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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 무기's 읽은 책들[2015년] 2015-08-1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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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저
문학동네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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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이 책은 김중혁 작가의 첫 연애 소설집이다. 연애 소설이라고 하면 나는 다음과 같은 장면들이 떠오른다. 사소한 사건으로 두 남녀가 만나는 장면. 그들이 썸을 타는 장면, 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 그리고 그들은 이별한 뒤에 다시 만나거나, 서로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는 장면 등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상투적 장면이 없다. 작가는 독자에게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소설로 형상화했다.

 

<상황과 비율>에서 사랑은 상대방을 객관적 시선에서 주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소설 속 주인공인 차양준은 포르노 제작회사인 춘하프로덕션 소속 감독이다. 그는 송미라는 여배우가 촬영 거부 때문에, 그녀를 만나려고 집으로 찾아갔다. 그는 송미가 촬영장에 다시 갈 수 있도록 설득했다.

 

p23

“촬영을 마무리하면 제가 얻을 수 있는 게 뭔데요?”

“믿음을 얻을 수 있겠죠. 저희의 선택에 도움을 조금 주시는 겁니다. 지금까지 ‘춘하프로덕션’에서 송미씨가 출연한 영화는 모두 열아홉 편이고, 그중 원톱으로 찍은 건 열 편입니다. 열 편 중 특별한 상황 없이 찍은 일곱 편의 판매보다 상황별로 챕터를 나눈 세편의 인기가 높습니다. <사무실에서 호텔까지>는 스트리밍 서비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풀타임 시청률은 20퍼센트입니다. 열 명 중에서 두 명은 한 번도 스킵하지 않고 끝까지 시청했다는 겁니다. 이례적인 일이죠. 최고의 배우도 20퍼센트를 넘기기 힘드니까요. 작품별 평균 리와인드는 8회이고, 평균 스킵은 15회입니다. 평균 일시정지는 4회이고, 평균 재시청률은 1.5회입니다. 작년에는 진심으로 흥분하는 것 같은 배우 2위에 올랐고, 물총쏘기 성적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송미씨와 관련된 검색어 중 가장 높은 순위는 ‘가슴’과 ‘발목’이고………”

 

매력적인 포르노 여배우인 그녀를 앞에 두고도 그는 태연하게 객관적 자료를 들이 밀었다. 차양준은 그녀를 아파트 복도 청소부인 늙은 여자의 젓가슴보다 탱탱할 뿐이라는 식으로 대했다.

다음날, 그녀는 촬영 장소에서 그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준다. 섹스 장면을 촬영 중에 탁구공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p42,43

“저는 탁구공 생각을 해요.”

“탁구공요?”

“네. 어렸을 때 살던 동네가 언덕이었는데요. 그 위에서 탁구공 하나를 굴리는 거예요. 탁구공이 통, 통, 통, 튀면서 아래로 굴러가요. 전봇대에 부딪쳤다가 튕겨 나오고, 가파른 곳에서 빨리 굴러갔다가 벽에 한 번 튕겨 나오고, 가파른 곳에서 빨리 굴러갔다가 벽에 한 번 튀이고는 다시 천천히 내려가다 사람들 사이로 용케 빠져나갔다가 아이들에게 밟힐 뻔하다가, 계속 굴러 내려가는 거예요. 언덕을 내려갈수록 가벼운 탁구공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언제 누군가에게 밟혀서 터져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거든요. 그러면 몸이 조금씩 뜨거워져요.”

“그럼 실제로 흥분하는 건 아니네요? 남자배우가 만지는 건 상관없어요?

“상관이야 있겠죠. 그래도 탁구공 때문에 더 많이 흥분돼요. 절정에 이르면 탁구공이 저절로 ‘퍽’ 터져버리면서 온몸이 찌릿찌릿해요. 어떤 건지 알겠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는 그녀의 섹스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송미의 탁구공이 자신의 머리 속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격력하고 빠르게 움직였고, 심장 속으로 들어갔다. 송미가 탁구공이 ‘퍽’ 터져버리면서 온 몸에 오르가즘을 느끼듯이 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지그시 눌렀다.

