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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과 설레임으로 다시 만난 "거꾸로 읽는 세계사" | 한권한권 소중한 책들 - 마이리뷰 2021-10-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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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저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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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건 정확하진 않지만 90년 대 중반이었으니 읽는 지 벌써 25년이 넘어섰다. 유시민 작가의 책은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1992)”을 제일 처음 만나고, 이 책이 두 번째 책 - 책 발간순서는 이 책이 먼저(1988)이다 - 이었다. 이후 출간된 작가의 책들은 거의 빠짐없이 읽었고, 어떤 책들은 여러번 재독까지 했었는데, 이 책 만큼은 다시 만나볼 기회가 없었다. 당시 서점에서 샀던 이 책은 세월이 흐르면서 일치감치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이 책에서 다룬 역사적 사건들은 다른 세계사 책들에서 여러번 다시 만났을 뿐 더러 작가의 다른 책들을 계속해서 만나다 보니, 이 책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어느 방송에선가 작가가 이 책의 소용이 다해서 절판한다라는 얘기- 구체적으로 어느 방송이었는지, 또 정확한 멘트는 기억나지 않지만 - 를 듣고나서였다. 그때 심정은 그동안 작가의 여러 책들을 만나오면서 왜 이 책을 다시 떠올리지 않았었는지, 이제는 읽고 싶어도 다시 읽을 수 없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33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이 책은 이 책을 읽을 당시의 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과 이제는 훌쩍 어른이 된 그 친구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설레임”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서문 “오래된 책을 다시 펴내며”에서 이 책을 다시 쓴 이유로 먼저 재출간 요청 문의와 이어지는 공공도서관 대출, 온라인 헌책방 거래 등의 “시장의 수요”를 들었다. 아마도 나처럼 절판 소식이 아쉬웠던 독자들이 꽤나 작가를 괴롭혔나 보다. 두 번째 이유로는 34년 전 보다 나은 보고서를 다시 제출하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을 들면서, 지난 34년을 겪어오면서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초판을 출간할 당시에는 문장이 거칠었고 시선은 공격적이었으며, 논증없는 주장도 적잖았었고 - 1995년 개정판에서 많이 바로잡았다고 한다-, 자료 자체가 부족 - 검열, 통제에 소지 자체조차 불법이었던 시기 - 했었으며, 교과서와 언론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그린 그림을 바로잡으려다 보니 반대편으로 치우친 면이 있었다고 말하며, 34년 만에 말 그대로 “다시 썼다”할 정도로 그대로 둔 문장은 하나도 없이 정보량을 늘렸고, 해석을 더러 바꿨으며, 각주를 꼼꼼하게 달아서 다시 펴냈다고 한다. 단지 “초로의 남자”가 됐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물리적 실체와 생물학전 본성에 관해 더 많이 알게”된 그가 34년간 이어온 연구와 저작의 결과가 이 책에 오롯이 투영되어 있다는 자기 고백일 것이다. 이 책을 다시 펴낸 진정한 이유는 두 번째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본문에 들어가면 20세기 개막을 알린 “드레퓌스 사건”에서 20세기 폐막을 알린 “독일 통일과 소련해제”까지 20세기를 관통하는 굵직굵직한 11가지 사건들을 소개하고, “에필로그: 알 수 없는 미래”로 마무리한다. 이전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11가지 사건들에 대해서 이번 개정판에서 얼마나 고쳐 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여러 책들에서 만났던 익숙한 이야기들이라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게 있어 이 책의 백미는 “달라진 세상을 대하는 소회”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20세기 -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시기이도 하다 - 는 태양 아래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은 ‘역사의 시간“을 체감하기에 좋은 100년 이었으며, 그 예로 ”제국’, “제국주의”, “사회주의혁명운동”의 소멸과 교통의 발달로 인한 공간의 압축, 빛의 속도로 국경을 넘나드는 “정보와 자본”을 든다. 그러나 영원하진 않아도 지극히 바꾸기 어려운 것은 있는데, '역사의 시간‘에서 단연 압도적인 위력을 보인 “부족본능”으로 “피아”를 구분해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갈라놓는 부족본능의 표현 형식은 ‘국민국가(naton state)'이며 이 부족본능 때문에 ’핵무기‘와 ’기후변화‘등 인류가 공동행동을 해야만 해결가능한 지구적 위기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물론 부족본능에 대한 성찰의 산물인 ’유럽연합‘의 사례를 보면 희망이 아주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지적 재능보다 부족 본능의 힘이 더 센 사례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코소보에서 벌어진 “인종청소”, “9·11 테러”와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전쟁, 팔레스타인 비극 등의 예를 들며 부족본능과의 싸움의 전망은 밝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20세기 가장 큰 혁명적 사건으로 “범용 디지털 컴퓨터의 발명”을 선정하며 혁명을 시작한 사람은 “엘런 튜링”이었으며, 그의 아이디어를 이어받아 전세계에 불어닥친 “컴퓨터 혁명”, “네트워크 혁명”, 그리고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까지 이르게 되는 “디지털 혁명”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100년 후의 문명사는 어떨까? 핵전쟁에 따른 역사의 종말, 기후위기에 따른 인류의 종말, 모든 위험을 극복하고 과학혁명의 혜택으로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세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인류에게 가장 행복한 세 번째 길을 가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리라는 확신이 없다고 말하고는 유발 하라리가 말한 신이 되려는 호모사피언스를 언급하면서 책임의식이 없는 신과 어느 정도 책임의식이 있는 신이 될 수 도 있지만 “어떤 경우든 우리가 아는 “역사의 시간”은 머지 않아 끝난다. 논리적으로는!“으로 책을 끝맺는다. 작가의 시각이 20세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21세기, 나아가 100년 후로 확장된다고 볼 수 있는데, 짧은 분량의 에필로그로 끝내지 말고 좀 더 많은 분량의 별도 장으로 할애해서 서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작가가 꼽은 20세기의 11가지 사건을 통해 우리가 겪어온 지난 100년을 관통하는 시대의 흐름과 변천사를 알게 될 것이고, 나처럼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이야기는 익숙하겠지만 33년 동안 쌓아온 작가의 “내공”이 얼마나 단단하고 깊은 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설레이는”새 책도 좋지만, 읽은 지 오래되어 가물가물하지만 읽었을 때를 떠올리며 다시 한글자 한글자 새겨 읽는 “그리운” 책을 다시 읽는 재미와 감동도 꽤나 좋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최근에 읽은 “황석영”의 “장길산” - 이 책도 근 30여 년 만에 다시 읽었다 -과 이번에 읽은 이 책이 바로 그 예다. 나에게는 “그리움”과 함께 완전히 새롭게 고쳐써서 새 책을 읽은 “설레임”까지 같이 맛볼 수 있었던 즐거운 책읽기였다.

