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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기 | 기본 카테고리 2022-07-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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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나 아렌트, 난민이 되다

황은덕 저
탐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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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 의식을 높여줄 수 있는 철학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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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청소년용이라도 그렇지. 한나 아렌트를 다룬 책이 왜 이렇게 술술 넘어가지. 너무 재밌잖아. 내 수준이 딱 청소년급이라 그런가. 요런 생각을 하며 책 한 권을 후르르 읽으면서 내용의 알참에도 감탄해버린 소설 한 권을 소개합니다. 황은덕 소설가의 ‘한나 아렌트, 난민이 되다’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요.

은산의 미래중학교 2학년 교실에 예멘 출신의 라일라가 전학을 온다. 라일라는 예멘에 내전이 일어나고 반전 활동가인 아빠가 생명의 위협을 받자 한국으로 온 난민 아이다. 미래중학교에 오기 전 라일라는 500명의 예멘인과 함께 제주도로 입국했고, 난민을 반대하는 한국인들의 시위를 목격하기도 했다.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고 임시적이나마 안정을 찾아가던 중 아빠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게 된다. 절망에 빠진 엄마와 라일라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제주를 떠나 이슬람 성원이 있는 은산으로 온다.
엄마는 식당에 취업하고 라일라도 학교에서 우정, 민지 등 호의적인 아이들의 도움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던 중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다. 심사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1년의 체류 기간이 끝나는 날 예멘으로 추방당하게 되고, 아빠가 반전 활동가였으므로 가족인 라일라와 엄마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라일라의 사정을 알게 된 우정과 민지 등 봉사부원들은 라일라의 사정을 반 친구들에게 알리기로 한다. ‘우리가 라일라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 가볍게 던진 말이 단톡방과 학급 회의의 토론, 국민청원과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 구경만 하던 아이들까지 대거 참여하는 연극 공연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사유와 실천과 공감의 장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사유의 장은 18년간 난민으로 살아야 했던 한나 아렌트의 철학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아이들은 연극공연을 위해 대본을 쓰고, 배역을 정하고, 대사를 고르고, 연기 연습을 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아렌트의 삶과 사상에 대해 알아간다. 연극은 한나 아렌트나 한나의 역을 맡은 라일라의 난민 문제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난민과 결을 같이하는, 한국 현실에서 일어나는 숱한 차별의 문제 역시 아렌트의 사상에 비추어 그 본질을 드러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인권이 무엇인지, 왜 스스로 사유하는 인간, 행동하는 인간, 주체적인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는다. 또한 라일라 역시 아렌트의 사상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가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이상, 줄거리였습니다.

줄거리를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한나 아렌트, 난민이 되다’는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의 사상을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소설 형식으로 풀어쓴 철학서입니다. 아렌트의 철학을 녹여 넣은 청소년소설이라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뒷표지 날개를 보니 이 책이 ‘탐 철학소설시리즈’의 하나로 나왔네요. 저자는 『한국어 수업』, 『우리들, 킴』 등을 낸 소설가이자 번역서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등을 펴낸 황은덕 작가입니다. 현재 부산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입양인, 이민자, 난민, 전쟁 생존자 등의 삶을 조명하는 소설과 연구 논문을 쓰고 있네요.

청소년 대상 소설이지만 읽다 보면 밑줄을 긋고 싶은 데가 군데군데 나옵니다.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 복수성, (정치)행위, 권리들을 가질 권리, 전체주의 등의 개념을 아주 쉽고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딴소리 잠깐 하자면, 예전에 문화기획사 다닐 때 역사 스토리텔링을 해야 했는데 무조건 무조건 저는 어린이용 책들을 주문해서 참고했습니다. 어른용꺼 보면서 참고하면 일 시작하기도 전에 뻗어버리....) 공부는 늘 실천으로 연결되어야 완성이 되는 법. 라일라와 아이들이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고 소통하고 공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읽어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주변을 슬며시 돌아보게 됩니다. 사상과 철학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아렌트의 사상을 받아들인 아이들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다 보면 그들과 한편이 돼버리거든요.

그래 그런지 아래 문장이 어찌나 세게 눈에 와 박히는지 눈에 기스 가는 줄 알았지 뭡니까. 단어 몇 개만 바꾸면 이건 바로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한치 어긋나지 않으니 말입니다

‘독일인들이 히틀러에게 속아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한나, 결국 우리 같은 유대인들이 궁지에 몰릴 거야.’

