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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완창 판소리-김미나의 적벽가 | 공연 2016-1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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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가

 

 

일 청중, 이 명창, 삼 고수!

 

10월의 완창 판소리는 김미나의 적벽가다. 판소리 <적벽가>는 고어와 사자성어가 많고, 고음과 풍부한 성량을 필요로 해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 난도가 가장 높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웅장하고 호방한 소릿조가 많아서 여간한 공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잘 부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인지 '그래서'인지 나는 적벽가에 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적벽가>는 대개 남자 명창들이 부른다는데 여 명창 김미나의 소리는 어떨까? 그녀가 첫 소절을 시작하는데 앞에 들었던 염경애, 김미진 명창과 다르게 호방하고 털털한 소리가 깜짝 놀라게 인상적이다. 한복을 입은 맵시나 얼굴 표정도 그러하니 100인이면 100색의 소리로구나!  (김미나 명창이 부르는 '박봉술제 적벽가'는 송만갑-박봉래-박봉술-김일구로 이어지는 동편제로, 또렷하고 굵은 저음이 특징인 고제 동편제 소리의 특징을 오롯이 지니고 있다.) 

 

판소리 적벽가는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소재로 하지만 이야기의 뼈대만 빌려왔을 뿐이지 내용과 감성은 상당히 한국적이다. 집에 두고 온 부모, 자식, 아내를 그리워하는 '군사 설움 타령'이나 조조가 적벽에서 대패하고 도망가는 중의 '군사 점고' 장면 등은 한국적 슬픔과 해학이 넘친다. 고어와 사자성어가 많아 소리꾼들에게 조차 생경한 가사인 이 판소리가 아직까지도 불려지고 듣는게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이런 매력이 소리의 생명력이 되는 것 같다.

 

적벽가의 최고 장면은 '자룡, 활쏘다'가 아닐까? 동풍을 부르겠다는 공명의 헛소리가 실제로 실현되자 주유는 간담이 써늘해져 후환을 없애겠다고 그를 죽일 것을 명한다. 하지만 그리될 것을 이미 짐작한 공명은 미리 조자룡에게 배를 대놓게 하고 한발 앞서 탈출을 하는데 자룡이 활을 쏘아 추격자의 배 돛대를 와지끈 분지를 때까지, 도망가는 자와 쫓는 자의 추격전이 '자진모리'로 흥미진진 스릴 있게 10분이상 펼쳐진다.(다 아는 얘기임에도 그 긴박함에 손에 땀을 쥐고 듣게 된다.) 소리꾼의 등골을 빠지게 하는 부분이지만 듣는 이는 참으로 재미지고 익사이팅하다.

 

또 다른 소리꾼 등골 빼는 부분은(등골 빼기로는 이 부분이 최고다.) 적벽 전쟁 장면. 아니리와 자진모리로 연속되는 길고 긴 이 장면에서 조조의 백만 대군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죽어간다. '大敗'라는 한 단어로 말 할 수 있는 상황에 놀라운 디테일로 병졸 개개인을 표현한다. 앉어 죽고, 서서 죽고, 웃다 울다 죽고, 밟혀 죽고, 맞어 죽고, 성내 죽고....덜렁거리다 죽고...물에 빠져 죽고, 가이없이 죽고....빌다 죽고....(이럴때 먹으려고 미리 준비한 비상을 와삭와삭 깨물어 먹고 물에 풍덩 빠져 죽는 병졸도 있다.)....진시황 병마용갱 만큼이나 다양한 얼굴을 지니 병사들이 생생히 표현되어 웃다가 문득 전쟁의 잔혹함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놀랍다!   

 

확실히 <적벽가>는 소리꾼에게도 어려운 가사라, 이 공연에는 맨 앞자리에 가사집을 들고 소리꾼이 가사나 순서를 헷갈릴 때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럼에도 조조가 도망가는 장면에서 명창이 왔다리 갔다리, 가사집을 들고 체크하던 스탭도 종잡지 못하고 당황. ㅎㅎㅎ 그래도 듣는데 아무 지장 없었다!(신기하다.) 공연 시간도 앞의 '도원결의' 장면등 상당 부분을 빼고 정리하여 두시간 반 정도로 끝났다. 하기도 듣기도 어려운 소리라 그랬나보다.     

