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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학자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려 고군분투하다 | 비소설 2018-02-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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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 저/고문주 역
북스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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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의 <제5의 기적, 생명의 기원>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작년에 읽었던 교양과학도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 때문이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는 위대한 과학자 37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는데 그때 과학자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그들이 펴낸 교양과학도서에 대한 글이 짧게 언급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그래도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고른 책이 이 <생명의 기원>이었다.

이 책은 자연과학에 포함되는 책이어서 아침 출근하고 나서 아홉 시 업무 시작하기 전 자투리 시간에 야금야금 읽었는데 작년에 읽기 시작한 것이 결국 해를 넘겨 올 1월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교양과학도서라는 말만 믿고 야심차게 시작한 과학도서였지만 역시 전문적인 용어 앞에서 무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관심은 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독서법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일일이 따지면서 찾아보며 읽지 않고 그냥 넘기면서 읽는 것이다. 물론 계속 반복해서 나오거나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개념이 나오면 인터넷의 힘을 빌리며 읽기를 이어갔다.

이 책은,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생명이 어디서 왔는가, 하는 문제를 미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이미 진화론이라는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 과학적 대세로 굳어진 상태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하나의 질문, 그 진화론의 가설(몇 개의 원소가 어떤 특수한 환경에 함께 있게 되면 아주 우연히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을 믿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몇 개의 원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화성에서의 생명체 가능성 등을 검토하며 다방면의 이론을 검증하려 노력하였다.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여겨졌던 곳에서의 생명체의 발견을 예로 들며, 어떤 극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체는 살아남는다는 놀라운 박테리아의 신비를 알려준다. 정말 놀라운 것은 콘크리트를 갉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황화수소를 먹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콘크리트를 부식시키는 그 무시무시한 황을 먹으며 생존하는 박테리아가 있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생명의 기원은 뭐란 말인가.
그는 끝내 그걸 밝히지 못했다. 그건 사실 인간이 처음부터 밝힐 수 없는 영역이었다. 생명체가 탄생하는 그 순간에 우리가 함께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다. 그저 생각만, 가설만, 이론만 난무할 뿐인데, 그럼에도 이 책은 진화론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논리적 허점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이 높이 사줄 만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질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걸 증명하고 그걸 책으로 펴냈다. 그는 고백한다.

고대세균령, 진전세균령, 진핵생물령의 세 영역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9쪽)

NASA 탐사선 과학자인 테릴은 “지구에서 그런 성분들을 함께 두면 여러분은 십억 년 안에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288쪽) 정말 지구가 이런 가설 속에서 태어났다고 믿어야 하는 걸까?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많은 물과 환상적인 화학물질로 치장을 하더라도 시기적절하게 살아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구의 생명체는 천문학적 불가능성 중의 요행수임에 틀림없다. (288쪽)

그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생명이란 것이 과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화학적인 필요를 회피함으로써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즉, 생명의 법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을 모두 회피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이상한 허점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실제로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면 언제나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지는 생명이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서 생명의 역사는 승리자보다는 실패자가 훨씬 더 많은 어마어마한 복첨이었다. 그것에는 너무나 많은 운명의 우연, 너무나 많은 임의적 변덕이 들어 있어서 변화 유형은 필수적으로 무작위적이었다. 우리 자신의 진화 역사를 구성하는 수백만의 우연한 단계들은 두 번째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개략적으로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인간과 희미하게라도 비슷한 것을 포함하게 될 확률은 사실상 0%임에 틀림없다.” (321쪽)

저자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다면 다른 우주에서도 동일하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충분히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열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국 아무것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그 희망과 가능성만을 안고 책을 종결지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진화론의 이론이 얼마나 허구적 상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저자의 이러한 지난한 탐구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이렇게까지 보여주는데도 신의 창조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진화론의 가설을 인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모든 연구는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모든 가설의 패배는 명확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저자가 놀라워하며 내지른 탄성, 우연히 만들어진 생명체가 이렇게 정교한 법칙을 가지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구성할 수 있다니. 그게 바로 답 아닌가. 그래서 기뻤다. 세계의 대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적이면서 광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결국 풀어내지 못한 생명의 기원. 그는 책에서 기존 가설들의 많은 허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발견을 추가했다. 그것들은 모두 조금만 비틀어 보면 결국 신의 섭리를 증명해주는 것들이었다. 미생물학 분야에 크리스천 학자가 있어서 이 부분을 한번 더 명확히 증명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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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부도에서 | 시인의 방 2018-02-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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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에서>