뭔 뜻인지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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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란 공감에서 시작해 공감을 표현하는 것 | 기본 카테고리 2022-02-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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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황은덕 소설가의 공감 공부

황은덕 저
해피북미디어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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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높은 세상읽기. 공감이 뭔지, 진짜 공부란 왜 공감에서 시작하고공감의 표현으로 가야하는지 설득력 있게 쓴 칼럼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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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력 약하고 이기적이고 게으르고 편안한 방식으로 알찬 읽기의 효과를 노리는 나같은 사람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다.

『공감공부』 - 황은덕 소설가의 공감공부

역사, 정치, 시사, 경제, 문학(리뷰와 문학관련 정보), 문화 트렌드, 독서, 여행, 다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섬세한 눈길을 던지고 차분히 성찰한 것을 칼럼으로 쓰고, 5년간 쓴 것 가운데서도 알짜배기를 추려서 담은 책이다.

총 6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고, 취재를 하고, 자료를 뒤지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했겠구나 짐작게 하는 글이었다. 황은덕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인 건 없겠지만, 그 생각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나 예화나 발로 뛴 사례들은 한 편 한 편 다 진정성을 담고 있어 설득력이 컸다.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게 읽은 건 <5부 사르트르와 카뮈의 묘소를 찾아서>이다. (여기서 다시 나의 편협성이 발휘된다. 어쩔...) 소제목 몇 가지를 보면, '살인자의 내면과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걷다' '추리문학의 밤' '사르트르와 카뮈의 묘소를 찾아서'…

여섯 개 챕트를 거치면서 은연중 이 칼럼집이 지향하는 키워드가 봄 새싹처럼 돋아나오고 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열매가 무르익는 것을 볼 수 있으니, 황은덕 작가가 마지막으로 손을 펴서 내미는 것은 공감이다.

‘미안해. 사랑해. 사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건네야 할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 희생자 가족들이 삭발과 단식을 감행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이자 국민으로서 당연히 요구해야 할 사항을 격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국가에 살고 있다.’

‘어떤 글쓰기는 작가가 자신의 영혼을 모두 내주고 스스로 영매가 되어야만 가능해진다. 그리고 어떤 독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타인의 고통에 한발 다가서고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 된다.’

작가가 생각하는 공감의 방식이다.

‘나와 세상에 대해 타인과 함께 고만하는 일,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표현하는 일’이 이 칼럼집의 제목을 『공감공부』라 지은 이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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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보다 생생한 문학적 인간 탐사 | 기본 카테고리 2022-02-1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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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안미자입니다

홍혜문 저
bookin(북인)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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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커피 첫 모금을 꿀꺽 삼켰을 때와 같은 타격감이 가슴팍에 전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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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문 작가의 신작 『나는 안미자입니다』는 흔히 말하는 ‘잘 쓴 소설’의 기준 따위에 구애받지 않고 쓴 작품들이다. 작품을 일독하고 뒷표지를 덮었을 때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아, 이 작가는 한 작품 한 작품을 온정신 온몸으로 뛰어들어 썼구나. 끝장을 봤구나.

맨먼저 읽은 게 표제작 <나는 안미자입니다>이다. 나는 안미자입니다, 라니! 제목을 보는 순간 대번에 나는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살과 뼈와 꿈과 삶을 바쳐왔을 이 땅의 여인들을 떠올렸다. 그네들의 거친 손을 떠올렸고, 살이 내려 뼈가 그대로 드러나는 어깨와 굽은 등을 떠올렸다. 표지에 그려진 여인들의 얼굴에는 눈도 귀도 입도 없었다. 얼굴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온 안미자가 소설 속에서 꿈틀거리며 살아있었다. 자신이 이제 다 늙어 치매가 걸리고 거동을 못하게 되자 평생 고생해서 키운 딸년이란 게 자신의 이름인 안미자를 다른 여자(간병인)에게 주려고 한다. 미자는 화딱지가 나서 딸에게만 잘 보이려고 하고 자신을 냉대하는 간병인에게 오줌이 가득 든 요강을 엎어버린다. 한판 성질을 부린 덕에 요양병원행이 결정된 안미자는 충격 탓인지 죽음을 맞는다.