 

국립극장 들어가는 길에 지난달 공연했던 김미진 명창을 만났다.('보았다'가 아니라 '만났다' 라고 표현한 것은 너무 반가워 인사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민낯에 검은 패딩코트를 입어 처음엔 김미진 명창인줄 몰랐는데 무대에 서는 사람 특유의 분위기와 카리스마가 있어서 눈에 확 띄었다.(오!) 우리가 반가워하자 매달 와주어 너무 고맙다고, 진심 고마워해서 우리 아줌마들을 감동시켰다. 소리도 모습도 마음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고수 송원조님도 인상적인 분이시다. 생업에 종사하다 남들 다 은퇴할 무렵인 60세에 데뷔해서 무형문화재까지 오른 분이다. 1938년생이니 80이 다 되었다. 무엇을 하다가 그 나이에 결국 판소리로 들어왔을까? 그 끼와 재능을 가지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을까?......

  

 

 

 

소리: 김미나

고수: 송원조, 윤호세

2016.10.29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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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 밤베르크 교향악단 | 공연 2016-10-3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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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이 연주회 소개글을 보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주회 날은 아버지 생신이었고, 베토벤은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였으며 지휘자 블롬슈테트는 이제 몇 남지 않은 1920년대 지휘자였다.(아버지도 1920년대 생이시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 밤베르크 교향악단은 한국에서 이틀을 공연 했는데 26일은 베토벤 교향곡 6번과 5번, 27일엔 슈베르트 미완성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었다. 27일의 프로그램에 마음이 당겼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며 26일의 공연을 예매했다.

 

부르크너의 교향곡을 듣지 못하는게 좀 아쉽고, 아무리 유명한 지휘자라도 1927년생이라는 블롬슈테트도 미덥지 않았다.(우리 나이로 90이 아닌가!) 그는 과연 교향곡 두 곡을 지휘할 체력이 될까? 귀는 괜찮을까?(아버지는 말년에 귀가 잘 안들리셨는데....) -이번 공연은 빈 서울 도쿄를 아우르는 총 10회의 월드 투어로 밤베르크 교향악단이 2017년 7월에 맞이하는 오케스트라의 명예지휘자인 블롬슈테트의 90세 생일을 위해 준비한 대대적인 축하 공연의 워밍업이다. 심지어 나는 어릴때 보았던 베토벤에 관한 영화를 떠올리며-귀가 안들리는 베토벤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지만 단원들은 관객이 안보이는데 숨어 지휘하는 진짜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연주를 하는 장면이 있는-엉뚱한 상상을 하기까지 했다.ㅎㅎㅎ

 

하지만 실제 연주가 시작되자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소리에 깜짝 놀라고, 100% 완벽한 은발의 노 지휘자의 섬세한 지휘에 감탄 감탄! 오케스트라의 연주 앞부분은 맥주의 첫모금 처럼 첫입에 나를 사로잡았다. 정말 훌륭한 소리였다. 전문가가 아닌 나는 어떻게 연주해서 좋은 건지 하나하나 알 수는 없지만 그 훌륭함에 단번에 사로잡혔다.(연주가 시작되며 바로 사로잡히는 일은 정말 흥분되고 기쁜 경험이다.) 특히 현악기의 소리가 좋았다. 깨끗하면서도 풍부한 소리....

 

1부는 교향곡 6번 전원. 연주가 끝나고 열렬히 박수 치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버지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곧이어 인터미션이라 나는 어쩔줄 몰라 허겁지겁 밖으로 나와 구석진 곳으로 가서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고 닦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 돌아가시고 우리 형제들을 너무 괴롭히는 엄마 때문에 미칠것 같은 내 마음을 전원 교향곡이 어루만졌던가보다....그랬었나보다....아, 음악이여....!