겨울 제부도는
갈매기가 주인이다

낮은 바다 점령한 채
파도 소리에 맞춰 군무를 춘다

얼어버린 바다는
하얀 눈이 겨울만큼 쌓여 있고
파도는 그 경계까지만
마중을 나온다

눈에 파묻힌 돌섬은 마침내
모델의 자태로 숨을 멎게 한다
흰 눈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갈매기들은
저마다 종종걸음으로 햇빛을 쬐고
조울다 가끔씩 날개를 편다

와, 크다
꼬마의 외침에
큰 날개 낮게 흔들며
노란 부리 가볍게 까닥이며
무심한 인사를 건넨다

갈매기 사라진 하늘엔
햇발 가득 오후가 걸려 있다

겨울바다는 멀리 있지만
깊은 파도는 끝이 없고
갈매기들은 조용히 발목을 담근다

바다 속으로 깊이 들어온 날
바다도 깃털에 얼굴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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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모든 것을 잃어도 | 밑줄 긋기 2018-02-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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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11일(일)

<만약에>

러디어드 커플링



만약에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단 한 번의 내기에 걸었다가
다 잃고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네가 잃은 것에 대해 단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만약에 네 심장과 감각과 근육에 힘이 없어진 뒤에도
제 몫을 다하게 할 수 있다면
네 안에 남은 것이 "그래도 버텨라!"라고 외치는
의지밖에 없을 때도 버틸 수 있다면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90쪽, 러디어드 커플링의 시, 만약에)


'만약에'의 본질은 아름다움이다.
그만큼 엄숙하고 위험에 대한 보상과 정신적 방황이 담겨 있다.
'만약에'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일이 끝나는 지점에서다.

나는 만약에를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도 그렇게 계속 부딛치고
그 다음 꿈을 꾸고
이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90쪽, 로라 구드)

이 글을 쓴 저자는 모든 것을 다 잃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만약에 시를 읽으며 늘 참고 이겨냈다고 합니다.

정말 모든 것을 다 잃고도 한 마디 불평 없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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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명체다 | 밑줄 긋기 2018-02-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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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10일(토) - 책은 생명체다

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다. …

책은 사람이라는 생물에게 절대적으로 친밀한 존재다.
미얀마의 부랑자들이 마음대로 만든 동네 서점에서, 나는 확신에 가깝게 생각했다.

부랑자들은 광대한 공터에 집을 짓고,
공동 수도를 만들고,
작은 찻집을 한 채 짓고,
야외 이발소를 만들고,
그런 다음 서점을 만들었다.

오래 써서 낡은 교과서,
잡지, 모서리가 닳아 떨어진 소설,
스테이플러로 찍은 만화,
여행자들이 흘리고 갔을 각국 사전,
그런 물건들이 얇은 비닐 깔개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마을에 사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웅크려앉아 열심히 탐독하고 있다.

빵집이 없는데도,
옷가게가 없는데도,
질퍽거리는 땅 위에 헌책방이 덩그러니 있다.

이 얼마나 씩씩하고 신뢰감 가는 광경인가.
여기서 말하는 신뢰란 물론 우리들,
살아있는 인간을 향한 것이다.

(아주 오래된 서점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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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성찰을 위해 필요하다 | 밑줄 긋기 2018-02-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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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9일(금)

역사는 우리가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 가지 관점이나 한 가지 행동 방침밖에 없다는 생각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나 대안을 생각하고 이의를 제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도자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사실은 대개 그 반대다.
(역사 사용 설명서, 246쪽)

역사는 후사경이라고 한다. 즉 뒤를 돌아다보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후사경을 보면서 뒤로 걷다보면 앞에 있는 구덩이를 보지 못하고 빠질 수도 있겠지만,
후사경은 거울이니까 현재의 자신에게 뭔가를 되돌려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역사는 현재의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성찰하도록 한다."
영국 역사가 존 아널드는 "과거를 방문하는 것은 타국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 거기서는 똑같이 돌아가기도 하고 다르게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우리는 거기서 이른바 '고국'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는 결국, 현재의 자신 또는 과거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해주는 도구이다.
과거를 더 잘 이해할 때, 불통은 줄어든다.
그 대상은 어릴 적 자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거의 자신을 조우할 때 역시 타국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

불편한 과거 역사라도
진실을 외면하지 말자.