 

( 이 글은 "돌베개"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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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표지와 스티븐 킹의 찬사에 괜한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부담없이 읽어볼 만한 추리소설 | 한권한권 소중한 책들 - 마이리뷰 2013-03-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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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저/김송현정 역
검은숲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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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서 손에 마리오네트(인형)을 조종하는 장치를 치켜 들고 째려보듯이 쳐다보는 수염 덥수룩한 남자의 모습이 마치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인형처럼 쥐락펴락하겠다는 도발처럼 느껴진다. 영국에서 가장 있기 있는 범죄소설, 역사소설 작가라는 “로버트 고다드”의 <끝까지 연기하라(원제 Play To The End/검은숲/2013년 1월)>은 이처럼 표지 그림부터 한 수 먹고 들어간다. 처음 만나는 작가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한지 책을 받아들고서도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표지 그림과 책날개 작가 소개글, 뒷 표지 책소개글부터 먼저 꼼꼼히 읽어 본다. 한물 간 배우가 휘말리는 범죄사건 이야기라니 스토리도 제법 신선하고 흥미로울 것 같다. 책을 듬성듬성 펼쳐보니 분량은 만만치 않지만 활자 크기와 줄간 간격이 눈에 편해 그다지 부담 없을 분량인 것 같다.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찬찬히 살펴본 후에야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서듯이 나는 이 책을 한참을 살펴본 후에야 펼쳐 들 수 있었다. 