 

2부는 5번 운명. "아,아,아, <운명>이 이토록 아름다운 곡이었던가!" 이전에도 몇번 <운명>의 연주를 들었지만(CD나 라디오에서 들은 것까지 합하면 정말 무수히 들었지만) 언제나 굉장히 인상적인 곡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나 아름다운 곡인줄 몰랐었다. 가장 최근에는 작년 신년 음악회에서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연주를 들었었는데 무겁고 속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운명을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속도와 무게가 딱 맞는 연주를 듣기 힘들어서이다. 순전히 내 개인 취향에 의해서지만 어떤 건 너무 무겁고, 어떤 건 너무 가볍고, 또 어떤 건 너무 빠르거나 느리다.  나는 이날 내 맘에 딱 맞는 무게와 속도를 지닌 연주를 들었다. 무게와 속도가 딱 맞는 연주를 들으니 곡 전체의 아름다움이 귀가 뚫린 것처럼 들려왔다. 인상적인 표제 뒤에 숨은 아름다운 선율과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는, 뒤의 음악이 앞의 음악을 reload 하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생명력을 지닌 대단한 음악이었다.

 

각 악장이 다른 곡처럼 들리는 교향곡들도 있는데 <운명>은 하나로 이어져 듣는 사람을 자신의 운명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가 자신의 일생을 파노라마처럼 보게 만든다. 운명이 문을 두드리고, 내게 밀려 들어온다.(운명이 진격해 들어오는 느낌이다) 운명과 한바탕 격전을 치르고나면 성공했든 실패했든 결국 살아남은 내가 있다. 베토벤의 영과 육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밤베르크 오케스트라의 <운명> 연주는 피아니시모일때 조차도 에너지가 느껴지는 근사한 연주였다. 오케스트라의 나라 독일에서 '독일 오케스트라 랭킹' 6위라더니 허명이 아니다. 밤베르크의 운명 연주에 반해서 나오며 그들의 cd를 샀는데 아, 연주장의 그 느낌이 아니다.

 

내 생에 단 한번의 연주였구나!   

 

 

 

 

2016.10.26

지휘: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밤베르크 교향악단

2016.10.26,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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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6번째 주인공 -'쟈파'님 | 이야기들 2016-10-1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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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블로그 이야기

안녕하세요:) 예스블로그 입니다. 


예스24 대표 블로거를 소개하는 '릴레이 인터뷰' 26번째 주인공은 '쟈파(oykkim)'님입니다.


 쟈파 블로그 바로 가기


 인터뷰에 응해주신 '쟈파'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Q.닉네임을 ‘쟈파’라고 짓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동화나 디즈니 만화 속에도 운명을 선점하지 못하는, 엄청 머리도 쓰고 노력하지만

행운이 안 따라주는 인물들이 꼭 나와요. 저는 '운명의 적자'가 아닌 그들에게 마음이 쓰였어요. 저 같아서요.

블로그 첫 번째 글이 <알라딘과 요술램프>의 마법사 ‘쟈파’에 관한 짧은 글인데, 제 닉네임이 왜 쟈파인가에 관한 정체성을 먼저 선언하고 시작했어요.


  “내 이름은 쟈파, 사랑에 굶주린 어둠의 마법사/외롭고 쓰린 시간 속에 요술램프를 찾아 헤맸건만/요술램프가 뭔지도 모르는 놈, 우주의 비밀도 모르는 놈, 몸부림치지 않아도 행운이 툭 떨어지는 놈/램프는 엉뚱한 놈에게 넘어가버렸지/왕도 아니고, 왕자도 아니고, 운명의 적자고 아닌 나/그저 인생의 개성 있는 조연/그러나 원래 램프는 내 것이었어!”



