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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을 만큼 살고 싶다. | 읽고 쓰는 즐거움 2020-01-1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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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동 피아노

천희란 저
창비 | 2019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죽고 싶은 만큼 살고 싶은 간절함. 그걸 깨닫는다면 우리는 조금 은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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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죽음에 대한.

죽음을 위한.

생을 위한.

자동 피아노가 연주된다.

총 23개의 작품이 울려펴진다.

아다지오. 그레이브. 안단테. 모데라토.

내 기억에 알레그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던 것 같다.

슬프고 웅장하게, 조금씩 자신의 속도에 맞춰,

이야기 속의 나는, 너는, 그녀는, 그는,

죽음을 갈망하며 삶을 연주한다.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질문은 있는데, 답이 없는 것이,

지식이 짧음 때문일까,

감정이 변하기 때문일까.

어쨋든 삶과 죽음도 그와 비슷한 문제인 듯하다.

이 후기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단어와 문장을

쓰고 지우고, 고치고 지우고, 전부 삭제하기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다 때려치고 싶은데, 지긋지긋해지려고 하는 그 순간에 나는 느꼈다.

아, 정말 잘 쓰고 싶구나. 진짜 잘 쓰고 싶은데, 지금의 내가 그렇지 않음에 화가났구나.

삶도, 그렇다.

정말 잘 살고 싶은데(물론 잘 산다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긴 하다), 정말 행복하고 싶은데, 정말 폼나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는 날이 얼마나 많은가. 아니다, 그런 순간 순간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 않은가.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 상처입히고, 스스로 자해를 하며, 고통의 끝에서 살아있음을 매번 반복해서 느낀다.

하지만, 그 끝의 답은 하나다.

나는, 정말, 제대로, 멋지게, 살/고/싶/다!

너무 늦어버린 후기에 죄송한 마음이 크다. 창비 소설 Q프로젝트 덕분에 선뜻 손내밀지 않는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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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많은 정치이야기 | 읽고 쓰는 즐거움 2019-07-1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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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꼬불꼬불나라의 정치이야기

서해경,이소영 글/정우열 그림
풀빛미디어 | 2012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초등 고학년 정치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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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책.

악당이 나오는 동화같지만,

어렵지만, 꼭 필요한 정치를 소재로 한 책이다. 

독재자 수염왕을 몰아낸 뒤,

다시 왕권을 회복하려는 수염왕과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국민들의 이야기.

 

왕이 쫒겨났다는 설정에서

온 국민이 다 아는 사건이 오버랩되었다.

책이 출간된 2012년에 읽었더라면 전혀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큰 제목이 있다.

 

 

그리고 그 제목에 관련된 이야기가 끝난 다음,

아이들이 궁금해할 질문에 대한 응답이 있다.

 

 

세번째로, 우리나라와 관련해

접목해주는 '잠깐 코너'를 넣어두었다.

  

 

마지막으로, 중간중간 우리 역사의 사진들이 실려있다.

 

 

정치는 낯설고 어려운 것,

정치가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넘어

누구나 함께 할 때 제대로 된 정치가 된다는 사실을

꾸준히 상기시켜주는 책이다.

 

 

p.59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왕도 있어.

백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더 강하고 부유한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한 왕이 분명히 있지.

하지만 백성을 위한 왕은 있어도

백성을 나라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거나

백성 스스로 나라를 다스려갸 한다고

생각한 왕은 없는 거야.

나라는 왕의 것이라고 믿었지.

왕이 보기에 백성은,

무지해서 스스로 다스릴 수 없어서

왕의 다스림을 받아야 하는 사람일 뿐이었단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이 계신다.

그때가 좋았다고들 말씀하신다.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새마을 운동'이니 '독일 광부, 간호사 지원'이니

그런 것들을 했더니 살기 좋아졌다고,

지금보다는 낫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무서운 말이다.

시키는 대로 살고, 하라는 대로 살면서,

감사하고 만족하는 것이 좋은 주인을 만난 노예와 무엇이 다를까.