 

한 때는 유명 배우였지만 이제는 한물 간 퇴물 배우 신세가 된 “토비 플러드”는 일주일 남은 순회 공연을 마무리하기 위해 영국 남부의 휴양도시 브라이턴에 도착한다. 그런데 별거중인 아내 제니에게서 뜻밖의 연락을 받는다.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이상한 남자가 하나 있는데, 아무래도 토비의 팬 같으니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둘은 이혼을 앞두고 있던 터이지만 제니와의 이혼이 못내 아쉬운 토니는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날 그 남자를 만나고, 문제의 남자는 제니 주변을 맴돈 것을 순순히 시인하고 정중한 사과를 해온다. 별거한 아내 스토킹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된 듯 싶었는데, 이런 이 남자, 토비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은 것처럼 다시 제니의 주변을 배회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에게 제니를 내버려두겠다고 약속할 때, 퍽 진실되게 들렸건만 이렇게 약속을 저버리다니, 생각보다 두배는 괴벽스러운 인간인 듯 하다고 생각하던 토니에게 그 남자에게서 볼펜으로 또박또박 작은 필체로 적은 편지가 배달되어 온다. 당신을 속인 일은 죄송하지만 토니에게 밝혀야 할 진실이 있으니 오늘 저녁 8시에 만나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가 만나기로 요구한 오늘 저녁 8시는 7시 45분부터 저녁 공연이 있는 시간이 아닌가. “이 기회를 무시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편지 말미의 협박성 문구가 영 맘에 걸린 토비는 동료 배우에게 대역을 부탁하고 약속 장소에 나간다. 토비에게 있어 가장 특별하면서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주일이 이 만남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막이 올라가게 된다.  

 

앞서 소개한 표지 그림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스티븐 킹마저 두렵게 한 작가”라는 출판사 홍보글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분들도 꽤나 있었을 듯 싶다. 책은 전반적으로 재미있다. 평범한 연극 배우가 자신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범죄에 휘말리고, 사건의 전말을 한눈에 꿰뚫는 천재형 명탐정이나 범죄자들과 멋진 액션 활극을 벌이는 수사관이 아닌 이상 영문도 모르고 음모에 휩쓸려 가는 이 퇴물 배우의 아슬아슬한 행적은 절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뒷 페이지가 절로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긴장감있게 그려진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짜릿한 반전과 함께 모든 궁금증이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볼 수 있으니 이만하면 추리소설로써는 합격점을 줘도 좋을 만큼 재미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스릴과 재미가 과연 스티븐 킹이 극찬을 할 만한 수준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평범”하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면 실제 극작가의 흥미로운 생애와 한물간 연극배우, 그리고 휴양도시 브라이턴의 문화적 지형적 특성을 교묘하게 연결하는, 허구와 사실의 교묘한 이음매의 탁월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영국 독자들이나 그 탁월함을 이해할 뿐 실재한다는 극작가가 누군지도 모를뿐더러 휴양도시 브라이턴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나에게는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탁월함인 셈이다.  

 