Q. 예스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남편의 직장 안식년에 캐나다에 1년 가게 되었는데 그 1년이 10년이 되어버렸어요. 처음 캐나다에 갈 때는 책 읽지 말고 신나게 놀아보자 해서 가방에 발자크, 롬멜, 알렉산드로스 평전 딱 세 권만 가지고 갔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바로 집안을 배회하는 루저로 돌아와 읽을 책이 없어 인터넷 서핑을 하다 ‘블로그’라는 세계를 발견했어요.


  예스에서 책 리뷰와 칼럼들을 읽다 우연히 ‘행복한 왕자님’의 블로그 글을 읽었는데 예전 내  회사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귀여운 직딩 아저씨의 재미있는 글들에 애독자가 되었고, 거기서 여러 블로거들을 알게 되었죠. 특히 껌정드레스님의 블로그는 그 즈음 소설 읽기에 싫증나 가벼운 고고학, 역사책을 읽기 시작한 제게 보물섬과 같았어요. 그녀의 리뷰들을 따라 책과 영화를 보고, 그녀의 리뷰에 발랄하게 댓글을 다는 블로거들의 블로그에 가지 쳐서 들어가 또 애독자가 되고.....그러다 저도 댓글을 달고, 어느 날 마리에띠님이 ‘모르지만 아는 사람’ 같다며 인사를 건네, 마주 인사 하고나니 나도 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내 글 없이 남의 글만 보며 나는 그들을 아는데 그들은 나를 모르는게 마치 관음증 환자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블로그는 이미 2007년 1월19일에 나도 모르게 개설되어 있어 첫 글 ‘내 이름은 쟈파’를 올렸어요.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늘 한국말 책에 목말라 있던 그 시절 생각이 -블로그와 남편이 한국에서 들고 오던 큰 가방 두 개-많이 나네요. 남편이 캐나다에 올 때 들고 오는 큰 슈트 케이스 두 개에 하나는 책이 가득 들어있고, 또 하나에는 한국 음식들이 가득 들어있었어요. 그 가방을 열 때의 기쁨이 바로 어제 같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그러네요. 



          


Q.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을 말씀해주세요.


  책을 좋아하는 아줌마는 그리 흔한 캐릭터가 아니라 주변에서 약간 이상하고 튀는 아줌마였는데 블로그를 운영하며 나랑 비슷한 많은 사람들, 나는 명함도 못 내미는 북 러버들을 만나 너무나 즐거웠어요. 책 얘기하고, 영화 얘기 하고, 음악 얘기하고.....내 거문고 소리를 알아 들어주는 친구들을 만난 거죠. 한번도 만난 적 없는데 나와 비슷한 유년기와 청년기의 감성을 지나온 사람들을 보는 것도 신기했어요. 책이나 음악의 세계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한 집성촌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만큼의 동질감을 가지고 있어요.


  블로그에 리뷰를 쓴 책이나 공연은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도 해요. 세세한 것도 잊지 않고, 감성도 깊어지고, 리뷰를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각성도 하게 되고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요즘 블로그 덕을 많이 보고 있어요. 전에 쓴 글들을 들춰보며 기억을 재생하거든요. 

  


Q.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저는 집, 제 집을 가장 좋아해요. 집안을 어슬렁거리는 게 제일 좋아요. 음악 듣고, 책 읽고, 차 마시고, 요리하고, 깊은 밤 리뷰를 쓰기도 하고.....가족과 함께 있어도 좋지만 혼자 집에 있어도 심심한 줄 몰라요. 그래서 집을 즐기기 위해 여러 가지로 나름 최선을 다해요. 힘든 집수리도 몇 번이나 했는데 캐나다 살 때 겁 없이 집 전체 수리를 했다가 악몽과 지옥불을 경험 한 적도 있어요. 집수리 과정이 한국보다 열배쯤 힘들고, 돈도 아껴야 했는데 그 모든 일을 영어로 해야 했거든요. 그렇다고 별스럽게 인테리어를 하는 건 아니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니 편하고 안락하게 만들려고 꽤 노력해요.     