 

 

p.76

권리는 하루앛핌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가 손에 취어주는 것도 아니야.

자기의 권리는 스스로 찾고, 지켜가야 하는 거야.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 역시 마찬가지야.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도 독재자를 몰아내고

진정한 국민의 권리를 찾으려고

오랜 시간 피 흘리며 노력했단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자유는

앞선 세대가 노력한 결과야.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는

지금도 국민의 관심과 노력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내가 누리는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

'나'를 돌보지 않았던 이들이 있기에

'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p.122

이전에는 장사 씨가 결정하는 대로만 따라서

마을 사람들끼리는 서로 싸울 일이 없었어.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사실 참 어려운 일이란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억울한 일을 겪을 수도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지.

하지만 그런 고민이야말로

우리를 '자신의 주인'이 되게 만들어 주는 거야.

조금 귀찮고 실수할 때도 있겠지만,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결정하는 자유야말로

오랜 시간 사람들이 힘들게 지켜온 가치란다.

 

 

고등학교 때 처음 들은 단어, '노예 근성'.

너무나 충격적인 표현이었다.

때려야 말을 듣는 우리에게

국사 선생님께서 그렇게 표현하셨다.

자신의 생각은 없고,

시키는 일도 겨우 해내며,

그마저도 때려야 조금은 더 나은 결과를 보는 삶.

수동적이고, 염세적인 삶.

아무리 귀찮아도

내 삶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p.191

'너희는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질 필요 없어. 공부만 해.'

이렇게 말하는 어른도 있겠지.

하지만 어른이 된다고 저절로 민주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어릴 때부터 주변의 일에 관심을 품고,

내 의견을 밝히며 참여하는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민주 시민이 되는 거란다.

 

 

이런 저런 시사에 관심이 많았다.

나름 생각하고 고민해서 이야기를 하면,

늘 아빠에게 핀잔을 들었다.

어려서 알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못하게 했던 것도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과

내 아이들의 현재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던 책이다.

쉽게 접근하도록 구성되어 있고,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많지만,

'정치'라는 단어 하나에 손을 대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 어른들이 노력을 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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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 | 읽고 쓰는 즐거움 2019-07-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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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릎 딱지 + 수영 팬티 세트

샤를로트 문드리크 글/올리비에 탈레크 그림/이경혜,김영신 역
한울림어린이 | 2019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빠를 위로하려는 아이, 가족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용기를 내는 아이. 매 순간 그들의 성장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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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문드리크 작가의 첫번째 성장이야기, 무릎딱지.

이 책은 표지부터 속지,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온통 강렬한 붉은색이다.

9살 둘째와 읽으면서 왜 이렇게 빨갛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어린 아이가 넘어져서 까진 무릎에 붉은 피가 고인 것을 덤덤히 바라보고 있다.

 

 

 

붉은 속표지.

 

 

 

온통 붉은 방에서 첫 문장이 시작된다.

엄마가 오늘 아침에 죽었다.

 

 

아이는 엄마 목소리가 아플 때 들린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러다 어느날, 달리다가 넘저여서 무릎이 까졌다.

아팠지만,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도 위로하고, 엄마도 잊지 않아야 하고,

스스로의 아픔도 해결해야하는 어린 아이.

책 속의 아이는 정말 어른스럽다.

펑펑 울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어른스럽다.

 

처음엔 작가가 왜 이렇게 아이를 어른스럽게 설정했을까

의아했다.

하지만, 함께 책을 읽고 있는 둘째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그렇다.

물론 24시간 온전히 철든 어른이지는 않지만,

순간순간 그들은 어른보다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어른보다 끈끈한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 집중했던 것이 아닐까.

 

감당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

매순간 자신의 선택을 옳을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아이들의 모습.

고맙고, 사랑스럽다.

 

 

------------***------------

 

 

 샤를로트 문드리크의 신작, 수영 팬티.

여름과 어울리는 시원스런 표지에 눈이 밝아진다.

 

 

표지에서 아이는 수영복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무릎 딱지와는 대조적으로 밝은 노랑으로 속표지가 등장한다.