사랑은 관심 있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도록 만든다. 그리고 전에 해보지도 않는 일을 시도하도록 이끈다. 탁구공을 누르기 전에, 차양준이 송미를 상황와 비율이라는 기준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그는 그녀를 사람으로 보았다. 불안과 오르가즘의 경계에 있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말이다.

 

 

소설 <힘과 가속도의 법칙>이 증오는 애정과 비례한다, 자기파괴도 애정에 비례한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즉, 사귀는 동안 두 남녀의 애정이 커갈수록, 헤어진 후에 찾아오는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도 커진다. 그와 더불어 자기 파괴적 성향과 행동도 동반한다.

보험사기단에 몸을 담근 현수는 불법 유턴하는 차량에 온 몸을 부딪쳤다. 자동차의 측면에 부딪쳐야 단순한 타박상에 그칠 수 있는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고통을 바랬다. 자기 몸을 텅 비게 할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싶었다.

 

p247

어느 날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됐다는 여자친구의 고백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남자를 찾아갔던 일에 대해서도 말했다. 두 사람을 증오하던 밤을 떠올렸고, 그들의 불행을 빌던 밤에 대해 대장에게 이야기했다. 현수는 진심으로 불행을 빌었다. 그들의 불행을 밀게 이야기했다. 현수는 진심으로 불행을 빌었다. 그들의 불행을 빌었고, 그들의 불행을 빌고 있는 자신의 불행도 함께 빌었다. 자신에게 들개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면 스스로를 물어뜯어서 찢어발기고 싶은 밤이 있었다고. 내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 속에 암세포를 배양시키고 싶은 밤이 있었다고, 누구보다 불행해지고 불쌍해져서 그녀를 돌아오게 만들고 싶은 날들이 있었다고 대장에게 털어놓았다.

 

현수가 느끼고 싶은 고통의 크기는 소설 제목인 <힘과 가속도의 법칙>을 통해 수식화 할 수 있다. 힘과 가속도의 법칙은 뉴턴의 제 2법칙, F=ma 이다. 이 수식을 이용하면, m은 현수의 몸무게. a는 현수가 자동차로 향해 달려가는 가속도. F는 현수가 자동차에 부딪친 힘 또는 현수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 그리고 수식에는 없지만 a는 현수가 느끼는 애증에 비례한다.

 

 

이 밖에도 김중혁 작가는 다른 소설들도 사랑에 대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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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 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있다. | 무기's 읽은 책들[2015년] 2015-04-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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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저/마이클 매커디 판화/김경온 역
두레 | 200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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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 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있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짧지만 여운을 남긴 이야기다.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가 황무지에서 홀로 40년 간 도토리를 심은 끝에 사람이 사는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댓가도 없이 도토리를 심었다. 황무지에 심은 도토리 100개 중 1개만이 땅에 뿌리를 뻗는 확률임에도 그는 도토리를 심었다. 무임금 노동과 낮은 성공률(도토리가 땅에 정착할 확률)에 좌절하지 않고, 그는 40년간 도토리를 심었다. 결국에 황무지는 숲으로 변했다.

 

우리나라에도 엘제아르 부피에와 같은 이가 있었다. 그는 미국계 귀화 한국인 민병갈 선생(1921-2002)이다. 풍광과 인삼에 반해 우리나라에 눌러 앉았다. 1962년, 그는 어느 농민의 딱한 상정을 듣고 천리포 모래언덕 5000평을 매입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확보한 모래땅 18만평에 나무를 심었다. 그 뒤로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수입의 대부분을 신품종 구입하는데 썼다. 이것이 천리포 수목원의 탄생과정이다.

 

천리포 수목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만 3000여종의 식물을 지녔다. 그곳에 있는 400여종의 목련과 370여종의 호랑가시나무는 세계적인 규모로 손꼽힌다. 그는 수목원 조성에만 힘쓰지 않았다. 국제적인 교류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나라의 환경과 식물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1997년 4월 국제목련학회 연차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1998년 5월 미국 수목원이 주축을 이룬 범세계적 학술친목 단체인 HSA의 총회를 천리포수목원에서 열었다. 그는 평생 일군 18만평의 땅과 식물을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나무가 행복한 수목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말을 남기고 타계했다.