자신에게 좋도록 포장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진실함으로 남겨두자.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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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나요?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밑줄 긋기 2018-02-08 22:04
http://blog.yes24.com/document/10164683 복사 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질문 :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나요?
대답 : 아름다운 작품, 훌륭한 작품, 진심이 담긴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유명해지고 싶다는 말과는 달라요.
유명해지고 싶다면 작가는 되지 마세요.


예를 들어 글쓰기를 배우는 젊은 여성 작가라면 앨리스 먼로, 레이먼드 카버, 리처드 포드, 메리 개츠킬, 토니 모리슨이 최고라고 생각하죠.

이들은 우리 세계에서는 대단히 유명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래서 중요한 건 명성이 아니라 업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명성 같은 걸 포기할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을 쓰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첫 단계에 들어선 거예요.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59쪽)

밥벌이로써의 글쓰기가 가능한지 눈을 새초롬히 뜨고 책을 읽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책을 읽은 결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에 한 표를 던집니다.

까뮈처럼 부단히 먹고 사는 노동을 하면서,
죽을 각오로 부단히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을 써도 책으로 출간해주는 곳이 있으면 감사한 일이 되겠지만,
그마저도 안 되고 책상 속에서, 폴더 속에서 썩고 끝난다면,
아,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근데 지금, 책상 속에서 잠자고 있는 원고가 많아요.
또 쓰고 싶은 이야기는 머리 속에서 계속 자라고 있구요.
밥벌이는 해야 하지요.

명성을 생각하려면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라는
저 작가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해집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책을 읽겠습니다.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도 같이 읽어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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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양이와의 이별을 노래한 헌시 | 비소설 2018-02-0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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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

도우라 미키 저/양수현 역
중앙북스(books)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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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왔다, 머물다, 떠났다>


두 고양이와의 이별을 노래한 헌시.



참 독특한 책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수 없어 고양이 책을 모으는 고양이책 수집가로서 이번 고양이 책은 참 특별했다.

일본 작가의 글은 대부분 가볍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큰 단점으로 다가왔는데, 생각을 살짝 바꾸자 오히려 그런 글쓰는 방법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작가로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진짜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서술하면서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너무 세세한 자기 이야기들, 그러니까 이 책과 그닥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넝쿨에 끌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간혹 얼굴을 찌푸리게 할 때가 많았다.

이번 책도 그런 면에서 볼 때 가벼웠다. 마흔이 다 된 노총각에게 두 고양이가 어떻게 다가왔고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저자가 일기 적듯이 적어놓은 글이다.

가벼운 스웨터 차림의 글이었지만, 이번 책은 발랄하지 않았고,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처럼 묵직했다. 고양이는 시종일관 아팠고 첫 번째 고양이를 무지개다리로 보낸 뒤 남아있는 한 마리마저 아프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통째로 아픈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고 말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번째 고양이도 결국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슬픔보다도, 저자가 아픈 고양이를 위해 어떤 헌신과 사랑을 보여주는지, 고양이가 죽어서 슬프다기보다, 저자의 간절함에 콧등이 찡해졌다.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놓이고 있는 현 시대를 비웃듯이, 고양이는 최근 들어 더욱 인간을 정복하여 지구를 고양이제국으로 만들며 왕성하게 증가하고 있다. 고양이는 결코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먹이 앞에서 잠시 애교를 떨 뿐이다.

애완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인간과 함께 한 방에서 24시간 생활한다면 정말이지 가족과 같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인간이 독거인이라면 무조건 함께 사는 동물은 가족과 진배없다.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동물도 그러할 것이다. 그 또는 그녀에게도 함께 동거하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는 유일한 반려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픔을 해결해주고, 식욕을 해결해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사회복지 사례연구에서 독거노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 우울증과 치매가 크게 경감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그렇지 않겠는가. 대상이 동물일지라도 그들은 감정을 교감할 수 있으니까. 찾아오지 않는 가족보다는 나을 것이 뻔하다.