Q. 최근 새롭게 생긴 관심 분야가 있다면?


  음악을 좋아해서 공연에 많이 다니는데 대개 늘 듣는 음악만 들었어요. 슈베르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그렇게 익숙한 음악만 듣다 제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 현대 음악들을 듣기 시작했어요. 아름다움의 영역이 무한대로 넓어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즐기고 있어요. 경계를 허무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음악을 듣는 일이거든요.



Q.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3년 전으로 돌아가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건강을 챙겨드리고 싶어요. 아버지가 아무런 병이나 특별한 전조도 없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지나고 보니 가족 모두가 너무 무심했었다는 깊은 회한이 있어요. 그땐 몰랐지만 아버지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무심해서 몰랐어요. 마음의 준비 없이 갑자기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죽음과 이별에 큰 두려움이 생겨 아직 채 극복을 못하고 있어요. 아, 정말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Q. 최근 본 책이나 좋아하시는 책 중에서 추천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음악을 추천하고 싶은데.......^^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들으러 공연장에 가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올해가 쇼스타코비치 탄생 110주년이에요. ‘누구의 몇 주년’ 이런 때면 그 사람의 음악이 집중적으로 연주돼요.(작년엔 시베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이라 그의 음악이 많이 연주됐었죠.) 라디오에서도 많이 나오고요. 그럴 때 그 음악을 집중적으로 즐겨주면 참 좋아요. 마치 제철 과일을 먹는 것 처럼요. 클래식 음악이라면 지루하다, 티켓값이 비싸다 하면서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들으면 기쁨과 감동이 만 배쯤 더해져요. 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가 아니면 티켓값도 생각보다 저렴하답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는 룽잉타이의 <눈으로 하는 작별>, 이인우의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요제프 라칭거(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나자렛 예수>, 요아킴 카이저의 <그가 사랑한 클래식>, 문학수의 <더 클래식>이 좋았어요.

<나자렛 예수>와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는 두 수퍼스타의 로드 매니저가 되어 그들의 길을 따라가며 읽었어요. 

<눈으로 하는 작별>은 저 또한 양 손에 잡고 있던 부모와 자식이 이제 제 손을 놓고 점점 더 멀어지는 중이라 작가와 함께 웃다가 울다가 하며 책을 읽었는데 곁들여 있는 사진들도 참 마음을 고즈넉하게 해서 좋았어요.

<그가 사랑한 클래식>은 궁금해도 물어볼 데 없어서 넘어가던 것들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더 클래식>은 한 꼭지 읽고 그 음악 한 곡 듣고 하기에 딱 좋아요.


  

Q.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그리고 좋아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경리의 토지요! 그냥 작가 박경리가 아니라 박경리와 토지를 한번에 묶어서요. 저에게 ‘인생작품’이에요. ‘박경리의 토지’를 읽는 일은 제 인생 최고의, 그러면서 제일 만만한 호사라고 할 수 있어요. 힘들 때는 아, 언제 편해져서 토지를 다시 읽었으면! 하고, 편할 때는 다시 토지나 읽어볼까! 해요. 심심할 때 부록으로 나온 등장인물 사전을 찬찬히 보며 그들의 생을 그려보는 일도 가끔씩 해요.



Q.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앞으로 예스블로그를 어떻게 가꿔 나가실지 알려주세요.


  지금처럼 계속 음악과 영화 리뷰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책 리뷰는 저질 글 체력에 글이 자꾸 길어져서 못쓰겠어요.ㅎㅎㅎ 

그런데 초심을 잃고 게을러져서 공연이나 영화 보고 와서 리뷰가 밀리고 밀려서 숙제 안한 초딩 같이 마음이 무거워요. 잘 가꿔나갈 자신이 없어요.ㅠㅠ



Q. (빨간비♥님 추가 질문) 쟈파님께 다음 질문도 드립니다.


  “쟈파님 글을 읽을 때마다 멋진 글솜씨와 전문성에 감탄합니다. 혹시 예스블로그 말고 글을 쓰셨거나 지금 쓰시는 곳이 있는지요. 아니라면 예스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쟈파님께 어떤 의미인지요.” 질문이 어려웠으면 좋겠습니다. 당한 만큼 돌려주고 싶습니다.