 

평생을 묵묵히 나무와 풀을 심고 숲을 관리해온 이들이 있다. 축령산휴양림을 만든 임종국 선생(1915-1987), 부산 기장의 아홉산숲을 400년 동안 9대째 관리해온 산주 문백섭. 내가 엘제아르 부피에를 실존인물이라고 착각한 지구 곳곳에 나무 심는데 삶의 전부를 바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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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랑을 통해 살아났고, 사랑을 통해 절망했다. | 무기's 읽은 책들[2014년] 2014-06-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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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앙역

김혜진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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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김혜진

 

<그는 사랑을 통해 살아났고, 사랑을 통해 절망했다.>

 

나는 이 소설이 낯설었다. <중앙역> 속 화자는 독자에게 주인공인 ‘그’와 ‘여자’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도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다. 그들에 대해 화자가 독자에게 준 정보는 ‘그는 젊은 노숙자이고, 여자는 복수 찬 알코올 중독 늙은 노숙자’이었다. 그들의 옷차림이라든지, 생활 습관도 알져주지 않았다. 보통 장편소설을 읽으면, 작가는 인물들을 채색하기에 바쁘다.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독자가 그 이야기에 내용에 빠지게 되는데. 허구적 이야기를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도록 말이다. 반면, 김혜진 작가는 그러한 인물 묘사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인물들을 무채색으로 한 다음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그리고 문장 서술어도 보통 소설과 달랐다. 보통 소설은 주로 서술어를 과거형으로 쓰지만 <중앙역> 경우 현재형과 미래형을 주로 썼다. 이러한 (인물 무채색, 현재형 서술어)점들이 나를 낯설게 했다. 이런 낯설음이 나를 주인공 ‘그’를 조명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소설 속 주인공 ‘그’의 모습 과정을 보면 한 문장으로 표현된다. ‘그는 사랑을 통해 살아났고, 사랑을 통해 절망했다.’ 처음 중앙역으로 올 때, 그는 스스로 주변 노숙자들과 다르다고 여겼다. 역 주변에서 노숙하는 상황임에도, 그는 그들과 다르다고 속으로 외쳤다. 노숙자들이 이 역을 떠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길들여졌지만,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곳을 떠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역 노숙도 스스로에게 얼마간의 유예 기간을 둔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노숙자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점차 그들 노숙자처럼 되어갔다.

 

그는 한낮에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박스에 누워 벽을 보고 누웠다. 공짜 술을 먹으면 세상을 다 얻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고, 맨 정신일 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그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커녕,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상황과 기분에 따라 즉각적 반응을 하지 않고, 그는 멍하게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캐리어백 도난사건(여자가 그의 캐리어백을 훔쳤다. 며칠 뒤에 그는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백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그에게 그녀의 몸을 제시했다.)으로 주인공 ‘여자’와 성관계를 맺은 후, 그는 달라졌다. 여자를 만나기 전에 그는 무생각 무감정 존재이었다면, 이제는 그에게 감정이 생겼다. 욕구도 생겼다. 이제 그는 밤을 기다렸다. 그녀와 한 몸이 될 시간을 간절히 기다렸다. 낮에 그녀와 손을 잡고 역 주변을 거닐면 데이트를 즐겼다. 만남의 횟수가 증가할수록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여겼고, 이 사랑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말렸다. 너, 여기에서 평생 노숙할거니? 그 여자가 너를 사랑할 것 같아. 너를 이용하는 거라고, 괜히 그 여자에 코 끼여서 남은 인생을 망치지 말고, 그녀와 헤어져. 이런 식으로 그들은 그를 회유했다. 그 후 그녀는 치료차 요양원으로 보내졌다. 그녀가 요양원에서 역으로 올 때까지 그는 센터에서 일을 했다. 얼마 뒤 그녀는 역으로 되돌아 왔다. 그들은 역 뒤 허름한 쪽방에서 살림을 차렸다. 그는 그녀와 살면서 현 상황에 따라 변한 심정을 느꼈다. 복수가 차서 살이 팽창된 고통, 알코올 중독자인 모습인 그녀를 보면서 그는 점차 흔들렸다. 내가 이런 여자를 사랑했는가. 어느 한밤중에 그녀는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 갔다. 다음날 그는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본인 명의를 팔았고, 드림시티 사장에게 노동 착취를 당했다. 또 모르는 사람들에게 앵벌이 짓도 했다.

