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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의 초상 | 예술 2018-03-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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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흐테르

브뤼노 몽생종 저/이세욱 역
정원출판사 | 2005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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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자면 오래 전에 읽었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의 한글 본이 막 발간되어 나온 그 시점에 읽어냈어야 했을 책이었다는 의미이다. 이 책이 나오기 이전의 십 수년 간 수도 없이 리흐테르의 이름을 들었고 그의 이름이 박힌 음반을 들었다. 리흐테르에 대한 궁금증도 참 많았다. 하지만 책 읽기를 미루어왔다. 왠지 읽고 나면 리흐테르 본인과 그가 평가하는 작품, 연주자 등에 대해 편견이 쌓일지도 모른다는 걱정 탓에 내내 읽기를 주저했다. 나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리흐테르의 의견을 복사해서 얘기하게 될 까봐 걱정스러웠다. 지금쯤이면 아무리 대가가 하는 이야기라도 나 스스로 중심을 잡고 들을 수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이 책은 글을 쓴 몽생종이 스스로 얘기하듯 어떤 점에서 보더라도 (리흐테르의) 전기가 아니다(p. 35). 그냥 리흐테르가 하는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실제로 듣는 느낌을 준다고 하는 게 더 타당한 설명이 되리라.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그 첫 번째는 리흐테르가 몽생종에게 들려준 이야기, 대화에 기초한 회고담이다. (책의 부제가 회고담과 음악수첩임을 참조) 제목은 리흐테르 자신이 말하는 리흐테르’. 리흐테르 자신의 어린 시절과 음악을 배우던 시기, 2차 세계대전을 겪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어머니와의 헤어짐과 재회를 포함한), 자신과 교류했던 음악가 및 음악 관련 인사들에 대한 평가 등을 들을 수 있다. 리흐테르가 타고난 천재적 능력을 엿볼 수 있고 자신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까칠함과 독특함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음악가들에 대한 그의 평을 통해 해당 음악가가 만든 음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힌트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몽생종이 리흐테르와의 대화로 얻은 정보는 연대기적 관점에서 볼 때 1960년대 말을 넘어서지 못한다(p. 38).

 이 시점 이후의 내용은 리흐테르가 남긴 수첩(=비망록, 음악수첩)에 근거하여 구성된다. 이 수첩이 두 번째 부분을 담당한다. 이 수첩의 제목은 음악에 관하여이다. 리흐테르가 직접 붙인 제목이다. 녹음을 통해서건 실제 관람을 통해서건 본인이 들었던 음악에 대해 평을 하고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는데 날짜, 그 날짜의 이슈, 작곡자와 곡의 이름, 연주자 등을 적시해서 정보를 전달한다. 대부분 신랄하다고 표현할 만큼 칼 같은 평가가 많다. 그가 연주회에 굉장히 많이 다녔고 다른 사람과 자신의 녹음도 굉장히 많이 들었음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오페라를 무척 좋아했다. 본인의 실제 연주회에 대한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가끔 잘못된 정보가 올라있는데 오류 내용을 알려주는 글이 첨부되어있으므로 확인하여야 한다. 1970 12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바흐의 칸타타 BWB 51의 녹음을 듣는 게 처음 내용이고 1995 11 11일에 자신과 올레크 카간이 연주한 힌데미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녹음을 듣고 내린 감상평이 마지막이다. 25년에 걸친 긴 내용이다. 1994 4월에 서울에 있으면서 정명훈이 지휘한 곡을 실제 듣고 내린 평가도 포함되어있다. 이때 리흐테르는 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주를 했는데 회사에서 밤샘을 밥 먹듯 하던 때라 가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음반을 통해서가 아니라 리흐테르의 실제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음이 무척 쓰리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이제는 정말로 리흐테르의 연주는 음반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리흐테르를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피아노 음악을 듣는다면 그를 피해갈 수는 없을 테다. 가급적이면 그가 남긴 유산을 즐기시기 바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적어도 그가 연주한 슈베르트와 슈만과 하이든은 찾아서 들어보실 것을 추천 드린다.

 

나로서는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내용은 별 다섯 개, 본문 중에 곡명이나 연주자 명 에러가 보여서 편집/구성에 별 네 개를 준다.

 

 

P.S.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주자인 Anatoly Vedernikov 아나톨리 베데르니코프에 대한 얘기가 종종 나와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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