아마 수영 팬티의 색을 나타낸 듯하다.

 

 

9살 미셸은 생애 최악의 여름 방학을 보내기 위해

할아버지 댁으로 간다.

한없이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이다.

 

 

미셸 집안에는 9살 의식이 있다.

3미터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기.

미셸은 짓궂은 사촌 형들 앞에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엄마가 형의 수영 팬티를 싸주고, 할머니가 바느질로 대충 모양을 갖춰

미셸의 수영복은 기저귀처럼 되어 버렸다.

부끄러움, 두려움이 뒤죽박죽 섞여버린 미셸의 복잡한 심경.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지만....

형들에게 놀림받고 싶지 않지만....

아..... 어떡해!!!!!!!!

그러나 미셸은 말한다.

"지금 나는 다이빙대 위에 있고,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 

 

 

미셸은 멋지게 다이빙에 성공한다.

표지에서처럼 수영복을 꼭 붙잡았지만,

결국 저렇게 벗겨지고 만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한없이 편안하다.

 

어떻게 뛰어 내렸을까?

9살 아이가 정말 용기를 냈다는 이유가 전부일까?

책 속에는 숨은 이야기가 많다.

아이들과 함께 이 여름 꼭 읽어볼만한 이야기, 수영 팬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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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것들. | 읽고 쓰는 즐거움 2019-05-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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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년이 온다

한강 저
창비 | 2014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불편하고 어려운 게 진실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하다. 한발 한발 내딛게 할 양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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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소재다.

이 책은..... 당시 피 흘린 수많은 이들, 여전히 살아남은 이들이 주인공이다.

이 책은..... 말해야 하는 진실, 하지만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이 책은..... 너무나 불편한 역사를 기필코 마주하는 용기를 갈구한다.

 

 

소설 속에서, '내'가 살았던 집에 살던 소년은 그해 여름을 나와 함께 건너지 못하고 생을 달리한다. 그리고 그 소년의 주변에 붙어있던 많은 삶과 죽음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펼쳐 놓는다. 실제 생존자들을 만나고, 남겨진 자료들을 뒤져가며 작가는 보여주고자 했다. 그들은 희생자가 아니라는 것을.

 

 

p.17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끈으로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박정희 대통령 사망 후 혼란한 틈을 타 전두환과 노태우는 신군부 세력을 앞세워 나라를 장악하려 한다.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화운동이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 1980년 5월 초 전남대와 조선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국 성토대회가 매일 열리게 된다. 5월 14일 학생들로 시작된 시위는 16일까지 이어진다. 5월 17일 오후 7시 공수부대 투입 명령이 떨어진다. 그리고 피의, 피눈물의 민주화 항쟁이 시작된다.

그들이 보는 신군부 세력은 '국가'를 의미하지 않았다. '부당한 세력'에 맞서고,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진짜 국가였다. 그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죽은 이들의 관에 태극기를 덮은 것은 그들이 곧 국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p.77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뜨거운 면도날로 가슴에 새겨놓은 것 같은 그 문장을 생각하며 그녀는 회벽에 붙은 대통령 사진을 올려다본다.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속을 알 수 없는 가장 위험한 동물이 인간이다. 그들에게 숨겨진 것은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장 무서운 것이 인간이다.

 

 

p.95

군중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모두에게 있는 것. 나도 모르게 손끝과 발끝에 채워지는 것. 그것은 사랑이기도 하고 살의이기도 하다. 어떤 군중 속에 있느냐에 따라 발현되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p.114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p.116

그날 도청에 남은 어린 친구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 양심의 보석을 죽음과 맞바꿔도 좋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총을 메고 창 아래 웅크려앉아 배가 고프다고 말하던 아이들, 소회의실에 남은 카스텔라와 환자를 얼른 가져와 먹어도 되느냐고 묻던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서 뭘 알고 그런 선택을 했겠습니까?

 

양심, 현실, 공포, 용기, 충동, 결의..... 어느 것 하나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선택은 그저 그 순간의 감정의 이끌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을 숭고하다 말해야 한다. 타인의 죽음 앞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이들은 숭고하다.