재미는 있지만 나에게는 그저 “평범”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재미 정도만 느껴볼 수 있었던 추리소설이었다. 아니면 “여타 스릴러와는 달리 뭉근하게 끓어오르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주는”영국 스릴러 소설의 참 맛을 느끼기에는 아직 견문이 넓지 못했던 탓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인상적인 표지 그림이나 요란스러운 스티븐 킹의 찬사에 괜한 기대만 가지지만 않는다면 킬링타임용으로는 딱 제격인 부담없는 추리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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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불편하지만 도전해보고픈 오기가 생기는 작가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 소설 | 한권한권 소중한 책들 - 마이리뷰 2013-03-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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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트 에코 저/이세욱 역
열린책들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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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세계적인 기호학(記號學)자이자 철학자, 사상가, 역사학자, 미학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등등 이름 앞에 꽤 많은 수식어가 붙는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숀 코네리”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장미의 이름>이었다. 중세 유럽 수도원(修道院)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시대적인 설정과 배경이 낯설고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나를 절망케 한 소설은 바로 <푸코의 진자>였다. “음모론(陰謀論)”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을 읽은 많은 분들이 난해하고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던 소설이었는데 음모론에 대해서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소재인지라 많은 분들의 충고(?)를 무시한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첫 번째 권(총 3권 분량)의 절반도 채 읽지 못하고 그만 좌절에 빠져 버렸다. 음모론 총 집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백과사전식으로 쭉 나열된 것에 그만 질려버리고 만 것이다. 처음에는 한 글자 한 글자 집중해서 읽고, 몇 몇 내용은 메모까지 하면서 읽었지만 어느새 전혀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책을 그냥 덮어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누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괜한 오기로 책을 계속 붙들고 있었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마치 천근이라도 되는 냥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 결국 다른 책 보다 족히 열 배는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서야 책 읽기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그의 방대한 지식에 여러번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는 했지만 마지막 감상은 결국 “곤욕”과 “절망”, 이 두 단어로 요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움베르토 에코”란 이름은 눈길은 가지만 결코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버렸다. 이런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까? 그의 신작인 <프라하의 묘지(원제 IL CIMITERO DI PRAGA/열린책들/2013년 1월)>을 받고서 한참을 팽개쳐 둔 이유가. 그러나 기한 내 “읽어야” 할 책이기에 결국 무겁고 꺼려지기만 책장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맛있는 음식뿐인 “시모네 시모니니”. 누구를 증오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뜸 유대인들이라는 말이 나오려고 할 정도로 유대인을 가장 증오하지만 사실은 독일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예수회, 프리메이슨, 여자 등 세상 모든 것을 증오하는 예순 일곱의 남자이다. 어느날 갑자기 많은 것들이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자신의 과거를 유추해내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1830년 자신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시작한 일기가 하루하루 계속되면서 그의 추악했던 과거의 삶이 하나씩 둘씩 베일을 벗게 된다. 일기의 회상(回想)이 최근의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마침내 그는 자신을 기억상실에 빠뜨린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줄거리를 요약해보니 간단한 것 같지만 줄거리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이 책은 작가가 이런 독자들의 고충(?)을 이해했는지 2권 말미의 작가 후기(“작가 후기 또는 학술적 사족”)에 각 장(章)별로 플롯과 스토리를 도표(圖表) 형식으로 정리해 놓았다. 나도 작가가 말하는 “주인공의 출생부터 그의 일기가 끝나기까지 사건들의 선형적인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P.760)" 중의 하나인지라 읽는 동안 줄거리의 맥을 놓치거나 혼란스러울 때면 이 도표를 펼쳐 보며 이야기 흐름을 다시금 이해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이렇게 작가가 베푼 친절에 의지해야만 스토리를 이해하다니 친절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자존심이 상해 버린, 결국 속좁은 독자였음을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주인공인 시모네의 과거가 일기 형식을 통해 하나씩 둘씩 베일을 벗어가며 진실에 접근해나가는 미스터리적인 구성, 드레퓌스 대위, 프로이트. 알렉상드르 뒤마 등 역사적 유명 인물들, 그리고 가장 유명한 음모론(陰謀論)이라 일컬어지는 ”시온의정서“등이 어우러지는 실재와 허구를 구별하기 어려운 구성, 19세기 시대상을 치밀하게 고증해낸 점 등등 흥미롭고 재미있는 점들이 많은 책 임은 분명하지만 도입부부터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작가의 방대한 지식의 끊임없는 나열들, 화자, 시모네, 피콜라 신부, 세 명의 시점이 교차되는 전개 - 여기에도 작가의 친절이 등장하는데 세 목소리를 각기 다른 활자체로 나타내는 방식을 취해 우리말 번역본에도 활자를 다르게 구성하고 있다 - , 그리고 19세기 중·후반 유럽의 시대와 사회상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생소하고 낯설기만 한 배경 설정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는 점 등 때문에 이 책 또한 읽는 내내 곤욕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전작들과 비교해보자면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오는 ”움베르코 에코“ 스타일의 지식의 항연은 <푸코의 진자>보다 덜하지만 장르적 재미는 <장미의 이름>보다 못한, 두 책 중간 어디쯤 위치한다고 할 수 있을까?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움베르토 에코”는 역시나 어렵고 나를 곤욕스럽게 하는구나 하는, 그러나 다 읽고 나면 이 어렵고 난해하기만 한 책을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마쳤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뿌듯함이 들게 한 소설이었다. 움베르토 에코, 이름만 들어도 불편한, 그러나 괜히 오기가 생기게 되는 작가로 앞으로도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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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창출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직답이 되어 줄 수 있는 책 | 한권한권 소중한 책들 - 마이리뷰 2013-03-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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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엇이 우리의 성과를 방해하는가