 

p271. 빈털터리가 된 나는 다시 여자를 떠올린다. 병원 사람들이나 센터 직원들이 여자를 다른 먼 곳으로 보낼 것이다. 목이 멘다. 가능성이 모두 사라진 황량한 사막에 홀로 버려진 것만 같다. 나는 나를 겨냥하고 달려드는 고독이나 외로움 같은 것들에 위협을 느낀다. 죽는 것보다 두려운 건 내 죽음을 아무도 모를 거라는 확신이다. 내가 이곳에 있었던 것도, 없어진 것도 모두 모래 속에 파묻힌다고 생각하면 겁이 난다.

 

며칠 뒤, 그녀가 다시 응급실에 입원했다. 돈이 없는 그는 그녀를 응급실에 두고 나오려고 했다. 나오기 전에 그는 침상에 누워 눈 감은 그녀를 보았다. 병원관계자가 그 모습을 보고 그를 쫓아가 그를 붙잡았다. 그는 그를 추궁했다. “누구 허락 받고 침상을 써, 당신 누구냐고 묻잖아.” 그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고 반복적으로 외쳤다. 그가 그녀를 만나 감정을 느끼고 현재를 깨달았지만, 그녀 덕분에 현실에 절망감을 맛보았다. 그 이후, 그는 철거할 쪽방촌 앞에 서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p298

나는 함부로 낙관하고 서둘러 비관하는 대신 똑바로 서서 지금과 맞서는 법을 배울 것이다. 과거나 미래 따위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 뿌리를 박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쥐고 만질 것이다. 오늘은 반드시 이곳을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나는 그것만 생각한다.

멀리 역사의 간판이 반짝인다.

검고 깊은 바다 위의 등대처럼 그 빛은 먼 곳까지 나아가 거기가 역사라는 것을 알린다. 넘실거리는 어둠 속에서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가늠해본다. 한때 환한 등대 아래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은 적이 있다. 그곳에 닿으려고 악착같이 매달렸던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역사의 불빛 대신 그것을 단단히 움켜쥔 거대한 어둠을 본다. 더는 그것의 깊이와 너비를 의심하지 않는다.

 

 

p·s

우리가 힘든 상황에 처할 경우 이런 말을 쉽게 내뱉는다. “더 이상 바닥은 없어”라고 좌절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어쩌면 네가 생각한 것 보다 더 깊고 어두운 바닥이 있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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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강희진 저
비채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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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스스로 발전하는가 | 무기's 읽은 책들[2014년] 2014-06-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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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보의 미래

노무현 저
동녘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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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스스로 발전하는가>

 

공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단지 우리는 그것이 있다고 느낄 뿐이다. 무색, 무취인 공기를 마시셔서 폐, 복부가 팽창되고 반대로 내뱉을 때 수축하듯이, 복부의 팽창과 수축으로 우리는 공기가 몸에 들어오고 나가는 걸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공기의 무게감을 느낄 시기가 있다. 그것은 공기가 부족할 때이다. 공기가 희박해져 호흡이 평소보다 가빠지고 숨을 거칠게 몰아칠수록 우리는 공기의 무게감, 존재감을 느낀다. 그리고 평상시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거라고 여겼던 공기가 얼마나 소중했던 지도 깨닫는다.