현실에서 우리가 드물지 않게 보는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홍혜문 작가의 이 작품이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소설적 미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눈앞에 치매 걸린 늙은 여자, 우리 엄마들 같은 늙은 여성의 삶을 세밀하고 리얼하게. 마치 다큐처럼 근접해서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야, 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 울리는 것 같아 마음이 짓눌리듯 아팠다.

안미자를 비롯해 작가 홍혜문은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지나쳐버리는 존재에게 눈길을 보낸다.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의 상간녀에게 살인미수죄로 누명을 쓰고 남편도 빼앗기고 아이도 유산하는 만희(워터 히야신스), 뿌리를 찾아 머나먼 과거 고조선의 소도를 여행하는 꿈을 꾸는 조각가 이안과 부랴트족 여성 샤를(바하이),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심리적 상처를 해소하게 돕는 심리상담사(트임벨), 사회적 성공을 성취하려는 조바심을 감추고 투자자 제임스 김을 만나러 가는 주인공(내 마음의 렌즈), 사랑했던 남자와 가장 친한 친구 사이에 낳은 딸을 키우는 말분(말분의 사랑), 전설적인 굴착기 기사였던 아버지의 과거를 자신의 디자인 작업을 통해 이해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등이 다 그러한 인물들이다.

이 작품들과 결이 다른 소설이 <해저터널>이다. 이 소설을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소재가 색달랐고 주인공 인물의 선택이 차갑고 계산적이고, 어떤 점에서는 합리적이고 단호했다. 다리를 놓는 일의 공사감독을 하는 태국이 통영의 해저터널 현장으로 가서 첫 함체를 만들던 날 아내는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아내는 수술을 받고 몸이 점점 나빠졌으나 태국은 오로지 함체 만드는 일에만 총력을 기울인다, 아내가 입원과 퇴원을 거듭하는 동안 함체는 열여덟 개가 만들어지고 마침내 임시계류장에서 바닷물을 채우는 과정을 거쳐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는 마지막 공정을 앞두고 있었다. 그 와중에 태국은 직원식당에서 일하는 정화와 서로 은근히 마음을 주고받기도 한다. 마침내 해저터널을 놓는 공사가 마무리된 날 그를 원망하던 아내가 병원에서 세상을 떠난다. 태국은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바닷속으로 난 터널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 속에서 아내가 미소 띤 얼굴로 그를 돌아보는 모습도 상상한다. 일에 미친 남자, 자기 일을 사랑하고 거기서 희열을 느끼는 남자 태국은 한국에서 가족보다 일이 우선인 한국의 아버지들, 한국의 남편들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아내가 죽어가는데 어떻게 자기 일에 이토록 열성일 수 있을까 싶지만 그게 우리 주변의 아버지들이고 직장인들의 모습이 아니던가. 인생을 바쳐 일에 매달리고 성취를 이룸으로써 태국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는다. 그걸 나쁘다고, 부도덕하다고, 비윤리적이라고 자신있게 비난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게 해서 발전해 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불쌍한 건 병들어 죽은 아내다. 어쩌겠는가. 그런 남편을 만난 게 죄지. 쓸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소설적 감상과는 별개로 이 작품이 거둔 소설적 성취에 대해 한마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 <해저터널>은 중편에 가까운 단편소설로서 국내 작가들 가운데 아무도 소설로 다룬 적 없는(내가 알기로는) 까다로운 소재를 치밀하게 조사하고 취재하여 소설로 완성해 냈다는 점이다. 문학적으로 완성도를 이루면서 이렇게 긴장감 있는 서사를 만들어 냈다는 건 작가 홍혜문의 앞으로의 작업에 큰 기대를 걸게 한다. 『나는 안미자입니다』라는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제목에서 받은 아련한 슬픔이 가슴을 채웠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났을 때는 심하게 진한 커피 첫 모금을 꿀꺽 삼켰을 때와 같은 타격감이 가슴팍에 전해졌음을 밝히는 것으로 이 책의 리뷰를 마치련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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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된 욕망의 서사 | 기본 카테고리 2021-06-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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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굿바이, 라 메탈