토니 슈워츠 등저/박세연 역
리더스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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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민꺼리는 역시 “성과 창출” 일 것이다. 팀장 보직을 맡고 있다 보니 연초에 세운 팀 목표의 진행사항을 수시로 체크하고 팀 구성원들이 기한내 목표 달성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때로는 질책도 해보지만 늘 마음 먹은 대로 이뤄지지는 않아 고민이다. 보다 효율적이고 자발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성과관리 책들을 구입해서 읽어보곤 했지만 몇몇 특수한 경우의 대기업들 벤치마킹 서적들이거나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현 불가능한 “좋은” 말들만 써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성과부진의 직접적인 원인들과 극복방법을 차근차근 짚어간 책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비로소 내 고민에 대한 직답을 담은 책을 만났다. “토니 슈워츠”의 <무엇이 우리의 성과를 방해하는가>가 바로 그 책이다.  

 

작가는 서문인 “들어가며”에서 먼저 성과를 갉아먹는 네가지 욕구불만, 즉 “휴식과 재충전”, “인정과 관계”, “몰입”, “일의 가치”에 대한 욕구불만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문제는 그동안 많은 기업이 이 네가지 욕구에 주목하지 않아 왔고, 이러한 기본적인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원들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업무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라 할 수 있겠다.  

 

본문에 들어가면 서두에서 언급한 네 가지 욕구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중 우리가 직장생활하면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질문과 고민들 몇가지만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1) 휴식 없이 일에만 매달리면 성과가 창출될까?

  

유명 CEO들의 자서전을 보면 1년 365일 내내 일에 매달려 살아온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글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아직도 일부 상사들은 부하직원이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즉 회사에 오래 머물러 있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제법 있다. 작가는 이런 휴식없이 일에만 매달리는 업무 습관이 오히려 신체적인 리듬을 망가뜨려서 성과 창출을 방해한다며 재충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재충전은 적극적인 형태와 수동적인 형태의 휴식을 번갈아 취할 때 가장 높게 나타난다면서 수면 시간 늘리기, 90분 생체주기에 따라 일하기, 낮잠과 휴가, 운동, 그릇된 식습관의 개선 등이 신체 리듬을 강화하여 더 높은 성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따라서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기존의 평가방식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조하느냐에 기준을 두고 직원들을 평가해야 하고, 직원들의 업무 능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사무실마다 있는 파티션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이 대목은 “몰입에 대한 욕구”를 설명하는 장에서 나오는데 그중 대부분 회사의 사무실을 가보면 볼 수 있는 파티션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만 언급해보자. 파티션 형태의 사무공간 개념은 직장인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195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방식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실제로 완전히 개방된 공간보다 파티션 환경에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더 어려워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한다. 즉 파티션 환경은 프라이버시와 인간관계 둘을 놓치게 하는 최악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공간은 구성원들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공간, 즉 집중력이 필요할 때는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브레인스토밍 같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좀 더 편안하고 비공식적인 느낌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3) 성과보상은 금전적인 보상이 최고일까?

  

