국에서 탄생한 자포니카가 아시아 일대로 옮겨져 야생종과의 교배를 통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 쌀의 90%는 인디카다. 자포니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있다.

 

간단하게 쌀의 역사와 종류를 살펴 보았지만 벼가 재배되는 지역의 풍토에 따라 쌀과 쌀로 만든 요리도 저마다의 특징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각국을 대표하는 쌀 요리를 통해 쌀의 역사와 세계사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카오팟쿤

카오팟은 태국의 볶음밥이다. 태국의 국민요리라고 할 수 있을만큼 대중적인 음식이다. 카오팟은 쌀 볶음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카오팟쿤(새우 볶음밥), 카오팟무(돼지고기 볶음밥), 카오팟카이(닭고기 볶음밥)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열대몬순 기후로 강수량이 많을 뿐더러 홍수도 잦은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벼는 물에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벼농사에 꼭 물이 필요하지만 벼가 물에 잠기면 바로 죽어버린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홍수를 잘 견뎌낼 수 있는 뜬벼라는 품종이 있다. 몸의 대부분이 물에 잠기면 그것을 감지하여 줄기를 자라게 하는 품종이다. 특히 뜬벼 지대의 벼농사에는 물이 많기 때문에 물고기나 오리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친환경 생태 농업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볶음밥이 발달한 이유는 뜬벼 지대에서 생산되는 쌀이 찰기가 없고 퍼석퍼석하기 때문이다.

 

카오람

태국 북쪽에 있는 라오스는 화전이 발달해 있다. 라오스나 태국의 화전에서 재배하는 벼는 찹쌀이다. 즉 라오스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반도 중앙부, 버마, 중국 운남성에서 귀주성에 걸친 지역을 찹쌀 문화권으로 구분한다.

 

화전지대 사람들이 먹는 찹쌀은 점성이 약한 멥쌀과 달리 점성이 강해 밥을 하면 찰진 것이 특징이다. 쌀의 점성은 아밀로스와 아밀로텍틴이라는 전분의 차이인데 당의 분자가 나선형으로 연결된 코일형 구조인 아밀로스의 함량이 높을수록 퍼석퍼석한 식감의 쌀이 된다. 멥쌀의 아밀로스 비율이 15~30%인 반면 찹쌀은 아밀로스 함량이 0이다. 라오스의 대나무통 찹쌀밥인 카오람은 찹쌀과 물, 바나나, 설탕, 코코넛 밀크 등을 대나무통에 넣고 구워서 먹는데 찰지기 때문에 대나무통을 손으로 뜯으면 대나무통 모양의 밥이 완성된다.

 

한편 한국이나 일본 등 온대몬순 지역의 벼재배 중 특이한 점은 수전을 이용해 논두렁에대두를 심는다는 것이다. 대두를 심는 이유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은 동물성에서 주로 얻지만 식물 중에서도 높은 단백질 식품이 몇 가지 있는데 온대몬순 지역의 대두가 대표적이다. 특히 온대몬순 지역에서는 쌀을 으깨서 먹는 떡 문화와 곡주 문화가 발달해 있다.

 

필라프

쌀 문화가 중국이나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등 몬순 아시아 지역에서만 발달한 것은 아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추상의 길인 실크로드 유역에도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벼농사가 행해졌다. 하지만 현재는 의미 있는 수준의 양은 아니다. 다만 중앙 아시아의 경우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한 이유 때문인지 쌀 요리를 꽤 볼 수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에는 필라프라는 쌀 요리가 있는데 푹 삶은 양고기에 쌀을 넣은 다음토막 낸 당근을 올리고 뜸을 들여 만든다. 필라프에 사용되는 쌀도 자포니카 벼로 어느 정도 점성이 있어 아주 퍼석퍼석한 수준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살펴본 지역은 대부분 아시아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벼를 재배하기 시작했고수천 년 동안 벼재배 문화권을 형성하고 살았으니 쌀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서양에도 쌀 문화가 있을까? 물론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동양에서 서양으로 쌀이 전해졌는지 밝히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작물 도래 경로를 밝히기 위해 고고학적 방법과 유전학적 방법 등이 동원되기는 하지만 사실 도래의 경로가 단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진실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커피처럼 단 한 번의 도래가 그 땅을 그 작물로 대산지로 만든 케이스도 있다. 커피의 대산지인 브라질은 애초에 수천 개의 씨와 수십 그루가 단 한 번의 도항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또 같은 것이 다른 곳에서 반복적으로 운반된 것도 있다.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여러 번에 걸쳐 같은 것을 운반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시작된 벼재배가 일본열도나 서양으로 전해진 것도 이런 케이스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파엘라