박숲 저
하늘재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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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소설이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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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나온 따끈따끈한 책을 선물받았다.
올해 전남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굿바이, 라 메탈’을 비롯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집에 오자마자 표제작인 ‘굿바이, 라 메탈’을 읽었다. 
읽고 나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박숲 작가가 했던 말, 
‘나는 이 소설집에 내 모든 걸 다 쏟아부었다’고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단편이 인생의 단면을 집중적으로 그려내는 서사 장르이긴 하지만
이렇게 밀도 높게 집약적으로 인간의 서사를 그려내는 소설이 흔치는 않다.
다른 단편을 열기 위해서는 가빠진 호흡을 좀 고를 필요가 있어 일단 책을 덮었다. 
보기엔 굉장히 여리고 고운, 새끼를 키우는 어미새 같은 이미지였는데
소설은 이렇단 말이지 하는 놀라움도 좀 다스려야 할 판이다. 
게임속에서 다나(문식)는 자신을 펫으로 둔 메텔(현경)의 원수(남친을 뺏어간 팀장)를 죽이는데
소설의 서사는 게임속 가상현실과 문식과 현경의 존재로 살아야 하는 현실의 경계를 뭉개면서
이들이 맞닥뜨린 삶의 비극을 중층적으로 드러낸다.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인간은 가상현실로 도피하여 숨통을 틔우기 마련이건만
박숲 작가의 소설 ‘굿바이, 라 메탈’에서 이 비극적인 인물들은 
현실에서 도피해간 가상현실에서마저 비극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현실의 논리는 잔인하고 무도하여 한번 내팽개쳐진 인물들을 극단의 극단까지 내모는데 
작가는 그 너머를 쉽게 제시하지 않아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뭉개듯 독자의 가슴을 뭉갠다. 
한 편 읽고 호흡을 고르고, 독주에 끌리듯 다시 한 편을 열어서 읽어가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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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창작의 비밀 | 기본 카테고리 2020-12-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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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봉준호를 읽다