저자는 두 번째 고양이마저 보낸 뒤, 먹고 살기 위해 여전히 삶의 터전에서 고군분투하지만, 자신의 두 고양이를 꿈속에서 만나며 잊지 못하고 있었다.

고양이란 순간을 사는 존재다.
인간은 그 고양이와 함께 산다.

고양이 책으로서는 참으로 따뜻한 책이었다.


~~~
녀석은 심각한 변비에 시달렸으므로 배를 마사지해서 변을 밀어내줘야만 했다.
기쥬는 매번 나를 할퀴었고 내 팔은 자해라도 한 것처럼 상처로 가득했다.

...
여전히 그때가 그립다. ...
손바닥만 한 비좁은 곳이라 고양이도 사람도 답답하게 지냈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문득 ‘행복이란 그것이 지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로 된 거다.
인생은 원래 그런 법이니까.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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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의 극야를 배경으로 한 놀라운 북유럽 소설(라플란드의 밤) | 일반문학 2018-02-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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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저/김도연 역
달콤한책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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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의 밤>

오로라의 극야를 배경으로 한 놀라운 북유럽 소설.

책제목에 나오는 ‘라플란드 (Lapland)’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핀란드의 북부, 러시아의 콜라반도를 포함하는 유럽 최북단으로 약 40만㎢의 방대한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마을이 핀란드의 이곳, 로바니에미에 있다.

라플란드는 순록을 키우면서 어업과 사냥을 하는 라프족(Lapp)이 거주하는 곳인데, 그들은 자신들을 사미(Sami)라 부른다. 그러니까 원래는 사미족이라는 원주민이 살던 지역이었는데, 유럽 문명인들이 침략해 선을 긋고 강제로 국경을 나누면서 순록을 키우는 사미족들은 서로 다른 국가에 소속되었다. 순록들은 눈 속에 있는 이끼를 찾아 먹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 흔했고, 이로 인해 많은 지역분쟁이 발생하게 되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러시아의 4개국의 정치적 상황과 순록치기들의 원래 땅주인들 사이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여전히 사미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지 못했고 이는 인디언들을 몰아낸 아메리카의 아픔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스웨덴에서 순록경찰을 접하게 된 저자는 이에 매료되어 순록경찰을 따라 2개월간 사미족들의 순록치기를 경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소설을 완성하였다. 따라서 이 소설은 그러한 국가적 배경과 순수한 북유럽 극야의 자원을 물질로 보는 정치적 세력들이 결탁하여 순록치기들의 삶의 터전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추리소설이라는 도구로 환상적으로 재현해내었다.

23개 인터내셔널 추리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표지의 광고문, 그리고 오로라가 하늘에서 강처럼 펼쳐져 있는 북유럽의 환상적인 모습은 처음 책을 본 순간부터 책 그리고 북유럽 그리고 이야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마티스라는 순록치기가 두 귀가 잘린 채로 살해되고, 사미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북이 도난당하면서 라플란드는 온통 두 사건으로 흉흉해졌다.

주인공인 니나와 클레메트 순록경찰은 마티스라는 살인 사건과 북 도난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있다고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문제를 어렵게만 만드는 일반경찰과의 충돌, 시의원인 정치인의 비밀스런 지도와 야심, 순록치기들의 내부적인 문제들이 얽히면서 암투와 정치와 추리가 이어진다.

정치인의 야합으로 주인공이 몰릴 땐, 아, 정말 손에 땀을 쥐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달음질하듯 책을 읽어내려갔다. 주인공들과 함께 설산을 헤집으며, 스노모빌을 타고 극야를 여행했다.


책을 한 권짜리로 해서 16,000원에 판매하는 건, 독자에게는 참 좋지만 출판사를 생각하면 두 권으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은 600쪽이 넘는데 280쪽에서 떡제본이 갈라져 책은 완전히 접히고 말았다.

슬픈 소수민족에 대한 아픈 성찰이 있는 책이다. 인간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큰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지, 자신들의 기준으로 우열을 만들고, 정복을 합리화하며 부당한 역사를 전개해오고 있는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하루 중 태양이 떠 있는 시간은 고작 40분. 라플란드의 밤을 상상하기 어렵다. 오직 상상으로만 책을 읽어가도록 만드는 놀라운 책. 이곳에 산타마을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극야의 아픔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신에게 이 책을 만나보라 권하고 싶다. 단,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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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뒤흔드는 것 | 밑줄 긋기 2018-02-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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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뒤흔드는 것>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는데
그게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렇게 잊지 못하는 장소일 수도 있고요.

그 책을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알았기 때문에,
그 그림을 알았기 때문에,