  혼자 쓰던 일기나 독후감 말고는 어디 글을 써본 적은 없어요. 전문성은 물론 없고, 굳이 설명하자면 편집증 비슷하게 있어서 좋은 게 있으면 좀 후벼 파는 편이에요.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의 내레이션에 나온 말 “끝까지 살아남아 성장하라!”가 ‘지금의 저’의 인생 슬로건이에요. 끝까지 성장할 것! 편견과 관습의 경계를 1mm라도 넘을것!

시작도 미미하고 끝도 미미할지라도 블로그가 그 기록이 되는 것, 그게 저의 가장 큰 바램입니다.


  “아, 질문 넘 어려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다음 릴레이 인터뷰를 이어갈 블로거를 지목해주시고, 그 블로거에게 궁금한 점도 말씀해 주세요.


  제게 예스 블로그를 소개해준 ‘행복한 왕자님’께 다음 릴레이를 넘깁니다.


  저는 앞집에 ‘앞집 아줌마’가 아니라 ‘행복한 왕자님’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왕자님과 책 얘기, 음악 얘기, 살림 동무, 쇼핑 동무를 하고 싶어요. 그만큼 다재다능하고 재미있는 분이에요. 책 얘기는 위에서 다 하실테고, 왕자님의 명품쇼핑 흥망성쇠 얘기를 듣고 싶어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쟈파'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다음 인터뷰이로 지목되신 '행복한 왕자님'님께서는 

참여 여부를 쪽지로 알려주시면 자세한 안내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0^

감사합니다. 


* 인터뷰를 읽고 10월 17일까지 댓글을 남겨 주신 분 중 추첨하여 10명에게 포인트 1,000원을 드립니다.

 

 

 

* 추천도서 읽기 이벤트에도 많은 참여 바랍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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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완창 판소리-김미진의 심청가 | 공연 2016-10-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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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가

 

 

9월의 완창 판소리는 김미진의 심청가(강산제)다. 김미진은 30대의 외모도 아름다운 소리꾼이다. 외모만 아름다운게 아니라 맑고 곱고 애원성 짙은 목소리를 가졌다. 예쁘고 고운 소리를 가진 소리꾼이 부르는 심청가는 금상첨화가 아닌가! 지난번 염경애 명창이 부른 심청가가 오래되어 깊은 맛을 지닌 와인이라면 김미진 명창의 심청가는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 같다.

 

과연 들으며 유난히 슬프게 느껴지는 장면이 다르다. 염경애 명창의 소리 때는 곽씨부인의 유언 장면, 심봉사 타루비 잡고 우는 장면에서 눈물이 날만큼 슬펐는데, 김미진 명창의 소리에는 심청이 어머니 무덤에 찾아가 통곡하는 장면, 남경선인들을 따라 가는 길의 장면이 사무치게 슬펐다. 그 누구보다 심청에게 감정이입되게 하는 소리이다.

 

따라간다,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비같이 흐르는 눈물 옷깃에 모두 사뭇 젖네.

엎뎌지며 자빠지며 천방지축 따라갈 제,

건넌 마을 바라보며, "이진사댁 작은 아가!

작년 오월 단오일에 앵두 따고 노든 일을 네가 행여 생각느냐?

금년 칠월칠석야에 함께 걸교허잤더니 이제는 하릴없다. 

상침질 수놓기를 눌과 함께 하자느냐?

너희는 양친이 구존허니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늘 우리 부친 슬하를 떠나 죽으러 가는 길이로다."

.......한 곳을 당도허니, 광풍이 일어나며

해당화 한 송이 떨어져 심청 얼굴에 부딪치니,

꽃을 들고 허는 말이 "약도춘풍불해의면 하인취송낙화래랴?".....

 

열다섯 꿈 많은 소녀의 생이 끝나려할 때, 해당화 한송이가 바람에 날려 그 꽃같은 얼굴에 부딪친다. 슬픔도 아름다워 마음이 저려온다.