 

나에게 있어 민주주의는 공기이다. 나는 80년대 중반에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쯤 군사정부가 아닌 문민정부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중학교 사회선생님은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너희들은 좋은 세대에 태어났다고 부러움 섞인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대학교 공터에서 전경들이 빈 우유곽으로 축구한 이야기, 매콤 살벌한 체류탄 가스, 집회하느라 수업 휴강, 그리고 87년 6월 항쟁. 그것들을 겪었거나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나는 그 부러움을 몰랐다. 몇 년이 지나고 그 당시 상황을 배우면서 왜 선생님이 우리를 부러워했는지를 이해했다.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무게감을 느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선생님 세대만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들이 함께 싸웠다. 그 결과, 그들은 70-80년대 척박한 시대적 상황에서 ‘민주주의’라는 씨앗을 심었다. 그 씨앗이 잘 자라도록 사람들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가꿔 나갔다.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잎사귀가 나오는 모습을 보자,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잘 자라겠거니라고 여겼다. 그들은 ‘설마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라고 여기며 현실에 집중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작년에,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조작한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접하고 나서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과거로 돌아 가는거 아니냐고 하면서.

 

<진보의 미래>에서 故 노무현은 민주주의 발전은 국가의 역할에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국가의 역할은 바로 정책이다. 국민의 삶은 사회적 여건에 영향을 받지만 정책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는 민주주의 발전에서 있어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질문을 했다.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며, 국민 삶과 직결되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위해 진보주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우선 현 한국사회를 알아야 한다. 현 한국사회를 OECD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사회는 겉으론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골병이 들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하지 않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013년 GDP는 1조 195억 달러로 세계 경제 15위를 기록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 거의 도달했다. 고등학교 및 고등교육 이수율도 OECD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부는 뒤에서 1등을 하고 있다. 다시 OECD기준으로 한국 사회 내부를 살펴보면, 2010년 기준 출산율을 1.23명으로 꼴찌이다.(평균은 1.74명). 한국의 평균자살률은 10만 명당 33.3명으로 9년째 1위이다(평균은 10만 명당 12.6명). 특히 2011년, 한 해 동안 1만 5681명, 하루 4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5살 이상 노인 자살률은 더 심각하다. 2000년을 기준으로 2010년 노인자살률은 2배 이상 뛰었다 (대한민국은 2000년 10만 명당 34.2명에서 2010년은 80.3명으로 되었다. 반면 OECD평균은 2000년에 22.5명에서 2010년은 20.9명으로 줄어들었다). 빈곤, 노동, 복지를 살펴보면, 한국의 노인빈곤률은 49.3%으로 OECD국가들의 평균인 13.5% 보다 3배가량 높다. 노동시간은 연간 2090시간으로 OECD국가(평균 1776시간) 중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9.6%로 OECD33개국(평균 22.1%) 중 32위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할 건지에 따라 국민의 삶은 국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국가가 경제 발전을 우선순위를 두든지 아니면 복지 및 분배에 초점을 두든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소수를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아니면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펼치지 따라 달라진다. 위문단에서 언급한 지표들은 그 동안에 대한민국인 국가가 국민에게 행하였던 결과표이다. 결과가 이렇다고 좌절만 하기엔 아직 이르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국가의 역할을 다시 바꾸는 것도 국민 즉, 시민에게 있다. 故 노무현은 현 시대에 민주주의 발전에 관한 해결책으로 ‘시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몇몇에 의해 선택된 것들만 눈과 귀를 통해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정치인들은 정치 공학적 전술을 이용으로 시민들의 귀를 닫게 하고, 자금(돈)을 댄 물줄의 입맛에 맞게 끔 해주는 언론은 여론 조작 및 지배를 통해 시민들의 눈을 멀게 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그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민주주의를 이끌어 가자고 말했다. 시민 스스로가 국가의 역할(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학습하고 생각하자고 말이다.

 

그의 생각을 맞추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터운 시민사회 형성 및 참여하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빈약한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국민 개개인이 위와 같은 소수 집단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혼자서 그 역할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모여야 한다. 국가 구성원인 국민 개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인 시민으로서 서로 연대하고 단체를 결성하고 후원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으로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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