아마도 많은 경영자들이 직원들에게는 “금전적인 보상”이 최고이며, 직원들 또한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금전”을 일 순위로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작가도 금전적인 보상의 효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말한 욕구 단계의 최상위 단계인 “일의 가치에 대한 욕구”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참여하는 과정으로 업무, 나아가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는 하지만 사람이 직업을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계수단”이 아니라 “자아실현”이라는 어릴적 도덕 교과 시간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그런 말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이처럼 성과 창출의 방법을 인간의 욕구 단계와 매칭시켜 해석하고 그 해결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런데 이런 류의 시도는 이 책이 처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최근 경제학의 신조류라 할 수 있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서 심리학의 유명한 이론인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 - 인간의 욕구를 다섯계의 단계, 즉 맨 하위의 생리적 욕구에서 단계별로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그리고 최상위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로 배열하여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 - 을 응용하는 시도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과 구성원의 ”성과 창출“에 포커스를 맞춰 경영혁신을 이끌어내는 시도 만큼은 충분히 독창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아직도 ”성과제일주의“을 맹신하고 구성원들에게 성과만을 강요하는 많은 경영자들에게 회사 구성원들의 욕구와 바람을 다시금 살펴보고 보다 근원적인 성과 창출의 해법을 얻을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는 책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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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는 작가라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 | 한권한권 소중한 책들 - 마이리뷰 2013-02-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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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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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국내에서 꽤나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 일본 작가 두명의 소설을 연이어 만났다. 한 권은 일본소설을 읽은 분들이라면 낯설지 않을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었고, 다른 한 권은 일본 추리소설 작가들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원제 ナミヤ雜貨店の奇蹟 /현대문학/2012년 12월)>이었다. 추리소설 마니아를 자청하고 있다 보니 국내에 번역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 작품 - 인기답게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작품이 언뜻 헤아려 봐도 수십 권은 족히 넘는다 - 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많이 읽어봤었고, 그의 신간(新刊) 소식이 들릴 때면 늘 눈여겨 봐왔던 터라 이 책 또한 기대하고 있던 책이었고, 다 읽고 난 지금 역시 내 기대는 그르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얼치기 삼인조 도둑인 쇼타, 아쓰야, 고헤이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30 여 년간 버려져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다. 하룻밤 잠시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피신(避身)항 요량이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셔터의 우편함에 밀어 넣는다. 오래전부터 비어 있는 이 곳에 편지라니. 혹 경찰차가 둘러 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밖을 내다보지만 바깥은 깜깜할 뿐이었고, 조금은 안심한 마음에 편지를 열어보는데, 자신을 "달 토끼“라고 밝히는 여자가 중병에 걸린 남자친구에 대한 고민을 상담해오는 기묘한 편지였다. 세 명에게는 참 뜬금없는 편지였지만 가게에서 발견한 오래된 주간지에서 원래 나미야 잡화점이 고민을 상담하고 해결해주는 것으로 유명했다는 기사를 발견한다. 셋은 장난반 진심반으로 편지에 대한 답장을 써서 편지함에 넣는데 바로 답장이 날라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우연찮게 시작한 고민상담은 한 통에 그치지 않고 답장도 이어지면서 하룻밤 내내 이어지고 세 사람은 시공간을 초월한 이 낡은 잡화점에서 ”기적(奇蹟)“을 경험하게 된다.

 

책은 이처럼 고민상담의뢰와 답신, 그리고 관련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형식으로 다섯 명의 사연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 개 사연 하나하나를 소개할 수 는 없지만 각각의 사연들은 때로는 가슴 먹먹해지고 때로는 가슴에 훈훈한 느낌을 절로 불러일으키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다. 특히 과거의 인물들이 편지를 보내고 현재의 3인의 도둑들이 이를 답장해주는,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적인 구성이 제법 기발했고,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무관심하고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들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라는 생각에서 결점투성이의 젊은이들을 등장시켰다는 작가의 말처럼 어리숙하고 모자란 도둑 3인방이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서서히 변화해가는 과정 또한 절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자기계발서적들처럼 작위(作爲)적인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는 어떨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하나둘씩 밝혀지는 나미야 잡화점에 얽힌 비밀들이라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들은 있지만 전작(前作)들에서 보여줬던 “정통 추리소설”로서의 자극적인 재미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도 멋진 트릭과 반전을 기대하고 시작했다가 싱겁다는 느낌에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 한편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실망감은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고, 책의 이야기에 절로 빠져들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었다. 감정이 메말랐는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일본 아마존 독자처럼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소설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이런 상담소(?)하나 있다면 나는 어떤 고민을 상담할까, 도둑 3인방은 나에게 어떻게 상담해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정도로 여운이 제법 오랫동안 남았다.

 

 

그간 50 여 편이 넘는 소설을 써낸 대표적인 다작(多作) 작가이자 작품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여주는 작가라는 기대에 걸맞게 이야기 설정과 전개, 결말이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이 뛰어나고, 소설의 본령(本領)이라 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그만의 글솜씨가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맛볼 수 있었고, “주위의 친지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는 역자(譯者)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이름값 제대로 하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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