"若道春風不解意면 何因吹送落花來랴?

-만약 봄바람이 나의 뜻을 알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지는 꽃을 날려 보내겠는가?

 

청이는 눈 먼 아버지 봉양하려 동냥만 하러 다닌 게 아니었다. 또래의 친구들과 단오날에 앵두도 따러가고, 칠월칠석 밤에 걸교(칠월 칠석 저녁에 부녀자들이 견우와 직녀 두 별에게 바느질과 길쌈을 잘하게 해달라고 비는 일)하자 약속도 하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소곤소곤 바느질을 하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던 소녀였다. 이 소녀의 사생활은 그녀의 죽음을 더욱 마음 아프게 하고 소녀의 미래를 집어삼킬 인당수 검은 물이 더 몸서리쳐지게 만든다.

 

소녀의 슬픔을 섬세하세 느끼게 한 건 젊고 아름다운 소리꾼 김미진의 힘이다. 

 

이번 공연 길에는 친구 둘이 따라붙었다. 지난번 완창 판소리 공연이 너~무 좋았다는 내 폭포수 감격에 바로 맞장구 쳐주었던 친구, 바로 "나도 가자!"했던 친구 둘이다.(역시나 이 둘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내 감격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판소리? 허억!"이 대부분의 반응이다. 다음엔 같이 가자는 내 말에 남편은 놀라서 얼굴이 살짝 굳어지기도 했다. 

 

바로 맞장구 쳐주었던 친구는 공연이 끝나고 너무 감격해서 분장실을 급습하기까지 했다. 나는 친구를 따라 감격 팬심에 무대 뒤를 찾아가는 일을 난생 처음 해보았다. 난 친구를 이해한다. 나도 처음 완창 판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감격해서 공연 후 얼른 쫓아가 가사집에 염경애 명창의 싸인을 받았다. 누구 싸인을 받는 일을 처음 해본 것이다. 친구는 과장을 잘 하지 않는 쟈파가 그렇게 침 튀기며 좋다고 수선을 떤게 그럴만 했다고 나를 칭찬했다. 하지만 분장실을 급습해 김미진 명창에 감사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한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녀와 사진을 찍은 건 실수였다. 어여쁜 그녀 옆에서 우리 아줌마 세 명은 오징어같은 모습이었다.ㅠㅠ 

 

1984년에 시작된 이 오래된 공연이 진행은 뜻밖에 허술하다. 공연을 예매할 때 일,시만 있지 프로그램이 없다. 이럴수가! 국립극단에 두번이나 전화해서야 곡목을 알았다. 완창 판소리를 찾아오는 골수 팬들은 프로그램에 상관 없이 오고, 곡목도 모르고 오는 일 쯤은 아무 일도 아니란 말인가. 게다가 한달에 한번 공연인데 지금 심청가만 연거퍼 세번째다. 들을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지만 전문가도 아닌 일반 관객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다. 판소리 창법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의 우리가 듣기에 못 알아듣는 가사도 많은데 화면에 가사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판소리의 특징이 악보나 글이 아닌 구전으로 내려오는 것이라지만 판소리를 듣는 사람의 저변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매 화면에 다음 시즌 공연을 패키지로 예매하면 할인해준다는 말이 떠있지만 역시나 프로그램은 없다. 그냥 '닥본사'하라는 말인가! 

 

 

 

 

소리: 김미진

고수: 김규형, 김태영

2016.9.24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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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같은 두개의 공연 | 공연 2016-09-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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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 B단조 Op.26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브람스, 교향곡 4번 E단조 Op.98

 

   지휘: 알렉산드로 쉘리

   바이올린: 임지영

 

 

   2016,9,8 예술의전당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베토벤, 프로메테우스 창조물 서곡 Op.43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 Op.68 

 

   지휘: 성시연

   바이올린: 에스더 유

 

 

  2016,9,21 경기도문화의 전당

 

 

 

 

 

 

 

 

 

두 개의 공연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프로그램 구성도 몹시 흡사해서 양쪽에 모두 브람스 교향곡,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자는 비슷한 또래의 젊은 여성 연주자(임지영, 에스더 유)다.