황영미,김시무 공저
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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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계자뿐 아니라 서사문학 창작자가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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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아카데미 주요상 4관왕에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봉준호 감독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독보적 존재가 됐다. 이런 센세이션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을 평론가들이 가만 내버려 둘 리가 없다. 먼저 잡는 놈(?)이 임자라고 아카데미 수상 후 이동진 평론가를 필두로 발빠르게 몇 작품이 나왔다. 영화는 즐겨봐도 평론서까지 챙겨 읽을 정도가 아니기도 했고 온갖 미디어에서 봉준호 기생충 봉준호 기생충 하도 떠들어대는 바람에 질리기도 하여 사볼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한 달 전쯤인가. 페친 김시무 선생의 타임라인에서 황영미 평론가와 함께 봉준호 감독을 다룬 평론서 『봉준호를 읽다』를 공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평소 페북에서 김시무 선생의 글을 즐겨 읽던 나는 그 책이 다른 건 몰라도 서술방식이 어렵지 않고 진솔해 읽기에 부담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짐작대로 황영미, 김시무 평론가의 공저 『봉준호를 읽다』는 전공자가 아니어도 술술 읽어내릴 수 있을 만큼 평이한 용어로 써진 평론서였다. 두 저자는 책머리에서 기생충이 거둔 어마무시한 성과에 놀라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답을 찾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봉준호 감독이 미국에서 제법 한다 하는 감독도 받기 어렵다는 아카데미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었는지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과정은 간단하다. 감독론, 작품분석, 심층분석, 기생충의 국제적 현상 등 네 개의 단계를 밟아간다.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평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봉 감독의 일곱 편 작품에 대해 황영미 김시무 두 평론가가 각자 7개의 평론을 내놓은 ‘2장 개별작품론:두 개의 시선’과 ‘3장 심층분석’에 먼저 눈이 갈 것이다. 꼼꼼히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전공자도 아니고 전공할 생각도 없지만 영화를 고급지게 향유하고픈 부류라면 ‘1장 감독론’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다른 감독과 차이나는 봉 감독만의 태깔이 어디서 어떻게 연유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시나리오나 소설 등 서사문학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팁이 될 내용이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 이건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보일 것이니 꼼꼼히 읽기 바란다.
마지막 ‘4장, 기생충의 국제적 현상’은 영화의 대중성과 예술성을 놓고 고민하는 콘텐츠 제작자 및 관계자들이 참고할 만하다고 본다.
다양한 부류 사람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요긴하게 참고할 수 있는 이 책에서 내가 무척 공감한 것 가운데 하나는 봉 감독이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한 두 평론가의 진단이다.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즈의 개>에서부터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순성과 이로 인한 사회의 모순성을 말하고 있다. 모순을 지닌 부족한 인간들이 모여 불러일으키는 오해가 봉준호 감독이 삶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다. 진실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진실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오해나 편견이 영화를 출발시키고 있다. <플란다즈의 개>에서 시끄럽게 짖는 강아지라고 생각해 지하실에 가두었던 강아지는 성대수술을 시킨 강아지였으며… (중략) 이뿐인가. 인간은 모순덩어리며 그런 모순덩어리가 모인 사회 역시 모순덩어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라고 진단을 내리고서 바로 이어 “이런 모순덩어리들이 극적인 위기 상황에서 뭉치면서 하나가 되는 재미가 바로 봉준호 감독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결론에 백퍼 동의한다.
이 책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내용 가운데 또 하나를 고른다면 <기생충>의 결말에 대한 해석이다. 두 저자 가운데 아마 김시무 선생이 쓴 거 같은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계급 간의 차별이 파국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계급 간 차이의 소멸이 비극적 결말을 초래했다고 생각했다. 감독은 특이하게도 외관상 지하, 반지하 등으로 계급을 나눈 것처럼 보이지만 그 차이를 무화한 것은 다름 아닌 냄새였다. (중략) 기택이 동익을 칼로 찌른 것은 계급 연대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신을 근세와 동류로 본 것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의 복선은 (인간 감각 가운데 가장 본성적인) 냄새에 있었다는 것이 우리의 해석이다.”
저자의 이러한 해석은 봉감독이 배치시켜 놓은 관계망 안에서 인간 심리의 바닥을 엿본 매우 날카로운 지적으로 보인다. 이런 분석을 한 다음 저자는 영화 <기생충>이 “차이가 있는 계급 간의 공존의 모색과 그 화해의 어려움을 조명하고 있다”고 결론내린다. 그리고 ‘욕망의 주체는 대상을 직접 선망하는 것이 아니라 중개자의 욕망을 모방함으로써 그렇게 한다’는 르네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이라는 이론적 개념을 끌어들여 기택 가족과 문광 부부의 관계가 어떻게 경쟁적 모방관계로 발전하는지, 거기서 나아가 왜 비극적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다룬다. 인간의 욕망을 통해 관계를 조망하고 관계의 파국으로 이르는 과정을 짚어가는 분석은 꽤 흥미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 이 책이 지닌 매력을 거론치 않을 수 없다. 이번 독서에서 내가 유념한 것은 두 저자가 책머리에서 던진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변들이었다. 마지막 답변이 4장의 한 꼭지인 ‘미국아카데미가 <기생충>을 선택한 이유’에서 나온다. 아마 이 꼭지를 쓴 사람은 황영미 평론가로 보이는데, 그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 전개와 예측을 불허하는 결말처리”라는 답을 내놓는다. 봉 감독이 100여 회의 GV로 쌍코피 흘려가며 오스카캠페인에서 뛴 노력도 무시 못 하겠지만, “이 영화는 기존 장르영화의 관습에 익숙한 미국 관객들에게 매우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갔다”는 것이다. 이견 없이 설득되는 답변이었다. 책의 서두 부분에서 봉준호 감독이 스스로 밝힌 내용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1장 감독론에서 인터뷰이로 나온 봉준호는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게 ‘집중력’이라고 말했다. 모든 장면 모든 사건을 다 끌고갈 수 있는 사건, 집중력을 유지시키며 끝까지 따라오게 하는 이야기! 그것이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을 본 미국 영화관계자들을 감탄케 했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집중력과 함께 ‘최초충동’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어떤 장르이든 창작을 하는 이라면 이 집중력과 최초충동의 비밀을 알 것이라 본다.
정리하자면 장르 편향적이긴 하나 부조리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봉준호 감독 영화의 성공은 결정적인 집중력과 최초충동 유지, 예측불가 결말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새로운 이야기에 답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크게 새로운 답이 아닌 것은 이 책의 두 저자가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봉준호의 자리가 딱 거기까지 와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책을 읽은 내 소감이다. 일독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었다. 특히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끝으로 봉감독에게 전하는 오지랖 메시지 하나. ‘이미 벽에 구멍을 뚫은’ 감독이니만큼 이제부터 열어갈 영화세계에 대해 온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주목의 무게를 가볍게도 무겁게도 받지 말고 자유롭게 예측불허하게 봉준호표 영화를 만들어 던져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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