유럽의 벼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국한된다. 특히 유럽의 가장 큰 산지인 이탈리아 포 강 유역의 롬바르디아 평원은 최소한 15세기부터 벼가 재배된 것으로 추측된다. 프랑스에서도 벼가 재배되긴 하지만 지중해 연안에서만이다.

 

어쨌든 소규모이긴 하지만 유럽에서도 벼를 재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쌀 요리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유럽의 쌀 요리는 리소토라는 이탈리아 요리일 것이다. 당근 등을 올리브유로 볶은 것에 쌀을 넣어 한 번 더 볶은 후 수프를 첨가하여 익힌 조림요리다. 이탈리아에서 개량된 알보리오라는 품종의 쌀을 사용한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유럽의 쌀 요리가 바로 파엘라이다. 야채와 고기, 어패류를 올리브유로 볶은 것에 쌀을 넣고 잘 익힌 후 프라이팬째 오븐 등에 넣어 익힌 요리이다. 파엘라는 스페인 남부의 요리이지만 이슬람 문화권에서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의 쌀 요리에 사용되는 쌀은 모두 열대 자포니카에 속한 쌀들이다.

 

캘리포니아 롤

벼재배 지역 중 가장 특이한 곳이 미국일 것이다. 미국의 역사만큼이나 미국의 쌀 역사도 오래되지 않아서 기껏해야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정도다.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후다. 원래 벼농사가 없었던 미국이 세계적인 벼재배지이자 쌀 수출국이 된 데는 아시아의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풍토 또한 건조하고 여름에는 햇볕이 강해 물만 있다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세계적인 벼농사 지대가 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벼 도래에 관해서 미국판 문익점일화가 있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볍씨 몇 개를 몰래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귀국했다. 그는 파리의 시장에서 이탈리아의 쌀이 미국의 쌀보다 왜 비싸게 팔리는지 계속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 쌀을 본보기로 미국의 쌀 품종개량을 계획했던 것이다. 지금이야 이런 행동을 한다면 국제법 저촉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그런 일화도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쌀 요리는 마키스시라는 캘리포니아 롤이다. 하지만 마키스시와 달리 캘리포니아 롤은 먼저 가운데에 밥과 삶은 게살이 들어있고 바깥쪽을 김으로 말고 다시 그 바깥쪽을 아보카도나 붕장어 등으로 마는 것이 특징이다. 아무래도 아시아 이민자들이 많다 보니 일본 스시를 모방해 새로운 쌀 요리로 진화한 것이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쌀이 주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식생활의 서구화가 진행됨에 따라 매년 쌀 소비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쌀 재고가 쌓이고 있다. 게다가 남북관계도 경색 국면이 지속되면서 쌀 재고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쌀 관세화 유예 조건으로 수십만 톤의 쌀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우리 농촌은 쌀값 폭락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부터 인정 받았던 쌀 관세화 유예 조치가 올해 말로 종료된다. 쌀 시장 개방이 눈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 동안 정부는 국내 농업을 살리기 위한 제대로 된 대책 하나 내놓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회의 사전 동의나 농민과의 협의 없이 쌀시장 개방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쌀 시장 개방(쌀 관세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하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2%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은 식량주권의 붕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농민단체들은 개방하더라도 고율의 관세(전국농민회총연맹 510%,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400% 이상 주장)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쌀 시장 개방을 공식 선언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정부가 농민단체가 국회와의 협의 없이 쌀 시장 개방을 공식 선언한다면 그 후에 벌어질 혼란과 국내농업 붕괴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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