 

여성 연주자들은 연주에 앞서 먼저 드레스로 말한다. 임지영은 어두운 색의 수수하고 단순한 드레스, 에스더 유는 반짝이 장식이 달린 체리 핑크 드레스. 그녀들의 연주는 꼭 자신들의 드레스 같았다. 작년 12월 임지영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 드레스도 사람도 연주도 모두 심지있고 분명한 스타일이다. 로열필하모닉 내한 연주라 티켓값의 압박이 있었는데 그녀의 연주를 듣고 싶어 거금을 들였다.ㅎㅎ 임지영의 연주를 들으면 그녀가 칼잡이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두운 색 옷을 입고, 객잔 한구석에 조용히 그러나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풍기며 앉아있다가 칼을 빼들면 불필요한 동작 없이 바로 적의 빈틈을 공격하는 칼잡이. 에스더 유의 연주는 더 활기있고 발랄하다. 아리따운, 그러나 순종할 줄 모르는 용감한 대갓집 아가씨 같다. 

 

내게 차이코프스키는 '외로운 킹카' 같은 음악이다. 완전 멋있기에 오히려 대쉬 하지 않아 남 모르게 외로운 킹카. 너무 당연히 멋있기에 우선은 뒤로 밀어놓은 음악이다. 몇년간 공연에 가며 프로그램을 선택하는데 차이코프스키는 늘 뒤로 밀렸다. 좋을게 뻔하니 우선은 다른 음악을 들어보자......하지만 속마음의 다른 한가지....표현하기 힘든데.....나는 그의 '통속'이 좀 꺼려진다.(적당한 표현을 하기 힘들어 겨우 '통속'이란 단어를 썼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그의 음악, 좀처럼 나를 객관화 시킬 수 없이 완전 무력화 시키는 그 어떤 힘. 서정, 혹은 통속이 심장과 뼛속에 스며든다. 바로 혈관에 놓은 주사처럼 빠르게 상대를 매혹시킨다. 처음부터 너무 매력있어 도리어 의심해 뒤로 주춤 물러서게 하는 사람 같다, 내게는.

 

 "그래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잖아.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정면 돌파도 괜찮겠다!"

이 바이올린 협주곡이야 말로 통속이 넘실넘실 넘쳐오지 않는가!

 

역시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생각할 겨를 없이 바로, 단번에 나를 사로잡는다. 나쁜 남자와의 연애에서 그 끝을 보장 할 수 없어도 그냥 달려나갈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이게 사람을 사로잡는 통속의 매력이 아닌가! 이런 연애라면 조용한 칼잡이 보다는 용감하고 아름다운 대갓집 아가씨 에스더 유의 연주가 더 맞는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에스더 유 승!

 

나는 원래 브람스 협주곡 3번과 4번을 좋아한다.(그의 교향곡 만큼 관악기의 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이 또 있을까!) 미리 팬심이 있으니 듣기 전부터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보다는 로열필하모닉이 선점을 한다. 그러나 교향곡 1번의 아름다움을 새로이 발견하게 해준 도이치 방송오케스트라 승!이다.(내 취향은 아무래도 브리티쉬풍 보다는 컨티낸탈풍. 그 중에도 독일적 감성이 익숙한가보다.) 교향곡 1번은 베토벤처럼 시작한다.('베토벤 교향곡 10번'이라고 극찬을 들었는데 브람스는 그 말을 싫어했다고 한다. 누구누구같다는 말이 극찬이겠는가.) 하지만 2악장부터 브람스 특유의 우수와 우아함이, 그 유명한 4악장까지 매 악장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4악장을 들으니 긴긴 여름도 다 지나갔구나...이렇게 한해가 가는구나...생각이 든다.(벌써) '인생의 송가' 같은 음악이다. 베토벤과 다른 브람스만의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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