 

 

 

p.175

하지만 동시에 당신은 안다. 그해 봄과 같은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 피구 시합에서, 날쌔게 피하기만 하다 결국 혼자 남으면 맞서서 공을 받아안아야 하는 순간이 왔던 것처럼. 버스에서 터져 나오는 여자애들의 쨍쨍한 노리에 이끌려 광장으로, 총을 든 군대가 지키는 광장으로 걸었던 것처럼. 끝까지 남겠다고 가만히 손을 들었던 마지막 밤처럼. 희생자가 되어선 안돼,라고 성희 언니는 말했다. 우리들을 희생자라고 부르도록 놔둬선 안돼.

 

 

6장부터는 울음을 삼키며 읽어야 했다. 희생자가 아닌 그들을 그러나 희생이 되고만 그들을 곱씹으며 되새기며 저릿저릿하게 가슴 한편에 구겨 넣으며 나는 읽어야 했다.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봐서 오롯이 내 온몸에 남겨두려고 노력했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흔적이 되게 하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련 동화책들이 많이 나왔다.

박수정 언니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조금은 가볍게 다가가기에 좋았다.

이 중 '오늘은 5월 18일'은 시민군에 가담한 누나를 잃은 남자아이가 일기를 쓴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초2인 둘째가 보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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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배신하지 않는 백희나의 따뜻함. | 읽고 쓰는 즐거움 2019-04-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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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개다

백희나 글그림
책읽는곰 | 2019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뜨거운 사랑이 아니어도, 그저 따뜻한 온기 만으로도 우리는 우리를 살아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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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희나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

2017년 출판된 '알사탕'의 프리퀄, 나는 개다.

 

 

등장인물 

 

 

구슬이, 아부지, 할머니, 동동이.

 

 

슈퍼집 방울이네 넷째로 태어나

 동동이네 집으로 오게 된 구슬이.

그때부터 동동이네는 가족이 넷이 된다.

 

 

아침이면,

구슬이를 제외한 가족들은 바쁘다.

아부지도 나가고,

동동이도 나가고,

믿었던 할머니마저 외출 준비를...

 

 

함께 나가고 싶어서 열심히 꼬리를 흔들어보지만

실패다.

 

홀로 남겨진 구슬이는...

.

.

.

기다린다.

 

 

이 부분에서 가슴이 찡해진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겐

작은 글씨 하나하나들이 촘촘히 가슴에 박힐 듯하다.

하염없이 많은 소리들로 시간을 채워가는 구슬이.

 

드디어 해방의 시간이 왔다!

 

 

산책이다! 이 한 마디뿐이지만,

펼쳐진 화면에서부터 구슬이의

흥분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동동이와 만난 구슬이.

나약해빠진 다섯 살 인간을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불타오른다.

 

 

함께 신나게 놀아주고(그냥 논 것 같지만)

함께 뻗어버린 사랑스러운 둘.

이렇게 오늘도 무사히 끝날 것 같았는데...

구슬이는 잠결에 자기도 모르게 실례를 해버린다.

 

 

화산처럼 화가 폭발한 아부지.

결국 구슬이는 동동이의 침대에서 쫓겨나

베란다 타일 바닥에서 잠을 청한다.

 

그래서

아주 작은 소리로 혼자 울었다.

 

 

 

혼자가 되어버린 구슬이의 밤은

이대로 슬픔에 묻혀 끝나고 말까?

 

 

기대와 걱정을 안고

다음 장을 넘기게 되면

우리는 또 다른 색깔의 눈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절대 배신하지 않는

백희나만의 온기 가득한 이야기.

'나는 개다.'

 

 

 

----*----

 

알사탕은 이다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알사탕에서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사라지고 없다.

바로 할머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책에도 다음 책에도

동동이네는 엄마가 없다.

알사탕으로 여러 사람의 속마음을 듣지만

그중에도 엄마는 없다.

 

신기한 것은 두 딸 중 누구도

동동이네에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인지

그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은 물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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