그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되고 한 시기를 지나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모멘텀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을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깨어 있고
바깥을 향해서도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책 한 권을 읽어도 가벼이 읽게 되지 않고
음악 한 곡을 들어도 흘려 듣지 않게 될 겁니다.
누군가와의 만남도 스쳐지나가는 만남이 아니라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겁니다.

한 순간 스치는 바람이나
어제와 오늘의 다른 꽃망울에도
우리는 인생을 뒤흔드는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라틴어 수업, 215쪽)

2월을 여는 첫 날입니다.
오늘은 나를 비우고
나를 스치는 바람에게도 귀를 기울여보고
나를 만나러 오는 소리에도 가슴을 열어보고
새들의 지저귐에도 응답해보는
하루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자꾸 연습하다보면
인생을 뒤흔드는 순간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도
우리들의 독서와 삶과 인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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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깊이와 감동이 가득한 팩션 고양이 소설 | 일반문학 2018-01-31 10:4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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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제임스 헤리엇 저/김석희 역
아시아 | 2018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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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앙증맞은 고양이 팩션 소설

아, 책을 덮고 나자 아쉬움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가 쓴 다른 책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렸다. 책 뒤쪽 안날개에는 해리엇이 쓴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수의사 해리엇의 개 이야기와 크고 작은 생물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을 주섬주섬 카트에 담았다.

이번 책 “고양이”는 그가 지금까지 쓴 내용들 가운데 고양이 관련만 골라 모은 것이라고 하니 나중에 그의 최초 저작들을 구입한다면 겹치는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짧은 이야기들은 감동과 아름다움 그리고 한낮의 평화로움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이 아지랑이처럼 계속 올라온다.

처음에는 수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글로 기록한 에세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모든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한 소설이라는 걸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아, 그때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른다. 이게 소설이었다니. 새삼 저자의 이력이 새롭게 보였다.

1916년 생? 100년 전 인물?
최근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가 의외로 고전에 속할 만큼 오래된 책임을 알고 또 놀랐다. 이미 50년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고, 영국 BBC에서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들이 참 안목이 높고 또 따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왜 이리 가슴 설레게 하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하고 “로마인 이야기” 번역은 물론 “번역자의 서재” 책을 낸 김석희의 번역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가 읽으니 그야말로 3박자가 딱 들어맞는 셈이었다. 책은 정말 고양이처럼 앙증맞았다. 포켓용처럼 작았고, 책도 200쪽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어서 사실은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가 정성껏 써내려간 10개의 고양이 이야기들은 금방 하나 읽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든다.


최근 들어 고양이 관련 책이 급부상하며 여기저기서 온갖 고양이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특히 고양이책을 좋아해서 수집하다시피 모으고 읽고 있는데 어떤 책들은 돈 주고 사보기 아까운 책들이 종종 나온다. 여기저기 긁어 모아 재탕한 책들도 있고, 이미 비슷한 내용으로 나왔던 책을 조금 바꾸어 다른 저자 이름으로 나온 것들도 있어 고양이 책을 고를 때 약간 조심성이 생겼다.

그런 실망이 증가되던 때에 만난 수의사 해리엇의 재미난 고양이 이야기들은 하루의 일상에 묻혀온 스트레스를 몽땅 사라지게 해 주었다. 특히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저자가 수의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모두 포함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고양이와 살더라도 그 삶의 반경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이야기들은 고양이 집사의 고양이 동거 기록들과 사진 에세이류 그리고 인생철학론 등이었다면, 이번 책은 수의사라는 또 다른 선글라스를 끼고 고양이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 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약간은 옅은 수채화 풍의 고양이 그림들은 그 자체로 소장의 가치가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문학적 깊이가 가득한, 고양이 이야기 책이라는 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든 분께, 동물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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